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타카네「함께 죽읍시다. 귀하」

댓글: 22 / 조회: 4390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9-19, 2013 19:09에 작성됨.

- [장편], [단편] 분류에 맞춰서 글 올려주세요
- 연속 글은 다섯 개까지 가능합니다. 이어 올리시려면 하루(24시간)가 지나거나 다른 분이 글을 올리신 뒤에 해주세요 (짤리는 경우는 허용)
- 번역자 간 매너를 지켜주세요
- 원글 출처(링크)를 밝혀주세요




- 경고 : 보는 사람에 따라 혐오감을 느끼거나 비위가 상할 수 있습니다.  






【전편・설산심중】 


우리들은 지금 눈에 둘러싸인, 산간의 온천장 여관에 와있습니다. 

타카키님이 주선을 해 줘, 그렇게 되었습니다. 


여론이 잠잠할 때까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여론은 더욱 가열되고 있을 뿐, 전혀 식을 기색은 없습니다. 

저에 대한 건 뭐라고 하던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 분에 대한 것까지 나쁘게 말하지 않아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무 근거도 없는 억측 때문에 생긴 누명과 소문에 프로듀서는 마음 깊이 아파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참기 어려웠고―― 그렇기 때문일까요? 



저는 어느 제안을 했습니다.



타카네「함께 죽읍시다. 귀하」 



초췌하고, 조금 야위어버린 프로듀서는 그 제안을 듣고 힘없이 끄덕였습니다.



매일 밤 잠들지 못하고,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는 매일매일은 얼마나 괴로울까요? 
그런데도, 저에게는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었습니다.


타카네「영원불변한 것이 있다면 방해하는 것도 분명 없겠지요」 



세상은 결코 우리들의 사이를 인정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두 사람만, 마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좋습니다.




타카네「그럼 오늘 밤은 전부 잊고, 마지막 날을 즐기는 것으로 합시다」 


그건 그렇다 하고 평소부터 절약하고 있던 제 수중에는 이 하룻밤 안에 전부 사용하지 못할 돈이 있습니다. 

어차피 저 세상까지는 결코 가지고 갈수 없는 것. 


그러니까 오늘 밤은 마음껏 낭비하기로 했습니다. 


타카네「맛있는 요리에 입맛을 다신다. 이 정도의 행복은 있을 수 가 없군요」 


마지막이 되는 저녁식사 반찬에는 산해진미가 상 전체에 빼곡히 놓여 있었습니다.


타카네「귀하. 입을 벌려주세요」 


생선회를 젓가락으로 집어, 일찍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몸소 먹여주었습니다. 

처음부터 세상의 눈을 피하는 교제였기 때문에 발각되기 이전의 생활에서는 이런 것도 자그마한 즐거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타카네「저도 술을 마셔도 괜찮을까요?」 


내일 죽을 몸에 법 따위는 이미 관계없겠지요


술을 따른 잔을 입술에 대고 한 번에 다 마시면 그윽한 술의 향기가 입 가득 퍼졌습니다.



타카네「요리와 잘 맞는군요. 이렇게 맛있는 것인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맛 봐 둘걸 그랬습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방에 갖춰져 있는 노천탕에서 함께 목욕을 했습니다.


취한 기분으로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이 옅게 낀 산등성이의 그림자에서 달이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타카네「등을 씻겨드리겠습니다.」 


등에서는 남자분의 향기가 강하게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사라져버리는 게 아까워서 평소보다 비누를 적게 쓰면서 몸을 씻겨드리고 있었습니다만, 이걸로 그것도 마지막입니다. 



씻는 것이 끝나고 거품을 흘려보낸 후, 뺨을 프로듀서의 등에 대고 그 온기를 느꼈습니다.
겨울의 바람 때문에 사라져가는 그 등의 온기도 아깝게 느껴집니다. 


그 뒤로 얼마만큼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을까요?
서로의 몸은 완전히 차가워져 버렸습니다. 


타카네「한기가 느껴지네요. 지금 한 번 탕에 들어가도록 해요」 



잠시 탕에 같이 들어가 있을 때, 우리들은 어느 쪽도 할 것 없이 살을 맞대고 있었습니다. 

밀착하고 있던 탓으로 고동이 확실히 전해져 옵니다. 


타카네「귀하……많이, 사랑해주세요」 


좁은 욕조에서는 움직임도 제한되지만, 그런데도 움직일 때마다, 뜨거운 물이 찰박, 찰박하고 밖으로 넘쳐흘렀습니다.




흔들거리는 물 위에, 모양도 정해지지 않은 달이 비치는 것이 보였습니다. 

잡았던 손의 다른 한쪽을 풀어, 그것을 떠올리려고 해봐도 손바닥 사이로 도망칠 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런 때인데 마음에 남는 것은 미련뿐. 
내일부터는 이제 이 달을 보는 것조차 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애달파졌습니다. 

