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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학원 이야기 √HW 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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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4, 2016 14:21에 작성됨.

점심시간, 방송이 들려왔다.

마지막 집계가 끝나, 그걸 고등부 학생들에게 발표하는 것이다.


리츠코 「프로듀서 선거의 투표가 끝났어. 지금부터 새로운 프로듀서를 발표할 테니, 놓치지 않게 단단히 듣도록」

리츠코 「이번 입후보자는 두 명뿐이니까, 빨리 끝낼 거야」

리츠코 「일단은 2-A의 P, 382표」

리츠코 「그리고 똑같이 2-A의 타나카 코토하, 383표」

리츠코 「따라서 765 프로덕션의 새로운 프로듀서는, 2-A의 타나카 코토하로 결정이야」

 

P 「졌나…」


코토하를 보니 메구미, 엘레나랑 얼싸안고 있었다.


토우마 「아, 진짜. 너라는 놈은 정말」


토우마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P 「뭔데?」

쇼타 「뭐, P군답지만 말이야」


마치 다 알고 있다고 말하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두 사람.


토우마 「어쨌든, 수고했어」

P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선거는 어디까지나 출발선에 지나지 않아」

쇼타 「그래도 선거 힘들었잖아? 마실 것 정도라면 살 테니, 학생식당에 가자」

P 「응, 고마워」


우리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쿠로이 「허접」


방과 후, 사무소로 향하는 도중에 쿠로이 선생님이 날 불러세웠다.

 

P 「쿠로이 선생님…」

쿠로이 「못난 놈, 이 몸이 지원을 해줬는데 지다니 말이야. 부끄러운 줄 알아라」

P 「죄송합니다」

쿠로이 「흥」


진 것은 사실이므로 솔직하게 고개를 숙인다.


쿠로이 「패자가 된 이상 이제 네놈이 할 수 있는 건 노예처럼 일하는 것 뿐이다. 네놈이 이기게 해 준 프로듀서 밑에서 있는 힘껏 사력을 다하도록」


쿠로이 선생님한테도 들킨 것 같다.


P 「네…저기, 쿠로이 선생님」

쿠로이 「뭔가」

P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쿠로이 「…흥. 네놈이 관심이 있다고 하면, 또 뭔가를 맡기도록 하지」

P 「네. 그 때는 부탁드립니다」


쿠로이 선생님은 조금 기분이 나쁜 듯한 걸음걸이로 떠나갔다.

 

리츠코 「그럼 코토하, 뒤는 맡길게」

코토하 「네, 맡겨주세요」


프로듀서 직권이 정식으로 리츠코 선배한테서 코토하한테로 넘겨진다.

나도 닛타 선배한테서 매니저를, 카렌은 마츠리 선배, 아카네는 치히로 선배, 아리사도 다른 선배로부터 각각 직무를 인수인계 받아 정사원이 되었다.


리츠코 「자, 그럼 인수인계를 했으니, 너희들이 처음으로 할 업무에 대해서 설명할게」


리츠코 선배가 화이트 보드를 가져왔다.


리츠코 「첫 업무는 후기 동아리 예산과 편성. 그 밖에도 후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어」

리츠코 「거기다 11월 초반에 시작하는 문화제를 위한 문화제 위원의 수습이라던가, 별도 참가 단체들의 출전 유무도 조정해야 해」

리츠코 「솔직히 말해서 계약사원일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바빠 질 테니까 힘내도록 해」


화이트보드를 가득 채운 예정을 확인하자, 눈앞이 조금 캄캄해졌다.

 

리츠코 선배가 한 말대로, 첫날은 난리도 아니었다.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아카네는 특히 바빴던 것 같았다. 전기 예산의 대부분이, 행선지 불명인 어둠에 삼켜져 사라져 있었던 듯 하다.

후기 예산을 편성하기가 지극히 곤란해서, 농담 한마디 할 시간도 없이 상황이 끝난 후에는, 그대로 책상에 나자빠져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코토하랑 서로 선거를 하느라 수고했다며 위로할 새도 없을 정도로, 새로 출발한 765 프로덕션의 첫날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하지만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이상하게도 마음은 평안했다.

오랜만에 코토하랑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코토하가 곁에 있어준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역시 나는 코토하를 좋아하는 거겠지.

하지만 이 마음을 밖으로 드러낼 생각은 없다.

내가 코토하를 좋아하더라도, 코토하가 나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좋아했으면 하지만, 주제넘게 고백했다가 차였을 경우 1년 동안 거북하게 지내야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니까 코토하가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지금 이대로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오랜만에 P군이랑 일을 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긴 것도 포함해 나는 조금 들떠 있는 걸까.

바쁘지만, 전혀 힘든 줄 몰랐다.

리츠코 선배가 말하기를, 프로듀서는 매니저랑 서로 의지하며 돕는 사이라고 했다.

즉 나는 P군을 받쳐주고 P군은 나를 받쳐준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흥분된다.

하지만 나는 이 마음을 아직 밖으로 드러낼 생각은 없다.

P군이 나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P군이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지금 이대로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그 때가 온다면, 용기를 낼 수 있을까…

 

프로듀서 선거가 끝나고 쉴 새도 없이 문화재 준비가 시작되었다.

각 반의 상연물 신청서나, 문화제 실행 위원의 수습, 별도 참가 단체들의 조정 등 새로운 업무들이 날아들어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바빴다.


