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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 P 「하야미 카나데가 빛나는 방법」- 6

댓글: 1 / 조회: 982 / 추천: 1



본문 - 10-16, 2016 14:21에 작성됨.

 

82: ◆U7CecbhO/. 2016/08/07(日) 03:56:56.48 ID:WVC8K8YCO

눈물과 함께 어두운 감정도 함께 흘러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발걸음은 가볍고, 기분 탓인지 세계가 밝아 보인다.

나도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불안하게 되는 건지도.

부조정실에서 방음 유리를 사이에 두고 스튜디오를 바라본다. 하야미의 표정은 밝다.

시선을 눈치 챘는지 눈이 맞았다. 방긋하고 미소지어 주었다. 입으로 힘내 라고 전한다.

아이돌 하야미 카나데의 제 일보는 인터넷 라디오 수록이었다.

선배가 기획한 방송에 게스트 출연이 확정된 것은 겨우 며칠 전의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대본을 전달받았다.

덕분에 하야미와 함께 필사적으로 외우는 꼴이 되었다. 좀 더 어떻게 할 수 없었을까. 고마운 이야기였긴 하지만.

스튜디오에서는 시마무라 우즈키, 시부야 린, 죠가사키 미카, 하야미 카나데가 대본을 확인. 부조정실에서는 감독이 장비의 조정을 하고 있다.

슬슬 시작하겠지.

「선배는 뭔가 징크스 같은 거 있나요?」

「무슨 얘기야?」

「이렇게 일이 생각대로 술술 풀려나가면 불안해진다던가...」

「어디선가 큰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불안하단 거냐. 쓸데없어ㅡ. 걱정도 상팔자구만」

「예정조화란 말도 있잖아요. 성자필쇠라던가 생자필멸이라던가 영고성쇠라던가」 (역주 : 전부 세상사는 좋은일 나쁜일이 번갈아가며 온다는 뜻)

「우는 얼굴에 벌, 엎친데 덮친 격, 설상가상. 보라고. 조화따위 안해. 그렇게 세상일이 돌아가면 더 살기좋게 됬을 거라고」

「아,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 같은 것도 있네요」

「세상사 새옹지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요점은 결과론에 지나지 않는단 거야. 이야기의 끝을 어디에서 끝낼까 하는 문제지.

실패한다면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돼. 뭐, 성공하고 끝낸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좋은 결말이라곤 할 순 없지만」

그렇게 말하고 즐겁게 웃는 선배의 말은 완전 정론이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기 라이브 후, 프로듀서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83: ◆U7CecbhO/. 2016/08/07(日) 03:59:58.28 ID:WVC8K8YCO

경쾌한 인트로 멜로디와 함께 라디오가 시작했다.

하야미는 침착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긴장하고 있는 건 나 뿐인 것 같다.


「데렛스! 시마무라 우즈키입니다!」

「데렛스, 시부야 린이야」

「데렛스! 죠가사키 미카야ㅡ★!」

 

 

「오늘은 쿨한 아이돌 분을 게스트로 모셨어요」

「데렛스, 하야미 카나데에요. 잘 부탁해」

「잘 부탁. 오랜만이네, 컨디션은 어때?」

「절호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좋으려나」

「그러네, 저번에 봤을 때보다 기운차 보이는걸ㅡ★?」

「미카짱의 현장을 견학하러 갔었지?」

「응, 미카의 일하는 모습을 배우러 갔었어. 진지하게 임하는 거 꽤나 멋있었을까」

「그만해ㅡ★, 부끄럽잖아」

「응, 미카는 이래뵈도 성실하니까」

「굉장히 어른스러웠어」

「그건 카나데쪽이 더...」

「확실히, 어른스럽다고 느껴요!」

「그런 얘기 자주 들어. 아, 하지만 최근들어서 어린애 취급당하는 일이 늘었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 카나데의 프로듀서 꽤나 짖굳으니까 말야...」

「뭔가 당해본 것 같은 말투인데, 어떠려나」

「아니, 그게. 여기선 말 못할까나ㅡ★ 아하하」

방송은 무사히 진행되고 있다.

중간에 대화가 끊기거나 하지 않을까 불안했었지만 다행히 기우로 끝날 것 같다.

