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시키프레] 나의 귀여운 천재는 고독에게 너무 사랑받고 있다.

댓글: 2 / 조회: 935 / 추천: 2



본문 - 08-04, 2016 12:33에 작성됨.

.

 

꼴사나우니까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힘없이 웃던 그 얼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꼴사납다는게 대체 뭘까. 나는 지금도 그 의미를 모르겠다.

 

시키쨩에게 천식이 있단 것은 사무소의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두 시키쨩에게는 가능한 한 격한운동을 시키지 않고, 프로듀서가 사비를 털어서 준비해 준 네뷸라이저(라는 이름이래. 천식인 사람이 낫는 마법같은 흡입기)가 있는 곳은 모두 알고있다. 사용법을 적은 종이도, 확실하게 코팅까지 해서 바로 옆 벽에 붙어있다.
지금은 이제 모두가 알고있지만, 처음엔 나밖에 몰랐다. 아니, 처음엔 아무도 몰랐다. 시키쨩이 말하지 않았었으니까. 계속 숨겨왔으니까. 실종이 취미라는 건, 적당히 둘러댄 거였구나 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어설픈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정말 어설프다. 헛기침이라 하기에는 길고, 어쩐지 소리가 너무 깊다. 나는 읽고있던 잡지를 소파에 적당히 던져두고, 「시키쨩」하고 말을 걸었다. 오늘은 둘 다 오프니까, 집에 놀러가도 돼냐고 물었던 것은 나. 좋다고 대답한 건 시키쨩. 지금,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시키쨩.

「오늘은 약 잘 챙겨 먹었어.」

「오늘은? 평소엔?」

「머, 먹고있어 먹고있어.」

「그래도 기침 나오잖아.」

「아니야, 그냥 기침이야. 천식이 아니라」

「정말?」

「정말, 정말」

그냥 기침과 천식 기침의 다른 점은, 나도 완전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소리가 전혀 다르다. 엄청 가래가 얽혀서 괴로운 듯한 기침이 천식 기침.

 

왜일까. 시키쨩은 천식을 엄청 감추고 싶어한다. 기침 한 주제에 안했습니다 같은 얼굴을 한다. 약을 써도 상관 없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는 쓰고싶지 않아한다. 시키쨩의 집에는 눈에 잘 띄는, 바로 가져다 쓰기 좋은곳에 네뷸라이저가 놓여있는데, 매일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사용하는 시키쨩을 본 적이 없다.
내 앞에서는 뭔가 쓰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걸까나? 이제와서 어떤 모습의 시키쨩을 보여줘도, 나쁘게 생각 안하는데. 아, 여러가지 생각하는것은 많을까. 시키쨩의 새로운 일면 발견, 이라던가 그런 생각.

 

「시키냥 특제 프라푸치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와-아 와-아」

괜찮은건가, 상태를 살폈다. 집에 생크림이 언제나 있는게 굉장하다 라고생각하면서. 거실 테이블에 앉아 컵을 받아든다.
테이블은 당연하게도 작다. 의자도 두개밖에 없다. 혼자 살고 있으니까 당연하겠지. 그래도 나는 아빠랑 엄마도 같이 사니까, 3명이 앉기 위해 4인용 테이블을 쓰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까 작아!라고 느낀다. 아빠나 엄마랑은 같이 안살아? 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왠지 물어보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번도 물어본 적은 없다. 시키쨩의 입에서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분명, 시키쨩의 집에는, 시키쨩 집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그래도, 시키쨩의 기침, 심할때는 정말 심하다. 움직일 수 없게 되버려서, 웅크려서 계속 기침 하고있는 시키쨩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이 병에 대해 잘 몰라서, 「시키쨩, 어떻게 해야 괜찮아져?」라고 물어봤지만, 시키쨩은 말하지 않았다. 프로듀서가 그 때 없었으면, 나는 안절부절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다행히, 프로듀서가 시키쨩의 대해 알고있어서(말하지 말라고 들었던 모양이다.), 바로 시키쨩의 가방에서 약을 찾아줘서 다행이었지만.
그때는, 그래, 누군가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혼자서 살기엔 조금 넓은 것 같은 이 방에서, 만약 아무도 없을 때 발작이 오면, 시키쨩은 외롭지 않을까. 내가 있다 해도 어떻게 해줄 순 없지만, 등을 쓰다듬어주는 일 정도는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쿨럭쿨럭, 이번에는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기침이 나왔다. 내 입은 아마 지금 엄청 산모양이 되어있을 것이다.

