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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 3화

댓글: 2 / 조회: 1279 / 추천: 1



본문 - 05-20, 2017 14:40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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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1~2화 합본에서 이어집니다.

 



3. 계속, 계속 바라고 있었어

다음 날에도 인터폰 소리에 일어났어.
어느 새 인형을 껴안은 채 잠들어 버렸던 모양이야.

도망치듯 방을 나와 현관으로.
누가 온 건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문을 열자, 그 자리엔 키라리가 서 있었어.

「안즈 짱, 안ㄴ…… 무슨 일 있었어ー?」

그렇게 꼴이 말도 아니었는지, 키라리는 나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면서 그랬어.

「키라리, 부탁이 있어. 어제 그 박스, 다시 좀 옮겨줬으면 해」

인사조차 할 여유 없이 나는 입을 떼자 마자 부탁을 했고.

「우유? 괜차나☆」

그녀는 웃는 얼굴로 대답하곤 방으로 향했어.
나는 그 뒤를 빠른 걸음으로 좇았어.

「어디로 옮길까요ー☆」

「이 벽장 속에. 부탁할게.」

가볍게 박스를 들어올린 키라리의 옷자락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잡고 있었다.
키라리는 그런 나를 내치지 않고 내 보폭에 맞춰 아까보다 천천히 걸어갔다.

「읏차ー☆ 옷쓰옷쓰 임무완료☆」

키라리가 벽장에 상자를 집어넣고, 나는 바로 문을 닫아 버렸다.

겨우 안심했지만, 옷자락은 여전히 꼭 쥔 채.
키라리는 어제처럼 방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더니.
그리곤.

「저기, 안즈 짱?」

여전히 웃는 상으로 키라리는 말했다.



「아버님이나, 어머님은?」



아, 그래.
그런 거였구나.
부모가 없었으니까, 어제 키라리가 「다음에 인사하러 올게」라고 그랬던 거구나.
이웃집에 어른이 없어서 주위를 둘러봤던 거구나.



내가 어딜 봐도 자취할 만한 나이로 보이질 않아서, 키라리는 그런 일을 한 것이다.



머릿속 무언가가 식어 간다.
나도 모르는 새, 키라리의 옷자락에서 손을 뗀 새.

「…… 안즈 짱?」

분위기가 바뀐 걸 눈치챈 듯, 키라리가 걱정스럽게 이 쪽을 본다.
아, 정말.

「…… 내 키, 가르쳐 줄게.」

이제, 됐어.

「139cm. 소학교 4학년 정도 평균 키야.」

귀찮아.

「저기, 나, 그렇게 애같아 보여?」

그러니까, 떨쳐 버리자.

「그렇겠지, 이렇게 작은걸.」

전부 말해 버려서, 떨쳐 버리자.

「하지만 말야, 나 17살이야.」

귀찮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서, 떨쳐 버리자.

「알고 있어? 어린이가 자랄 때는 영양 공급이 다가 아니란 걸.」

그럼 도망갈 테니까.

「모성박탈증후군.」

나는 실패했다는 점에서.

「의사가 그러더라고, 내 병명.」

나는 혼자라는 점에서.

「문자 그대로지. 우리 부모님은 애정이란 걸 주지 않았었거든.」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즈도 원래는, 평범한 키였다고.」

나는 외롭다는 점에서.

「그런데 어느 날을 경계로, 키가 커지질 않게 됐어.」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점에서.

「나도, 그냥 입만 벌리고 뭐라도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

키라리는, 그저 조용히.

「주어진 일은 뭐라도 하고, 그래도 안 되니까 내가 나서서 일을 만들어서라도 해치웠단 말야.」

조용히, 내 눈을 보고 있다.

「……그래도 안 됐어. 뭐가 떨어지기는커녕, 혼나기만 했지.」

그만해.

「어떻게 했어야 됐던 걸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

경멸해. 매도해.

「그래서 나, 열심히 했어……!?」

얼마나 답 없는 놈이었냐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학업도 수험도! 전부! 전부전부모조리!!!」

어라.

「근데 전부 소용없었어! 칭찬 한 마디 못 들었다고!」

뭐 하고 있는 거야, 나.

「잘했네, 장하네!! 그 소리만 들으면 됐는데!!」

담담하게 말해서 그걸로 끝내 버릴 생각이었는데.

「다들 당연한 것처럼 받는 것조차 못 받았다고오!!!」

멈출 수 없어.

「받은 거라곤 꼴랑 이 인형, 그것도 엄청 열심히 해서 겨우・・・!!」

멈출 수 없어.

「그럼 열심히 안 했으면 됐던 거야!? 열심히 안 하고 그냥 있었으면 된 거냐고!?」

멈출 수 없어.

「내가!! ……정말로 필요했던 거야!?」



「안즈 짱.」



키라리가 돌연 입을 열었다.
그건, 언제나 밝은 키라리를 보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해서.
야단을 맞은 것도 아닌데,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잊어버렸다.

「…… 안즈 짱.」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나서 몇 걸음, 내 앞으로.
방은 이리 좁으니, 둘의 거리가 0이 되기엔 충분했다.

「미안해.」

그러곤 무릎을 꿇었다.
두 시선의 높이가 같아진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부드럽게 나를 품어 왔다.

「…… 뭐, 하는 거야.」

목소리가 떨렸다.

「알겠지? 안즈는 답 없는 애야.
상관 안 하는 게 나은 애라고.
…… 그니까아! …… 이제 내버려 둬……!!」

「안즈 짱.」

더욱 세게 껴안았다.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프진 않게.



「안즈 짱은, 열심히 했구나.」



정말로, 기분이 좋아서

「……정말, 로?」

「안즈 짱은, 열심히 했어.」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되풀이된다.
열심히 했어. 열심히 했어.
그건 내가 계속 바라 왔던 것이었으니까.

「나, 아…… 열심히, 해써……?」

오열이 섞인다.
이제 안 돼.
멈추질 않아.

「안즈 짱은, 열심히 했어.」

멈추칠 않아.

「하지만…… 하지만……!」

멈추질 않아

「그래도, 열심히 했어.」

눈물이, 멈추질 않아.



나는 계속 울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걸 모두 흘러보내듯이.
키라리의 가슴 속에서 계속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다가 울다 지쳐 잠들 때까지, 울었다.

눈을 뜨니 키라리의 팔 안. 바깥은 오렌지빛으로 물들어서.
잠들어 있는 동안 키라리가 계속 안아 줬다는 걸 깨닫고, 다시 울었다.




역자 후기 

번역어 "모성박탈증후군"의 원본은 愛情遮断症候群(あいじょうしゃだんしょうこうぐん)으로, 한자 그대로 옮기면 "애정차단증후군"입니다. 영문명칭 Maternal deprivation의 한국어 번역례를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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