선배는 뭔가 감격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생각보다 훨씬 잘하잖아. 역시 너한테 맡긴 게 정답이었어」

「아뇨, 저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선배가 여러 가지로 준비해준 덕분에 하야미도 이것저것 준비할 시간이 있었던 거죠」

「그런 걸로 친다면 나야 상관없지만... 하야미에겐 나쁜 짓을 해버렸네. 나는 그녀를 깊게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녀가 지금 저렇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심돼. 너는 잘해주고 있어, 고맙다」

「...기특한 선배는 뭔가 기분 나쁘네요」

「시끄러ㅡ」

어깨를 얻어맞았다. 부끄러움을 감추는 것이다.

우리들은 작게 웃었다. 모두들 각자의 고민을 힘껏 끌어안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약간 기분이 누그러졌다.


84: ◆U7CecbhO/. 2016/08/07(日) 04:02:40.07 ID:WVC8K8YCO

녹음이 종료된 걸 가늠해서 나와 선배는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방음용 문은 꽤나 무거웠다.

「오우, 너희들 피곤하지. 오늘은 다른 때보다도 토크가 물흐르듯 이어져서 좋았어」

「카나데의 말솜씨가 능숙했으니까, 우리도 살았어」

감탄한 모습의 시부야 씨. 이 아이도 꽤나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하고 있다.

「그러네요. 농담도 재미있었고 꽤 공부가 됬어요!」

순진하게 웃는 시마무라 씨. 이 아이는 순수함과 귀여움을 겸비한 그야말로 아이돌! 이란 느낌의 여자아이다.

하야미는 장난스럽게 미소지었다.

「글쎄, 어디 사는 누구씨의 영향이려나」

「그런 영향을 주는 녀석이라. 분명 상당한 인격자 아닐까」

「뻔뻔스러운 입이네. 키스로 막아 줄까?」

「그렇다는데, 선배?」

「......」

말 없이 뺨을 꼬집혔다. 아프다.

「정말! 음란한 발언은 그만! 대기실이라고는 해도 다들 반응하기 곤란하다구!」

붉어진 뺨에 손을 대고 있는 죠가사키 씨. 여전히 신선항 반응이구나.

「는실난실 거리기는... 청소년 건전 육성 조례란 걸 모르는 거냐고」

「알고 있어요. 뭡니까 그거, 여기까지 와서 청초 어필입니까? 그 나이대에는 조금 무리가 아닐까요」

「앙? 어이, 아저씨, 밖으로 나와. 교육해줄테니까」

「하핫, 농담입니다~」


85: ◆U7CecbhO/. 2016/08/07(日) 04:06:04.08 ID:WVC8K8YCO

이러고 있으니, 시선이 모여드는 걸 느낀다. 아이돌 네 사람이 말없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고개를 갸웃하면 시부야 씨가 대표하듯이 입을 열었다.

「아니, 뭐... 꽤 사이좋네라고 생각했어」

끄덕이는 세 사람. 하야미는 조금 화난 것 같다.

시마무라 씨가 말을 이었다.

「두 분은 혹시... 사귀시고 계신 건가요?」

선배와 얼굴을 마주본다. 웃음이 저절로 터져나온다.

「그러고보니 몰랐었나. 이 녀석, 내 대학 후배라고」

「애초에, 내가 이 프로덕션에 입사한 것도 선배가 권유해서니까 말이지」

각각, 에엣ㅡ? 이라던가, 몰랐었어 라던가 생각이 흘러나온다.

뭐, 말해주지 않았으니 알 리가 없었겠지.

「뭐, 이제라도 말했으니 됐나. 우선 돌아갈까. 하야미도 또 부를 테니까 그 때는 잘 부탁할게」

선배는 호기심 넘치는 시선을 보내오는 아이돌들을 무시하고 그렇게 마무리지었다.

슬슬 스튜디오도 마감할 시간이다.

각자 인사하고 스튜디오를 뒤로 한다.

순조로운 출발이다. 다만, 돌아갈 때 생각에 잠긴 모습의 하야미가 신경쓰였다.



89: ◆U7CecbhO/. 2016/08/13(土) 08:56:02.14 ID:djqbcaKg0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어느 쪽부터 듣고 싶으신가요?」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센카와 씨에게 불려갔다.

께름칙할 정도로 만면의 미소를 띈 그녀는 거드름 피우듯이 운을 떼어 왔다.

휴게실이 심문실로 바뀐 것 같아.

솔직히 듣고 싶지 않다. 하지만 듣지 않을 수도 없다.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꾹하고 누르고 평상심을 가장한다.

