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게으른 마법사 번외편 제 2화 [어느 프로듀서의 하루]

댓글: 2 / 조회: 694 / 추천: 0



본문 - 12-09, 2016 22:00에 작성됨.

오전 6시 창문에 햇살이 비추어 방 공기가 자연스럽게 더워지면서 타케우치는 눈을 떴다.

얇은 잠옷이 흐트러진 그 모습은 정장을 제대로 입는 그에게 익숙한 사람에게는 상당한 갭이 있을 것이다.

아직 졸음이 조금 남아있지만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침실을 나섰다. 타케우치의 집은 도심에 있는 고층맨션으로 그에 맞는 넓이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구도 최소한만 놓여있고 좋게 말하면 '모델 룸 같은 아름다움'이고 나쁘게 말하면 '텅 빈 방'이었다.

원래 독신생활인데다가 단지 회사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몇 년 전에 구입한 방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맑게한 타케우치는 머리를 말리고 정장 차림으로 갈아입고 그대로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가 집에서 요리하는 것은 오로지 휴일 뿐. 일하는 날은 이렇게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늘 아침은 346프로까지 가는 길에 있는 카나코가 경영하는 회사의 양식전문 체인점이다.

그래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고 집을 나갈 때 포스트에서 꺼낸 신문을 읽으면서 그것을 먹는다.

구석구석 체크하지는 않고 제목에서부터 관심이 가는 뉴스를 읽는 정도지만 세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정도라면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일에 대비해 기운을 아끼는 기분으로 타케우치는 346 프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주변의 행인들도 서서히 옷을 차려입은 성인의 비율이 증가하고 346프로에 가까워질 수록 정장을 입은 행인들이 늘어간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346 프로는 다른 건물과 비교해도 분명 부지가 넓다.

346프로의 빌딩. 카나코가 경영하는 체인 레스토랑의 본사 빌딩. 키라리 패션 브랜드의 본사 빌딩. 그리고 또 다른 건물. 총 4동으로 구성된 그 곳은 나무가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어 마치 공원같은 느낌을 준다.

현재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일반 기업과 비교해도 출근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담당 아이돌의 스케줄에 따라서는 더 이른 시간에도 출근한다.

건물 안에는 이미 몇 명의 직원이 출근해서 각각의 일을 하고 있었다.

"치프.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예. 다들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합시다."

사무 일을 보던 다른 프로듀서 (즉 타케우치의 부하)의 인사에 응ㅇ하면서 타케우치는 자신의 담당 구역인 '치프 프로듀서실'로 들어갔다.

대량의 책을 보관하는 선반들이 늘어서 있고 중앙에는 응접세트로 고급 가죽으로 된 소파도 있는 그 방은 혼자서 일하기에는 꽤 넓다.

".............." 타케우치는 그 방을 빙 둘러보고는 넓은 사무 책상과 세트로 놓인 큰 의자에 앉았다.

왠지 그 표정이 조금 쓸쓸했지만 타케우치는 그것을 떨쳐버리고 컴퓨터를 켜서 일을 시작하려 했다. 똑똑하고. 방 문을 노크한 것은 그 때였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씨" "좋은 아침입니다. 사쿠마씨." 약간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 방에 들어온 것은 사쿠마 마유였다.

"사쿠마 씨 오늘 스케줄은 오후부터였을텐데 어째서?"

"후후.. 프로듀서를 만나고 싶어 빨리 와버렸습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마유에게 타케우치는 반응이 곤란한 듯 목 뒤에 손을 댔다.

이러한 대화는 수십번 진행되고 있었지만 타케우치는 전혀 익숙해진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마유도 그 것을 즐기는 것처럼 입에 손을 대고 얇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귀여운 디자인의 도시락을 꺼냈다.

"프로듀서를 위해 도시락을 만들었어요. 괜찮으시다면 드시지 않겠어요?"

"매번... 감사합니다."

