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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 「응석부리면 안돼」 1/2

댓글: 6 / 조회: 3584 / 추천: 4



본문 - 12-09, 2016 01:41에 작성됨.

 
안즈 「응석부리면 안돼」 1/2



    ・・・・・・



     띵똥.


     벨소리에, 안즈는 고개를 들었다. 평소의 풍경, 항례 행사. 카메라로 확인할 것도 없이, 방문자가 누구인지 예상이 갔다.

     이불에 휩싸인 채로 한동안 기다리고 있으니, 이윽고 여벌쇠를 사용해 그 사람이 방으로 들어온다.

    「안즈. 출근 시간이다」

     낮은, 그러면서도 기복이 적은 목소리가 안즈의 이불에 닥친다. 어느새 친숙해진 그 목소리를 들으면, 무심코 눈이 뜨인다.

     하지만 안즈는 그것을 눈치채이는 것이 싫었기에, 이불에서 얼굴을 반만 내민 상태로 프로듀서를 올려보았다.

    「싫어어, 프로듀서. 출근 시간은 아직이잖아?」

    「그렇군. 정확하게는, 당장 집을 나오지 않으면 지각하는 시간이다.」

    「프로듀서도 피곤하지? 조금 쉬었다가 가. 10시간정도말야.」

    「피곤하단걸 알고있으면 부탁이니까 자기 다리로 출근해 줘」

    「흥이다. 안즈는 이제 인기인이니까,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걸. 비바 인세! 꿈의 니트 라이프!」

    「됐고 빨리 가자」

     안즈의 말을 거의 무시하고, 프로듀서는 안즈의 몸을 들어 올렸다. 마치 짐짝같이 팔에 끼어진 안즈는, 그대로 프로듀서가 타고 온 차의 뒷자석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자지 마라. 사무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밥먹어둬.」

     프로듀서는 진심으로 귀찮은 목소리로 말하며, 안즈의 근처에 널려있는 주먹밥과 물통을 가리켰다.

    「에이─, 귀찮아. 아침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랩과 알루미늄 호일로 싸여진 주먹밥을 먹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칠칠지 못한 안즈를 위해 프로듀서가 일찍 일어나 만들어 준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는, 대단한 사람이다. 이런 잉여 인간 안즈를, 정말 톱 아이돌로 만들어버렸으니까.

     이제 아이돌을 그만둬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았다. 그런데도 안즈가 아이돌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순수하게 아이돌 활동을 즐겁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성이 가득하지만 다들 좋은 아이들인 사무소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프로듀서와의, 유일한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서야.



 

    후타바 안즈(17)




    ・・・・・・



     프로듀서는 안즈를 마치 쓰레기통에 빈캔을 버리는듯이 가볍게 사무소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인권을 무시한 취급을 규탄하려고 돌아 보았지만, 프로듀서는 벌써 자신의 책상에 가방을 두고, 서류를 펼치려는 와중이었다.

    「아, 깜빡했다.」

     문득, 그런 말을 하더니, 프로듀서는 주머니에서 꺼낸 것을 안즈를 향해 던졌다. 일부러 손을 펴서 확인할 것도 없다. 옛날부터 안즈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탕이었다.

    「정말 참. 사탕만 주면 안즈가 뭐든지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좋지 않은데. 슬슬 이 사탕도 질렸고」

    「그랬어? 뭐, 오늘은 그거로 참아. 나는 지금 나갈건데, 시간되면 옷갈아입고 일하러 가라. 알았지」

    「뭐, 기분이 내키면. 우물우물」

     사탕은 좋아하지만, 옛날과 달리 안즈가 일을 하는 것은 거의 프로듀서를 위해서이다. 일을 잘 해도, 무뚝뚝한 프로듀서는 거의 칭찬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안즈가 실패하면 프로듀서의 경력에 상처가 생길수도 있다. 그것은, 싫다. 그러니까 열심히 한다.

     프로듀서가 사무소에서 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 안즈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탈의실로 향한다. 프로듀서가 없는때까지 귀찮게시리 귀찮은 아이를 연기할 필요는 없다.

     그런 안즈를 치히로가 능글능글 웃으며 보고있었던것이, 조금 불쾌했다.




    ・・・・・・



     자신이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안즈는 상당히 우수하다. 애초에, 잘 못하는건 없었다. 그러니까 노력과는 무연한 인생이었고, 때문에 게을러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안즈를, 그 프로듀서는 질질 끌고와서 빡세게 단련시켰다. 덕분에 대부분의 일은 문제없이 해낼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 날의 수록을 압도적인 속도로 끝낸 안즈는,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프로듀서, 깜짝 놀라려나. 어쩌면 칭찬해 줄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무소 문고리에 손을 댄 안즈는, 문 너머에서 들린 프로듀서의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렇지 않아. 나도 안즈의 그 태도에는 굉장히 곤란해하고있어』

     몸의 열이 심장으로 몰려드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에 달려있는 유리 넘어로, 프로듀서와 마유의 옆모습이 보인다. 지금의 말이 프로듀서의 입에서 나온건 틀림없는것 같았다.

     그런데도, 잘못들은게 아닐까 싶어 문에 귀를 대어본다. 그리고 바로, 그 행동을 후회했다.

    『매일 혹사당해서 지친다니까.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 정말이지, 나는 저녀석의 엄마가 아니란말야.』

     마음이 삐걱거린다는 것은, 틀림없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린 감각.

     바로 그곳에서 도망치려했지만,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억지로 걸으려 했지만 발이 꼬여 결국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고 넘어져버렸다.

