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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조회: 1412 / 추천: 3



본문 - 09-03, 2016 16:51에 작성됨.

 

우리들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어。

그러니까、과거는 아름다운 채로。

 

 

 

 

 

「다음 분 들어와 주십시오ー」

 

톱 아이돌의 반짝임을 동경하고 아이돌이 된 소녀들。그런 희망에 차있는 소녀들을 냉혹하게도 해버리는 일。

나는 지금 어떤 아이돌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를 하고 있다。아직 많이 미숙하지만、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돌을 발굴한다는 내용의、단적으로 말하자면 아이돌 등급이 낮은 아이들의 오디션 프로그램、그것의 프로듀서。

물론 이것은 나 자신이 택한 것이지만。하지만、십년 전에는 아이돌을 하던 내가、지금은 심사위원을 하고 있다는 건 왠지 감개가 깊다。

선택되던 쪽에서 선택하는 쪽으로。그 변화는、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점과、내가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실감시킨다。

 

「○○ 프로덕션에서 온、××입니다!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어떤 아이가 뽑히고、어떤 아이가 떨어지는 걸까。

 

 

 

 

 

「후우……」

 

어필 타임이 끝나고、잠깐 찾아온 시간。아이돌들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면서、잠깐 휴식。

다음은 결과를 발표하기만…… 하면 되지만、그게 가장 피곤한 일이지。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우울하게 된다。

 

「어떤가요? 괜찮은 아이는 있었나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한테 말을 걸어온 건、기자인 요시나가씨。이렇게 자주 나를 찾아오셔서、실력 있는 아이돌이 있는 지 물어보신다。내가 가장 신세 지고 있는 사람。이 세계에서 재회했을 때는 엄청 놀랐지만、신경 써 주셨는지 주위에 안 알려주시고、게다가 날 도와주시고 계시다。뭐랄까、이 사람은 아이돌일 때부터 이기질 못하겠다。업무상에서도 물로、나름대로 사적으로도 만나고 있어서、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이 세계에서 인맥은 중요한 거고、그게 아니더라도 사이가 좋다는 건 기쁘다。

 

「어떨까요…… 일단 해보긴 했는데、이번에는 그냥 그렇다랄까요」

「역시 전 아이돌의 눈에 들어오긴 어려운걸까?」

「그런 건 아니지만요」

 

사실 비슷하긴 하다。이 오디션에서 뽑히더라도 위로는 못 가진 않을까。저 아이들은 이 세계에서 살아가긴 상당히 힘들지도 모른다。

 

……아아、안 되는데。이런 생각은 하기 싫었다。만약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괴로울 지、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자신이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 것을、스스로가 생각해버리다니。

좋게 단점을 전하고、아이돌들이 앞으로 톱 아이돌이 되는 것을 돕는 게 내 일。아이돌들의 마이너스를 생각하면 안 된다。나는 언제나 아이돌들의 편이니까。

 

「그래서、이번에는 어느 아이가 선택되나요?」

「그렇네요。이 아이랑 이 아이가……」

 

이번에 뽑힌 사람들이、톱 아이돌이 되길 빈다。물론、이번에는 뽑히지 않은 사람들도。

 

 

 

 

 

「수고하셨습니다 아마미씨。그럼、저는 이쯤에서」

「예、수고하셨습니다」

 

요시나가씨를 배웅한다。여전히 요시나가씨는 바쁘다。계속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것 같아。

 

오디션이 끝났다。이 이후 서류를 작성하는 것도 별 큰 일이 아니다。오디션이 무사히 끝난 것에 안심하면서도、아까 전의 일을 생각해서 슬퍼진다。

 

『――이번에는 2번과 5번이 합격입니다。나머지 분들은 불합격인 걸로。수고하셨습니다』

『……떨어졌어……나 떨어졌어어……우에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린 4번 애、분명 첫 오디션이라 했지……。떨어진 다른 애들도 눈에 눈물이 글썽였었고。역시 괴롭다。

