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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오후에 타치바나 아리스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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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6, 2017 16:31에 작성됨.


2월 오후에 타치바나 아리스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하여


 모바마스 ss입니다
 지문있음, 비축있음.
 어느 유명한 작가의 팬이라서, 그의 문체를 모사하다가 이것이 태어났습니다.
 퀄리티가 부족할지도 모릅니다만, 즐겨주십시오.




 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누군가에게 바치는것도 아니다.



 27살이던 내가 32살이 됐을 무렵, 12살이던 그녀도 17살이 됐다.
 그 5년 동안에 드라마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사건이 여러번 있었던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겠다.
 드라마란 완결된 것을 의미하는 칭호와 마찬가지니까.
 나와 그녀가 어떤 형태로든, 그 관계성이 끝나지 않는 이상, 라벨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를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을 말하자면, 그 고결한 마음일까.
 겨울의 황혼에 울려퍼지는 코넷같이, 그녀는 맑은 아이돌이었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귀여움이 있었으며, 총명함이 있었으며, 올바름이 있었다.
 내 주관에 불과한 말보다, 실제로 그녀를 보는게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타치바나 아리스.
 그녀의 이름이 지닌 울림에, 엄청난 반짝임을 느꼈다.



 논의가 일단락 났을 때는, 다음날 오전 9시쯤이었다.
 전날 오후 8시에 일을 끝냈었으니, 단순 계산 만으로도 반나절 이상 떠든 셈이다.
 집중력과 그 지속력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던 나였지만, 역시 이건 힘들었다.
 건설적인 논의를, 그것도 안개속에서 트래킹하듯이 느려터진 속도로.
 그렇게, 새로운 라이브 안에 대해 우리는 밤을 새워 회의를 했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덕분에, 요즘세상에는 자신의 책상에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라는 범위는, 프로덕션 내외에서 결성된 아이돌 유닛의 프로듀서진을 가리킨다.
 유닛 자체는 5년 전에 결성한거지만, 현재는 활동하지 않는다.
 그 프로젝트의 이름은, 크로네라고 한다.

 인간에게 휴면이 필요하듯이, 프로젝트에도 휴면이 필요하다.
 그것을 깨워서, 한번 더 라이브를 개최하고자하는 마음이, 우리들에게 남아있었다.
 지금이야말로 타이밍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결성된 유닛은 활동을 휴지한지 3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인기가 굳건했고, 과거에 판매한 앨범의 매출에도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뭔가 결정적인 면에서, 세련됨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연출이 부족한건 아니다, 하지만 표현의 깊이가 얕았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의 심상을 그대로 비추어 반사하는, 단순하고 순수한 반짝임이 부족했던걸지도 모른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심취할 수 있을정도로 납득가지는 않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다시 크로네가 활동하는것에 의미가 있다고, 그 타이밍이 찾아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건은 그야말로, 비오는 날 오후에 듣는 윈튼・켈리의 피아노처럼, 흔들릴 여지도 없는 확신이었다.
 그 확신을 담보로, 우리는 틈틈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를 끄고,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샤워실로 향했다.
 뜨거운 물을, 달아오른 몸에 퍼붓는다. 물기 이상의 무언가가 올라오는것을, 나는 느꼈다.

 몸 전체에 달라붙은 먼지같은 피로감을 어느정도 닦아내자, 이윽고 참을 수 없는 공복이 나의 사고를, 로마 기병처럼 착실하게 점유해갔다..
 마지막으로 뱃속에 넣은 건, 어제 밤에 테이크 아웃해간 블랙올리브 페퍼로니 피자였다.
 사무소에 비치된 냉장고를, 뭔가 괜찮은게 있기를 빌며 열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드링크 홀더에 에너지 드링크가 몇개와 날계란이 3개만이 흥이 깨진 앙상블처럼 놓여져있을 뿐이었다.
 소망이 있을 때보다, 그 소망이 완전히 끝장난 상황에 무언가를 빌 때가 많은것 같다.
 일단, 계란을 볶아서 뱃속에 넣자, 간에 기별정도는 갔다.

 인간의 구조는 생각보다 정직한지, 이번에는 수마가 내 몸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내 귓가에, 마치 비밀 이야기를 하듯이, 수마가 몇마디를 속삭인다.
 어차피 오늘은 토요일이니 아무도 오지 않을것이다. 그러니까 한숨 자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몸 전체의 근섬유가 풀려버렸는지,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맡기자, 마치 실크제 이불을 덮은듯이 의식이 온화하게 희미해졌다.



