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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 P 「브레지어 보인다」(4)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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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1, 2017 21:23에 작성됨.

모바 P 「브레지어 보인다」(4)


  09:캣워크・크로니클



  「냐아」

  사치코를 보낸 후, 미쿠는 한번 울었다.
  쓸쓸한듯이, 슬픈듯이, 허무하게.


  ――그 아이는, 아마, 눈치챘다.


  평소의 거만한 태도와는 반대로, 사치코는 머리회전이 빠르다.
  자신답지 않게 본심을 보여버렸다.
  사치코라면 그것만으로 눈치챘어도 이상할것은 없다.
  그렇지만 사치코는, 함부로 사람의 품에 들어가려하지 않는다.
  미쿠와 같이, 막연히 남의 마음에 비집고 들어가지 않는것이다.

  ――그래.

  미쿠는 그렇게 살아왔다.
  발을 디디지 않는다. 들어가지 않는다. 위험한 것은 피한다.
  눈에 보이는 폭탄은, 미쿠는 절대로 밟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의 마음 속에 있어도.


  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
  이것은, 결국 도망에 불과한 것이다.








  번부 받아 들이고 앞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한 치에리와 마유.
  단호하게 결착을 내러 간 사치코.


  ――그들에 비해 자신은 얼마나 약한지


  그 선택을 원한것은 아니지만.
  실연과 그에 따른 괴로움, 슬픔. 그 간결한 해결법.


  그것은, 사무소를 그만두는 것.


  간단한 일이다. 두 사람의 화목한 모습을 보는게 괴롭다면, 아예 안보면 된다.
  미쿠는, 결코 그것을 추천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사무소 사람들을 모두 정말 좋아했고, 가능하면 함께하고 싶었으니까.
  그렇지만, 누군가가 그런 길을 선택할 때, 막을 생각은 없었다.
  동시에, 누군가가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을지, 누군가가 사무소에서 나가지 않을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그렇지 않았다.

  모두, 모두, 미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소녀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미쿠는――



  누가 가장 깊게 그 남자를 사랑했는가.

  비교해봤자 아무 의미 없는 치졸한 행위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미쿠는.



  자신이야말로 그를 가장 좋아했다고, 사랑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아마 그 남자와 치히로조차도, 눈치채지 못했을것이다. 기색의 은폐는 완벽했다.
  살짝 본심을 드러내버렸지만, 그걸 눈치챈 사치코는 지금 따로 할 일이 있었고, 나머지는 다들 자고있다.
  누구도 고양이의 꼬리는 잡을 수 없다.



  소녀들은 미쿠와 마찬가지로 남자를 연모했지만, 그 마음은 각각이 다르다.


  치에리는, 막연히 그를 좋아했다.
  확실히 그것도 『사랑』이었지만, 그것은 지극히 순도가 높은, 신선한 연정이었다. 그녀의 소극성이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작용됐다.
  ――어느 쪽이든, 상처는 얕다.
  그러나, 그것을 빼고 생각해도 그녀의 회복은 빨랐다.



  사치코는, 그녀를 긍정해주었기에 그를 사랑했다.
  어떤 의미로는 거울이었던 것이다. 자신을 귀엽다고 해주는 남자를 좋아했다.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기에, 나르시즘. 물론 그것뿐은 아니지만, 스타트는 거기였다.
  ――그러니까, 그녀는 그것을 끊으러 간 것이다.



  마유는, 끈적하고 깊은 사랑이었다.
  천칭이 있었다고 하자. 마유는 그 한쪽에 사랑을 전력으로 거듭할 수 있는 여자였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그가 있으면 그걸로 만족. 아이돌을 버린다해도, 그가 있다면 그걸로 좋다. 그런 필사적인 사랑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유는 틈을 만들어 버렸다.


