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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학원, 제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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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8, 2017 23:40에 작성됨.

https://www.fanfiction.net/s/9471789/8/Namuko-Academy - 원본 링크입니다.

 

"이번 공격, 내일 밤 하자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데."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애초에 시간을 정한 건 3일 전쯤이었잖아."
"음, 마코토에겐 임무가 있었고, 당신은 외로워했고, 저도 할 일이 있었으니, 시간이 없었지요. 이제 말소리를 낮추시죠, 대마녀 님. 학원에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둘 다 정말 무겁군요."
"우리 중 날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는 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
"키사라기 씨가 불꽃을 다룰 수 있잖습니까."
"그걸로 날라고?"
"로켓 신발 같은 거라도 쓰시면 될 거 아닙니까." 마코토가 다시 투덜댔다. "몇 분 후에 내려 드리지요."
"얼마나 가까이 왔지, 얼음 여왕님?"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아, 사과드리지요."
"한 800미터 남았습니다. 남은 길은 걸어가시죠."
"난 걷는 게 싫어."
"당신은 모든 걸 싫어하시죠."
"넌 싫지 않아."
"전 좀 특별하지 않습니까."
"따지고 보면 너도 그냥 흔한 창조물일 뿐이지. 정확히는 2차 창조물인가?"
"두 분 다 좀 닥쳐 주시겠습니까?!"
"감히 내게 그 따위 말을 해?!"
"조용히 하시죠!"

 

투닥대던 세 명의 마녀, 정확히는 마녀 둘에 흑마법사 하나는 765학원의 후문 밖에 안전히 착지했다. 마코토는 살짝 숨을 헐떡이며 얼음 날개를 접어서 흡수하며 어깨를 풀었다.
"손이 안 미끄러져서 운 좋은 줄 알아."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계획이라도 있어?"
"당연하지. 들어가서 되는 대로 해 보자." 카라스가 속삭였다.
"되도 않는 계획이군." 치하야가 조용히 쏘아붙었다.
"우리 같은 사악한 천재들이 하는 일인데 틀어져 봐야 얼마나 틀어지겠습니까?" 카라스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마코토, 가서 리파와 유키호를 불러 와. 트리아비타의 모든 이들이 필요하겠어."

 

마코토는 짜증 섞인 소리를 내고 도로 날개를 꺼냈다. "하, 진심으로 나는 법 좀 배우면 어디가 덧납니까? 이렇게 계속 심부름이나 시키고..."
카라스와 치하야는 그녀가 날아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치하야가 얼굴을 찌푸리고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자."
카라스는 그녀의 팔을 잡고 뒤로 홱 잡아당겼다. "아직 아닙니다. 모두를 기다리세요." 그가 중얼거렸다.
"너무 오래 걸려!"
"나중일수록 좋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늦게 잠들잖습니까."
치하야는 짜증내며 말했다. "여기서 리더는 나야. 결정은 내가 해."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카라스가 고개를 기울이며 히죽 웃었다. "그런데 전략을 짜는 건 좀 못하시지 않습니까."
치하야가 뭔가 화난 듯한 소리를 냈다.
"예, 예, 죄송합니다."

 

둘은 765학원 왼편의 바윗덩어리들 위에 숨어서 잠시 기다렸다. 가까이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치하야가 산 채로 불태우고 카라스가 그 광경과 소리를 그림자로 가릴 생각이었다. 마침내 마코토가 리파와 유키호와 함께 섬에 내리더니 날개를 거두었다. 막 도착한 둘은 곧바로 수장들에게 달려갔다.
"치하야 쨩!" 리파가 소리쳤다. "같이 일한 지 너무 오래 됐잖아, 그치? 마지막이 언제였더라... 몬덴킨트 공격 때?"
마코토가 몸을 움찔했다.
"와, 그 때 정말 재밌었는데! 아직도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기억나..."
얼음 마녀는 낮게 으르렁거리고 리파를 때릴 듯이 주먹을 들었다. 유키호가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둘 사이에 섰다.
"있지, 있지, 카라스, 치하야 쨩. 그런 거 또 하는 거야? 우오, 마코토 쨩한테 했던 것처럼 또 다른 치하야 쨩도 얼음에 파묻으면 어때?"
마코토가 더 크게 으르렁댔다. "닥쳐!"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리며 그녀가 소리쳤다.
"마코토 쨩 나한테 화낸다~..." 리파가 순진하게 깔깔댔다.