떨어진 아이들도 이 실패를 경험으로 다음번으로 이어갔으면。그렇다 하더라도 저 애들에게 말해줄 순 없지만。내게는 절대적인 힘이 없다。모든 애들을 도울 수는 없다。그래도 그런 나를 비난해도 좋으니、앞으로도 계속 아이돌을 열심히 했으면 한다。노력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테니까。

 

 

 

「……잠깐、서성거릴까」

 

기분을 가라앉힌다。이대로 일을 하는 건 너무 힘들다。

 

 

 

 

 

「안녕하십니까(おはようございます)」

「아아、안녕(おはよう)」

 

지나가는 이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국내를 걷는다。밤인데도 안녕하세요(おはようございます)라니、처음에는 당황했었지。지금은 친구를 만났을 때도 이렇게 말해버릴 정도로 몸에 익어버렸는데。

사소하게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걷다보면、재차 여긴 여러 사람이 있구나 하고 실감한다。업계인 같은 모습의 사람、그리고 그 사람에게 혼나고 있는 직원 같은 사람、전화를 걸면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매니저 같은 사람、옷이 페인트로 더러워진 설치 쪽의 사람、그리고――

 

「아……」

「오랜만이야、하루카」

 

――전 아이돌인 여배우 같은、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

 

 

 

 

 

「잘 지냈어?」

「뭐어、나름대로」

「후ー응」

 

근처의 테라스에 둘이서 앉는다。나는 밀크티、미키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했다。

호시이 미키。765프로가 자랑하는 여배우로、최근에는 할리우드에 진출 중。아이돌을 그만두고、배우 활동에 전념하던 중 재능이 개화。발군의 연기력과 그 외모로、이제 일본을 대표하는 톱 여배우로……라고 이전에 잡지에 쓰여 있었다。

……그래도、정말 아름답다。그 때의 앳됨은 사라지고、더 아름다워지고……。왠지 씁쓸함이 올라왔다。

 

「미키는」

「뭐、나름대로?라는 걸까」

「그래」

 

보기에도 건강해보이지만、일단 물어보는 게 예의일지도 모른다。그리고 여전히 미키다운 대답。그립다。함께 아이돌을 할 때가 떠올랐다。

 

「정말 오랜만이네。8년 정도일까?」

「그렇지 않을까。나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그래도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자주 떠올리곤 하는 건 십 년 전 아이돌을 처음 할 때 바로 그쯤이다。그때는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하고 모든 것에 두근두근 거려서、지금도 강하게 인상이 남아있다。……아、반짝반짝 거린다니 조금은 미키같네。

 

「그래도 하루카가 이 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건、우리 언제든 지 만날 수 있었지?」

「뭐어、그렇지 않을까?」

 

미키는 계속 연예계에 있었고、나도 여기에 온지 5년 정도 된다。언젠가 만났어도 이상하지 않다。그것만이 아니라、연락 했으면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던 거다。연락을 했으면。

 

「왜 8년도 지나고、우린 그야말로 우연이란 형태로 만나게 됐을까?」

「자……。아、미키 말이야、스스로를 나(私)라고 부르게 됐구나」

「그건 나도 이제 어른이니까……랄까、지금은 상관없어」

「아니 서로의 달라진 부분도 말이지?……미、미안해」

 

미키를 상대로 말 돌리는 건 어렵다고 실감한다。어쩌면 이걸로 서로의 달라진 부분들만 말하고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자세히 말하는 건 나중으로 하고。

그래도 만난다면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아니、이 8년 뭘 했다고 생각하는데。무슨 얘기를 할지、어떻게 말할지 정도는 생각하고 싶었다。그러니까 연락을……아、역시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것、하루카도 알잖아?어째서 8년 동안 무시했어?연락도 하지 않고、누군가를 통해서 전해준 것도 아니고」