  사무소에서 함께 웃으며, 절차탁마하며, 사랑하는 소녀로서만이 아닌, 빛나는 아이돌로서 보낸 나날에, 마유은 명백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만약, 그가 마유에게 사랑을 속삭였다면,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아이돌을 버렸을것이다.
  그렇지만, 내심에 『응어리』가 생긴다. 그 정도로 그녀는 확실히 변했다.
  그러니까, 남자를 사랑한다, 라는 천칭의 한쪽이 없어져도, 그 응어리가, 『아이돌』이 그녀에게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 동료의 존재가, 마유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유는 자포자기하지도, 잘못된 선택을 고르지도 않았다.
  동료・라이벌・친구. 함께 톱을 노리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미쿠는,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마유와 같은 사랑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돌이나 동료와의 양호한 관계를 버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둘 중 하나를 버리지 않고, 둘 다 갖는다. 전부 갖는다.
  그녀는 그것을 이룰 각오도, 두뇌도, 포텐셜도, 그 전부를 지니고 있었다.
  천성의 경이적인 포지셔닝. 그것이, 그것이, 그것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에.
  최후에 필요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남자에게 선택된다』, 그 하나가 미쿠의 손에서 흘러떨어졌기 때문에.
  미쿠는, 깊고, 깊은, 질척질척한 수렁에 다리를 빠뜨린것이다


  「고양이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아」


  한번, 그렇게 중얼인다.
  그녀에게 남겨진, 유일한 자위 수단.
  그렇지 않았다. 괴로운 과거는 전혀 없었다.
  이걸로 됐다. 그래야만 한다.
  잊자, 잊어버려야, 한다.
  과거는 잊고, 그러나, 그렇지만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두운 늪은 그녀의 발밑에 깔려있었다.
  수렁. 그렇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곳에 있는 이상, 그녀는 춤출 수 있다. 춤추는것이 가능했다.
  우물쭈물하다가 수렁을 누군가에게 보인다면, 그것은 더이상 마에카와 미쿠가 아니다.


  ――자신은, 굽히지 않는다.


  이것이, 그녀다. 그렇게 결심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미쿠는 그렇게 했다.
  춤출 수 있으니까, 계속 춤춘다. 슬픔 속에서. 괴로움을 향하여.



  마음만 먹었다면 마쿠는 얼마든지 남자와 치히로의 사이를 방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포지셔닝은, 고양이같은 가볍고 표표한 인간관계 능력을 이용하면, 두 사람의 관계를 부수는건 불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 미쿠가 본, 그 남자와 치히로가 껴안고 있었던, 그 때.
  그 찰나만에, 미쿠는 깨달았다. 알아버린 것이다.

  『이 둘의 정은 찢으면 안된다』는 것을

  이전부터 수상한 관계라고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그러니까, 그 시점에서는 아직 미쿠는 포기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서로를 껴안는 두 사람의, 그 표정. 그들에게서 흘러넘치는 행복한 분위기.
  그 정도의 관계였던 것이다, 그들은.
  망가뜨리는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다. 미쿠라면.
  하지만 그것을 해 버리면, 사무소가 이상해진다. 미쿠가 좋아하는, CG프로덕션이 위험해진다.

  ――그것도 싫었다.

  미쿠가 할 수 있던 것은, 그저 기도 뿐이었다.
  가능한 원만하게,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사랑이 저물고, 좋은 동료로만 남기를.
  그것만이, 미쿠가 아무것도 부수지 않고 남자를 차지할, 단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것만 달성된다면, 그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돌은 어떻게든 된다.

  예를 들어, 치에리나 사치코. 이 둘이라면 회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유. 어렵겠지만, 못할건,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두 사람의 관계가 식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낳은 것은, 모든것을 끝내는 축복의 종이었다.


  ――치히로의 회임.

  그 때 미쿠는 남자를 포기했다.
  도저히 무리다.
  한 때 치히로와 그 남자가 삐걱였을 때 미쿠는 재빠르게 남자와 치히로가 숨기고 있던 마음을 눈치챘었다. 만약 그 때 눈치채지 못했다면 이 사무소는 끝났을것이다.
  조금씩 쌓이는 불안이 두 사람을 찢었을것이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미쿠는 치히로에게 진실을 전하고 관계를 수복시켰다.
  적어도, 이 둘을 따뜻하게 지켜보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미쿠는 알콜이 들은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이걸로 치에리나 마유처럼 전부 드러내버리면, 어쩌면 편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할 수 없다.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이미, 마에카와 미쿠가 아니다.
  자신은 자유로운 고양이. 혹은 밸런서.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아닌, 것이다.

  「……쓰다」

  입안 가득 퍼지는 쓴 맛에 약간 얼굴을 찌뿌리는 미쿠.
  그러나 역시, 취할것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 대신.
  미쿠의 뺨을, 두 줄기의 눈물이 덧썼다.


