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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나오 「요시노 님한테 혼날 테니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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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30, 2016 03:14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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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나오「요시노 님한테 혼날 테니까」(3)에서 이어집니다.

 

그런 정체불명의 존재들과 같이 걸어가기를 수십 분.

우리는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어.

나오 「이게 그 미시로 신사?」

토리이(鳥居)를 넘어, 땀을 닦으며 경내를 둘러봤어.
[KEEP OUT]이라고 씌인 테이프에 둘둘 감긴 무참한 모습의 건물이 그 자리에 있었어.
불타지 않고 남은 부분을 보니, 꽤 훌륭한 신사였던 모양이야.
까맣게 타 버린 흔적이 약간 가슴 아파.
여기까지 불타 버리면 이제 해체할 수밖에 없겠지.

요시노 「……………………」

요시노는 아까부터 말이 없어.
역시 쇼크인 걸까.
이야기를 제대로 듣진 않았지만, 아마 이 신사에서 요시노를 모시고 있었을 테고.

슈코 「그리고 보니 신주는 어디 간 거야?」

노노 「가, 가천궁[1] 때문에 산에서 잠시 내려온 것 같은데요……」

요시노 「카린 공은ー……?」

노노 「카린 씨도 아마 같이……」

요시노 「그런지요ー……」

슈코 「뭐, 안타깝게 됐네. 그래도 원래부터 낡아빠졌었으니까, 새로 짓기에는 딱 좋을 때였잖아」

노노 「그,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슈코 「근거지같은 건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다니까. 신경쓸 정도의 건이 아냐」

노노 「으그그…… 애, 애초에 슈코 님이 제대로 했으면 재액도 미연에 막을수 있었을 텐데요……」

슈코 「에ー, 그럼 요시노가 산을 떠난 게 잘못이지ー」 부゙ー부゙ー

노노 「요시노 님은 잘못 안 했는데요!」

요시노 「자ー 자ー, 둘 다 침착하시라ー」

뭐야뭐야.
날 혼자 남겨 두지 마.



갑자기 노노와 슈코가 이유 모를 다툼을 시작했어.

「애초에 슈코 님은 언제나……」 라거나 「그런 소리 해 봤자」 라던가.

요시노가 달래 보려고 하지만 저런 상태니 전혀 효과가 없어.
그리고 완전히 부외자인 채, 한여름의 태양 아래 홀로 남겨진 나.

뭐야뭐야 정말.
신인지 뭔지 모르겠고, 적당히 좀 해라 지겹다.

나오 「잠깐 기다려 너네들.…… 기다리라니까! 아~ 진짜! 셋 다 거기 서!」

나도 모르게 소리지르고 나니, 셋 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란 듯 나를 바라봤어.

나오 「…… 어, 어흠. 싸우는 건 좋지 않다구」

뭘 설교하고 앉아 있는 거야, 난.
그게 아니라.

나오 「그보다, 설명해 줘.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야? 너희 외에도 신은 많이 존재하는 거야? 왜 아까 신기하다는 듯 나를 가리킨 거야? 죽었어야 할 인간이란 건 뭐야?」

아까부터 엄청 신경쓰였던 것들을 한 번에 질문했어.
그러니까 노노랑 슈코가 일제히 요시노 쪽을 쳐다봤어.
요시노는 갑자기 모두의 시선을 받아 깜짝 놀란 듯 두리번두리번거렸고.

노노 「요시노 님, 저도 그, 설명이 필요한데요……」

슈코 「네ー, 슈코 짱도 신경쓰이는 게 있습니다아ー」

아무래도 모든 열쇠는 요시노에게 있는 모양이야
나와 노노와 슈코 셋은 답을 요구하며 요시노에게 다가섰어.

요시노 「음ー…… 역시 말해야 하는 것인가ー」

그 재는 듯한 말투를 듣자하니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뭐야, 역시 나한테 비밀로 하고 있는 거 있었잖아.
더 이상 내 마음을 침울하게 하지 말아 줘.

