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모바 P 「이치노세 시키의 기프트」

댓글: 7 / 조회: 2571 / 추천: 5



본문 - 10-17, 2016 17:17에 작성됨.


모바 P 「이치노세 시키의 기프트」
モバP「一ノ瀬志希のギフト」



     너는말야, 나랑 죽어볼 생각 있어??

     이치노세는 대담한 미소를 지었다. 내밀고있는 오른손에는, 투명한 액체가 흔들리고있는 시험관.

     반응을 기다리듯이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간파당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말은 불필요하다.

     틀림없이, 어떤 말이라도 공허할 뿐이니까.

     아무말없이 시험관을 받고, 단숨에 들이켰다. 무미무취.

     아무맛도 안났다. 평소의 농담이었나. 그렇게 생각했을때, 점차 의식이 무거워지는 실감을 느꼈다.

     무거워지는 눈동자. 사고도 둔해지고. 딱딱한 바닥에 앉는다. 앉을 수 없었다. 눕는다.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보인 것은 나를 내려보는 이치노세의 얼굴.

     그녀의 온화한 표정에 안도한다. 아아, 이런 나라도 기대에 응할 수 있었으면 됐어.

     이상하게도, 매우 행복한 기분이었다.



    ◇



     추위에 눈을 떴다.

     머리가 무겁다. 몸도 무겁다.

     시야에 보이는 것은 퇴폐적인 방. 어슴푸레하다. 쓰레기가 이곳저곳에 널려 있고, 그 대부분은 비어있는 피자상자. 이치노세의 방이었다.

     기억이 애매했다. 왜 나는 이 방에서 자고 있는 것일까.

     어제(아마)는 프로듀서로서의 마지막 일을 끝냈었다. 이치노세를 보내주고, 모든 업무를 끝냈을 텐데.

     그 후, 이치노세가 그녀의 집으로 불렀고…….

     ……아, 생각났다. 정체불명의 액체를 마셨다. 그런가, 나는 죽지 않았었나. 추위로 삶의 실감을 느낀다.

     낙담과 안도. 그리고 의문. 어제, 이치노세는 왜 그런 짓을 한거지?

     이미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귀찮아질것 같아서 그만둔다는것을 전하지 않았었다.

     눈치챈 기색은 못느꼈지만, 그녀석은 내 생각 이상으로 연기파였던 모양이다.

     전 프로듀서로서는 기쁜 일면.

     이제 와서는 귀찮을 뿐이지만.

     그때, 위화감.

     가슴팍까지 덮어진 담요. 척봐도 한사람이 들어갈정도로 부풀어있었다. 게다가 잘 보니 나는 상반신알몸.

     그걸 눈치채자마자 민감해진다. 가슴에 닿는 희미한 한숨. 등에 둘러진 손



     불길한 상상이 스친다. 나는 무슨짓을 당한거지?

    「쿠울」

    「야, 너, 깨있지」

     담요를 넘긴다. 이치노세는 내 가슴 위에서에 악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초록색 탱크 톱을 입고 있었다.

    「냐하하—, 들켰나—. 응응, 좋은 냄새. 잘자—」

    「잠깐잠깐 자지마, 설명해」

    「설명해야하는건 네쪽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면에서 바라보는 눈동자. 빨려 들여가는 착각. 물결치듯 헝크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이 맨살에 닿아 간지럽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향기에 뇌가 저린다.

     저항할 힘은 샘솟지 않았다. 피곤한걸지도 모른다.

    「……프로덕션을 그만뒀어. 이제 됐지, 비켜」

    「그건 무리인것이다—. 무-리—. 멋대로 사라지지 마, 너는 그렇게 말했었지. 그러니까 나도, 너가 사라지는 것을 용납못해」

    「바보같은 소리 마. 나와 너는 이제 타인이야. 속박 될 이유도 할 이유도 없어」

     악의적인 말. 나 자신이 싫어진다. 이치노세는 전혀 개의치 않은듯, 즐거운 듯이 뺨을 나의 가슴에 문대고 있었다.

     왜소함이 부각되는것같아 자기혐오.

    「아무래도 너라는 존재는, 나에게 있어서 촉매같아!」



    「알까보나.……있지, 보내줘. 이제 지쳤어」

     재능을 보는 것도.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하는 것도. 추한 감정과 마주보는 것도.

