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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신데렐라 스토리즈」Proceed on one's way

댓글: 19 / 조회: 1732 / 추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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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9, 2016 12:54에 작성됨.

원작자 : ぼんぼん님

픽시브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901936

번역한 녀석 : https://twitter.com/seiyou72

이번 편에는 오리지널 프로덕션 884 가 등장하고 그 소속 인물들이 나옵니다. 

큰 비중은 없지만 그래도 페이지 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혹 오해 없으시길 바라면서.

또 오래 걸렸지만 번역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7편 정도 남았습니다. 

 

/

10월.


그녀들은 가을 기운을 한층 더 빨리 느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으햐아, 역시 홋카이도는 춥구만."

"하지만 하늘은 예뻐요."

나츠키는 양손을 뻗으며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그곳에는 끝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홋카이도라고 하면 여름 아님 겨울이란 이미지인데,
가을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가을철 옷을 몸에 두른 아리스가 말했다.

"하지만 나리도 굉장한걸. 데뷔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홋카이도라니 말이야."

나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돌아본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체격 좋은 정장 차림의 남성이 서 있었다.

"지금은 지방 아이돌도 인기를 넓히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교통 수단의 발달로 세계가 가까워진만큼,
반대로 각 지방의 장점을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으니까요."

"그래서 지방부터 공략한다는 건가. 꽤 하는데."

이 날, 나츠키는 홋카이도 현 하코다테 시에서 벌어지는
아이돌 페스타에 출전하기 위해 현지에 입성해 있었다.

이 페스타에 후미카와 아리스는 참가하지 않지만,
나중을 위해라는 명목으로 두 사람도 데리고 온 것이다.

"저, 홋카이도는 처음이에요…. 조금…, 추울지도요."

후미카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움츠린다.

"저는 한 번 할아버지하고 온 적이 있어요.
홋카이도에는 여러가지 맛있는 것들이 많다구요."

처음으로 홋카이도에 온 후미카를 앞에 두고,
조금 득의양양한 태도로 아리스는 설명했다.

"뭐냐, 아리스. 일보다 먹는 거 생각이야?"

나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아리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아, 아니에요. 저는 일반론을 말한 것 뿐이거든요.
그리고 머리 위에 손을 올리지 말아주세요."

"하하하. 뭐, 일단 일하러 온 거니까 말이지."

"나츠키 씨야말로, 내일 무대가 있는데 여유가 있으시네요."

나츠키의 손을 치우면서 아리스가 말했다.

"그다지 여유 따위는 없어."

"?"

"언제 어느 때라도 전력을 다한다. 그게 내 방식. 그렇지? 나리."

"네."

나츠키가 프로듀서를 부르자, 그는 힘있게 고개를 끄덕인다.
강한 신뢰로 이어진 관계.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아리스는 조금이지만 부럽다고 생각했다.

 

Proceed on one's way

 

다음 날 하코다테 아이돌 페스타는 야외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굉장히 많네요. 사기카와 축제 때보다도 많아요."

관객석의 상태를 모니터로 보면서 아리스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기카와하고 비교하면
하코다테 쪽에 실례야, 아리스 쨩."

후미카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어쩐지 조금 긴장되기 시작하네요."

"저도요."

"왜 너희들이 긴장을 하는데."

무대 의상으로 몸을 감싼 나츠키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붉은 색을 베이스로 한 가죽 재킷을 걸쳐입은 나츠키는,
그녀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꽤 록한 의상이었다.

"괜찮은 건가요?"

아리스가 묻는다.

"응? 뭐가."

"그게, 이렇게나 사람이 많잖아요."

"괜찮대도 그러네. 한 명이건 만 명이건 상관없다고. 난 내 음악을 할 뿐이야."

"굉장하네요."

아리스는 존경심 가득한 눈으로 나츠키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에게 나츠키는 말한다.

"있잖냐, 아리스. 내가 정말로 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네? 하지만, 굉장히 자신만만하게…."

"확실히 자신은 있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불안하단 말이지."

"불안?"

"잡아봐."

그렇게 말하고 나츠키는 왼손을 내밀었다.
나츠키가 자주 사용하는 쪽의 손이다.

"아…."

나츠키의 손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돼. 사실은, 장난 아니게 무서워.
하지만 그 이상으로 여기서 도망쳐버리는 건 더 무서워."

"더 무섭다고요?"

