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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이오리『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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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7, 2013 12:00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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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활짝 갠 일요일이다 

내리쬐는 햇빛이 플로링을 봄 경치로 물들이고 졸음을 권한다. 

『――――――』 

서양 배우가 영어――프랑스어였던가? 로 뭔가 속삭이고 있었다. 

소파에 머리를 눕히고 곁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엿본다. 

둘이서 영화관까지 가서 봤기 때문에 엔딩까지 알고 있을텐데―――그런데도 이오리는 진지하게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오리「힘내도록 해……」 

그런 말을 하며 주인공을 응원하고 있는 옆모습은 화면에 나오는 여배우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입 밖으로 내면 새빨간 얼굴로 화를 내니까 말하지는 않지만.






가끔 있는 휴일은 이렇게 집에서 한가롭게 보낸다.

상냥한 태양빛을 한손으로 가려 그늘을 만들어 보거나, 

관엽 식물의 잎이 흔들릴 때까지 지긋이 보고 있거나.



이오리「저기, 듣고 있어?」 

P「응?」 

조금 멍하게 있을 때 질문이 날아왔다. 

무슨 이야기인 걸까? 

이오리「그, 그러니까……, 너, 나의 어디가 좋은 거야?」 

P「헤? 뭐, 뭐야. 갑자기」 

이오리「됐으니까 대답해!」 



수줍음을 숨기기 위해 험악한 얼굴을 하는 이오리에게 횡설수설하며 대답한다,

P「으음. 우선은 웃는 얼굴일까. 장난스러운 표정도 좋아하고, 거기에 토라져서 볼을 부풀린 얼굴도 사랑스러워」 

이오리「그, 그래……」 

자신이 물은 주제에 머뭇머뭇 거리면서 몸을 작게 웅크린다. 

그런 모습을 보면 본격적으로 되어버리지 않습니까. 



P「몸은 가는데 마음이 넓은 것도 멋지지. 그리고 같은 샴푸를 쓰고 있는데 왜 그렇게 좋은 향기가 나는 거야?」 

이오리「모, 몰라! 그, 그리고?」 

P「에, 그러니까……」 

아직 많이 있지만 말로 꺼내기가 어려워 우물거려 버렸다.

이오리「뭐야, 그게! 외모뿐이잖아! 그, 그건 그걸로 기쁘긴 한데……. 성격은 전혀 안 된다는 말이야!?」 

P「아니아니아니, 그런 게 아니야」 

꽤나 진심으로 화내고 있습니다. 



달래면서 그녀의 매력을 열거해 가니, 100개나 200개 정도로는 모자라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입에 담는 건 뭔가 몹시 부끄러워서.

이오리를 살짝 끌어안았다. 

이오리「뭐, 뭐야……. 이렇게 한다 해도 얼버무릴 수 없으니 말이야……」 

작은 목소리로 불평하지만, 전혀 싫어하는 기색이 없으니  진심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그런 모습을 소중하게 속마음에 새기고 귓전에서 속삭였다. 



P「사랑해」 

이오리「………………」 

P「좋아하게 된 이유는 너무 많아서 어느 것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건……어째서 좋아하게 됐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지금 나는 이오리가 이렇게도 좋으니까 말이야. ……그걸로는 안 될까?」 


살짝 

가슴에 이마를 대온다. 



P「사랑해」 

몇 번이나 말한 말이지만, 입에 담을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너에게만 말하는 말. 

햇살아래서 살그머니 화해의 키스를 한다.



그 뒤에는 둘이서 영화를 계속 보았다.

소파에 몸을 묻고 어깨를 서로 기대고. 

가슴이 막힐 정도로 손가락을 꽉 걸고.




밤길은 만월 덕분에 매우 밝았다. 

식재료를 담은 비닐 봉투를 한 손에 들고 구두소리를 내면 놀아본다.


친가에서는 요리사들이 해준 탓에, 그녀는 요리가 조금 서툴다.

오늘도 저녁을 먹기 직전이 되어서야「재료가 부족해!」라며 허둥댔기 때문에 사러 나왔다.

벚꽃을 발견하고는 꽃놀이를 생각해 낸다.  

내년에는 밤에 꽃놀이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잠깐 생각하지만 곧 머리를 흔들어 기억에서 지운다. 

본인은「아니야!」라고 우기지만 비교적 겁쟁이기도 하다. 

그런 것도 사랑스럽지만.



쿡쿡 웃으며 맨션을 올려다보니 방에서 부드러운 불빛이 흘러나온다.

자연히 걸음이 빨라지며 귀가를 서둘렀다.



P「다녀왔습니다」 

비닐봉투 소리를 내며 부엌을 가니, 

이오리「……어, 어서 와」 

눈물 자국이. 



지기 싫어하고 강한 척 하는 이오리. 

그렇기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빌고 있었는데.



심장이 꾸욱하고 아팠다. 

눈물을 흘린 이유조차 몰라 가슴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보며 이오리는 눈가를 살짝 닦는다. 

이오리「왜 그러는 거야?」 

그렇게 평소의 완고함으로 얼버무리려고 한다. 



P「응……」 

결코 나약한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반대로 더욱 걱정이 된다.



언제나 이오리만을 보고 있을 작정이었다. 

사소한 변화도 놓치지 않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매일 하루하루가 큰일이고 싫은 일도 있지만, 『정신 차리도록 해!』라는 이오리의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노력하자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오리를 위해 살자고, 무슨 일이 있어도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P「미안……」 

비닐 봉투가 바닥에 떨어지고 계란이 깨졌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꽉 껴안아 떨어지지 않도록. 

이오리「뭐, 뭐야. 왜 그러는 거야?」 

P「………………」 



꼬옥 하고. 

괴롭지 않게, 외롭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사람도 거리도 모두 변해가지만.

그래도 건방진 너인 그대로 곁에 있어 줬으면 하니까.

그런 이기적인 마음으로 끌어안았다. 




이오리「바보 아냐!?」 

P「아하하……」 

탁탁 두드리는 도마 위에는 썰어놓은 양파가. 

쓴웃음으로 얼버무릴 수는 없는 걸까. 

이오리「정말……, 지레 짐작 해서는……내가 더 부끄러워」 

귀가 조금 빨갛게 되어있다. 

P「미안해」 

다시 한 번 더 사과하고, 다시 한 번 더 끌어안았다. 

사랑이 전해지도록, 마음이 전해지도록. 

상냥하게, 강하게. 

이오리「바보……」 

『바보』라는 말도, 이오리가 수줍어하며 입에 담으면 다른 의미가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 작고 작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를 독점하고 싶어서. 

P「영원히, 영원히 사랑해. 누구보다도」 

다시 한 번 말해본다. 

몇 번이나 말한 말이지만, 입에 담을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오리에게만 하는 말.


이오리「나도……, 아니. 내가 더 사랑……해. 바보……」 

작은 목소리로 말해줬다. 

몇 번이나 들은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에게만 해주는 말. 


오늘은 일요일. 

평상시와 아무런 변화가 없는 두 사람의 일요일이다.




끝.


출처 - http://ssstoria.com/archives/117283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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