 대체로의 경우, 나는 잠에서 깰 때, 잠물결같은 부드러운 부상감을 느낀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3시간쯤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고 일어난 몸은 제법 가벼웠다.
 사람의 기색이 느껴져 주변을 둘러보자 가죽소파에 그녀가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페이퍼백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이다.
 왜 이런 날에 사무소에 온 걸까. 이렇게 조용하고, 바흐의 샤콘느같은에 어울릴 날에.

 「아리스」

 놀래키지 않게끔, 조용히 말을 걸었다.

 17살의 그녀는, 앉은채로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 다시 시선을 페이퍼백으로 되돌린다.
 나는 일어서 경추의 관절을 두번정도 쭈욱 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토요일 오후임에도 그녀는 스프라이프 스웨터에 짙은 감색의 플리츠 스커트를 맵시있게 입고있었다.
 일주일 중에서 토요일 오후 이상으로 릴렉스할 수 잇는 순간은 없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그녀에게서는 조금도 이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그녀의 매력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흔치 않은 고상함



 「타치바나에요」

 나에게 눈도 돌리지 않고, 짧은 말만이 돌아온다.
 그녀는 별로 친하지 않은 인간이 이름을 부르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럴때마다 언제나 방금 전처럼 대답한다. 마치 그것이 규칙인듯이.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와 그녀가 친하지 않다는건 또 아니다.
 이래뵈도, 이건 그녀 나름대로의 농담인것이다.

 「그럼, 타치바나」

 「아리스에요」

 우리들간의 상투적인 응수를 끝내고, 나와 그녀는 작게 웃었다.
 나와 그녀의 관계는, 상당히 드라이하게 보이기 쉽지만, 딱히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창에서 비쳐오는 태양빛은 따뜻하고, 시간의 흐름도 완만했다. 수면부족인 몸도, 평소처럼 상태가 좋았다.
 어깨 관절을 교대로 돌리면서, 나는 다시 자신의 책상에 앉았다.

 2월 오후에, 나와 그녀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토요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녀가 던진 간결한 퀘스쳔은, 언외로 내가 왜 휴일인데 사무소에서 자고 있었냐는, 또 하나의 의문을 내포하고 있었다.
 내 행동이지만, 눈치가 나쁜 척을 하며 질문을 얼버무리는건 다소 악취미라고 생각한다..
 조금 두꺼운 책을 닫고, 그녀가 나를 다시 바라본다.

 「뭐하고 계셨나요, 프로듀서」

 「아리스야말로, 왜 휴일인데 여기 왔어?」

 「조용히 독서할 수 있는 장소로서 이곳을 자주 활용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허가증이란듯이 페이퍼 백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신경써서 꾸미고는?」

 「이 다음에 쇼핑하러 갈 예정이라서」

 「원하는건 찾았니?」

 「페리시테에서 새로나온 푸딩을 샀어요」

 페리시테란 이곳에서 도보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양과자점이며,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가게이기도 하다.
 나는 그녀가 페리시테로 향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따뜻한 햇살 안을, 홀로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어찌 된 영문인지, 나의 상상의 세계에 등장하는 그녀는, 언제나 뒷모습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향해 돌아보면, 그 얼굴에는 평소의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아마 나와 접할 때만 띄우는, 플랫한 표정.
 기분의 좋고 나쁨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그 표정은, 마음을 놓고 있는 순간에 띄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프로듀서는, 일인가요?」

 「아니, 친구랑 이야기좀 했어」

 거짓말은 아니다. 그들과는 실제로 프라이빗에서도 교우를 가질 정도로 친하다.

 「사무소에서?」

 「사무소에서」

 「설마, 밤새?」

 「상정이상으로 논의가 길어져서」

 「왜 집에 가지 않으신건가요?」

 「정신차리고보니 막차시간이 지나있있거든」

 이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논의하던 와중에, 일자가 멋대로 도망쳤다. 사무소에서 묵을 생각은 정말로 없었다.
 그녀는, 기막힌듯한 표정인 채였다.
 그녀에게 내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있다.

 「그 이야기는, 일과 관계있는 건가요?」

 「아리스는 나를 심문하는거니?」

 「……싫으시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어요.」

 「맞아」라고 나는 대답한다.

 「혹은,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어」



 「여행 계획?」

 「아리스도 그러지?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면」

 내가 그렇게 묻자, 조금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은 후, 그녀는 진지하게 수긍했다.

