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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학원, 제 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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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9, 2017 17:53에 작성됨.

https://www.fanfiction.net/s/9471789/14/Namuko-Academy - 원본 링크입니다.

 

치하야는 765학원의 자기 물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이오리와 쌍둥이들이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대마법사는 천천히 일어나 앉으려다가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도로 쓰러졌다. 다리가 화끈거렸고, 팔에는 감각도 없었고, 전신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애써 기억을 떠올렸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트리아비타 공격 중이야." 이오리가 말했다. "우리, 지고 있어서... 쌍둥이들과 내가 불길을 흡수하고 널 학원으로 데려왔어."
"치하야는... 어디 있지?" 치하야가 물었다.
"우리가 물러나는 걸 추격했어. 별 재미 못 봤었나 봐." 이오리가 씩씩댔다. "우리가 지켜 줄 테니까, 치하야 넌 쉬어. 아즈사가 돌아오는 대로 화상을 치료하도록 할게."
화상... "치하야가 학원을 불태우려 하면 어쩌지?!" 치하야가 놀라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오리가 휙 몸을 돌리더니 그녀를 억지로 눕히고는 다시 문가를 바라보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불꽃의 마법사가 조용히 말했다. "그치만 만약 그런다면 우리가 불꽃을 흡수해서 학원을 지킬 거야. 괜찮아."
치하야는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고 걱정이 되어 도저히 잠들 수 없었지만, 이오리의 충고를 따라 일단 쉬기로 했다.

 

*.*.*.*


카라스와 마법으로 겨루는 것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타카네의 말이 맞다는 것은 좋았다. 카라스의 주 전력은 심리전이었다. 하지만 카라스의 말도 맞다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는 본격적인 전투에서도 강했다.

 

그림자 흑마법사는 마법사들의 행동을 미리 읽고 있다는 듯이 움직였다. 리츠코가 머리 위로 떨어뜨린 바위는 재빨리 막혔고, 타카네의 악몽 괴물들은 그를 그저 스쳐 지나갔고, 히비키의 공격은 간단히 흡수되었다. 타카네는 카라스의 공격들을 현명하게 되돌려 주긴 했지만, 보통 그저 흡수되거나 다시 한번 타카네를 향해 날아올 뿐이었다. 히비키는 특유의 속도로 공격을 피하고 있었고, 리츠코는 주로 돌의 방패를 이용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리츠코가 소리쳤다. "공격이 거의 들어가지도 않아!"
"진짜 싸움을 원한다고 했었지." 카라스가 한숨을 쉬었다. 무방비한 리츠코의 얼굴로 화살이 날아오더니 뺨에 곧장 박혔다. 리츠코는 아픔과 짜증이 반반 섞인 소리를 냈다.
"이 정도로 잘 할 줄은 몰랐다구!" 히비키가 칭얼대더니 리츠코에게 달려가 어둠의 화살을 뽑아내는 것을 도왔다.
"난 트리아비타의 2인자야.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하, 입 다물어."

 

히비키는 화살을 천천히 흡수했다. 화살은 없어졌지만 리츠코의 뺨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돌의 마녀는 숨죽여 욕을 내뱉고 전략을 세우려 노력했다.
"리츠코 천재잖아." 히비키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계획 있어? 난 심장이 약해져서 많은 걸 할 수 없고, 타카네가 공격하면 그저 흡수된다구..."
"...그래도 내 힘으로 돌로 짓눌렀을 때는 다쳤었는데..." 리츠코는 타카네 쪽을 보더니 날카롭게 휘파람을 불어 주의를 끌었다. 카라스와 결투를 하다가 둘을 바라본 그림자 마법사는 이내 둘의 곁으로 순간이동했다.

 

"계획이 있으신지요?" 그녀가 말했다.
리츠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묶어 두던지, 땅 속으로 끌어내려 줘. 나만 그를 다치게 할 수 있는데, 게속 피하면 맞출 수도 없어."
타카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히비키, 그를 좀 맡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주의를 끌어 달란 말이지? 문제 없어, 타카네. 내가 할게."
리츠코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서둘러!"

