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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신데렐라 스토리즈」겨울에 피는 꽃

댓글: 9 / 조회: 2177 /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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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6, 2016 13:01에 작성됨.

원작자 : ぽんぽん님

픽시브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010283 

 

오래 걸렸지만 IF 신데렐라 스토리즈 시리즈입니다. 

얼른 끝내야 하는데 계속 오래 걸리네요. 힘내보겠습니다. 

후미카 위주의 스토리가 많은 것은 착각이 아닙니다. 

작가 분도 그렇게 언급하셨기 때문에. 

 

//

 

 

그녀는 연말의 조금 들뜬 분위기를, 싫어하지 않았다.

산타클로스나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하얀 솜으로 만들어져 눈을 연상시키는 장식품.

화려한 전구 장식.

매상을 불리려고 하는 장난감 메이커나 소매점의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거리의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해도 싫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모두 알게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기말고사의 결과나 연말연시의 예정이 신경 쓰이는 여고생.
평소보다 사는 물건의 양이 많아지는 주부.
크리스마스 선물의 내용물이 궁금한 초등학생.
손자 손녀의 선물을 생각하는 노인.

모두가 한 이벤트를 향해, 약간의 불안과 커다란 희망을 갖고 나아가는 거리.

그녀는 겨울의 방문을 알리는 차가운 공기 속을 걷는 것이 좋았다.

책을 읽으면 그 작가의 세계에 빠져들 수가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거리의 공기 속에 빠져들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단지 가능하다면 이 기분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 마음은 살짝 가방 속에 담아두었다.

 

 

겨울에 피는 꽃

 

 

346 프로덕션에는 연말에 항상 하는 크리스마스 라이브를 개최하고 있다.
아이돌 부문에서는 이 라이브를 중시하기 때문에, 누가 출연할지가 주목받고 있었다.

"저희 신데렐라 프로젝트에서도 출연자가 정해졌습니다."

아침, 프로젝트 룸에 모인 나츠키, 후미카, 아리스, 그리고 프레데리카
네 사람 앞에서 프로듀서가 종이에 쓰인 멤버를 호명한다.

"키무라 나츠키 양, 그리고 '원더랜드' 두 분, 즉 타치바나 양과 미야모토 양이 출연합니다."

"엑─, 크리스마스에 일이라는 건 달링하고 데이트 할 수 없단 거자낭."

듣자마자 프레데리카가 말한다.

덧붙여 그녀는 위장 스토커 사건 이후로, 프로듀서를 '달링'이라고 부르게 됐다.

처음에는 한동안 아리스도 주의를 줬지만, 곧바로 그만두고 만다.

"설령 프레데리카 씨가 한가해도 프로듀서는 일이니까요."

아리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그렇지."

하고 프레데리카는 웃는다.

그런 와중에 나츠키가 질문했다.

"나하고 아리스는 둘째치고, 후미카는 어쨌는데?"

"사기사와 양은…."

나츠키의 질문에 그는 약간 말을 머뭇거렸다.

"사기사와 양께선…, 라이브의 백업 멤버를 맡아주셔야 합니다."

"백업이란 건 뭐예요? 프레쟝 셰이프 업Shape up이라면 자신 있는데."

(역자 주 : 셰이프 업. 적당한 스포츠, 식생활로 비만과 몸매 개선을 꾀하는 것) 

"백업 멤버라는 건, 출연하고 있는 멤버에게 만약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대신 출연하는 사람입니다."

프레데리카의 반 장난식의 질문에도 프로듀서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즉 보결이라는 말?"

"프레데리카 씨!"

프레데리카의 무신경한 발언에 무심코 아리스는 소리를 지른다.

"예에, 뭐…."

그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 뒷덜미에 손을 대며 긍정했다.

보결이라는 말은 확실히 정곡을 찌르는 것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배려가 담긴 말은 아니다.

"사기사와 양…."

프로듀서는 약간 걱정되는 듯 후미카에게 말을 걸었다.

그것에 대해 후미카는,

"…괜찮답니다. 전원 출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 저는 백업 멤버로… 힘낼게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후미카의 웃는 얼굴에 조금이나마 안심하는 나머지 일동.

하지만 후미카 본인은 약간 복잡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

 

346 프로덕션 안에 위치한 카페.

이곳은 후미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다.

멤버들과 얘기하기에도 좋고 혼자서 책을 읽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리고 고민이 있을 때도, 이곳에서 홍차를 마신다.

"후우…."

레몬티를 한 모금 마신 후, 후미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마스 라이브에서 백업 멤버로 들어가게 된 건 어느 의미론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멤버 중에서는 데뷔가 늦었을뿐더러 실력으로도 나츠키를 비롯한 멤버들에게 떨어지는 후미카가,
다른 인기 아이돌들하고 함께 스테이지에 선다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다.

그럼에도, 마음 속에서는 답답함이 남았다.

(이런 기분이 들다니, 저도 아직 멀었네요.)

