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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나오「요시노 님한테 혼날 테니까」(2)

댓글: 8 / 조회: 1839 / 추천: 2



본문 - 11-14, 2016 02:11에 작성됨.

전편 일람 : 목록 보기



카미야 나오「요시노 님한테 혼날 테니까」(1)에서 이어집니다.

 

주위 어디나 논 투성이인 길을 나아가고 있어.
이거야말로 촌동네! 라는 느낌의 풍경이야.
그나저나 덥네……

요시노 「~♪」

요시노는 꽤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고 있어.
이 찌는 듯한 햇살을 받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니 부럽네.
신이니까 더위같은 건 안 느끼겠지.
정말이지, 팔자 좋네.
나는 자전거 조금 탄 거 가지고 땀 뻘뻘인데.

아스팔트 도로는 열을 받아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있었어.
축축하게 감싸오는 공기를 몰아내듯, 자전거를 달렸어.
애들이 물총을 쏘며 놀고 있는 게 보여.
제초 작업을 하는 업자들 곁을 지나자니 숨막힐 정도로 진한 풀 냄새가 나.

그런 느낌으로 도중에 여러 사람을 스쳐지나갔지만, 그 누구도 내 쪽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어.
뭐 알고야 있었지만, 역시 요시노는 나 이외의 사람한테는 안 보이는 것 같네.
다시 한 번 그걸 확인하고 약간 안심했어.
평범하게 생각하면 이 더럽게 더운 날에 기모노 차림의 어린애를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면야, 괴한이라고밖에 못 할 테니까.

나오 「읏차……. 요시노, 잠깐 기다려 줄래? 바로 돌아올게」

요시노 「여기는 어디인지ー?」

나오 「편의점이야, 편의점. 점심밥 사 올 테니까 얌전히 있어」

나는 요시노를 두고 편의점에 들어갔어.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바로 땀이 식어 가네.

「하아~……」

시원해서 엄청 기분 좋아.
여름이란 건 이럴 때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단 적당히 주먹밥이랑 음료수 사면 되려나.
사는 김에 아이스크림도 살까.
그런 걸 생각하면서 편의점 안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요시노 「나오ー」

나오 「우왓!! 저기, 요시노!?」

요시노가 진열장을 뚫고 나오는 바람에 나는 무심코 큰 소리를 내 버렸어.
주위 손님들이 일제히 이쪽을 바라보더라고.
부, 부끄러……

나오(야! 얌전히 있으라 그랬잖아!)

요시노 「나를 두고 가지 않았으면 하기에ー」

나오(그렇다고 벽이나 땅을 뚫고 갑자기 나오지 마…… 깜짝 놀랐잖아)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못 보게 구석으로 이동했어.
거기서 몸을 숙이고 속닥속닥 이야기를 했지.
……이건 이것대로 이상한 사람 같네.

요시노 「그건 그렇고 나오ー, 가방을 놓고 갔기에ー」

요시노가 가리킨 건 편의점 앞에 세워 둔 내 자전거.

나오(바로 돌아갈 거니까 상관 없어)

요시노 「좋지 않은 것이기에ー. 만약 악한에게 도둑맞는다면 어찌 할 것인지ー」

나오 「뭐?」

요시노 「집에는 쥐 나라에는 도적[1]이라, 나오에겐 조심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되기에ー」

갑자기 설교 시작했다구 이 신.
그야 분명 위험했을지도 몰라도, 딱히 도둑맞으면 큰일 날 물건은 안 들어 있고……
아니, 그래도 필통은 그렇다 치고 여름방학 숙제를 베끼는 건 곤란하려나.
나도 도둑도 어느 쪽도 손해니까.



나오(알게써ー, 알겠다니까 요시노. 그렇게 떽떽거리지 말아 줘)

요시노는 하고 싶은 말을 마치곤 「후우」하고 한숨 같은 걸 쉬더라.
왠지 열 받네.
그래도 뭐 요시노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
귀찮지만 신의 말씀을 따르자.
나는 일단 편의점에서 나와 내 가방이 멀쩡하단 걸 확인하고 난 뒤, 가방을 손에 들고 편의점으로 돌아왔어.