 

"다 조용히 해!" 치하야가 쏘아붙이고 유키호를 바라보았다. "유키호, 날 따라와. 같이 쓸모없는 인간들을 치워버리자."
"네, 치하야 씨!" 유키호가 즉시 동의했다.
"서쪽은 우리가 맡지. 리파는 동쪽으로 가. 카라스는 얼음 마법사를 상대하고."
"마코토, 빛의 마법사를 처리해. 알았지?" 카라스가 속삭였다. 마코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알겠어."
"좋아. 이제 빨리 움직이자고. 새벽이 곧 밝아올 거고 해 뜰 때까지는 시체들을 바다에 처넣어야지." 카라스가 명령했다. 다른 이들은 고개를 끄떡이고 바삐 흩어져 갔다. 그림자 흑마법사는 뒤를 따르는 척 하다가 물러나서 마코토 옆에 멈췄다. 조용히 훌쩍대는 소리가 그녀가 조금이지만 울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날 그냥 둬." 마코토가 손으로 얼음으로 이뤄진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래도 이제 눈물이 얼음인 건 보기 좋네." 카라스가 말했다. "그 아이가 큰 호의를 베풀어 줬구나."
"내 과거를 떠올리게 한 게 무슨 호의야! 이제 좀 가!" 마코토가 소리쳤다. 카라스는 재빨리 마코토의 입을 손으로 가리고 바윗덩어리 뒤로 끌고 갔다. 마코토는 가만히 있었다.

 

경비 몇 명이 그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자세히 살펴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카라스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명령 하나였어. 그냥 조용히 있으라는 명령뿐이었는데 그것도 못 해?" 그가 중얼거렸다. "현장은 내가 가려 두지. 처리해."
마코토는 입가를 가린 손을 거칠게 떼어내고 바위 가장자리고 돌아가서 목표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진 얘기하지도 마, 알았어?!"
"우는 모습 보여 주더니 아주 과민해졌군." 카라스는 바윗덩어리 위로 상황을 엿보면서 전장을 가리기 위해 그림자를 서서히 전진시켰다. "거의 다 왔어."
"나 안 울었거든." 마코토가 주장했다. 그녀는 코로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래, 네 눈가에서 얼어붙은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건 '축하'의 의미니까."
"네 그 불쾌함은 타고난 거냐?"
"이론적으론 치하야가 내 엄마인데, 뭘 바래?"
"엄마랑 사귀는 얼간이 같으니."
"차갑고 잔인한 마녀 같으니."

 

경비들은 이제 바윗덩어리로부터 고작 1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땅을 뚫고 올라오는 얼음 기둥들을 소환하면서도 마코토는 움찔하지 않았다. 경비들은 허를 제대로 찔렸고, 불행히도 그 창과 같은 기둥들이 오장육부를 찌를 때 고통에 찬 비명밖에 낼 수 없었다. 비명이 잦아들자 마코토는 얼음을 거둬들였다. 그녀는 바위 뒤편에서 걸어나왔고 카라스가 그 뒤를 따랐다.

 

"잘 했어." 그가 손가락으로 한 경비의 시체에서 피를 떠내며 칭찬했다. "우리도 들어가야지."
"하나만 설명해 봐."
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뭘?"
"왜 그 소녀가 날 도와 준 거라고 생각해?"
"네 그 씁쓸한 과거를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넌 더 독해지고 더 강해지지." 카라스가 즉답했다. "생각해 보면 널 돕기 위한 전략이야."
"나 괴롭히려고 뒤에 남은 거야?"
"뭐 그렇지. 이제 가자. 우리도 서둘러야 해. 시체는 여기 둬. 어차피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낮게 소리를 내서 카라스에게 먼저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 마코토는 천천히 학원 건물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다.

 


치하야는 어둠의 마법사 가나하 히비키의 방문 앞에 멈춰서서 파트너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유키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따라왔다.
"조용히 들어간다. 넌 공기를 이용해서 히비키의 그림자가 퍼지지 못하게 해. 방어를 네가 하면 죽이는 건 내가 맡지." 치하야가 조용히 말했다.
"전 치하야 씨를 기쁘게 보호할 거에요." 유키호가 속삭이며 답했다. "할 일만 말씀해 주세요."
"셋을 세면 문을 연다. 조용히." 치하야가 덧붙였다.
"네, 치하야 씨."
"하나..."
유키호는 손을 들어올리며 뭔가를 준비했다.
"둘.." 치하야는 문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셋." 그녀가 문을 열자 유키호가 작은 바람을 일으켜 문이 끼익대는 소리를 덮었다. 잠든 히비키는 뭐라 중얼거리더니 몸을 뒤척였다.