라이브의 개요가 쓰인 서류를 바라보면서, 후미카는 한 번 더 한숨을 쉬었다.

"응?"

문득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네.)

평소대로라면, 이 정도 타이밍에 타카가키 카에데가 말을 걸어오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이 며칠 간 사내에서 타카가키 카에데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저, 나나 씨."

후미카는 점원을 불렀다.

"네, 왜 그러세요?"

헤드 드레스는 착용하지 않있지만, 메이드 복장의 점원이 대답한다.

"그게, 카에데 씨는… 타카가키 카에데 씨는 뭘 하고 계신가요."

사실 이런 얘기는 프로듀서에게 묻는 게 빠르지만, 오늘은 그와 이야기 할 기분이 아니었다.

"카에데 씨요? 그러니까, 분명히 저번 주부터 일로 큐슈에 가 계신 것 같더라구요?"

점원이 말했다.

"큐슈…."

"카에데 씨는 인기 아이돌이니까, 요전번에는 오키나와에도 간 모양이던데요.
저도 가보고 싶네요. 아아, 하지만 오키나와에 가면 피부가 타서 얼룩이 질지도…."

그렇게 말하며 점원은 자기 볼을 만졌다.

"가, 감사합니다."

점원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다시 후미카는 생각에 잠긴다.

(먼 곳에 계시는구나….)

크리스마스 라이브의 멤버를 보자, 타카가키 카에데의 이름이 첫 번째에 있었다.

인기 아이돌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 중에서도 그녀의 위치는 특별하다.

(그에 비해 나는….)

카에데의 위치와 자기가 놓여있는 상황을 비교하자 괜시리 더 비참한 생각이 들고 만다.

(음, 안 되지, 안 돼.)

레몬티를 한 모금 더 마신 후미카는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뜬다.

대기 선수라면 대기 선수답게, 다음 라이브로 이어지도록 성심성의껏 해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는 일어섰다.

하지만───

"사기사와! 뭘 하고 있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트레이너의 노성이 날아온다.

연말에 있을 크리스마스 라이브를 위해 레슨실은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 분위기에 삼켜지고 말았는지, 후미카는 연습에서도 미스를 반복했다.

이래서는 본 무대 어쩌고 할 게 못 된다.

백업 멤버라는 출연이 보장되지 않은 지위에 대해 어딘가 마음이 풀어졌던 걸까.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뭔가 영향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연습 후, 땀을 닦으며 후미카는 생각한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괜찮을 리가 없다.

이대로 계속 백업 멤버이거나, 잘못하면 그 백업 멤버에서조차 제외되고 만다.

현실적인 위기감각이 그녀를 습격한다.

그 초조함이 겹치고 겹쳐 미스를 유발하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초조해 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가 없었다.

(이대론, 아이돌을 계속 할 수 없게 돼.)

아무리 프로듀서 담당 아이돌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인기가 없는 아이돌을 언제까지고 끌어안고 있을 정도로 회사도 관대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데뷔하기까지 회사 경비로 착살히 레슨을 받게 해 준 것에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른다.

"연습…, 하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다 만 후미카는, 다시 레슨실로 돌아왔다.

아주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 크리스마스의 일루미네이션이 몇 개고 눈에 들어왔다.

세상은 완전히 크리스마스 무드 일색. TV를 틀면 징글벨이 울리고,
거리로 나가면 연말 쇼핑 전쟁 광고지가 싫어도 눈에 밟힌다.

하지만 지금 후미카는 그런 분위기에 취해 있을 틈이 없었다.

(누구보다도 잘 하게 되고 싶어.)

마음 속으로 그렇게 되뇌이고, 단체곡의 구성을 생각한다.

자기가 센터라면 어떻게 춤출 것인가.

만약, 자기가 혼자 무대에 선다면….

마음 속에서 상상이 펼쳐진다.

(안 돼, 안 돼.)

책을 읽었을 때처럼 여행을 시작한 스스로의 생각을 현실로 되돌린다.

지금은 착실한 연습이 필요하다.

하나 하나 쌓아가는 길밖에 없다.

단지, 라이브 경험이 적은 후미카에게 본 무대를 상정한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것도 적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멤버들은 같은 프로젝트에 있으면서 자기보다 한 발짝 두 발짝 앞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은 프로젝트 멤버와의 차이에 초조한 그녀에겐 한 가지 더 걱정이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없어져.)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남자.

그와 함께 있을 수 없게 된다, 그 공포가 후미카를 몰아붙인다.


"여기 있었구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슨실 입구를 보자, 그곳에는 나츠키의 모습이 있었다.

"나츠키 쨩…?"

"뭐하고 있어?"

"그…, 연습을."

"크리스마스 라이브의?"

"네."

잘 보자 나츠키도 저지 차림이었다.

방금까지 그녀도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위해 연습하고 있었겠지.

후미카는 프로젝트 룸에 있던 예정표를 생각해냈다.

