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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마법사 제 7화 [고독]

댓글: 1 / 조회: 498 / 추천: 0



본문 - 11-08, 2016 11:59에 작성됨.

소녀는 계속 혼자였다.

어릴 때부터 커뮤니케이션이 약하고 '누군가에게 말은 거는 행위'를 보통사람이라면 평범하게 할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그녀는 점점 혼자가 되어갔다.

하지만 그 소녀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는 항상 '그 아이'가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아무리 그녀를 냉대할지라도 그 아이만큼은 결코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

소녀도 절대 배신하지 않는 존재에 안심하고 항상 그 아이와 함께 놀고있었다.

그러나 소녀의 외로움은 더욱 깊어져갔다.

그 아이는 소녀 이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말을 거는 소녀의 모습은 주위의 사람들에게 기이하게 보여 점점 소녀의 주위에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그 때까지 소녀에게 공감했던 어른들도 소녀의 그런 모습을 본 순간부터 아이들과 같은 눈으로 그녀를 보며 멀어져 갔다.

마침내 소녀에게 최후의 보루여야할 부모조차도 그런 어른들 사이에 동참하여 한 지붕 아래에 사는 소녀를 종기처럼 취급하고 일을 핑계로 집에서조차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자기 곁에는 항상 '그 아이'가 있고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계속 자기 주위에 사람이 없어져도 '그 아이'만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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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에게 전환기가 찾아왔다.

'그 아이'와 함께 밤 산책을 할 때 연상의 아름다운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초등학생 소녀가 혼자서 밤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위험한 상황이라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아이'가 지켜주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 소녀였지만 오랜만에 사람에게 걱정되어서 솔직히 기뻤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 여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맞벌이(명목)로 소녀의 부모가 집을 비울 때마다 연상의 소녀가 좋아하는 공포영화를 들고 소녀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자기 바로 옆에 체온이 주는 즐거움에 소녀는 이전보다 자주 웃게되었다.

그 때부터 자신을 피할 뿐이었던 주위의 사람들이 때때로 넋이 나간듯 이 쪽을 바라볼 때가 많아졌다.

그런 날들이 반년정도 지나고 어느 날. 연상의 소녀가 아이돌이 되었다.

원래 그녀는 취미로 악기를 다루고 있어서 스튜디오를 빌려 연습하고 있을 때 스카우트 되었다고 한다.

멀리 가 버리기 때문에 소녀는 쓸쓸했지만 그녀의 행복을 응원하기로 했다.

그날 밤 침대에 기어들어가 조용히 울었지만 옆에 그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

이대로 그녀와의 교제도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한 소녀였지만 무려 그녀는 유닛의 멤버를 데리고 돌아왔다.

사는 곳은 집과는 다른 언덕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소녀와 교류를 갖고 또 멤버들이 사는 집에 소녀를 초대하였다.

유닛의 멤버도 소녀를 기꺼이 맞아주며 소녀의 친구는 이전보다 많아지고 소녀는 점점 더 자주 웃게되었다.

 

 

 

그리고 소녀의 미소가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하여 '그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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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화장실에 갇힌 안즈는 문을 두드려도 시간낭비라는 것을 깨닫자 바로 그만두고 뚜겅을 닫은 변기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분명 이것은 누군가 장난친 것은 아니다. 아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안즈는 그다지 귀신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눈 앞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부정할만큼 생각이 없지도 않다.

애초에 안즈에게는 집착이라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귀신이 실제한다면 그 혹은 그녀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런 타이밍에서 떠올릴 수 있을만한 일은 하나밖에 없지만...

 

안즈는 머릿속에서 이렇게 결론내리고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한 뒤 화장실 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거기.. 있지? 이야기해보자구. 이름은 모르니까 유령이라고 할 게. 그래서 유령씨는 무엇을 바라는 건지 안즈에게 들려주지 않을래?"

 

자기 이외의 아무도 없는 화장실을 향해 안즈는 이렇게 말했다. 대답은 없다.