 

두 명의 트리아비타 마녀들은 방 안으로 들어와 등 뒤로 문을 닫고, 히비키의 침대 옆으로 살금살금 움직였다. 치하야가 화염구 하나를 만들어 히비키의 얼굴 쪽으로 가져갔다.
갑자기 비춰진 빛 때문에 어둠의 마법사는 콧소리를 내고 일어나 앉았다. 졸린 눈을 비비다 방 안에 들어온 마녀들을 보자, 반쯤 잠든 얼굴을 하고 있던 히비키는 깜짝 놀랐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침대에서 헐레벌떡 나오며 어둠의 마법사가 물었다.
치하야는 광적인 미소를 지었다. "소리지르지 마." 그녀가 기분좋게 말했다. "한 마디라도 하면 산 채로 태워 주지. 뭐 소리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지만."
히비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사히 빠져나가진 못할 걸."
"과연 그럴까?" 치하야가 숨을 내쉬더니, 더 크게 웃으며 히비키의 가슴팍으로 화염구를 날렸다. 히비키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피했다. 하지만 그녀의 방이 그 불꽃으로 타오르자 그것이 아주 끔찍한 생각이었음이 드러났다. 히비키는 욕지거리를 내뱉고, 어둠이 빛을 없애고 미친 듯한 불길을 잡아 주길 바라면서 불길 위로 그림자를 덮었다. 하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두 마녀는 히비키에게 다가갔다. 치하야는 미친 듯이 깔깔대고 있었고, 유키호는 힘들어 보였지만 결연한 표정이었다. 히비키는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얼음의 마법사는 물침대 위에서 뒤척이며 잠을 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는 아팠고 몸엔 힘이 없었다. 그녀가 뭔가를 걱정하면 항상 이렇게 되곤 했다. 그래도 그녀는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실수 한 번만 하면 적들이 곧바로 주도권을 잡으리라.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치하야는 그저 잠들 수 없었다. 그녀는 몸을 굴려 침대에 등을 대고 짜증 섞인 큰 한숨을 내쉬었다.

 

"얼음 마법사, 잠이 안 오나 보네?"

 

남자의 목소리를 듣자 치하야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침입자가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 알려 줄 단서를 찾아 방을 둘러보았다. "누구야?" 그녀가 물었다.
"그리도 오래 됐나?" 목소리가 불평했다. "내 목소리나 스타일 정도는 알아볼 거라 생각했는데. 뭐, 좋은 스파이는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으니까."
"넌 누구야?" 치하야가 더 크게 반복했다.
"당신이 잠들어 있을 때 죽이고 일을 마무리짓고 싶었는데. 이제 당신이 깨어 있으니 장난이나 좀 쳐야겠군. 마지막으로 우리랑 만난 게 언제더라? 보고 싶었다구."

 

치하야는 움찔하며 놀랐다. "...카라스, 그림자 흑마법사. 트리아비타의 팬텀 사디스트... 오랜만에 여기 모습을 드러내는군."
"그래, 내 생각에는 한... 5년쯤 된 거 같은데, 맞나?"
"원하는 게 뭐야?"
"내가 원하는 거야 많지." 카라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먼저, 세계정복. 하지만 그건 흔한 클리셰니까... '네 피가 내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것' 정도로 하지. 어때?"

 

치하야는 이 괴상한 "신사"에게 빛을 비추기 위해 재빨리 얼음 손을 뻗어 램프를 켰다. 그러나 대마법사가 주위를 둘러봤을 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 숨어." 그녀가 당당히 명령했다. "날 마주하고 싶으면 겁쟁이처럼 숨지 말고 남자답게 싸워."
"치하야, 치하야, 치하야, 내 사랑스러운 얼음 마법사님." 카라스가 기분 좋게 말했다. "내 스타일, 벌써 잊었어? 난 몸을 감추고 싸우는 걸 좋아해서 말이야."
"겁쟁이!"
"천재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사방에서 그림자가 스며들어오더니 방 전체가 다시 어둠으로 뒤덮였다. 치하야는 작게 쉿 하는 소리를 냈다.
"내가 너보다 강력한 건 너도 잘 알걸." 그녀가 차분히 말했다.
"뭔가가 보여야 죽일 수 있다는 거엔 동의 안 해?" 카라스가 부드럽게 답했다. "그리고, 난 네가 마법사인지도 모르게 할 수 있는 법을 알고 있거든."
"뭐?"
"속임수. 기만술. 공포.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네 그 심리전은 지긋지긋해!" 치하야가 소리쳤다. "경비들을 부르겠어! 미키 씨도! 널 단번에 드러내서 끝장낼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얼음을 물로 바꾸지도 못하는 약한 마법사가?"
치하야는 다시 움찔했다. "...네 말 따윈 듣지 않아." 손가락 끝에서 얼음 손톱을 만들어내며 그녀가 주장했다.
"무례하기도 하셔라." 카라스는 거의 뿌루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치하야는 방을 훑어보며 어둠 속에서 뭔가 움직일 기미가 보이는지 찾으려 노력했다. "내가 대화하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나?"
"너 같은 놈과는 대화 안 해." 치하야가 중얼거렸다. "...다른 놈들은... 다른 놈들은 어디 있어?!"

