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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 P 「15년만의 사기사와 후미카」

댓글: 11 / 조회: 3589 / 추천: 11



본문 - 04-10, 2017 02:30에 작성됨.

모바 P 「15년만의 사기사와 후미카」


1: ◆Freege5emM 2016/01/03(일) 02:03:10. 40 ID:d/9 JR/ulo

  등장 캐릭터……사기사와 후미카, 프로듀서

  ※사기사와 후미카

 

 





  ※지문 있음
  ※독자 설정 많음





  ●

  ――프로듀서씨는……저에게 아이돌을 시킨 것을, 후회하고 계시나요?









  ●


  「모바 P씨. 요즘 사키사와 후미카와 연락 하시나요?」

  어느 날의 업무중, 다른 사무소의 프로듀서와 회의를 하던 중,
  그에게서 갑자기, 과거의 담당 아이돌・사기사와 후미카의 이름이 나왔다.

  「아뇨. 사기사와가 은퇴해서 고향인 나가노로 돌아간 이후에는 없습니다.
   10년 이상 연락 없었네요. 사기사와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무슨 일인지 내가 묻자, 그는 어째선지 의기양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제 곧 고서 붐이 오겠죠.
   닛타 지로나, 무코다 구니코, 요코미조 세이시 등의 거물들의 저작권이 슬슬 끝나가니까요.
   그거에 맞춰서, 옛날 사기사와 후미카가 주연이었던 그거──고서점 미스테리 영화를 리메이크 한다고 합니다.」

  「그 기획, 외부인인 제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 맞나요?」
  「응~ 괜찮겠죠. 모바P씨는 입이 무거우시니까」
  「하아」



  사기사와 후미카는, 내가 옛날──프로듀서로서 최전선에 있었을 무렵──담당했던 아이돌 중 한 사람이다.

  당시, 문학부 여대생이던 후미카가, 진보초에 있는 고서점에서 일하고 있던 것을,
  내가 직접 스카우트해서, 담당 아이돌로 키웠다.

  후미카는 당초에 라이브가 중심인 아이돌 활동을 했었지만,
  당시 한창 잘나가던 시부야 린이나 칸자키 란코에 비해 인기는 다소 부족했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하던 참에, 나는 어떤 베스트셀러 소설의 영화화 기획을 알게 되었다.
  그 소설은, 고서점의 여점주가 주인공이었다.

  「그나저나, 고서점 시리즈도 그립군요. 그런걸, 시켰었죠.
   사기사와는 고서점의 책장이 어울리는 독특한 아이돌이니까, 먹힐것 같아서」



  고서점에서 실제로 일을 했었던 후미카라면, 그 주연으로 안성맞춤이다──라고 생각한 나는,
  프로덕션의 연줄을 이용해서 연기 경험도 없었던 후미카를 반강제로 오디션에 투입시켰다.

  결과, 후미카는 주연을 차지했다.
  연기력은 미숙했지만, 후미카가 역할의 이미지 그 자체였던것이 좋았다.
  영화도 히트를 치고, 후미카는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리메이크가 되면, 사기사와의 팬이었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겠죠.
   그래서 그녀에게 홍보를 제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영 좋은 반응이 오질 않아서」
  「사기사와는, 연예계를 은퇴한지 상당히 오래됐으니까요」



  하지만, 후미카의 예능 생활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 영화가, 지나치게 선명하게 사람들의 인상에 남았다.
  그 후의 후미카는, 어느 드라마에 출연해도,
  극중의──조용하고 청초한 고서당의 여점주──같은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없었다.







  ●

  「그건 사기사와의 대표작이고……따온 직후에는 저도 담당 P로서 콧대가 높아졌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게 배우 생명을 줄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그 이미지─평소의 후미카─같은 조용한 역할은 수요가 적다.
  게다가, 아이돌에서 갑작스럽게 배우로 전향했다보니 연기 경험도 부족했다.
  연기할 수 있는 폭이 좁은데다가, 수준 이하의 실력으로,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스테이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을 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뜬금없이 갑자기 배우를 시켜서. 그녀를 고생시켰습니다.」

  일이 줄어드는것에 따라, 후미카의 예능활동에 대한 의욕도 식어갔다.
  당연했다. 나의 무리한 요구를 따라 필사적으로 했음에도, 그 상황이었으니까.