     내 기분을 모르는 이치노세는, 가볍게 말한다.

    「나는 아직 아이돌 그만둘 생각 없어. 그러니까, 촉매인 너가 없어지면 곤란행~」

    「있잖아, 나는 이제 일반인이야. 그만뒀어……이미 늦었다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다음 직장 정해졌어?」

    「……아니, 아직이지만」

    「그럼, 내가 길러줄게—!고용해줄게—!」

     말타기 당하는 나. 올려보는 광경은 굉장히 비외(卑猥:음탕하고 외설스럼). 이치노세는 툭툭 내 가슴을 두드렸다.

    「너는 마셨었지. 나와 함께 죽을 생각 있다는거지? 그렇다면 너를 받아도 괜찮다는거 아니야?」

     폭론이다. 맥락도 없다. 그런데도 사고는, 그런것도 괜찮으려나, 같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멍하고, 머리가 잘 돌지 않는다.

    「너는 여기서 살면서 나를 프로듀스한다. 나는 너를 먹여살린다. 기브 앤 테이크. 완벽하네!」

     나는 일이 싫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치노세에게서 멀어지고 싶었던 것이다. 즉, 전제부터가 잘못돼 있었다.

     물론, 이 재녀는 그 가능성도 눈치채고 있었는지.

    「참고로~, 거부하면, 이거」

     바닥에 굴러다니던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나에 화면을 보여준다. 반나체의 남녀가 같은 담요를 덮고 뒹굴고 있었다.

     내 눈이 잘못된게 아니라면, 그것은 분명히 나와 이치노세였다.



    「너의 주소를 첨부해서 이곳저곳에 보내겠습니다」

     완벽하다. 완벽한 위협이다. 여기에 「억지로……」라는 스파이스를 더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나은 전개를 맞이할것이다.

    「…………」

     선택지도 거부권도 없었다.

     침묵은 때때로 긍정을 나타낸다.

     이치노세는 냐하하—! 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너는 아~무것도 걱정 안해도 괜찮아? 나랑만 있으면 노 프로블럼. 나태와 퇴폐의 나날은 감미로운 울림이 있지. 뭐, 구멍난 배지만」

     둘이서 가라앉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게 말하고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 이치노세. 나는 저항하지 않고, 그저 되는 대로.

     이녀석은 나를 다루는 법을 알고있다. 무리를 해서까지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포기해버리는것도.

     그리고, 그런 나날을 즐겨 온 것을, 이치노세는 알고 있다.

     문제는 전부 나에게 있었다. 죄악감이나 열등감이나, 무력감이나 악감정. 전부, 전부. 일방적인 마음의 반응.

     어느덧 즐길 수 없게 된 나날을, 이치노세는 되찾으려 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누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이치노세를 위해서.

     평범한 나는, 그녀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 애초부터 구조가 다르니까.

     그러니까 생각해봤자 낭비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기묘한 공동 생활은 시작되었다.

    ◇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꿈을 꾸었다. 혹은 주마등.

     어느쪽이든, 추억에 눌러앉아있는 이치노세 시키의 기록.

     이치노세와의 만남은 1년전, 로케지에서의 사건이었다. 화제의 디저트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수록중, 그녀는 훌쩍 카메라에 비치려고 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발걸음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이치노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당시 , 연수 마지막 날이었던 나는 당황해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너, 재미있는 냄새가 나네—! 좋은 사람의 냄새가 나」

     그러자 그녀는 킁킁하고 코를 울려, 나의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질문고문. 이 수록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누구인가. 등등.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선배는,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이치노세를 스카우트 했다. 일단 외모는 좋았으니까, 농담반 진담반 정도였을것이다.

     이렇게 이치노세는 아이돌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연수를 끝내고, 프로듀서가 되었다.

     아무래도 이치노세가 나를 지명한 모양이었다. 보통, 이런 의견은 묵살되기 마련이지만, 타이밍의 합치에 의해 인정되었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난 기프티드래. 기프티드. 즉, 지니어스. 아이돌의 재능도 있을지도 모르겠네~」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그러나, 레슨을 받으면서, 그녀의 말은 현실성을 띠었다.