  「어, 어라?」

  자기 자신도 놀랄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눈물에 미쿠는 낭패했다.
  순간적으로, 여태까지처럼 신념으로 눈물을 막으려 했지만,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 어째서……」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뚝뚝, 그저 혼자 낙루하는 소녀.
  입에서 물음이 나오지만, 그렇지만 미쿠는 알고있었다.



  자신만이, 여전히 약하다는 것을.








  리더인 소녀는, 변함없이 평소의 그녀였다.
  언제나 졸려보이는 소녀는, 그럼에도 모두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 남녀는, 서로를 요구했고,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회임을 했다.
  마음이 약한 소녀는,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자력으로 일어서서, 빛나는 세계에 오르기 시작했다.
  남자에게 깊은 사랑을 안고 있던 소녀는, 그렇지만 미래를 그 남자가 아닌, 자신을 위해 쓰기로 결심했다.
  나르시즘으로 흘러넘치는 소녀는, 그저 정정당당하고 곧게──결과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마음을 전하러 갔다.


  그럼, 나는?
  나는 언제까지 멈춰있으면 되는거야?
  언제까지, 『표표한 마에카와 미쿠』로 있으면 되는거야?

  흐르는 눈물은, 그녀의 괴로운 마음이 발한 위험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으, 큭……흑, 으, 읏……」

  아무리 그녀의 포지셔닝이 능숙하다해도.
  마음의 수렁에서, 아직도 춤출 수 있는 정신을 지니고 있다해도.
  그렇지만, 미쿠는 15살의 소녀였다.
  실연에 오열하고, 멈춰버린 자신에게 절망하는, 평범한 소녀인것이다.

  여기가, 미쿠의 분수령이었다.

  만약 여기서, 그녀가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면.
  내일의 미쿠는 평소의 미쿠일것이며.
  그 다음날의 미쿠도, 평소의 미쿠일것이다.
  ――오늘의 눈물을 흘린 미쿠는, 여기서 죽는다.
  이 시점에서, 누군가가 미쿠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면, 이제야 약함을 드러낸 미쿠는, 이곳에서 죽는다.
  그렇게 또, 지극히 평소의 미쿠가, 또 표표하게 냥냥 울것이다──마음속에서는 깊은 슬픔을 안고있는 채.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사치코가 아닌, 하필이면 가장 약함을 보여서는 안되는 『그녀』의 간격에서, 미쿠는 꼬리를 흔들어 버린것이다.
  이 거리는, 그녀의 거리다.
  영거리, 잡힌다.


  「미쿠쨩」
  「!」

  얼굴을 숙이고 목소리를 누르며 우는 미쿠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어느새, 미쿠의 바로 옆에 우즈키가 와있었다.









  「에……」

  미쿠는 경악했다.
  우즈키는 확실히 자고있었고, 그녀를 깨울만큼 큰 소리를 내지도 않았었다.
  ――거기서 미쿠는 번뜩였다.
  사치코가, 입구 부근에서 다리를 움직인것이 떠오른 것이다.
  그것은, 여기서 자고있는 우즈키를 깨우기 위한――


  「이리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우즈키가 팔을 크게 넓혔다.
  상냥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얼마전 미쿠가 거절한, 그 때처럼.

  「내가, 전부 받아 줄게」

  그러나 지금의 미쿠는 그것을 거절할 힘이 없었다.
  마치 등불에 끌려가는 나방처럼, 빛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미쿠.
  그리고, 푹, 우즈키의 가슴에 미쿠가 뛰어들었다.




  미쿠는, 누군가의 폭발점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의 본질이며, 특기이며, 저주이기도 했다.
  타인 만이 아닌, 자신을 폭발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니까.

  그러니까, 우즈키가 그것을 밟아버렸다.

  미쿠 본인도 들어가지 못한 지뢰밭에, 우즈키는 뛰어들어간 것이다.
  그것을, 모든 업을 받아줄 수 있는 자가 바로, 시마무라 우즈키였다.
  우즈키는 가슴에 얼굴을 묻은 미쿠를 강하게 껴안고, 그리고, 말했다.

  「……힘냈구나」

  이미, 미쿠는 한계였다.