     추하게 바닥을 기어가며, 떨리기 시작한 입가를 막으며 후회했다.

     혹시.

     거의 맨투맨으로, 이인삼각으로, 함께 톱 아이돌을 향한 도정을 걸은 안즈이니까.

     정같은 것이 쌓여있고, 프로듀서도 안즈를 좋아하고, 매일 마중 나와 주는 것도, 그런 의미라서, 실은 프로듀서도 마음이 없진 않은게 아닐까, 하는 그런 긍정적인 망상을 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이런거였구나. 프로듀서에게 안즈는, 정말 귀찮은 아이에 불과했다.

     다행히도 그 날은 그 이상 일도 레슨도 없었다. 안즈는 떨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택시를 잡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정말로 오랫만에, 큰 소리로 울었다.


 

    사쿠마 마유(16)




    ・・・・・・



    「왠일이야?」

     거의 처음으로 자기 발로 출근한 안즈를 본 프로듀서가, 입을 열자마자 한 말이 그것이었다.

    「그냥. 문제있어?」

    「아니, 문제는 없는데」

    「아, 그래. 그럼 시간될때까지 소파에서 자고있을게」

    「아침은 먹었어?」

    「직접 만들어서 먹었어. 도시락도 만들었어.사탕도 오는 길에 사 왔어. 어제 그러겠다고 문자 보냈잖아」

    「농담이라고 생각했어」

    「뭐야 그거. 너무한거 아냐?」

    「……그렇, 네. 미안」

    「으응, 괜찮아. 안즈때문이니까. 그럼, 잘자」

    「아, 그래」

     프로듀서는 만들어 온 주먹밥으로 눈을 떨어뜨리고, 곧 자신이 먹기 시작했다.

     아하하, 만들어올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신용없구나아, 안즈는.

     프로듀서의 책상 구석 놓여진 쓰레기통에는, 아직 내용이 남아있는 사탕 봉투가 버려져 있었다. 어제, 안즈가 받은 사탕이었다. 후보생 시절때부터 안즈가 신세를 져온, 사탕이었다.

     가슴의 아픔을 속이듯이, 안즈는 소파에 얼굴을 묻었다.

     여기에서 이러면 프로듀서한테 보이지 않을테니까, 조금 정도는 울어도 괜찮을거야.




    ・・・・・・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면서 알게된 사실이 있다.

     이 자식, 더럽게 인기많다.

    「프로듀서씨! 이번 약속말인데요, 스위트 파라다이스(일본의 디저트 뷔페)에 가죠! 그렇게하죠!」

    「카나코, 그러고보면 다음주에 그라비아 넣어놨어」

    「왜 이 타이밍에 그런 말 하는건가요!?」

    「그러면 P씨, 다음 오프는 마유랑 함께 보내지 않겠어요오? 마유의 방에서……우후후」

    「아무리 그래도 선약을 우선해야지. 게다가, 아이돌이 남자를 방에 부르는거 아냐. 좀 더 여러모로 자각하라고」

    「안즈쨩은 되는데 마유는 안되는건가요오?」

    「안즈의 경우 팬 공인이니까 괜찮아. 내가 데려가지 않으면 팬들도 안즈의 활약을 볼 수 없으니까」

    「흐응. 그럼, 나도 집에 틀어박혀볼까」

    「좀 봐주라 린. 게다가 안즈도 요즘엔……」

     프로듀서와 아이들이 일제히 안즈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드라마 대본을 외우는것정도는 간단하지만, 그렇게 응시하면 불편해.

    「……싸웠어?」

    「아니, 그런건 아닌데……」

     안즈는 정말, 언제나 프로듀서에게 달라붙어있는 인상이었던갈까?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로 폐 끼치지 않을거야. 프로듀서가 다시 봐 줄 때까지, 안즈는 혼자서 생활하겠어.

     그리고 언젠가 안즈도 어디에 데려가줘. 프로듀서.



 

    미무라 카나코(17)

 

    시부야 린(15)




    ・・・・・・



    「P씨, 기억하고 있지?」

    「알고 있어, 사나. 내일은 게임숍 순회였지?」

    「헤헷. 포상, 포상♪」

    「관대히 부탁해」

     아무리 그래도, 아이돌에게 게임을 사 주는 건 지나치지 않을까? 게다가 이야기를 듣고있으니 아무래도 사나와 함께 게임을 하는 모양이다. 안즈랑은 절대 해주지 않으면서.

     어쩌면 프로듀서는, 저런 활기찬 아이를 좋아하는걸까?

    「저기, 후타바씨」

     스케줄이 빽빽이 쓰여진 수첩을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뒤에서 이름을 불려서 깜짝 놀랐다.

    「타치바나구나. 왜?」

    「아뇨, 저기. 딱히 별일은 아닌, 데요」

     언제나 쿨한 아리스치고는 굉장히 말이 불분명했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그 남자에 관한 화제일것이다.

     한동안 기다리고 있으니, 아리스가 간신히 서론을 끝내고 본론을 말했다.

    「후타바씨에게 있어서 프로듀서는 어떤 사람인가요?」

     예상못한 각도의 질문이었기에, 안즈는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어떤사람이냐니. 프로듀서는 프로듀서잖아.」

    「그, 그런게 아니라, 저기……」

     아아, 그런건가. 조숙한 아이구나.