"그래. 두 번 다시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지 마, 같은 소리를
듣는 건 더 싫다고. 나한테 이렇게 찬스가 주어졌어. 그러니,
당장 눈 앞에 있는 찬스를 살려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나츠키 씨."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나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아리스와 나츠키를 껴안았다.
지금 막 꺼내 입은 의상의 냄새가 났다.

"잠깐, 나츠키 씨."

당황하는 아리스.

"불안하고 불안해서 어쩔 도리가 없지만, 그 앞에는 이 불안을
쩌리로 만들고 말 정도의 뭔가가 있어. 분명 너희들도 볼 수 있을거야."

"……."

"나는 혼자가 아냐. 오늘은 응원해줘.
나가노에 갔을 때보다도 더 파워 업한 나를 보여줄테니까."

"네."

"힘 내고 와요, 나츠키 쨩."

"그래!"

후미카와 아리스의 응원에, 나츠키는 힘있게 주먹을 쥐어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꺄아아!!!"

갑자기 후미카가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응?"

후미카의 가슴 언저리에 작은 손이 있었다.

"후미카 씨?"

후미카가 그 손을 치우고 가슴 쪽을 부여잡고 있다.

"누군가가…, 제…."

"하앙─♪, 좋은 산을 가지고 있는걸. 과연 도쿄 사람이야."

"!?"

그곳에는 아리스보다 좀 더 키가 큰,
머리를 경단 모양처럼 한 중학생 정도의 소녀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양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다.

"당신, 누구죠!?"

아리스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방금 전 갑자기 가슴을 만져져, 후미카는 완전히 겁먹고 있다.


"이것 참, 이름을 댈 만한 사람도 아닌데."

경단 머리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범죄자인가요!?"

"어어? 아니야. 나는 단지, 부드러운 부분이 좋은 미소녀니까."

"무나카타 양,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이 때 정장 차림의 프로듀서가 달려왔다.

"어라─, 프로듀서 아닌가요. 오랜만."

무나카타라고 불린 경단머리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손이 프로듀서의 가슴 부분으로 뻗었지만,
그는 손목을 잡고 그것을 제지했다.

"당신은 남자 것이라도 상관없는 겁니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프로듀서의 근육은
부드럽고 만지는 느낌이 딱 좋거든."

"음…."

소녀를 잡은 손을 놓은 그는, 오른손으로 뒷덜미를 만졌다.

"그 버릇, 고쳐지지 않네. 뭐, 멋있으니까 안 고쳐도 되지만."

"……."

프로듀서의 버릇을 알고 있는 소녀.
그녀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 것인가.
아리스는 신경이 쓰여 참을 수 없었다.

"저기, 프로듀서. 이 사람은."

"아아, 타치바나 양. 이 분은 무나카타 아츠미 양입니다.
346 프로덕션의 홋카이도 지부에 소속된 아이돌이지요."

"헤에, 홋카이도 지부 같은 것도 있구만."

나츠키는 툭 던지듯 말했다.
아리스도 얘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거기 소속된 아이돌은 처음 보았다.

"그, 그래서. 그, 무나카타 양하고
프로듀서 씨는 어떠한 관계인 건가요?"

방금 전 함부로 가슴이 만져진 후미카가 조심 조심 묻는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말아줘, 이번엔 부드럽게 만질테니까."

"힉!"

"실례하겠습니다."

"으갹."

프로듀서는 경단이 두 개 붙은 아츠미의 머리를 누르며 설명한다.

"무나카타 양은 제가 오디션으로 선발한 아이돌입니다.
본인은 도쿄에서 일하기를 희망했기 때문에,
1개월 정도 연수를 시행했습니다만…."

"지금은 홋카이도인 거네요."

"회사 안팎을 가리지 않고, 여성의 '그것'을 만지려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그대로 홋카이도로 돌려졌습니다."

"그게 말이지, 산을 보면 만지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

주눅드는 기색도 없이 아츠미는 웃는다.

"그래도 괜찮잖아, 같은 여자애들끼리."

"안 됩니다."

"정말, 프로듀서 군은 변함없이 딱딱하네.
딱딱한 건 복근으로만 해 둬. 문질문질."

그렇게 말하고 아츠미는 프로듀서의 배 부분을 만진다.

"……."

그 지나칠 정도의 스킨십을 본 아리스는,
조금이지만 부럽다고 생각했다.

(아, 안 돼, 아리스. 저런 걸 부러워하면, 마치 변태같잖아!)