「중요한 이야기쪽을 먼저 부탁드립니다」

「그럼 좋은 소식부터네요. 카나데짱에게 오퍼가 들어왔습니다」

「오퍼? 어떻게, 」

「뭐 회사내부에서 부른 거지만요. 저번에 분명 라디오 했었지요. 그 때 카나데짱의 게스트가 꽤 호평이었던 거랍니다」

분명히 인터넷에서의 평가는 좋았다. 예상 이상의 반향에 선배가 놀랐을 정도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는 열성적인 팬들 사이에서의 말이다. 일반적인 지명도는 아직 전무할 터.

낙관적이게 볼 수만은 없었다.

「그건 알고 있었습니다. 잘 해주었지요. 그래서, 일의 내용은 뭔가요?」

「다음주부터 4주간. 일주일에 한 번씩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의 내용은 연습실을 방문해서 정기 라이브를 향해 레슨하고 있는 아이돌을 인터뷰하는 거에요」


90: ◆U7CecbhO/. 2016/08/13(土) 08:59:11.64 ID:djqbcaKg0

「하아, 그래서 하야미는 어느 주에 출연할 예정입니까?」

「전부에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센카와 씨. 이해가 따라가지 못한다.

「네?」

「카나데짱이 메인 퍼스널리티를 맡게 됬으니까요. 물론, 보수는 지불될 거니까 안심하세요. 여기, 기획서랑 대본입니다」

「하아... 뭐, 저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펄럭펄럭하고 내용을 확인해본다. 동영상은 10분 전후를 예정하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는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을 소개하는 컨셉이라고 한다.

각각의 영상에서 약 다섯 명 전후로, 총 합쳐서 스무 명 정도의 아이돌을 소개할 예정 같다.

「모레, 제 2회의실에서 회의가 있을 예정이니 카나데짱이랑 같이 참가해주세요. 이게 좋은 소식입니다」

「알겠습니다. 전해두도록 하죠. 그래서 나쁜 쪽은 뭡니까?」

「나쁜 소식은 이쪽이에요」

센카와 씨가 파일에서 꺼내든 것은 내가 작성한 무대 연출 기획서였다.

「별로였을까요」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너무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적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관객분들의 인상에 남지 않을 거에요」

「아니, 그래도 연출이 너무 지나치면 반대로 방해되지 않을까요?」

「으음... 피카소 아시죠? 저는 그의 그림이 왜 좋은지 이해할 수 없지만. 프로듀서 씨는 혹시 아시나요?」

뜻밖의 질문에 나는 당혹스럽다.


91: ◆U7CecbhO/. 2016/08/13(土) 09:02:09.96 ID:djqbcaKg0

「아뇨,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가치가 있지요. 아마, 전문가가 본다면 대단한 것이겠죠」

「유명한 것은 기존 화풍을 무너뜨리듯이 그려서 라는 것 같던데요. 잘은 모르지만」

「자, 그럼 비유를 해볼까요. 이름을 가리고 피카소의 그림을 싼 액자에 넣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장식합니다. 또 하나, 미대생이 그린 그림을 고급 액자에 넣어 명화인 것인양 장식합니다.

아마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미대생의 그림에 몰리지 않을까요. 결국 마찬가지인 거에요, 저희들이 하는 건」

「비록 가치가 있어도,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봐도 모른단 거군요」

「네, 인기 아이돌은 그 가치가 알려져 있는 거고요. 하지만, 카나데짱의 가치는 당신밖에 모릅니다. 그 가치를 알기 쉽도록 한다. 이것도 프로듀서의 업무라구요?」

납득가는 이야기였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눈 앞이 흐려져 있던 것 같다.

「알겠습니다.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노력해주세요. 직전까지 기다릴 테니까요」

센카와 씨는 명랑하게 미소지었다. 아이돌이 관련되는 일이라면 그녀는 상냥하게 되는 것이다. 그 상냥함을 나에게도 좀 나누어주었으면 한다.

뭐든지.

나는, 좀 더 선긋기를 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92: ◆U7CecbhO/. 2016/08/13(土) 09:05:10.65 ID:djqbcaKg0

역의 흡연실에서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

머리가 무겁다. 니코틴 때문일까, 아니면 진전이 없는 무대 연출 기획서 탓일까.

「위험한데 이거」

어쨌든 시간이 부족하다. 애초부터 제출한 것이 조금 늦었던 것이다. 그래서 센카와 씨한테서 퇴짜맞은 것도 늦어졌다.