 

"만약 이야기를 할 생각이 있다면 안즈가 알만한 형태로 대답해주지 않겠어?"


그래도 굴하지 않고 말하는 안즈의 뒤에서 작은 창이 팡! 큰 소리를 냈다.

유리가 깨지지 않을까라는 기세로 흔들리는 소리에 안즈는 움찔한 뒤 숨을 마시고 뒤를 돌아보았다.

작은 창에 어린 아이로 보이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검붉은... 그것은 마치 피와 같았다.


"좀 더 부드러운 답변을 부탁한다구"


안즈가 식은 땀을 흘리며 말하자 이번에는 그녀의 바로 옆에 있는 벽이 동! 하고 두드려졌다.

조금 전보다는 소리도 작고 벽이므로 부셔질 걱정은 없다.

의외로 솔직한 성격일지도 모른다고 안즈는 생각했다.

 

"좋아 그럼 대화를 해볼까. 유령 씨는 코우메의 배후령이야?"


안즈의 질문에 보이지 않는 유령의 대답은 없었다.


"예스라면 1회. 노라면 2회를 두드려 줘"


그 순간 동!하고 벽이 울렸다.


"유령 씨는 코우메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있었어?"


동!


"그래 그러면 소꿉친구구나. 그리고 아까 '빼앗지 마라'는 것은 코우메를 자기한테서 빼앗지 말라는 거지?"


동!


"흠... 따로 코우메가 아이돌이 되었다고 해서 안즈가 유령 씨에게 '코우메한테서 떨어져'라고 말하지 않는다구?"


동동! 그리고 아까보다 강하게 소리가 들렸다.

그 대답에 안즈는 잠시 생각하는 기색을 보이며


"... 그것보다는 코우메 스스로가 멀어지려고 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라는 느낌?"


잠시 사이를 두고 동! 그리고 약하게 소리가 들렸다.


"만약 기분 나쁜 이야기였다면 미안해. 혹시 코우메 옛날에는 친구가 없었어?"


동! 그리고 긍정의 대답을 들은 것으로 안즈는 납득한 느낌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대충 알겠어. 예전에는 자신만이 코우메의 친구였는데 점점 인간 친구가 늘어나니까 언젠가는 자신을 봐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구나?"


..... 동.


"리이나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 때 이렇게 나오거나 한 적이 있어?"


동. 동.


"흠. 그 정도면 참을 수 있었던 거네. 그렇지만 안즈에게 스카우트 되서 아이돌이되거나하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코우메가 알려지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그녀의 세계가 펼쳐져 버린다. 그래서 이렇게 강경한 수단을 단행한 거고."


동!

유달리 큰 소리에 안즈는 '흠...' 턱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겼다.

일단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렇게 안즈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주는 점에서 보면 원래 사람을 덮치는 귀신은 아니었다.

특별히 위험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안즈는 서서히 평소대로 평상심을 되찾아 나갔다.

이 때까지 신경쓰이고 있었던 것을 묻기 위해 안즈는 입을 열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코우메와 함께 있으면 때때로 코우메를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있었어. 마치 뭔가에 '빙의'된 것처럼.. 그것은 원래 그랬던거야?"


동! 소리가 울렸다.


"그거. 유령 씨가 코우메 옆에 있게되면서 생기기 시작했어?"


동. 동.


"그렇다는 것은 유령 씨가 한 짓이 아닌거야? 혹시 무의식적으로라도 만들어내고 있다는 가능성이라도"


동동!


"아. 미안.미안. 그렇네 코우메의 친구가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는데 일부러 코우메가 주목되는 일을 할 리가 없네."


라는 것은 코우메를 넋을 잃고 보는 현상은 귀신에 의한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순수한 매력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아이돌로서 지나치게 충분한 아니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명의 아이돌에게 가장 힘든 것은 '어떻게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나'라는 것이다.

