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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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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3, 2017 22:43에 작성됨.

「왜 좋아하게 된 걸까……」


자기 방 침대 위에서, 그런 중얼거림이 무심결에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심야. 얼마 안 있어 날이 바뀌는 걸까 싶을 무렵, 한손에는 휴대폰.
타월 이불로 몸을 감싼 나는, 혼자서 몹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지경이 된 이유를 말하자면, 지금부터 한 시간 정도 거슬러 올라간다.

 

- 1시간 전


날마다 날아드는 수많은 일을 끝내고, 지친 몸을 침대에 파묻은지 벌써 수십 분.
옷을 갈아입지도 않았지만, 내일은 오랜만에 오프니 신경 딱 끕시다.

 

몸이랑 같이 침대에 다이빙 시킨 문명의 이기, 휴대폰.
그것을 아무렇게나 잡고,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사무소의 스케줄 표를 체크 한다.
내일이 휴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동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도는, 알아둔다고 해도 천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코토리씨가 만든 스프레드시트를 실행시켜, 다음날 스케줄을 불러온다.

 

「헤에, 카나 내일은 뮤직타임에 출연하는구나. 요즘 열심히 하고 있으니, 잘하면 좋겠네」


동료들이 활약하는 게, 마치 내 일인양 기뻐진다.
모든 사람들의 스케줄을 대충 훑어본 뒤, 시트를 닫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렇구나. 내일은 오후부터 리츠코가 애들 시중을 드는구나」

 

아이돌뿐만이 아니라 사장의 스케줄부터 시작해 사무원의 스케줄까지 기입되어 있는, 코토리씨 제작 스프레드시트. 그 스프레드시트에 따르면 일벌레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의 내일 오후 스케줄이, 별나게도 새하얗게 되어있었다.
우리들이 나름대로 일을 받을 수 있게 된 이후부터, 그는 계속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지.
그런 그를 보고 있으면 나도 왠지 즐거워지고, 자연스럽게 가슴이 괴로워져서…….

 

내일 오프인 것은 나밖에 없다.
오후부터는 그도 스케줄이 없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내려놓았던 휴대폰을 한 번 더 손에 들고 메일 본문에 무슨 문장을 쳐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오후에 차를 마실 건데 괜찮으면 어울려주지 않을래?
……나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지.

 

나랑 스위트하고 이모셔널한 오후를 보내지 않을래?
……이래서야 로코잖아.

 

방 청소를 도와주지 않을래?
……레이카도 아니고. 거기다 깨끗하기 그지없고.

 

이래저래 고민한 끝에 떠오른 답이 『내일 만날 수 있어?』 였다.
이, 이런 건 심플한 게 가장 좋지……!?

 

침대 옆에 있는 창문을 통해 달이 환하게 보인다.
격에 맞지도 않게 달에 빌면서, 떨리는 손가락으로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몇 초 있자 화면에는 송신완료라는 문자가 떠올랐다.

 

「보내버렸다……」


이제 와서지만, 부끄러움이 치밀어올랐다.
애초에 메일을 눈치채 줄까?
시간이 이러하니, 이미 자고 있는 거 아냐?
내일도 일찍 출근해야 하고.
답장을 줄까?

 

그리고 나는 몸을 타월 이불로 감싸고, 영원 같이 느껴지는 1초를 끝없이 반복하며 번민에 빠져 있었다.
답장이 이렇게나 기다려진 것은, 태어나서 처음일지도 모른다.
조용한 휴대폰, 시간만이 흘러간다.
켜고 끄기를 반복하고, 그 때마다 한숨만이 쌓여간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곤란해 하고 있는 걸까……?」


시계소리만이 허무하게 울려 퍼지고, 안 보내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날 덮쳐왔다.


「왜 이렇게 애달픈 걸까……」


넘쳐흐른 감정은, 목소리와 함께, 미지근한 물방울이 되어 뺨을 타고 내려가, 타월 이불에 자그마한 얼룩을 몇 개 만들었다.

 

사실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다.
메일을 보내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됐을까……?
말도 안 돼지.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차라리, 이 마음을 잊을 수 있다면 얼마큼 편할까.
싫어하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그래. 이런 감정, 분명 착각이야! 얼굴도 안 멋지고, 키도 크지 않고, 조금 상냥할 뿐이고, 나에 대한 걸 사소한 거 하나까지 봐주고, 싹싹한데다, 노력가에다, 이야기하기 편하고……」


아, 이거 글렀다.
역시……좋아……하는 거구나.

 

그렇다고 다시 한 번 인식하니, 타월 이불에 더욱 많은 얼룩이 현재진행형으로 늘어간다.

 

그한테 있어 나는 분명, 수많은 아이돌 중 한 명에 불과할 것이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분명 그를 난처하게 만들어 버리겠지.

 

「왜 좋아하게 된 걸까……」


보답받지 못할 사랑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은 점점 가라앉아 간다.

 

「기분이 이럴 때는 그거지! 술을 마시도록 하자!」


어둡게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역시 알코올이 힘이 필요하지!
분명 냉장고에 맥주가 있었을 터.

 

맥주를 가지러 가기 위해 부엌에 가려고 침대에서 빠져나온 순간, 요 한 시간 동안 굳게 침묵을 고수하던 휴대폰이 메일 착신을 고했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있다.
착신 멜로디가 끝날 때까지 단 몇 초.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이지 못했다.
소리가 멈추고, 화면의 빛이 사라진다. 방 안에는 다시 시계 바늘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달래면서, 휴대폰을 주워올려 떨리는 손가락으로 메일 어플을 켠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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