요시노 「저기ー저기ー 나오ー, 이건 도대체 무엇인지ー?」

요시노가 떠들고 있었던 거 있지.
이 신은…… 눈길 잠깐 뗐더니 이 모양이야.
나는 요시노가 흥미진진하게 묻는 질문에 적당히 대답해 준 뒤, 빠르게 쇼핑을 끝냈어.
요시노도 요시노대로, 일단 대답만 잘 해 주면 빈말으로 상대해도 별로 신경 안 쓰는 모양이었고.
조금 요시노 다루는 데 익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편의점에서 나오니 낮 시간대 가장 더운 시간이었어.
그늘을 찾아 주먹밥을 꺼냈지.
버릇없을진 몰라도 후딱 먹어버리자.

요시노 「이 시대에도 주먹밥이 있는 것인지ー」

내가 편의점 주먹밥의 불가사의한 포장을 돌돌 뜯고 있는 걸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요시노가 말했어.

나오 「먹어 볼래?」

나는 장난으로 요시노 눈앞에 주먹밥을 내밀었어.
하하하, 좀 장난이 심했으려나……

덥썩

요시노 「흠ー, 꽤나 맛있는지라ー」 우물우물

나오 「엣」



나오 「에에에에에에에에!!?」

뭐? 잠깐, 뭐?
왜 멋대로 먹는 건데.
아니, 그게 아니지.

나는 요시노가 베어물은 주먹밥을 봤어.
반절 정도 없어져 있어.

나오 「ㄴ, 너…… 먹ㅇ……닿……!?」

영체가 아니었어?!
마음 속으로 태클 걸고 있으니까 요시노가 내 주먹밥을 꿀꺽 삼키곤 대답했어.

요시노 「공물이란 먹는 게 예의이기에ー」

나오 「이거 공물 아니라고!?」

요시노 「그랬는지요ー, 허나 이것 또한 진묘한 맛이었기에ー」 냠

나오 「우아아아아야!? 기다려, 내 꺼!」

요시노 「음ー. 나쁘지 않았는지라ー」 우물우물

귀여운 표정으로 그게 넘어가냐ー앗[2]



……결국, 난 점심을 아이스크림으로 때우게 됐어.

요시노 「면목없기에ー」

정말 면목 없는 거 맞나 얘.
나는 아이스크림을 원망스럽게 빨며, 요시노에게 설명을 요구했어.

애초에 처음부터 설명하면 됐잖아. 놀랐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요시노에게 그렇게 위협을 느끼지 못한 건 물리적인 해를 끼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어.
그런데 갑자기 사람 먹을 걸 먹는다니 장난하냐고.
뭐 처음에 장난친 건 나긴 한데.

땡볕 아래서 요시노 설명을 듣는 것도 내 기력이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듣기로 했어.
요시노는 머리에 직접 말을 거니까 바람소리에 묻힐 일이 없어. 편리하네.

나오 「……흐ー음. 요컨대『신에게 바친 것』은 만지거나 먹을 수 있단 건가」

요시노 「적당히 요약하면 그렇게 되는지라ー. 예외 또한 있으나ー」

나오 「예외란 건 예를 들면?」

요시노 「어제 그대를 도운 일 등이 있으니ー」

어제란 건 강에 나를 밀친 그거 말하는 건가.
확실히, 말하기 전까지 눈치 못 챘는데 그 때 요시노는 나를 만졌었네.

요시노 「영봉(靈峰) 미시로 산의 맑고 순수한 기맥 덕에ー, 나 같은 신령 또한ー, 사람에게 말을 걸고 손을 뻗을 수 있는지라ー」

영봉 미시로 산.
뭔가 멋지네.




 ○ ○ ○

자전거를 탄 지 약 30분.
마침내 학교 문 앞까지 왔어.
그렇게 큰 고등학교는 아니지만, 내가 입학하기 직전쯤 해서 노후화 대책인지 뭔지 해서 리모델링을 해서 눈으로 보기엔 꽤 괜찮아.

운동장에서 야구부의 구호가 들려 와.
이 더운 날에 잘도 저런 걸 하네, 정말.
나는 기막힘 절반 경탄심 절반으로 인기척 없는 학교로 들어갔어.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공기가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지.
쉬는 날의 학교는 왠지 두근거려.

내 뒤에는 당연한 것처럼 요시노가 따라오고 있었어.
이렇게 보니까 소학생이 길 잃은 것 같네.
자박자박 걸어서(실제로는 소리같은 거 안 나지만)나를 따라오는 모습은 소동물 같아서 좀 귀여워.

