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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don't you kiss my lips?

댓글: 15 / 조회: 3601 /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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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9, 2016 18:05에 작성됨.

 

이 글은, 타케우치 P와 하야미 카나데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작자 : アルモン님

픽시브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565442#4

번역한 녀석 : https://twitter.com/seiyou72 

오늘도 1일 1번역입니다. 얼마나 이 페이스가 유지될지는

사실 제게도 미지수입니다. 번역할 작품이 먼저 떨어질지도요. 

하야미 카나데 편입니다. 중간에도 언급이 되지만, 

NO MAKE 에서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걸 알고 보시면 더 좋겠지요. 그럼, 재밌게 읽어주시길. 

 

1.

시작한지 30분, 의심이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확실한 예감이 확신으로 바뀐다.
이 영화는 꽝이다. 연기도 조잡하고 전개도 중구난방.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에게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럴 거라면, 그 차밍한 사람이 주역을 맡는 편이
그나마 나은 영화가 되겠지ㅡ 해 본 말이다.

나는 한 번 하품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잠들지 못하는 밤에 보기에는
딱 좋을 정도의 지루함이었을지도. 서양 영화 특유의 싸구려 정사 장면에
들어가기 직전에, TV의 전원을 껐다. ...일단 나도, 아직 어린 여자 고등학생이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익숙치 않은 연애 영화를 보려고 한 것도
내일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 씨와 일하게 된 것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만도 아니려나.

그 프로듀서에 대한 얘기는 신데렐라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크로네를 병행하는
린이나 아냐 쨩으로부터 자주 듣고 있었다. 린은 그 사람에 대해서는 빙 돌려서
푸념을 늘어놓는 듯 하지만 그 말에서는 숨길 수 없는 친애와 신뢰의 마음이
묻어 나오고 있어서, 듣고 있으면 이쪽이 흐뭇해진다. 반대로 아냐 쨩은 스트레이트다.
프로듀서 씨의 좋은 점을 즐겁게, 그리고 뭔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 그가 아이돌 모두로부터 대단히
사랑받고 있는 아주 멋진 프로듀서구나 하는 게 전해져왔다.

그것과 동시에 둘을 조금 부럽다고 느끼기도 하고.

프로듀서 씨와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어텀 페스가 끝나고 그가 리카 쨩과
미리아 쨩하고 함께 지나친 긴장으로 상태가 나빠진 후미카의 병문안을 왔을 때.
그를 보았던 순간엔, 솔직히 그 험악한 얼굴과 체격에 경계를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이름을 대자마자 린과 아냐 쨩의 이야기와 눈 앞의 프로듀서 씨가
정확히 일치해서, 소문으로만 듣던 아이돌이라도 처음 만난 듯한 기쁨을 느꼈었다.
...나도 아이돌이면서.

그 때, 그와 이야기 한 건 고작해야 몇 분. 하지만 그 짧은 만남으로도
그의 상냥함이나 성실함을 간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놀린 것 뿐인데 재밌는 반응을 해 주는, 조금 귀여운 구석도.

...보답을 해 줄까, 하고 말했을 때의 그가 당황한 표정은 지금 생각해도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

그 후로 346프로덕션 안이나 촬영 현장에서 그와 만날 때마다, 잡담을 나눌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말을 이렇게 했지만 가볍게 인사만 하는 정도의

프로듀서에게 내가 꾹꾹 밀어붙였다ㅡ 같은 느낌일까.

생각했던 대로 그는 밀어붙이는 것에 약한 타입 같아.
일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있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그를 놀리고, 그 리액션을 즐기는 게 메인.

특히 키스해줘 라고 말했을 때의 반응이 제일 좋다.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필사적으로 나를 설득하려고 드는

그는 그렇게 생긴 주제에 의외로 겁쟁이인걸까?
...뭐, 잔뜩 놀려놓고 실제로 키스할 배짱은 전혀 없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할 말이 아니겠지만.