     이치노세는 모든 레슨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문제는 체력과 집중력뿐.

     온갖 수단을 궁리했다. 질리지 않게끔 레슨 프로그램을 분해하여, 작게 나누어 편성을 바꿨다.

     규칙성을 잃은 프로그램은 지리멸렬했다.

     그럼에도 3개월정도 지나자, 뿔뿔이 흩어졌던 파트는 조립되어, 댄스도 노래도 본래 레슨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그때는 아직, 엄청난 일재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분좋게 레슨성과를 봤었던것이다. 이녀석은 천재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지만, 순풍만범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화려한 데뷔를 맞이하고 수개월 후의 어느 날. 선배의 담당 아이돌이 진행하는, 레귤러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였다.

     리허설 사이, 잠시동안의 휴식 시간에, 이치노세는 실종했다.

     실종 자체는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30분이 흘렀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결국, 1시간동안 수색한 끝에, 옥상의 저수 탱크의 뒤에 숨은 이치노세를 발견. 숨을 헐떡이며 사다리를 오르자, 그녀는 태평하게 웃었다.

    「냐하하, 들켰나—. 역시나 프로듀서!」

    「너, 너……뭐 하는거야.……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사라졌다고 걱정할 필요 없~어. 단순한 실종이니까」



    「웃기지 마」

    「일─? 미안미안, 사과할게. 괜찮아, 연기레슨도 받았으니까—」

    「일이 중요한게 아냐! 아니, 중요하지만……지금은 됐어. 멋대로 없어지지 마! 너가 뭐라고 말해도 걱정되는건 걱정된다고」

     눈을 몇번 깜빡이고는, 갑자기 배꼽이 빠지게 대폭소하는 이치노세. 이녀석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뭐가 웃겨」

    「너, 화내는 이유가 이상하다는거 자각하고 있어?」

    「있잖냐. 네 담당이 된 시점에서 다소는 각오하고 있다고. 괜찮아, 고개는 얼마든지 숙여줄게. 하지만 너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때는 고개를 숙여도 의미가 없어」

     한동안 멍한표정을 짓더니,

    「……졌네—. 나를 이렇게 어지럽히다니, 너 보통이 아닌데」

     부끄러운듯이 뺨을 긁는 이치노세.

     말을 맞추고 스테이지로 돌아와 둘이서 도게자했다. 다들 화내기보다는 걱정하고 있었고, 부드럽게 용서해 주었다.

     그 이후로, 이치노세는 갑자기 실종하지도 않았고, 직장에서 장난도 치지 않았다. 애초에 재능을 타고난 그녀는 빠른 박자로 인기를 얻어갔다.

     동시에, 나는 무력감에 시달렸다. 내가 뭔가를 하는것보다, 이치노세에게 맡기는 게 더 잘되기 때문에.

     내가 없어도, 그녀는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치노세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어두운 감정이 솟아 간다. 지효성의 독은 점차 전신을 침식한다.

     힘들웠다. 피곤했다. 사고의 구석에 끝없이 떠오르는 악의.

     뿌리치고 뿌리쳤지만, 뿌리칠 수 없는 마음에 자포자기하고 말았다.

     이치노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독은 퍼져갔다.

     처음은 조금 특이할 뿐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것을 눈치채고, 나는 모든것을 포기했다.

     이치노세는 천재다. 그것도 진정한.

     퀄리아(qualia)의 문제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감각은 유사성이 있다. 평범한 생활속에서는 감각 기관에 상당한 이상이 없는 한,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치노세는 근본부터 다르다. 뇌의 구조부터 다르다. 내가 잔뜩 좌지우지된 그녀의 행동도, 본인의 입장에서는 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다. 그녀를 이해하는것이 불가능한 존재로 승화시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치노세를 싫어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에.

     알고 있다. 그녀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기프트란건 잔혹하네. 받고싶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머리맡에 놓여있고, 버릴수도 없으니까」

     1초만에 풀 수 있는 문제가, 끝도없이 눈앞에 제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필사적으로 풀고 있다.

     도망치고 싶어질것이다

     하지만, 역(逆)도 마찬가지다. 나는 절대로 풀 수 없는 문제가 끝없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도망쳤다. 사표를 제출한 것은 1달 전.이치노세가 일을 대성공으로 마친 날이었다.