    「뭐, 엄마같은 느낌일까. 잔뜩 신세졌고. 하지만 슬슬 독립할까 싶어」

    「그, 그런가요. 흐응」

    「뭐, 라이벌은 많겠지만. 힘내, 타치바나」

    「네.……아, 아뇨 저는 딱히……!」

     허둥지둥 당황하는 아리스는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재미있었지만, 후일 아리스가 프로듀서와 쇼핑 데이트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웃을수가 없어졌다.

     프로듀서는 조금 더 절조를 지켰으면 했다.



 

    미요시 사나(14)

 

    타치바나 아리스(12)




    ・・・・・・



     아침에 약한 안즈가 일찍 일어나는 요령은, 출근 시간 전에 온라인 게임의 파티 동료와 약속을 해두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출근시간쯤에는 항상 눈이 선명히 뜨인다.

     그리고 다시 게을러지는게 두려웠기에, 휴일도 같은 생활 사이클로 보내고 있다. 인기인인 안즈에게 휴일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지만.

     오늘도 7시에 집합해서, 협력을 하며 퀘스트를 수행한다.

     이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만났을 뿐인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팀의 전위에서 근육투성이의 육체로 열심히 싸우는 사람이 아이돌이라고는 필시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것이다.

     그것이 마음 편해서, 그래서 예전에는 온라인 게임을 좋아했었지만. 요즘에는 뭘 해도 즐겁지 않다. 게임도, 아이돌 활동도.

     그 원인이, 요 일주일간 전혀 대화를 하지 못한 남자에게 있다는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번만. 오늘 아침, 딱 한번만. 프로듀서한테 와달라고 부탁해볼까.

     ……당연히 안되겠지.




    ・・・・・・



    「안즈」

     사무소에서 CM용 샘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프로듀서가 안즈를 불렀다. 너무 오랜만이었기에 당황해서 한동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왜, 왜?」

     당황해서 말을 살짝 더듬어버렸다. 하지만 거기서, 프로듀서가 상당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냉정하게 될 수 있었다.

    「뭐야, 그런얼굴 하고. 설마 안즈 뭔가 저질렀어?」

    「아니, 그런건 아냐. 요즘 굉장히 기특해졌잖아. 무슨 일 있었어?」

    「인터넷의 아무 근거도 없는 루머라면, 딱히 신경쓰지 않았어. 완전히 헛다리니까.」

    「알고있었나. 아니, 모르는 게 이상한가. 후타바 안즈는 지금 국민적 아이돌이야. 그런 너에게 이변이 생기면 누구라도 신경쓰일테고, 뉴스도 나올만하지.」

    「정말이지, 다들 오버가 심하네」

    「그 정도로 네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거야.」

    「귀찮아」

    「그래서, 무슨일이야?」

     프로듀서가 여태까지 본 적 없는 날카로운 얼굴로 물었다. 조금 뒷걸음질 칠 뻔했지만, 그것을 어떻게든 참고, 안즈는 태연한 얼굴로 대답한다.

    「드디어 반항기가 끝났어. 하하, 대견하지?」

    「안즈. 얼버무리지 말고 솔직히 말해」

    「진짜라니까. 자자, 지금 안즈 상대할 여유 없지? 슬슬 미리아 데려다줘야하지 않아?」

    「……다음에, 천천히 이야기좀 하자」

     전혀 납득되지 않았다는 느낌으로 프로듀서는 마지못해 안즈에게서 멀어졌다.

     대화내용은 이렇지만, 그래도 프로듀서와 대화한게 오랜만이었기에 솔직히 기뻤다.

     하지만, 프로듀서에게 불필요한 걱정끼치면 안되는데.

     더 똑부러지게 행동해야지. 응석부리면 안되니까. 프로듀서에게 이 이상 폐를 끼치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미움받을테니까.

     지금은 참자. 아무리 힘들어도.



 

    아카기 미리아(11)




    ・・・・・・



     안즈는 게으름뱅이 캐릭터이다보니, 너무 의욕을 내면 좋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의욕없이하면 프로듀서에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그걸 조절하는게 굉장히 어려웠다.

     프로듀서에게는 절대 폐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평균적으로, 하지만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방해한다.

    「역시 안즈는 안즈구나」

     이 말이 나오면 안즈의 승리다. 누구에게도 눈치채이지 않게, 하지만 프로듀서에게만은 분발함을 어필한다.

     다른 사람의 평가는 그대로이기에, 안즈의 이변을 프로듀서가 너무 걱정할 일은 없다. 뭐야, 조금 기특해졌나 했더만, 역시 안즈는 여전하네, 그걸로 끝날것이다.

     이렇게 사무소 사람들이 「안즈 사건」이라고 부르는, 안즈가 자기 발로 사무소에 출근한 날로부터, 3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그 「주8일 휴가 사건」이 일어났다.