그런 일들을 반복하고 있는 동안에, 조금 정도는 마음의 거리가
좁혀졌을까 하고 나는 멋대로 생각하고 있지만, 정식으로
프로듀서 씨와 일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항상
일에 따라와 주는 매니저 씨가 휴가라, 마침 스케줄이 비어있던
프로듀서 씨가 현장에 와 준다고 들었을 때ㅡ 매니저 씨한텐
미안하지만 나 있지, 럭키라고 생각해 버렸어.
프로듀서 씨한테는 언제 꼭 한 번, 내가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강철과 같은 이성에 묶인 그의 마음을,
내 매력으로 흔들어 버릴 수 있길ㅡ 뭐래니.

이 마음이 사랑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하고 대답한다.
적어도 지금은. 확실히 프로듀서 씨는 진지하고 어른이고
일도 유능하지만, 내 유혹에 간단히 굴하지 않는 점도 포인트가 높고
예상 이상으로 차밍한 남자였다. 그렇지만 사랑에 이르기까지는
결정타가 부족하다는 느낌. 그러니까 내일, 그와 같이 일을 하는 것도
같은 반에서 꽤 괜찮네 하고 생각하는 남자애가 자리 바꾸기에서
가까워졌다 정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어쩐지
고양된 기분탓에 잠들지 못하고, 한밤중에 이렇게 영화를 보고 있었다.
아직 안 본 DVD 중 적당히 집어든 게, 가진 것 중 몇 안 되는
연애 영화였던 건 무슨 인연인거람...

그런 알 수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지루했던 영화 덕분에 꽤 덩치를 키운 수마(睡魔)가
나를 삼키려고 접근해왔다. 나는 거기에 저항하지 않고 그저 몸을 맡길 뿐.
이윽고 의식은 부드럽고 따뜻한 어둠으로 떨어져, 나는 드디어 잠이 들었다.


2.

"좋은 아침입니다, 하야미 양."

"안녕, 프로듀서 씨."

"오늘은 처음으로 하야미 양의 현장에 따라가게 되었습니다만,
하야미 양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부족한 몸입니다만
전력으로 서포트 하려고 합니다..."

"후후, 변함 없이 딱딱하네. 프로듀서 씨는. 그런 점도 멋지지만,
조금 더 릴랙스해도 괜찮지 않아?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그런... 걸까요."

그렇게 말하고 목덜미에 손을 대는 프로듀서 씨.
그게 프로듀서 씨가 곤란할 때마다 나오는 동작이란 걸 눈치채는 데,
그렇게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그 모습이 꽤나 큐트했기 때문에ㅡ
무심코 좀 더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진다.

"맞아 맞아. 좀 더 말하자면 나는, 이 이상으로 당신과
깊은 관계가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야말로 지금,
일에 힘내란 의미의 키스를 해 줄 정도의 사이로, 말이지?"

아무래도 그건, 하고 볼이 붉어지는 프로듀서 씨.
내가 하고 있던 그런 예상을 뒤집고선 프로듀서 씨는 침묵하더니,
턱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라, 뭔가 평소하고 상태가 달라...?

"...하야미 양은, 혹시 제게 키스받으면 일을 할 때
모티베이션 같은 것들이 올라가는 겁니까?"

"어? 뭐, 뭐어, 그렇겠지...?"

예상 외의 질문에 내심 동요하면서도, 그걸 숨긴 채 (라고 생각하고) 대답하는 나.
그런 나하고는 대조적으로 프로듀서 씨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하죠."

"...? 뭐, 뭐를?"

"뭐라뇨... 키스, 겠지요? ...오늘만이라고는 해도 저는 지금,
당신의 프로듀서니까요. 당신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책임이 아닙니까?"