「…………」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연락처로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고、메일을 해도 답장이 없어。저기 어째서야?」

 

미키의 곧은 시선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생각한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던 건 미키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메일도 마찬가지。미키는 계속 전화번호도 메일 주소도 바꾸지 않았다。

무시했다고 할까、관계를 만들지 않은 건、단순히 내 결심이 흔들리니까다。다시 만난다면 과거를 떠올리면서、그 선택을 없던 일로 할지도 몰라、그렇게 생각했다。나는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아。

내 과거는 아름다운 것이다。아름다운 채 내가 끝내버렸기 때문이다。그런 과거를 어지럽히고 싶지 않다。부주의하게 건드려버려서、더럽히고 싶지 않다。한 생물의 아름답던 과거로 남겨두고 싶다。그러기 위해선 765프로의 모두를……특히 미키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만난다면 지금의 아름다운 과거가、사라질지도 모르니까。

……이걸 미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다。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본질이다。이 생각은 나만의 것이다。

뭔가 다른 이유를 생각해야 하는데。

 

「무시랄까……」

「무관한 건 무시랑 마찬가지야?」

「……응」

 

미키의 말투가 조금 강해진다。나무라고 있는 게 확실。아무래도 미키는 알아챈 것 같다。여전히、이길 수 없네。

분명、지금의 미키에게 내 눈속임은 하나도 통하지 않겠지。그 무렵부터 그랬다。지금도 틀림없이 그렇겠지。그러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침묵이 자리를 지배한다。불편함에서 달아나기 위해서 나는 밀크 티에 손을 댔다。

……미지근해。여기에 온지 꽤 시간이 지났다。미키 일은 괜찮을까。보기엔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그 미키다。일을 내팽개치고 있어도 이상하진 않다。다만、지금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밀크 티를 마시는 동안에도、미키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다。쭈뼛 할 정도의 강한 시선。그래、나는 지금 할리우드 여배우를 상대하고 있다。어설픈 연기는 안 된다。

 

「……하루카는、그、나를 싫어하는 거야?」

「에?」

「싫어하지 않으면 보통、이렇게까지 무시하진 않잖아?처음부터 나를 싫어했었어?」

 

그렇게 말하고선 미키는 살짝 얼굴을 흐리게 했다。뭘까、미키답지 않아。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미키는 착각하고 있다。내가 미키를 싫어할 리가 없잖아。분명 내가 계속 연락을 무시해서 그렇게 생각해 버렸을지도 모르지만、싫어서가 아니다。오히려 좋아한다。미키는 내 소중한 사람이야。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일부이기도 하고。싫어한다니 있을 수 없다。

 

「미키를 싫어하지 않아」

「그럼 좋아해?」

「……응」

「그래、다행이네」

 

……이렇게 거침없이 물어봐 오는 미키는 조금。싫어하긴 하지만、좋아。그런 나。

 

「그럼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자 이거」

「이건?」

「내 연락처。이제 더 이상 무시하지 마?」

 

작은 종이에 빽빽이 적힌 연락처。전화번호와 메일 주소는 물론、라인이나 트위터까지 정중하게 쓰여 있다。의외。미키가 여기까지 하다니。이렇게까지 하게 만든 건 나지만。

그렇지만、미키적으론 괜찮을까。지금 이유도 잘 모르겠는데。좋냐하면 좋지만……。아니、깊이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도、하루카도 변했네」

「그런가?」

「뭐랄까、어두워졌어」

 

자신이 어떤지는 스스로는 모른다。남에게 지적돼서 비로소 깨닫는 거다。

나는 어두워진 걸까。지금까지 사적으로 자신을 아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서 처음 알았다。

 

「어른이 됐으니까」

「그게 다야?정말?」

「…………아마、이런 일을 하게 됐으니」

 