P 「체육관에서 행하는 라이브의 신청은!?」

카렌 「네, 넷. 치하야씨 일행과 줄리아씨 일행이 신청했어요」

P 「오케이! 코토하, 이거 승인 부탁해!」

코토하 「알겠어!」

아리사 「과거에 써놓은 의사록이에요!」

P 「고마워!」

칫히 「아시겠나요, 아카네? 조금씩 슬쩍하는 게, 예산을 돌리는 비결이에요」

아카네 「과연, 과연. 역시 치히로쨩! 이거라면 문화제 아카네쨩 인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칫히 「후후, 매니지먼트에 대한 보수는 4할이면 된답니다」

 

P 「화기・위험물 신청 리스트야. 부탁해」

코토하 「맡겨줘」

아리사 「C반이 포엠 콜로세움 신청한 거, 수리는 멀었냐고 독촉해요!」

P 「30분 전에 제출해놓고 무슨 소리야! 성질 급한 것에도 정도가 있지!」

카렌 「벼, 별도 참가 출전 목록이에요. 꺅, 신청이 백 개가 넘어가요…」

P 「알겠어. 이쪽에서 처리할 테니까 넘겨줘!」

카렌 「네, 넷!」

P 「코토하, 괜찮아?」

코토하 「응, 아직 괜찮아」

P 「알겠어.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마」

코토하 「알고 있어」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변함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우리들은 피로감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한 아카네, 아리사, 카렌을 일찍 돌려보내기로 했다.


카렌 「저, 저기…정말로 괜찮나요?」

P 「신경 쓰지 마. 다들 얼굴 표정에 피로가 묻어나오는데다, 오늘 꼭 해야 하는 분량 정도라면 나랑 코토하만으로 충분해」

아리사 「두 분도 무리하지 마세요. 아시겠죠? 두 분이 쓰러진다면 아리사네는 죄송해서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P 「괜찮아」

아카네 「P쨩! 답례로 다음에 치히로쨩한테 받은 스태미나 드링크 줄게!」

P 「됐어. 그거 나한테는 효과 없으니까」

 

카렌 「아.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카렌이 핸드백을 뒤져, 뭔가를 책상 위에 두었다.

 

P 「이건?」

카렌 「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아로마에요. 모, 모처럼이므로 사용해 주세요」

P 「고마워, 잘 쓸게」

카렌 「그럼…」

아리사 「아리사네는 돌아갈게요」

P 「응, 내일 보자」

아카네 「그럼 갈게~!」


사람들이 사무소를 나갔다.


P 「그럼…바로 써볼까」


나는 카렌에게 받은 아로마를 피우기 시작했다.

 

P 「…이상한 냄새인걸」


이 냄새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는 걸까.


코토하 「미안, 늦었어」


문이 열리고, 코토하가 사무소로 들어왔다.


P 「신경 쓰지 말래도. 그럼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자」

코토하 「그래」

 

 


그 뒤로 둘이서 묵묵히 작업을 계속해 나갔지만, 점차 몸이 영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몸이 뜨겁다.

몸 깊은 곳에서부터 열이 치솟아 오르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감기라도 걸린 건가?

 

그런데 참 난감한 일이 있었다.

아들이 기운차게 일어나버려, 일어설 수가 없는 것이었다.

 

P 「…」


어쩔까 고민하고 있으니, 코토하가 말을 걸어왔다.

 

코토하 「저기…P군」

P 「…응?」

코토하 「차…마실래?」

P 「끓여준다면야 사양할 이유가 없지」

코토하 「응…알겠어」


몸이 지금 이상한 탓인지, 코토하의 목소리가 굉장히 요염스럽게 들린다.

코토하가 일어서려고 한 그 때, 코토하가 의자에 발이 걸려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P 「코토하!」


바로 코토하가 넘어지지 않게 붙잡았다.

 

코토하 「고, 고마워」


나한테 몸을 기댄 코토하는, 몽롱한 표정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본 나는 크게 울리는 가슴의 고동을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었다.

마치 고열에 집어삼켜진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코토하도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자.

카렌과 아리사는 아카네와 헤어진 후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카렌 「어라?」

아리사 「왜 그러나요, 카렌쨩?」

카렌 「제, 제작 의, 의뢰를 받았던 특수한 아로마가 없어서…」

아리사 「혹시 사무소에 놔두고 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카렌 「어, 어쩌면 처음부터 가지고 오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아리사 「그런데 그 카렌이 의뢰받아 만든 아로마는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나요?」

카렌 「으, 으음. 피, 핑크 아로마의 효과를 5배로 증폭시킨 조금 위험한…」

 


나는 지금, 코토하한테 깔려 있었다. 이른바 승마자세로.

 

P 「코토하 …」

코토하 「P군…나, 몸이 뜨거워」


아무래도 코토하 또한 나랑 똑같은 상태인 것 같다.


코토하 「가슴이 부풀어 터질 것 같아 미치겠어」


코토하가 가슴을 누른다.


코토하 「나, 지금 이상한 것 같아. 그러니까…」


말이 끝나기 전에, 코토하가 내 입술을 덮쳤다.

 

코토하 「P군의 맛있는 부분, 남김없이 맛보게 해줘. 알겠지…?」


그 뒤의 기억은 없다.

 

P 「헛!?」


바닥에서 튀어오르듯 일어났다.