    ・・・・・・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휴가!?」

    「그래. 내일 월요일부터 다음주 일요일까지 전부 오프로 했어」

    「저기, 드디어 업계가 안즈의 니트노선에 열받아서 짤라버린거야?」

    「그럴리 없잖아. 오히려 그 반대야. 요즘 안즈는 니트 아이돌치고는 일벌레라고 할 정도로 일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각처에서 안즈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어」

    「본심은?」

    「국민적 아이돌이 다망한 와중에 일주일간 일을 때려쳤다는 센세이셔널한 화제획득을 위해」

    「그랬다가 진짜 짤리는거 아냐?」

    「그래도 문제 없다는게 안즈의 대단한 점이지.」

    「레귤러 프로그램 수록이나 드라마 촬영은 어떡할거야」

    「각방면에 이야기는 끝내뒀어. 이미 2개월전부터 기획되었고, 필요한건 전부 미리 끝냈으니까 모든 문제는 클리어했어.」

    「어쩐지 요즘 너무 바쁘더라. 그런데 솔직히 그 열의를 좀 다른곳에 활용하는게 낫지않아?」

    「어찌됐든, 안즈는 1일 12시간 노동도 자주했었으니까말야. 그것을 전부 캔슬하면 『주 8일 휴가』가 되는거지.」

    「비꼬는거야?」

    「우선 안즈가 일하지 않는 1주째에는, 뉴스나 현장, 넷에서 상당한 화제가 될거야. 그리고 2주째에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안즈가 사라질거고. 드라마조차도 시나리오를 조정해서, 안즈의 등장은 0초로 만들었어. 뉴스에서도 안즈의 영상이나 사진은 사용하지 않게 할거고.」

    「철저하네. 그리고 3주째에는 안즈의 귀환을 TV에서 떠드는 느낌?」

    「역시나 안즈. 그 말대로야. 특별프로랑 스페셜이 짜여있어.」

    「그래서, 그쪽에 있는 카메라는 뭐야?」

    「아아. 주 8일 휴가를 알게된 안즈의 반응을 찍으려고. 그런이유로, 지금부터 다시 한번 설명할테니까 신나서 오두방정떠는 연기 부탁해」

    「……정말, 우수한 프로듀서구나」




    ・・・・・・



     그런 이유로, 안즈는 갑작스럽게 일주일동안의 휴가를 선고받았다. 몰래카메라가 아닐까 생각해서 조사해봤는데, 아무래도 진짜같다.

     하지만 갑자기 쉬라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다. 걱정받을 정도로 바쁘다는 말은, 일 외에는 할 일이 없다는 뜻이고.

     요즘엔 게임도 재미가 없고, 그럼, 내일부터 뭐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팀 대항 퀴즈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고, 안즈는 홀로 사무소로 돌아왔다.

    「노노. 책상밑에서 뭐 하고 있는거야?」

    「……훌쩍」

     사무소의 분위기가 좀 안좋았다. 프로듀서와 노노와의 대립을 다른 아이돌들이 지켜보고 있는 구도인 모양이다.

    「안즈, 어서와」

    「다녀왔어. 프로듀서, 너무 노노를 괴롭히지 마」

    「일하기 싫다고 떼쓰잖아. 여러 의미로 선배인 안즈가 어떻게 못해?」

    「으음, 나랑 타입이 다른데」

     그렇지만 프로듀서의 부탁이라하면 주저없이 들어주는 안즈는 참 쉬운 여자이다.

     안즈는 홀가뿐하게 노노가 틀어박힌 책상밑에 기어들어가서, 그리고 떨고있는 노노에게 귓속말로 어떤 말을 전했다.

     안즈가 예상이 맞다면, 이걸로 괜찮을거야.

     귓속말이 끝나자 노노는 명백하게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는, 바로 책상 밑에서 뛰쳐나갔다.

    「저기……응석부려서, 죄송해요……」

     노노의 급격한 태도변환에, 프로듀서조차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아, 아니. 하기 싫은 일을 안하려면, 일단 성공해야하니까. 그때까지는 참아줘. 나도 전력으로 서포트해줄테니까」

    「네……노력할거지만……」

     두 사람은 바로 사무소를 나와 서둘러 일터로 향했다. 그것을 가볍게 배웅하고 집에 돌아갈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니,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보고있던 아이돌들의 시선이 안즈에게 모여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니나가 그 대표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안즈 언니. 노노언니한테 뭐라고 말한건가요?」

    「딱히. 응석부리면 안된다고 말했을 뿐」

     니나의 질문에 적당히 대답하고, 안즈는 짐을 들고 사무소를 나왔다.

     노노를 어떻게 설득했는지를 설명하려면, 노노에게 말한것처럼 우선 안즈가 어째서 프로듀서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하니까.

     노노. 안즈처럼 미움받고싶지 않으면, 프로듀서를 지나치게 곤란하게 하면 안돼.



 

    모리쿠보 노노(14)



    이치하라 니나(9)





    ・・・・・・



     휴가 첫날인 월요일, 아침 7시 10분.

     할 일도 없어서 온라인게임을 끝내면 쌓아둔 게임이라도 처리할까 생각했었는데말야.

     설마 첫날부터 열이나서 드러눕게 될줄은 생각도 못했어.

    「39.6도」

     중병이구나, 이거. 혼자 살고 있으면 죽을 수도 있는 레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거 정말 어떡하지.

     가족은 홋카이도에 있고, 지인들은 아이돌 동료정도밖에 없지만, 다들 일하고 있을테고.

     아마 이 상황을 말하면, 프로듀서는 틀림없이 달려올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건 안돼. 프로듀서는 안즈의 엄마가 아니니까, 이런 개인적인 일로 호출하면 안된다.

     사실은 알고 있다. 지금의 안즈는, 그저 고집을 부리고 있을 뿐이라는것을. 그리고, 만약 프로듀서가 오지 않는것이 무서워서, 그래서 연락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머리가 땅땅 아프다. 속이 안좋고 두통도 심하다. 콧물은 멈추지 않고, 목도 너무 아프고, 기침도 멈추지 않는다. 추워서 몸이 떨리고 있지만, 동시에 식은땀도 넘쳐흘렀다.

     위험하네, 이거. 안즈, 정말 죽는걸까.

