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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이렇게나 일상적인 이야기 - 제 2화, 그 아홉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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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3, 2016 09:11에 작성됨.

원본 링크 (ハーメルン의 満足な愚님 作 《かくも日常的な物語》韓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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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그 아홉 번째

체육관은 특별동 안에서도 제일 붐비는 곳이었다. 역시라고나 할까, 이 학교의 체육관은 컸다. 특별동 4, 5층 대부분을 터서 만든 그 곳은, 뭐 평범한 체육관들보다 더 깨끗하고 높이도 높았다. 끝에서 끝까지 50m 달리기 시간계측도 가능할지 모른다. 요컨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넓었다. 2층이라고 해야 할까, 건물 5층 부분에는 관객석까지 있고. 뭐야 정말 이 학교.

그런 체육관에 들어가자, 처음엔 인구밀도가 높아서 놀랐다. 특별동에 들어왔을 때는 운동장이나 일반동에 비해 낮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체육관만 두고 보면 운동장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았다. 그 중 대부분은 체육관의 한 지점, 중앙 부분에 몰려 있었다. 뭐라도 있는 걸까.

눈이 나빠서 잘 안 보인다. 요즘 시력이 안 좋아졌나. 원래도 허벌나게 나쁜데 이 이상으로 나빠지는 건 봐 주십사 한다. 렌즈 도수를 바꾸고, 안경 도수를 바꾸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고.

마코토는 그 사이 뭔가를 찾아낸 모양이었다.

「앗! 히로토 씨!」

그러곤, 중앙 쪽 사람 많은 곳으로 달려나갔다.

히로토? 확실히 여자아이들이 모여 있는 장소 중심에 멀대같이 키가 큰 갈색머리가 보인다.

그랬구나, 이제 납득이 간다. 쟤가 있었구나.

즉, 이 산더미같은 여고생들은 히로토를 노리고 온 여고생들이란 거다.

「앗, 마코토 짱 가 버렸어……. 오빠, 히로토 씨는 어제 그 분 말인가요?」

「응. 어제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나랑 같이 연주했었던 히로토야」

내 눈엔 희뿌옇게 잘 안 보이지만, 눈 좋은 마코토가 그랬으니까. 확실할 거다.

그런 얘기를 하는 사이 마코토는 인파를 헤쳐 중앙 쪽으로 들어갔다.

히로토같이 생긴 사람이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들곤 다가왔다. 아무래도 확실히 히로토가 맞는 모양이다.

그와 동시에 주위에 있던 여고생들도 일제히 이쪽을 주목하곤, 다가온다. 복장도 농구복, 배구복에 교복 차림까지 종류가 풍부했다. 그만 좀 해 줬으면 하는데……. 주목받는 건 싫어한다.

「여어, 왔단 건 알고 있었는데, 이런 데서 만날 줄은. 그리고 어제도 있었지. 유키호 짱. 좋은 아침」

가볍게 손을 들며, 웃는 얼굴로 말한다. 꺄아ー 멋있어! 같은 게 주위에서 들려 온다. 한스럽다. 목에는 나처럼 통행 증명서가 걸려 있다. 흰 셔츠에 검은 치노팬츠 차림. 러프한 모습인데 그게 어울린다 싶은 건 상판 보정이란 걸까? 조금이라도 나눠줬음 한다.

「아, 설마 히로토가 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앗, 네. 안녕하세요, 히로토 씨」

유키호 짱이 조금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받았다. 부러워라. 나같은 건 유키호 짱이 제대로 인사 받아줄 때까지 서너 번은 걸렸는데 저 훈남은 두 번 만에 그게 되는 건가. 게다가 어제도 유키호 짱이랑 잘 대화하고 있었던 것 같고. 대단하다…….

「그러고 보니, 히로토가 왔단 건 다른 둘도 왔단 거야?」

다른 둘은 말할 것도 없이 SSK랑 미즈키 얘기다.

「응, 실은 걔네들이랑 같이 왔었는데 어느 새 놓쳐버렸어. 연락을 하려고 해도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뭐 충전되어 있었다고 해도 연락 안 됐을 것 같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화면이 새까매진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그럼 미즈키나 SSK도 왔으려나……우리들은 못 봤는데……」

「뭐어ー!미즈키 씨랑 S씨도 왔던 건가요!」

본 적 없으니 엇갈렸을 가능성이 높겠네. 뭐니뭐니해도 학교가 이렇게 넓으니 못 만나도 이상할 것 하나 없다.

「그런데 너희들은 체육관에 뭐 하러 온 거야?」

「마코토가 가고 싶어해서. 체육관이라면 마코토가 좋아할 법한 게 많겠지?」

「확실히 마코토 짱이랑 어울리지」

「맞아맞아! 히로토 씨도 뭔가 같이 안 할래요?」

「그건 완전 상관없는데, 유키호 짱은 괜찮아?」

「에!?저 말인가요」

갑자기 화제로 부상한 유키호 짱이 약간 당황한 듯 대답했다.

「응, S가 그러던데 남자 공포증이라고」

「네, 괜찮아요오. 어제도 대화했었고요오」

난 노력해서 겨우 대화하는 데 성공했는데, 저 인간은 첫 대면에 대화 가능한 레벨까지 도달했다니……. 역시 훈남은 적(敵)이다. 분명히 인기 없는 남자의 적이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럼 뭐 할래, 마코토 짱?」

「으ー음. 뭘 할까……」

그러곤 팸플릿을 보는 마코토. 확실히 이렇게나 넓은 체육관이니 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있을 거 같다.