창 밖을 보니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18시 48분. 이제 머지않아 학교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P 「대체 언제 잠든 거야」


상당히 피곤했는지, 작업을 하던 도중에 잠들어 버린 것 같다.


게다가 꿈까지 꾸다니…


P 「…꿈?」


그러고 보니 방금 꾼 꿈은…


P 「대체 무슨 꿈을 꾼 거야, 나는…」


코토하랑 그런 행위를…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꿈이라서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한 때의 감정에 휩쓸려 관계를 가지면 서로 좋지 않고.

코토하 쪽을 슬쩍 보니, 코토하도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요즘 들어 쌀쌀해지기 시작했으므로, 이대로 두면 감기에 걸려버릴 것이다.


P 「코토하. 코토하」


코토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른다.


코토하 「음…」


코토하가 몸의 자세를 바꾸었을 때, 뒷머리카락이 사르륵 옆으로 비켜나 조금 땀에 젖은 흰 목덜미가 드러났다.


P 「…꿀꺽…」


목덜미에 눈길을 빼앗겨 정신이 나가버렸지만, 목적을 떠올리고는 다시 코토하를 불렀다.

 

두, 세 번 코토하의 어깨를 두드리니, 코토하가 살짝 눈을 떴다.


코토하 「음…」


코토하는 고개를 들어올리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는

 

코토하 「지금…몇 시?」


아직 졸린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P 「18시 52분. 좀 있으면 학교 문을 닫을 시간이야」

코토하 「고마워…」


코토하는 눈을 비빈후 내 얼굴을 보았다.

그 순간 코토하의 얼굴이 마치 폭발한 듯 새빨개졌다.


코토하 「!?!?!?!?!?!?!?!?!?!?」


아무래도 패닉에 빠져있는 것 같다.


P 「코, 코토하! 괜찮아?」

 

코토하 「괘, 괜찮아! 아무 문제없어!」


코토하는 머리를 감싸쥐고 쪼그려 앉아버렸다.

코토하의 반응…이건 대체…


P 「정말로 괜찮아? 부끄러운 꿈이라도 꿨어?」


그 말을 들은 코토하의 어깨가 순간 튀어 올랐다.


코토하 「오, 오, 오해야! 단지 참을 수 없게 됐었을 뿐으로…꿈?」

 

코토하 「그렇구나…꿈…꿈인 거지」


코토하가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코토하 「그래, 그건 꿈이었구나…좋지 않은…아니, 행복했지만 심장 건강에 좋지 않은 꿈」

코토하 「미안해. 이제 괜찮아」

P 「그래?」


얼굴은 아직 빨갰지만, 제정신을 차린 것 같다.


코토하 「정리하고 돌아가자」

P 「그래」


우리들은 교무실에 열쇠를 반납하고, 귀로에 올랐다.

 

목욕을 끝내고 침대에서 뒹군다.

눈을 감고 오늘 꿨던 꿈을 떠올린다.

…그건 정말로 꿈이었나?

만약 꿈이라면 대체 어디부터?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코토하의 몸의 감촉, 냄새…

그것이 꿈이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면, 우리들은 선을 넘어버린 것이 된다.

선을 넘었는데 기억에 없는 건 싫었다.

 

하지만…


P 「코토하 …참 에로했었지」


입술의 부드러움도, 냄새도, 몸의 감촉도…떠올리는 것만으로 또 흥분 게이지가 올라간다.

마음을 비우고 침대 위를 뒹굴고 있었지만,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P 「…화장실 가자」


조금 오랫동안 화장실에 앉아있었다.

 

나는 배게에 얼굴을 묻고 새끼새가 날개짓 하듯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코토하 「꾸, 꿈이라고는 해도 P군을 넘어뜨리고 키, 키스를 하고, 게다가 그런 일을…」


베개를 안고 침대 위를 뒹군다.

이윽고 움직임을 딱 멈추었다.


코토하 「조금 아까우려나…」


결국 나는 꿈속이 아니면 그한테 적극적으로 대할 수 없는 걸까.

어쩌면 나의 억압된 감정이 꿈이 되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코토하 「빨리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P군의 마음을 모르니까…무서워」

 

꿈을 꿀 정도로 연정은 나날이 부풀어 올라가는데.

그한테 거절당하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코토하 「…」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전하는 게 무서워, 그 모순된 기분이 마음을 술렁거리게 만든다.

P군은 나를 자주 칭찬해주지만, 나는 그에게 칭찬받을 만큼 강하지 않다.

그가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응석을 부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는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의 가슴에 안겼을 때, 그것만으로 내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대로 계속,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꿈. 그 후의 행위도, 전부 내가 만들어낸 환상.

하지만 비록 그것들이 몽상의 산물이었다고 해도,

나는 행복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그에게 욕망을 쏟아 붓고, 그의 욕망 또한 나를 덮치고.

꿈속에서는 욕심쟁이가 될 수 있었다.


코토하 「현실에서도, 욕심쟁이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욕심쟁이가 되기 위해.

 

카렌 「저, 저기 어제는 어땠나요?」

P 「어, 어, 어, 어제!?」


카렌이 갑자기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물어, 무심코 동요해 버렸다.