     정신을 차리니 안즈는 휴대폰을 잡고 있었다. 불안해진 안즈가 어디에 연락하려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당황해서 휴대폰을 던져버린다. 바닥을 몇번 튀면서 굴러가는 휴대폰을 응시하고 있으니, 아랫 입술이 안즈의 의사에 반해 떨리기 시작한다. 한심한, 불안한, 그런 비참한 마음으로 가득해진 안즈는, 펑펑 흘러넘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으니, 조금 전 내던진 휴대폰에 착신이 왔다. 아무래도 문자가 아니라 전화인 모양이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도와주길 원했다. 그래서 매달리듯이 휴대폰이 떨어져 있는 곳까지 기어가 손을 뻗고, 무심코 숨이 막혔다.

     프로듀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적어도 다른 누군가였다라면, 그냥 도움을 요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하필이면 그 사람의 전화였다.

    「……」

     안즈가 경직하고 있는 동안에도, 벨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다. 받을거라면 빨리 받는게 제일이다. 하지만, 이런 목으로 건강함을 어필할 수 있을리가 없었고, 애초에 기침을 참을 수 없을것같았다. 그러면, 그 순간에 프로듀서는 모든걸 헤아리고 달려올것이다.

     그것 만큼은 절대로 할 수 없다.

     착신음이 그친다. 조금 안심한 것과 동시에, 또 눈물이 흘러넘쳐 왔다.

     그랬더니 이번은 문자가 왔다. 물론 프로듀서다.

    「괜찮아? 무슨 일 있어?」

     무슨 근거로 이런 질문을 하는걸까 이 남자. 초능력자인걸까?

    「미안해 잤어. 그런데 오프니까 연락하지 말아줘. 휴대폰 끌게. 잘 자.」

     송신. 이걸로 또 전화하진 않을것이다. 일단 안심이다.

     일단 진짜로 휴대폰을 끄고, 바로 저 멀리 내던진다. 이걸로 완전하게 밖과의 연결이 끊겼다.

     지금 시간은 7시 20분. 이런 최악의 컨디션으로 게임할수 있을리가 없으니, 지금은 얌전히 자자.

     이불을 머리까지 덮는다. 분명 다음에 눈을 뜨면 괜찮아질것이다.

     그렇게 믿고, 안즈는 눈을 감았다.




    ・・・・・・



     그것은 안즈와 프로듀서가 처음으로 만났을 때의 기억이었다.

     당시의 프로듀서는, 지금처럼 괴물같은 스펙이 아니었다. 평범하게 실수도 했고, 스케줄 관리를 적당적당히 처리하는 면이 있어서, 아이돌과 신뢰 관계를 쌓는것도 고생하고 있었다.

     안즈는, 그런 프로듀서가 담당한 첫 아이돌이었다.

    「빨리 가자 후타바. 언제까지 잘생각이야. 지각할거냐」

    「시끄럽네. 그렇게 급하게 살면 탈모올껄?」

    「내 두피를 걱정할거면, 이 이상 스트레스를 주지 마」

    「성실하구나. 멋져멋져. 하지만 안즈는 그런 사람이 제일 싫어. 안즈는 최대한 편하게 살고싶단말야. 당신같은 열혈은 노땡큐」

    「……이 꼬마가. 어른을 깔보지마」

    「꺄악─ 강간당한다─」

    「소원이라면 해줄까」

     프로듀서는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와, 바닥에 누워있었던 안즈를 안아 일으켜 벽에 꽉 눌렀다.

    「진심?」

    「사과할거야?」

    「아니. 왜냐면, 조금도 진심이 아닌걸. 위협할거라면 더 난폭하게 해야지」

    「아이돌에게 그런 짓 할 수 있겠냐」

    「성실하구나. 정말로 강간했으면 위자료로 먹고살았을텐데」

    「더러운 꼬맹이구만. 몸이라도 판적 있냐?」

    「그건 아직. 하지만 아이돌을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나」

    「그렇게는 안돼. 반드시 내가 후타바를, 톱 아이돌롬 만들어주겠어」

    「반드시라고 말했으니 책임 져주는거야? 만약 못하면 어떡할거야? 바늘 천개라도 삼킬거야?」

    「그 땐, 내가 너를 사겠어」

    「헤에? 얼마에, 몇회분?」

    「내 생애임금으로, 일생분 사겠어」

    「뭐야 그거 프로포즈? 징그러」

    「그 정도의 각오란거야. 자, 일어나. 빨리 안가면 진짜 지각한다.」

    「아하하, 얼굴 새빨개? 귀~여워~」

    「너도」

    「엣?」

     이후 안즈는 짐짝처럼 차로 끌려가 출근했다.

     설마 정말로 프로듀서가 길러준다는 생각까지는 안했지만, 그래도 이 사람은 지금까지 만나 온 어떤 어른보다도 진지하게 안즈를 생각해 준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 순수하고 곧은 눈이었다.

     그러니까 안즈는, 폭주열차같이 안즈를 휘두르는 이 사람을, 투덜거리면서도 이러니저러니 끝까지 따라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안즈는 정점에 서있었다..




    ・・・・・・



     눈을 뜨자, 희미하게 천정이 눈에 보였다. 익숙한 전등의 얼룩이 보이는것과 동시에,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떠올리고 우울해졌다. 방금전까지의 행복한 기분도 사라져, 꽤 진지하게 죽고싶어졌다.

     그리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첫사랑을 불렀다.