"있었나요? 나츠키 씨."

아리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야호─, 후미링."

프레데리카도 함께다.

"다들, 어째서."

"어째서라니, 후미카. 연습하는 거잖아? 크리스마스 라이브."

그렇게 말하며 나츠키는 뒷통수를 긁적였다.

아예 똑같진 않지만, 그녀의 동작은 어딘가 그 사람과 닮았다고 후미카는 생각한다.

"그렇지만요…."

"그럼 같이 단체곡 연습을 하지 않겠어? 포메이션이 중요한 곡이고, 혼자선 하기 힘들잖아."

나츠키는 말하면서 웃는다.

"맞아맞아, 혼자보다 다 같이 하는 게 즐겁고."

프레데리카도 마찬가지로 웃는다.

"프레데리카 씨? 노는 게 아니라 일이라구요."

어이없다는 듯 아리스가 주의를 준다.

"알고 있어, 아리링."

그렇게 말하고 프레데리카는 아리스에게 안겨든다.

"아리링은 뭔가요 정말!"

프레데리카의 얼굴을 오른손으로 밀어내면서 아리스는 화를 낸다.

하지만, 표정은 그리 싫어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둘의 행동은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그래서, 할 거야?"

나 원 참, 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츠키는 이쪽을 보고 물었다.

"네, 부탁드릴게요."

후미카는 등을 꼿꼿하게 펴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관 둬, 우리들 사이에 그러기야?"

"하지만, 개별 연습으로 지쳐있는데…."

후미카는 멤버들의 컨디션도 걱정한다.

실제로 출연이 결정된 그녀들의 연습은, 다른 아이돌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지쳐 널부러져 있을 순 없지. 나리는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

그랬다.

프로듀서는 언제나 아이돌 이상으로 일하고, 자신들을 지탱해주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의욕이 솟았다.

"해요."

후미카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방금 전까지 어두웠던 마음은, 어딘가로 날아가버린 것 같았다.


*


한 차례 연습을 끝낸 후미카는 숨을 골랐다.

단체곡만이 아니라 자신의 솔로곡, 그리고 다른 유닛의 곡도 맞추어 연습한 것이다.

어느 것도 프로듀서로부터 요청이 있었던 곡이다.

딱히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의미 없어지는 연습.

바로 전까지, 후미카는 마음 속 어딘가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크리스마스 라이브에 출연하는 나츠키나 아리스, 그리고 프레데리카.

또, 타카가키 카에데를 위시한 346 프로덕션의 동료들에게 만약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연습.

그리고, 설령 라이브에 출연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도 그렇게 노력했단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들…. 연습에 어울려 주셔서…, 감사해요."

후미카는 그렇게 말하고 멤버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관두래도, 후미카."

그런 후미카에게 나츠키가 말한다.

그녀가 자랑하는 리젠트 풍의 헤어스타일이 땀으로 무너져 있었다.

"우리들한테 배려하지 마. 동료잖아?"

"맞아요, 후미카 씨."

나츠키의 말에 아리스도 뒤따른다.

"그래, 그래. 후미링. 다 같이 서로 돕는 거, 멋지지 않아?"

지친 기색도 없이 프레데리카는 웃는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출입구 방향을 보자, 정장 차림의 프로듀서가 들어왔다.

"수고, 나리."

나츠키는 오른손을 들어 인사했다.

"이미 시간도 늦었으니, 돌아갈 준비를 해 주십시오."

레슨실의 시계를 힐끗 보고서 그는 말했다.

"아, 네."

전원이 정리를 시작하는 동안, 프로듀서는 후미카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 사기사와 양."

"네…, 왜 그러신가요."

후미카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보았다.

"저도 이제 돌아갑니다만 그…." 그는 조금 부끄러운 듯 오른손을 뒷덜미에 대었다.

"같이, 돌아가시지 않겠습니까."

"엑…."

의외의 권유에 당황하는 후미카.

한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뭐어야? 달링도 가는 거야? 그럼 프레쨩도 같이 돌아갈래."

어느샌가 가까이 다가온 프레데리카는 그렇게 말하고 프로듀서의 굵은 팔에 달려들었다.

"참 나, 분위기 좀 읽어라."

그렇게 말하고 프레데리카를 프로듀서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나츠키.

"누가 아니래요."

아리스는 프레데리카의 왼팔을 꽉 잡아 안았다.

"에엑─? 나도 달링하고 같이 가고 싶어."

"네, 네. 다음 번에 말이지."

"부─부─."

불만스러워 하는 프레데리카의 양쪽에 나츠키와 아리스가 서서,
마치 범죄자를 연행하는 형사처럼 출구 방향으로 데려갔다.

"그럼, 힘내라고. 둘 다."

나츠키는 그렇게 말하고 윙크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리스는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짓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세 사람이 없어진 레슨실은, 조용한 공기에 휩싸인다.

"저, 그래서…."

프로듀서는 다시금 후미카에게 얘기한다.