"우후후. 이번에는 조금 큰 도시락으로 만들었어요. 프로듀서씨는 남성이시니까 마유랑 같은 양으로는 부족하실 것 같아서요."

타케우치가 도시락을 받자 마유는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사쿠마씨 저를 위해서.."

"프로듀서가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요. 이건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응?"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마유에게 타케우치가 무엇을 말하려고 입을 열려고 하다가 말았다.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마유는 이만 갈게요. 일 힘내세요!"

마유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인 뒤 싱글벙글 튀는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타케우치는 건네받은 도시락을 복잡한 표정으로 응시했지만 이윽고 시선을 떼 pc에 도착해 있는 메일 체크를 시작했다.

------------------------------------------------------------------------------------------------------------------

오전 8시 30분. 오늘의 일정은 담당 아이돌 중 한 명이 동행할 예정이다.

치프 프로듀서실 옆 휴게실에 그 아이돌이 도착하는 대로 그녀와 함께 현장까지 가도록 되어있다.

"..........."

그럴 예정이지만 아이돌이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고는 해도 도중에 교통 체증으로 인해 늦을 가능성도 있는 이상. 너무 느긋하게 있을 수도 없다.

타케우치는 사무 작업을 중단하고 방 옆에 있는 문으로 걸어갔다.

그 문은 옆 방인 아이돌 전용 휴게실과 연결되어 있어 자주 아이돌들이 작업중인 타케우치를 만나러 올 때 사용된다.

타케우치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잡단하고 있던 3명의 아이돌이 일제히 타케우치 쪽으로 뒤돌아 보았다.

"어머. 타케우치 쨔마. 무슨일이신가요?"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무슨일이야.. 타케우치...."

일거수 일투족에 기품이 묻어나는 금발의 소녀. 활발한 미소가 눈부신 소녀. 항상 졸린 눈을 하고 있는 긴 머리 소녀가 타케우치의 모습을 보고 각각 반응했다.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 사쿠라이씨. 류자키씨. 사죠씨. 시오미 씨와 현장에 가야하는데 혹시 못보셨습니까?"

"못봤는데요.... 전화는 안 받나요?"

금발의 소녀 - 사쿠라이 모모카의 질문에 타케우치는 곤란한 듯이 목 뒤에 손을 댔다.

"예... 조금 전부터 계속 전화하고 있는데 계속 자동 응답 메시지만...."

"아직 집에서 자고 있지 않을까요?"

쾌활한 소녀 - 류자키 카오루의 그야말로 아이다운 말에 타케우치는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 그럼.. 우리도 같이 갈까...?"

장발의 소녀 - 사죠 유키미의 제안에 타케우치는 조금 고민하더니 '부탁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타케우치가 찾는 소녀 - 시오미 슈코는 교토에서 온 아이돌이다.

그녀처럼 멀리서 온 아이돌은 도쿄에 방을 빌려 그 곳에서 사무실에 다니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돌은 데뷔하자마자 팔리지는 않기 때문에 방을 빌릴만한 금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346 프로는 같은 부지 내에 아이돌이 살 수 있는 기숙사가 존재하고 있다.

기숙사라고 해도 외형은 세련된 아파트 같고 사무실 부지에 있으면서 공원으로 나누어져있다.

기숙사는 세세한 규칙이 정해져 있어서 마치 동아리 합숙같은 느낌으로 아이돌 후보생과 신인 아이돌들이 공동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런 여자의 화원 답게 타케우치는 여기에 접근할 때 작은 망설임이 있었다.

프로듀서는 공동 공간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말하자면 그가 마음대로 주저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여기에 들어갈 때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예방 조치로 항상 다른 아이돌과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실례..."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감시역인 3명 중 유키미(교토 출신)와 카오루(에히메 출신)는 현재 부모님 슬하에서 떠나 이 곳에 살고 있다.

모모카도 효고 현의 고베 시에서 왔기 때문에 원래는 이 곳에서 살수도 있지만 그녀는 근처에 별장을 구입해 그 곳에서 다니고 있다.