    「프로듀서……」

    「불렀어?」

    「응……응?」

     갑자기, 거꾸로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항상 기분나빠보이는 눈초리와 혈색이 나쁜 안색.이제 완전히 익숙해진, 안즈가 좋아하는 사람.

     뭐야, 이거. 어째서 안즈의 머리맡에, 이 남자가 있는거지?

     그런가, 이건 꿈이다. 안즈의 울적한 욕구가 마침내 이런 환상을 만들어 버렸다. 그런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한번 더 자자. 일어났을 때에 더 비참한 기분이 되지 않기위해, 빨리 일어나기로 하자

     자, 눈을 감고……

    「야 안즈. 자지마, 일어나라」

     프로듀서가 안즈의 볼을 난폭하게 잡아당겼다. 그 아픔으로 간신히 안즈는, 이것이 현실이란 사실을 눈치챘다.

    「아니, 어째서……!?」

     안즈는 차례차례로 떠올라 오는 의문을 말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떠오른듯이 격렬하게 기침했다. 동시에 목의 통증과 두통을 느끼고, 이불에 휩싸인 채로 몸을 말있다.

    「진정해 안즈. 질문에는 나중에 대답해 줄테니까, 지금은 진정해. 지금 낮 2시인데, 어차피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먹었지? 죽 만들어놨으니까 조금이라도 배속에 넣어둬」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는, 근처 테이블에서 김이 나고있는 그릇을 가져왔다.

    「몸 일으켜줄게. 자, 입 벌려」

    「응……」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해주는것처럼 숟가락 위에 얹힌 죽을 후─후─ 식혀 주는 프로듀서.왠지 공연히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리자, 어깨를 안듯이 팔을 돌려져 더더욱 부끄러운 모습이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었기에 한입 먹는다.

    「어때, 안 짜? 아니, 코가 막혀서 맛은 못느끼려나」

     확실히 코가 막혀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럭저럭 싱겁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이째서인걸까. 굉장히, 맛있었다.

    「안즈? 왜 그래, 맛없어? 아니면, 어디 아파?」

    「으응……아니야……」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프로듀서의 가슴에 파묻는다. 순간족으로 놀란 목소리를 낸 프로듀서였지만, 바로 안즈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받아들여주었다.

     그리고 이후에 점심을 다시 먹었을 때는, 죽은 완전히 식어버렸다.




    ・・・・・・



     질문은 나중에 대답해 준다고 말했으면서, 결국 프로듀서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 비밀로 하고있거나 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말하지 않을 뿐이지만

     하지만, 그것을 안즈가 먼저 물으면, 프로듀서가 가버릴것만 같아서,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지금의 안즈는 심신전부가 프로듀서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약하기 때문에, 아주 조금이라도 프로듀서의 기분을 해칠수도 있는 것은 하고싶지 않았다.

    「프로듀서」

    「왜?」

    「미안해」

     사무소에서 가져온 서류와 노트북을 보고있던 프로듀서는, 고개를 들고 안즈를 보았다.

    「그래. 다음에 또 이런일이 있으면 절대 용서 안한다」

    「……응. 컨디션 관리는, 더 신경쓸게」

    「그쪽말고」

    「?」

    「감기 정도 누구라도 걸리는거잖아. 애초에 아이돌의 컨디션 관리는 프로듀서인 내 일이야. 그게 아니라」

     프로듀서는 굉장히 진지한 눈으로 안즈를 응시했다.

    「컨디션이 안좋으면 무리하지 말고 나한테 말해. 그리고 만약 열이 났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라. 40도 가까이 열이 났는데 강한척하지마 바보야」

     아마 혼내고 있는걸까, 안즈를 응시하는 프로듀서가 당장이라도 울것만같은 표정이었기에 안즈는 말문이 막혔다.

    「자, 빨리 자라. 타월 가져왔으니까, 내가 나가면 땀 닦아둬」

    「벌써 갈거야?」

    「안가. 내가 방을 나가면 이란 의미야. 밤까지는 여기 있을 생각이야.」

    「그렇구나」

     기뻤다. 프로듀서가 밤까지 있어 주는 것은, 정말 날아가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기뻤다.

     하지만 이러면 안돼. 이래서야, 지금까지와 똑같다. 3개월동안의 분발이, 전부 물거품이야.

    「……프로, 듀서」

     말하자. 말하는거야.

    「오늘은, 저기, 고마워. 하지만 이제 괜찮으니까, 사무소로 돌아가도 괜찮아」

    「안즈. 너 요즘 나 피하는것 같은데, 뭐가 문제야? 말하면 선처할게」

    「……피한적, 없어」

    「그래?」

    「그래. 자, 빨리 사무소로 돌아가서 일해. 슬슬 치히로한테 혼날걸?」

    「이미 혼나는건 확정이니 이제와서다」

    「뭐?」

    「아이돌 송영이랑 감독같은거 전부 내팽개치고 왔으니까말야. 지금쯤 사무소는 패닉일지도 모르겠네」

    「뭐!? 무단으로 나온거야!?」




    「그래. 점심시간에 사무소에서 나와서, 안즈의 무사를 확인하자 마자 돌아올 생각이었지. 하지만, 조금도 무사하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사무소에 못간다고 문자돌리고 전원 껐어. 지금 무서워서 휴대폰도 못만지겠다」

    「뭣……!」

    「만약을 위해 오늘몫의 서류와 PC는 가져 와서 살았지. 뭐, 안즈가 평소에 하는 말을 들어주는 셈이야. 가끔씩은 쉬랬잖아. 10시간 정도 여기서 쉬어둘게. 치히로씨한테는 내일 만나자마자 무릅꿇고 빌면 되. 별 일 아냐.」