  「으,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꾹 참고있던 눈물이.
  잊어버리려 했던 슬픔이.
  보여주기 싫었던 약함이.

  지금 여기서, 폭발했다.


  그에 대한 사랑을 끝없이 애태우고 있었다.
  혼자서, 이 가혹한 세계에서 살아 온 자신을 찾아준, 그 사람.
  입장의 문제도. 연령의 차이도. 자신이, 연애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전부 알고있었지만, 그럼에도 미쿠는.
  그와 같을 정도로, 미쿠는 지금 있는 곳도 정말 좋아했다.
  꿈인 아이돌. 함께하는 동료. 그것도 역시 사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왜! 왜! 아, 아아아악!」

  원했다. 그 전부를, 손에 넣고 싶었다.
  하나도 흘리지 않고, 그 전부를 손에 넣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재기로 넘치는 인간이었어도.
  결국, 아직 어린 소녀. 그것은, 단순히 덧없는 공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좋아했어……정말, 정말로……미쿠는, 쭉!」


  결말은, 이거다.
  사랑한 남자를 얻지 못했다.
  억지로 뺏으려하면 세계가 망가진다.
  사랑했던 흔적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혼자를 고집하는 것은, 별로 자신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약한 자신뿐.
  앞을 향하는 동료의 등을 바라보며 자신은 수렁속에서 혼자.
  게다가, 그 진흙속에서도 그녀는 춤을 멈출 수 없다.

  이것이, 그 말로였다.
  모든것을 얻지 못하고, 모든것을 참으려 한, 어리석은 말로.









  그러나.

  「응, 응……미안해,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힘들었지……」
  「흑, 흐윽……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받아 들여 주는 친구가, 그녀의 곁에 있었다.
  슬픔을. 숨기고 있던 마음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보여주지 않은, 보여줄 수 없는 마음의 폭탄을, 미쿠를 대신해서 폭발시킨 사무소의 리더가 곁에 있었다.


  「응, 응, 훌쩍, 아, 하하하, 왜일까, 나도, 눈물이 나……으으」


  시마무라 우즈키.
  그녀는, 극히 평범한 감성의 소유자이다.
  우즈키는 실연의 고통을 모른다.
  멈춰선채로, 따라가지 못한 괴로움도, 아마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슬픔을. 운다, 는 원초적 충동을.
  그녀는 충분히 공감했다.

  평범하게. 평범하게, 위로한다. 평범하게, 마음을 맞춘다.
  구한다, 같은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오만하지도 않다.
  그저, 함께 느끼고, 함께 슬퍼하고, 친구와 운다.








  미쿠에게 필요했던것은 이것이었다.
  미쿠도 마음 속의 어둠에서 빠져나가는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긍지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프라이드이며, 삶이었다.

  긍지는, 중요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방해이기도 하다.
  있다고 좋은게 아니다.
  없다고 좋은것도 아니다.

  가지느냐 버리느냐.
  어느 쪽을 고르는것이 정답인가, 그 해답은 아무도 모른다.

  미쿠는.
  마에카와 미쿠는.


  「우즈키쨩, 미안, 조금, 조금만 더……이대로……흑……」
  「응, 응……더, 흑……훌쩍……더 울어……응?」


  이 장소에서, 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약함을 보이며, 그녀답지 않게, 울부짖고, 토해내며.
  그럼에도, 내일을, 미래를, 동료들고 함께 가기로, 그렇게 결심한 것이다.




  「흑,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쨩 바보! 바오오오오오!」




  젖은 눈동자와 난폭한 목소리로 사랑한 남자의 이름을 외치는 한 사람의 소녀.
  거기에 평소의 그녀는 없다.
  그럼에도 미쿠는.
  그럼에도 미래는.
  빛나고 있었다.











  10:비온 뒤의 미래





  시간은 심야. 하늘에 별은 없다.
  회색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하계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래서……」

  가로등으로 빛나는 공원 일각에서, 남자가 중얼였다.
  조용한, 그렇지만 딱딱한, 금속처럼 차가운 목소리였다.

  「무슨 생각이야, 사치코……이런 시간에. 이런 곳에서」
  「뭐, 긴장하지 마세요, 프로듀서씨」


  약간 질책하는 남자의 말을 사치코는 가볍게 받아넘긴다.
  빙긋 미소를 향하며, 그저 조용히 있었다.