「시키쨩, 역시 네뷸라이저 쓰는 게 좋겠어.」

나는 지금까지 쓰는 걸 본 적이 없는 네뷸라이저의 콘센트를 꽂고 사용할 수 있도록 조작한다. 시키쨩은 좀 싫은 듯한 얼굴을 했지만 마지못해 이쪽으로 왔다.

「프레쨩. 그..다른데 보고있어줘.」

「왜?」

「꼴사나우니까」

아, 또 나왔다. 시키쨩의 「꼴사납다」. 그래도 시키쨩이 싫어하는 일은 하고싶지 않으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아까 앉아있었던 테이블로 돌아갔다. 3분 정도, 시키쨩은 기화된 약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일을 반복했다.

 

나는 마시다 만 특제 프라푸치노를 마시면서, 몸상태가 안좋을 때, 엄마가 어떻게 해줬었는지 떠올렸다. 겉보기와 달리 몸이 튼튼해서 최근엔 전혀 병걸린 적이 없었지만. 어릴 적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시키쨩, 있잖아. 대답할수 없을것 같고, 그냥 들어줬으면 하는거니까.. 프레쨩 온스테이지 라디오를 잠깐 시청해 주시길~」

등 너머로 시키쨩의 시선이 느껴지는..듯한 기분이 든다. 기분이 드는 것만으로도 성공-.

「프레쨩이 감기에 걸려벌리면, 엄마는 항상 아이스크림을 사다줬어. 근데, 감기에 걸려버리면 맛을 별로 못느끼게 되잖아? 안그런가? 프레쨩은 그렇게 돼.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먹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엄마한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조르는거야, 평소엔 단것만 먹으면 안돼! 하는 엄마도, 열이 나버리면, 어떤 아이스크림이 좋아? 라고 물어봐 주는거야! 그래서 프레쨩은 감기 걸리거나 열이 나거나 하는거 싫어하지 않았었어. 그래도 그건 엄마가 있어줬으니까 라고 생각해. 분명 없었으면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훌쩍훌쩍 울면서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있었을 거야. 그건 쪼금 쓸쓸하네~. 그러니까 말이야, 으음..무슨 이야기일까, 음, 그러니까 시키쨩, 시키쨩의 엄마는 지금 여기 없는 것 같으니까, 프레쨩에게 더 응석이라던가 부려도 좋아? 라는 이야기인데-, 전해졌어?」

 

나는, 꼴사납다고 생각하지 않아, 시키쨩. 시키쨩의 꼴사나운 모습, 나는 본 적 없는걸. 꼭 보고싶네, 이번에 보여줬으면 좋겠어.
분명 시키쨩을 더 좋아하게 될거야.
그것 뿐이야, 적당히 둘러대는 게 아니야. 자신있어. 좋아하게 될 자신.

 

삐- 소리가 울렸다. 약의 흡인이 끝났다는 소리. 나는 이제 돌아봐도 돼? 라고 물으면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보았다. 시키쨩은 네뷸라이저에서 튜브를 쑥 빼면서 「나말이야.」 라고 말했다.

「시키는 뭐든지 척척 잘하네, 착한아이구나, 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서, 별로 뭐든지 할수 있었단 의미는 아니지만, 뭐랄까, 어른들이 말하는 『뭐든지』가, 무서울 때가 있어서」

시키쨩의 눈동자가 요동치고 있다. 흔들흔들. 왜 그렇게 떨리고 있는지. 나에게는 알 수 없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시키쨩은 언제나 마주하고, 극복하려 해서, 이곳에 있다.
내 앞에서는 그런 눈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를 볼 때는 언제나 약간 힘을 뺀 듯한, 어떤 일도 재미있게 즐겨버릴 정도로 여유가 잔뜩 담긴 색을 띈 눈동자 뿐.

「미국에 막 도착했을 때, 어쩌다 혼자있었을 때, 좋은 외제차의 나쁜 배기가스를 마셔버려서 발작이 멈추지 않게 됐을 때가 있었는데 말이야. 그것도 완전 운 나쁘게 약이 다 떨어진 직후라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벤치에 앉아 계속 콜록거리고 있었어. 호흡이 점점 힘들어져서, 이대로 숨이 멎는게 아닐까 라고 평소 생각하지 않는 일까지 생각했었어. 그래도 불행중 다행으로 거길 지나가던 학생이 간호해 줬지만. 그것 때문에 가지 않으면 안돼는 발표회에 못가게 되었어. 나중에 나 때문에 창피를 당한 교수한테 무슨 말을 들었을것 같아? 『시키, 자네도 인간이언구만』이래. 엄살 피우지마 이자식아-라고 속으로 생각한거야. 그래서 언제부터 내가 인간이 아니었습니까 라고 선언했다?」

나는 시키쨩의 옆까지 가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 지도 떠오르지 않아서, 잠자코 있었다.