"아. 타케우치 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타케우치씨!"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공동 거실에는 이미 많은 아이돌의 모습이 있었다.

몇몇은 거실의 대형 tv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고 몇 명은 공동 주방에서 즐겁게 요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타케우치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여자만의 공간에 남자가 비집고 오는 경우 보통은 크든 작은 싫은 반응을 보이지만 타케우치에 대해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자신들의 소속사를 여기까지 크게 한 주역이니까 라는 타산적인 생각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여기있는 아이돌들에게는 그런 느낌은 없는 것 같다.

그 것을 간파하지 못할만큼 타케우치의 눈은 만만하지 않다.

"여러분. 오늘 시오미 씨를 보셨습니까?"

"슈코?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안보이네요?"

"나가는 걸 본적은 없으니까 아마 아직 자기 방에 있지 않을까요?"

"그렇습니까... 방으로 한 번 가보도록 하죠."

타케우치가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를 뒤로하자 모모카 일행이 그의 주위를 둘러싸듯 조금씩 가까이 붙어왔다.

특히 카오루는 조금 전부터 타케우치를 관찰하듯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며 그가 뭔가 할지도 모르니 감시한다는 미션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 으햐아!"

"으햐아.."

"두 사람 다. 너무 들뜨면 안되요. 이 곳은 모두의 집이니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금 걸어들어가면 플레이트에 '시오미 슈코'라고 적힌 방이 있었다. .

타케우치가 인터콤을 눌러보지만 반응은 없었다.

다시 스마트 폰으로 전화를 걸어보지만슈코가 나오는 모습은 없고 방에서도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매너모드로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방에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슈코 언니! 일어나!"

"슈코. 타케우치가 불러..."

"슈코씨 타케우치 쨔마가 부릅니다. 빨리 나와주세요!"

한편 그동안에도 3사람의 아이돌들이 열심히 방안에 호소했다.

하지만 카오루는 몰라도 슈코와 모모카의 성량이 방안에 들릴지는 의문이다.

유키미는 원래 말하는 것 자체가 서투르고 모모카도 큰 소리를 내는 것은 기품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때 문 너머에서 희미하게 발소리가 가까워져 오는 것이 들렸다.

모두가 움직임을 멈추고 문에 주목하는 가운데

"후아암.... 자주 없는 오프니까 느긋하게 재워.... 어라. 타케우치씨?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하품하며 문을 열고 얼굴을 내민 것은 은색의 가까운 색소의 얇은 하얀 피부. 그리고 여우를 연상시키는 큰 눈이 이상한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그러나 그 큰눈은 현재 졸린듯 가늘고 머리 색깔과 같은 흰색이나 은색과도 같은 얇은 잠옷을 흐트러뜨린 어수선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곤란한듯한 표정을 지은 타케우치가 목 뒤에 손을 대면서..

"저 시오미씨.. 오늘 저와 함께 방송국으로 갈 예정인데.. 준비는... 아직 이시군요."

"방송국? 아니.. 그러 내일이죠? 오늘은 오프니까 잘 나가는 슈코는 자고있었는데요."

"시오미씨..."

타케우치가 기가막힌 얼굴로 수첩을 꺼내 오늘자 페이지를 열고 그것을 시오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처음에는 미소 지은채 그것을 바라보던 시오미도 페이지를 읽을수록 그 미소가 사라져 간다.

"미안... 지금 몇 시?"

"아직 시간 여유는 있지만 천천히할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빠르게 준비해주세요."

"아.. 알았어! 미안해!"

힘차게 닫힌 문 너머에서 쿵쿵. 그리고 아까보다 분명히 큰 발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소리에서 초조함이 전해져 온다.

"하아.. 일정을 착각하다니..."

"...."