카렌 「네, 넷. 아로마를 두고 갔으므로…효, 효과는 어땠나요?」

P 「아, 아아…아로마 말이지…」

카렌 「?」

P 「꽤나 좋았어. 긴장이 너무 풀려버려서 졸아버렸지만」

카렌 「그런가요…효, 효과가 있었다면 다, 다행이네요」

카렌 「아, 그리고…」

P 「?」

카렌 「어제 사, 사무소에서 아로마를 하나 더 보지 못하셨나요?」

P 「하나 더? 아니, 못 봤는데」

 

카렌 「그런가요…우우…어디간 거지…」

P 「뭐 잃어버리기라도 했어?」

카렌 「네, 넷. 조금 위, 위험한 아로마를 가져왔는데…없어져 버려서…」

P 「에? 그거 완전 위험하지 않아?」

카렌 「네…」

P 「참고로 어떻게 위험한데?」

카렌 「그게…성적욕구를 자극하는 아로마에요…다른 것과 비교해 5배 정도의 효과가 있어서…」

카렌 「여기 사무소 정도의 넓이에서 평범하게 피우잖아요? 그러면 몇 분 만에 꿈을 꿀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맛이 가버려요」

카렌 「그러니까 조정해서 피우지 않으면, 꿈과 착각해서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 성적욕구가 계속해서 자극되어…」

P 「」

 

꿈을 꿀 정도로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아로마?

그렇다는 건 어제 그건 역시…


P 「그, 그렇구나. 위험하네?」

카렌 「우우…코토리씨한테 넘길 예정이었는데…」


카렌이 머리를 감싸 쥐고 움츠려 있었지만 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는 어제의 그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더욱 코토하를 의식하게 되었다.

 

451 : 피요는 그런 걸 어디다 쓸 생각이었던 거야…
452 : 야, 전교집회 하는데 피우는 거야
453 : 오토나시이~!
454 : 피요코 ㅋㅋㅋㅋㅋㅋ
455 : 사랑의 전도사의 최종병기인가
456 : 어이, 새대가리! 그런 거 발주해봤자 쓸 상대 없잖아!
457 : 남학생들이 모여 있는 방에서 피우면 썩은 사람들이 크게 환희할만한 걸 볼 수 있을 것 같네

 

 

문화제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한 회의가 있었다.

오늘도 실행위원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P 「오늘도 못 정했나…」

코토하 「그렇네…」


우리 학원 학생들은 개성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

실행위원회의에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라, 자리 위치 잡기 등으로 오늘도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P 「이런이런…이대로는 문화제 일정에 못 맞출 가능성도 있겠는데」

코토하 「그렇게 안 되게 해야지…」

 

여하튼 의논에 집중하게 되면 이쪽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의논은 탈선에 탈선을 거듭, 산으로 가버리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있었다.

회의를 할때 마다 이런 식이라, 코토하의 얼굴에 짙은 피로감이 묻어났다.


P 「코토하, 괜찮아?」

코토하 「…그렇네. 아직은, 괜찮으려나」

P 「…」


입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쓰러져버릴 것 같다.

강제로라도 한 번 쉬게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었기에, 주의력이 산만해져 있었을 것이다.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코토하가 발을 헛디뎠다.


코토하 「…에?」


마치 슬로우모션 같이 코토하의 몸이 공중에 뜬다.

코토하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있다.


P 「코토하!」


무의식중에 뛰어들어, 코토하를 감싸듯 껴안는다.

코토하를 껴안고 있었으므로, 낙법을 하지 못하고 온 몸이 계단에 격돌한 후, 바닥에 어깨부터 메다 꽂히고 머리를 부딪쳤다.


P 「큭!?」


어깨에 격렬한 통증이 느껴진다.

시야가 깜박깜박거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몽롱해지는 의식 가운데, 코토하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다.

 

P 「코, 코토하. 괜찮아?」

코토하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P군이!」


코토하가 내 품 안에서 빠져나와,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코토하 「누구 없어요!? 누구 없냐고요!!」


코토하가 울먹이며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P(코토하 몸, 역시 부드러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의식을 놓았다.

전치 1개월이었다.

 

어둠 속에 있던 의식이 부상해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천천히 눈을 뜬다.

눈을 뜨자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코노미 누나랑 시선이 마주쳤다.


P 「어…라…」

코노미 「!? 정신이 든거지!? 모모코! 의사 선생님을 불러줘!」


코노미 누나가 뒤돌아보며 외친다.

 

잠시 뒤,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병실로 들어 온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

아무래도 나는 코토하를 감싸고 계단에서 떨어졌을 때, 낙법을 취하지 못하고 머리를 부딪쳐 이틀 정도 기절해 있었던 것 같다.


코노미 「내가 코토하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갔더니, 눈 뜨고는 못 볼 정도로 이성을 잃고 있어서 달래느라 혼났어…」

P 「그렇구나…」

코노미 「그리고 너, 앞으로 2, 3일 동안은 검사 입원해야 해」

P 「2, 3일!? 그렇게 쉬었다가는 문화제 방침에 대한 결정이-」

코노미 「그거라면 괜찮아」

P 「에?」

 

코노미 「방침이라면 정해졌어. 코토하가 어제 정리해서 제출했으니까」

P 「코토하가…」


그렇게나 수습하는데 고생했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코노미 「그렇게 됐으니, 넌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쉬도록 해. 팔은 부러진 데다, 다리는 금이 갔으니까」

P 「…」


고정된 팔이랑 다리를 힐끗 쳐다본다.