 

"전략을 짜나? 귀엽기도 하셔라." 카라스가 기분 좋게 말했다. "날 이길 수 없는 건 알고 있을 텐데, 그렇지?"
"한 번 물러난 건 기억 못 해?" 리츠코가 곧바로 말했다. "한 번쯤 더 그럴 수 있어."
"난 그저 명령을 따를 뿐이었지." 카라스는 한숨을 쉬었다. "3대 1 정도는 가뿐하다고."
"치하야한테 얼음에 파묻힐 뻔했으면서!" 히비키가 쏘아붙였다. "센 척 하지 마! 너도 우리 모두랑 똑같아!"
카라스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내 평정을 찾고 히비키를 마주보았다. "그 정도는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어." 그가 주장했다.
"근데 왜 가만 있었냐?" 히비키가 도전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방금 리츠코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 니 생각처럼 넌 무적이 아냐. 인정하라구!"

 

완벽해. 리츠코는 속으로 히비키를 칭찬했다. 아무리 냉정해 보이더라도 카라스도 결국 우리처럼 심리전엔 약해. 그리고 그를 가장 잘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게 그 힘을 의심하는 거지. 몇 초만 있으면 히비키에게 정신이 팔릴 거야.

 

"너희 셋 정도는 한 팔로도 이길 수 있어." 카라스가 허세를 부렸다.
"어디 해 보시지요." 타카네가 말했다.
"타카네, 넌 빠져 줘."
"...네."
카라스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당신들 터프하시네."
"그럼." 히비키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 와 봐! 나하고 싸울 거야 말 거야?! 나처럼 약해진 마법사 하나 처리 못 하면 리츠코랑 타카네는 무슨 수로 이길래?"
"너 정말 사람 열받게 하네." 카라스가 내뱉었다. 평소에 짓던 능글맞은 웃음은 어디 가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유, 내가 그런가?" 히비키가 놀리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난 너는 열 안 받는 줄 알았지."
"지금 뭘 하려고 하는 거야?"
"그냥 다친 마법사 하나가 너 약해빠졌다고 말하는 거야." 히비키가 히죽 웃었다. "어이, 쩌는 아저씨, 나 잡아 보라구."

 

"더는 못 참겠네!" 카라스가 이렇게 격분한 것은 아마도 처음이었다. 그는 히비키를 쫓아 마법을 계속해서 날렸다. 히비키는 소리내어 웃으면서 그녀의 타고난 날쌘 몸놀림으로 공격을 모두 피했다. 타카네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며 그들을 보고 있었다. 화난 흑마법사가 신경을 계속 긁어대는 히비키에만 정신이 팔렸다는 확신이 들자, 타카네는 둘이 싸우고 있던 바닥 밑에 소용돌이를 열었다. 두 어둠의 마법사들은 땅바닥으로 빠져 버렸다. 리츠코는 재빨리 마안을 이용해서 그 둘을 돌에 가두어 버렸다. 막 돌을 밀어넣으려 할 때, 히비키가 같이 같혀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타카네는 리츠코가 갈등하는 것을 보고 그녀 쪽으로 향했다. "뭘 기다리고 계십니까?" 그녀가 물었다. "그가 도망치기 전에 서두르십시오!"
"...히비키가 안에 있어." 리츠코가 조용히 말했다. "내 돌을 비롯한 고체를 뚫고 지나가지는 못할 거야. 카라스와 가까이 붙어 있어서, 내가 히비키 주위의 돌을 제거해서 꺼내 주면 그도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까... 둘 다 살리거나 둘 다 죽여야 돼."
타카네는 말이 없었다.