    ◇



    「그러니까, 불이 너무 세다니까」

    「에—, 단번에 해버리자. 이렇게, 후욱하고!」

    「너는 이 탄화한 수많은 식재료들이 안보이는거냐?」

    「타바스코 뿌리면 먹을만 하다니까~」

     뺨을 부풀리는 이치노세. 그럼에도 아쉬운 표정으로 프라이팬을 바라보고 있다. 나중이 걱정된다.

     몇일을 함께 보내고, 재차 통감했다. 상상 이상으로 이치노세는 생활 능력이 전무했다. 여태까지 어떻게 혼자 살아왔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유일하게 빨래만은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고성능 세탁기 덕분이었고, 이치노세의 능력이 아니었다.

     부엌은 실험대가 되어 있었다. 방에는 빈 피자상자와 패스트 푸드 포장지, 빈 편의점 도시락 용기뿐.

     애초에 식기가 거의 없다. 가구, 가전도 적다. 생활감이 적은 방은, 생활하고 있는 감각이 없기 때문인가.

     단순하게 흥미가 없기 때문인가.

     그녀에게 있어서 이 방은 실험실중 하나, 혹은 잠만 자는 곳일지도 모른다.

    「어때! 어때! 성공했어—!」

     이치노세는 호들갑스러운 구령과 함께, 오믈렛을 접시로 옮긴다. 탱글탱글한게 맛있어보인다.

    「오! 좋은 느낌」

    「먹자 먹자—」



     그녀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 흥미를 가졌다. 화학 분야에 재능을 개화시킨 그녀답다고 할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결과가 보이는 일은 질리는지, 3분 집중하면 오래 버틴 편이다. 귀찮게도 그 범위는 엄청나게 넓다.

     너무나 뛰어난 뇌는, 이치노세에게서 미지를 빼앗는다.

     신선함이 없는 일상은, 대체 얼마나 지루할까.

     오믈렛에 타바스코를 뿌리고, 방글방글 웃으며 우물거리는 이치노세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나는 그녀를 즐겁게 할 수 있었나.

     그 사고성을 이해할 수 없는 이상, 제공할 수 있는 오락에는 한도가 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이치노세에게, 평범한 내가 상상력과 지식, 경험을 총동원해봤자 순식간에 소비될 뿐이다.

     솔직히, 기대에 응하는데 지쳤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한계를 느끼고, 도망가고 싶어졌을지도.

     그렇다면.

     어째서 나는 그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지? 

     이치노세는 어째서 나와 함께 생활을 하고 있지?

     자문해도 답은 돌아 오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이치노세는 오랜만에 시시한듯이 말했다.

    「너는 재미있네—. 껴안고자도, 절대 건들지 않아. 미소녀로서는 미묘한 기분~. 혹시 시키쨩, 미소녀가 아닌걸까?」

    「너가 미소녀가 아니라면 전세계의 여자 대부분은 추녀가 되겠지……미안하지만, 어린애를 건들정도로 썩진 않았어」

    「냐하—, 그거 유감이네. 하지만 앞으로 일년이면 어른에 합류. 이건 월반할 수 없지」

    「그렇지. 그 전에는 나갈게」

    「그럼, 나도 은퇴해야지. 뭐, 앞으로 1년정도면 어지간한건 다 하겠네」

     이치노세는 웃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너는 그만두지 마. 아이돌이라해도 기프티드잖아. 아직도 새로운 일도 많아」

    「말했어, 너는 촉매 라고. 확실히 나는 재능이 있지. 하지만, 그 재능도 촉매가 있어야만 반응하는거야」

    「……그만해, 과대평가야. 네가 그렇게 생각할만한 인간이 아니야, 나는.」

     때때로 평범하고, 진부하고 보편적. 대체품은 얼마든지 있다.

    「나를 과소평가하고 있는걸까? 시키쨩이랑 1년이나 함께있었는데 보통은 아니지~」

    「……무리했어. 이치노세가 문제라는건 아냐. 하지만, 나와 너는 너무 달라」

    「다르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게 아닐까—? 나는 너 자신에게 흥미가 있어. 너는 오해하고 있네」

     이치노세는 내 오른 팔을 베고 누웠다. 아무리 미소녀라해도 무거운건 무겁다.