여러 아이돌들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우열을 매긴다。내게 이렇게 힘든 일은 없다。사실 모두를 칭찬하고 싶지만、냉정하게、객관적으로 보고、냉혹하게 결과를 내야 한다。마음과는 반대되는 행동。그걸 반복하다 보면、조금 어두워지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정신적으로 피곤한 것도 한 몫하고 있을 터다。

어른이 되고、안고 가야 할 것이 커졌다。책임이 늘었다。뭐든지 받아들이고、전부 다 알아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그건 나를 성장시키는 동시에、나를 변화시킬 것이다。천천히、모르게。

 

「그래、그래서 어두울 뿐만이 아니라、나한테 차갑게 됐구나」

「차가워?」

「응。굉장히 차가워。그러니까 좀 더 옛날처럼 끌어안거나、키스해도 괜찮아?나는 언제든지 대환영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미키는 귀엽지만、달라。그게 아니잖아。

매달린 것도 키스하던 것도 다 미키다。이상하네。조작되어 있잖아。난 그런 짓 한 기억이 없는데。나는 그렇게까지 과도한 스킨십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차가워졌다는 건 아마 미키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이 일을 하면서、냉정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으니까 평소에도 그런 상태다。그걸 냉정하다고 하거나、차갑다고 하는가。그 만큼의 차이。

 

「스캔 된다」

「아핫、농담인거야」

 

미키의 농담은 어렵다。

 

 

 

 

「하루카는 이제、이쪽 세계에 오지 않을 거야?」

 

이쪽의 세계。아마도、연예계。미키는 내가 앞으로 연예 활동을 복귀할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왜?」

「왜냐하면、하루카에게 이런 일은 어울리지 않으니까。하루카도 지친 것 같고、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깐?」

 

간파되고 있었다。미키의 눈은 뭐든 간파할 수 있다 같은 걸까。아님、단순히 내가 알기 쉬운 것뿐인가。

……그래도、어울리지 않다는 건 왜일까。별로 어울리던 어울리지 않던 상관없지만。

 

「무리하지 않고 있어。최근 우연히 일이 겹쳐지면서、조금 지친 것 뿐이니까」

「거짓말」

「……왜」

「하루카에 대한 거면 뭐든 알고 있으니까」

 

저런 자신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나에 대해서 뭐든지 알고 있다니。

나는 한 번도 미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챈 적이 없다。미키는 항상 터무니없었고、나에겐 알 수가 없었다。아마 그건 지금도。나는 지금도 미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미키가 포커페이스라는 건 아니지만、그 표정에선 희노애락이라는 기본적인 것밖에 읽을 수 없다。

 

「그리고 말이지?이건 나 개인으로서지만、하루카가 다시 이쪽 세계에서 반짝반짝 빛났으면 해」

「그건……」

「응、나는 그때부터 계속 변하지 않았어」

 

 

 

……그 때、8년 전에 나는 거의 같은 것을 들었다。아이돌인 나와 아이돌인 미키가 마지막으로 만난 날――

 

 

 

 

『하루카 진짜로 아이돌을 그만 둘 거야?』

『미키는、스테이지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하루카를 좋아해』

『아、물론 평소의 하루카도 정말 좋아해?그래도 무대 위의 하루카는 뭐랄까、미키의 동경인거야!이상인거야!』

『그러니까、하루카가 아직 이쪽의 세계에서 반짝거렸으면 한 달까』

『하루카는 미키의 라이벌이니까 옆에 있어 줬으면、미키도 가까이서 계속 하루카를 보고 싶어』

『하루카가 없는 아이돌의 세계는 재미없고……』

 

 

 

 

 

――그때 나는、아무 말없이 떠났다。

아니、한 마디만。떠날 때 한 마디만 미키에게 했지。

 

『미안해?』

 

나의 천방지축 함에 슬프게 해버린 것에 대한 사과。그리고、나를 존경해주는 미키나 모두에 대한、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사과。