  그렇다면 후미카를 아이돌 노선으로 돌리면 되지 않나.
  라는 것도, 쉽게 할 수 없었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다른 부문의 파이를 빼앗아가고는 슬쩍 노선을 되돌린다……
  만약 후미카가 배우로서 완전히 실패했었다면, 좋은 소리는 못듣겠지만 가능은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잘 된것이다. 배우노선으로 쭉 가면 더 잘되겠지.
  나를 포함한 후미카의 주변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 대박을 한번 더』라는 생각에 얽메여있었다.

  결국은, 프로듀서의 욕심때문이었다.



  그 영화를 맡고나서 수년후, 후미카는 은퇴를 신청했다.
  나는 만류했다──지금 생각하면 꼴사나울 정도로──만, 후미카는 번복하지 않았다.

  『이제 저는, 당신의 기대에 응하기 어렵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이 말에서, 후미카의 본심을 캐치하면,
  『더이상 따라갈 수 없다』라고 해야할것이다.



  후미카는 도쿄에서 떠나 고향・신슈에 있는 대학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다.

  내가 후미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

  「실은말이죠, 모바 P씨. 이제와서 사기사와 후미카의 이야기를 꺼낸건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가 말한 『이제와서』라는 울림이, 묘하게 쿡쿡 박혔다.
  그에게 후미카는, 『그 사람은 지금』에 과거의 존재이겠지.
(※그 사람은 지금あの人は今 : 과거 일세를 풍미한 유명 인사를 수색하고 추적하는 TV 프로그램.)

  확실히, 꽤 옛날 이야기이니까, 일반적으로는 그의 감각이 올바를것이다.

  「리메이크판의 여점주, 우리 프로덕션의 아이가 합니다.
   그러니까 딱 하루라도 괜찮습니다. 사기사와 후미카를 부르고 싶습니다.」
  「그녀의 설득을 내가 해라, 라는 의미군요.」

  나의 물음에, 그는 수긍했다.



  「지금의 그녀는 대학에서 일하고 있어서 연락처를 조사하는건 간단했습니다만,
   제가 교섭했더니 거절당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녀에게 신경쓰이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뭐야. 입도 가벼운 주제에, 거드름 피우긴.


  「그녀는 『모바P씨가 와주시면, 이야기만은 듣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그와의 이야기가 끝나고 며칠 후.
  나는, 후미카가 근무하는 대학의 직원 명부를 조사했다.

  후미카의 직함에는 『준교수』라고 쓰여 있었다. 전문 분야는 일본의 고전 문학인것 같다.
  논문의 타이틀을 훑어봤지만 어느시대의 일본 문학인지도 모르겠다.

  후미카는 연예계와 아주 먼 세계로 나아간 것이다──그 사실이, 나의 내심을 둔탁하게 때린다.

  나와 함께 아이돌을 한 경험이, 후미카에게 어떤 의미는 있었던것일까.
  후미카의 이름 아래에 쓰여진 직함은,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는다.
  이 교원 소개만을 본 사람은, 설마 이 교수가 전・아이돌이라고는 상상도 못할것이다.



  나는 잠시 주저한 후, 후미카가 교편을 잡고있는 대학에 연락했다.



  후미카과 직접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내 연락처만 전달해 두었다.
  그리고 반나절쯤 후, 내 단말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시간이 맞으면 괜찮습니다만──』

  그저 이정도의 수식어 뒤에, 만날 수 있는 일시만이 담담하게 열기되어 있었다.

  후미카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것같다.
  그리고 그것을 듣기 위해서는, 얼굴을 맞댈 필요가 있는것같다.
  윗사람에게 화상전화를 하는것에도 저항이 없는 요즘 시대치고 적잖히 고풍스럽다.