초등학생이 한숨을 쉬며 기가막히게한 슈코에게 타케우치는 목 뒤에 손을 대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슈코와 함게 방송국에 들어가 그녀가 출여하는 TV프로그램의 녹화를 잠시 보던 타케우치는 직원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스튜디오를 떠났다.

하지만 그는 휴식을 취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노도의 협의 러쉬가 시작된다.

통상적이라면 아이돌을 팔기 위해 영업을 하러 가겠지만 타케우치 정도의 위치쯤 되면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에 출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현재 타케우치는 신인 아이돌 몇 명 이외에 '기적의 10명'의 프로듀스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녀들의 출연은 타케우치를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이돌의 일정 쟁탈전 전에 타케우치 일정 쟁탈전이 이루어진다는 희귀 현상이 발생햇다.

이 날도 총 6명의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를 섞은 협의가 이루어져 그들 가운데서 다양한 흥정을 한 뒤 타케우치 담당 아이돌의 일정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타케우치는 아이돌 각각의 준비된 수첩을 몇 개 테이블에 펼쳐 상대의 희망과 일정이 맞는 아이돌을 즉시 데려와 제안한다.

하지만 타케우치도 단지 상대에게 제시된 일정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잡담으로 이야기한 내용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 곧바로 그에 걸맞는 아이돌을 제안하고 일로 연결해 간다.

이 경우 대상이 되는 아이돌은 타케우치가 담당하는 아이돌 뿐만 아니라 346프로에 있는 모든 아이돌이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346 프로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재가 풍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타케우치가 각각의 일에 정확한 아이돌을 픽업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소속 아이돌 전원을 전부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협의도 가시적 성과가 보일 무렵. 최근 들어 항례가 된 영업이 이번에도 시작됬다.

"그런데 타케우치. 후타바 안즈랑은 아직 교제가 있어?"

"... 후타바씨. 입니까? 예.. 나름대로는"

또인가. 라고 타케우치는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다행이야 다행. 실은 안즈와 극장의 아이돌들이 프로그램에 나와줬으면 하는데 저 쪽이 전혀 상대해주지 않더라구. 혹시 타케우치쪽에서 뭔가 해줄 수 있을까?"

"... 일단 이야기는 해보겠지만 출연을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 그래. 그건 알고 있다구. 그렇다 치더라도 안즈는 무엇이 불만인 걸까. 골든 퀴즈 프로그램이야? 게다가 시청률 20프로야? 나오면 지금 이상으로 주목을 끌 수 있을 것 같은데.."

"....."

자신의 담당아이돌이라면 기꺼이 받을 일을 용서없이 거절한 안즈에게 타케우치는 상대에게 들키지 않게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아이돌들의 일정수첩을 새까맣게 물들인 타케우치는 그 페이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346프로에서 사무작업중인 센카와 치히로에게 보냈다.

그녀가 346프로에서 하는 일은 다양하고 이렇게 타케우치가 받아온 일을 각각의 담당 프로듀서에게 전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치히로에게 확인 전화를 받아 매듭지은 것과 동시에

"이야.. 잘나가는 프로듀서는 힘드네"

페트병의 차를 마시면서 슈코가 능글능글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크게 휘어진 눈매는 동화에서 장난을 치는 여우같아 보인다.

"수고하셨습니다. 어떠셨습니까?"

"확실해. 그 쪽도 확실?"

"네. 끝났습니다."

"그런가. 저기 배고픈 턴!"

슈코는 그렇게 말하고 타케우치 팔에 매달렸다.

타케우치는 몸을 굳힌 채 즉시 주위에 눈을 돌리지만 당연히 그녀도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고 매달렸다.

"알겠습니다.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에 뭔가를 사서 가도록 하죠."

"에? 사갈거야? 어딘가에 가서 먹는게 좋아. 카나코 씨의 가게라면 소란은 없지?"

"아뇨. 실은 이미 점심은 받아둔 게 있어서"

타케우치는 그렇게 말하고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마치 여자가 가진 귀여운 디자인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타케우치가 스스로 만든 것은 아니다.