 

"흠... 여주인께선 유키호와 함께 성 서쪽에서 묻지마 학살을 하고 계실 거고, 리파는 성 동쪽에 있고, 마코토는 빛의 마법사에게 갔지."
"타카츠키 씨...!" 치하야가 놀라 숨을 들이켰다.
"그 아이의 목숨이 네게 그렇게 소중한가?" 카라스가 중얼거렸다. "남동생의 목숨이 소중했던 것처럼?"
치하야는 급하게 숨을 들이쉬고는 조용히 손을 내렸다. "...제발, 그러지 마..."
"그 소녀를 볼 때마다 남동생이 떠오르지, 안 그래?" 치하야의 애원은 듣지도 않고 카라스가 말을 이었다. "그 아이, 너도 알겠지만 널 많이 동경하잖아. 남동생처럼. 네가 그 아이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걸 알면 얼마나 실망할지 궁금한데..."
"그만 해...!"
"마음이 아파? 생각하기도 싫지, 그렇지?" 카라스가 어두운 웃음을 지었다. "안타깝군. 난 이렇게 네가 고통받는 걸 보는 게 제일 재밌어."
"타카츠키 씨는 강해." 치하야가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말했다. "무너지지 않을 거야. 그녀는 신동이고, 살아남을 거야."

 

카라스의 대답은 마치 치하야의 오른쪽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마코토는 널 몇 초면 죽일 수 있어." 그가 속삭이자 치하야의 몸이 굳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빛의 마법사 하나 죽이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일까?"

"타카츠키 씨는 건드리지 마!" 치하야가 요구했다. "어린 소녀일 뿐이잖아!"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너도 마찬가지지." 카라스가 말했다. "동생이 산 채로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약하고 겁먹은 소녀."
"그만 해! 제발, 그만 해!"
"제안을 하나 하지."
치하야는 손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그냥 가 버려."
"말 한 마디로 날 쫓아내려 하다니, 귀엽기도 하셔라."
"가!"
"마법도 안 쓰는 거야? 이거 놀라운걸, 치하야 쨩. 대마법사 자리는 노름으로 딴 게 아닌 줄 알았는데."
"가라고!"
"들아 봐."
치하야는 침대에 쓰러져서 몸을 공처럼 말았다. "...원하는 게 뭔데?"
그림자 속에서 카라스가 히죽 웃었다. "이게 내 제안이야... 대마법사님."
치하야는 코를 훌쩍였다.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지만, 침대에 누워 평화롭게 자고 있던 어린 빛의 마법사는 깨지 않았다. 마코토는 그것이 기뻤다. 야요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더러운 일을 해치우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래도, 마코토는 오늘 평소보다 더 외로웠고 조금이지만 야요이를 죽이기 전 대화를 잠시 나눴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그녀가 듣기로는 야요이는 이야기를 참 잘 하는 아이였다.

 

마코토가 가까이 다가가자 빛의 마법사는 몸을 뒤척였고, 얼음으로 칼을 만들었을 때는 몸을 떨었다.

 

마코토는 칼날을 손에 두드리더니 몇 번 휘둘러 보고는 마침내 야요이의 침대 앞에 섰다. 그녀는 야요이의 목에 칼을 겨누고는 칼을 들어올렸다. 막 칼을 내리치려 할 때 그녀의 목표가 뒤척거리더니 눈을 떴다. 마코토는 조용히 칫 하고 소리를 냈다.

 

"...치하야 씨?..."
마코토는 혼란스러워서 칼을 천천히 내렸다.
"...여기 추워요. 치하야 씨, 당신이세요?"
마코토는 조용히 있었다.
"저 방금 엄청 좋은 꿈을 꿨어요. 치하야 씨도 나오셨고, 미키 씨랑 이오리 쨩이랑 타카네 씨도 있었어요. 그리고 꿈에서 모두 꽃이 핀 작은 들판에 함께 앉아 있었어요. 모두 하고 싶은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트리아비타도, 훈련도, 무서움도 없었어요. 그냥 앉아서 수다만 떨고 있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마코토는 칼을 내린 채 야요이의 침대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린 빛의 마법사는 깔깔 웃었다. 아직도 마코토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분명했다. 얼음 마녀는 야요이가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기뻤다.

 

"우리가 무슨 얘기 했는지 아세요?" 야요이가 물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주제에요."
마코토는 말이 없었다.
"가족이요."

얼음 마녀는 조용히 헉 하고 숨을 들이키고는 야요이의 방 천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얼음 칼이 녹게 내버려둔 채 조용히 있었다. 야요이가 침대에서 몸을 틀었다.

 

"우리는 같이 집에 있는 제 가족 얘기를 했어요. 제 동생들 얘기도 모두 했고 맏언니인 게 얼마나 좋은지도 얘기했어요. 그리고 치하야 씨 남동생 얘기하고 치하야 씨가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도 말했었구요. 이오리 쨩 오빠들, 미키 씨 누나, 타카네 씨 부모님 얘기도 했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야요이가 계속 말했다. "그리고 가족이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얘기하고 있으니까 엄청 좋았어요. 근데 아세요?"
마코토는 자기 무릎을 내려다보며 가만히 기다렸다.
"가족들 중에서 큰언니가 제일 좋은 거 같아요."