  눈에 불을 키고 자신의 스케줄을 확인했다.
  후미카는 무슨 이야기를 할것인가.



  단말기 너머의 대화로 일시를 정한다.
  약속의 날, 나는 최대한 빠르게 일을 끝맺고 도쿄에서 나가노로 향했다.

  나가노행 특급은, 반세기 전의 아즈사 2호보다 훨씬 빨랐고,
  후미카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나가노에 도착했다.



  특급에서 내리니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것은 예정대로이다.
  대학 교수는, 시간내기가 쉽지가 않은지,
  후미카가 괜찮다는 시간대는 전부 저녁이나 밤이었다.



  나가노 역앞에는, 분수에 둘러싸인채 고고하게 서있는 여성의 입상이 있다.
  이름은 『뇨제히메如是姫』라고 하며, 이곳의 유명한 절・젠코지와 관련있는 석상이라고 들었다.
  『뇨제如是』란, 이와(是) 같이(如)──원하는대로 이와 같이, 라는 의미라고 한다.

  후미카가 지정한 약속 장소는, 그 석상 앞.

  그 초이스에서 비아냥같음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후미카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인것인가.







  ●

  「프로듀서씨시군요……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오랜만입니다. 사기사와입니다」

  내가 석상이 있는 광장에서 어느정도 서 있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후미카……나야말로, 오랜만이야」
  「제가 도쿄에서 나가도로 돌아오고, 그 이후로 처음이니까……15년만, 이네요」



  15년만에 본 후미카의 모습은, 일견 보기에는 별로 변하지 않아보였다.

  헤어스타일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검은 세미 롱으로 스트레이트. 앞머리만 나이에 어울리게 이마를 드러내고 있다.
  어두운 밤이다보니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피부는 기억보다 창백했다.
  수수한 정장에 약간 큰 가방을 안고 있는 것을 보아, 대학이 끝나고 바로 왔겠지.



  「제거 먼저 불러놓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하고 왔잖아. 그러면 어쩔 수 없지. 학생의 질문 받아주다가 늦은거 아냐?
   그러면 후미카의 성격상 확실히 이해할 때까지 설명할테고」

  후미카는 나를 응시한 채로 쓴웃음 지었다.

  「적중인가. 사기사와 선생님께서는 강의가 끝나도 교단에 학생의 줄이 생기는 인기인이었군…….
   내가 학생이었을 때, 후미카같은 선생님이 있었으면, 물어볼게 없어도 일부러 질문하러 갈지도 모르겠어」
  「……덕분에, 학생들과 나름대로 친해졌어요」
  「오, 후미카의 자화자찬이라니 놀라운데」



  내 시선을 피하듯이, 후미카는 몸을 휙 돌렸다

  「……바쁜 프로듀서씨가 모처럼 오셨으니.
   역에서 좋은 걸어가야하지만, 좋은 가게를 잡아뒀어요」
  「그럼, 맡기겠습니다. 사기사와 선생님」
  「……정말」

  나는 어떤 가게에 가는지 모르므로, 한발짝 앞에서 걷는 후미카의 뒤를 그저 따라갔다.
  조금 걷고, 역전의 번화가가 끝나는 곳에서 후미카가 발을 멈추었다.







  ●

  후미카를 따라 발을 멈추니, 그곳에는 고색창연한 일본가옥이 보였다.
  간판이 없었으면, 가게라는것도 알지 못했을것이다.

  입구에 들어가자, 실내에는 어렴풋한 어둠과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화지(和紙:일본 전통 종이)로 감싼 등불──골동품점에서나 찾을 수 있을만한 납촉 행등을 조명으로 쓰고 있는것 같다.



  「요즘도 이런 가게가 있었구나. 마치 『음예예찬』같아」
(※음예예찬陰翳礼讃 : 일본의 탐미주의 근대문학가인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수필. 어둠과 그늘을 활용한 일본 고유의 문화를 극찬하는 내용.)
  「항상 눈부신 스테이지를 보시는 프로듀서씨에게는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요.」

  빛과 어둠의 경계가 몽롱한 공간에서, 후미카는 조용하게 말한다.
  아마,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가게이겠지.