그것을 가볍게 해내는 그녀는 확실히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그릇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해서든 코우메를 아이돌로 해야겠다고 안즈는 결의했다.

일단 당면한 문제는 그 또는 그녀를 설득하는 것.


"그럼 유령 씨 주위사람들이 코우메에게 넋을 잃고 보게 된 것은 언제부터야?"

 

..........

 


"아.. 예 아니오가 아니면 대답할 수 없었지... 아까는 '빼앗지 마'라고 말한 주제에"


쿵!


"아아. 미안미안. 그럼 말이야 그 현상이 일어나게 됬을 때 코우메에게 뭔가 큰 변화가 있었어?"


생각하고 있는지 약간 시간을 두고 동! 대답이 왔다.


"그건 혹시 인간 친구가 생겼을 때부터?"


동.


"역시... 인간 친구가 없는 아이에게 큰 변화라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정직하게 말해 줘. 유령 씨가 봤을 때 인간 친구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어느 쪽의 코우메가 더 매력적이야?"


.......


"전이라면 한 번. 후라면 2번."


..... 동. 동.


답변이 조금 늦은 것은 아마 자신의 대답이 안즈의 설득을 뒷받침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에 정직하게 대답했다.

그 안에서 무언가 갈등이 있을 거라고 엿볼 수 있다.


"그렇지? 유령 씨가 코우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코우메를 좁은 세계에 가둬두어서는 안 돼.

코우메는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니까 더 넓은 세계로 날아오르지 않으면 안 돼"


.......


"걱정이야?"


쿵!


그 소리는 확실히 지금까지 가장 큰 소리였다.

벽을 두드린다는 너무나 심플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의 감정까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즈는 무심코 미소지었다.

 


"코우메라면 아무리 인기가 많아져도 유령 씨를 잊을 거라고는 생각할수 없지만 말이지.

그렇게 스릴러나 공포물에 눈을 빛내는 아이야? 그녀에게는 유령 씨는 외로움 을 달래기 위한 보충 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을걸"

 

........

 

"아니면 코우메가 걱정? 그 쪽도 괜찮아. 안즈의 계획은 상설 극장에서만 활동하는 지하 아이돌이니까. TV라던가 여러 업계에 영업할 필요는 없어.

그래서 유령 씨가 생각하는 '어정쩡한 일' 절대 시키지 않아. 뭐 안즈가 현역일 때도 프로듀서가 그런 일은 완벽하게 잘라버렸으니까 말이지."


.......


"원래 '베개 영업'따위는 리턴이 리스크에 상응하지 않고 그런 악명은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구.

업계 전체가 건전하게 활성화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346프로 사장의 아이디어네.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거야. 당연히 안즈도 같은 생각.


.........


"악성 팬도 동료의 괴롭힘도 안즈가 현역 때 실컷 경험해왔던거야. 그 때마다 프로듀서가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안즈는 바로 옆에서 계속 봐왔기 떄문에

만약 코우메에게 그런 일이 닥쳐왔을 때 안즈라면 확실히 대응할 수 있는 거야?"


.........

 

"아직 걱정이라는 느낌이네... 그렇다면 유령 씨도 코우메를 지켜주면 좋겠네.

안즈도 항상 코우메에게 붙어있을 여유는 없고 그리고 하는 김에 다른 아이들도 지켜주면 좋겠어."


동.


아무래도 코우메를 지키는 것에 관해서는 싫지 않은 것 같다.


"유령 씨가 지켜주면 든든하네. 그래도 안즈 때문에 코우메의 몸에 뭔가 이상이 생기면 그 때는 안즈를 저주해도 상관 없어?

그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코우메를 우리 쪽에 데려가려는 거니까.

 

너스레를 떨듯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는 안즈였지만 잠시 후에도 유령의 대답은 없었다.


고요해진 화장실 안에서 안즈는 벽을 두드리는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숨을 죽였다.


동.


"용서해줄거지?"


안즈의 질문에 벽을 두드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대신 문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듣기만해도 초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발소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져 온다.