프로듀서 씨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힘은 생각 이상으로 강하고,
그도 남자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인색했다.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정적이 감돌았고,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그런 주제에 잠깐, 하고 말한
내 희미한 목소리는 그의 귀에는 전혀 닿지 않는다. 그의 얼굴이 다가왔다.
날카로운 시선이 내 눈동자를 똑바로 꿰뚫고 있다. 내가 눈을 돌리지 않는 건
반은 자존심, 나머지 반은 그가 그 표정을 무너뜨리고 '죄송합니다, 농담이었습니다'
하고 부끄러운 듯한 얼굴로 사과한 다음 그걸 본 내가, '당신한테 그런 배짱이
없단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하고 웃으며 그도 또한 목덜미애 손을 대는
평소 그대로의 버릇을 보인다ㅡ 그런 확실한 미래 예상도를 그리고 있었으니까.

그랬을텐데.

마치 꿈처럼 어이 없이, 그는 내 입술을 빼앗았다.

입술과 입술이 겹쳐져 있던 건 얼마 동안이었던 걸까. 분명,
정말 찰나의 시간이었을 터. 하지만 내게 잇어 그것은 영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시간이었다. 심장이 경종을 울리듯
바쁘게 혈액을 보내, 그게 내 뺨을 중심으로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번졌다. 그런데도 그의 표정이 확실히 보인다.
그 눈동자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어두운 빛이 나고 있었다.

"...좋은, 표정입니다..."

마치 짐승처럼 낮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내 몸이 움찔 하고 떨렸다.
본능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걸 멈출 방법을, 나는 모른다.

"...미소도 물론 멋집니다만, 지금 당신의 표정도
대단히 좋습니다. ...애초에, 팬 분들께는 보일 수 없겠지만.
...아니,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게 맞겠죠."

"...이상해. 오늘 프로듀서 씨, 뭔가 이상해. 평소 같았으면 이런..."

"...그렇다고 한다면...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이잖습니까?"

그 지적에, 놀란다. 확실히 지금까지 잔뜩 놀렸던 건 내 쪽이다.
...그래도, 그래도 설마 이렇게 될 줄은... 평소의 여유는 다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당장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은 마음을
어찌어찌 붙잡고 있는 게 전부였다. 프로듀서 씨가 한 발자국 다가온다.
나는 한 발자국 물러나려고 하지만, 어느샌가 나는 벽에 몰려있었고
등을 타고 흐르는 그 차가움에 목소리를 높일 뻔했다. 도주로가, 없다.

"...하야미 양은, 이런 일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할 여성입니까...?"

"...에? 그야... 뭐어..."

그 대답에 일단 거짓은 없다. ...뭐, 말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아이돌들에게 농담으로 말할 정도고 남자라고 하면
프로듀서 씨 이외에는 말한 적이 없다.
강한 척을 하며 애매한 대답을 한 건, 여자로서의 프라이드, 인 걸까.

"...그러면, 프로듀서로서 당신에게는 제대로 교육을 해 둘 필요가 있군요.
...당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한 번 욕망에 휩쓸린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일단 견실한 남자로 통하는 제가 상대일테니,
그 정도의 설득력은 있겠지요?"

그렇게 말하며 자조하는 듯 웃는 프로듀서 씨. 그래도 내게는
웃을 여유가 없다. 그리고 어쩐지 분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입술을 꾹 깨물고만 있었다. 인과응보라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되면 각오, 해야지.

"...프로듀서 씨. ...그, 있지... 살살, 해줘야 돼?"

"...검토, 해 보죠..."

그의 몸이 훅, 하고 가까워진다. 지금부터 내게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피가 끓어오를 것 같았다.
나는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작게 숨을 토하고,
떨리는 손을 꽉 쥐고 운명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두 그림자가 지금, 겹쳐져서 ㅡㅡ

 

 

3.