"아, 네. 알겠어요. 오, 옷 갈아입고 올 테니, 조금 기다려주시면."

"네."

후미카는 다급히 타올과 비어버린 페트병을 품에 안고 탈의실로 향했다.

 

*

 

(괜찮을까…, 땀 냄새 나지 않으려나.)

정성들여 땀을 닦고, 땀 억제 디오더런트로 체취를 지운 후미카는 회사 로비에서 프로듀서를 기다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가방을 들고, 남색 코트를 입은 프로듀서가 후미카에게 말을 걸어 왔다.

"아, 네. 저도 방금 나왔어요."

후미카는 긴 머리칼을 귓가로 쓸어넘기며 그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확인했다.

코트 차림의 그는, 평소와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 가실까요."

"네."

그와 같이 돌아가는 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도 하숙하는 곳까지 배웅받는 적이 있다.

별로 드문 일도 아니다.

항상 있는 일, 항상 있는 일.

후미카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뇌인다.

역까지 가는 길을 둘이 나란히 걷는다.

키가 큰 그는 걷는 것이 빠를텐데, 그는 후미카를 두고 가지 않았다.

항상 후미카가 걷는 속도에 맞추어 주고 있다.

다른 멤버들과 같이 걷게 된 후로 자주 느끼게 되었다.

(당신은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맞추어주는 거네요.)

어둠 속에서, 옆모습을 보며 문득 후미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숨결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미 완전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로군요."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 빌딩에서 빛나는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을 보며 그가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좋아하시나요?"

후미카가 물었다.

"네, 좋아합니다."

그가 대답한다.

"……."

"왜 그러시죠?"

"아뇨, 남성 분이 그렇게 말하는 건…, 조금 의외여서요."

후미카가 아는 고향의 남자는, 시골인 탓인지 고풍스러운 사람이 많아 (특히 아버지)
이런 서양의 이벤트를 즐기는 모습은 아무래도 신기한 것이다.

"연말에는 바쁜 날도 많습니다만, 많은 사람이 미소짓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좋아하지요."

"…저어."

"네."

"저도, 좋아해요. 크리스마스."

"똑같군요."

"네."

그의 상냥한 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같이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자, 어쩐지 즐거워지고 만다.

신호의 색이 바뀌어, 다시금 걸음을 옮긴다.

"그, 크리스마스 라이브 건 말입니다만…."

그의 말투가 조금 무거워졌다.

여기서부터가 메인 테마라고, 후미카는 생각 했다.

"뭔가요?"

"역시, 쇼크셨습니까."

"쇼크라고 하시면."

"사기사와 양만, 백업 멤버로 들어간 것 말입니다."

"……."

후미카는 잠깐 생각에 빠졌다.

쇼크가 아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단지 지금은 그 현실을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

"그, 슬프지 않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하지만 지금 제 실력을 생각하면, 그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말하고서 조금이지만 슬퍼졌다.

하지만, 지금 건 거짓말이 아니다.

"사기사와 양."

"네."

"이렇게 말하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에?"

"조금, 안심했습니다."

"안심…, 하셨다고요?"

그가 한 의외의 말에 놀라는 후미카.

지금까지 한 대화 속 어디에 안심할 요소가 있었다고 하는 걸까.

"그,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는 조금 당황한 듯 해명을 한다. 그리고 진중하게 말을 골랐다.

"그게, 레귤러 멤버로 선발되지 못한 걸로 쇼크를 받는 건 아이돌이라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아이돌 한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엔 무대에 설 수 있는 아이돌과 그렇지 않은 아이돌이 갈리고 말지요."

"……."

"지금은 많은 아이돌이 데뷔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탑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카에데 씨처럼, 말인가요?"

"네, 뭐…."

연예계는 경쟁사회. 그것도, 어느 곳보다도 엄격한 경쟁사회다.

팬의 가치관이 다양화되어 있다고 해도, 역시 이겨 살아남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있다.

"무대에 서지 못해 분하다, 그런 마음을
사기사와 양이 갖고 있는 걸 알 수 있어 저는 안심했습니다."

어째서인가요?

그렇게 물으려다, 후미카는 그만두었다.

그의 뜻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바로 조금 전까지의 자신이었다면 무대에 서지 못해 슬프다던가,
분하다던가 하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무대에 서려고조차 하지 않았을 터다.

마음이 편한 장소에서 혼자 책을 읽는다.

그런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던 그 때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저, 변했나요."

"스스로 가장 잘, 알고 계시지 않은가요."

그는 말했다.

"당신이 바꾼 거라구요."

장난치는 듯한 웃음을 띄우며 후미카는 대답한다.

"아뇨, 변하신 건 사기사와 양 스스로…."

그는 곤란한 것처럼 말끝을 흐린다.

당황한 옆모습이 너무도 귀엽게 보였다.

"후후, 농담이에요."

후미카는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그녀의 미소를 보고, 그도 안심한듯 웃었다.