자기 안의 충동을 필사적으로 없애는 아리스.

"그런데 이 세 사람이 프로듀서의 여자친구?"

"하!?"

"어?"

놀라는 아리스와 후미카.

"…아닙니다."

피곤한 것처럼 프로듀서가 말했다.

"알고 있어. 이 아이들이 지금 담당하는 아이돌이지? 다 귀여워."

"아직 자기소개가 안 되었던가요."

"아, 네."

아리스는 끄덕인다.

"그럼 사기사와 양부터,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고 프로듀서는 자기소개를 재촉했다.
어느 세계라도 인사는 기본인 것이다.

"사, 사기사와 후미카예요. 나가노 출신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후미카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응응. 아까도 만졌지만, 좋은 산을 가지고 있는거얼."

"산이라면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서 갖고 계신데요…."

"헤에, 좋은 '가슴' 을 가지고 있어."

어쩐지 아츠미가 말하면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마는 아리스.

"난 키무라 나츠키. 오늘 하는 아이돌 페스에 나간다고."

"하아, 사이즈는 후미카 쨩 만큼은 아니지만
모양도 그렇고 튼실하고 꽤 좋은 보물을 가지고 있어."

"이보셔, 가슴밖에 안 보는 거냐. 이 꼬맹이는…."

나츠키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어서 아리스가 자기소개를 한다.

"타치바나 아리스입니다."

후미카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정중히 인사해 보이는 아리스.
그런 아리스를 향해 아츠미는,

"아직 개발도상국이네."

"무슨 얘기시죠."

"하지만 안심해. 부풀기 시작한 산도, 부풀어오른 산도
나는 평등하게 사랑하니까."

"아니, 사랑하지 않아도 돼요."

"무나카타 양, 이제 곧."

그런 아츠미에게 프로듀서가 말했다.

"어어? 난 좀 더 후배와 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타나베 씨가 부르고 있습니다."

"나벳치는 기다리게 하면 되잖아."

"그렇게는 안 됩니다."

"뿌─뿌─."

"가지요."

"알았대두."

"아 참, 무나카타 양. 잠시 기다려주실 수 있습니까."

"어?"

아츠미를 기다리게 한 프로듀서는 곧바로 나츠키 곁으로 왔다.

"키무라 양."

"왜 그래? 나리."

"꽤 억지스러운 스케줄입니다만, 괜찮으신지요."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할 거라면 후미카나 아리스를 걱정하라고."

"아뇨, 오늘은 당신이 주역이므로."

"내가, 주역 말이지."

"그리고 걱정하는 게 아닙니다."

"하하, 그건 반대로 압박인걸."

"하코다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십시오."

"…알고 있어."

"실패나 성공은 신경쓰지 마시길. 미련이 남지 않도록."

"있는 힘껏 하겠어."

"네, 있는 힘껏."

그렇게 말하고 나츠키는 살짝 웃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무나카타 양. 갑시다."

나츠키 옆에서 떨어진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하며 걸어나갔다.

"프로듀서, 멋진 얼굴을 하게 됐잖아."

그의 옆에서 아츠미가 말했다.

"무나카타 양?"

"후후. 조금 부러워서."

"무나카타 양도 타나베 씨와는 사이가 좋다 생각합니다만."

"나벳치하고는 조금 다른데. 있지,
다음에 또 홋카이도에 오면 삿포로에도 들러줘."

"네, 그렇게 하죠."

멀어지는 얘깃소리를 들으며 조금 아리스는 복잡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

 

"흐아아암─."

음악 프로듀서 오오바야시 나오미치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하품을 했다.

"오오바야시 씨, 일단 심사위원장이신데."

옆 자리 남자가 주의를 준다.

"알고 있대니까."

이 날 오오바야시의 일은 프로듀스가 아니라 홋카이도 지방의 아이돌 페스 심사위원이다.
데뷔한 지 몇 년이 되지 않은 신인을 대상으로 한 이 페스는 지방 위주로 활동하는,
흔히 말하는 지역 아이돌이나 지명도가 낮은 신인 아이돌들을 위한 것이다.

그만큼 기술적인 점에서는 허술한 부분이 많다.

(지루하네.)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오오바야시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애초에 나는 좀 더 뭐랄까, 프로페셔널한 아티스트를 보고 싶은걸.
이런 학예회에서 조금 실력만 늘은 귀엽기만 한 꼬맹이들에겐 흥미없어.)