코토하를 감쌌을 때 데미지를 입은 곳은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코노미 「일단 지금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니까 더 이상 걱정시키지 마」

P 「코노미 누나…」

 

다음날, 슬슬 방과 후려나 생각하고 있으니, 문이 갑자기 열리고 누군가가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P 「으억!?」


뛰어 들어온 정체불명의 인간은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죽을 힘을 다해 졸랐다.


P 「끄어어어억…」

「P군…미안해, 미안해…!」


그 정체불명의 인간은 일심불란하게 나를 부둥켜 안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P 「항복, 항복」


그러나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지, 나를 껴안은 채로 흐느껴 우는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다.


메구미 「코토하~, P는 다쳤어」


그리고 이어 숨을 헐떡이는 메구미가 병실로 들어왔다.

 

코토하 「아…미안」


겨우 해방된다.


P 「아니, 아니야」


죽는 줄 알았지만, 부드러웠으므로 두근두근거렸다.

 

메구미 「상태는 어때?」

P 「하루종일 침대 위에 있는 건 심심한걸」

메구미 「그렇구나」

엘레나 「정말이지~, 둘 다 뛰어가 버려서 찾았잖A」


엘레나도 병실로 들어온다.


메구미 「미안미안」

 

코토하 「미안해.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탓에…」


코토하가 고정된 팔이랑 다리를 본다.

그 눈동자는 격한 후회와 죄악감으로 차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P 「코토하는 다친 곳 없어?」

코토하 「에? 나는…P군이 지켜줬으니까…」

P 「그렇다면 다행이야」


그 말을 듣고 안심했다.

왼손으로 코토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P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이야」


그러자 코토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메구미 「그런데 상태가 그러면 상당히 불편하지 않아?」


병문안 선물인 바나나를 입 가득 넣으며 묻는다.


P 「음~, 뭐 불편하지」


그 말을 들은 코토하가 살짝 반응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


엘레나 「빨리 나으면 좋겠NE!」


엘레나가 사과를 깍으며 그렇게 말했다.

 

P 「뭐, 나을 때까지는 한 손으로 어떻게든 할 거야」

코토하 「그렇다면…」


코토하가 고개를 들어서는


P 「응?」

코토하 「그렇다면, 내가 P군의 수발을 들어줄게!」

P 「…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2, 3일 동안의 검사 입원을 끝내고, 퇴원하는 날이 다가왔다.

코노미 누나한테 부축을 받으며 현관으로 내려간다.

그러자 우리를 발견한 코토하가 믿기지 않는 속도로 달려왔다.


코토하 「코노미 선생님, 여기부터는 제가」

코노미 「그럼 부탁할게」


코노미 누나의 손이 떨어져 나가고, 코토하가 옆으로 파고들어온다.


코토하 「그럼 P군, 가자」

P 「으, 응…」


우리들은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고, 후타미 병원을 떠났다.

 

택시를 탄지 수십분, 우리 집 앞에서 택시는 멈추었다.

코토하는 요금을 지불하고, 조금 몸을 구부려 내가 어깨에 손을 두르기 쉽게 해주었다.

코토하한테 부축을 받으며 택시에서 내리고,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목발을 받고 난 뒤 우리들은 집으로 들어갔다.


모모코 「…어서와」


현관으로 들어가니 기분이 굉장히 안 좋은 모모코가 기다리고 있었다.


P 「다녀왔어…모모코, 기분이 많이 나쁜 것 같은데?」

모모코 「모모코는 딱히 오빠한테 화내고 있는 게 아니야」

P 「그래…?」

 

잘 보니 모모코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보고 있는 건…코토하?


모모코 「…」


모모코의 눈동자에서 격렬한 분노가 소용돌이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모모코 「언니한테 부탁받았으니 어쩔 수 없지만, 모모코는 코토하씨를 용서치 않을 거야」

모모코 「주의를 못해 다치든 말든 모모코가 알 바 아니야. 왜냐하면 자기 잘못이니까」

모모코 「하지만 거기에 오빠를 말려들게 하다니, 용서 못 해」

P 「모모코!」

모모코 「오빠는 조용히 하고 있어」

 

코토하 「…」


코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모모코 「…어쨌든, 오빠가 코토하씨 때문에 다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책임을 지고 정성스레 오빠를 돌보도록 해」

코토하 「그래.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모모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도록 해」


모모코는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거실을 향해 걸어갔다.


P 「미안, 코토하. 동생이」

코토하 「아니야. 모모코가 말하는 대로니까」

코토하 「그러니까 나는 P군을 받쳐 줄 거야, 반드시」


코토하가 날 빤히 쳐다봐서 부끄러워진 나머지 고개를 돌렸다.

 

코토하는 자신이 선언한대로, 내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솔직히 미안해질 정도로 코토하는 헌신적이었다.

내가 목이 마르다고 생각하면, 난데없이 차를 가져오거나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날 부축하고 있었다.

솔직히 다리에 금이 가있기는 했지만, 목발이 있으므로 걸을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그걸 지나가듯 자연스럽게 코토하한테 전했지만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나는 지금, 목욕탕에서 코토하한테 수발을 받고 있었다.

 

코토하는 수영복을 입고 있었지만, 함께 목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한손으로는 몸을 씻을 수 없다면서 내 반대를 무릎 쓰고 바득바득 들어왔다.

그 코노하는 지금, 내 등을 진지하게 씻기고 있었다.