 

"...빨리 선택을 해야 하는데." 리츠코가 중얼거렸다. "카라스가 발버둥치고 있어. 몇 분 후면 나올 거야."
"히비키는 즐거운 삶을 살았습니다." 타카네가 속삭였다. "지금, 끝내 버려야 합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리츠코가 놀라 말했다. "히비키를 압사시킬 순 없어!"
"그녀는 그림자 마법사가 될 수도 없습니다!" 타카네가 쏘아붙였다. "히비키는 우리에게 큰일을 해 주었지만, 히비키도 그걸 원할 것입니다. 당신의 마안 덕분에, 카라스가 힘을 사용해 빠져나가려 해도 해치울 수 있습니다! 지금, 하셔야 합니다!"
"마법사가 되고 말고가 무슨 상관이야?!" 리츠코가 외쳤다. "네가 히비키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네 학생이잖아! 히비키의 목숨을 이렇게 희생시키고도 괜찮다는 거야?!"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이를 악물고 타카네가 속삭였다. "하지만 전 히비키를 압니다. 늙어서 죽는 것보다 학원에 위협이 되는 자를 제거하기 위해 희생하는 것을 더 좋아할 겁니다. 둘 모두를 죽이세요. 풀어 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리츠코는 잠깐 동안 말이 없었다. 깊이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녀는 한숨을 쉬며 안경을 고쳐 썼다. "...뭘 해야 하는지 알겠군."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타카네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자 타카네의 경고에두 불구하고 리츠코는 바닥에 만들었던 돌을 치우고 타카네가 히비키를 끌어올리기를 기다렸다. 카라스는 즉시 땅에서 튀어나왔고, 타카네는 잠시 놀라더니 이윽고 그림자로 땅을 부드럽게 하고는 히비키를 끌어올렸다. 히비키는 급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리츠코!" 두 마법사가 동시에 소리쳤다.
리츠코는 주먹을 쥔 채 말없이 서 있었다.

 

카라스는 로브에 묻은 흙을 털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날 죽일 수도 있었는데." 그가 말했다.
"히비키도 같이 죽었겠지." 리츠코가 중얼거렸다. "그럴 수는 없었어."
"왜지?" 카라스가 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잖아. 쓸모없다고."
"그건 맞을 수도. 하지만 히비키는 우리 마법사고, 우린 그녀를 사랑해!" 리츠코가 소리쳤다. "카라스, 우린 한 팀이야. 넌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린... 가족 같은 사이지. 765학원은 누구도 버리고 가지 않아!"
카라스는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상냥도 하셔라." 그가 말했다. "살려 주고 싶을 정도야. 거의."

 

아무 예고 없아 카라스의 오른쪽 어깨 위에서 그림자 화살들이 나타나 타카네의 오른쪽 눈을 향해 곧바로 날아갔다. 타카네는 눈을 붙잡은 채 비명을 지르고 휘청였다. 히비키와 리츠코는 놀라서 그녀를 감쌌다.
카라스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교훈이 되었겠지." 그가 말했다. "난 이만 물러나겠어. 내가 돌아와 너희들을 처리하기 전에 사람들을 모아 떠나는 게 좋을걸." 그 말과 함께 팬텀 사디스트는 765학원 멤버들이 타카네의 상처를 돌보게 내버려 두고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리츠코는 큭 하고 소리를 냈고 히비키는 욕을 내뱉었다.

 

"...돌아가서 타카네를 간호해야 돼." 리츠코가 선언했다. "가자."
"기회가 있었을 때 저 놈을 죽였어야지!" 히비키가 소리쳤다. "왜 안 죽인 거야!"
"널 다치게 할 순 없었어." 리츠코가 답했다. "...난 널 죽일 수 없어, 히비키."
히비키의 눈이 부드러워졌다. "...알았어." 그녀가 씩씩댔다. "일단 돌아가기나 하자."

 

*.*.*.*

 

리파는 마지막 남은 도끼를 손으로 탁탁 두드렸다. "둘 다 이 놀이 정말 못 하네."
마코토는 그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앉아 잇었다. 유키호는 그녀 곁에 무릎을 꿇었다. 다른 도끼들은 마코토가 마지막 발악으로 날린 바람에 휘말려 벽에 박혀 있었다. 유키호는 조용히 훌쩍였다.
"지금, 문 반대쪽으로 가." 마코토가 말했다. "난 두고 가. 여긴 내가 맡을게."
"제때 못 도망치면 어떡해?" 유키호가 속삭였다. "...내가... 널 짓눌러 버릴 텐데..."
마코토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게 위험 부담이지."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유키호는 훌쩍이더니 천천히 일어섰다. "빨리 가. 낭비할 시간아 없어."
"...마코토 쨩-"
"그리고, 내가 죽으면 마코토도 제거할 수 있어.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잖아."
"그치만-"
"그냥 빨리 가!"