  「너, 여자애가 이런 늦은시간에 나오다니────」

  그것은 남자의 본심의 걱정이었다.
  있었지만, 남자의 내심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무소를 흔든, 그 사건.
  오늘 밤, 그녀가 자신을 부른 이유에는 틀림없이 그것과 관계가 있다.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녀의 입에서 좋지않은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닐지 두려워하고 있었다.

  남자는, 사무소의 아이돌 일부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안고 있었는지 알고있었다.
  알고 있었으면서, 동료 여성에게 사랑을 안았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렇기에, 그와 치히로는 비밀로 교제했던것이다.


  ――좀 더, 그녀들이 경험을 쌓고, 나이를 거듭하여 자신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을 만날 때가 틀림없이 온다. 그때까지. 그때까지는――








  그것은, 아이돌을 염려하는 마음이었으며, 동시에 도망이기도 했다.
  그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빌 수밖에 없는 무력한 인간이었던것이다.

 
  그러나, 남녀간의 사랑이, 그것을 망가뜨렸다.
  서로를 강하게 생각했지만, 너무나 어리석은 선택을 해버렸다.
  물론, 그것을 부정할 마음은 전혀 없다.
  사랑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새로운 생명은, 그에게는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선택은 어리석었다. 그렇지만, 그의 대답은 어리석지 않았다.

  그렇지만, 또, 동시에.
  그는, 아이돌을 사랑하고 있었다. 우애로서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고 있었다.
  만약 길을 달리해서, 예를들어 이적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는 그것을 인정할것이다.
  미래의 선택권은, 언제나 본인에게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것이, 하필이면, 어떤 의미로 치정이 원인이라면, 치히로와 자신의 『사랑』이 원인이라면, 그것은 너무나 허무하고 안타깝다.

  그는, 그저 두려워하고 있었다.
  친애(親愛)가 우애(友愛)를 버리게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그렇지만.


  「잔소리는 나중에 들을게요……그것보다」

  사치코는, 남자의 심경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일. 그런 일인것이다. 지금의 사치코에게는.







  사치코는, 미쿠처럼 가벼운 스텝을 밟고.
  우즈키처럼 곧게 나아가.
  치에리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꽃이 핀 화단 앞에 서서.
  마유처럼, 늠름하게 자세를 잡고.
  코즈에처럼, 순수하게, 무구하게 웃었다.


  빙글, 그대로 일회전.
  가로등 불빛뿐인, 어두운 곳에서.
  사치코가, 사치코만이, 이 장소에서, 가장 특출나게 빛나고 있었다.

  「……」

  남자는, 숨을 삼켰다.
  그것은, 마치 속세에서 떨어진듯한 광경이었다.
  지금의 사치코는, 완전하고 무결했다.

  그가 요구한, 아이돌의 정상이 이곳에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프로듀서씨」
  「……」

  사치코가 남자에게 말을 건다. 이제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사치코만을 보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사치코가 입을 열었다.



  「저, 귀엽죠?」
  「……그래」



  남자도, 있는 그대로, 그저 마음에 떠오른 충동에 맡긴 채, 입을 열었다.


  「사치코는, 귀여워」


  사치코는, 빙긋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제, 두려워 할 것은 없다. 남은건 그저 끝을 낼 뿐이다.



  자, 결착의 시간이다.














  「당신을, 좋아했어요」
  「미안」
















  ――순식간이었다.


  남자는 결심하고 있었다. 이것에 관해서는, 더이상 아무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남자는 치히로를 사랑한다. 그 외의 남녀간의 사랑은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렇게 대답하겠다고, 그는 결심했다. 그래서, 말했다.


  한편, 사치코는


  「만약……치히로씨를 울리거나 슬프게 하면 그냥으로는 안끝날거에요」
  「……아아, 당연하지……!」

  사치코는, 상쾌한 표정으로, 온화하게 웃었다.
  이걸로 끝. 이걸로 종막. 남은것은 내일을 맞이할 뿐.

  (이걸로, 이걸로 됐어)

  그래 이걸로 됐다.
  사치코는 귀엽다. 귀여운 것이다.
  그것은 전세계적으로 봐도, 우주적으로 봐도, 은하적 규모에서도 그렇다.
  ――물론, 남자가 봐도, 귀여운 것이다.