다시 두 손으로 프로듀서를 껴안았습니다. 



타카네「좀 더 강하게 사랑해주세요……강하게, 좀 더 강하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듯이, 저희들은 또 다시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다음날 눈을 떴을 무렵, 벌써 해는 높게 떠 있고 맑게 갠 하늘에는 흩날리는 눈이 춤추고 있었습니다. 
강하게 부는 바람이 산에 덮인 눈을 날리고 있는 탓입니다. 

평소보다 강한 햇볕의 탓으로 그 음영까지 확실히 볼 수 있었습니다.


타카네「오늘은 진실로 날씨가 화창하군요. 바람이 강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만 밤까지는 진정되겠지요」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면 한 조각의 흩날리는 눈이 이쪽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심코 손을 내밀면, 그건 의지할 곳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마치 앞으로의 우리들 같았습니다. 


그런 걸 생각하고 있으니 창문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탓에 프로듀서도 눈을 뜬 것 같습니다.



타카네「안녕하세요, 귀하. 조금 있으면 이제 점심입니다」 


그 뒤로 우리들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천천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람도 진정 된 초저녁, 함박눈이 상냥하게 내리는 중에 우리는 출발했습니다. 


타카네「괜찮으신가요, 귀하」 


눈에 발이 묶여버린 프로듀서에게 저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타카네「여기서부터는 둘이서 손을 잡고 가요」 


눈이 많이 쌓인 산길을 잠시 올라 적당한 장소를 찾고 있으니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평온한 설원이 있었습니다.  



타카네「이 근처가 좋겠네요」 


저승길로 향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분에 넘치는 잠자리에는, 부드러울 것 같은 처녀설이 깔려있었습니다.


발을 디디는 것조차 망설여졌지만, 이 이상의 장소도 없겠지요. 




회중전정으로 더듬어 온 길을 비추면, 두 사람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분명 이것이 저희들이 이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흔적이 되겠지요.



타카네「그럼 귀하, 수면제를 주세요」 




수면제를 삼킨 후, 프로듀서는 저에게 노래를 한곡 불러 줄 수 없을까라고 부탁했습니다. 
그것을 자신의 최후의 일로써 지켜보고 싶은 것이라면. 


타카네「알겠어요. 그럼 저의 한평생 마지막 노래를 들어주세요」 


푸트라이트 대신에 회중전등, 
꽃잎 대신에 내리는 눈,
관객은 프로듀서 한 명뿐이며,  
저에게 있어서도 마지막 무대입니다.


처음부터 이 분을 위해서만 노래하고 있었으면, 이 처럼 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건 이미 생각해도 별수 없는 것. 


힘껏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것만이, 이분을 위해서 해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일입니다. 





타카네「조금 졸립니다」 



노래를 그만두고 프로듀서가 기대고 있는 고목으로 가, 저는 그 옆에 붙듯이 앉았습니다. 




타카네「그렇다고 해도 잠들 때까지는 아직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옛날이야기라도 해요」 



지나가 버린 추억을, 하나하나 확인하듯이 이야기 하는 도중, 졸음은 더욱 쏟아져, 멍한 머리로는 그것이 정말로 있었던 일인지도 이미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마치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꿈에서 일어난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흔적, 밤의 흔적, 끊임없이 내리는 눈으로 인해 이미 발자국은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생명도 그것과 함께 사라져 가겠지요 


눈꺼풀이 무겁고 몸도 점점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자고 싶다. 그렇게 끝내면 얼마나 편안할 것인가.

하지만 눈을 감을 때가, 이 세상을 떠나는 때입니다.

그 전에 프로듀서에게 마지막으로 부탁을 했습니다.





타카네「입맞춤을 해주세요」 


마지막 입맞춤은, 차갑고 딱딱한 감촉으로, 맛조차 없었습니다. 



입술이 살그머니 떼어지고 저는 졸음으로 인해 멍한 눈으로 프로듀서를 보았습니다.


설광에 비친 프로듀서의 얼굴은 속눈썹이 얼고, 코도 빨갛게 되어있었지만, 저를 보고 미소지어 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능한 길게, 이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야는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조금만 더 얼굴을 바라보고 싶은데, 졸려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저는 먼저 잠자리에 들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귀하. 


【후편・풍화심중】 


눈을 뜨니 그곳은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흐르는 병실이었습니다.


코토리「일어났네, 타카네」 

어째서 코토리양이 있는 거지요? 
아니,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아. 
프로듀서는 대체 어디에 계신지요.