그리고 힘차게 문이 열렸다.


"안즈 씨 무사합니까!"


이마를 땀으로 적신 나나가 가장 먼저 나타나고 그녀의 등 너머로 걱정스러운 표정의 쇼코가 들여다보고 있다.

리이나의 밴드 멤버도 속속 화장실 앞에 도착해 안즈의 모습을 보고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리고 그 중에는 코우메의 모습도 있었다.

 


"안즈는 무사하다구. 그렇다고 해도 심하네. 안즈가 화장실에 갇혀있을 때 다같이 거실에서 사이좋게 영화감상이라니"

"무슨말을 하는 겁니까 주방의 식기가 혼자서 떨어지고 거실이 갑자기 흠들려서 우리들은 뜰로 도망갔다구요!"

"맞아! 게다가 단순한 지진이 아니라 우리집만 흔들리던 거라구! 설마 심령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정말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리이나 뭔가 애처럼 울고 있었지 아마?"

"안 울었거든!"

 

마구 떠드는 리이나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안즈는 "지진따위 전혀 없었다는 건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 때 모두의 뒤에 숨어 안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코우메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녀는 살금살금 사랑스러운 움직임으로 안즈에게 달려와 마치 자신이 안즈를 가둔 것 같은 기세로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합니다. 안즈 씨. '그 아이'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려서..."

"괜찮아. 덕분에 유령과 대화한다는 귀중한 체험도 해봤고 게다가 제대로 허락도 받았으니까 안심하고 코우메를 스카우트 할 수 있어."

"... 스.. 스카우트?"


당혹스럽다는 듯이 묻는 코우메에게 안즈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보고 있을 때 말했던 거지만 잠시 시간 있을까?"


안즈의 말에 모두 짐작했는지 주위는 납득한 미소를 띄우며 귀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 네?"


단 한 명. 본인인 코우메만이 사정을 몰라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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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밤이 깊어서 346 프로의 본사 건물에도 사람의 모습이 거의 없어졌다.

낮에는 햇볕이 비춰 많은 사람의 목소리로 시끄러운 이 곳도 밤이 되면 대부분 전기가 사라지고 어두워져서 고즈넉한 느낌이 난다.

그런 346 프로의 복도를 걷는 한 여성의 모습이 있었다.

식욕을 돋우는 좋은 냄새를 풍기는 포장지(오하라 베이커리 346지점이라고 크게 쓰여져 있다)를 가슴에 안고

한발 한발 리듬을 타고 발소리를 내며 걷는 그 모습은 재미있다기 보다는 그녀의 표정으로 볼 때 분명히 싱글벙글 기쁜 것 같다.

이윽고 그녀의 시선 끝에는 어두운 복도에서 눈에 띌정도로 빛나는 문이 있었다.

물론 문 자체가 빛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방에서 새어나온 불빛이 복도를 비추고 있다.

즉 그것은 방 안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며 그 문은 '수석 프로듀서실'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그 안에 누가 있는 지 알 수 있다.

그것을 확인한 여성은 더욱 미소지으며 문앞에 서서 노크.

 


"프로듀서씨?"


방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의 표정이 웃는 얼굴에서 수수께끼 얼굴로 변했다.

그러나 잠시 멈춘 손을 움직여 문을 가볍게 노크한 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갑작스런 소리와 내객이 의자에 앉아있던 방의 주인을 움찔하게 하고 테이블에 양손을 짚고 몸을 지탱하던 소녀가 우아하게 뒤를 돌아본다.

그 소녀는 세미의 갈색 머리를 느슨하고 부드럽게 정리하고 곳곳에 리본을 장식한 귀여운 옷을 입고 있다.

약간 눈꼬리가 내려간 큰 검은 눈이 특징적이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것에 삼켜져버릴 것 같다.

그 소녀 - 사쿠마 마유는 여성의 모습을 보고 생긋 미소를 지었다.