 

마코토는 눈에서 얼음 눈물방울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숨막힌 소리를 내고 재빨리 눈가를 닦았다. ...언니...

 

"왜냐면 큰언니는 동생들을 지켜 주는 엄마 같잖아요. 그리고 동생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웃으면서 말해 줄 수도 있어요. 전 동생들을 사랑하지 않는 큰언니는 없다고 생각해요." 야요이는 이제 일어나 앉아 마코토를 곧장 보고 있었다. 마코토는 눈치채지 못했다. "가끔 화나서 동생들 야단을 쳐도, 사랑하는 건 변하지 않아요. 소중한 동생들이니까요. 절대 바꿀 수 없는 동생들이니까요. 돌봐 주면서도 깊이 사랑받는 동생들이니까요. 그런 감정은 절대 바뀌지 않아요."

마코토는 손에 얼굴을 묻고 무릎을 얼굴에 댔다. 그녀가 흐느껴 울기 시작하자, 흐르는 눈물이 갈수록 녹고 있었다.

 

야요이는 마코토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더니 몸을 기울여 마코토의 팔에 기댔다. "전 믿어요." 야요이가 조용히 말했다. "전 한 번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절대 멈출 수 없다고 믿어요. 누군가를 돌봐 주기로 결정한 순간 평생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는 걸요."

 

"조용히 해..." 마코토가 속삭였다.
"전 당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야요이는 눈을 감은 채 친절하게 웃었다. 그녀는 마코토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이 많은 소녀는 몸을 떨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냥 외로울 뿐이라고 생각해요."
"넌 아무것도 몰라." 마코토가 말했다. "너희 모두, 아무것도 몰라."
"알 것 같은 걸요." 야요이가 차분히 말했다. "절 죽이러 여기 오셨나요?"
마코토는 그저 조용히 울고 있었다.
"저, 아직 안 죽었어요. 당신이 아직 엄청 친절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에요."
"네가 뭘 안다고..."
"큰언니가 동생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지요." 야요이가 답했다. "동생들이 다섯 명이나 있는 걸요."
마코토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그런 말들을 믿어?"
"네, 믿어요."

 

"...사람이 한 번 다른 누군가에게 흥미를 잃으면, 영원히 버리고 말아. 그게 인간의 본성이야. 영원히 가는 애정은 없어. 하루는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계속 되풀이해서 말해 주고,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고 계속 안심시키고, 네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해 주다가, 그 다음 날 그냥 혼자 남겨 두고 떠나는 거야..." 마코토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난... 난 그녀를 생각하는 것도 싫어. 그 날을 떠올리는 게 싫어."

 

"아직 그 분을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야요이가 말했다. "당신은 멈추지 않았어요. 그 분도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야요이는 마코토가 쳐다보고 있는 그 곳을 올려다보았다. "큰언니가 동생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으세요? 전 그날 그 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셨다고 믿어요. 당신이 그 분을 밀어냈을 때 당신만큼이나 상처를 받으셨을 거에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 분도 분명 최선을 다하셨을 거에요. 그 위험한 일에 당신을 맡긴 건 그만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생각해 보면... 당신이 그 분을 밀쳐내면서, 버린 거에요."

 

마코토는 놀라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눈이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넌 아무것도 몰라." 그녀가 단호히 말했지만, 야요이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녀의 마음을 점점 녹이고 있었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야요이는 살짝 깔깔 웃었다. 그녀는 자리를 좁히더니 얼음 마녀에게 팔을 둘렀고, 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전 알아요." 야요이가 말했다. "치하야 씨가 당신 얘기를 해 주셨어요. 그리고 저도 큰언니니까, 마코토 씨 언니가 당신을 강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걸 알아요. 아마 일부러 그러셨을지도 몰라요. 당신이 차갑고 증오스럽게 될 이유를 준다면 엄청 강해질 거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몰라요."

 

마코토는 조용히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무릎을 펴고 발을 바닥에 도로 내려놓았다. 그녀는 일어서지 않았다.
"그것 보세요." 야요이가 다시 깔깔 웃었다. "당신은 나쁘지 않아요. 그냥 오해받았을 뿐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전 아니에요."
"난 네가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꼬마인 줄 알았는데." 마코토가 중얼거렸다. "네가 그렇게 느끼는지는 내가 어떻게 알지? 널 어떻게 믿으라고?"
"제가... 당신을 믿잖아요."
"왜?" 마코토는 기분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싸울 의지도 사라져 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 속 어둠을 꿰뚫으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 작은 빛나는 신동 하나 때문이었다.

