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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프레] 헬로ー,헬로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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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2, 2016 18:06에 작성됨.

현재시각 11시 25분, 기온은 대략 18도. 습도는 보송보송. 쾌청한 가을 날씨이다. 가을은 좋아, 춥지도 않고 딱 좋은 기온이니까. 실종될 보람이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 왼발을 내 놓으니 열어놓은 채로 둔 창문에서 스며든 바람이 휘잉 발을 어루만졌다. 과연, 이제 이 모습으로는 역시 좀 쌀쌀할지도. 검은 캐미솔과 와인색 숏팬츠 위에 하얀 가운을 입고, 평소와 같은 아침의 시작. 오늘 하루는 오프다. 그렇다고 해도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자율연습 따윈 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어제 시험삼아 만든 약품은 별로 재미있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오늘은 이제 만들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매우 한가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조금 늦은 아침식사(지금 일어났으니까 아침, 점심이 아니야~)을 먹기 위해 주방의 냉장고를 열었다. 와ー오, 완벽하게 텅텅 비어있다. 있는 것은 언제 샀는지 기억나지 않는 우유와 땅콩버터 뿐이다. 배가 많이 고픈건 아니지만 뭔가 먹고싶은 기분이었으니까 이건 조금 유감. 뭔가 사러 나가지 않으면...
가운을 입은 채로 밖에 나가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가운을 벗고 비교적 얇은 파카를 걸치고 장을 보러 나갔다. 문단속? 안 닫아도 아무도 안오잖아~
오랜만에 느껴본 바깥 기운은 의외로 기분 좋게 느껴졌다. 지갑과 스마트폰 뿐인 가벼운 차림, 걸어서 2분 정도의 편의점이나, 빠른 걸음으로 5분 정도의 빵집... 어떡하지..왠지 갑자기 귀찮아 졌다냐아..
현관 앞에서 꼼짝않고 서있으니, 스마트폰이 떨리기 시작했다. 프로듀서인가 해서 그대로 내버려 두었더니, 바로 2번째 전화가 걸려왔다.
화면을 보니 프레쨩의 이름이 비춰지고 있다. 뭐지, 뭔가 약속했었나?

「얏호~! 봉쥬ー르? 시키쨩 잘지내ー?」

「야호ー, 그러저럭일까냐~. 무슨일이야 프레쨩」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뭐, 내가 레슨과 일 이외에 잊어버리는 일같은건 없으니까~

「이야아~ 너무 기분좋은 날씨니까 말이야, 시키쨩이랑 점심 먹고싶네~ 해서!」

「역시 프레쨩, 이심전심이야~ 점심, 같이 먹을까」

스마트폰을 가져와서 다행이다. 프레쨩의 연락이 없었으면 분명 점심을 먹지않고 어슬렁거렸을 것이다.
이 꼴로 밖에 밥먹으러 나가는건 아무래도 안돼겠지.

「나 옷 갈아입고 나서 갈테니까, 어떡할래? 곧바로 나가지는 못하는데」

「후후후, 사실은 이미 시키쨩의 집으로 가는 중이야~! 집에 도착할때까지 아직 조금 더 걸리니까, 딱 맞지 않을까?」

내가 자고있었으면 대체 어쩔 셈이었을까. 뭐, 결과 올라잇ー 이니까 상관없나.

「응, 오ー케이. 그럼 좀 이따봐~」

「이따봐실부프레~!」

변함없이 뭔가 이상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프레쨩이다. 현관을 열고 바로 안으로 들어간다, 조금 즐거운 기분이 되었다.

 


「야호~! 미야모토 긴급배송입니다~! 이치노세씨 계십니까~」

「프레쨩 빨리왔네, 문 열려있으니까 들어와~」

그런대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고있으니 눈깜짝할 사이에 프레쨩이 왔다.

「시키쨩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응~ 왠지 눈이 떠졌어, 일어날 생각 없었는데 말이야」

나로서는 상당히 일찍 일어난 것이다. 어쩌면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을지도 모를 정도로.