「그러고 보니 히로토는 체육관에서 뭐 하고 있었어?」

「아니ー, 뭐 하려곤 했는데 금세 사람들로 둘러싸여 버려서……」

쓴웃음지으며 말했다. 자랑이냐, 자랑이로구나! 부러워라. 여고생에 둘러싸이고 싶진 않자만. 긴장해서 쓰러질 것 같으니. 하지만 인기있고 싶다 생각한다. 나도 그 정도의 희망사항은 있는 거다.

「으ー음. 이것도 저것도 놓취기 아쉽네에」

마코토는 팸플릿과 눈씨름하고 있다.

「그럼 마코토 짱, 못 정했으면 처음엔 내가 하고 싶은 거 해도 돼?」

「그러네요! 뭐라도 놓치기 아쉬우니, 처음엔 히로토 씨가 하고 싶은 종목으로 하면 될 것 같아요」

「유키호 짱은 그래도 괜찮아?」

「네, 하지만……. 저 운동 못 하는데, 보고만 있어도 괜찮을까요?」

유키호 짱은 관전인가. 운동 잘 못 하는 것 같으니까, 그런 선택지도 괜찮다 싶다.

「그런 건 완전 상관없어. 누구라도 못 하는 거나 싫어하는 건 있는 법이니까」

따뜻하다고 해야 할까, 배려심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히로토는 인기있는 거겠지.

상판만 좋은 게 아니라 배려심이 깔려 있으니까.

「그럼, 나도 보고만 있어도 될까?」

뭐니뭐니해도 혼자서 보고 있으면 좀 불쌍하잖아.

「에ー, 오빠 그러지 마! 같이 하자!」

「그러고 보니 너랑 스포츠 해 본 지도 오래됐으니 꼭 좀 해 줬음 하는데 말야」

「오빠, 저는 신경쓰지 말고 해 주세요. 그, 저도 오빠가 운동하는 거 보고 싶어요!」

셋 모두가 이 리액션이다. 아무래도 안 하면 안 되는 흐름 같다. 역시 참가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이건 거절 못 한다. 유키호 짱의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고. 조금 꼴사납더라도 해 볼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할게……. 하지만, 도대체 뭘 하는 거야 히로토?」

「역시 오빠야!」

이 미소를 위해 하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 그건 이거」

그러며 히로토는 미소짓는다.




반짝반짝 왁스칠된 체육관 바닥이 꽤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큰 형광등 빛을 반사해서 빛나고 있다. 고체련이나 인터하이 현 예선에서도 쓸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체육관이었다.
(* 고체련: 일본 전국고교체육연맹의 약칭; 인터하이: 일본 전국고등학교종합체육대회의 별칭 - 역주)

그런 체육관에서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지면에서 2. 9m 높이에 천장을 향해 뻗어 있는 투명한 판 한 장. 그 판에는 붉은 테두리 달린 바구니가 하나. 밑에는 흰색의 둥근 원과 직선이 기하학적인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히로토가 하고 샆었던 건 한자로 대바구니 농(籠) 자에 공 구(球) 자를 쓰는 농구. 영어로는 배스킷볼이라고 하는 경기였다. 왠지 히로토다웠다. 뭐 농구라고 히도 그냥 자유투지만. 아무리 그래도 농구 경기까진 안 한다. 문화제고 하니. 문화제의 다양한 동아리에서 공동으로 주최하는 스탬프 랠리 중의 한 종목이다. 모든 스탬프를 모으면 뭔가 경품을 받을 것 같다. 참고로 이 여자 농구부의 자유투를 모두 받아내면 경품으로 주스 4개를 받는다던가.

마코토는 의욕만만해져서 농구공을 드리블하고 있었고, 히로토는 히로토대로 집게손가락으로 농구공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원래 농구부 했으니 저거 잘 하네. 나도 중고등학생 땐 체육 농구는 뒷전으로 한 채 저거 연습했었다. 잘은 못 했지만.

「저기, 평범하게 자유투 해 봐야 별로 재미없잖아. 내기 하나 안 할래?」

「뭐? 뭐라는 거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쟤 뭐라는 걸까. 중학생 때 전국대회 나갔던 인간이랑 승부해서 이길 수 있을 턱이 없다. 게다가 마코토도 운동신경이 완전 좋다. 뭘 어떻게 생각해도 못 이긴다.

「그래. 그러면 핸디캡 걸고. 너랑 마코토 짱은 남매 팀으로 가도 돼. 그리고, 자유투 라인에서 던져. 그리고 나는 혼자 3점 라인에서 던지는 걸로. 그러니까 너희들은 공을 내 두 배로 던지는 거야」

「오옷! 히로토 씨 물리기 없기에요ー! 저랑 오빠 콤비는 세다구요ー!」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마코토가 말했다. 확실히 이 정도면 괜찮은 핸디캡이겠지. 자유투는 방해도 안 들어오는 경기고, 마코토만 뭐라도 하면 승부가 결정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거는 건 뭐로?」

그는 내 질문을 듣곤 그러게……, 하곤 약간 뜸을 들였다. 그리곤 뭔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진 사람이 이긴 사람 말 하나 들어 주는 거 어때. 너희들이 이기면 내게 하나씩 시킬 수 있어. 반대로 내가 이기면 너네들한테 하나씩 뭐 부탁할 수 있게. 어때?」

「니히히. 딴 소리 하기 없기야! 히로토 씨! 좋아, 오빠! 우리들의 힘을 히로토 씨한테 보여주자구!」
또 뭐라고 하기도 전에 마코토가 입을 열었다. 뭐 딱히 마코토가 좋아하며 뭔 내기를 해도 괜찮긴 한데…….

「아, 그래……」

기분 좋은 마코토한테 떠밀려 난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어머, 그건 무섭네. 핸디캡을 너무 줬나?」

그런 나와 마코토를 보고 히로토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세계는 뭐라 할 것 없이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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