  「아니, 이 가게는 나도 마음에 들어.
   요즘은 스포트 라이트 광선이 망막에 아파서,
   오히려 이런 정취가 좋아지던 참이었어」

  나도 조금은 섬세해졌나, 라고 중얼거리자, 후미카는 입가를 숨겼다.
  뭐야, 웃은건가. 그렇게 재미있는 해학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


  서원을 본뜬듯한 개인실에, 후미카와 함께 들어간다.

  「술은 드시겠어요? 내일 일도 있으실테니……」
  「모처럼이니 마실게. 옛날처럼 술고래짓은 못하지만」

  후미카와의 이야기가 길어지리라 생각한 나는 미리 역 근처의 숙소를 잡아놨었다.
  게다가 좋은 분위기의 가게에 왔으니 마시지 않을 이유는 없다.

  「프로듀서씨는, 시노씨나 카에데씨와 주량으로 자주 승부하셨죠」
  「요즘에는 못견뎌. 스타드리 같은걸로 신장을 너무 혹사시켜서,
   다양한 의미로 무리할 수 없는 몸이 되버렸거든」



  젊었을 무렵에는──후미카가 곁에 있었을 무렵에는──나도 상당히 무리를 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이돌 시절의 후미카 밖에 모르는것처럼 후미카도 그 무렵의 나 밖에 모르겠지.
  예전같지 않은 내 모습을 보고,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련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프로듀서씨가 아직도 한창 활약중이라는 소문은 들었어요.」
  「그럴까. 옛날 소처럼 일하던 무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나의 대답에, 후미카는 목을 갸웃였다.

  「그런가요? 제게 영화 리메이크를 알려주신 그 분이 말씀하셨어요.
   프로듀서씨가 이제 곧 미시로 프로 아이돌 부서의 톱으로 올라가신다고.」

  나는, 영화 리메이크의 이야기를 꺼낸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미시로 프로의 차기 부서 책임자를, 나가노 구석으로 불러내다니……라고.
   그정도로 노골적인 말투가 아니었지만, 그 분이 기막혀하셨네요」
  「남 일이라고 뭘 멋대로 말하는건지……」

  나는, 그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기로 결의했다.






  ●

  「나가노까지 와서 이런말하긴 좀 그렇지만, 일의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후미카는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제 매정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오셔서……
   아마, 중요한 안건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 입이 가벼운 그는 곤란해질지도 모르지만, 나랑 후미카가 곤란할 일은 없어」

  후미카가 신경쓰는 기색이 보여 나는 그 점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후미카는 어디까지나 이전에 히트한 영화의 주연 여배우.
  선전하는 측에서는 와주면 좋다 정도이겠지.



  「애초에 이 이야기는 후미카도 내키지 않잖아. 얼굴에 『싫다』고 써있어」
  「저, 그런 표정을 짓고있었나요……?」

  후미카는 고개를 숙이고, 눈만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얼굴은 잘 안보여. 하지만 후미카가 보여주지 않으려해서, 알았어.
   업계인이 질린건지, 아니면 내 얼굴을 보고싶지 않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얼굴보고 싶지 않은거지?」



  나의 말은, 반허세와 반진심의 추측이었다.

  후미카는 역에서 만난 이후로 쭉, 어둠 속에 몸을 숨겨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가게의 개인실에 들어온 지금도, 방은 등불로 인해 옅은 어둠의 베일에 싸여있으니까,
  서로의 표정이 어렴풋이 보일 정도의 밝기밖에 없었다.

  나를 상대 할 생각이 없는 것인가.

  혹은, 단지 후미카가 타니자키 준이치로와 같은 취향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후미카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아뇨……당신이 싫어서 그런건……아니에요.
   그저, 제가, 대학이 끝난 직후 밖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당신을 만나는데 제대로 꾸미지도 못해서……」
  「──아, 아니, 알았어. 이제 됐어. 괜찮아, 후미카」



  「지금은, 밝은 곳에서 당신의 눈에 보이는게, 꺼려졌어요……」
  「……미안, 잊어줘」

  나는 진심으로 후미카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이를 먹은건 피차일반인 모양이었다.








