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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 1~2화

댓글: 1 / 조회: 1520 / 추천: 1



본문 - 05-17, 2017 08:10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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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0. 행복했던 가족에서 이어집니다.

 



1. 큰 소녀



그 날은 인터폰 소리 듣고 깼었지.
컨트롤러를 그대로 쥔 채로 휴대폰에 손을 뻗었어.

「…… 아직, 낮……」

완전히 밤낮 뒤바뀐 생활을 보내고 있던 나한텐 한밤중에 두들겨 일어난 기분이었지.
그대로 다시 자러 들어갈까 했지만, 그러고 보니 모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굿즈를 질렸단 게 생각났어.
커진 휴대폰을 들어 배송 상황을 확인.
확실히 슬슬 올 때가 됐네.

어쩔 수 없지, 받아 놓고 바로 자자.
바닥을 뒹굴고 있는 지갑을 대충 집어들고 휘청이며 현관을 향했어.

「네에네에, 수고 많으심다.」

라고 언제나처럼 말하고 문을 여니.



「처음 뵙겠습니다ー☆ 옆에 이사 온 모로보시 키라리에요☆」



거인이 있었어.
비유같은 게 아니라고.
턱 밑이 보이는걸. 아니 턱 위로는 안 보여.

「……뇨와?」

뇨와?
뭔지 잘 모르겠는 단어를 중얼거리면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어.

「…… 사람 없나?」

「아니 있거든!」

실수했다. 반응해버렸어.
이대로 놔뒀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뇨와?」

또 그 소리냐.
내 큰 소리를 들은 거인이 이 쪽으로 눈을 돌렸어.

「뇨와앗!?」

또 그 소리…… 조금 인토네이션이 다르지 않아?

「뇨…… 뇨와아ーーーーーー앗☆☆☆☆☆☆☆」

눈이 마주친 순간, 깨달았어.
좋아한다고 깨달은 게 아니라(* 치하야의 "메토메가아우슌칸"), 지금 내게 닥친 위기를.
위험해.
저 여자는 위험해.

즉시 발길을 돌려 달려갔어.
하지만 니트 생활로 안 쓰던 근육이 그렇게까지 민첩성 넘칠 리가 없지.
또 139cm인 내가 180cm를 훌쩍 넘는 거인을 이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뇨와ー☆ 귀엽다니이! 뀽뀽해버렷☆」

「잠깐만, 그만해, 누르지 마! 이 힘으로 누르면 안 돼! 찌부러져……!」

나는 어이없이 잡혀 버리고 말았어.
슬쩍 우리 집에 들어온데다가 예의바르게 신발까지 제자리에 벗어 뒀잖아.
저거 어느 새에 한 거야 이 거인.

「꼬옥ー 해버려야지이☆ 꼬ー옥☆」

「엑 잠깐 이제 차고 넘칠 정도로 꼭 잡고…… 더 꽉 쥐는 거냐고!? 기다려기다려! 스톱! 스톱스톱!」

필사적으로 놔 달라고 호소하며 바닥을 툭툭 쳐 보지만.
거인은 그 큰 눈동자에 별을 띄운 채 나를 놔 주질 않는걸.

「악, 방금 이상한 소리, 이상한 소리 났지!? 저기 슬슬 놔주지않을래!?
야! …… 부탁이니까아아아아아아아!!!」


이것이 내 최고의 친우.
모로보시 키라리와의 첫만남이었어.

 


 



2. 과거에서 온 선물

 


현관과 방 사이에서 우당탕 한바탕 하고 있자니, 인터폰이 다시 울렸어.
시합 종료의 알림! 정말로 감사합니다.

「자, 누가 왔다구! 응!?」

「으음ー, 어쩔 수 없다니이……」

서운해하는 것 같은 게 걸리지만, 일단 탈출.
문을 열자, 역시 택배 아저씨가 있었어.

언제나처럼 택배를 받은 뒤, 바닥에 놓인 상자를 방으로 옮겨.
옮기려고 했어.
근데.

「무거……」

미쳤다. 허리가 나간 것 같아. 이렇게 무거운 거 시킨 적 있던가.
게다가 엄청 커. 결과적으로 박스를 안고 있는 소학생같은 광경이 완성돼 버렸어.

「도와줄까아?」

내가 박스랑 열심히 놀고 있자니, 거인에게 협력 제의가.
뭐더라, 모로보시 키라리랬나.

「아, 응. 그럼 방까지 옮겨줄 수 있어?」

확실히 이 거인이라면 이 거지같은 상자를 가볍게 옮길 수 있겠지.
아직 이름 말곤 아무것도 모르지만 나쁜 사람같진 않고.
만약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 집에 돈 될 만한 건 아무것도 없고 말이지.
아니, 돈이 아니라 목숨보다도 중요한 하드는 있지만.