게다가 오늘은 영상 제작 회의가 있었고 회의 후에는 하야미와 협의도 해야 했다. 기획서를 작성할 시간이 없다.

동영상은 라이브 DVD의 특전 상품이 되는 것 같고,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본격적인 촬영이 될 것 같다. 기쁜 일이었지만, 덕분에 회의도 오래 걸렸다.

당연히 촬영에도 동행하고 싶지만, 이대로라면 어렵다.

위험해. 식은땀이 난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생각나지 않는 것에 초조감만 높아져간다.

담배를 재떨이에 꾹 밀어 버린다.

계기가 필요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 계기가.

「하지만 있다고 해도 찾으러 갈 시간이 없지만 말이지...」

유리로 밀폐된 흡연실에서 나온다. 어라, 하야미와 마주쳤다.

「어머... 돌아가는 길에서도 만나버리는 건, 조금 운명을 느껴 버리려나. 후훗」

손에는 종이 봉투. 쇼핑이라도 하던 참이었나.

「오ㅡ, 돌아간 거 아니었어?」

「프레짱하고 쇼핑했어. 프로듀서 씨는 지금 돌아가는 길?」

「응, 버티고 앉아 있어도 안될 것 같아서」

「그렇구나. 저기,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괜찮다면 차라도 한 잔 하지 않을래?」

「뭐야, 데이트 신청?」

「그래, 가끔은 휴식도 필요하잖아」

하야미는 장난스럽게 미소짓는다. 이 미소를 앞에 두고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좋아」

회사 밖0에서 개인적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데이트라던가 그런 기분은 아니었다.



94: ◆U7CecbhO/. 2016/08/15(月) 11:23:36.21 ID:c7loBI3L0

작지만 세련된 카페로 들어간다.

차분한 분위기의 좋은 가게다. 이야기를 나누기에 제격이다.

먼저 말을 꺼낸것은 하야미였다.

「프로듀서 씨, 담배 피우고 있었구나. 몰랐어」

「응, 회사에서는 삼가고 있었으니까. 싫어해?」

「싫진 않지만... 그냥」

「그냥?」

「그냥 나, 프로듀서 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서」

「그런가.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거짓말이다. 숨길 생각은 없었다는 건 사실. 다만 밝히고 있을 생각도 없었다.

하야미는 납득이 가지 않는 얼굴이다. 서로 의사소통이 너무 잘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떠려나, 프로듀서 씨는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니까」

「상당한 고평가네. 의외로 나는 시시한 남자라고?」

「그걸 판단하는 건 나잖아?」

「그러네... 뭐, 기회의 문제야. 선배의 일도 숨겼던 건 아니야」

「응, 이해하고 있어. 나도 묻지 않았으니까」

작게 끄덕이는 하야미. 여기부터 본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기 라이브 얘기는 가르쳐줘도 괜찮았잖아」

「...무슨 얘기?」


95: ◆U7CecbhO/. 2016/08/15(月) 11:25:22.57 ID:c7loBI3L0

「프로듀서 씨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안된다는 얘기」

아ㅡ아ㅡ... 당장이라도 꺾일 것 같은 몸과 마음을 어떻게든 현상유지시킨다.

조금이나마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역시 있다고요 선배. 예정조화적인 전개.

「...이야,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를 알아버렸네」

「상관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건 나야. 프로듀서 씨, 생각이 너무 많아. 나는 정기 라이브를 향해서 조정해 나갈 뿐이니까」

자신이 비쳐보이는 듯한 말. 믿음직스럽기도 하고, 기쁘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긴 해도 말야. 역시 어른의 사정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

혹은 나의 사정에.

단순히 말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도 있지만.

「...됐어. 신경써주고 있는 건 알고 있으니까」

외면하는 하야미. 말과 태도가 정반대다. 아마 태도 쪽이 본심이리라.

「미안해. 기왕이면 제대로 숨겨뒀어야 했는데」

「하아, 알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

「모르니까 숨기고 싶은 거야」

「비겁하네. 하지만... 멍하니 있으면 여자는 어디론가 가버릴지도 몰라」

나무라는 말과는 달리 하야미는 즐거워 보인다. 태도 쪽이 본심이라고 믿고 싶다.

번민을 떨쳐버린 후 그녀의 매력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방심했다가는 고등학생임을 깜박 잊을 것만 같아.


96: ◆U7CecbhO/. 2016/08/15(月) 11:27:35.90 ID:c7loBI3L0

무서운 마성이라고 해야할까.