모르는 지식이나 경험 못 한 영역에 들어간 순간 꿈에서 깨어버린다.
그런 경험, 있지 않아?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곳에 그의 모습은 없었고 있는 것은 오직
검게 칠해진 밤 뿐이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서,
시야에 어렴풋한 빛이 들어왔다. 당연하다는 듯 나는 내 방의 침대 위에 있었다.
시계를 보자 마지막으로 본 시간으로부터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한 번 한숨을 내쉬고, 이불에서 빠져나왔다. 이 세상에 들키지 않도록
살짝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왔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이 정도의 밤 바람으로는, 몸의 열을 식히기에 부족했다.
...그 만들다 만 연애 영화 탓이야. 나는 마음 속으로 화풀이를 했다.
내일 무슨 얼굴로 그를 만나러 가면 되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자연스러운 점이 얼마든지 있었다. 특히 프로듀서 씨.
그래도 꿈 속에서는 누구나 그런 위화감에는 둔해지는 법이니까.
그런 말로 하여금 스스로를 달랬다.

상냥하고 성실한 프로듀서 씨를, 꿈 속이라고는 해도
그런 리메이크를 해 버린 것에 스멀스멀 죄악감이 밀려올라온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누구나 그런 일면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물론 프로듀서 씨도 예외가 아니라. 평소 하는 행동을 생각해 보면,
만약 그가 나를 덮친다고 해도, 불만을 말할 입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 정열적인 프로듀서 씨도
의외로 나쁘지 않을지도. ...그건 그렇다 쳐도, 살살 해줘, 이건 아니지.
그런 싸구려틱한 대사, 만약 영화에라도 나왔으면 당연히 웃음이 터졌을걸.
하지만 지금부턴 웃을 수가 없다. 나도 의외로, 라기 보다 거의 확실히
밀어붙이는 것에 약한 타입?

만약 내가 그 영화를 계속, 그런 장면까지 보고 있었다면
꿈 속에서도 조금 더 길게 이어졌을지도 몰라ㅡ 그런 상상을 하자
더욱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안 돼, 그 이상으로 꿈을
계속 꾸었다가는, 내일 그와 만나기는 커녕 일 자체를
캔슬하게 되어버릴지도 몰라.

밤도 깊은데, 거리는 아직도 잠들지 않고
선명한 빛을 뿌리고 있어서 내 의식을 완전히 깨웠다.
하지만 하늘에 떠오른 달은 결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특유의 부드럽고 어슴프레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고양된 내 기분을 진정시키기에, 이 세상은 너무 시끄러워.
그러니 달의 뒷면 정도여야 오늘 밤 내가 편안히 잠들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호텔 문 사이드ㅡ 란 거겠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이대로 거리의 빛이 새벽녘에 삼켜져 가는 광경을 기다리기로 했다.

 

4.

거울에 비치는 입술은, 화려할 정도의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때부터 한 숨도 자지 않고, 아니, 못 잤으니까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하지만 평소보다 짙은 메이크 업 덕분에, 거칠어진 피부나 안색은
완벽하게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입술은, 조금 지나쳤으려나.

콩콩콩, 하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 너머에 있는 인물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조금 속도를 높인 고동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괜찮아, 평소대로 하자.
본심을 숨기는 건 내가 잘하는 거잖아?

"들어와요."

"...실례하겠습니다."

예상대로의 손님이었다. 나는 거울에 반사된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았다.
갑자기 마주치는 건, 조금 부끄러웠으니까. 그 다음 천천히 의자를 회전시켜,
그와 마주보았다. 오랜만에 만났을텐데,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물론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사과할 건 없는걸. 아직 약속 시간 30분 전이잖아.
데이트 때였다면 충분히 합격점. 내가 조금 빨리 왔을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말도록 해."

이 이상으로 빨리 왔었다면 까칠해진 얼굴을 보였을지도 모르니까.
그것만큼은 죽어도 사양이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하야미 양의 현장에 따라가게 되었습니다만,
하야미 양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부족한 몸입니다만
전력으로 서포트 하려고 합니다..."

"후후, 변함 없이 딱딱하네. 프로듀서 씨는. 그런 점도 멋지지만,
조금 더 릴랙스해도 괜찮지 않아?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그런... 걸까요."

꿈에서 했던 대화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묻어두고 있었을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이 다음에 내가 말할 말은, 분명ㅡ

"...하야미 양?"