 

야요이는 한숨을 쉬었다. "저도 몰라요." 그녀가 인정했다. "아마 당신이 나쁜 사람 아니라는 걸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전 당신들 누구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치하야 씨도요. 원래 목적은 부모님을 되살리는 거였잖아요." 그녀가 웃었다. "모든 사람들은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에요. 한 번 그런 사람을 만나면 사랑이 멈추지 않죠. 당신들 모두 나쁘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을 뿐이에요. 아니면, 그들을 너무 사랑해서 나쁜 짓을 하기로 했을 수도 있구요."
"그걸 어떻게 알지?" 마코토가 물었다.
"몰라요." 야요이가 소리내서 웃었다. "그냥 맞춰 봤어요."

 

마코토는 다시 조용해졌다. 두 소녀들은 아무 말도 없이 같이 앉아서 서로 온기를 나누고만 있었다. (마코토에게 온기라는 게 남아 있었다면 말이지만.) 그러다가 얼음 마녀는 마침내 일어섰다. 야요이는 따라 일어서면서 그녀를 놓아 주었다. 몇 분 동안 그냥 가만히 서 있다가, 마코토는 몸을 돌려 야요이를 바라보았다.

"널 보면 우리 쪽 하루카가 떠올라."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항상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사생활 침해를 하지."
야요이는 풀이 죽었다.
"그치만," 마코토가 말을 이었다. "난 그녀와 이야기하는 걸 기대하곤 했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야요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마코토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소일거리 같았다. "...아마 그 아이가 항상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서였을 거야. 똑똑해 보이려고 말하는 아이가 아닌 건 알고 있거든."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바보같지만, 난 그 아이 이야기를 들으려고 몬덴킨트에서 같이 다니곤 했어."
"좋으신 분 같아요." 야요이가 말했다.
"...그랬지." 마코토는 잠시 다리에 대고 손가락을 두드렸다. "너 같은 면이 많았어."
"그 분을 좋아하세요?"
"그렇지는 않아. 사실 싫어해."
"왜요?"
"그 아이는 과거에 했던 일들을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거든. 살면서 있었던 끔찍한 일들을 떠올리고 얼마나 끔찍했었는지 생각하게 만들어. 사람을 믿고, 용서하고 싶게 하고... 언니를 떠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만들어. 이젠 언니를 떠나서 돌아갈 수도 없는데 말야."
"아즈사 씨도 당신을 보면 좋아하실 거에요." 야요이가 다리를 차올리며 말했다. "트리아비타의 구성원이라고 안 받아 주시진 않을 거에요."

 

마코토가 한숨을 쉬었다. "맞는 말일지도 몰라. 그리고 지금 널 죽여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네."
야요이는 도로 침대에 튕기듯이 누웠다. "...사실... 이젠 죽는 게 안 무서워요." 그녀가 깨달았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요."
"희한하네. 갑자기 난 무서워졌어."
"뭐가요?"
"...그 사람 얼굴을 보는 게 무서워."
"화나지 않으셨을 거에요."
"...그 사람을 아니까... 아마도 차 한 잔 끓여 놓고 기다리고 있겠지." 마코토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래도, 서로에게 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전-"

 

마코토가 갑자기 야요이를 향해 몸을 휙 돌렸고, 얼음 칼을 손에 든 채 야요이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챘다. 뭔가 말하려던 야요이는 비명을 질렀다. "마-마코토 씨, 뭐 하시는...?!"

 

마코토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야요이의 손목을 향해 곧장 칼을 휘둘렀다. 새로 생긴 상처에서 피가 솟구쳤고, 야요이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마코토는 무표정한 얼굴로 잘린 손목을 얼음으로 덮었다. 야요이는 고통에 신음했다.

 

마코토는 그녀를 놓아 주더니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걸 보면 상관들이 화내겠지." 그녀는 다시 칼을 들어 야요이의 오른쪽 뺨을 베었다. 야요이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마코토는 잠깐 멈춘 후에 야요이의 흉곽 한가운데로 칼을 깊이 찔렀다. 야요이는 또 한 번 고통에 신음했다. 그녀는 마코토가 자신이 죽지 않을 곳만을 공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음 마녀를 애원하는 눈으로 올려다본 야요이는 그녀가 칼을 녹인 채 피가 흐르는 배에 담요 한 조각을 둘러 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야요이를 돌봐 주고 있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채로 야요이는 훌쩍였다. 마코토는 그녀를 슬프게 바라보더니 몸을 굽혀 잘린 손을 주웠다.
"난 이제 갈 거야." 그녀가 선언했다. "이야기...고마웠어. 좀 좋았어." 마코토는 떠나기 위해 몸을 돌려 문을 향했다.
"마코토 씨...!"
그녀가 돌아보았다.
야요이는 아파서 얼굴을 찌푸리고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저... 물어 볼 게 있어요."
"뭐?"
"누구에게 진짜로 화나 있나요?"
마코토는 눈을 깜박였다.
"전... 당신이 트라아비타에 화가 더 난 것 같아요. 당신을 공격해서 언니와 떨어뜨렸잖아요... 당신 언니에게 화난 것보다 더요."