"확실히 말씀하신 것처럼, 분하다는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백업 멤버로써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해요. 설령 출연할 기회가 없다 해도."

"사기사와 양…."

"못 미더울지도 모르지만…, 절 믿어주시지 않겠어요?"

"그도 그럴게, 전…." 여기서 후미카는 조금 말을 멈추었다. 왜냐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나머지 말을 이었다. "저는, 당신이 선택해 준 아이돌이니까요."

"네, 믿습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해 주었다.

그것만으로 후미카는, 행복했다.

 

*

 

크리스마스 라이브 당일.

그 날 후미카는 다른 멤버들과 같이 행동하지 않고, 프로듀서와 함께 있었다.

화려한 무대 의상이 아닌 스태프 점퍼를 입고 긴 흑발을 고무로 묶었다.

라이브를 위한 짐들을 옮기고, 스태프들을 위해 차를 내 온다.
그런 사소한 잡일을 혼자서 떠맡게 된 것이다.

"의상 체크는 끝났습니까? 전구들의 확인도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는 평소 이상으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어쨌든 라이브 당일은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있다.

그것도 예정은 항상 틀어지는 법이다.

"저기요! 6번 마이크 소리가 안 나옵니다!"

"예비 마이크를 가져와 주십시오."

"저, 그건 어디에."

"담당하시는 마츠카와 씨한테 여쭈어 주시길."

"네."

어리버리한 스태프에게도 정확히 지시를 내리는 프로듀서.

평소의 착 가라앉은 분위기도 나쁘지 않지만, 열심히 일을 이끄는 그의 옆모습도 멋지다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후미카 쨩, 이 짐 좀 옮겨줄 수 있니."

"아, 네."

스태프의 부탁을 받아 골판지 박스를 옮긴다.

후미카는 일이 능숙하지는 않지만, 의외로 힘은 있는 편이다.

"사기사와 양."

짐 옮기는 것을 끝내고 스태프 룸에 돌아오자, 프로듀서가 후미카를 불렀다.

"왜 그러세요?"

"잠깐, 괜찮으십니까."

"네…."

프로듀서의 말을 따라 간 곳은 출연자용 대기실이었다.

"오, 나리. 후미카도."

그곳에는 무대용 의상으로 몸을 감싸고, 화장도 완벽히 마친 나츠키가 있었다.

"후미카 씨!"

"안─녕, 후미링."

아리스와 프레데리카도 있었다.

"후미카, 그 모습도 어울리는데."

나츠키는 후미카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나츠키 쨩 쪽이 더, 예뻐요."

"예쁘다니, 어울리지도 않는 소릴."

후미카의 말에 나츠키는 조금 부끄러워한다.

그런 표정도 또 귀엽다고 생각했다.

"아뇨, 정말 아름답습니다. 키무라 양."

프로듀서가 나츠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음…, 정말, 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 좀 하지 마."

조금 얼굴을 붉힌 나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피했다.

"어라? 낫치 부끄럼 타?"

그런 나츠키를 돌리듯 프레데리카가 말했다.

"딱히 그런 거 아니거든!"

부끄러움을 감추듯 말투에 힘을 주는 나츠키.

"키무라 양은, 처음 곡을 불러주셔야 합니다."

프로듀서가 말했다.

"엉. 기선 제압은 맡겨두셔."

그렇게 말하고 나츠키는 왼손으로 주먹을 만들어 보였다.

"어머, 떠들썩하네요."

갑자기 다른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에데 씨."

"네, 카에데랍니다."

오랜만에 보는 타카가키 카에데였다.

평소 모습도 아름답지만, 무대 의상을 몸에 두른 모습은 또 격이 다르다고 후미카는 생각한다.

"카에데 씨, 정말로 예뻐요."

아리스가 말했다. 후미카도 그렇게 생각한다.

"고마워요. 하지만 아리스 쨩도 정말 미인인걸."

카에데는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지어보인다.

"저, 저는 아직. 한침 멀었어요."

"카에데 씨, 프레쨩은 어때?"

"프레쨩도 미인이에요."

"땡큐─. 카에데 씨도 초 미인이야."

프레데리카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운다.

"저, 카에데 씨."

느닷없이, 후미카가 말을 건다.

"왜 그러시죠?"

"그…, 힘내주세요."

"네. 당신도 말이죠."

"저, 말인가요?"

오늘 후미카가 출연할 예정은 없는데 말이다.

"네. 저 사람을, 제대로 지켜봐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카에데는 오드아이를 덩치 큰 정장 차림의 남자를 향해 돌렸다.

"제 얘깁니까."

그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 뒷덜미를 만졌다.

"아, 네. 맡겨만 주세요."

어째선지 잘 알지는 못했지만, 후미카는 그렇게 대답했다.

"키무라 양, 얼마 안 남았습니다."

시계를 보며 프로듀서가 말했다.

"그렇구만."

나츠키는 힘있게 끄덕였다.