"아. 마유꺼네. 그럼 어쩔 수 없지. 어딘가의 가게에서 테이크 아웃으로 구입하고 공원에서 먹고 가자. 그럼 뭘 먹을까나~"

정말 즐겁게 뛰어가며 점심메뉴를 생각하는 슈코의 자유 분방함에 타케우치는 무엇인가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

오후 1시 반

"치프 감사합니다. 일을 구해주시다니!"

"죄송합니다. 치프. 일부러 치프의 손이 닿게 하다니"

"하루빨리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슈코와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타케우치는 일을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부하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화답하면서 치프 프로듀서실 옆에 있는 아이돌 전용 휴게실로 향했다.

똑똑하고 문을 노크하고 연다.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씨"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재빠르게 마유의 느긋한 목소리가 타케우치를 맞이했다.

방을 대충둘러보니 마유 이외의 아이돌은 없다.

"기다리게해서 죄송합니다. 사쿠마 씨. 그럼 현장으로 향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전에"

일어나서 그대로 방을 나가려던 마유였지만 뭔가 기억난 것처럼 발걸음을 멈추고 타케우치를 보았다.

"프로듀서 도시락은 드셨나요?"

"네 아주 맛있었습니다. 영양 밸런스도 제대로 잡혀있고 사쿠마 씨의 정성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습니다."

"후후... 마유의 애정 전해져서 다행이네요."

타케우치의 평가를 들은 마유는 전신에서 행복한 오오라를 뿌리며 그 미소를 더욱 짙게했다.

"그럼 프로듀서. 도시락 돌려주시겠어요?"

"...그 사쿠마씨. 항상 고맙게 받고 있으니까 적어도 도시락은 제가 씻어서 돌려드리겠습니다."

"프로듀서씨는 걱정안하셔도 되요. 텅 빈 도시락을 보는 것도 도시락을 만든 사람한테는 행복한 순간이랍니다."

타케우치가 가방에서 꺼낸 도시락을 건네주나 마유는 그것을 받으면 실로 기쁜듯이 웃었다.

그 모습은 사랑하는 남편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주는 새댁과도 같다. 혹시 머리에 그런 망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녀의 팬이라면 언제까지나 그 얼굴을 바라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타케우치는 '팬 제 1호'이면서도 프로듀서다.

계속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가 일에 늦게되면 본이 되질 않는다.

"사쿠마씨. 이제 출발하죠"

"예 알겠습니다."

이대로는 망상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유지만 타케우치가 말을 건 순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답한 채 문으로 걸어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타케우치는 목 뒤에 손을 댔다.

도내에 있는 넓은 공원이 이번 마유의 작업 환경이다.

여고생을 위한 잡지의 기획에 마유가 기용되고 그 것과 연동해서 도시 곳곳에 광고를 장식할 예정이다.

오늘의 일은 그 광고 사진을 촬영하고 잡지에 싣는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휴일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힐링하는 거대한 분수도 현재는 마유를 위한 대도구가 되었다.

조명이나 반사판을 설치한 직원에 둘러싸여 마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좋아 마유! 다음은 더 어른스럽게 해볼까?"

"어른스러운... 이렇게인가요?"

"오오! 역시 마유야"

사진사의 추상적인 요구에도 자연스럽게 응하는 마유에게 카메라맨도 완전히 신이 나서 카메라의 셔터를 마구 눌러대고 있었다.

아이돌이 되기전에 현지에서 독자 모델을 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고 카메라맨의 주문에 응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녀의 감각에 의한 것이다.

타케우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가까운 직원에게 가볍게 말을 걸며 현장을 떠났다.

덧붙여서 그가 일하는 도중 현장을 떠나는 것은 마유나 슈코처럼 자신의 의견을 직원에게 제대로 주장할 수 있는 아이돌에 한정된다.

현장을 떠난다고 해서 타케우치에게 휴식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곧바로 전화를 건 사람은 346프로에 소속된 매니저들이다.