 

유키호는 다시 코를 훌쩍이고 눈가를 닦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문 쪽으로 물러났다. 리파가 그녀를 향해 돌아섰지만, 마코토는 그녀에게 바람을 한 줄기 쏘아보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유키호는 마코토를 마지막으로 안타깝게 바라보고는 복도로 사라졌다. 리파는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유키호가 안전하게 복도로 간 것을 확신하지마자, 마코토는 바람을 거두어 리파가 일어설 수 있게 했다.

 

어둠의 마녀는 드레스의 먼지를 털고는 마코토에게 인상을 써 보였다. "걔 도망갔네." 마코토가 유키호가 사라진 것을 모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가 말했다.
"괜찮아." 마코토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처음부터 1 대 1이 편했으니까."
"상관 없는 거야?" 리파가 몸을 구부려 도끼를 주웠다. "...뭐, 어쨋든, 내가 이기겠네. 재밌었지, 그치?"
"네 말대로야." 마코토는 슬프게 웃고 벽에 모을 기댔다. "죽어가는 마법사의 마지막 소원, 들어 줬으면 하는데."
"뭔 소원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그냥, 오른쪽으로 두 걸음만 가면 돼."
리파는 혼란스러워하며 눈을 깜박이고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 후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마코토가 말한 대로 했다. "우와, 여긴 완전 네 정면이잖아!"
"유키호, 지금이야!"
"ㅁ-뭐..?!"

 

리파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묻기도 전에, 방문이 완전히 떨어져나가 그녀의 등에 직격했다. 리파는 크게 비명을 질렀다. 문짝은 아직도 움직이면서 그녀를 벽에 몰아붙였다. 어린 마녀가 빠져나갈 방법을 못 찾으면 아마 눌려 죽을 것이었다.
마코토는 소리내어 웃고 바닥을 힐끔 바라보았다. "잘 했어, 유키호." 그녀가 속삭였다. 문은 그녀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었다. 리파는 무서워서 꺅 소리를 질렀다.

 

이윽고 뼈가 부러지는 역겨운 소리가 나고 붉은 피가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자 유키호는 도로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팔을 몸 앞으로 들고, 창백한 뺨으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채로.
"...마코토 쨩?" 그녀가 훌쩍였다. 들리지 않는 대답을 기다렸다. "...마코토 쨩, 제발 나와 줘..."
아직도 대답은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압사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유키호는 기류를 이용해 벽으로 날아간 문짝을 천천히 밀어냈다. 피웅덩이와 더러워진 흰색 드레스, 부러진 뼛조각 몇 개가 보였다. 마코토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리파가 당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마코토 쨩!" 유키호가 불렀다. "빨리 나와 줘, 부탁이야! 마코토 쨩!"

 

아직도 대답은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큼지막한 포대자루마냥 유키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쓰러져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유키호는 그저 흐느끼면서 마코토의 이름을 계속해 부를 생각밖에는 하지 못했다. 마코토가 빨리 숨어 있는 곳에서 나타나서 같이 집으로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마코토는 살아 있었다. 살아 있어야만 했다. 마코토가 살아 있지 않다면 유키호도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마코토 쨩..."

 

*.*.*.*

 

마코토의 방은 조용했다. 마코토는 무릎을 꿇고 몸을 떨며 야요이와 아즈사를 가둔 얼음 조각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얼음 마녀는 이제 그들을 그냥 얼려 죽일 생각인 것 같았다. 얼음이 몸을 더 이상 조여 오지는 않았지만,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 아즈사가 슬프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마코토 쨩을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마코토는 대답이 없었다. 동시에 아즈사는 그녀의 거친 숨소리를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물의 마법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마코토 쨩?"