  ●

  「당신에게 연락이 오고, 그리고 답신을 생각했었을 때……
   당신이 와주신다면, 이라고 생각했어요. 오시면 어떡하지, 라고도 생각했어요」
  「재미있는 표현이군」

  후미카치고는, 묘하게 걸리는 말이었다.
  후미카는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말할 때는 확실하게 말하는 편이다.
  이런 애매한 대사는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바쁜 당신이 도쿄에서 나가노까지 저를 위해 와주신다……그 말은,
   아직도 당신이, 저를 걱정해 주신다는 증거……그렇지만」

  촛대의 빛으로 흔들거리는 서원의 광암.
  나는 그 너머에서, 스며 나오는듯한 후미카의 시선을 보았다.

  안광지배(眼光紙背)──뛰어난 독서가의 눈은, 종이 뒤까지 간파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후미카의 눈은, 내의 얼굴의 뒤까지 간파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포지티브한 의미인지는, 별도이니까요」
  「즉,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가 후미카에게 재촉하자, 후미카는 흠칫흠칫 말을 이었다.



  「프로듀서씨는……저에게 아이돌을 시킨 것을, 후회하고 계시나요?」








  ●

  나는 후미카의 물음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후미카에게 아이돌을 시킨 것은, 실수였는가.

  나에게 스카우트 된 당시, 후미카는 19살의 여대생이었다.
  그 때부터, 일생에서 가장 풋풋한 몇년간을,
  후미카는 예능활동에 바쳤다.



  「미안하지만……후회는, 있어」



  내가 쥐어짜낸 목소리에, 후미카는 조용히 응했다.

  「당신과 만났을 때의 저는, 곰팡이처럼, 그저 종이를 갉아먹으며 사는 책벌레였어요.
   그런 저를, 당신은, 스테이지와 은막으로 이끌어주셨지요.
   길게, 계속하지 못했지만……가슴을 펼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그리고 그 결과는 전적으로 당신의 프로듀서 덕분이었어요.
   그런데도, 당신은……후회하고 있다는 건가요?」

  후미카의 말은, 타당할지도 모른다.

  한번도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가는 아이돌 후보생들이 많지만,
  후미카는 짧은 동안이나마, 연예계의 최전선에서 빛나고 있었다.

  「나도, 후미카가 도쿄를 떠나고 몇 년 동안는, 프로듀스에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었어」

  후미카의 예능 활동은, 상업적으로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따지면 확실히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의 이야기이지만, 만약 실패였었다면,
  한참 전에 솔직하게 사과해서, 이렇게 꼬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미카가 대학에서 문학을 계속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나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있었던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어.」

  후미카가, 아이돌로서 성공했는가──그것보다.
  그런 피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더 본질적인 이야기.



  「내가 사기사와 후미카를, 진보초의 고서점에서 연예계로 데려간 것은,
   과연 옳았던 것인가……그런 이야기야」






  ●

  「후미카, 너는 활동 말기에 명백하게 의욕을 잃고있었지.
   그 원인은, 나의 프로듀스 방침이 미숙한것도 있었겠지만,
   『아이돌같은거 하지 말고 계속 대학에 다닐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후미카는, 연예인으로서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니까, 그로 인한 바쁨으로 인하여 학업에 지장이 있었을것이다.



  「은퇴하고 나서, 예를들어 문필업을 하거나, 출판사에서 일하거나, 그런 쪽으로 전업했었다면,
   『전 아이돌・배우』라는 스펙이 도움이 됐을텐데……」

  그러나 후미카는, 문학을 연구하기 위해 대학으로 돌아갔다.
  예능 활동으로 얻은 지명도가, 무의미한건 물론이고, 자칫하면 족쇄가 될 수도 있는 분야이다.