요시노 「호오ー, 이것이 학교인지ー…… 어찌 이리 거대한지ー」

나오 「요시노는 학교란 걸 알고 있는 거야?」

요시노 「보는 것은 처음이나ー. 오래 전에는 서(西)의 씨족이었기에ー, 대학이나 학문소[3], 서당 같은 말은 지인에게서 들은 바가 있는지라ー」

나오 「흐ー음……?」

요시노 「허나 이렇게 훌륭할지는ー. 그대를 낮춰본 것일지도 모르겠는지라ー」

나오 「나를? 왜 또 갑자기……」

요시노 「그 젊은 나이에 학문의 길을 뜻할 뿐만 아니라ー, 타카마가하라(高天原)[4]의 대신전이 이럴까 싶을 장려(壯麗)하고 견뢰(堅牢)한 학사(學舍)ー, 필시 피나는 노력으로 면학 수행에 정진할 건인즉ー. 멋진 일이로구나ー」

……뭔가 착각한 거 아냐?
그야 수험은 꽤 열심히 하긴 했지만 말야.
딱히 학문의 길이라던가, 수행이라던가 생각하고 공부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나오 「요시노는 모르겠지만, 요즘 시대엔 나 정도 나이 되는 사람은 모두 학교에 가는 거야. 그렇게 거창한 게 아냐」

요시노 「호에ー」

호에ー가 뭐야, 호에ー가.



교실에 가는 동안, 요시노에게 학교가 어떤 곳인지 설명하려고 했어.
지금은 여름 방학이라서 사람이 없지만, 평소에는 많은 학생들로 넘친다고 했더니 여기에도 놀란 모양이야.
세상에 그렇게 인간이 많이 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얼굴이야.

요시노 「방학이라고 하면ー, 나오는 무슨 용무로 이곳에ー?」

나오 「놓고 온 게 있어서 말야. 뭐, 얼마 안 걸리는 일이야」

교실은 잠겨 있지 않았어.
나는 안심하고 교실에 들어가 찾던 물건을 찾았어.
라곤 해도, 내 사물함에 넣어 두고서 갖고 가는 걸 까먹었을 뿐이지만.

나오 「있다! 다행이야~」

요시노 「이것은ー……?」

나오 「응? 아, 사진이야. 올해 문화제에서 찍은 사진」

사진이 뭔지는 보면 알기야 하겠지만 일단 설명했어.

요시노 「많은 인간이 찍혀 있는지라ー」

나오 「기록담당자가 열심히 일해 줬으니 말야」

좀 부끄러운 사진도 있지만 뭐 괜찮겠지.
나는 이런 학교 행사에 그렇게까지 열심히 참가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결국 다른 애들 분위기 타서 텐션 올라버렸지.
사진에 찍혀 있는 클래스메이트들은 모두 즐거워 보였어.

솔직히, 카렌에게 이렇게 즐거워 보이는 사진을 보여주는 건 조금 마음이 찔렸어.
하지만 걔가 보고 싶다고 그랬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내가 사진들을 가방에 넣고 교실을 나섰을 때,

요시노 「기다리시라ー」

돌연히 저지당했어.
요시노가 교실 한가운데에 가만히 서선 창 밖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그걸 따라 그 앞을 봤어.
창 밖은 화단이야.
그 사이 맞은편엔 도서관밖에 없어.

나오 「뭐,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요시노 「좋지 않은 낌새가 느껴지는지라ー」



나는 오싹해져서 등골에 한기가 들면서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어.

……저기, 무서운 얘기 하지 마라구.
너가 말하면 정말 농담처럼 안 들리니까.

나오 「하, 하하…… 요시노, 농담 잘하네……」

요시노 「…………」

뭐라도 말해 봐! 무섭다구!

요시노 「……떠난 것 같으니ー. 도대체 무엇이었는지ー」

나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그건!」

요시노는 아직도 뭔가 생각하는지 창 밖을 보고 있었어.

이런 표정을 짓는 요시노는 처음 봐.
아니, 표정 자체는 평소랑 똑같은데, 묘하게 눈빛이 날카롭다고 할까……
뭔가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았어.

나는 조심조심 창가로 다가가서 화단 쪽을 둘러봤지.
아무것도 안 변했어.
평소랑 똑같은 풍경이야.

나오 「…… 혹시 악령이나, 그런 거야?」

요시노 「알 수 없으나ー, 최소한 길조(吉兆)라 불리는 종류는 아닌 것이기에ー」

어제까지의 나였다면 한낮에 "저기 뭐가 있어"라고 해도 비웃고 안 믿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지.
뭐니뭐니해도 신이 직접 말한 건데.