요시노 「나오, 나는 결단코 그럴 생각이 아니였는지라ー…… 말해야 할지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ー……」

나오 「……뭐 괜찮아, 별로 신경 안 쓰니까. 여튼간 알려 줘. 아니면 나도 판단할 수가 없어」

요시노 「흐ー음…… 그렇다면 이야기하지요ー」

요시노가 정색하는 듯 내 쪽으로 돌아서선 입을 열었어.

요시노 「카미야 나오, 그대는 우리 너구리 일족의 최후의 생존자, 즉 나의 자손인지라ー」

……?

지금 뭐라고요?

내가, 누구의 자손이라고?



우리들은 배전(拝殿)[2] 그늘가에 주저앉아 요시노의 이야기를 들었어.

그 다음, 요시노는 계속해서 충격적인 사실을 입에 담았어.

느긋한 어조로는 알아듣기 힘드니까,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였어.

요시노가 과거 인간이었던 시절 (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 이 산에는 너구리족과 여우족이 주거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었어.
각 마을에는 백년제(百年祭)라는 전통 풍작 기원 제사가 있었는데, 거기서 무녀를 생제물로 바치는 관습이 있었대.
너구리족은 요리타테노요시노카미(依立良之神)를, 여우족은 시오미우코노히메(塩美宇狐之姫神)에게 제사를 지내, 즉 제물로 바쳐진 무녀의 몸을 신이 장악한다는 거야.
엄밀히 말하면 다르지만, 이런 걸 신내림(神降ろし)라고 부르는 모양이야.

요시노는 순수한 일족의 혈통인 요리타(依田) 가의 육녀로 태어나, 뭐 본인이 말했던 대로 마을 제일의 무용수(踊り手)로서 어렸을 때부터 신악(神樂)을 피로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백년제가 열리게 되었을 때, 그 제물에 당시 12세였던 요시노가 뽑혔어.
흔한 이야기로, 요시노가 제물으로 결정되자 가족은 아무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명예로운 일이라면서 기뻐했어 (라고 노노가 옆에서 덧붙였어)
나는 전혀 납득 못 했지만, 말을 끊을 순 없으니까 일단 가만히 있었어.

그런 이유로, 신내림에 성공한 요시노의 육체는 소멸하고, 정진정명한 신령이 되었어.
같은 시기에 슈코도 신내림의 의식을 마쳐, 너구리족과 여우족은 맑고 새로운 신을 맞이할 수 있었지.
그리고 하는 짓이 종족 간 항쟁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뭐 그건 됐어.


문제는 여기서부터. 요시노랑 슈코가 신체(神體)로 뽑힌 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사건이 터졌어.
인근 대국의 침략으로 미시로 산의 너구리족과 여우족이 몰살당한 거야.



나오 「모, 몰살?」

갑자기 끔찍한 이야기로 변해 버려서,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어.

슈코 「맞아맞아. 전승에서는 신의 분노를 산 산의 백성들의 하룻밤만에 전원 행방불명(카미카쿠시)되었다고 되어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영야전설(永夜傳說)』이라고 불리는 전설 같아.
죽은 자는 말이 없다던가, 일방적으로 학살을 저지른 대국 측에서 적당히 만들어낸 가짜 역사였어.

슈코 「이 이야기, 자세히 들어 볼래?」

나오 「아니, 괜찮아. 벌써 기분이 나쁜걸」

본론으로 돌아가자.
마을 사람은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죽었는데, 너구리족에서 단 한 명, 살아 도망 간 사람이 있었어.
그게 요시노의 언니인 "나오코(菜穂子)"라는 사람의 아들, 즉 요시노의 조카 되는 사람이었대.


뭐, 말이 길어졌지만 즉 이런 거지.
나는 그 유일하게 살아남은 요리타(依田) 가의 직계 자손이라는 거야.