"사기사와 양. 저희도, 이만 돌아갑시다."

"네."

후미카는 그를 보며 끄덕인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있는 쪽을 보았다.

"다들, 조심하고요."

"엉. 맡겨 두셔."

나츠키는 그렇게 말하고 엄지를 척 세웠다.

"힘낼게요."

아리스가 말했다.

"흥흐흐ㅡ응. 프레쨩도 힘낼 거니까."

프레데리카도 뒤따른다.

전부, 멋진 미소라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

 

크리스마스 라이브는 나츠키의 데뷔곡으로 막을 열었다.

데뷔 이벤트나 사기카와 마츠리 때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리고 분위기를 달구었다.

많은 아이돌들이 출연한 가운데, 격이 다른 열기를 이끌어내는 건 역시 타카가키 카에데였다.

수천명 규모의 사람 안에는 여러 아이돌의 팬이 섞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에데가 스테이지에 올라온 순간 분위기가 뒤집힌다.

라이브 회장의 펜라이트가 녹색으로 물들고, 모든 관객이 카에데를 주목한다.

흐름을 바꾸어버릴 수 있는 아이돌.

연예계가 아무리 넓다고 한들, 쉽사리 찾아볼 수는 없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백업 멤버로도 괜찮다고 생각하던 후미카였지만,
카에데의 모습을 무대 뒷편에서 본 순간 생각했다.

자기도 무대에 서고 싶다고──


그후로도 라이브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앞으로 몇 곡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화려한 무대 위와는 달리, 스태프들은 필사적으로 라이브를 서포트하고 있다.

프로듀서도 정장 상의를 벗고 준비에 임하고 있다.

"다음, 단체곡입니다!"

한 스태프가 외친다.

"코히나타 양, 이쪽으로."

"네!"

스태프의 호출을 받고, 코히나타 미호가 종종걸음으로 의상을 갈아입으러 가던 그 때.

"앗."

"뭐야!?"

미호는 몸의 중심을 잃고, 오른 발목을 손으로 짚고 있었다.

"코히나타 양!"

누구보다도 빠르게 미호에게 달려오는 프로듀서.

"프로듀서 씨."

독특한 억양으로 그녀가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문제 없어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려고 하지만, 다시 밸런스가 무너진다.

"이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미호의 몸을 지탱했다.

"죄송해요."

미호가 사과한다.

그런 그녀에게,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미호를 안아 올렸다.

이른바 공주님 안기, 라고 하는 그것이다.

"꺄악."

놀랄 새도 없이, 미호를 가까이 있던 파이프 의자에 앉힌다.

"저, 뭘…."

"잠시 조용히."

그는 재빠르게 부츠를 벗기고 미호의 발목을 확인했다.

"접질린 것 같군요. 가벼운 염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인대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 괜찮아요."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어느새 빨갛게 부을 겁니다."

그는 냉정하게 말을 잇는다.

의사는 아니지만, 몇 번이고 같은 상처를 보아온 게 아닐까.

후미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덧붙여 접질린 발목은 아직 붉어지진 않았지만, 미호의 얼굴은 귀까지 붉어져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부터 단체곡인데."

미호가 말했다.

"출연은, 허가할 수 없습니다."

그에 대해 그는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무대에 구멍을 내고 만다.

"코히나타 양. 저희들 스태프에겐, 당신들 아이돌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물고 늘어지는 미호.

후미카보다 나이가 어린 그녀지만, 프로의식이란 점에서는 후미카보다 위를 걷고 있다.

"괜찮습니다…. 사기사와 양, 계십니까."

갑자기 후미카의 성을 부르는 프로듀서.

"아, 네."

놀랐지만, 후미카는 곧바로 대답했다.

"나가실 수 있겠습니까."

그는 후미카에게 물었다.

"할 수 있어요."

두근두근거린다.

그럼에도 후미카는 대답했다.

할 수 있다, 고.

"알겠습니다. 코히나타 양 대신에, 사기사와 양을 엔트리에 넣고 스탠바이를."

그는 한 스태프에게 그렇게 지시했다.

"하지만 의상이."

"E 13번입니다. 거기에 사기사와 양의 의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의상을 담당하는 여성 스태프가 후미카에게 다가왔다.

"가요."

"네."

다급히 대기실에 들어간 후미카는 여러 명의 스태프의 협력을 받아 의상으로 갈아입고, 메이크를 마쳤다.

"3분 남았습니다!"

느긋하게 화장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본 방송 전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은빛 드레스를 몸에 두른 후미카는 자신의 모습을 빤히 관찰할 여유도 없이 무대 뒤의 대기 위치로 서둘렀다.

그곳에는 이미, 다른 멤버들이 단체곡 용 의상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기사와 양."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남자의 목소리.

그 사람이었다.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마에 야트막한 땀을 흘리는 프로듀서가 후미카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조금 부끄럽다.

"각오는, 되어계십니까?"

그가 묻는다.