 

마코토가 소리내어 웃었다. "잘 봤어. 그 사람들을 향한 내 분노가 날 강하게 만들어 주겠지... 내가 돌아와서 널 진짜 죽일 그 날까지." 그녀가 말을 멈췄다. "하지만 왠지 난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왜죠?"
"...널 보면 내가 너무 많이 떠오르거든." 그 말과 함께, 얼음 여왕은 야요이의 손을 든 채로 복도 바깥으로 사라졌다. 야요이는 그녀가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왠지 마음이 평화로웠다. 그녀는 미소지었다.
"고마워요."

 

 

"치하야 씨, 당신..."
치하야는 낮게 으르렁댔다. "믿을 수 없어..."
"맞아요. 불행하게도 타카네 씨와 미키 씨가 친구를 지키기 위해 나타나다니."
"그래도, 우리가 죽일 수 있는 사람을 알지..." 치하야가 웃었다.
유키호는 슬픈 웃음을 지었다. "아마미 하루카 씨, 당신에게 박힌 가시, 맞죠?"
치하야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날 잘 알고 있네. 따라와. 이 쪽의 하루카를 제거하면 기분이 좀 좋아지겠어."
"네, 물론이죠. 치하야 씨."

 


치하야는 이를 악물고 손가락 마디가 하얘지도록 주먹을 꽉 주었다. 카라스가 그녀의 어깨를 문질러 댔다.
"그래서, 어떡할 거야? 항복하면 마코토보고 그 아이에게서 떨어지라고 해 주지. 아니면 그 가엾은 아이는 죽겠지." 그가 설명했다. "선택은 네 몫이야, 우리 작은 치하야 쨩."
"난... 선택할 수 없어." 치하야가 속삭였다. "...공평하지 않아. 한 생명을 다른 생명과 저울질할 수는 없어."
"그녀를 진정 사랑한다면 단번에 희생해야지."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해?!"
카라스는 눈썹을 들어올렸다.

 

치하야는 마치 볼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자기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가끔은... 가끔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게 사랑이야. 가끔은 그들이 행복해할 걸 알기에 그들이 다치게 내버려두는 게 사랑이야! 가끔은,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복수를 위해 그들의 목숨까지도 희생시키는 게 사랑이야! 그리고 지금이 그럴 때일지도 모르지!"
"거짓말 같은데." 카라스가 말했다. "그냥 변명하는 거잖아."
"너 같은 괴물이 사랑에 대해 뭘 알겠어?" 치하야가 중얼거렸다.
"넌 솔로고 난 커플이야."
"그건 사랑이 아냐. 다른 괴물이 인공적인 감정을 심어 놓은 거지. 사랑이 아냐."
"이런 쪽에 있어서는 꽤나 똑똑하시군."
치하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할 시간을 좀 줘."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카라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1분 주지. 그 때까지 결정 안 하면, 내가 선택해 줄게."
"뭘 고를 건데?"
"난 둘 다."

 

치하야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손에 턱을 괸 채 다리를 꼬았다가, 풀었다가, 다시 꼬았다. 마침내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결정했어." 그녀가 선언했다.
카라스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뭘 선택했지?"
"아무것도 안 했어."

 

카라스가 반응하기도 전에 치하야의 얼음이 어깨로부터 그의 손으로 퍼져나갔고, 이윽고 그의 전신을 덮었다. 얼음의 마법사는 일어나서 얼음을 몸 안쪽으로 밀어붙일 준비를 했다. 그러면 흑마법사의 몸은 으스러지겠지만, 그녀는 아무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그를 죽여도 이 학원 안의 누구도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치하야가 일을 끝마치기 직전에 문이 부서지듯 열렸고, 치하야유키호가 문간에 서 있었다.

 

