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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프레] 오르골의 음색은 가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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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4, 2016 15:14에 작성됨.

  말할수 없는 이 마음
  단숨에 휘갈겨써서...


  아니, 휘갈기다 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애초에, 이 마음은 말이나 글로 해선 안된다. 그래, 자각해선 안된다. 깨달아선 안된다.
  나의 마음 속에 생겨난 답답한 감정을 줄이고자 취한 행동은 하나. 일단 답답한 감정을 빙빙 감아 묶어서 진정시키려고 했다. 쥐고있던 펜으로 그저 빙글빌글 가둬서. 스스로도 의미를 모르겠는 행동이 되어버렸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 보다는 훨씬 낫다.


「저기, 시키쨩~. 아까부터 빙글빙글, 뭘 적고 있는거야-?」

  내가 흰 종이에 그저 소용돌이만 그리고 있으니까, 보다 못한 프레쨩이 말을 걸어온다. 펜의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두었다.

「냐하-, 아무것도♪ 그냥, 손이 심심했을 뿐-」

  팟-하고 웃는 얼굴을 하고, 소용돌이 모양이 그려져 있는 종이를 꾸깃꾸깃 구겨버린다. 그리고 그대로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린다.

「프레쨩, 따뜻한 커피라도 마실까?」

  일어서서 부엌으로 향하는 나의 뒷모습에 프레쨩은 우유 잔뜩 넣어서! 밀키-하게 만들어줘~ 라고 외친다. 프레쨩은 우유를 듬뿍 넣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블랙으로 마시는걸 본적이 없다냐~. 부엌으로 가면서 프레쨩에게 미소를 보낸다.

 

  저기, 프레쨩. 나 제대로 웃었어? 그 소용돌이모양은 말이야, 맞물리지 않아서 언어가 되지 못한 톱니바퀴야. 나타낼수도, 끄집어 낼수도 없는 나의 마음의 소리.
  이런 마음, 자물쇠로 잠궈버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야?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도록, 나 자신도 생각해낼 수 없도록. 타임캡슐처럼 땅 속에 묻고, 수십년 후에 깨끗이 잊었을 무렵에 다시 꺼내 추억하고.

  포트의 버튼을 누르고, 뜨거운 물을 컵에 부으면서 자학하듯이 그런 생각을 했다. 녹아내린 가루가 뜨거운 물과 섞여서, 커피의 향기가 코를 스쳐간다.

 

 

  탁 하는 소리를 내며 속이 빈 컵이 책상에 놓였다.

「잘먹었어~! 오늘 맛은 80점이네~」

  의외다. 평소엔 100점이라고 하는데. 의문을 가지고 프레쨩과 눈을 마주치니, 프레쨩은 확 얼굴을 가까이 한다.

「시키쨩, 무슨 고민있지~? 고민하는 맛이 났어~」

  뜻밖의 말에, 눈을 피할 뻔했다. 이럴 때는 마음은 흔들려도 시선은 피하면 안돼는 거였지. 상대방이 확신할 수 있게 해버리니까-...그것을 알고있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양이처럼 웃어보였다.

「싫다~ 프레쨩. 갑자기 그렇게 놀래켜 오다니~! 냐하하, 들켰으면 어쩔수없지-. 연구가 막혔을 뿐이야, 걱정마세용〜♪」

  연구. 이 말을 하면 프레쨩이 물러나는 것을 알고있는 나는, 이 말을 이용해 도망친다. 예상대로 프레쨩은 그 이상 추궁하지 않고, 그렇구나. 프레쨩은 연구는 잘 모르지만 무리하지마~ 하고 물러나 주었다.

「걱정 끼쳐버려서 미안하네-. 앗 그렇지. 이 다음에 사과로 케이크 사다줄게」

「와-오! 정말?! 시키쨩 통크다~~ 말랐지만!」

「그럼 통작다고 해야할까냐~?」

  이런 식으로 화제를 바꿔가며 두사람은 즐겁게 웃었다.


  프레쨩의 웃는 얼굴을 보면, 가슴 속 깊은곳이 애달프고 괴로워진다. 그 속에는 기쁜 마음이나 독점 하고싶다는 마음도 섞여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가장 가득하다.

 

  사람을 특별하게 좋아하게 되면 사랑스러운 기분이 넘쳐흐르게 된다고 말하지만, 아빠도 엄마를 사랑할 때는 이런 기분이었을까. 어쩌면 내가 태어났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랄까, 아빠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응, 이건 그만생각하자.


  이런 나를 프레쨩은 모르잖아? 강한 척 해도, 내 심장은 맥박이 빨라지고 있다.
  아아, 프레쨩이 좋다. 어쩌지 못할 정도로.

 

 


     말할수 없는 이 마음
     자물쇠로 잠궈버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가슴 속 깊은곳에서 부터 북받쳐 올라와서
     목구멍에서 턱 막힌다.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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