싫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타카네「귀하! 어디에 계십니까, 귀하!」 


대답을 하지 못하는 코토리양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코토리「진정하고 들어 줘, 타카네. 프로듀서는 발견 되었을 때는 이미……타카네만이 살아남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야」 


그 말을 들은 제가 말없이 계속 침묵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타카키님이 표정이 없는 얼굴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타카키「시죠군. 경찰이 너에게 할 이야기가 있는 듯하다」 



경찰의 심문은 의외로 어렵고 게다가 집요했습니다. 

사소한 일까지 참견하듯이, 그 날 뭐가 있었는지, 동기는 무엇인지를 물어왔습니다. 

멍한 상태인 저는 그 질문에 담담하게 대답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얼마간의 날이 지난 후, 그렇다고 해도 아직 쌀쌀함이 남아 있는 계절이지만, 드디어 공판의 날이 왔습니다. 


동의살인, 심신쇠약, 정상참작, 집행유예, 보호관찰. 


귀에 익숙하지 않은 말만이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저만이 남겨지고, 그 분만이 떠났다고는 어떻게 해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타카네「신세를 졌습니다. 그럼 배웅은 여기서 괜찮습니다」 



판결을 받은 후, 담당 변호사 및 여러분에게 예를 말하고, 귀가하려고 밖으로 나오면 방금 전까지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던 듯합니다. 

하늘에는 무지개, 발밑에는 물웅덩이, 나무들은 젖어 잎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비가 그친 뒤 차갑게 부는 바람이 저의 몸에 스며듭니다. 


문득 근처를 보면 그 바람을 함께 막아주시던 분은 이제 없습니다.  

해가지는 무렵까지 그 자리에 못 박혀 바람을 계속 받으면서 드디어, 저는 혼자가 되었다는 의미를 이해했습니다. 


그 분은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에 보이는 경치가 그 순간 외롭게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방에 돌아오니 먼지가 희미하게 쌓여있고,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니 먼지들이 공중에서 춤을 추었습니다.

형광등의 빛이 밝아 그 하나하나의 그림자까지도 분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이것과 비슷한 풍경을 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본 기억이 있습니다.


창가를 손가락으로 쓸어보니 먼지가 손가락에 묻어나왔습니다.
그걸 살그머니 손바닥 위에 놔둬도 당연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습니다.

분명 그 날 사라진 한 조각의 눈은 그 분이고, 이 먼지는 저이겠지요.

저만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버렸다. 


――그 때 저의 마음속에서 눈이 산산이 흩어졌습니다. 



타카네「그 분이 떠나간 세계는 어떤 곳일까요」 




단 한 가지, 알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거기서 혼자 계신다. 
그렇다면 제가 해야 할 일은 명백했습니다.
비록 그곳이 어떤 곳이든 저는 그분의 곁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타카네「혼자서 외로웠겠지요.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버렸습니다」 



부엌에서 칼을 꺼내고, 저는 그것을 목에 꽂았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는 어중간한, 죽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내버리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두 번째는 아픔을 아는 만큼 망설여 버려서 얕게 박히고 말았습니다.



굳은 결심을 하고 기세를 붙인 세 번째, 드디어 칼날은 목 깊이 박혔고 남은 것은 이걸 뽑는 것뿐입니다.

목에 먹혀든 칼날을 뽑으면, 피가 근처에 흩날렸습니다.


단말마 괴로움이 덮쳐 오는 중에, 흰 벽에 주홍색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숨쉬기도 힘들어졌을 무렵, 눈만을 굴려 근처를 보면 피바다에는 먼지가 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괴로워하지 않고 죽을 수 있었던 그분을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순백위에서 자던 그대로 있었다면,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이 괴로움은 그 분을 기다리게 한 벌입니다.
만족하면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일까요?
점차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죽음은 손가락이 닿을 만큼 가까워진 거겠지요.



그 날 넘쳐 흐를 것 같던 달이, 지금은 손이 닿을 것 같이 가깝고 크게 보입니다. 

창문에서 보이는 칠흑의 하늘에 두드러지게 빛나는 고독한 달입니다. 


거기에 손을 뻗을 힘은 이제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갖고 싶다고 더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분이 없는 세계에는 아무 미련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일까요.


지금도 여전히 미친 듯이 안고 있는, 이 사랑이 다 할리는 없습니다. 
그분을 향한 사모하는 마음이 지금의 저의 전부입니다.
이 마음만을 가지고 그분에게로 갑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 눈이 흐려져 보이지 않게 되고 빛의 밖으로, 밖으로 의식도 쫓아내졌습니다.



감아버린 눈꺼풀 안은, 끝도 없는 깜깜한 경치가 퍼지고 있습니다. 

그곳은 모든 곳을 감싸는 상냥한 어둠의 세계입니다. 


        【끝】 

출처 - http://elephant.2chblog.jp/archives/51879578.html

991364530_37d04c6f_images.jpg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