"네, 오늘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아니, 며칠도 전부터 각오는 되어있어요."

후미카는 그렇게 딱 잘라 말했다.

그 말에 한 점의 거짓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녀오십시오."

"네."

후미카는 끄덕이고, 다른 멤버들 곁으로 갔다.

"안무를 맞춰볼 시간은 없어."

가까이에 있던 카와시마 미즈키가 말했다.

"네, 알고 있어요."

후미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성장했구나."

그런 후미카를 보고 미즈키는 웃었다.

"네?"

"아무 것도 아냐."

"시간 다 됐습니다!""

스태프 한 사람이 외쳤다.

여기서부터는, 진검승부의 세계다.

대리라던가 예비 멤버 같은 소리를 하고 앉아있을 순 없다.

무대에 서는 이상, 모두가 아이돌인 것이다.

 


*

 


크리스마스 라이브 다음 날, 즉 12월 25일.

조금 늦은 크리스마스 파티 겸 망년회가 346 프로덕션 안의 홀에서 열렸다.

라이브 당일은 아무래도 정리나 뒷처리로 바빴기 때문에, 뒷풀이는 하지 못했지만
이 날은 크리스마스 라이브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사원들이 중심이 되어 파티 준비를 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파티라는 소릴 들었을 땐 글쎄하고 생각했지만, 그럭저럭 잘 됐는걸."

오렌지 주스를 한 손에 든 나츠키가 말했다.

테이블이 따로따로 준비된 것이 아닌, 이른바 서서 돌아다니는 파티다.

"애초에 호텔같은 회사 건물이니까요."

아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긍정한다.

"신데렐라의 무도회라고 하기엔 조금 지나치게 러프할지도."

"둘 다, 즐기고 있어~?"

조금 볼을 붉게 물들인 프레데리카가 말했다.

"어이, 프레. 너 마신 거냐?"

"어어~? 안 마셨는거얼. 프레쨩 이래 보여도 미성년이라구요~?"

"항상 취해있는 것 같으니까 차이를 모르겠구만."

나츠키가 그렇게 말하자,

"이하동문이에요."

아리스도 동의했다.

"저, 저기…, 여러분. 수고하시네요."

그런 세 사람에게 후미카가 말을 건다.

"오, 후미카. 꽤 어울리는데."

후미카의 모습을 본 나츠키가 말했다.

"아뇨, 평상복인걸요."

그렇게 말은 하지만, 이 날을 위해 비교적 꽤 좋은 옷을 골랐음은 뻔했다.

"아, 달링이다아."

프레데리카가 조금 얼빠진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전부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 쏠렸다.

"수고하십니다."

프로듀서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이미 늦어─. 담당 아이돌을 내팽개치고 어딜 쏘다니는 거야아─. 흥흥."

"미야모토 양…, 마신 겁니까."

그는 프레데리카의 붉게 물든 얼굴을 보며 물었다.

"술 안 마셨어─여. 프레쨩 이래봬도 미성년이라구? 팔팔하다구?"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슬쩍 자기 어깨 부근을 보인다.

"프레데리카 씨! 천박한 짓 하지 마세요."

아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프레데리카의 팔을 잡아당겼다.

"뭐하는 거야─. 나는 달링하고 못 만나서 외로웠는데에."

"프로듀서 씨는 회사의 높은 분들에게도 인사해야 돼요. 저희들만 신경 쓸 수는 없다구요?"

"아뇨, 타치바나 양.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마시길."

그가 그렇게 말하자,

"프로듀서 씨도 프레데리카 씨를 좀 지나치게 감싸고 도는 거 아닌가요?"

아리스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럴 생각은…."

"프레쨩은 칭찬받고 크는 타입이니까, 달링은 계속 이래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프레데리카는 프로듀서에게 달려든다.

"미야모토 양, 그건 좀."

"프레데리카 씨도 진짜! 나츠키 씨, 죄송한데요."

"알았어."

나츠키의 도움도 받아 프로듀서로부터 프레데리카를 떼어놓는 것에 성공한 아리스는, 그녀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싫─엉, 달링하고 프레쨩을 갈라놓지 마─."

"이상한 말투 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달링은 금지예요."

흥흥 화내면서 아리스가 주의한다.

그리고 남겨진 후미카와 프로듀서.

"……."

뭘 이야기해야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거리고 있자,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새삼스럽지만 어제 라이브, 수고하셨습니다."

"아니에요, 전."

"멋진, 퍼포먼스였습니다."

"다른 분들 덕분이에요."

"다른 분들이라고 하면."

"나머지 멤버들 말이에요…. 제 연습에도 어울려 줬고요."

"사기사와 양 덕분에 라이브도 무사히 성공했습니다. 감사하고 있어요."

"아뇨…, 저야말로, 당신에겐 감사하고 있답니다."

"제게, 말입니까."

"네. 라이브뿐만 아니라, 뒤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저희들이 안심하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다른 분들의 서포트가 있기 때문이란 걸 잘 알았는걸요."