"꺄악!? ...왜, 왜?"

그 대사를 말해버리면, 그대로 그 꿈대로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의 소용돌이가 휩쓸려있었으니까, 그의 목소리에
그 꿈에서 속삭였던 말을 멋대로 겹쳐서, 조금 과잉반응을 해버렸다.
내 동요를 눈치챈 건 아닐까.

"...컨디션이, 좋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어?"

그의 지적에, 이번에는 확실히 동요해버렸다. 어, 어째서 알아챈 거야?
메이크 업은 완벽했고, 행동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삐걱대진 않았을텐데.
그런데도 그의 눈동자엔 거짓말이나 눈속임이 통할 것 같은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약간 목소리 톤이 낮고, 반응도 둔합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메이크 업이 약간 짙군요. 하야미 양은 옅은 화장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그 사실을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프로 의식 또한 높은 하야미 양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메이크 법을 바꿀 리가 없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안색이 나쁘다는 걸 숨기기 위해서였다, 정도일까요."

그 혜안에 놀라기보다도, 나에 대해 그 정도까지 이해해 주고 있다는 기쁨이
내 마음에 차올랐다. 지금까지 표면을 겉돌고 있던 정도일 뿐인 그의 존재가,
한순간에 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다가온 것을 느꼈다. ...이런 건, 비겁해.

"잘도... 알았네."

볼의 홍조를 숨기면서, 겨우 짜낸 말에 그는 즉답했다.

"...당연합니다. 저는 당신의, 프로듀서니까요."

오늘뿐이지만요, 하고 쓴웃음을 짓는 그였지만 나는 전혀 웃을 수 없었다.
단지 하루 뿐인 프로듀스라고 해도, 그는 이 날을 위해 전력을 다해주었을테지.
그렇지 않으면 내 컨디션을 간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해주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을 여자아이가 있을까?

"...몸 상태가 나쁜 건 인정할게. 하지만 그건 당신 탓인걸, 프로듀서 씨?"

"음? ...그건, 도대체...?"

방금까지의 의연한 태도는 어디갔는지, 당황하기 시작한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 씨가 어제 꿈에 나와서, 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
그러니까 오늘 굉장히 잠이 부족한 상태야. ...도대체, 어떻게 책임을 질래?"

"...그, 그건... 죄, 죄송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논리라곤 없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발언이다.
그런데도 마음 속 깊이 죄송해하는 프로듀서 씨. 그게 어쩐지 우스워서,
나는 무심코 그 기세를 올려버렸다.

"...그럼, 정말로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면... 내 질문에 하나, 대답해주지 않겠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에게 들키지 않도록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뭘 긴장하고 있는 거람, 나도. 이런 질문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그럼 어째서 일부러 질문까지 하는 거야? 마음 속의 목소리는
일절 무시해 버리기로 했다.

"...만약 내가, 농담도 뭣도 아니라 정말로 키스해 달라고 말한다면...
프로듀서 씨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런 걸 물어보는 것도, 분명 그 이상한 꿈의 탓.
하지만 꿈 속의 그와는 달리, 아마 그는 거의 틀림없이
아이돌에게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 대답을 들은 나는 뭐, 그야 그렇지 하고 납득하겠지.
설령 기적이 일어나서 그 꿈처럼 그가
'하야미 양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죠' 하고 대답한다 하더라도,
내게는 그것을 듣고서도 키스를 요구할 배짱 따윈 없었다.
정말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질문. 그래도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그의 모습은, 역시 멋지다고 생각한다.

"...분명 저는, 거절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기적이 쉽게 일어날 리가 없다. 하지만 예상이 반드시
맞으라는 법도 없다. 이건 줄거리가 빤히 보이는 B급 영화완 다른
현실 세계의 이야기니까. 나는 그 뒤에 이어질 말에,
그런 당연한 것을 다시금 인식하고 있었다.