나오 「…… 이야기는 대충 알아들었지만 말야. 하지만 왜 내가 그 자손이라고 하는 거야? 증거도 아무것도 없는데」

요시노 「붕어빵이기에ー」

나오 「뭐?」

요시노 「나오의 모습을 한 번 본 이후로 나는 확신하오니ー. 그대는 나오코 언니와 판박이인지라ー」

나오 「그게 근거야?」

요시노가 고개를 깊게 끄덕였어



나오 「그냥 닮은 거 가지곤, 아무리 그래도 무리잖ㅇ……」

슈코 「아니. 나도 그 설을 지지해. 그게 너…… 나오라고 했지? 정말이지 그 언니의 얼굴 그대로인걸」

노노 「저도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요…… 정말로 나오코 님이 살아돌아와 모습을 드러낸 줄 알고……」

나오코 씨라아…… 모르는 사람이랑 완전 판박이라는 소리 들어 봐야 팅 하고 오질 않아.
게다가 천 년 넘은 시대 사람이라구?
닮았다고 해도 뭐라 반응하기 곤란해.

슈코 「그래도 말야, 성격은 언니랑은 완전 다르네」

요시노 「언니와는 달리 나오는 성질 급하니 말인지라ー」

노노 「상스러운 모습은 전혀 안 닮았는데요……」

나오 「너, 너희들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사람을 얕보는 것도 정도껏 하라고.
……뭐, 천 년 가까이 살아오고 있는 신에게 화를 내도 어쩔 수 없나.

요시노라던가 슈코를 보며 생각했어.
역시 신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신기한 관록이 있겠지.
뭐랄까ー, 밀어도 당겨도 전혀 느낌이 없다고 할까, 비유하자면 자기 전에 우주의 넓음을 상상하고선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는 것 같은.

요시노 「근거는 더 있는지라ー. 그대의 부친을 보고 더욱이 확신했기에ー. 그건 틀림없이 너구리족의 후예일 것인즉ー」

나오 「무슨 소리야?」

요시노 「너구리족 남성은 타고난 호걸으로ー, 그 안에서도 이름을 떨친 자는 대개 엄청난 괴짜이라는 게 우리 마을에서는 상식이었는지라ー」

나오 「괴, 괴짜……」

요시노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짙은 눈썹은ー. 너구리족의 짙은 피를 물려받은 자의 특징일지니ー」

확실히 요시노의 말처럼, 아빠는 남자답게 눈썹이 짙지.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 유전자를 이어받아서, 눈썹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체모가 짙어.
여자로서는 원망스럽기 짝이 없지.

요시노 「언니 역시 짙은 눈썹을 가지고 있었으나ー, 나오와는 달리 인자하신 관음님과도 같은 부드러운 눈빛을 가진 재녀(才女)였는지라ー, 마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기에ー」

나오 「네이네이. 어차피 나는 눈매 사납다고」

그거랑 관련해선 꽤 자각하고 있는지라 화가 난다기보단 그냥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도 왠지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나오코 씨에 관한 화제가 이 셋의 공통 분모같은 인상이네.

슈코 「나오 언니한테는 나도 신세진 게 있으니까 말야~」

나오 「……어라? 그러고 보니 슈코는 원래 여우족이잖아?」

슈코 「응」

나오 「그 말은 너구리족이랑은 싸우는 사이 아니었어? 왜 그 나오코 씨라는 사람이랑 친하게 지낸 거야?」

슈코 「으~음…… 간단히 말하자면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

노노 「그런 로오만틱한 관계는 아닌 것 같은데요……」

듣자하니, 여우족과 너구리족의 인연은 이들의 선선선선선대 정도부터 계속 이어져 왔던 거라, 그 상태가 너무 오래 유지되었던지라 슈코 세대에서는 거의 관습화된 항쟁같은 모습을 띄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다고.
그렇긴 해도 다른 종족 사람이랑 밀회를 갖다간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슈코랑 나오코 씨는 밤 중에 몰래 만나곤 했다는 모양이다.