「'일찍 일어나면 네푼의 이득'이라잖아~ 시키쨩 오늘은 좋은일 있을꺼야!」

「아마 그거 세푼이지~, 그렇네, 프레쨩이 와줬으니까 이미 좋은일 있었다냐~」
(早起きは三文の得: 일본 속담. 일찍 일어나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뜻)

프레쨩을 만나면 정말 즐거워진다. 뭔가 머리 속에서 마약이 나오는 것처럼 되는 것이다. 레슨이 귀찮아도, 촬영이 지겨워도 프레쨩이 있으면 즐거워져서, 좀 열심히 해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천재 시키쨩도 이것에는 깜짝 놀랐다. 나중에 연구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뭐 일단 놔 두고.

「오늘은 어디 가는거야 프레쨩, 나 너무 배고파서 쓰러질것 같아~」

「와오! 그건 큰일이네! 프레쨩이 추천하는 런치, 오늘은 샌드위치가 맛있는 까페야~!」

현관문을 잠그고 런치 투어로. 12시 23분. 이미 낮이 되어버렸지만, 상관없다. 프레쨩 보증의 샌드위치 빨리 먹고싶다아.

 

프레쨩이 데려온 까페는 의외로 내 집 근처에 있었다. 밖에 놓여있는 메뉴판에는 동글동글한 글씨로 추천메뉴가 쓰여있다.

「자아ー 도착했어 시키쨩! 잔뜩 먹어버리자ー!」

「응~ 좋은 냄새 난다... 맛있을것 같은 냄새다냐」

점심시간이었지만 여기저기 빈자리가 있었다. 창가 쪽의 2인용 자리로 안내받고, 주문을 한다. 으-음 정말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건너편에 앉은 프레쨩은 즐거운 듯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메뉴판을 보고,

「있잖아ー 시키쨩, 이게 뭘까...브리, 오...」

「그건 Brioche, 단과자빵 같은거야. 프랑스 전통빵.」

「프랑스빵이였구나! 먹어보고싶다아~」

프랑스 피를 절반 물려받았는데 전혀 읽지 못하는 프레쨩은 정말 귀엽다.
잘 모르는 것은 나한테 물어보지만, 프랑스어는 그렇제 잘 알지 못해서 가르쳐 줄 수 있는건 많지 않다. 하지만, 나한테 물어봐 주는것이 기뻐서 최근엔 조금씩 프랑스어를 공부하고있다. 이 내가 화학 이외에 스스로 뭔가를 배운다니, 지구가 반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내 머리 속에서 프레쨩이 웃어준다면 얼마든지 열심히 공부할 마음이 든다.

「아, 샌드위치 나왔어 시키쨩! 자, 먹자~」

화려한 에이프런을 두른 점원이 양손에 샌드위치가 놓인 접시를 들고왔다. 과연 맛있어 보인다.
가격에 비해 볼륨이 있는 야채 샌드위치랑 BLT샌드위치, 그리고 후르츠 샌드위치가 접시에 보기좋게 담겨져 있다.
BLT샌드위치를 한입, 이건,

「어때? 시키쨩, 마음에 드셨습니까?」

「최고에요 프레쨩씨...정말 맜있어요.」

잘 구워진 베이컨은 기름과 향신료의 좋은 향기를 걸치고, 신선한 상추의 씹는 맛과 어우러지는 절묘한 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마디로 엄청 맛있다. 응, 이건 빠져들겠네.
프레쨩은 야채 샌드위치부터 먹은것 같다. 맛있어ー! 하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먹고있다.
순식간에 다 먹은 나는 프레쨩과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같이 어울리는 사람은 생긴 적 없었다. 미국에 있었을 때도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거나, 가끔씩 같은 계절학기를 듣는 사람들과 말하는 정도이고, 사이가 좋다고 말할만한, 이른바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은 없었다. 별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 괜찮지만.
나랑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은, 전부 내가 아니라 내 머리가 목적이여서, 내가 '나'이든 아니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용하기 위해 다가올 뿐.
하지만 프레쨩은, '나'를, '나 자신'을 봐주는 사람이었다. 머리 같은건 필요없다고, 나는 시키쨩과 같이 있고, 이야기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 때 나는, 아아, 이 아이는 상냥함으로 이루어져 있구나 하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에 프레쨩은 샌드위치를 전부 먹었다. 이젠 아까 읽지못했던 브리오슈를 주문하는것 같다.