 「그건 뭐, 그렇네요」

 「하지만 그렇게 들으니, 일이라도 왠지 즐거워보이네요」라고 그녀는 가볍게 미소지으면서 덧붙였다.


 맞다. 이 일은 정말 즐겁다.
 일인 이상, 우리에게는 책임이 짊어지어진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자신의 일이며, 동시의 담당 아이돌의 일이기도 하다.
 거기에 이번은 프로젝트의 일이기도 하다. 겹겹히 쌓인 책임은 끊임없이 뒤따라온다.

 그렇지만 나에게 아이돌의 프로듀스라는 것은 일보다는 오락이, 뉘앙스로서 가깝다. 오락이라기보다 가사일이라고 부르는것이 더욱 가깝다.
 즉 나의 생활을 위해 꼭 해야만하는 존재이지만, 그것은 그다지 무거운 짐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요즘들어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일에 대해 이런 자세로 무리없이 임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생각 이상으로 희귀하고 행복한 걸지도 모른다.

 「응」

 「적어도 나는,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럼, 즐기고 계시는 와중에 죄송합니다만」이라고 그녀는 말하고, 소파에서 일어선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프로듀서는 기억하고 계시나요?」

 과연.

 「선량한 토요일이란것 외에는, 나는 오늘을 특별히 인식하지 않았는데」

 「선량한?」

 「선량한. 큰 길은, 성자라도 행진할것같은 좋은 양기지」
(*善良な。表通りなんか、聖者でも行進しそうないい陽気だ
무슨 의미가 있는것 같은데 잘 이해가 안되서 직역했습니다ㅠㅠ)

 나의 머릿속에는, 밝은 음악이 흐르고 있다.
 딕실랜드・재즈의 넘버이기도 한 그 곡은, 본래 흑인의 장례식때 연주하는 곡이다.
 이렇게나 온화하고 쓸쓸한 날에 딱 맞는다.
 한정된 내 어휘로는, 선량하다는 형용 이상으로 알맞는 표현지 존재하지 않았다.



 「아리스는 오늘이라는 날에 특별한게 있니?」

 「있으니까, 여기에 온 거에요」

 조금 언짢은듯이 그녀가 대답을 한다.
 그리고, 소파에 세워둔 숄더백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나에게 다가왔다.
 5년이란 세월은, 그녀의 걷는 모습조차도 세련되게 만들었다.
 넋놓고 보는 사이에, 어느새 그녀가 눈 앞까지 다가와있었다.

 「실은, 월요일에 드리려고 했는데」

 그 말과 함께, 작은 상자를 받았다.



 「이건?」

 「일단은, 생일선물이에요」

 그녀의 흑단같은 머리카락이 마치, 봄바람에 색을 칠한듯이 유연하게 흔들린다.
 변함없이 그녀의 표정은 플랫했지만, 그 뺨은 옇게 홍조가 맺혀있었다.

 「오늘이었구나」

 「정말 프로듀서는 자기 생일에 관심 없으시네요」

 만났을 때보다는 다소 어른스러워진 표정으로, 그녀는 힘없이 웃었다.
 아직 어린 소녀에게 이런 것을 요구하는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최대의 무기는 활짝 웃는 미소보다는 권태이다.
 덧없음과 연약함을 그녀에게서 발견할 때 마다, 아이돌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딱히 생일을 기억해둬야하는 필요성이 없으니까」

 「……제 생일은 한번도 잊은 적 없으시면서」

 「담당 아이돌의 생일도 잊으면 프로듀서 일 못하지」


 「그래도, 고마워」라고 나는 말했다.

 「마음에 들으시면 좋겠지만」

 「열어도 돼?」

 「네」



 깔끔한 포장을 제거하고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들은 것은 카렌다쉬(CARAN d'ACHE) 볼펜이었다.
 심플하고 깔끔한 보디에, 정밀한 장식이 새겨져 있다. 무심코 감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직접 만져보는건 처음이었다. 마치 감정을 지니고 있는것처럼, 그것은 의미심장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카렌다쉬구나」라고 나는 말했다.

 「어울릴것 같아서요」

 나에게는 좀 많이 소쇄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쓰기 좋을것 같았다.

 「어울리는 인간이 될게」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마침 펜을 새로 사려고 생각한 참이었어. 쓰던게 상당히 오래되서. 그러니까, 정말로 고마워」

 다시한번 감사를 표하자, 그녀는 멋쩍은듯이 미소지었다.