"...키스라고 하는 것은, 서로 마음이 있는 남녀가
제대로 된 교제와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나는 황당해했다. 그리고 뱃속에서부터 웃음이 솟아올라서,
무심코 크게 웃어버렸다. ...설마, 그런 논점이 빗나간 대답이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머릿속에 눌러앉아있던 안개가,
순식간에 맑아져가는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부, 분명 제 연애관은 구닥다리일지도 모르고,
그걸 고등학생인 하야미 양에게 떠드는 것은 넌센스란 걸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웃으실 것까진..."

붉어진 얼굴로, 목덜미에 손을 대는 그의 모습을 보자,
한층 더 웃음이 솟아올라왔다. ...꿈 속에서 본 와일드한 당신도
괜찮지만, 역시 진지하고, 바보같이 정직하고, 상냥하고, 그리고
놀리는 맛이 있는 당신이 제일 차밍한걸!

"후후, 이번엔 내가 사과할 차례네. 프로듀서 씨. ...나도 실은,
당신의 의견에 찬성이야."

"그,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있지, 웃어버린 것에 대한 사과가 하고 싶어.
잠깐 이쪽으로, 와 줄래?"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면서도, 순순히 다가오는 프로듀서 씨.
그렇게 놀렸는데도 또 속는 점도, 귀여웠다. 콩깍지가 낀 걸까.

프로듀서 씨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순간,
나는 기세 좋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가 어, 하며 몸을 빼는 것보다도 내 입술이 그를 포착하는 게 빨랐다.
쪽, 하고 기분 좋은 소리가 나고, 그의 볼에 내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다.

"이, 이건...?"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로 당황하고 있는 프로듀서 씨.
응, 역시 당신은 그래야지. 역시 꿈이라도 꾸고 있다는 듯이
뺨을 만지고 있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찬성했어. 그리고 키스에 필요한 조건은,
아직 한 가지밖에 안 모였으니까. 그래서 이번엔 볼에 하는 걸로
참기로 한 거야. ...내 말의 의미, 자알 생각해야 돼?"

앞으로 필요한 조건은 세 개. 그의 마음과, 교제와, 시간.
그래도 첫 번째를 손에 넣을 자신은 그럭저럭 있고,
첫 번째가 손에 들어오면 나머지 둘도 언젠가 손에 들어오겠지.
역시 나는 제멋대로니까. 주도권은 이쪽에서 쥐고 싶은걸.
그러니까 조건이 모두 갖춰지면, 이번엔 내가 주연인
그 꿈의 다음 씬을 볼까? 계속 당하기만 하는 건 취향이 아냐.

"...그럼 나, 촬영에 다녀올게. 프로듀서 씨도 제대로,
내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해? ...키스하고 싶어졌다고 해도,
촬영이 끝날 때까지 참아줘."

"하, 하야미 양!?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내 프로듀서라면, 알지 않아? 지금 내가, 최상의 컨디션이란걸!"

그렇게 말하고 나는 프로듀서 씨를 남겨둔 채 방에서 나갔다.
곤란해하며 서 있는, 볼에 진홍의 흔적을 남긴 프로듀서 씨의
약간 바보같은 표정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프로듀서 씨는 잊지 않고 볼을 닦은 다음 현장으로 따라와줄까.
아니, 그라면 분명 닦는 것은 나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이것저것 쓸데없는 걸 생각하고 고민 할 게 틀림없어.
그런 점도 좋아해. 닦고 온다면 나하고 한 키스가 그렇게 싫었어?
하고 놀리고, 닦고 오지 않는다면 당신도 의외로 마음이 있는 거구나,
하고 놀릴 생각이다. 어느 쪽도 내겐, 나쁘지 않은 얘기다.

입술을 손끝으로 살짝 훑었다. 그하고의 키스 덕분에 지금 내 입술은,
요염한 분홍색으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심장 고동 소리가 올라가고,
몸은 열을 띠었다. 그를, 그리고 수많은 관중을 포로로 만들기 위한
내 무대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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