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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 4~5화

댓글: 2 / 조회: 1188 / 추천: 2



본문 - 05-30, 2017 18:47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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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3화에서 이어집니다.

 




4. 일상은 변화한다



그리고 나서, 키라리는 자주 내 방에 오게 됐다.
아직 전부 다 얘기했단 건 아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짐작한 모양이다.
방 청소나 세탁같은 일상생활을 도와 주었다.
가끔 음식 재료를 가져와서, 요리를 해 주기도 했다.
실없는 잡담을 하면서 먹는 식사는 울고 싶어질 정도로 맛있었다.

물론,
나는 키라리가 하는 모든 일을 키라리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라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세탁이라면 더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요리라도 더 맛있게 할 수 있는 법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안즈가 한다, 는 건 아니다.
그래서 그게 싫다, 는 결론이 날 리가 없다.
잘 하느냐 못 하느냐 이런 건 관계가 없다.
키라리가 안즈를 위해 해 주는 건걸.
그렇게 생각해주는 게, 너무나도 기뻐서.
그래서, 키라리의 따뜻한 마음에 나는 기대기로 했다.。

아마.
키라리 말고 다른 사람이 같은 행동을 했다면 나는 거절했겠지.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에 취해 있는 게 아니고,。
「좋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며,
100%의 순수한 선의.
그 마음만 가지고 행동하고 있는 거라고.
키라리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 보는 것 같은 그것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딱 한 번, 키라리한테 요리를 해 주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결과는 실패.
원인은 짜증날 정도로 잘 이해됐다.
식칼을 움직일 때마다.
냄비를 휘저을 때마다.
뇌리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싫어할지도 몰라」.
내가 더 잘 한다는 걸 알게 됐다간, 나를 싫어할지도 몰라.
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키라리의 역할을 빼앗아 버릴지도 몰라.
키라리의 선의를 짖밟아 버릴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해서.
거기서 처음으로 자각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게 무섭다고.

한 번,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되는 상대에게 실패를 경험했으니까.
그래서, 무섭다.
「겨우 한 번뿐인걸」
확실히 그렇겠지.
하지만, 「겨우」라는 말로 넘길 정도로 실패의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겨우」라는 말로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한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키라리의 선의에 기대서.
그게 나쁜 거란 걸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알고 있어.
이건 의존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지금까지 쭉 참아왔는걸.
넘어가 줘도 되잖아.
나는 내 생각에서 달아나듯이 계속 키라리에게 기댔다.

 

 


 

 

 



5. 출구는 아직 보이지 않고



키라리가 오지 않은 날, 나는 생각했다.
컨트롤러엔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하면 재밌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칭찬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했던 거지만.
요즘은 칭찬받더라도 그다지 기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하면 재밌다는 건 변함없으니 가끔씩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이다.

생각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그냥 별 거 아닌 사고가 돌고 도는 것뿐이었다.
나는 노력하는 걸 그만두었다.
열심히 해도 그 보상은 없었기에.
그래서 열심히 할 이유가 없었고, 이유가 없었기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거면 된 거야.
그렇게 생각할 때, 키라리의 감촉을 떠올린다.
「그래도, 열심히 했어」.
키라리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기뻤다.
마침내 보상이라는 걸 받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째서, 그 때는 보답받지 못한 걸까.
어째서 그 때 칭찬받지 못한 걸까.
내가 정말 칭찬받기를 원했던 때는 그 때였을 텐데.
보답받을 수 없어 열심히 하지 않기로 했는데, 키라리는 그걸 보답해 주었다.
안 돼서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키라리는 그걸 안 되지 않는다고 해 주었다.

그렇지만.

그래서 내가 다시 열심히 했다간.
키라리는 엄마처럼 되어버릴지도 몰라.
노력의 창날이 자신을 향해 있지 않으니까 키라리는 인정해 준 것 뿐이야.
키라리를 위해 노력했다간, 키라리는 나를 상처입힐지도 몰라.

그렇지만.

나는 알아 버렸다.
다른 사람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의 따뜻함을.
다른 사람에게 안겨 잘 때의 안심감을.
다른 사람이 자신이 노력했음을 알아 줄 때의 기쁨을.
더 칭찬받고 싶어.
더 쓰다듬어 줬으면 해.
더, 안기고 싶어.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해야 해.
키라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해.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게 결국 영문을 모르게 되어서.
오늘도 울리지 않는 인터폰에 귀를 기울인다.

「……어라」

문득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테이블 위를 본다.
거기엔 프릴이 달린 귀여운 백이 놓여 있었다.

「놓고 간 거려나.」

라고 중얼거리며, 왠지 손을 댔다.
하지만 잘 못 쥐어서 옆으로 쓰러뜨렸다.
그 순간, 백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들어서 보니, 그건 아무것도 써 있지 않은 DVD였다.
케이스에는 날짜와 함께「오디션・안무」라고 적혀 있었다.

오디션.
안무.
그것은 모두 어떤 것을 연상시킨다.

아이돌.
TV 속이나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인기인.
그건 아이돌 전국시대라 불리는 현재, 그리 특이한 건 아니다.
번화가를 살짝 나돌아다니다 보면 간단히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아이돌의 씨앗인 아이돌 후보생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키라리가 아이돌, 이라…….」

확실히 키라리는 아이돌이 딱 맞다고 생각한다.
착하지, 귀엽지, 팔랑팔랑한 옷도 잘 어울릴 것 같지.…… 애초에 사복이 팔랑팔랑하다.

「…… 힘내, 키라리.」

잘 나가는 아이돌이 되면 분명 지금처럼 자주 돌봐주지 못하게 되겠지.
그래도, 최소한의 보은이라는 차원에서. 나는 키라리를 응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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