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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 「연심 글라사주」

댓글: 4 / 조회: 1607 / 추천: 3



본문 - 02-14, 2017 20:56에 작성됨.

    시부야 린 「연심 글라사주」

    
    발렌타인 데이에 받았을 때 가장 기쁜 건, 뭘까.

    그런 걸 잠깐 고민해 봤어.

    역시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에게 받는 초콜릿일까.

    그런 건, 여자인 나는 잘 모르겠어.

    아, 그렇지. *역 초콜릿, 이란 것도 있는 것 같지만, 받았던 적도 없고, 역시 모르겠네.
    *逆チョコ, 발렌타인 데이에 남성이 여성에게 선물하는 초콜릿

    그럼, 나는 결국 뭐가 가장 기쁠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건 있지…….


    ◆ ◇ ◆ ◇ ◆


    새벽 다섯 시. 삐비빅, 하고 휴대전화 알람이 나를 깨웠어.

    졸린 듯이 눈을 깜박이면서, 나를 보고 있는 하나코에게 작게 「미안해, 깨워 버렸구나」 하고 얘기하고 방에서 나와서,

    아래층 냉장고에 들어 있는 상자에서 간단하게 포장된 작은 꾸러미를 하나 꺼냈어.

    들어 있는 건, 어제 만들어 둔 초콜릿 무스.

    잔뜩 만드는 동안 과자가게 주인이 된 기분이라서 조금 즐거웠지만, 포장하는 게 힘든 일이었어.

    하나하나 소중하게 포장해 나가는 건 꽤 힘든 작업이어서, 솔직히 지쳐 버렸어.

    하지만 그 고생도 다 지난 일인지, 냉장고에 들어 있는 포장된 초콜릿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미소가 흘러넘쳐 와.

    뭐라고 할까, 결국 오늘 건네줄 초콜릿은 어제 전부 만들어 뒀다는 이야기지.

    그럼, 왜 이런 시간부터 일어난 거야, 라고 말한다면 그건 어제 잠들기 전의 내 탓인데.

    침대 위를 굴러다니면서,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다가 발렌타인 특집 사이트를 발견해 버려서.

    거기서 찾아낸 게 유명한 케이크 가게의, 글라사주된 초콜릿 무스.

    아, 나도 이거 해 보고 싶어. 하고 생각해 버린 거야.

    그런 이유로 지금에 이른다, 라는 느낌.

    *

    자아, 해 보자.

    그런 기분으로 에이프런을 두르고 머리카락을 뒤로 묶으면, 준비는 완료.

    볼에 재료를 넣고, 천천히 느긋하게 섞어서 불에 올려서 데우다가,

    윤기가 나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젤라틴을 넣어서, 다시 천천히 느긋하게 섞어 주는 과정.

    주걱으로 저을 뿐인 단순하고 단조로운 일일 뿐인데, 전혀 힘들지 않고,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

    예쁘게 잘 섞고 나서, 이번에는 체온 정도까지 식히기.

    적당할 정도의 온도로 식은 걸 확인하고 나서, 꾸러미에서 초콜릿 무스를 꺼냈어.

    위에 톡 하니 올라와 있는 라즈베리를 떼어내서, 접시 위로 피난시키고.

    아무 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초콜릿 무스에 글라사주하기 시작했어.

    그러면, 윤기 없는 갈색이었던 표면이 순식간에 반들반들한 암갈색으로 변신.

    즉흥적으로 생각해 냈지만, 나쁘지 않, 은 정도가 아니라 마음에 드는 완성도였어.

    너무 잘 돼서, 사진을 찍어서 우즈키나 미오에게 보내 주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보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 아침 일찍이라서, 그리고 무엇보다 우즈키나 미오에게 줄 초콜릿에는 글라사주를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아서였어.

    아아, 나, 들떠 있구나아.

    하고, 이상해져 버린 자신에게 쓴웃음을 보내면서, 다시 한 번 초콜릿 무스를 코팅해 나갔어.

    *

    하나코에게 먹이를 주고, 산책하러 갔다가 돌아오면, 꽃 경매에 나갈 분비를 하고 있는 아버지를 만났어.