「약한 보습을 보이면, 바보취급 하는거야. 역시 인간이었대. 역시 보통이었대. 역시 대단한 건 아니었대.」

 

시키쨩이 말하는 것을, 분명 나는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시키쨩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나는 상상하는 것 밖에 못하는데, 너무나도 내가아는 현실과 달랐으니까, 상상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이사람은, 악의에 노출되어 살아온 것이다. 그런 세계, 나는 잘 모른다. 모르지만, 이 사람의 현실에는, 확실하게 그것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시키쨩, 」

머리카락을 살짝 옆으로 밀어내고, 뺨을 어루만졌다.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 말하지 않으면 안돼는데.

「프레쨩은 상냥하네.」

「상냥하지 않아.......지금도,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걸.」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해 주는게 상냥하다는 거야. 언어가 상냥함을 갖는 게 아니니까. 언어 건너편에 있는 생각이 상냥함을 느끼게 하는거니까.」

「시키쨩이 하는 말은 어려워.」

「냐하하-. 프레쨩을 많이 좋아한다는 거야.」

「나도 시키쨩 많이 좋아해.」

하지만, 뭘까, 절대, 절대로 시키쨩이 불쌍하다 같은 말은 하기싫어. 이유는 잘 모르겠어. 모르는 것만 잔뜩이네. 평소엔 모르는 건 바로 시키쨩한테 물어보는데. 그러면 바로 대답해 주니까.
시키쨩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준다. 하지만 시키쨩이 원하는 대답을 내가 해준 적 있었을까.

「적당-히 웃어주면 돼. 평소처럼.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냐~」

「시키쨩, 역시 나한테 좀 더 응석부려.」

「에-, 어려워-」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덥석 시키쨩을 껴안았다. 이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다. 울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시키쨩 대신에. 그래도 방금 전에 웃어달라고 들었으니, 웃어줘야겠지. 거기에 시키쨩이 원하는 대답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기도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시키쨩, 시키쨩이 평소 먹는약 이름이 뭐야? 가르쳐줘, 외울테니까」

「무리야 프레쨩........완전 가타카나 투성이야.」

「앗 바보취급했어-! 외울 수 있으니까! 프랑스제 프레이그런스(향수)를 뿌린 프레데리카한테 외울수 없는 외국어는 없엉--!」

「외워서 어떡하려고」

「약국에 가서, 산다! 그리고 평소에 가지고 있는다!」

「에, 어, 어째서」

「시키쨩이 운 나쁘게 약이 다 떨어진 날에도, 벤치에 앉아 콜록콜록 하지않아도 되도록!」

「냐하-, 그건 그렇네. 교수한테 안좋은 말 듣지 않고 끝날테니까, 좋네.」

내 등에 감긴 시키쨩의 손은 말랑말랑했다. 좀 더 꼬옥 안아주면 좋을텐데. 이런 식으로 조금씩밖에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시키쨩의, 꼴사나운 모습을 볼 수 있는건 당분간 뒤로 미뤄야 겠지만.
그래도 절대로 보고 말것이다, 절대로! 지금의 백배는 더 좋아하게 될테니까. 지금도 엄청 좋아하지만 말이야-. 더욱 더, 아주 좋아하는 시키쨩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다.

 

-----------------------------------------------

 

참고로 이 글에 나오는 네뷸라이저는,

요렇게 생긴 물건입니다. 어렸을 때 감기로 병원에 가면 자주 썼던 그거요.ㅎㅎ

이 네뷸라이저는 약을 기화시켜서 흡입하기 쉽도록 만들어 주는 기계입니다. 휴대는 할 수없지만 ㄴ자 모양의 흡입기 보다는 사용하기 편하다고 하더군요. 밖에서는 어쩔 수 없이 ㄴ자 흡입기를 써야겠지만요. 저희 어머니가 천식이셔서 저한테는 익숙한 물건입니다.ㅎ

 

그나저나 저 교수 색히, 천식이 얼마나 힘든건데 ㅡㅡ  천식 환자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아니까 저 샊히는 진짜 죽여버리고 싶네요^^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