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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하라 니나의 총애법 - 1. 그 순수함은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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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9, 2017 03:12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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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하라 니나의 총애법 - 0. 외로운 토끼와 비뚤어진 토끼에서 이어집니다.

 





「뇨와ーーーー앗☆☆☆☆☆☆」

응, 이럴 줄 알았지.
그야 이게 당연한걸.
좋아하니까, 작은 거.
키라리는 나를 왼팔에 끼고,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어.
키라리가 이렇게 된 이상 진정할 때까지 계속 합삐합삐당할 수밖에 없단 걸 경험을 통해 배웠으니까.

「ㅈ나 빙빙 도는거에으아아아아ー!?」

오른쪽에서 비통한 절규가.
미안하다 소녀여. 나로썬 어찌 할 도리가 없구나. 견뎌주렴.

그리고 30초 쯤 뒤.
작은 사람 하나가 못 보던 아이라는 걸 깨닫고 키라리는 회전 운동을 멈췄어.

「미, 미안해애?…… 괜찮아?」

「세계가…… 세계가 빙빙 미쳐도는 거에여…….」

정말 미안한 듯 쭈그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추는 키라리.
니나는, 만화였으면 눈이 소용돌이가 되고도 남을까 싶을 정도로 비틀비틀거리고 있었어.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일단, 샤워시키고 올게.」

참고로 나는 익숙해져서 이제 거의 어지럽지도 않아.
단련된 세반고리관. 그뉵그뉵하다고.

두 눈이 골뱅이 모양이 된 니나의 손을 잡고, 탈의실로.
그 때. 키라리가 한 순간, 쓸쓸한 듯, 불안한 듯.
그런 불안한 표정을 지은 이유를 나는 몰라서, 모르는 척 했어.




「자, 만세 하렴. 만세에ー.」

니나 인형옷 벗기기 좋은 포즈가 나오도록, 손을 들라고 시켰지.
하지만 토끼는 거절하듯 후드를 다시 깊이 뒤집어 썼어.

「…… 니나는 괜찮은거에여ー.
토끼 씨만 들어갔다 오시져ー.」

「아니, 괜찮을 리가 없잖아.
이 한여름에 그런 거 입고. 고기만두라도 될 생각이야?」

반쯤 농담으로 한 말.
니나는 그 말을 듣고, 그게 묘안이라도 되는 듯 잡아챘어.

「그, 그런검다ー.니나는 고기만두의 기분이 되는 겁니다.
고기만두는 안 씻어도 되는 겁니다. 그니까……,」

한여름에 하루 종일 인형옷 안에서 푹 삶아졌는데.
분명 끈적끈적해서 바로 씻고 싶겠지.
그런데도, 이렇게 샤워를 거부하는 이유.

「…… 몸 상태가 어떻든, 아무한테도 말 안 해.」

하나, 최악의 예감이 들었어.
단언하듯 그렇게 말하자, 니나는 움찔 몸을 떨었어.
왜 그걸 알고 있는 거냐, 라는 겁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봐.
…… 응, 정답이구나. 이런 ㅆ-

「안 말해. 저 언니도. 니나 엄마한테도. 아무한테도.
…… 끈적끈적해서 기분 나쁘지? 땀띠 난다?」

역시 샤워를 하고 싶긴 한 모양이야.
내 말에 반응하듯, 니나가 욕실 쪽을 바라봤어.

「저, 정말로 입닫아 주는 검까? 정말 아무한테도……,」

그래도 아직 불안한 모양인지 새끼손까락을 내밀었어.

「응. 자, 손가락도장 찍고.」

아무래도 이 아이에게 있어 손가락 약속은 절대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손가락도장을 찍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듯.
그런 절대적인 의미가 있는 거겠지.
사무소에서 니나의 행동을 돌이켜보고, 나는 그렇게 추측했어.

니나가 내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봤어.
그리고. 몇십 초였을까, 몇 분이었을까.
길고 긴 고민 끝에.
자기 손가락을, 조심조심 내밀었어.

「…… 착하지. 자, 벗자.」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니나는 망설인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만세를 했어.
앞으로 보게 될 광경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며, 나는 니나에게 손을 뻗었어.
등의 지퍼를 내리고, 탈피하듯 옷을 벗겼어.