     무슨 말 하는걸까, 이 남자는. 공사구분에 철저한 성격이었을텐데 책임감이 남보다 두배는 강한 사람이었을텐데. 그런데, 어째서 이런 바보같은 짓을? 안즈를 싫어한다고 말했었을텐데. 그런데, 어째서.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얌전히 자고, 먹고, 또 자둬. 그런건 자신있었지?」

     그렇게 말하면서 프로듀서는 안즈에게 다가가서, 이불에서 몸을 내밀고 있었던 안즈를 상냥하게 눕혔다. 그 손이 너무나 상냥해서, 유리세공품이라도 다루는것처럼 상냥해서, 가슴이 꾸욱 조였다.

    「……바보」

    「네 바보가 옮았을지도 모르겠네」

    「안즈따위를 프로듀서 한 시점에서, 세기의 대바보야, 프로듀서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자라」

     프로듀서는 안즈의 어깨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어린 아이를 재우는듯이 상냥하게 배를 팡팡 두드렸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이쯤되니 여러모로 이제와서라는 생각이 들어 얌전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기분 좋게 잘 수 있던 것은, 3개월만이었다.




    ・・・・・・



     눈을 뜨면, 방은 깜깜했다.

     창 밖에서 새어나오는 인공의 빛을 의지하여, 머리맡의 휴대폰을 찾는다. 전원을 키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밤 10시였다.

     휴대폰의 빛으로 실내를 비춘다. 혹시 프로듀서가 아직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하고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 프로듀서는 10시간 정도 쉰다고 했었으니, 아까 돌아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처럼 프로듀서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낭비한것같아서 조금 슬퍼졌다.

     내일도 와주려나? 아니면, 치히로에게 혼나서 오지 못하려나?

     어느 쪽이든, 프로듀서에 폐를 끼치거나 안즈가 외로워서 죽고싶어지거나 둘중 하나이다.

     아~아, 언제부터 안즈는 이렇게 약한 아이가 되버린걸가. 옛날엔 혼자서 뭐든 할 수 있었고, 혼자서 지내는 것을 외롭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그랬는데 지금은, 고작 하루, 아니 1시간이라도 프로듀서를 만나지 못한 것만으로 가슴이 아파졌다. 상사병이란 이름은 참 적절하구나, 정말.

     잘 생각하면, 열이 내리면 프로듀서와는 더이상 만날 수 없겠네. 그렇게 생각하니, 앞으로 6일 정도는, 이 강렬한 두통, 구토 등에 시달려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안즈가 있었다.

     정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안즈의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위가 부자연스럽게 떨렸다. 침이 시큼해지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위속의 내용물이 나와 버렸다.

     다행히 점심에 먹은 것은 이미 다 소화되었는지, 나온 것은 소량의 위액 뿐이었다. 그래도 시큼한 냄새가 사방에 퍼져 속이 메스꺼워졌다.

     가만히 있을수도 없지만, 조금 움직이는것만으로도 몸이 비명을 지르는 지금 상태로 타월을 가지러 가는건 힘들다.

     거기까지 생각하고나서, 그러고보면 프로듀서가 안즈의 몸을 닦으라고 준 타월을 떠올렸다. 휴대폰의 빛으로 머리맡을 비추자, 포카리와 물, 타월에 약, 해열시트에 세면기까지 놓여있었다. 이마에 손을 대어 보니, 완전히 냉기가 사라진 해열시트가 달라붙어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거야?

     안즈가 첫 담당 아이돌이라서? 혼자 냅두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것만 같아서 냅둘 수 없는거야? 아니면, 누구에게나 이렇게 상냥한거야?

     프로듀서의 마음을 모르겠어.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말해줘. 그렇지 않으면 바보 안즈는 희망을 품어버린단말야.

     타월과 물로 플로어링을 닦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 태아처럼 웅크린다. 안개가 낀듯이 어질어질한 머리로, 빙글빙글 프로듀서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으니, 어느새 잠에 빠져버린것 같다.

     또, 그 날의 꿈을 꾸었다.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 행복했던 무렵의 꿈을.




    ・・・・・・



     안와도 된다고 문자보냈는데, 프로듀서는 다음날에도 안즈의 집을 방문했다.

    「열은……37.8도. 상당히 내렸군」

     안즈의 머리를 슥슥 어루만지는 프로듀서. 목욕을 못해서 땀이 심각하니 가능한 만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열이 안내렸으면 병원에 갈 생각이었는데, 좀 더 상태를 봐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안즈는 병원 싫어하고」

    「독감이면 어쩌려고 왔어」

    「우리 사무소에 대참사가 일어났겠지. 뭐,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면 안즈가 위험했었을테니, 나는 그래도 상관없었지만」

    「그러고보면, 어떻게 안즈의 몸이 안좋다는걸 안거야?」

    「아—. 뭐, 감이야」

     분명 거짓말이다. 이 사람은 진지한 때에는 정면에서 눈을 마주치는 주제에, 거짓말 하거나 얼버무리려 할 때는 꽤나 티나게 눈을 돌리니까.

     신경쓰이지만, 말하고 싶지 않으면 추궁하지 말자.

    「기분은 어때?」

    「상당히 좋아졌을지도. 아직 나른하지만, 속은 괜찮아졌어」

    「목은?」

    「상당히 아프지만, 어제보다는 낫나」

    「미안해」

     놀라서, 무심코 프로듀서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해 버렸다.