     하지만, 행복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좋은 향기가 난다.

    「나는 너의 마음은 몰라. 너도 나의 마음을 몰라. 그걸로 좋은게 아닐까—. 서로를 좋아하는데는. 화학은 우연의 산물이니까」

    「만약, 그러다 잘 되지 않으면 어떡해.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해 버리면.……나는 괜찮아, 이미 그만뒀으니까. 하지만, 이치노세는 잃을게 너무 많아」

     얼굴을 파는 직업이다. 한 번의 실패는 앞으로 계속해서 휘감길것이다. 나와 이치노세는 리스크가 다르다.

     그러나, 나의 걱정을 무시하듯이, 이치노세는 크게 하품을 흘렸다.

    「상냥하네, 너는. 실패하면 그 때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네—, 그럼, 정말로 손 쓸 수 없게 되버리면말야」

     나는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노리는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다음 말을 듣고, 침묵한다. 본심인가, 농담인가. 판단할 수 없었다.

     이치노세는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가진다. 쉽게 말하면, 뻔히 보이는 결과에는 흥미가 없다. 그리고 그 범위는 엄청나게 넓다.

     지루한 일상은 그녀에게 있어서, 흥미가 없는 것으로 분류될지도 모른다.

     아마, 비관이나 체념, 염세관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선택지의 하나로서 생각한 것뿐이고, 그 결말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이런 질문은 이치노세에게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 알고 있는 주제에. 질문하다니, 그녀답지 않다.

    「그 때는, 함께 죽어 줄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



    「천재의 정의, 혹은 조건을 답하라」

    「천재라해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

    「으음, 그럼, 네가 생각하는 거라도 좋아. 기프티드와 접해 온 견해로」

     이치노세는 때때로, 의미없는 질문을 한다. 이번에도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그 질문은 핵심을 찌르는것같았다.

     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대답한다.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능력, 성질, 재치, 고독을 지닐 것」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면, 아마 재현할 수 있어. 즉,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거지. 그건 천재라고 부르지 않는것같아」

     하늘이 내려주는 기프트. 받은 인간과 받지 못한 인간. 거기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을것이다.

     이치노세는 기쁜듯이 미소짓는다.

    「너, 잘 보고 있구나—!조금 기쁠지도. 하지만 하나만 틀렸으려나~.나는 고독하지 않아?」

    「그건 사람마다 달라. 고독을 고독이라고 느끼지 않는 성격이겠지. 그저, 옆에서 보면 고독하게 보일 뿐이고」

    「이봐이봐—, 다 알면서 말하는거지, 너. 그건 그렇고, 너는 고독해보여도 동정하지 않는구나~. 감심감심」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네 답은 뭐야?」

     응—, 생각하는듯한 행동을 취하는 이치노세. 그 머리 속에서는, 사고가 어떻게 회전하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그렇네—, 천재일 것, 이려나」

    「아니, 뭐, 그렇겠지만……. 그래서야 순환논리잖아」



    「그런 말 들어도 말이지. 천재는 태어났을때부터 천재니까. 그러니까, 조건도 정의도 없다고 생각해」

     그녀들에게 있어서 기프트는 특별하지 않다. 비유하자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의문도 들지 않는 당연한 구조.

     그러니까 우리들이 기프티드를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이치노세같은 기프티드도 우리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은 환상을 안는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인간이다. 분명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라고.

     덧없고 잔혹한 환상.

     그 결과, 다수의 범인은, 소수의 천재들을 배제하려고 한다. 미지는 공포를 불러오기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들은 묶인 상식에 사로잡혀, 그녀들을 공격한다.

     애초에 엮여서도 안됐었다. 서로. 상처입을 뿐이다.

     싫다고 생각한다. 이치노세를 상처입히는 것도, 혐오 하는 것도. 그래서, 멀어지고 싶었는데.

     결국, 나는 그녀를 손놓고 싶지 않은것이겠지. 매료된 것이다. 진짜 천재에게 기대하고 있다.

     외통수였다.

     도저히 방도가 안보인다.

     자신도 어떻해야할지 모르겠다. 피곤한걸지도 모른다.