「시키쨩은? 먹을래?」

「음ー 나는 패스, 다음에 먹을래~」

먹어도 좋았겠지만 한개 다 먹을 만큼의 여유는 없는거 같아 사양한다.
소식 체질이여서 한번에 많이 먹을수 없다. 먹고 싶어도 위가 받아주지 않는다. 체질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가끔씩 조금 아쉽다.

「시키쨩 이다음에 어떡할거야? 같이 쇼핑갈래? 집에 가고싶으면 미야모토 왕자님이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음ー, 프레쨩 따라갈래~」

오늘은 하루종일 프레쨩과 같이 있는 날로 하자. 정말 즐거울 것이 틀림없다.

「그럼 옷가게 둘러볼까! 시키쨩한테 어울릴것 같은 옷, 얼마전에 찾았었어~」

「정말~? 겨울에 입을 옷 없으니까 잘됐다냐~」

「시키쨩을 카리스마패션마이스터 프레쨩이 코디네이트 해줄께! 어디부터 볼까나~」

프레쨩은 끝없이 상냥하다. 분명 내가 입을만한 옷이 없다는 걸 알고있었겠지. 언제나 이렇게 자연스럽게 권해줘서, 같이 둘러봐줘서, 왜 이렇게까지 잘해주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나는 프레쨩한테 뭔가 보답해주고 있는걸까.
신이 내게 준 선물은 머리 뿐이고, 성격 같은건 아무래도 좋았던 듯 하다.
프레쨩한테 항상 고마워 라고 한마디 말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늘 말하고 있지만, 입에 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말할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있잖아 프레쨩」

「왜그래ー?」

「항상, 고마워」

그렇게 말했을 때의 프레쨩의 얼굴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것이다.
깜짝 놀란 듯한, 하지만 조금 울것 같은 기쁜 얼굴로,

「나말이야, 계ー속 시키쨩한테 폐가 되는거 아닐까 하고 걱정했었어. 시키쨩이 하고싶은 일이라던가, 방해하는게 아닐까 해서, 그래도 난 시키쨩이랑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약간 물기어린 녹색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서, 뭔가의 오브제(objet) 같아.

「시키짱, 나랑 같이 있어서, 즐거워?」

프레쨩한테, 이런 말을하게 만들어 버리는 자신이 정말 싫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살지 못하는 것도 나 자신이었다.
나는 변하지 않고, 변하고싶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프레쨩은 같이 있어주는걸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제멋대로잖아. 하지만 묻고 싶었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즐거워, 엄ー청. 그런데 나는 앞으로도 아마, 지금 이대로일꺼야. 분명 프레쨩한테 재미없는 말을 해버리거나, 그런 짓을 해버릴지도 몰라. 그래도, 나랑 같이 있어줄래?」

프레쨩은, 싱글벙글 웃고있었다.

「당연하지! 그런건 신경안써! 나는 시키쨩이 엄ー청 좋으니까! 제멋대로도 내키는대로도 웰컴이야ー!」

너는, 정말.

「프레쨩은 상냥함으로 이루어져 있구나. 시키쨩한테는, 너무 눈부셔」

「논- 논-, 시키쨩도 엄청 상냥하다구~?」

언젠가 그 상냥함에 배신당하는 날이 오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버릴 정도로, 넘쳐 흐르고 있다.
나같은건 전혀 상냥하지 않아.
그래도, 네가 같이 있어준다면, 노력해야지.

「프레쨩이 최고야, 정말로」

「응? 후후, 칭찬하는거야~?」

언제까지 같이 있을 수 있을지 같은건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일 같은건 아무것도 모르지만, 지금은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자ー, 프레쨩, 나를 귀엽게 코디네이트 해줘?」

「오ー케이! 프레쨩의 솜씨를 보일 때다~! 출발!」

언제까지나 나를 몰두하게 만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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