그렇게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날 보고 요시노가 말했어.

요시노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인지라ー. 액신(厄神)이라면 모를까ー, 그 기운으로 미루어보건대 아마 강한 의지를 갖지 않은 정령이나 저급령이라고 생각되기에ー」

전혀 기운이 안 나.
뭐가 됐던 정체불명의 존재가 이 학교에 활보한다는 건 변치 않는 거잖아.
게다가 봐, 학교란 건 괴담에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그것보다 정말로 있는 거구나, 그런 거……

나오 「…… 닷ー, 정말! 무서운 얘긴 끝! 가자!」

못 들은 거로 하고 싶어.
앞으로 어떤 표정으로 학교에 다녀야 하는 거냐구.

「세상에는 모르는 편이 나은 일도 있다」같은 말이 문뜩 뇌리에 떠올랐어.

지금이라면 그 의미를 뼈저리게 알 것 같아.



나는 빠른 걸음으로 학교에서 나왔어.
요시노가 뒤늦게 타박타박 걸어왔어.

밖은 변함없이 작열지옥이었지만, 난 아까 그거 때문에 더위같은 게 싹 날아가버렸지.

주위를 맴돌고 있는 유령이라던가, 악령이라던가를 상상하며 묵묵히 자전거를 밟아나갔어.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요시노가 뭐라도 해 주겠지.
그래, 난 신에 들렸는걸.
악령퇴사~안, 악령퇴사~안……

요시노 「아까부터 나오의 상태가 이상해졌다만ー」

나오 「……요시노. 나한테 뭔가 일이 터지면, 부탁할게」

요시노는 자전거 바구니에 올라타선, 신기하단 듯 내 쪽을 뒤돌아봤어.
그 맹한 얼굴을 보니 불안해졌어.
전혀 믿음이 안 가.

게다가, 말야.
앞으로 가는 곳은 바로 그런 게 나올 법한 장소.
즉, 병원이야.

솔직히 이제 그냥 돌아가고 싶었어.
하지만 카렌한테 간다 그랬는데다가, 게다가 현 시점에서 유령과 조우하게 된다고 정해진 것도 아닌걸.
애초에 요시노도 제대로 모습을 본 것도 아니잖아.
혹시 유령이 나온다 해도 안 보이면 아무렇지도 않을지도……

요시노 「내 모습이 보인 이상ー, 다른 영혼도 똑같이 보일 터이나ー」

나오 「그런 말은 안 해도 돼! 점점 무서워진다구!」

요시노 「특히 큰 원념을 지님 영혼이나ー, 그대에게 직접 흥미를 보이는 영혼이라면ー, 보다 뚜렷하게 보일 것인지라ー」

이 신 나 괴롭히는 건가?
아니면 놀리는 건가.
요시노는 날 놀릴 대로 놀려먹고는 자전거 바구니에 매달려서 태평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하아…… 각오할 수 밖에 없나.
지금은 걱정해도 어쩔 수 없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요시노가 어떻게 해 주는 걸 기대해 보자.


그러곤 난 원래 왔던 길로 달려나갔어.




 ○ ○ ○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유령과 한 번도 조우하지 않고 카렌과 만났어.
병원에 도착한 뒤로는, 나 계속 요시노한테 물어가면서 벌벌 떨면서 갔으니까, 주위 사람들이 보기엔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실제로, 여기 간호사 분들이랑은 꽤 구면이어서 「뭐 하니 나오 짱」하면서 웃기도 하셨고.

카렌 「아, 왔다왔어」

카렌은 병실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

나오 「……안녕」

카렌 「무슨 일이야 나오. 얼굴이 빨개」

나오 「아, 아무것도 아냐」

요시노 때문에 부끄러운 생각을 하는 건 오늘 몇 번째려나.
슬슬 나도 익숙해질 때가 됐는데도 말이지, 내 적응력이 싫어졌어.
아니, 자기혐오하기 전에, 저기. 거기 작달막한 신이시어.
병원에선 얌전히 있으라구.

카렌 「뭐 해? 안 앉고」

나오 「에? 아, 응」

안 되지 안 돼.
현혹되지 말자, 나.
요시노는 일단 놔두자.

나오 「가져왔다구. 봐봐」

내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건네자, 카렌은 「고마워」라고 말하곤 무표정으로 펄럭펄럭 넘겨보기 시작했어.
카렌만 빠져 있는 문화제에서, 모두의 즐거워 보이는 미소를.