나에 대해선 잊어 달라고 생각하고 모두에게 아무 말 없이 떠나려고 했는데、모두에 대한 생각에 내 마음이 가득 가득 차버려서、결국 마지막으로 만나러 온 미키에게만 사과하고 말았다。미키는 허락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으니까。

 

「그때는 하루카가 왜 사과하고 있었는지를 몰랐지만、지금은 알아。모두에게 상의 없이 제멋대로 그만둔 거랑、소식불통이 되는 것에 대한 사과였지?그렇지만、사적으론 그런 것 이젠 아무래도 좋아。물론 처음에는 화났었지만、또 이렇게 만났으니까」

 

미키는、언제까지 나에게 상냥하게 대해준다。왜 나한테 그래주는 걸까。나는 뭔가 미키에게 거기까지 해주는 일을 했던 걸까。

 

「하루카가 없는 아이돌의 세계는 지루해서、나도 바로 그만둬 버렸어。하루카도 알고 있지?」

「응」

 

나랑 미키가 헤어진 지 2개월쯤 지난 뒤、미키는 갑자기 아이돌을 그만뒀다。배우 활동에 전념하기로 했다면서。

처음에는 아닐 거라 생각했었지만、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 미키의 은퇴 콘서트 영상을 보고 사실이라고 깨달았다。은퇴 콘서트의 미키는 울지 않았다。계속 웃으며 귀엽게 끝까지 불렀었다。

단기간에 소속 아이돌이 둘이나 은퇴하면서、765프로는 한때 화제가 됐었다。뭔가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아이돌들에게 심한 짓 한 건 아닐까。그런 건 아니었지만。

 

「라이벌도 없고 두근두근하지도 않아。정말 엄청 지루했어。사실은 연예계에서 은퇴할까 생각했었는데、하루카를 맞을 장소를 만들어 둬야한다고 생각해서」

 

미키는、내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은 건가。그렇다면、그건 정답이다。형태야 어떻든、결국 나는 돌아왔으니까。

 

「그러니까、데리러 왔어、하루카。765프로에 돌아가자」

「……이제 와서 내가 돌아간대도」

「아니、모두들 이제 용서하니까。랄까 원채 모두들 화 안 났었어。걱정했었어」

 

설마 나는、모두에게 걱정을 끼치고만 있는 건 아닐까。

 

「과거를 아름다운 채 그대로 두고 싶다、그런 자존심은 버리는 건?과거를 되돌아보는 것 보단、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거야」

 

그건 미키 생각이고。나는 다르니까。

 

……잠깐。어째서 그걸 미키가 알고 있는 거야。나는 누구한테도 그 말을 한 적이 없고、그런 걸 엿보인 적도 없는데。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을 누구에게 털어놓는 것 따위 할 리가 없다。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을、미키가 어째서……。

 

「말했잖아?하루카의 것이라면 뭐든 알고 있다고」

 

……조금이지만、미키가 무섭다。

 

 

 

 

「지금 당장은 말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답장、기대할게?」

「……또 연락할게」

「거짓말하면 용서하지 않을꺼니까?」

 

못 박혀버렸구만。뭐 역시 거기까지 하진 않을 테다。분명 미키한테 도망가지 못 할테니까。

 

「그럼 돌아갈게。지금부터 일도 있고」

「카라멜 마끼아또 놓고 가는데」

「응ー、그건 이제 됐어。어차피 미지근하고」

 

그대로 가버리는 미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작별。

……이라 생각했더니、미키는 갑자기 멈춰 서서、내 쪽으로 돌아섰다。

 

「하루카!기다릴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키스를 날린 뒤、미키는 일하러 돌아갔다。전 아이돌이라 그런 건지、묘하게 키스 날리는 것의 모양이 잡혀있다。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여전히 미키답네。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다릴게、인가……」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났다。결국 미키에게 연락은 하지 않았다。물론 도망치고 있는 건 아냐。망설일 뿐。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일은 내가 열심히 내 손으로 얻은 일이다。나름대로 애정도 있고、쉽게 놔버리고 싶진 않다。