  「나는, 후미카의 재능을 이용해서, 한때의 성공만을 받아먹고,
   그것때문에 후미카가 정말로 하고싶었던 것을 방해한게 아닌지」

  나는 지금, 매우 한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것을, 거울도 없음에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 때, 후미카를 스카우트한건……후미카를 위해서, 그러면 안됐던게 아니었을지, 해서」

  등불의 희미한 빛이 고마웠다.
  만약 방이 어슴푸레하지 않았으면, 더 심각한 꼴을 후미카의 눈에 보여줬을테니.






  ●

  「……프로듀서씨는, 그때도 지금도 정말 상냥하신 분이시네요」

  내가 말이 막히자, 후미카가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씨가 스카우트 해주셨을 때……확실히, 저는 19살이었죠.
   학생이지만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에요.
   ……제가 아이돌이 되고, 그걸로 인생설계가 꼬였다해도 그건 제 책임이죠.」

  그러니까, 내가 『그것』을 신경쓸 필요는 없다, 라고.
  후미카가 하는 말은, 아마 정론이겠지.

  적어도, 정론으로 들린다.



  「……후미카, 그 말은, 아이돌이 하면 몰라도……
   아이돌의 책임자인 담당 프로듀서가 그런 소리를 하면, 끝장이야」

  하지만, 마음속으로 그렇게 단호해질 수 있었다면,
  아직까지도 15년 전의 일을 질질 끌지 않았을것이다.



  후미카는 침묵했다. 나는 침묵에 폐가 조이는듯해 숨도 쉴 수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제 편하게 해달라는 심정으로──후미카에게 말을 내던졌다.

  「반대로 묻는데, 후미카는……아이돌이 된 걸, 후회하지 않았어?」

  나의 물음에, 후미카는 미간을 찌뿌렸다.
  마치, 배가 아파 찡그리는 서시의 이마같았다.






  ●

  「당신은, 저에게 물으셨군요. 『아이돌이 된 걸, 후회하지 않았어?』라고」

  후미카의 혀는, 미스테리의 탐정이 추리를 피력 하듯이 무거운 말을 자아냈다.

  재차 『사기사와 후미카는 아이돌이 되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을 들으면,
  이 의문에 끝없이 구애받고있는 내가, 완전히 글러먹은 프로듀서로만 생각되었다.

  적어도, 이것은 프로듀서가 아이돌에게 해도 괜찮은 질문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의문을, 오늘까지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니까, 후미카의 이름을 듣고, 나의 다리는 도쿄에서 나가노로 향했다.



  「프로듀서씨. 저를 바라봐 주세요」

  후미카의 목소리에 시선을 끌어올려졌다.
  후미카가 나를 향해 몸을 내밀고 있는것을 깨달았다.
  고서의 종이에서 풍기는, 희미한 달콤한 냄새가 느껴졌다.



  「15년이나 걸렸지만……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어요. 그 물음의 답을.
   고개를 들고. 앞을 향하고. 당신의 눈을 보고」

  나와 후미카는, 프로듀서와 아이돌이었던 무렵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것을 실감한 일순간, 나의 심장은 나잇값도 못하게 뛰었다.

  「당신을 따라가 아이돌이 된 것에, 단 한점의 후회도 없습니다, 라는 답을」



  내가 지근거리에서 후미카의 눈동자를 응시하자, 후미카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
  내밀고 있던 몸을 다시 뒤로했다. 아무래도 기세로 앞으로 나온 모양이다.



  「……모처럼이니 저도 추억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떤것부터 이야기하면 좋을지 정리는 잘 안되지만……들어주셨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지금도 남 앞에서 말하는게 직업인데, 이런 모습은 부끄럽네요──라며, 후미카는 수줍은듯이 운을 떼었다.

  나는 수긍하며, 후미카가 아이돌이 된지 얼마 안됐던 무렵을 떠올렸다.






  ●

  「이야기가 장황해지겠지만……데뷔 초기부터 이야기를.