    「뭐가?」

    「안즈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한거 말야. 최근에는 지나치게 일을 꽉곽 채웠어. 저래서야 건강이 나빠져도 무리는 없지.」

    「그래그래, 프로듀서의 체력을 기준으로 하지 말아주면 좋겟어. 프로듀서는 괴물이니까」

    「안그래도 안즈의 몸은 이렇게 작은데. 너무 우수해서 때때로 잊지만, 너는 아직 아이였지. 그러니까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아.」

    「아이이기 이전에 사회인이잖아. 쉬고싶을때 쉬다니, 간단하지 않은걸.」

    「반대거든 바보야. 사회인이기 이전에 아이인거야. 안즈가 정말 힘들다면, 내가 무슨짓을 해서라도 쉬게해줄게」

    「안즈를 잔뜩 휘두른 사람의 대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네」

    「안즈라면 괜찮다고 생각했거든. 지금까지 쭉 함께 해왔었잖아. 안즈가 진심으로 싫어하거나 힘들어하면 알 수 있어.」

    「쭉, 함께……」

    「요즘엔 별로 만나질 못해서 눈치를 못챘지만……아니, 이건 다 변명이지. 어쨌든, 정말로 미안했어」

    「그럼말야」

     안즈는 프로듀서의 양복 옷자락을 잡았다. 프로듀서는 상당히 놀라며, 안즈의 얼굴을 정면에서 응시한다.

     이 때의 안즈는 맛이 갔었다. 열때문에 제대로된 생각을 할 수 없어서, 그래서 이런 말을 해버렸다고 생각한다.









    「쭉 함께 있어줘. 앞으로는 아이돌로서가 아니라, 한명의 여자로서 쭉 함께」









     얼굴에서 불이 날정도로 부끄러운 말을 해버렸다. 말해 버린 이상, 더이상 만회는 불가능하다. 천국인가 지옥인가, 이제 곧 알 수 있을것이다.

     그것이 무서워서 지금까지 쭉 연기하고 있었는데, 순간적인 기세로 무심코 고백해 버렸다. 이걸로 이제, 퇴보는 절대 못하게 됐다.

     프로듀서는 한동안, 굳어진 표정으로 굳어져 있었다. 서로 꽤나 오랫동안 응시하고 있던것 같다. 프로듀서의 눈 깜박임 하나하나조차, 심장이 멈출 정도로 긴장했다.

     그 때, 프로듀서의 큰 손이, 양복 옷자락을 잡고 있던 안즈의 손과 겹쳤다.

     가슴이 크게 울린다.

     그리고.









    「……미안하다」









     콰직. 안즈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프로듀서의 손이, 안즈의 손을 양복에서 떼어 놓는다. 손이 닿았던 것에 일순간이라도 두근거린 안즈가 바보였다.

     뭐, 하지만, 예상대로였지만.

     첫인상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안즈의 게으른 면을 싫어한다는 말은 안즈와 함께했던 지금까지 쭉, 프로듀서는 참아왔다는 말이니까. 고작 3개월 자립해봤자 의미 없다는 느낌이고.

     오히려, 지금까지 같이 어중간하게 희망이 있는게 힘들다고 할까. 그러니까 이걸로 간신히 상쾌해졌다라는 느낌? 이걸로, 간신히 전부……



     전부, 끝나 버렸다.




    「아, 안즈?」

     안즈가 상당히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눈물샘이 망가진 것 같이 소나기가 내리는것처럼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이상한건지, 프로듀서가 걱정스러운, 아니, 오히려 불안한 듯한 얼굴로 안즈에게 손을 뻗는다.

     그 손을. 오늘까지 안즈를 상냥하게 쓰다듬어 준 따뜻한 손을, 방이 크게 울릴정도로 강하게 쳐냈다.

    「……가」

    「안즈?」

    「나가!!」

     프로듀서의 몸을 있는 힘껏 밀친다. 안그래도 연약한데다가 감기때문에 힘이 없는 안즈에게 밀린 프로듀서는, 놀라울정도로 간단히 뒤로 넘어졌다.

    「나가! 나가! 나갓!!!」

     닥치는 대로에 물건을 내던진다. 포카리, 세면기, 스타드리……전부, 프로듀서가 안즈를 위해서 사온것들이었다.

    「안즈! 진정해!!」

    「나가……콜록! 콜록!! ……나, 나가……나가라고오……!」

    「아, 알았어. 나갈테니까, 그러니까 진정해, 안즈……」

     프로듀서는 바닥에 쏟아진 서류를 모으고, 도망치듯이 안즈의 방에서 뛰어나갔다.

     완전히 끝났다.

     최악이다. 멋대로 고백하고, 멋대로 열받아서 화풀이 하다니. 사람으로서 최저인 짓을 해버렸다..

    「으윽……으에에웩」

     아마 열때문이 아닌 구토감에 습격당한 후, 프로듀서가 안즈를 위해서 만들어 준 우동을 토해버렸다.

     이래서는 아이돌을 계속할 수 없다. 프로듀서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지금까지처럼 퍼포먼스를 할 수 있을리 없다.

     오늘, 안즈는 여자로서, 아이돌로서 끝났다.

    「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이후의 기억은 거의 없다. 정신을 차리니 쓰레기장처럼 엉망이 된 방 한가운데에서 이불을 두르고 떨고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프로듀서의 연락도 없는 채, 이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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