"귀중한 체험이, 되었군요."

"네…, 그런데, 그…."

후미카의 뇌리에 스치는 게 있었다.

"왜 그러시죠?"

"코히나타 씨는, 괜찮은 건가요."

코히나타 미호.

그녀가 발을 접질러서, 후미카가 대신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코히나타 양이라면, 오늘 아침에 만났습니다. 괜찮다고 하는군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갑자기 뒷편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대단히 즐겁게 얘기하시고 계시어요."

"아, 안녕하세요."

뒤돌아보자, 그곳에는 기모노 차림의 코바야카와 사에와 코히나타 미호가 서 있었다.

"코히나타 양. 발은, 괜찮으십니까."

"네. 프로듀서 씨가 말씀하셨던 대로 밤에는 부어올랐지만 별 탈은 없었어요. 지금도 파스를 붙이고 있고요."

그렇게 말하고 미호는 접질렀던 오른발목을 보여주었다.

지금은 양말을 신고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평범하게 걸을 수 있는 상태라 후미카는 안심했다.

"후미카 씨, 제 대신 나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이는 미호.

"아뇨, 저야말로 귀중한 체험을 했으니까요. 그, 발 쪽은 정말 괜찮은가요?"

"네. 괜찮아요. 금방 좋아진단 소릴 들었거든요. 단지──."

"단지?"

"마지막까지 스테이지에 서 있지 못했던 건, 좀 아쉽네요."

그녀 또한 아이돌.

역시 누구보다도 무대에 서고 싶단 마음이 있다고, 후미카는 다시금 생각한다.

"코히나타 양."

그런 미호에게 프로듀서는 몸을 숙이며 말을 건다.

"네, 왜 그러세요?"

"코히나타 양이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은 잘 압니다. 하지만, 당신은 앞으로도 활약해주셨으면 하기에, 그."

"이제 충분해요, 프로듀서 씨. 저를 걱정해 주신 거죠."

"미호 양은, 프로듀서 씨에게 공주님 안기를 받은 게 기뻤던 거 아니어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코바야카와 사에가 말했다.

"에엑? 따, 딱히 그런 거 아닌데."

"그건, 죄송합니다. 그, 초조했던 탓에…."

사에의 말에 미호가 얼굴을 붉혔지만, 프로듀서도 곤란하다는 듯 뒷덜미를 만지고 있었다.

"아, 아뇨. 괜찮아요. 별로 이상한 뜻은 없었던 거죠."

"아, 네. 당연합니다."

"하지만 미호 양의 발은, 매끈매끈해서 좋지 않았는지요?"

"그것은 뭐…."

"사에 쨩!!"

귀까지 빨개니 미호는 사에를 잡아끌고 그 자리에서 멀어져갔다.

"그럼, 다음에 뵈어요."

부끄러운 표정의 미호와는 달리, 여유 가득한 미소를 띄운 사에는 손을 흔들며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갔다.

"프로듀서 군!"

이번에는 샴페인 병을 든 카타기리 사나에가 달려온다.

"뭐하고 있는 거야, 정말. 반성회 할거야."

그렇게 말하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아뇨, 하지만."

프로듀서는 망설이며 후미카 쪽을 보았다.

"저는 괜찮아요. 다른 멤버들이 있는 곳에 갈테니까요."

"그런가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네."

후미카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프로듀서는, 사나에에게 연행되어버렸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후미카.

(다른 멤버들, 어디에 있는 걸까.)

나츠키나 아리스를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자,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카에데 씨…."

"네, 카에데랍니다."

타카가키 카에데였다.

술을 마시고 있는지, 조금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의 매력이라는 것일까. 붉게 물든 얼굴의 카에데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라고 약간 생각하는 후미카.

"저, 크리스마스 라이브. 수고하셨어요."

"수고했어요. 후미카 쨩도 힘냈지요."

"아뇨, 전."

"스태프들하고 라이브를 도왔잖아요? 그리고 미호쨩 대신 출연도 했고. 대활약 아닌가요."

"그런 건. 카에데 씨하고 비교하면…."

후미카의 머릿속에 카에데의 라이브가 되살아난다.

회장을 하나로 모아버리고, 큰 파도를 만들어 내는 힘.

많은 아이돌이 있는 이 세계에서도, 그만큼의 인기와 실력을 가진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런 걸까요."

"네. 하, 하지만, 그."

"?"

"언젠간, 카에데 씨를 뛰어넘는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어머."

"…!"

무심코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 말에 카에데는 놀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그 말을 한 후미카 스스로가 놀란다.

(대체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거람? 햇병아리 아이돌이 현역 톱 아이돌 면전에.)

"후후, 그 자세예요. 그 정도 향상심도 없으면 아이돌은 못 해먹죠."

"죄송해요.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저도 우물쭈물하면 안 되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유리잔에 담긴 샴페인을 전부 들이켰다.

카에데의 그 모습마저도 아름답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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