나로 말하자면 좋아하는 아이랑 같이 목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위안 여행에서도 같이 온천에 들어갔었었지만,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나의 마음가짐이 천지차이로 다르다.

내 마음을 자각하고 있는 이상, 지금 이 순간은 나에게 있어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롤러코스트였다.


코토하 「저, 저기 P군」


고뇌에 빠져있으니 코토하가 말을 걸어왔다.


P 「왜, 왜?」


높아질 것 같은 목소리를 억누른다.


코토하 「아, 앞은…어쩔까?」

 

P 「에? 아, 일단 부탁드립니다」


코토하가 한 말은 슬그머니 내 귀로 파고 들어왔다.

그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말했지만, 그건 명백한 실수였다.

 

코토하 「그, 그럼…」


코토하의 손이 내 겨드랑이를 통해 앞으로 뻗어온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는 느낌으로, 힘이 별로 담겨 있지 않았다.

혹은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거겠지.


코토하 「…좋아」


뭔가 각오를 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와 함께,

부드러운 어떤 것이 등을 짓누르는 감촉이 느껴졌다.

 

P 「!?」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감촉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코토하 「P군, 너무 날뛰면 몸이」

P 「윽…」


너무 날뛰어 회복이 늦어지는 것도 낭패이다.

그러니까 나는 저항을 그만두었다.


코토하 「영차…영차」


코토하가 가슴을 밀어붙이며 내 몸을 씻는다.

코토하가 내 몸을 씻는 동안, 내 p가 P가 될 것 같았었지만 어떻게든 억누른다.


P 「크으윽…」


가벼이 승낙한 몇 분 전의 자신을 패고 싶었다.

 

코토하의 팔이 목에서 가슴으로 내려가고, 그리고 배를 씻고 그 쯤에서 손이 멈추었다.


코토하 「…」


역시 코토하라도 그 이상 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내려가서는 돌아오고, 내려가서는 돌아오고를 반복하며 내 배를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다.


P 「아~. 미, 밑은 됐어」


것보다 코토하가 밑까지 씻으면 내 P가 리미트 브레이크해서 스트라이드 제너레이션 해버린다.


코토하 「그, 그렇구나…」


코토하의 목소리에 유감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신경 안 쓰기로 했다.

 

목욕탕을 나와 방으로 돌아가니 이불이 깔려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를 고려하고 있는 걸까.


P 「코토하, 이제 괜찮아」


밤이 깊긴 했지만, 코토하를 돌려보내려고 하니


코토하 「괜찮아. 나, 당분간 묵기로 했으니까」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

 

P 「어?」

 

침대로 들어가 얼마동안 눈을 감고 있었지만, 전혀 졸리지 않다.

코토하는 이불 속에서 규칙적으로 숨을 내쉬고 있었다.

 

P 「…너무 의식하는 거려나」


코토하는 내 부상이 나을 때까지 묵는 것 같다.

코토하네 부모님도 허락하신 것 같다.

우리 가족은 키가 작고 학년도 다르므로, 코노미 누나로서는 코토하가 묵으며 나를 돌봐주는 게 고마운 것 같다.


P 「빨리 나아야지」


매점에서 스파크 드링크라도 살까…

 

부상을 고려해, 평소보다 빨리 집을 나온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갈아입는 걸 도와주는 코토하가 귀여웠다.

학원에 도착하자 토우마네가 말을 걸어왔다.

 

토우마 「얌마, 괜찮았어?」

P 「보는 대로야」

토우마 「건강해 보이는 걸」

 

우미 「있잖아, 코토하도 이래저래 바쁠 테니, P를 돌보는 건 나한테 맡기도록 해」

코토하 「하지만 나 때문에 다쳐버렸고」

우미 「괜찮아! 내가 P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코토하 「괜찮아. 나는 코노미 선생님한테 직접 부탁받았으니까」

우미 「응,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일손을 놓을 수 없는 때가 있지? 그러니까 나한테 맡겨!」

코토하 「괜찮아. P군을 우선시 할 테니까」

우미 「…」

코토하 「…」


우미 「하지만 코토하는 자리가 떨어져 있고, 그렇다면 옆자리에 앉아있는 내가 더 돌보기 좋잖아!?」

코토하 「그렇다면 선생님한테 신청해서 1개월 동안만 P군 옆자리로 이동하겠어」

코토하 「그러니까 우미, 나랑 자리를 바꿔주지 않을래?」

우미 「…」

코토하 「…」

 


메구미 「사랑 받고 있네~」

P 「싸움은 되도록 안 해줬으면 하지만 말이지」

P 「일단 화장실에 가고 싶어」

토우마 「어쩔 수 없군. 따라가줄게」

P 「고마워」


토우마의 손을 빌려 일어선 순간, 토우마가 벽 쪽까지 날아가 버렸다.


우미 「P! 화장실에 갈 거라면 내가 데려가 줄게!」

코토하 「괜찮아, P군. 내가 화장실까지 무사히 데려다 줄 테니까」


코토하랑 우미가 밀어닥쳐왔다.


P 「아, 아니. 역시 남자화장실까지는 좀!」

우미 「비상사태! 비상사태니까 괜찮아!」

코토하 「그래. 비상사태니까 어쩔 수 없어!」

P 「에에…」

 

우미 「그것보다 빨리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수업이 시작될 거야!」

P 「아니, 그러니까」

코토하 「우미, 그 쪽을 부탁해」

우미 「알겠어!」


우미가 내 팔을 목에 둘렀다.