노력해서 얼버무리는 웃음을 짓는다.

「나는 쫓는 것보다 쫓기고 싶은 파라서 말야」

「그건 인기남의 발언인데... 아니면 인기있는 거야?」

「글쎄다. 어떠려나... 뭐, 지금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려나」

「후후, 프로듀서 씨의 시선을 빼앗을 정도니까. 그 사람은 무척 매력적이겠네」

「아아, 현기증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야」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모든 것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분명 나에게는 너무 눈부신 것이리라. 그래서 착각하고, 이쪽의 그늘을 비추어 버린다.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깝지 않아?」

「그 정도가 딱 좋은 거야. 서로 상처받지 않아도 되니깐」

「...상냥하네. 그 탓에 상처받는 사람도 있는데도」

거의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하야미. 그녀의 눈에 비관이나 체념이 아니라 조용한 불꽃이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숨을 멈춘다. 하야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혼잣말이야」

「...나는, 기대에 응할 수 없어. 달을 숨기는 구름이 될 순 없어」


97: ◆U7CecbhO/. 2016/08/15(月) 11:29:31.22 ID:c7loBI3L0

「숨겨져도 달은 언제나 거기서 같은 표정을 하고 있어. 뒷면은 언제까지나 뒷면인 채로.

...하지만, 그건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아? 겉은 곧 질려서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고, 그렇다고 해서 뒷면을 보여주지도 않아.

구름에라도 변화가 있다면 또 봐줄테고, 적어도 한 사람이라도 뒷면을 알아준다면 구원받은 기분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가치관의 차이야」

「견해의 차이에요」

하야미는 포기해주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건 안다. 그러나 그녀가 바라는 것은, 나에게는 조금 짐이 무겁다.

가까워져도, 좋은 것만은 아닌데.

하야미는 흥미로운 듯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프로듀서 씨를 알고 싶어. 알게 되서 가까워지고 싶어. 동시에 알게 해주고 싶고, 다가와줬으면 해. 이게 그렇게 이상한 걸까」

「이상한 건 아니야. 내 문제일 뿐이니까. 뭐, 하고싶은 대로 해. 하야미의 마음을 부정할 순 없고, 기쁘기도 하니까. 단지, 수용 여부는 다른 얘기지만」

「그래, 그렇게 할게. 프로듀서 씨를 매료해줄테니까. 불필요한 일을 생각할 수 없을 때까지, 말야. 후훗」

「아아, 기대하고 있어」

이미 매료되어 있다고. 입에는 담지 않지만.

강하게 미소짓는 하야미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그녀를 좀 더 빛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하지만 이미 매력에 넘치고 있기 때문에,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면 단지 내가 매료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뿐일까.

나는 뭔가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99: ◆U7CecbhO/. 2016/08/16(火) 06:22:09.69 ID:gqYGk2WU0

대비되는 나날이 지나간다.

나는 막혀 있고.

하야미 카나데는 순조롭다.

그래서 네 개의 동영상 중 첫 번째 영상이 공개되어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현상에 나는 초조감을 느꼈다.

부진한 기획서. 흰색 화면을 깜박이는 커서에 우울해진다.

나날이 높아지는 기온은 정기 라이브가 다가온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이제 정기 라이브까지 한 달. 기획서의 제출 기한은 앞으로 일주일.

좀처럼 묘안은 떠오르지 않는다.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영상을 바라본다. 화면 속에서 하야미가 매혹적인 미소를 뿌리며 경쾌한 토크를 전개하고 있다.

정말이지 처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당당한 행동.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지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로서의 자각인가. 자기주장이 지나치지 않고, 튀지도 않는다. 인터뷰 대상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본인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야미 카나데는 절묘한 밸런스감각을 가지고 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앞면과 뒷면. 분명 그녀는 평소부터 선긋기를 하면서 거리감을 확정지어 온 것이리라. 어중간하게, 발을 들이밀지도 들이밀어 지지도 않고.

타인과의 거리를 저울질해 온 것이다.

하야미의 밸런스감은 신출내기 수준이 아니다. 안심과 안정감이 있다.

단지, 신인 특유의 무대포적인 무언가가 없는 것이 단점이다. 너무 침착해서, 잡아당기기에 약하다.


100: ◆U7CecbhO/. 2016/08/16(火) 06:25:24.78 ID:gqYGk2WU0

동영상을 보면서 센카와 씨가 말하는 무난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준비한 연출은 안정감은 있을지 몰라도 놀라움과 새로움은 느끼지 못하리라.