갑자기 마코토가 손을 바닥에 짚고는 격하게 기침을 했다. 입가에서 핏방울이 튀고 있었다. 야요이와 아즈사를 가둔 얼음은 거의 단번에 녹아 버렸다. 아즈사가 마코토 곁으로 달려가는 동안 야요이는 문 쪽으로 도망쳤다.
"마코토 쨩, 무슨 일이니?!" 아즈사가 놀라 말했다. 마코토는 이를 악물었다.
"...그 쪽 복사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어." 그녀가 내뱉었다. "느껴져."
"마코토 씨 말이에요?" 야요이가 확인했다. "아...안 돼...! 아, 아즈사 씨, 빨리요, 마코토 씨 상태를 보러-"
"난 마코토 쨩을 떠나지 않을 거야." 아즈사가 단호하게 말하며 마코토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얼음 마녀는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더니, 고통에 신음하며 땅에 쓰러졌다. "다른 마코토 쨩이 죽었니? 알 수 있어?"
"모르...겠어." 마코토가 기침을 했다. "...그냥... 그녀에게 가."
"네가 죽어가고 있잖니!"
"그게 뭐?!"
"난 널 아끼고 있어. 그리고 누구도 혼자 죽어선 안 돼!"

 

마코토는 한쪽으로 쓰러지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무릎을 가슴께에 대고 있었다. "...ㅈ-제기랄."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냥...가. 빨리 가."
"난 널 떠나지 않을 거야." 아즈사가 주장했다.
야요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즈사 씨, 마코토 씨를 구하러 가야 해요!"
"마코토가 이 정도라면, 구하기엔 너무 늦었어." 슬픈 눈으로 아즈사가 말했다. "그래도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단다. 난 마코토 쨩과 같이 여기 있을게."
"그치만 우리 마코토 씨가 위험해요! 마코토 씨를 지킬 수 있으면, 마코토 씨도 괜찮을 거에요!"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마코토가 쏘아붙었다. 그녀는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 일어나더니, 기침을 몇 번 더 하고 말을 이었다. "어둠의 복사체들은... 너희들처럼 상처를 입었을 때 치유가 되지 않아. 만약... 만약 네가 그 아이를 구해도 난 이미 틀렸을 거야."
"안 믿어요." 야요이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마코토 씨, 아즈사 씨. 제가-제가 도움을 청하러 갈게요!" 그 말과 함께 야요이는 문을 나서서 복도를 뛰어다니며 도움을 찾기 시작했다.

 

마코토는 도로 땅에 드러누웠다. 아즈사는 그녀를 보호하려는 듯 그 위로 몸을 구부렸다. 마코토는 고통에 찬 눈으로 아즈사를 올려다보았다. "...당신도 어서 가."
"떠나지 않을 거라니까." 아즈사가 반복했다. "아즈사는 여기 없으니까, 나로 만족해 줘.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비슷하지 않니?"
"왜 내게 관심있어하는 건데?" 마코토는 거의 흐느끼듯 말했다. 그녀의 눈은 뭔가 흥미로운 것이 있기라도 한 양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즈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구든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필요해. 너에겐 그런 사람이 나야. 나, 아즈사, 그리고 야요이 쨩까지. 모두 널 사람으로서 생각해 주고 있어. 네가 상처받고 화난 걸 알기 때문에, 네가 나아지는 걸 도와 주고 싶어. 예전의 그 소녀로 돌아가도록 해 주고 싶어. 그렇게 해 주지 못한다면, 그래도... 최소한 너의 마지막은 함께 해 줄 수 있어."

 

마코토는 깊은 생각에 빠져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죽어 가고 있기도 했다.) 아즈사는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옆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아즈사는 뺨을 마코토의 뺨에 맞댔다. 마코토는 깊은 숨을 몇 번 들이쉬더니 아즈사의 손을 잡았다. 아즈사는 미소지었다.
"곧 괜찮아질 거야." 아즈사가 중얼거렸다. "약속할게."
"...고마워." 마코토가 속삭였다. 아즈사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 말이 마코토가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타카네 씨, 그런 분이신 줄은 몰랐습니다만... 슬롯 늘려서 계약도 했는데...

그나저나 다시 좀 길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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