  그러니까, 이걸로 됐다.
  자신이 귀엽다는 절대보편적인 사실과 자신이 그에게 선택되지 못했다는, 잔혹한 사실.
  이것은 별개다.
  자신은 귀엽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것 뿐. 그것 뿐.

  천지가 뒤집혀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든, 그저, 가차없이



  ――나는 귀엽다.



  그것만 증명 할 수 있으면, 나머지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결국, 사치코는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눈물이 나올 뻔한 건, 몇번이나 있었다.
  사랑이 깨지는것이 확정되고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울뻔했다.
  예를 들면, 그가 사치코에 이야기를 했을 때.
  예를 들면, 그와 치히로가 행복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예를 들면, 문득, 꿈에 그가 나왔을 때.
  참을 수 없을정도로 슬프고, 안타깝고.
  가슴이 찌르르 아파서, 전부 내던지고 싶어지고.
  울고 싶을정도로 갈등하고.
  그것은 확실히 있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사치코는 울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귀엽게 울 수 없으니까. 그것뿐이다.
  우는것이 귀엽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귀엽게 우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울지 않는다.
  아마,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눈물을 흘리고,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울부짖는, 그렇게 울음이 될것이다. 사치코는 그런 예감을 느꼈다.
  그것이 나쁘다는건 아니다. 하지만, 사치코는 자신이 그것을 하는 것은, 그녀의 긍지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치코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언젠가, 몇 년 후쯤의 미래에.
  지금의 안타까운 심정을 떠올리며, 조용히, 귀엽게 울자.
  사치코는, 그렇게, 결심했다


  그래서, 일까


  「아……」
  「비가……」









  두꺼워진 구름에서, 둑이 무너진듯이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
  마치, 울지 않는 사치코 대신에 울어주는듯이, 슬픔도, 괴로움도, 안고있던 부의 감정 전부를 흘려보내주는, 강하고, 무겁고, 상냥한 비였다.
  이것은, 신이 울어준것이다. 사치코는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사치코는 귀여우니까. 그 귀여운 자신이 귀엽게 차인것이다. 그렇다면 신도 눈물을 흘리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우는거 아닌가요……)
  「야, 사치코, 비 피하자! 감기걸리겠다!」

  비는 기세좋게, 소나기처럼 주룩주룩 쏟아내렸다.
  남자가 당황하며 사치코를 재촉하며 두 사람은 정자 안에 들어갔다.
  갑작스런 호우에, 그녀는 물에 젖은 쥐꼴이었다.


  (이런건……부슬비같이 좀 더 부드럽게 내려주지……)

  내심, 투덜거리는 사치코.
  뭐, 이것도 신이 사치코가 물에 젖은 모습을 보고싶어서 그런거겠지.

  (물에 젖은 귀여운 나!)

  일단 사치코는 하늘을 향해 의기양양한 얼굴을 날렸다.
  신에게 주는 대출혈 서비스다. 이거면 전능한 누군가도 만족하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거기서, 문득 시선을 느낀 사치코가 옆에 있는 남자를 보자, 그는 사치코를 내려다 보며,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사치코──」



  그 때, 사치코는 깨달았다.
  비. 젖은 옷. 남자의 시선. 섬세함이라곤 쥐뿔도 없는 남자.
  사치코는 주먹을 꾸욱 쥐었다.
  남자가 무슨 말을 할지 헤아렸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완전히 박살내는, 그런 말.
  어쩌면 분위기를 풀어주려는 그 나름의 농담일지도 모르지만, 그걸 빼도 지나치다.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그다웠기에.
  그녀는 생긋 웃으며, 그렇지만, 팔꿈치를 당겨 주먹을 그의 복부에 조준했다.



  「너──」



  시간은 어둠. 하늘은 비.
  그렇지만 미래는 눈부셔서――
  소녀의 주먹이 둔탁하게 빛났다.



  End




188: 2014/04/28(월) 18:42:08. 49 ID:S3TlNWjd0


  스레 타이틀 회수 완료.
  이걸로 끝.
  수고. 

 


길.. 었.. 다...
평소에 이정도 장편이면 분할해서 하지만, 마지막 부분을 읽고 스크롤 촥촥 올려서 글 중간에 완전히 잊어버린 제목을 확인하는 기분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서 한번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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