「모르겠다」

신음하며 책상에 머리를 박는다.

「저기, 선배?」

머릿속으로 스테이지를 구축하고 있자니 후배가 말을 걸어왔다.

몸을 일으켜 돌아서자 후배는 놀란 모습이었다.

「...괜찮으신가요?」

「하야미는 순조로워. 나는 아니지만」

「드무네요. 얼굴에까지 나오고 있는 건 처음 봅니다」

그 말은 평소에는 분위기로 나오고 있다는 건가. 의외로 태도에 속내가 나오기 쉬운걸까 나는. 조심해야지.

「거참... 곤란하구만. 곤란해」

「저기,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요?」

「어렵게 생각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지」

「선배는 좀 더 뭐랄까, 감정적이게 되어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이런 건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니까요」

저번 회식에서 센카와 씨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생각하는 것만으론 부족한가.

「앗, 저기... 잘난듯이 말해서 죄송합니다」

「아냐, 참고가 됐어. 고마워」

그렇다고 한다면 문제는 내가 무엇을 전하고 싶은 것인가?

의외로, 감정의 문제가 가장 어려운 걸지도 모르겠다.


101: ◆U7CecbhO/. 2016/08/16(火) 06:32:15.94 ID:gqYGk2WU0

점심은 나가서 먹자. 기분 전환을 겸해서다. 카페테라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도 할까.

로비에서 내린다.

「먹어라! 갈레트~브루통~~~!!!!」

직후, 의미불명의 기합성. 뒤에서 뻗어온 손에 뺨이 만져진다. 대사의 기세와는 달리 부드러웠다.

「엣, 뭐야」

확하고 손이 떨어졌기 때문에 돌아서면, 거의 착 달라붙은 거리에 미야모토 씨가 서 있었다.

입가에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지만 깨끗한 녹색의 눈은 웃고 있지 않다.

당혹스럽다.

그러자, 미야모토 씨의 대각선 뒤에서 웃음소리가 올라온다. 시선을 돌리면 시오미 슈코와 이치노세 시키가 배를 붙잡고 폭소하고 있었다.

내 경험상 뭉치면 위험한 세 명이다.

미야모토 씨는 물러나면서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 부탁했던 거 같은데. '카나데짱을 행복하게 해 주세요'라고. 프로듀서 씨는, 오우! 맡겨만 달라고! 라는 느낌으로 품 안의 반지를 보여줬었잖아?」

「글쎄. 어땠을까. 유리 구두를 준비할 생각이었다만」

「어라ㅡ? 그럼 나한테 프로포즈한 거 였던가?」

「아니, 후배한테 였을지도 모른다고? 뭐, 우선 프로포즈에서 벗어나볼까」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아까부터 접수의 누님이 이쪽을 주시하고 계시다. 센카와 씨 때에도 똑같은 누님이었던 것 같은데.


102: ◆U7CecbhO/. 2016/08/16(火) 06:33:43.20 ID:gqYGk2WU0

「프로포즈와 프로듀서는 뭔가 비슷하네! 즉 프로포즈 씨?」

「응, 비슷한 거니까. 그래서 무슨 용무야?」

「응... 그니깐... 배고팡 ㅡ ! 있잖아있잖아, 밥 먹으러 가자ㅡ?」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니란 건가. 뭐, 하야미 관련의 이야기라면 듣지 않을 수도 없고, 순순히 따라가도록 하자.

단지...

「네ㅡ! 배고파ㅡ용」

「냐하하, 너는 좋은 냄새가 나네ㅡ. 밥보다 너를 먹는 편이 맛있을 것 같아」

어느새 옆에 붙은 두 사람. 시오미 씨는 손을 들어 배고픔을 주장하고 이치노세 씨는 내 옆구리 주위의 냄새를 맡고 있다.

카오스다.

이 두 사람을 데려가는 게 부담스럽군.

하지만, 자유분방. 종횡무진. 방약무인. 감정에 솔직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에게서 배울 점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오케이 오케이. 나는 먹이가 될 수 없지만 밥이라면 사줄테니까. 카페테라스라도 좋다면 말이지만」

「만세ㅡ!」

세 명 다 사이좋게 대답한다.

그리고 달려가는 시오미 씨와 이치노세 씨. 남겨진 나와 미야모토 씨. 한숨이 흘러넘친다.

저만치 앞서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미야모토 씨와 사이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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