   당시의 저는 아이돌을 하는것이 옳은것인가?
   그런 핵심적인 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단지, 활동 그 자체……당신과 함께, 아이돌・사기사와 후미카의 이야기를 자아내는 것,
   그 이야기를 통해 저 자신이 변할 수 있었던 것, 그것들에서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죠.
   고서에 파묻혀, 공상에 세계에서 부감하던 제가, 아이돌이 되서……변화한거에요.

   지금도 스테이제에 서는 제 모습을 꿈에서 보곤해요. 실패도, 성공도.

   그리고, 배우로서는……당신의 프로듀스덕분에 좋은 작품을 만나서,
   15년이 지나서도 사람들이 기억해줄 정도로, 과분한 실적을 남길 수 있었어요.」



  「저는, 그런 자신에게 만족했어요. 만족해 버린거에요.
   제가 배우로 할 수 있게 당신이 동분서주 하는 동안에,
   저는 거기서 안주하고 싶어진거에요.

   저는, 당신의 기대에 응하는것이 어렵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은퇴의 이야기를 꺼냈었죠. 저만의 당신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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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하고나서 한동안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셔서……
   당신이 헤아린 대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었고, 어려운 일도 많았어요.」



  「그래도 저는 저 나름대로 열심히 학문에 정진했었어요.
   아이돌 시대에 지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게 임했어요.

   ……당신과 함께 걷는 이야기를 버려서까지 선택한 길.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제가 만족할 수 없었어요.」



  「……그것도, 잘은 안됐었지만요.

   예능활동으로 다망했던 무렵, 저는 대학을 휴학했었고, 다른 사람들보다 몇년이 늦어졌었죠.
   게다가, 지금 말했듯이……동기가 불순했었으니까.

   문학은, 선인(先人)이 남긴 말──그 뜻을 헤아리는 학문인데.
   저는, 자신의 공명심을 선인의 말로 숨기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몇년 늦게 대학원을 졸업했어요. 그리고, 무슨 일을 해야할지.」



  「요즘 시대에 문학으로 먹고 사는건 상당한 실적이 없는 한 어려워요.
   당연히 저는 그런것이 없어서……저는, 당신 밑에서 벌어둔 돈으로 살아가면서,
   대학에서 희망이 없는 시간강사를 했었어요.」







  ●

  「미래의 전망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 굉장히 불안했어요.

   예능활동을 했었을 무렵에는, 당신이 이끌어 주셔서, 불안도 넘길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은퇴하고 나서는, 당신은 더이상 길을 이끌어주지 않아요.

   그런 나날이 이어지고, 제 마음도 점점 고집스러워져서……

   아시나요.
   당신에게서 떨어진지 몇년이나 지나고, 저도 제법 나이를 먹었는데,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과거의 당신에게 의지하고 있을 뿐이었어요.
   당신을 볼 낯이, 없었어요.」



  후미카의 목소리도 자태도, 내가 여태까지 본 적 없었을 정도로 참혹해서,
  인내력이 사라진 내 눈물샘이, 조금씩 떠들기 시작했다.



  「……웃으셔도 좋아요.
   웃으실 수 없다면, 적어도 꾸짖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신에게 오랫동안 못할 짓을 했으니까……」

  나는 입가를 억지로 벌리기위해, 얼굴에 힘을 주었다.
  필시 우스운 표정이었을 것이다.
  이래서는, 웃는게 아니라 웃기려는것 같았다.







  ●

  「……어라, 후미카, 잠깐만」

  웃는 것을 포기하고 쉼호흡을 한번 하고, 나에게 한 가지 의문이 솟았다.



  「대학에 연락할 때 알았는데, 지금 후미카는 준교수니까 전임이잖아?」

  졸업한 이후로는 연이 없는 대학에 대해 내 지식은 확실하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교수나 준교수는 전임이었을 것이다.



  「자리를 얻고, 연구자로서 길이 생겨서 나를 만날 마음이 생겼다는거야?」

  내 의문을 듣고, 후미카는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도 있지만……그것에 대해서,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

  「준교수 공채에는 저보다 실적이 많은 분도 지원했지만, 채용된건 저였어요.
   그게 이상해서 저는 담당자 분께 채용한 이유를 물어봤었죠.