     지효성의 독은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히 퍼져간다.

     이상은 2주일이 지났을 무렵에 나타났다.

     약간의 위화감이었다. 이치노세가 일하는 동안, 나는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잡지를 확인한다.

     사소한 변화. 아마, 쭉 곁에 있었기 때문에 간파할 수 있었던 변화. 움직임이 깔끔하지 않고, 미소에 의욕이 없다.

     생방송이 아닌 한 수록이나 촬영은 리얼타임을 비추지 않는다. 그래서, 시그널을 수신하는것이 늦었다.

     나는 이치노세의 연기력과 각오를 가볍게 봤던것이다.

     잠시 후 돌아온 이치노세는, 마중나온 나에게 안겼다. 가슴에 얼굴을 묻고 허약하게 웃었다.

    「너 성분 보급-. 나햐—, 소생하네—」

     아파서, 괴로워서, 미안해서.

     나는 이치노세를 꽉 껴안았다. 강하게 강하게.

    「응석부리고 싶은 나이때인걸까냐—?」

     과장되게 익살맞게 구는 이치노세는, 이미 한계였을것이다. 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안.……미안해, 눈치채는 것이 늦었어」

     그녀는 헤아렸는지, 몸을 나에게 맡겼다. 너무나 가볍게 느껴졌다.

    「응-응, 딱히 네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조금 지쳐쳤으려나~」

    「너는,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거야」

    「너가 없어지면 시시하니까—. 설마, 그 날, 정말로 마실줄은 몰랐어」



     이치노세는 귀여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 날을 떠올리며 웃는것일지도 모른다.

    「있지, 너는 내가 싫어?」

    「……싫으면 여기에 안있었지」

    「그러면, 다시, 같이 하자. 역시 너가 없으면 여러모로 힘들어—. 나를 위해서 고개를 숙여줘」

    「……하지만, 이미 퇴직했어. 돌이킬 수 없어」

     돌이킬 수 없는 실패. 후회와 죄악감이 눈시울에 울컥인다.

    「그렇구나, 잠깐만 놔줘봐」

     순순히 놓아준다. 이치노세는 부엌으로 향했다.나는 서있지 못해서 주저앉았다.

     이치노세는 얼마후 돌아와서, 나의 앞에서 허리를 구부렸다. 양손에는 2개의 시험관.

     그 안에는 정체불명의 투명한 액체.

    「그럼말야, 같이 죽을까? 편해지자」

     내밀어진 시험관을 받는다. 건배라고 외치며 이치노세는 시험관을 울렸다.

     나는 단숨에 마셨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인정한 이치노세는 미소지었다.

    「냐하하—! 걸렸구나—!그것은 단순한 물인것이다—!」

    「야, 야 뭐야」

     혼란한다. 이치노세가 천천히 나를 껴안았다.

    「삶은 죽음에의 제 1보. 그렇다면, 죽음은 삶에의 제 1보이기도 하겠지. 너는 2번 죽었습니다. 쉽게 겪을 수 없는 체험이야? 이제 무서운건 없지 않아?」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

    「내가 딱 하나 기프트를 줄게.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 하지만, 기프티드는 시간을 멈추는것이 가능해」

     의미 불명의 말은, 그렇지만, 나에게 확신을 느끼게 했다.

     이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그 날, 이치노세는 몸살이 났다.

    ◇



    「그래, 이제야 전화했냐. 이치노세한테 이야기 들었지?」

     선배에게 전화를 하면, 아주 당연하다는듯한 대답. 나는 당황했다.

    「아뇨, 오히려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만」

    「아—, 설마 나 말실수했나? ……뭐, 됐나. 그렇지, 네가 사표를 제출하기 1주일 전에 이치노세가 나한테 왔어. 이야기가 있다면서」

    「이야기?」

    「그래, 너에게서 싫은 냄새가 난다고 했지. 어쩌면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처음은 농담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네 얼굴이 당장 죽을것만 같아보여서 말이야. 그리고 얼마 후에 사표를 냈으니, 놀랐지」

     하하하, 선배가 웃는다. 정말 농담같은 이야기다, 웃고 싶어지는 기분은 이해가 갔다.