노노 「슈코 님이 일방적으로 나오코 님께 참견했을 뿐이지만요」

슈코 「에ー,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시노 「언니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고 평화를 사랑하는 매우 훌륭한 분이셨는지라ー, 그 때부터 호리(狐狸)의 인연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혼자 신로를 다하셨지요ー」

나오 「즉 슈코와 나오코 씨는 두 종족의 다리가 되려고 했던 건가」

슈코 「나는 그런 점은 생각 못 했지만 말야~」

거기선 거짓말이라도 「맞아」 라고 해 줘! 좋은 이야기로 마무리되나 했더니.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면 더 안타까워져.
기껏 나오코 씨가 열심히 사이를 개선시키려고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모두 다 같이 살해당했다는 거고.

요시노 「언니가 죽은 것은 예의 영야전설과는 관계 없었는지라ー」

나오 「에? 그랬어?」

노노 「그 이전에, 사... 살해당했어요…… 여우족 사람들한테」

나오 「……뭐?」

슈코 「…………」



그 이야기의 전말은 슈코가 이야기했어.

이건 우울해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너무 비극적이여서 나까지 울 것 같이 만들 정도였지.
당시, 나오코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만나러 오는 슈코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이번엔 자신이 슈코한테 가겠다고 했었대.

슈코 「나오 언니 부드러워 보여도 의외로 호기심 왕성하기도 했고, 흥미 본위라는 이유도 있었겠지」

어떤 의미에선 모험심으로 그런 행위에 도달했는지도 몰라.
그 결과, 여우 마을에 침입한 사실이 밝혀저 나오코 씨는 구속됐어.
슈코가 나오코를 위해 준비했던 진입 경로는 전부 여우족 어른들이 간파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밤이면 밤마다 슈코가 너구리 마을에 가고 있다는 게 이미 들켜서, 요컨데 슈코는 모르는 새에 스파이 일을 하게 된 셈이야.

교활하고 의심이 깊으며 잔인한 여우족은 나오코 씨를 적이라고 인식하고 용서하지 않았어.
그리고 슈코가 이의를 제기할 틈도 없이, 사형에 처해진 거야.

여기까지 들은 나는 더러워서 막 욕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어.
그런데 요시노가 그걸 막더니 「먼 옛날 이야기오니ー」 라고 말했지.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은 생각뿐이었어.

이야기를 되돌리자.
그 처형이 계기가 되어 냉전 상태였던 여우-너구리 전쟁은 치열해졌어.
아이러니하게도, 나오코 씨는 마을에서 제일 사랑받는 사람이었으니까 더욱 반발이 심했던 거겠지.

그리고 백년제에서 신악을 피로할 제 1후보였던 나오코 씨 대신 어린 요시노가 뽑힌 거야.
슈코는 여우족의 배신자로서 무녀가 되어, 풍요의 산제물이 되었고.

요시노와 슈코가 신령이 되고 나서도, 두 종족이 어쩔 도리 없는 싸움은 계속됐어.
거기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예의 영야전설으로, 어리석은 산의 백성들은 대국에 의해 멸해졌다는 이야기.



슈코 「잘 됐네 잘 됐어」

나오 「하나도 안 잘 됐잖아!」

나도 모르는 새 큰 소리를 내고 말았어.

뭐야 그게.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가 또 있겠냐구.

애초에, 왜 슈코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하는 건데?
듣고 보니 나오코 씨가 살해당한 건 사실상 슈코 탓이잖아.

요시노 「슈코는 잘못하지 않았는지라ー」

예상 못 한 곳에서 서포트가 들어왔어.
어느 새 흥분해서 일어난 내 발목을 조용히 바라보며 요시노는 말했어.

요시노 「여우족도 너구리족도 혈기가 넘치는 종족이었기에ー, 이에 더해 인연 깊은 역사가 있었으니ー, 언니의 행동도 약간 경솔했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었는지라ー」



나오 「뭐…… 네 언니가 살해당했잖아!? 왜 화를 안 내는 거야!?」

요시노 「먼 옛날 이야기오니ー. 거기에 지금 와서 슈코를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ー」

그야 요시노가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조상님이랑 관련된 이야기라면 약간이지만 나랑도 관련 있을 테고.
나는 너무 화나서 다 때려치우고 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어.
하지만 요시노의 부드럽게 타이르는 듯한 시선을 받아서야 아무것도 못 하지.