오오바야시는 그렇게 생각하며 출연자 프로필을 팔락팔락 뒤적인다.
데뷔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아이돌에게 기술을 요구하는 건 잘못됐을테지만.
자신에게 이건 일이라고 되뇌이면서 오오바야시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최근의 아이돌 붐을 좋게는 보지않는 구석이 있었다.
좀 더 아티스틱 노선을 전면에 내세운, 겉치레가 아닌 재능은 없는 건가,
하고 생각하면서 전전긍긍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프로페셔널한 인간이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라도 해야만 한다.
업계 사람으로써 세간의 유행에서 엇나가선 살 수 없는 것이다.

<<다음은, 홋카이도 지방의 에이스 '도산코 걸즈 X' 입ㅡ니다!!>>

페스 회장은 그럭저럭 열기를 띄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보기엔, 노래에 열광하고 있다기보다
아이돌의 캐릭터에 분위기가 들뜬 것처럼도 보였다.

특히 특정 지방 아이돌에게는 열성적인 팬도 붙어 있다.

결코 메이저로는 올라서지 못한다, 는 점에서는 어느 의미로
틈새 시장을 노린 좋은 작전이라 생각하지만, 그로써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은 좀 더 위를 노려줬으면 하기도 했다.

심사 용지에 적당한 점수를 적어넣으며 오오바야시는 한 번 더 하품을 억눌렀다.
그 후로도 몇 팀인가가 퍼포먼스를 끝냈다.
페스 회장은 달아오른 모양이지만, 오오바야시의 마음은 한층 더 깨어 있었다.
휴식 겸 오늘 밤 스스키노 (삿포로 시 츄오 구에 있는 번화가) 에서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자 갑자기 그의 귀에 기타 소리가 날아들어 왔다.

(MR이 아니라고? 어떻게 된 거지.)

다급히 회장을 보자, 한 소녀가 기타를 내리고 서 있었다.
왼손잡이 용 기타를 든, 리젠트 스타일 소녀.

키는 조금 작은 것 같지만, 그걸 메우고도 남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와줘서 고마워! 346 프로덕션의 키무라 나츠키다!
하코다테의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힘내겠어!!!>>

그렇게 말하고 키무라 나츠키라는 소녀는 다시 기타를 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인트로.

기타 연주는 가짜 연주 (페이크) 가 아닌 진짜였다.
그것도 꽤나 능숙한.

프로 아마추어 관계없이 몇 백에 달하는 밴드를 보아 온
오오바야시에게는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그러시죠? 오오바야시 씨."

옆에 앉아있는 하코다테 시장 (특별심사위원) 이 질문해 왔다.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오오바야시는 시장의 말을 가볍게 흘려넘기고 놓여있는 자료를 뒤졌다.

"키무라 나츠키, 키무라 나츠키. 이건가."

원하는 자료를 발견한 그는 파고들 듯이 바라보았다.
여성스럽지는 않은 리젠트 헤어스타일, 자그마한 체구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격렬한 기타 플레이는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이 녀석, 진품이냐.)

자료에서 눈을 뗀 그의 시선은 다시 페스 회장으로 빨려들어간다.


*


"수고하셨습니다."

라이브가 끝난 다음, 무대 뒷편에서 프로듀서가 나츠키에게 타올을 건넸다.

"Thank you-. 어땠어? 내 라이브는."

"네.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부탁해."

"기타 솔로 파트는, 연습의 성과가 충분히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무도 꽤 고심하신 모양이더군요."

"우후. 나리는 역시 알아채는구만."

"당신의 프로듀서니까요."

나츠키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런 두 사람의 곁에, 후미카와 아리스가 달려왔다.

"나츠키 쨩, 정말 좋았어."

"저, 감동했어요."

후미카와 아리스는 제각각 퍼포먼스의 감상을 떠든다.

"고마워, 후미카도 아리스도. 모두의 응원 덕분이야."

"하코다테의 팬 분들에게도, 나츠키 씨의 매력이 전해진 모양이네요."

아리스는 눈을 빛내며 말한다.

"그러려나."

나츠키는 다시금 부끄러워져서, 받은 타올로 땀을 닦았다.

"잠깐 얼굴 좀 씻고 올게. 다들 대기실에서 기다려줘."

그렇게 말하고 나츠키는 왼손을 흔들었다.

"네."

"알겠어요."