 


"이런시간까지 수고하시네요. 치히로 씨"

 

얇은 갈색의 긴 머리를 느슨하게 땋아 옆으로 늘어뜨린 밝은 녹색의 사무원 복장을 입고 있는 그 여자

센카와 치히로는 마유의 인사를 그녀처럼 미소지으며 돌려주었다.

 

"마유도 수고하셨습니다. 이런시간까지 무슨 일인가요?'

"아뇨. 프로듀서의 방에 불이 켜져있어서 음료수를 갖다주러 왓답니다"


마유는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에 두었던 캔커피를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쥐었다.

 

"그런가요 저는 빵이라서 다행이네요."


그리고 치히로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던 봉투의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마유는 지금 눈치챈 거 같은 느낌으로 눈을 치켜뜨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거기에 응하듯이 치히로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대로 가만히 서로를 바라본 채 침묵했다.

서로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고 입을 열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라는 상황에

방의 주인인 타케우치는 기분 나쁜듯이 목 뒤에 손을 댄 채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마유에게 말을 걸었다.

 

"사쿠마 씨.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돌아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 말에 마유는 타케우치에게 시선을 돌린 뒤 다시 치히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타케우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후후 프로듀서. 마유를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감사합니다. 그럼 마유는 슬슬 돌아갈게요."

"네. 택시를 불러두었으니 그것을 타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대금은 항상 영수증을 받아서 나중에 전달해주시면 괜찮습니다. 커피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음쓰시지 않으셔도 되요. 프로듀서 씨도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말아주세요."


마유는 그렇게 말하고 타케우치에게 고개를 숙이고 이어지듯 치히로에게 목례를 한 뒤 싱글벙글 타케우치에게 손을 흔들며 방을 나갔다.

치히로는 잠시 그녀가 나간 문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타케우치에게로 얼굴을 돌리며 손에 들고 있던 종이 봉투를 내밀었다.

 

"그렇네요. 저한테도 선물입니다. 오늘도 늦게까지 일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했더니 정답이네요."

"감사합니다. 오오하라 씨가 만드는 빵은 식어도 맛있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표정의 변화가 부족한 그이지만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을 때의 입가에는 확실히 미소지어져 있었다.

그 반응에 안심한 것처럼 치히로는 히죽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금 전 마유가 나간 문에 시선을 돌렸다.

 

"마유와는 자주 이렇게 얘기하시는 건가요?"

"네. 이렇게 자주 선물을 주고는 합니다. 잔업하는 저를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가능하면 일이 끝난 뒤에는 휴식을 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마유는 어때요?"

"전에 한 번 말한적이 있습니다. 그녀도 그것을 들어준 것인지 최근에는 예전만큼 자주 오시지는 않습니다."

"즉. 이전에는 자주오고 있었던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만... 센카와씨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 그렇네요 뭐..."

 

타케우치의 질문에 치히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쿠마 마유는 원래 독자모델을 했었지만 거리를 걷고 있던 타케우치와 '운명적인 만남'을 한 뒤 독자모델을 그만두고 346프로의 아이돌이 되었다.

몇 달간의 후보생을 거쳐 데뷔하고 나서 파죽지세의 기세로 인기를 모아 '기적의 10명'의 차세대를 담당하게 될 인재로 매우 기대되고 있다.

그런 그녀이지만 때때로 이렇게 타케우치에 대해 간과할 수 없는 '의존성'을 보여줄 때가 있다.

전 직장에서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에도 '실패하면 칭찬받을 수 없어'라며 세상의 종말을 본 듯한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곤 했다고 한다.

 

"프로듀서를 향한 마음이 그녀의 동기이기 떄문에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역시 아이돌로서는 조금 문제일지도 모르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더 잘했다면.."

"아뇨.. 프로듀서가 걱정하실 것은 없어요. 마유도 제대로 분별을 가진 사람이니까 큰 문제로 발전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기도 하고.."

"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 사쿠마 씨를 지켜나갈 겁니다."