요시노 「나와 슈코의 사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느니ー우리들 또한 오래 전 원환, 불화와 같은 굴레는 벗어났기에ー」

슈코 「맞아맞아, 요시농이랑은 이제 완전히 화해했다고♪」

그렇게 말하고 슈코는 옆에 앉아 있던 요시노를 가볍게 들어선 제 무릎 위에 오도카니 올려놓았어
작은 아이를 귀여워하는 여고생 같은 느낌으로.
휙 안긴 요시노는 「후에~」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받아 주고 있어.
그 광경은 묘하게 흐뭇해서, 화나 있던 내 마음도 조금씩 사그라들어 갔어.

노노가 「요시노 님을 그렇게 괴롭히지 않았으면 하는데요……」 라고 했는데, 슈코가 「그럼 노노 짱을 괴롭혀야지」 라고 하면서 덮치려고 하니까, 노노는 「히야아아아아!」 하고 소리지르면서 달아나 버렸어.
그런 느낌으로 신과 정령의 술래잡기가 시작되고, 나랑 요시노는 그늘에 앉아 그걸 바라보고 있었지.

뭐랄까, 슈코는 신이라면서 엄청 자유분방하구나.
딱 보기에는 나랑 다를 거 없는 평범한 여고생처럼 보이는데, 신이라…….

요시노 「아까는 그렇게 말하긴 했으나ー, 슈코도 아직 조금 문제 있는 부분이 있는지라ー」

나오 「흐ー음……?」

요시노 「벌써 수백 년간 칸나즈키(神無月)의 이즈모 집회(出雲集会)에 결석하고 있었기에ー, 이나리신(稲荷神)께는 정말 면목없는지라ー」

나오 「이즈모 집회?」

그건가. 그 10월, 칸나즈키(神無月)에 일본의 수많은 신들이 이즈모에 모인다는 그거.

요시노 「그대 역시 출석하라고 충고해 주길 바란다만ー」

나오 「왜 내가!?」

요시노 「나오코랑 닮은 그대가 말한다면ー, 슈코도 개심할지도 모르는 것이기에ー」

나오 「뭔 소리야……」



요시노 「그리고 노노한테 장난치는 것도 적당히 했으면 하는데ー, 언젠가 장난으로 한 제령(除靈)에서 노노가 사라질 뻔 했던 일도 있었으니ー」

나오 「그런 건 본인한테 말해」

요시노 「말해도 듣질 않기에ー」

나오 「……정말 너희들 사이좋은 거 맞아?」

요시노 「…………아마도ー」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쫓아가다 지친 슈코가 돌아왔어.
노노는 어딘가에 숨은 채 나오지 않아.
완전히 방치플레이네.

슈코 「이즈모 집회? 그런 거 귀찮아서 못 해. 교통비도 장난 아니라니까」

나오 「신이 전철을 타고 가는 거야?」

슈코 「뭐, 수는 적지만 그런 애들도 있지. 요시노는 요 근처에 커넥션이 있으니까 편하지ー」

요시노는 무려 용신님께 얻어 타고 이즈모까지 가는 모양이다.
만화 일본 옛날이야기[3] 오프닝이냐.
게다가 어울리니까 더 치사해.

요시노 「하지만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하련지ー…… 나오랑 같이 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ー」

그렇구나, 10월까지 요시노랑 연결되어 있는 이 저주를 못 풀면 요시노도 곤란해지는구나.
나도 굳이 신들의 집회같은 데 가고 싶진 않아.

슈코 「결연의 저주라고? 흐ー응……」

나오 「슈코, 어떻게 안 될까?」

내가 혹시나 하고 물어봤지만, 슈코는 흥미 없다는 듯 「글쎄?」 하고 말았어.
한결같이 도움이 안 되는 신들이야.