    「그 후에 이치노세랑 이야기했거든. 네 사표, 실은 수리되지 않았어. 유급휴가로 처리해놨어. 뭐, 너도 거의 휴일없이 일했으니까, 위에서도 납득했었고.」

     멈춰진 시간. 기프티드는 확실히 시간을 멈췄다.

    「이치노세에게 감사해라? 저녀석 상당히 노력했었으니까. 위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저녀석이 열심히 일한 덕분이야」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했다. 이치노세에게 받은 기프트는 평생을 바쳐도 돌려줄 수 없을것같았다.

    「분명 시나리오를 2개 준비했을거야. 아마, 너가 적극적으로 그만둘 생각이라면 막지 않았다고 생각해. 짐작가는거, 있지않아?」

     내가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 그 날, 이치노세는 말했다.

     너, 나랑 죽어볼 생각, 있어?

     그 때, 웃어넘겼다면, 그녀는 아무말없이 보내줄 생각이었을것이다.

     모든 것을 알고, 나를 배웅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시험관을 받았다.

     그래서, 이치노세는.

     나는 지켜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너는 어떡할거야? ……아니, 물을 필요도 없었나. 그럼 구체적으로 결정하자고. 복직 일정을 말이지」

     이야기는 정말로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모레, 나는 프로듀서로 돌아간다.

     이치노세의 프로듀서로.



     전화를 끊고 이치노세의 방에 들어갔다.그녀는 나른한 듯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침대 옆에 앉았다.

    「어떻게됐어—?」

    「기프트, 받았어. 고마워」

    「유감스럽게도 반환불가니까—. 이것으로 너도 기프티드인것이다!」

    「바보야, 떠들지 마. 얌전히 자」

    「나를 바보 취급하는건 너정도밖에 없어? 역시 너는 보통이 아니네」

     냐하하—! 이치노세는 크게 웃었다. 당연히 기침했다.

    「저번에 이야기 했었지. 돌이킬 수 없을때의 이야기」

    「어떡할거야?」

    「역시 죽지는 말자. 내가 죽을 각오로 어떻게든 할테니까」

    「오—, 멋진데—!그럼 맡길게. 어떻게든 해줘」

     잘 될지는 모른다. 미래가 보이면 고생은 없고, 불안도 없다.

     하지만, 그것은 지루한 나날임이 틀림없을것이다.

    「일단, 킁카킁카 시켜줘~」

    「그거, 꼭 해야돼?」

    「건강의 근원이니까—. 어서어서」

     그러니까, 좀 더 편하게 하자.



     이치노세의 몸살은 다음 날에 나았다.

     본인 가라사대, 나 성분의 덕분이라고 한다. 추출해서 팔면 돈좀 만질 수 있을것 같았지만, 이치노세에게 밖에 효과가 없다고 한다. 유감이다.

     준비를 위해서 한 번 귀가. 그리고 출근일, 나는 내 집에서 이치노세의 집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양복을 입으니, 신기할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치노세의 방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긴장으로 위가 아파왔다.

     약속 시각이 되어도 이치노세는 나오지 않는다.만약을 위해 넉넉히 기다리자.

     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여벌쇠를 사용해서 방에 들어간다. 숙면하고 있었다. 완전히 늦잠이었다.

     탄식하며, 깨운다.

    「야, 일어나」

    「응—, 어라- 벌써 출근시간?」

    「지났어」

    「준비해야겠네—. 아침의 킁카킁카-」

     프로듀서를 그만두기 이전과 같은 광경. 익숙할터인데,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치노세가 준비하고 있는 동안에, 가볍게 아침을 만든다. 준비를 끝마친 그녀와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갑자기 늦잠자는 녀석이 어딨냐」

    「이정도가 나답지?」

    「뭐, 그건 그렇지만말야」

     식사를 끝내 준비 완료. 2주일만의 출근이다.구두를 신고 있으니, 이치노세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은 뭐해?」

    「일단 도게자부터」

    「냐하하! 그렇네, 어쩔 수 없으니 어울려줄게~」

    「그래, 부탁한다」

     2주일동안 보낸 방을 함께 나온다. 이치노세에게 받은 기프트를 가슴에 품고.

     나는 이치노세의 손을 잡았다.




5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