「──아, 」



최선을 다했다.
충동에 휩싸이지 않도록.
소리를 내지 않도록. 벽을 치지 않도록.
니나가 겁먹지 않도록.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려고, 집중해서.

예쁜 흰 피부에 번지듯 퍼져 있는 파랑, 보라, 빨강.
엄청난 수의 타박상, 찰과상.
그게, 옷으로 자연히 가려지는 부분을 중심으로,
아, 이런, 맙소사,

농담이지, 싶을 정도로, 수많은,

「…… 토끼 씨?」

니나가 불안한 듯 내 얼굴을 봐.
안 돼. 눈치채겠어.
바로 감정을 죽이자.
무리해서라도 웃자. 표정에 웃음꽃을 피우자.
연습했듯이. 특기였잖아. 억지 웃음은.

「…… 그럼, 후딱 씻어 볼까나.」

목소리를 밝게, 니나를 보고 웃자.
그 표정을 보고서야, 토끼는 겨우 안심했다는 듯 부드럽게 웃었어.
…… 니나가 눈치 못 챈 것 같아서, 간신히 안심했어.

키라리한테 맡길까 싶기도 했어.
분명 키라리가 아이 돌보는 건 더 잘 할 테니까.
안 그랬던 게 다행이였어.
이런 모습을 봤다간, 키라리가 어떻게 했을지 모르니까.

「아, 샴푸캡 쓰니?」

「…… 부탁하는 검다.」

거품이 눈에 들어가는 건 싫지만, 샴푸캡 쓰는 건 부끄러워.
이 두 생각을 저울질하다 결국 쓰기로 결정한 저 소녀의 표정이, 내 심경과는 전혀 딴판일 정도로 귀여웠어.
이건 키라리가 쓰는 거니까, 안 부끄러워해도 돼.
…… 키라리의 존엄을 존중해서, 이 말은 마음 속에 담아두기로 했어.



지쳤다.
샤워를 끝낸 뒤, 상처가 안 보이게 마련한 옷…… 즉 내 잠옷을 입히고.
저녁밥이 되기 전에, 니나는 조용히 색색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 안즈 짱.」

니나에 대해 알려 줬으면 해.
키라리의 얼굴에 그렇게 적혀 있었어.

「아마, 아니, 거의 100%야.……부모한테 학대를 받았겠지.」

감정이 들어가지 않게, 담담하게 말했어.
안 그랬다간, 엉뚱한 화풀이를 할지도 모르니까.

「서류를 들고, 사무소 앞에 서 있었어.
주소랑 보호자 성명만 깔끔히 비어 있는 서류를 들고서.」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를 키라리가 아니야.
키라리는 슬쩍 눈을 내리고.
무릎 위에서 잠든 소녀를 깨우지 않도록,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어.

「지금 프로듀서가 수속을 밟고 있어.
이 아이가 살아갈 수 있도록.
그게 끝날 때까진 여기서…….」

「안즈 짱은, 그걸로 괜찮아?」

키라리한테 허락을 맡으려고 말을 거니, 반대로 질문이 날아들었어.
키라리 표정이, 프로듀서와 겹쳐 보여.

키라리도, 그 수준으로 다 아는 건 아니어도, 내 과거를 알고 있으니까.
같은 걱정을 해 주는 거겠지.

「이 아이가 바라는 것. 당하고 싶지 않은 것.
…… 대충 예상이 가니까.」

그러니까, 같은 말을 반복.
내가 하는 게 합리적이니까.

「…… 안즈 짱이, 괜찮다면.
키라리도, 도와줄게에.」

「……고마워.」




이 아이를 위해, 무언가.
나와 비슷한 이 아이를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다면.
그 속마음은 아직, 밖으로 꺼내놓지 못한 채.

 

 

이치하라 니나의 총애법 - 2.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보통 일어는 한국어보다 쉼표를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띄어쓰기가 없는 언어다 보니, 현대 한국어였다면 띄어쓰기로 처리되었을 형태소 간의 구분자 역할을 쉼표가 일부 대신하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보통은 번역할 때 쉼표를 적당히 없애 버리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쉼표를 대부분 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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