다른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타케우치 담당 아이돌에 붙어있는 그들에게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해결책을 내놓기 때문이다.

3명 정도에게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은 문제 없고 1명의 전화상담도 무사히 끝났다.

만약 전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타케우치가 가야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타케우치는 한숨을 내쉬면서 전화를 끊었다.

곧 4번째에 전화를 걸려고 할 때 타케우치는 손을 멈추고 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약간 빠른 걸음으로 공원의 입구로 향했다.

그의 행선지에는 가방을 어깨에 들쳐맨 제복 차림의 몸집이 작은 소녀가 걷고 있었다.

왜인지 소매가 이상하게 길어 그녀의 손을 완전히 감추고 있었다.

"어.. 죄송합니다"

"아? 아.. 타케우치 씨 안녕하세요."

그 소녀 - 시라사카 코우메는 뒤에서 갑자기 말을 걸어 놀란 채 뒤돌아보고 목소리의 주인이 타케우치라는 걸 알고 다른 의미로 놀랐다.

"죄송합니다. 모습이 보이길래 무심코 말을 걸어버렸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신가요?"

"네..네.... 지금부터 극장에 가는 길이에요."

"극장입니까? 확실히 오늘은 라이브가 없었을텐데요."

"조금 노래부르면서 연습하고 싶어져서 슈코랑 극장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과연 그런거였네요. 노력해주세요 저도 조만간 또 여러분의 라이브를 보러 가려고 생각했으니까요."

"네 기다리고있겠습니다."

조심스레 그렇게 말하고 미소를 띄우는 코우메에게 타케우치는 왠지 깜짝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사소한 것으로 그를 몇번 만난 코우메도 놓칠 정도였다.

"어.. 그럼 타케우치 씨 다음에 또 뵈요."

"예.. 갑자기 불러세워서 죄송했습니다."

어린 소녀 상대라도 예의를 잊지 않은 타케우치의 인사에 코우메는 팔랑팔랑 긴 소매를 흔들며 그자리를 떠났다.

아장아장 걷는 그녀의 뒷모습을 타케우치는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때

"프로듀서 씨. 다른 여자아이와의 대화는 즐거우신가요?"

"----!"

갑자기 뒤에서 그것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려 타케우치는 무심코 어깨를 들썩였다.

끈적끈적 휘감기는듯한 목소리를 뿌리치고 뒤를 돌아보면 마유가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그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처져보이기 쉬운 그녀의 두 눈동자는 닿는 즉시 그대로 끌려갈 것 같은 심연을 연상시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쿠마 씨 촬영은 끝나셨나요?"

"예. 방금 전에 끝나고 10분 뒤에 인터뷰입니다. 방금 그 아이가 프로듀서가 놓친 아이돌인가요?"

"...예"

조금 망설이는 듯한 행동을 한 뒤 타케우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마유가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듯이 크게 뺨을 부풀리며

"억울한 것도 이해하지만 프로듀서는 제 프로듀서죠? 조금은 마유도 봐주세요"

"네.. 죄송했습니다"

타케우치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이자 마유는 '저야말로 마음대로 말해서 죄송합니다'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때 마유의 표정은 타케우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

오후 9시

대부분의 직원이 퇴근하고 귀로에 오른 가운데 타케우치가 있는 치프 프로듀서실만은 아직도 불이 켜지고 있었다.

그의 방에는 메시지 상자가 놓여져있어 본인이 부재중일 때는 거기에 그에게 보내는 서류를 모아두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냥 반나절 정도 비우고 있던 타케우치에게 보내진 서류는 15다발. 그 중에는 작은 하드 커버 책 정도의 두께도 있었다.

그러나 타케우치는 그에 대해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그것을 하나씩 정성껏 체크한다.

그 내용은 새로운 유닛 결성과 장기 프로젝트의 초안 등 아이돌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물건인 것이다.

어떤 이유가 있든 결코 함부로 하지는 않는다.