 겨울의 황혼에 울려퍼지는 코넷처럼, 그녀는 맑은 아이돌이다.
 그녀에게는 항상 나이에 어울리는 귀염성이 있었고, 총명함이 있었고, 올바름이 있었다.
 그것들은 그녀의 장점이었다. 물론 결점도 그 중에 있다.
 하지만, 그것들 전부를 포함해서, 나는 그녀를 경애하고 있다.

 함께 지낸지 5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 동안 그녀는 다소 키가 커지고, 지식과 경험을 쌓았고, 아름다워졌다..
 아름다워졌다기 보다는, 잠재적인 아름다움이 클리어됐다.
 나에게 세련된 볼펜을 선물할 줄 알게됐고, 맡을 수 있는 일의 범위도 늘었다.

 그녀가 이렇게 진지하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것이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웠다.
 내가 진실로 매료된 것은, 그녀 그 자체라기 보다는, 그녀가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아리스도, 이런걸 선물할 줄 알게됐구나」

 「이제 17살이니까요」

 「나는 이제 33이 됐어」

 「하지만 선량한 33살이라고 생각해요.」

 「선량한?」이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선량한」이라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이런.
 선량하면, 어쩔 수 없지.
 그녀가 그렇게 말해 준다면야.



 「……저기, 조금 걱정이에요」

 「뭐가」

 「일을 너무 해서, 프로듀서의 몸이 안좋아지진 않을지」

 「내가?」

 나의 불의를 찌르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요즘, 바쁜 것 같아서」

 그녀는 짧은 말로 설명하고, 평소보다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의 안색을 살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마치 잘못했다는듯이 시선을 돌렸다.



 「평소에는 느긋해보이는 프로듀서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인건 알고있어요.」

 「하지만, 그것때문에 몸이 나빠지면, 본말전도라고 생각해요.」

 「가끔씩은 천천히 쉬는걸, 추천할게요」


 「그렇게 피곤해 보인걸까?」

 「안보이니까 걱정하고 있는거에요.」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나는 상당히 건강한 행복 속에 있구나, 라는 것이었다.
 행복과 건강은 물론 완전히 다른 것이다. 나는 그 양쪽 다를 손에 넣고 있었다.
 그것은 그러나, 꽤나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녀대로, 나를 어느정도 생각해주고 잇구나, 라고 생각했다.
 마치 구릉 위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자그맣게, 상쾌하다.
 살아 있으면, 생활을 하고 있으면, 지문처럼 자연스럽게, 그러면서 막을 수 없는 형태로, 권태감같은 것이 몸에 달라붙는다.
 그것은, 재미없는 로드무비를 보거나, 내 취향의 요리를 먹는것으로 닦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권태감이 그녀의 말에 의해 닦여진다면,
 나에게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고마워」



 「배, 안고프세요?」

 「응. 제법」

 「페리시테의 푸딩이 두 개, 냉장고에 들어있을텐데」

 「나쁘지 않네」

 「예. 나쁘지는 않네요」

 「그럼 나는 커피를 타올게」

 「저는 푸딩을 가져올게요」

 「부탁해」



 5년이 지나도, 나와 그녀 사이에 놓여진 나이차이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그 5년 동안,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성장했다. 아마, 앞으로도.

 그것에 대해 나는 자주 생각하는게 있다.
 빛을 받아 누군가를 비추어주는것이 그녀 혼자라면, 톱 아이돌이라는 영광을 잡는것도 마찬가지로 그녀 혼자라는 것을.
 언젠가 방문할터인 그녀와의 이별에도, 만났던 당초에 비하면 5년이나 가까워졌다.
 그것은 자연스럽고, 필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러니까 나는 그녀를 위해서, 이렇게 나날을 소비할것이다.

 틀림없이 언젠가, 우리들이 해 온 것을 돌아보았을 때, 실수가 아니었다, 옳았다고 말할 수 있게끔.
 가슴을 펴고,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게끔.



 「아리스를 위해서라면, 내 인생따윈 얼마든지 바쳐야지」

 내가 말하니 왠지 농담처럼 들리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프로듀서는, 정말 이상한 어른이에요」

 근지러운듯이 그녀가 수줍어한다.


 「이상하지 않은 어른은 없어」

 나는 다른 나라의 속담을 가르쳐주는듯이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 한 곳은 이상하게 되어있는 법이니까.」

 나 나름대로, 엄숙하게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웃었다.



 이상입니다.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존경해 마지않는 작가에게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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