「뇨와앗☆ 키라리한테 맡겨줘☆」

뇨와, 가 말버릇인 걸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니 몸이 허공에 떠…… 떠 있어?

「…… 저기, 키라리 씨? 옮겨 달라 그런 건 안즈가 아니라 박스 말인데……」

나는 키라리한테 들려 있었어. 한 손으로.

「안즈 짱?」

「에? 아, 응. 안즈야. 잘 부탁.」

일인칭으로 내 이름을 알아차린 모양이네.
자기소개할 시간 절약됐다.

「우냐ー샤ー☆」

뭘까.
도대체 뭘까 이 말투는.
원래 저런 걸까, 아니면 캐릭터라도 만들고 싶은 건가.
일단 캐릭터 만들기…… 가 아니라, 원래 저런 거였으면 좋겠다.

「응, 그럼 박스는」

「들고 있다구☆」

「엣」

키라리의 반대쪽을 보니 진짜로 박스 들고 있어. 한손으로.
아니아니아니.
근력이 뭐 저래?
내 생각을 말로 전하는 일은 없었다.
만에 하나 화라도 났다간 안즈 목숨은 없는 거라고.

「키라링 트레인 출발 신고ー☆」
「도ー착☆」

키라랑 트레인은 의기양양하게 출발했지
만, 아파트가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고, 얼마 안 돼서 종점 도착.
이란 건데.

「에ー그러니까…… 엊다 두면 되는 거려나아?」

방의 참상을 보고 키라리가 곤란하단 듯 웃었어.
그도 그럴 만 하지.
내 방엔 이불 위를 빼곤 평지라곤 없는걸.

「아ー, 잠깐만 내려 줘.」

키라링 트레인에서 내려서, 적당히 물건들을 치워서 공간을 마련했어.
이 정도면 되겠지.

「여기다 놔 줘ー.」

「라져☆」

키라리가 여유롭게 상자를 놓았어.
그런데 쿵, 하고 큰 소리가 난 건 왤까.
실수로 아령이라도 떨어뜨렸나.

문득 키라리를 보니, 왠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어.
그리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듯 양손을 맞잡고, 눈을 감고.

「키라리?」

라고 부르니까 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

「너무 오래 있으면 민폐니까, 키라리 슬슬 돌아갈게☆」

「응, 그래? 알겠어.」

오는 게 갑작스러우니 돌아가는 것도 갑작스럽네.
그래도 박스도 옮겨 줬고,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알았으니 됐나.
체격 차이가 이렇게 나는데 나쁜 사람이라기도 했다간, 안즈로선 어쩔 방도가 없다구.
키라리는「다음에 인사하러 올게」라고 하곤, 돌아갔어.
뭘 다음에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포풍은 다시 찾아오는 모양.

「그럼…… 어디.」

상자를 마주보고.
대망의 오타쿠-굿즈들과의 대면이라구.
의기양양 테이프를 떼려,

하지만 그 손은 박스에 닿지 않고 허공에서 정지했다.

평소,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오는 택배 상자엔, 그 사이트 로고가 인쇄되어 있을 터다.
허나 이것은.
내 눈 앞에 있는 이것은, 그저 갈색 골판지 상자.
즉,
이건 내가 주문을 넣어서 온 상품 택배가 아니란 것.
필연적으로, 누군가 내게 보낸 거란 것.
허나.
나는 그렇게 마음이 훈훈해지는 인간관계는 가지고 있지 않다.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
이런 건 없었던 일로 치는 게 제일이겠지.
지른 굿즈를 기다리며 게임이나 하는 생활로 돌아가는 게 최적의 답이 터이다.
허나, 사람에겐 호기심이라는 쓸데없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법.
위에 붙은 한 장의 운송장.
이 곳의 주소와 내 이름이 적힌, 그 아래.
보내는 사람 칸을, 본다.



머리가 아파.
현기증이 나.
토할 것 같아.
등골이 얼어붙는 듯.
그 이유는.
그곳에 적혀 있는 건.
이 무거운 짐을 보낸 사람은.

내, 아버지인걸.


어째서.
그 때부터 나는, 잊으려 했다.
가사도 공부도 스포츠도 예의범절도.
머릿속을 게임과 애니로 꽉 채워,
다른 건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꽉꽉 채워,
잊으려 했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을.
그런데.
왜, 지금 와서.

생각나 버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보답은 찾아오지 않고.
당근 없이 채찍만이.
무엇을 해도 헛수고였던.
그리고



그 때의, 엄마 얼굴이.



싫어.
더 이상 이 상자를 보고 싶지 않아.
더 이상 과거와 마주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작은 나는 어딘가 움직이지도 않은 채,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다만, 그녀를 기다릴 뿐이었다.

 

 



 

번역문에서, 서술되는 문장의 어미가 "-다" 등으로 바뀌는 것은 의도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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