"......."

지금까지 결성된 유닛이 맡은 일에 대한 방향성이나 판매 방법. 그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기억 속 서랍에서 꺼내고 옛날자료도 선반에서 꺼내 아이디어가 좋은지 혹은 다른 방안을 생각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방안과 융합시켜 1개의 프로젝트로 만들어 버리는 지 등 머릿속에서는 끝없이 논의가 반복되고 결론을 내려간다.

한 때 346프로가 시작되었을 때보다 소속 아이돌이 현격히 증가해서 타케우치가 최종 결정을 내릴 업무량도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

회사도 당시로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가 되어 346 프로에 생활을 의지하는 사람도 많다.

너무 무거운 일이지만 그래서 타케우치는 지금의 일을 매우 좋아했다. - 이 것을 후타바 씨에게 얘기하면 코웃음을 칠까요? 문득 생각난 것이 일이 싫다고 호언하던 과거의 담당 아이돌이었다.

"일이 좋다니.. 프로듀서는 정말 일벌레구나"라고 기막혀하는 안즈가 쉽게 상상되자 타케우치는 일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풋하고 웃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안즈라면 타케우치의 생각에 어느정도 동조해줄지도 모른다.

자신의 기획사를 설립하고 극장을 설립해 몇 명의 아이돌을 프로듀스 하고 있는 지금의 그녀라면. 이번에 그 근처도 포함해 이야기 할 기회를 마련할까 라며 타케우치는 가까운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고 서류를 읽으려 할때. 똑똑. "...들어오셔도 괜찮습니다." 대부분 직원이 퇴근한 가운데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타케우치는 의아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응답했다.

그러자

"역시 타케우치.. 이런시간까지 일에 열심이구만"

"사장..."

오른손을 흔들며 방으로 들어온 것은 346 프로의 사장. 키류 츠카사였다.

아직 25살이라는 나이에 '쿨 뷰티'라는 형용사가 어울리는 외모는 소속된 아이돌에도 뒤지지 않는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쓰러지면 곤란해?"

"아이돌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 아이돌들도 초과근무는 하지 않지? 네가 쓰러지면 일에 지장이 생기고 혼란스러워지잖아. 노동시간 조절도 하는게 성인이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츠카사의 진지한 눈빛에 단념했는지 타케우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PC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원을 끈다.

책상에 펼쳐져 있던 서류를 정리하고 서랍에 넣어 열쇠를 건다.

"맞다 타케우치 알려줄 얘기가 있는데"

그리고 그것을 가늠한 타이밍에 츠카사가 말을 걸었다.

자신의 가방을 들고 있던 타케우치가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네가 기획한 '예의 이벤트' 공식적으로 채택됬어"

"정말입니까!"

그 순간 평소에 그다지 감정을 표츌하지 않는 타케우치가 눈을 뜨고 기쁨을 표현했다.

그에 대한 것을 잘 알고 있는 츠카사조차 그의 기백에 순간 뒷걸음칠 정도였다.

"그런 고로 지금부터 작게나마 축하하자구. 어차피 밥은 먹지 않았겠지? 가자"

"좋습니다. 사장에게도 여러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었으니까요."

"하아.. 모처럼 개인적인 시간이야? 이런 시간 정도는 일을 잊게해달라구"

"죄송하지만 이러한 시간이 아니면 사장과 이야기할 시간도 없다보니..."

"정말이지.. 예전에는 최소 주 1회정도는 다 같이 식사도 했었는데 말이야"

타케우치 혼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넓은 방을 바라보며 츠카사는 툭하고 중얼거렸다.

그 표정은 친한 사람이 아니면 모를 정도로 희미하게 외로움이 느껴졌다.

"좋아 오랜만에 타케우치랑 식사네. 전부 갖고 오라구"

"감사합니다."

한발 앞서 방을 나온 츠카사의 뒤를 따라가며 타케우치는 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 껏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방은 어둠에 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