 

타케우치씨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마유가 점점 빠져버리는 건데 말이죠..라며 치히로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프로듀서 선물을 드리고서는 뭐하지만 지금부터 마시러 가시지 않겠어요?"

"하지만 일이..."

"괜찮아요. 내일이라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안즈의 말을 빌리는 것은 아니지만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내일주면 좋겠다'랍니다.

프로듀서의 경우 방치해두면 언제까지고 일하고 있으실테니..."

"하지만 모처럼 센카와 씨가 가져와준 선물이.."

"내일 아침에 먹으면 좋아요. 비교적 오래보존가능한 것을 가져왔으니 괜찮아요."

 

그 배려에 설마 처음부터 그것을 노리고 있던 것인가라며 타케우치는 의심하고 싶었지만 그녀 자신은 타케우치를 걱정해주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그 호의에 응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가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고 돌아갈 준비를 시작한 타케우치를 보며 치히로는 기쁜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 때 테이블에 있던 타케우치의 스마트 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혹시 중요한 문자인가요? 저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아닙니다. 후타바씨군요."

"안즈에게서?"

 

뜻밖의 인물로부터의 문자에 치히로가 관심을 가지는 동안 타케우치는 안즈에게서 도착한 메일을 읽어나간다.

그리고

 

"-----!"

 

마치 담당 아이돌의 은퇴 선언같은 큰 충격을 받고 눈을 크게 떳다.

 

"어떻게 된건가요 프로듀서시?"

"도대체 어디에서.. 설마 타다 씨의 집에.. 왜 몰랐던 거지... 나 실패를..."

"자. 잠깐 프로듀서 정말 어떻게 된건가요?!"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타케우치를 보고 치히로가 걱정된 표정으로 그에게로 달려가 그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았다.

화면에는 크게 사진이 담겨있어 타다 리이나와 그녀의 밴드 멤버 4명. 안즈. 그리고 낯선 소녀 3명이 비치고 있었다.

아마 이 3명이 안즈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새로운 아이돌일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 사진에 찍혀있는 오른쪽 눈을 가린 금발의 소녀. 꽤나 매력적이네요. 물론 외형도 귀엽지만 뭐랄까 그 이상으로 끌린다고 할까..."

"그 소녀. 타다 씨의 집에 출입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후타바 씨가 스카우트 했다고..."

"헤에 그런가요. 프로듀서 혹시 억울하세요?"

"네... 솔직히 왜 스스로 찾지 못했는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타다 씨의 집에는 몇번이나 갔었는데 그녀의 존재를 알 수 없었습니다.

만약 보이면 반드시 스카우트했을텐데..."

 

평소 좀처럼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타케우치가 여기까지 억울하다는 모습을 보이자

치히로도 진지한 눈빛으로 사진에 찍혀있는 금발의 소녀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현역시절에 자주 보여주었던 건방진 얼굴로 피스 사인을 하는 안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건 또 사장이 재미있어하겠네.."라며 치히로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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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코우메와 함께 코우메의 집으로 향했다.

안즈는 그녀의 부모에게 딸을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 도쿄에 데려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2명 모두 처음에는 안즈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코우메에 관해서는 유난히 시원스럽게 허락했다.

안즈와 코우메를 믿고 있다는 말투였지만 그 때 부모님의 표정은 어딘가 안심한 것 같았다는 점이 안즈들에게는

마음에 응어리가 남는 원인이 되었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정식으로 코우메가 아이돌이 되었다.

안즈 나나 쇼코 3명은 도쿄에 돌아가기 위해 리이나 일행과 헤어져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노려 역으로 가서 신칸센에 탑승했다.

 

"아아. 리이나와 업무 협의를 위해 온 건데 설마 저런 당첨을 만나다니"


싱글벙글 기분좋게 웃는 안즈와 나나와 쇼코는 지친 모습으로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8화입니다.

 

믿을 건 오로지 프로듀서... 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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