"카라스, 하나를 처치해서 확실히 하기 위해 왔..." 치하야는 말을 멈췄다. 얼음 감옥 안에서 카라스는 능력을 사용해 모든 어둠을 흡수해서 치하야를 완전히 드러냈다. 치하야는 놀라 숨을 들이켰다. "뭐 하는 거야? 그를 놔 둬!"
"내 학원을 건드리지 마!" 치하야가 그녀의 라이벌에게 얼음 구체를 날려보내며 명령했다. 치하야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고 화염을 폭발시켜 맞섰다. 치하야의 공격은 녹아 버렸지만, 이오리와 대련할 때와는 달리 치하야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치하야는 놀라서 물침대 뒤로 몸을 날려 숨었다. 그 순간 치하야는 불꽃의 방향을 카라스 쪽으로 틀어 몸 주위의 얼음을 녹였다. 풀려난 카라스는 치하야의 곁으로 순간이동했고, 동시에 유키호가 바람을 일으켜 치하야를 공중으로 날려보냈다. 치하야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치하야가 몇 발자국 다가왔다. "너, 대지의 마법사와 좋은 친구라면서?"
"제일 친한 친구지." 치하야가 정정했다.
"그 아이가 죽었다는 걸 알려 주면 좋아하겠군."
치하야는 크게 놀랐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눈이 커졌다. "...아냐..."
치하야는 히죽 웃었다. "못 믿겠어, 우리 대마법시님? 나중에 가서 그녀가 불타버린 재를 봐. 비명 소리는 못 들었구나? 네 남동생이랑 비슷하던데."
"안 돼...!"
치하야는 크게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완전히 사악한 웃음이었다. "그래, 그렇게 고통받는 거야!" 그녀가 외쳤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비명을 질러! 대마법사, 네가 내 앞에 고개 숙이는 걸 오늘 봐야겠어!"

 

치하야는 마음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남동생이 죽었고, 이제는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 속 증오에 집중했다. 다시 눈을 뜬 그녀는 손을 휙 뻗었고, 유키호에게 두 개의 얼음 창을 날렸다. 공기의 마녀는 놀라 숨을 들이켰고, 그 순간 창들이 그녀의 머리와 심장을 꿰뚫었다. 그녀는 몇 번 떨리는 숨을 쉬고, 커다란 눈으로 치하야를 바라보다가, 무너져 내렸다. 치하야가 그녀 옆에 엎드려 맥을 짚었다.

 

유키호는 죽어 있었다.

 

유키호가 죽자 그녀가 만들었던 기류도 사라졌다. 치하야는 바닥에 발부터 떨어졌다. 그녀는 치하야를 노려보았고, 그건 치하야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유키호를 죽였어." 대마녀가 내뱉었다.
"넌 하루카를 죽였고." 대마법사가 반박했다. "고통받아야 하는 사람은 너야."
"그냥 죽어 버려, 이 고집 센 X!"
"너나 죽어."

 

두 라이벌은 맞부딪쳤다. 치하야는 거대한 불꽃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고 치하야는 거대한 빙하로 받아쳤다. 그들은 창, 칼, 심지어 맨손으로 싸웠고,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싸움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다. 둘 다 방패를 쓰지 않았다. 화염구들과 얼음 기둥들이 난무하고 가끔씩 욕설만 들릴 뿐이었다. 카라스는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곧, 다른 모든 마법사들이 도착했다(야요이가 없다는 것을 치하야는 눈치챘다). 허를 찔린 치하야는 옆구리에 물세례를 맞고 등에 날카로운 바람을 맞았다. 그 바람에 그녀는 큰 바위에 곧장 부딪쳤다. 독이 오른 그녀는 커다란 불꽃의 원을 쏘아보냈다. 이오리를 뺀 마법사들은 제각기 방패를 꺼내 공격을 막았고, 이오리는 그저 불꽃을 흡수했다.
치하야는 분노의 비명을 지르고 사방으로 불꽃을 쏘아보냈다. 그녀가 당했던 것처럼 방심한 상대를 잡고 싶었지만, 마법사 한 명에게 불이 붙을 때마다 물의 마법사가 재빨리 불을 꺼 주었다.

 

치하야는 낮게 소리쳤다. "카라스! 사람들을 모아!" 그녀가 명령했다. "...일단 돌아간다. 키사라기 치하야, 내 말을 새겨 두시지! 넌 내게서 벗어나지 못해! 절대로!"
치하야는 그저 턱을 들어올렸다. "난 도망치지 않아." 그녀가 중얼거렸다. "우린 함께거든."
치하야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길 나가자! 당장!"

"원하시는 대로." 카라스는 여주인의 허리에 팔을 감고, 뒷배경으로 사라지기 전에 765학원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치하야는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인 마법사들은 환호하며 축하를 시작했다. 마코토가 나머지 셋을 본거지로 데려가는 것을 본 후에야 그녀도 그 축하에 동참했다.

 

하지만 곧 어두운 생각이 그녀를 스쳤고, 그녀의 기쁨도 오래 가지 못했다.

 

"타카츠키 씨는 어디에 있죠?"

 

 

...으아악, 7편이 짧은 이유가 있었네요. 오랜만에 타자 치다 손목이 아파옵니다.

 1. 야요이는 역시 천사네요. 마코토 무슨 짓을...!

 2. 별 비중 없이 산화하신 세 분의 마법사들께 묵념을...

 3. 치하야 vs 치하야 번역하는데 헷갈리더군요. 

아시겠지만 볼드체 넣은 이름들이 악역입니다. 원작자님 세계관 한 번 크게 잡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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