요시노 「슈코는 아직도 인간 마을에 살고 있었던 게 아닌지ー?」

슈코 「응ー, 그러네. 역시 하계(下界)는 질리질 않으니까」

요시노 「한심한 일인지라ー.이래뵈도 미시로산 이대신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일 터인데ー. 그대는 좀 더 토착신으로서의 자각을 가져야 할 것인즉ー」

슈코 「라곤 해도 요시노도 처음 산에서 내려와서 재밌었지?」

요시노 「확실히 여러 모로 깊은 흥미를 가졌으나ー, 그것과 이것은 다른 이야기이니ー」

슈코 「요시노도 변함없이 딱딱하네. 어깨에 힘 주지 말고 편하게 가」

요시노 「애초에 제가 이곳을 떠나면 누가 산을 지킬련지요ー」

요시노가 하나둘씩 설교를 풀어놓으려니 슈코가 술렁술렁 적당히 피해.
하지만 실제로, 이런 아무 것도 없는 산 속에서 몇 백 년씩 있으면 질릴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슈코 쪽이 감각적으로 이해가 가.
뭐, 사정을 모르는 내가 가타부타할 얘기가 아니니까 가만히 있긴 하지만.



나는 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배가 고파졌어.
시계를 보니 이제 10시를 살짝 넘긴 정도.
오늘은 유난히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이 들어.

나오 「…… 저기, 슬슬 돌아가지 않을래?」

말을 걸자 요시노는 멍하니 고개를 갸우뚱거렸어.
순간 어디로 가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뭔가 떠올랐다는 듯 일어났지.

슈코 「아, 벌써 가려고?」

요시노 「나오는 앞으로 공부를 해야 하기에ー」

아니, 딱히 그럴 생각으로 말한 거 아닌데.
언제부터 너가 내 교육 담당이 된 거야.

슈코는 「헤, 장하네」 같은 칭찬인지 바보 취급 하는 건지 모를 말을 했어.

슈코 「뭐, 나도 볼 일 있었으니까 같이 내려갈까」

요시노 「노노ー?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으나ー, 우리들은 이제 돌아가느니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기에ー」

…… 대답이 없어.
정말로 어디로 도망가 버린 모양이야.

슈코 「조금 심하게 놀렸나」

전혀 반성하지 안은 것 같은 슈코의 모습에 요시노가 기가 막힌 듯 한숨을 쉬었어.

마침 하늘에 구름이 껴서 시원해진 틈을 타서 우리들은 산에서 내려왔어.
신기한 건, 토리이를 통과하는 순간, 지금까지 조용했던 매미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하는 거야.
사실 오히려 매미 울음소리를 이제 와서야 알아챘다는 느낌.
그리고 뒤늦게 찾아오는 숨이 막힐 듯한 풀흙 냄새에, 발바닥에 닿는 지면의 확실한 감촉.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현실이 빠르게 인식되기 시작했어.
그리고 마치 생각났다는 듯 땀이 훅 나기 시작했고.

아, 그렇구나.

토리이(鳥居)는 신의 세계와 인간계를 가로막는 결계의 문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

나는 간신히 깨달았어.


이게, 카미카쿠시[4]라는 거구나.

 

카미야 나오「요시노 님한테 혼날 테니까」(5)로 이어집니다.




[1] 카리센구(仮遷宮). 신토에서, 본전(本殿)이 임시 신전(権殿)로 옮겨가는 것을 뜻함[2] 예배를 행하기 위해 본전 앞에 설치한 신사의 전당[3] まんが日本昔ばなし. 일본의 아동용 애니메이션. 오프닝 보기[4] 神隠し. 행방불명을 이르는 말. 텐구나 신의 소행이라고 여겨졌음. 어원은 신+숨김(隠し)


 

U149 1화 번역을 마저 하려고 보니 다른 사이트의 얼리-핫산(early-hassan이란 뜻ㅎ)들이 번역을 전부 끝내 놨네요.
이러려고 번역 잡았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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