카렌 「…………」

감상이라던가 아무것도 말 못 해.
그런 외롭다는 분위기 만들어버리면 내가 나쁜 짓 한 것 같잖아.
사진 가져다 달라고 했던 건 카렌인데.



나는 다른 사람 신경써주는 걸 잘 못 해.
그래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문화제 때 얘기를 들려 주면 되는 걸까?
아니면 불쌍해하면 되는 걸까?
모르겠지만, 둘 다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침묵 속 카렌의 옆모습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볼 뿐이었어.

카렌 「……풋. 뭐야 이거, 이상한 표정」

사진 한 장을 보던 카렌이 갑자기 웃었어.
마침내 표정이 풀어진 걸 보고 나는 조금 안심했지.
그 사진은 반에서 연극 했던 때 사진……

나오 「앗, 그건 안 돼! 보지 마」

카렌 「왜ー, 나오의 박진감 넘치는 연기 멋있는걸」

나오 「너 아까 이상한 표정이라 그랬잖아!」

카렌 「저기 나오, 병원에선 조용히 해야지」

사진을 빼앗으려 당황한 나를 살짝 밀치고 장난스럽게 웃더라.
젠장.
역시 갖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카렌 「뭐, 연극 동영상은 진작에 봤었는데」

나오 「뭐!?」

카렌 「뭐야 그 반응은. 내가 보면 안 되는 거야?」

나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듣자 하니, 담임선생님께 연락해서 동영상 데이터를 받아갔다던가.
그럼 겸사겸사 사진도 같이 받아 갔으면 됐을 거 아냐.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카렌 「에, 싫어. 그럼 나오가 부끄러워하는 걸 못 보잖아」

나오 「너, 나를 완전 바보 취급 하려고 사진 가져오라고 했던 거야?」

카렌 「그것도 있으려나」

야.



카렌 「거짓말이야 거짓말. 평범하게 사진을 갖고 싶었을 뿐이야. 이럼 벽에다 걸어 두고 언제나 볼 수 있잖아?」

나오 「그건 그것대로 부끄럽지만……」

카렌 「안 그렇다니까. 이 사진 나오 굉장히 귀여운걸, 나 마음에 들었는걸」

히죽히죽거리면서 말하지 말라고.
이 인간 완전 내 반응 보면서 즐기고 있네.
……뭐, 딱히 상관 없지만 말야.
카렌이 기운을 차린다면 말이지.


호조 카렌은 옛날부터 병약한 여자아이였어.
게다가 기가 세고 귀여운 구석이 없는 성격이라 친구도 별로 없었지.
나도 처음엔 「마음에 안 들어!」라고 생각했었지만, 집이 가까워서 그런지 자주 말을 걸어왔던 게, 정신 차리고 보니 자주 같이 놀게 됐어.

그렇게 어울려 다니다 보니까, 내가 카렌을 오해하고 있었던 걸 알게 됐어.
카렌은 마음에 안 드는 애가 아냐.
그냥 다른 애들보다 조금 어른 티가 났을 뿐이지.
어딘가 달관한 듯 차가운 듯한 태도는 또래 아이들한테는 적의라고 착각하기 쉬웠던 거야.
몸이 약해서 별로 밖에 안 나오려 하는 것도 인상에 별로 안 좋았을지도 몰라.

확실히 좀 성격이 그런 부분이나 고집 센 것도 있었지만, 내가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을 땐 손을 내밀어 줬고, 부모님이랑 싸워서 가출했을 때도 달래 주기도 했어.
카렌은 착하다고 했더니 부끄러워하면서 퍽퍽 얻어맞기도 했지.
하지만, 난 그런 게 왠지 즐거웠어.

어느 새 우린 친해져 있었어.
세간에서는 이런 걸 소꿉친구라고 부르겠지.
그런 느낌으로 난 카렌의 친구 제 1호가 됐고, 제 2호는 지금까지 (내가 아는 한) 나타나지 않고 있어.
카렌은 왠지 별로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병원까지 가서 이렇게 병문안을 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나뿐이었지.