우미한테 양보한 걸까.


코토하 「P군, 조금 불안정하지만 참도록 해」

P 「네?」


그 말을 하고 코토하도 내 팔을 목에 두르고, 둘이서 나를 들어올렸다.


P 「잠깐만」

우미 「한시도 지체할 수 없으니 빠른 걸음으로!」

코토하 「그렇네. 서두르도록 하자」

P 「이, 이거 내려놔!」

우미 「그럴 수는 없죠!」


거의 반쯤 납치 당하듯 화장실로 연행되었다.

 

개인실에 들어가는 것으로 최후의 보루만은 사수했다.

그 뒤에도 여러 가지로 돌봐주고 싶어 하는 두 사람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하면서 행동을 같이 했다.

특히 힘들었던 것은 점심시간이었다.

우미랑 코토하는 날 사이에 두고, 오른손을 쓸 수 없는 것을 구실로 삼아 앞을 다투어 나에게 음식을 먹이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동시에는 먹을 수 없으므로 교대로 먹긴 했지만, 팔이 나을 때까지는 점심 때 빵을 먹도록 할까.

그리고 방과 후, 765 프로덕션에 출근하기 위해 사무소 쪽으로 향한다.

우미는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지못해 나를 코토하한테 맡긴 것 같다.


P 「1주일이나 결석을 했으니, 일 쌓여 있는 거 아냐?」

코토하 「그건 괜찮아. 그러니까 P군은 안심하도록 해. 알겠지?」

P 「흐~응?」

 

코토하가 사무소 문을 연다. 다른 멤버들은 이미 사무소에 와 있었다.

다들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본다.


카렌 「P씨!」

 

카렌이 활짝 미소를 짓는다.


아리사 「P씨, 무사하셨나요! 아리사 정말로 걱정했어요!」


아리사도 내가 무사한 걸 알고 기뻐해주었다.


아카네 「P쨩? P쨩! 이래서는 안 돼지! 죽은 놈이 튀어나오면 되나!」


아카네는 텐션이 이상했다.

 

P 「안 죽었거든」

코토하 「그래, 아카네」

아카네 「농담이야, 농담! 아카네쨩 죠크!」

코토하 「응. P군은 안 죽었으니까, 알겠지? 그러니까, 자중하자?」

아카네 「아, 네」


코토하가 미소지으며 아카네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기분 탓인지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P 「다들,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P 「하지만 이렇게 부상만으로 끝났고, 오늘부터 다시 함께 나아가도록 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P 「그런데 코토하, 문화제 실행위원회는 어떻게 된 거야? 코노미 누나가 정해졌다고 했는데」

코토하 「응. 문화제의 방침은 정해졌으니까, 이제 각 위원별로 추진을 하고, 필요해지면 또 회의를 한다…이런 느낌이 됐어」

P 「그렇구나」

아카네 「P쨩, P쨩」


아카네가 손짓을 하며 부르고 있었으므로, 아카네의 입가에 귀를 댄다.

아카네 「후~우」

P 「호엇!?」


아카네가 귀에 입김을 불어 오싹함이 온 몸을 덮친다.

…코토하의 눈이 조금 탁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 「뭐하는 거야」


오른손을 쓸 수 없으므로, 왼손으로 아이언 클로를 시전한다.


아카네 「아, P쨩. 왼손도 오른손이랑 비교해 힘이 꿀리지 않-아야야야야야야야야」

P 「못 말린다니까」

아카네 「아카네쨩이 죠크를 좀 했을 뿐이야! 이번에야말로 진지하게 할 테니까!」


귀를 한 번 더 댄다.


아카네 「P쨩이 계단에서 떨어진 다음날, 아카네쨩이 P쨩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했거든? 그 때 코토하쨩, 말도 못할 정도로 무서웠어」

아카네 「마치 염라대왕이 빙의된 듯한 박력으로…우리들이 지금 와서도 지옥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기백이 엄청났어」

아카네 「그러니까 다들 쫄아서 코토하가 하는 말에 따랐거든. 그렇게나 속을 썩이던 방침 결정도 눈 깜짝 할 사이에 끝났어!」

P 「…과연」

 

코토하가 노력을 상당히 해준 것 같다. 가까운 시일 안에 답례를 하자.

 

P 「알겠어. 가르쳐줘서 고마워, 아카네」

아카네 「답례는 이거면 돼, P쨩!」


아카네가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둥근 고리를 만든다.

아카네한테 한 번 더 아이언 크로를 먹여주고, 아카네가 조용해지자 코토하한테 지시를 받는다.


코토하 「선도위원장인 마코토씨랑 축제 당일 교내 경비에 대한 회의가 있어」

코토하 「이제 좀 있으면 올 테니, 마코토씨랑 같이 배치에 대한 것을 상담해줬으면 해」

P 「알겠어」

코토하 「나는 별도 참가하는 사람들이랑 회의를 해야 하니, 당분간 자리를 비우게 되는데…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전화해줘. 알겠지? 만사 제쳐놓더라도 달려올 테니까」

P 「응, 알겠어」

 

잠시 기다리니 마코토가 타카야마씨를 동반해 사무소로 왔다.