그리고 765프로에는 많은 추억이 있다。모두를 다시 만나는 것도 좋긴 하지만、그 추억이 깨져버리잖아。

과거를 돌아보는 것보다、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미키의 분명하게 말도 이해하지만은。그렇더라도、나한테 아름다운 과거란 앞으로의 미래만큼이나 중요한 거니까。쉽게 결정할 순 없다。

 

「다음 분 들어와 주십시오ー」

 

지금은 생각하는 걸 잠시 그만두자。눈앞의 아이들에게 주목하지 않으면。

 

 

 

 

 

솔직히、아쉬움은 있었다。그러니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라는 연예계에 한없이 가까운 일을 하지。그곳에서 판단을 잃고 있다。내 안의 상반된 생각들이 맞부딪친다。나 자신의 모순 때문에、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나요?이번 애들은」

 

……읏차、요시나가씨다。또 생각하면서 혼란에 빠져있었다。지금은 업무 중이니까、일하지 않으면。

 

「이번에는 좋았습니다。빛나는 애들이 많이 있더군요」

 

기술적으로 뛰어난 애들은 물론、아이돌로서 재능이 있는 애도 있다。두 명이란 기준이 아까울 정도로。

 

「그렇습니까。좋네요。기쁜 상황이에요」

「그래서、저는 이 아이랑 이 애가 좋지 않을까 하는데」

「흠……과연」

 

그래도 가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모두 평등하게라니 안 된다。이 세계에선。

 

 

 

 

 

「수고하셨습니다 아마미씨。그럼 저는 여기서 이만」

「저、잠시 괜찮습니까?」

 

그녀를 불러 세운다。

결국 나만으론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그렇다면 요시나가씨에게 상담하면 어떨까。그녀라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주실 거라고 생각하니까。게다가 기자로서、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니。

절대로 상담할 수 있는 친구가 없어서 라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다。진짜로。

 

「연예계를 은퇴한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는 거、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흠」

 

일단 이름은 말하지 말자。내가 듣고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건 조금 어렵네요。전 별로 어느 쪽의 생각도 없어서。실력이 있다면 평가하고、아니면 그만입니다。그저、만약 그 사람이 아마미씨라면、기쁘네요。저도 한 명의 팬인지라」

「엣……」

「만약 돌아오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연락 주세요。응원할게요」

 

이건、상담 상대를 잘못 골랐을 지도 모르겠다。평범하게 부끄러워……。

 

그래도 그런 건가。나는 지금까지 뭘 한 걸까。

미키뿐만이 아니라、이렇게 나를 기다려 주고 있는 팬들도 있구나。아이돌을 그만둬서 모르고 있었다。요시나가씨의 립 서비스일지도 모르지만。

나를 기다려주는 팬들이 있다 。미키도 느슨하게 생각하면 팬에 포함되지 않을까。그러면、미키를 위해서、팬들을 위해서 다시 활동하는 건 어떨까。

아이돌은 팬이 있기에 그들에게 힘입어 성립된다。팬들을 소중히 하는 건、아이돌로서 당연한 것이다。내 아름다웠던 과거도、팬들 모두가 있었기에 아름다웠던 것이다。

 

나는 예전에 하고 싶던 일을 했었다。이번에는、내 차례다。나를 위해준 사람들에게、있는 모든 걸 다한다。내 보은。늦었지만、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그때부터 사무소 위치、변하지 않았네。

 

바뀐 건 하나도 없다구?있다면、하루카가 없어진 거 정돈가。

 

……그래。

 

이제 모두들 기다리고 있으니까。이 이상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응。

 

……응훗。

 

왜 그래?

 

응?아니 별로?

 

알려줘。엄청 궁금하니까。

 

글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그저 말이야?어서와 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후훗。응、그렇구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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