    「좋은 아침, 린. 오늘은 빨리 일어났구나」

    「응, 좋은 아침. …… 아, 미안. 조금 기다려 봐」

    그렇게 말하고 하나코의 리드를 아버지에게 맡긴 채, 동동거리며 집으로 들어가서,

    냉장고에서 초콜릿 무스가 들어 있는 컵을 하나, 서랍에서 스푼을 하나 꺼내 들고, 또 동동거리며 가게로 돌아왔어.

    「자, 이거. 해피 발렌타인」

    「아아, 그랬지. 고마워」

    「후후, 먹고 힘내서 일해야 해」

    「그래, 린도 학교에서 힘내렴」

    「응. 다녀오세요」

    *

    아버지를 배웅하고, 나도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교 갈 준비.

    준비가 끝날 때쯤, 어머니가 일어나서 「아아, 또인가」 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어.

    「좋은 아침. 오늘은 아침 안 먹고 갈게. 편의점에서라도 사 먹을 테니까」

    「평소에 등교하던 시간까지 한 시간은 넘게 남았단다?」

    어머니는 히죽히죽대며 그렇게 말했어.

    알고 있으면서.

    심술궂어.

    「오늘은 조금 볼일이 있어서」

    「그래. 조심히 다니고」

    「응. 다녀올게요」

    히죽대는 표정의 어머니가 「그래, 다녀오렴」 하고 말하는 소리를 등 뒤로 하고 집에서 나왔어.
    
    *

    평소보다 한 시간 이상 빨리 집에서 나온 건, 사무소에 들르기 위해서야.

    별로 깊은 이유는 없긴 한데, 그냥 어쩐지, 서프라이즈로 건네주고 싶은데, 하고 생각했을 뿐.

    그런 이유만으로 학교에 가기 전에 사무소에 들렀어.

    영업 시작까지는 아직 좀 시간이 남아서인지, 사무소에는 별로 사람이 없는 것 같았어.

    우선, 목표는 프로듀서의 데스크야.

    *

    살짝 문을 열고, 실내를 확인했어.

    아쉽게도 프로듀서는 아직 출근하지 않은 것 같아.

    그럼 어쩔 수 없으니까, 사무실에 들어가서, 프로듀서의 데스크 위에 작은 상자를 올려놨어.

    물론 상자 안에는 스스로 만든 특제 초콜릿 무스.

    그리고, 간단한 메모를 남긴 채 사무소를 등지고, 학교로 향했어.

    *

    오늘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차임이 학교에 울리고,

    홈룸이 끝나고 나면 반 친구들은 다들 학교를 떠나 흩어져 갔어.

    나도 그 중 한 사람.

    이제 일단 집에 돌아가서, 초콜릿 무스를 잔뜩 가지고 사무소로 가야지.

    다들 만들어 온 수제 초콜릿이 어떤 걸지 기다려지네, 두근두근 하며 이제 받게 될 우정 초콜릿들을 기대하면서 돌아가는 길, 그 도중에 휴대전화가 울렸어.

    프로듀서의 전화였어.

    *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인데, 지금 통화할 수 있어?』

    「응, 괜찮아」

    『그럼, 잘 됐네』

    「그래서, 왜 전화했어?」

    『아아, 그래.…… 초콜릿, 맛있엇어. 고마워』

    「후훗, 그치. 내가 만들었어」

    『다음에, 레슨 끝났을 때라도 얼굴 비출 테니까, 그 때 다시 인사하게 해 줘』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

    『그럼, 있다가 봐』

    「응. 바이바이」

    그 말을 하고 조금 있다가, 전화가 끊어졌어.
    
    깜깜해진 화면에 비치는, 히죽대는 내 표정이 조금 부끄러웠어.

    
    ◆ ◇ ◆ ◇ ◆


    발렌타인 데이에 받았을 때 가장 기쁜 건, 아마…….

    아니, 분명히.

    소중한 사람에게서 듣는 『고마워』 란 말이라고 생각해.



   



元スレ
渋谷凛「恋心グラサージュ」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4870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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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사주: 프랑스어로 '윤내기, 매끈하게 하기'란 뜻.
과자나 케이크에 초콜릿이나 설탕 등을 코팅하는 것.

*무스: 프랑스어로 '거품'이란 뜻.
거품처럼 부드러운 케이크를 이르는 말이기도 함.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올라왔길래 번역하는 것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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