카렌 「저기저기, 모처럼이니까 같이 동영상 보자」

나오 「무리무리무리무리, 절대 안 봐!」

카렌 「에ー」

나오 「애초에 봐 봤자 뭐가 재밌는데. 아마추어의 유희회라구, 저런 건」

카렌 「그게 좋은 거지」

나오 「보호자냐」

카렌 「보호자 맞아? 나오의」

나오 「말이나 못 하면. 어느 쪽이냐 하면 내가 카렌의 보호자인 거지」

카렌 「후훗, 그럴지도」

그 이후로 우리 둘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어.
여름방학 때 뭐 했냐던가, 숙제 큰일났다던가, 같은 거.

참고로 요시노가 그 동안 뭘 했느냐 하면, 의외로 얌전히 있었다?
나한테 말도 안 걸고 멍하니 있었어.
이런 일도 다 있네.

갑자기 궁금해져서 카렌한테 질문했어.

나오 「…… 저기, 카렌은 신을 믿어?」

카렌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오 「아니 그냥」

카렌 「신이라. 으~음, 그렇네…… 만약 정말 신이 존재한다고 해도, 나는 안 믿을걸」

나오 「무슨 뜻이야?」

카렌 「믿었다간 배신당할지도 모르잖아」

나오 「내 말은 신앙심이 아니라 존재를 믿고 있느냐는 얘기였는데……」

카렌 「마찬가지야」

왠지 여러가지가 담겨 있는 듯한 말투였어.
뭐, 카렌의 성격상 그렇게 대답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비현실적인 일엔 전혀 흥미 안 보이는 걸, 쟤.
그래서 애니메이션 보라고 해 봐도 전혀 안 보고.
드라마는 보는 것 같던데.

근데 요시노는 이거 듣고 무슨 생각을 할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된 나는 슬쩍 요시노 쪽을 바라봤어.

요시노 「……zzZ」 쿨ー

자냐!
어쩐지 조용히 있다 했다.

카렌 「그럼 나오는 믿는 거야? 신을」

나오 「뭐? 아, 아아…… 지금은 일단 믿어. 사정이 있어서. 일단」

카렌 「뭐야 그거, 이상해. 혹시 이상한 종교같은 데 들어간 거 아냐?」

나오 「그럴 리 없잖아」

실제로는 지금도 절찬리에 미지의 종교 체험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말야.
뭐 카렌한테 설명해 봐야 실컷 바보취급당하던가, 완전 걱정하던가 둘 중 하나일 테니 말야.

내 옆에서 신이 콧물방울 달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니, 말해 봤자 안 믿을 테고.



저녁이 돼서, 병원이 좀 북적이는 느낌이 나서 나는 돌아갈 준비를 했어.

카렌 「벌써 가게?」

나오 「숙제 해야 하니까」

카렌은 실망했단 듯 입을 삐쭉였어.
어쩔 수 없잖아, 병원제 오래 있을 수도 없으니까.
그런 불만인 표정 지으면 곤란해.

나랑 같이 있을 때 카렌은 꽤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해.
겉보기랑은 달리 솔직한 거지.
그냥 원래 성격이 좀 가시돋친 것 뿐.

나오 「외롭구나」

나는 놀려먹을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어.
그런데 카렌은 시선을 침대 위로 멍하니 떨어뜨린 채로 조용히,

카렌 「……응」

이라고 답할 뿐이었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카렌은 가끔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할 때가 있어.
마치 내 뒤에 매달리는 것처럼.

카렌 「……막ー이래」

그리고 다음 순간엔 자기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하려 그래.
바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하면서 장난친 것처럼 넘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난 잘 알고 있어.
어느 쪽이 카렌의 속마음인지는 말야.

나오 「…… 괜찮다니까! 얼마 안 있으면 퇴원 가능하잖아? 그럼 또 어디 놀러가자구」

카렌 「에ー, 더우니까 싫어」

나오 「억지부리지 마」

카렌은 웃으면서 「그럼 안녕」이라며 침대 위에서 나를 배웅해 줬어.

병실을 나오니 저녁 석양이 복도를 붉게 비추고 있었지.
요시노가 당황한 듯 문을 빠져나와 따라왔어.

「돌아가자」
「그런지라ー」

어째서일까.
지금 요시노가 내 옆에 있다는 게 조금 기뻤어.

 

카미야 나오「요시노 님한테 혼날 테니까」(3)으로 이어집니다.


주석

[1] 일본의 속담. 어딜 가나 트롤은 있다는 뜻[2] 《죠죠의 기묘한 모험》네타 "飲んどる場合かーッ" - 역주)[3] 学問所. 중~근세 일본의 교육기관[4] 일본신화에서의 신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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