 

마코토 「미안, 기다리게 했어?」

P 「아니, 신경 쓰지 마. 본래라면 내가 가봐야 하는데」

마코토 「P는 다리를 다쳤으니까. 그렇다면 움직일 수 있는 우리들이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

P 「고마워」

마코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할까」

P 「그래」


우리들은 학원의 약식도를 펼치고, 어느 곳에 배치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선도위원에 대하여 자세히 알지 못하고, 마코토는 말하기 좀 그렇지만 무식한 면이 좀 있다.

그렇기에 선도위원에 대하여 파악하고 있는 타카야마씨의 어드바이스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았다.


마코토 「그럼 축제 당일은 이 배치로 하도록 할게」

마코토 「배치표가 완성 되면 가져올 테니까」

P 「알겠어, 고마워」


마코토와의 회의를 끝낸 나는,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업무가 끝나고 귀가 준비를 하고 있으니, 카톡이 왔다.

확인을 하니 우미가 보낸 것이었다.

 

 

바로 묵살당했다.

재미없는 녀석 같으니…

 

 

 

…읽었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아카네 「그럼 P쨩! 아카네쨩네는 돌아가 볼게!」


P 「오오, 수고했어」

카렌 「머,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아리사 「내일 봬요!」


세 사람은 나란히 사이좋게 돌아갔다.


코토하 「그럼 P군, 우리들도 문단속하고 돌아가도록 하자」


코토하가 한 말에 동의하고, 코토하의 귀가 준비를 기다리고 있으니 사무소 문이 갑자기 열렸다.


우미 「P! 같이 돌아가자!」


우미, 급습.


우미 「자자, 꽉 잡아」


우미가 내 쪽으로 손을 뻗는다.


코토하 「우미, 문단속 할 거니 사무소에서 나가줄래?」

우미 「문단속을 할 거라면, P랑 나는 밖에 있는 게 좋지?」

코토하 「P군은 내가 안전하게 데려다 줄 거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우미 「역할 분담이야, 역할 분담! 내가 P를 단단히 붙잡고 있을 테니, 코토하는 신경 쓰지 말고 문단속 하도록 해」

코토하 「…」

우미 「…」

 

결국 셋이서 같이 문단속을 하고, 셋이서 같이 교문을 나섰다.


우미 「그럼 코토하, 우리들은 같이 돌아갈게! 내일 보자!」

코토하 「나도 당분간은 이쪽 방향이야」

우미 「그렇구나!」


두 사람에게 의지하며 통학로를 걷는다.

말은 걷는다고 하지만, 내 발은 공중에 떠 있었다.

드디어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미 「그럼 코토하, 집도 보이기 시작했으니 나 혼자 하도록 할게」


우미가 날 조금 잡아당긴다.


코토하 「나, 실은 지금 P군네 집에 묵고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맡겨줘, 알겠지?」

우미 「…헤에」


우미의 눈이 조금 가늘어진다.


코토하 「자, P군. 돌아가자」

우미 「…」

코토하 「그럼 우미, 내일 보자」

 

방으로 돌아가니 창문이 열려 있었고, 방에는 손님이 와 있었다.


우미 「…」

P 「우미, 무슨 일이야?」

우미 「아, 응. 나 정했어!」

P 「뭘」

우미 「나도 오늘부터 P네 집에 묵기로!」

P 「어?」

코토하 「에?」


…또 한 바탕 파란이 일어날 것 같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저녁을 다 먹고 목욕을 하기 시작한 나는 속으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우미 「코토하처럼 하면 하나도 안 깨끗해져!」

코토하 「우미가 하는 대로 하면 P군의 상처에 악영향을 끼칠 거야」

우미 「…」

코토하 「…」


이 두 사람, 다툰다.

둘 다 나를 향한 호의로부터 비롯된 행동이라는 걸 이해는 하고 있다.

하지만 싸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기에, 은근슬쩍 말해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코토하 「그럼 난 오른쪽을」

우미 「나는 왼쪽!」


이래저래 말다툼을 했지만, 결국은 내 몸을 반씩 씻는 것으로 해결을 본 것 같다.

참고로 두 사람은 수영복이 아니라 타월 한 장만을 걸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수영복을 입던가 아니면 옷을 입어달라고 했지만, 둘이서 입을 모아 목욕탕에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건 이상하다며 반대해, 결국 타월 한 장이라는 상황이 되었다.


P 「…」


우미를 살짝 봤다.

코토하보다 컸다.

 

목욕을 끝내고 침대에 쓰러진다.

평소보다 지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코토하와 우미는 각각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있었다.

역시 공간이 없었으므로 침대를 따라 L자가 되도록 깔려 있었다.

우미는 발밑 쪽에 있었으므로 밟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우미 「P한테는 밟혀도 괜찮아!」


미소 지으며 상쾌하게 말했다.

 

침대에 누워 잠시 고민에 빠진다.

코토하는 나한테 마음을 품고 있다.

지금까지 확신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나 자신도 코토하한테 연애감정을 품고 있으므로 코토하가 나한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건 기뻤다.

만약 아무 일도 없었으면 고백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우미가 전력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까지 드러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받아넘겼을 뿐.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우미가 얼마나 마음을 부딪쳐 왔는지.

그리고 내가 그 마음을 얼마나 유린해 왔는지.

그러니까 나는 정면으로 마주서야 한다.

코토하의 마음 앞에, 우미의 마음 앞에, 자기 자신의 마음 앞에.

이 한 달 동안, 대답을 내도록 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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