   그리고, 그 선생님에게서 이런 말씀을 받았어요.



  『선인의 말에서, 그에 담겨진 생각을 이어받아,
   현대인에게 전해준다──그 중개가, 고전문학의 의의입니다.

   그러나 원문 그대로여서는, 현대인에게 선인의 생각이 닿지 않습니다.
   그 갭을 묻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이 제일 뛰어난 것이, 당신이었습니다. 그것이 이유입니다, 사기사와 선생님」



   ……라는 말씀을」


  후미카의 눈에서 힘이 빠졌다. 거기에 이끌려, 나의 뺨도 느슨해졌다.
  이번에는, 경련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전하는 힘.
   행동거지, 목소리와 호흡의 사용법, 시선을 해석하는 방법, 기타 등등……
   저의 그것은, 당신에게 배운게 아니던가요?」






  ●

  「당신에게 배운 것을 살려서, 저 나름의 길을 개척할 수 있었어요.
   제가 당신의 밑에서 보낸 미시로 프로에서의 나날은, 그저 제가 즐거웠을 뿐인 열매없는 꽃이 아니었어요.

   15년이나 지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았어요.
   
   그것이 기뻐서, 당신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정말로 후미카의 말 대로, 내가 후미카에게 아이돌과 배우를 하게 한 것이,
  지금의 후미카의 위치의, 인생의, 주춧돌이 되었다는 말인가.

  그렇게 믿을 수 있으면, 그렇다면 나도 떳떳하다.
  하지만, 왠지 후미카가 나를 신경써줘서 나의 공적을 과장되게 말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나의 내심을 간파했는지, 후미카는 이어서 말했다.

  「대학을 통해서 당신에게서 연락이 오고, 그리고 답신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
   당신이 오실지, 오시지 않을지……그걸 생각하면서 답신을 썼어요.

   어느쪽이든 상관 없었어요.
   오시지 않는다면, 제 자기만족으로 한문장정도 쓰고 끝마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와주셨죠.
   그건 당신이, 아직도 저를, 도쿄에서 나가노까지 오실 정도로, 신경쓰시고 계신다는 것.

   그것은 기뻤어요……하지만, 그 『신경쓴다』라는 것이,
   빚이나 죄책감같은, 아마 그런 감정이었겠죠.
   그것을 안고, 당신은 나가노에 올 것이라고……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선명하게, 급소를 찔렸다.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당하니, 후미카에게는 못이기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후미카의 말이 과장이다……같은 의문을 느끼는것조차 시시하다고 느껴진다.

  아이돌이었을 때는, 내 뒤를 병아리처럼 따라다녔는데.
  어느새 훌륭하게 커서, 나보다 빠르게 과거와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당신에게, 15년간, 하지 못했던 말을, 다시한번……
   당신과 함께 아이돌로서 활동한 것에,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후미카의, 눈매가, 목과 손의 각도가, 한숨이, 표현이, 전해진다.
  배우였던 무렵에 배웠던 기술에, 아마 교단 위에서 한층 더 갈고닦아진 후미카의 태도가, 전해진다.
  후미카가 전하려고 한 마음이, 나에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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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다시한번 물어볼게요.
   프로듀서씨는……저에게 아이돌을 시킨 것을, 후회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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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갑자기 연락해서 죄송합니다. 미시로 프로의 모바P입니다.
  ――얼마전에 들은……그 영화에서, 선전으로 사기사와를 부르고 싶다는 건 말입니다만.

  ――어제, 나가노에 가서, 오랫만에 사기사와와 이야기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거절되었습니다.



  ――안색이 나쁘다고요? 목소리도 안좋아요?

  ――아아, 이건……괜찮습니다. 단순한 숙취니까요.

  ――사기사와와 만나고 옛날 이야기를 하다보니 기분까지 옛날로 돌아가서,
  ――무심코 젊은 무렵의 기세로 마시다보니, 이렇게 됐군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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