"심사결과의 발표가 있으므로, 그 때까진 돌아와주십시오."

"알고 있어."

프로듀서의 말에 나츠키는 끄덕였다.
그를 포함한 세 사람과 헤어진 나츠키는, 혼자 화장실로 향했다.


*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은 그녀는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보았다.
아직 약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세팅한 헤어스타일은 땀과 격한 퍼포먼스의 영향으로 흐트러지고 있었다.

단 한 곡 뿐인데 심각하게 지쳤다.
단지, 기분 나쁜 피로가 아니란 건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받은 타올로 손을 닦고, 나츠키는 대기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키무라 나츠키 양인가."

"앙?"

돌아보자, 중년에 콧수염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넥타이도 않고 정장을 입은 그 남자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이거 실례, 나는 오오바야시 나오미치. 오늘 페스에서 심사위원을 하고 있지."

그렇게 말하며 오오바야시라고 이름을 댄 남자는 명함을 내밀었다.

"오오바야시 나오미치라니, 그 음악 프로듀서?"

"그래."

그러고보니 심사위원은 전혀 신경쓰지도 않았다.
분명 몇 개 밴드를 프로듀서한 경험이 있는 수완 좋은 프로듀서가 있단 건 알고 있다.

현재는 프로듀스가 아니라 신인 디렉터의 지도나
신인 발굴 프로젝트 같은 것을 담당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심사위원 씨가 무슨 볼일이시죠?"

나츠키는 익숙하지 않은 경어를 사용한다.
일부러 자기한테 말을 걸어왔단 건, 어떤 의도가 있어서일까.

"실은, 자네를 스카우트하고 싶어서 말이야."

"뭐? 스카우트?"

"아아."

"어떻게 된 거죠?"

"난 요 최근의 아이돌 붐에는 조금 회의적이어서 말이지.
본격적인 아티스트 노선을 노릴 수 있는 재능을 찾고 있었거든."

"그런가요."

"그러던 차에 자네와 만났다. 심사하고는 별개로, 자네 재능을 사고싶어."

"의미를 잘 모르겠는데요."

"다시 말해, 본격적인 걸즈 밴드의 결성에 자네가 필요해."

"제 힘…,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갑작스런 이야기로 망설이는 건 이해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자네의 활동 주체는 수도권인 모양이지."

"뭐, 그렇지요."

"그럼, 일단 사무소에 한 번 들러보지 않겠어.
다른 멤버들도 이미 점찍어두었고. 자네만 좋다면 사람도 모을 수 있으니까."

"……"

"생각해봐 주지 않겠나. 나는 언제라도 자네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테니. 그럼."

"…네."

그렇게 말하고 오오바야시는 떠나갔다.
또 한 사람, 그 자리를 뜨는 사람이 있었단 걸,
그 당시의 나츠키는 눈치채지 못했다.


*


같은 시각, 우연히 자신도 화장실에 가고자 했던 아리스는
나츠키와 누군가가 이야기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분명 저 사람은, 심사위원이면서 음악 프로듀서인 오오바야시란 분.)

들고 있는 태블릿으로 오오바야시의 이름을 검색한다.
콧수염이 특징적인 남자가 화면에 떴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아리스는 귀를 기울였다.

"다시 말해, 본격적인 걸즈 밴드의 결성에 자네가 필요해."

오오바야시의 말에 아리스는 심장이 멈추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놀랐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그리고 망설이는 나츠키.

(나츠키 씨는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있어. 그렇다면….)

거기까지 생각한 아리스는 자기 생각을 멈추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츠키는 답을 내지 않은 채 오오바야시와 헤어졌다.
아리스는 나츠키에게 들키지 않도록 그 자리를 떠났다.

그 후, 하코다테에서 열린 라이브는 대성공으로 끝나고,
나츠키는 준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우승은 홋카이도 지방 아이돌 그룹에게 빼앗기고 말았지만,
완전히 Away 한 상태에서는 꽤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서는 나츠키 얘기가 화제가 되어있었다.

'본격적인 록 아이돌'

'천재적인 연주'

'의외로 귀여운 목소리'

'리젠트계(系)여자'

칭찬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수상쩍은 코멘트도 있지만,
대부분 그녀의 활약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츠키는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봐도 지방 라이브에서 보람을 느낀 아이돌이 지을 표정이 아니다.

프로듀서도 그걸 신경 쓰고 있었는지, 걱정하는 표정이었지만
나츠키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하며 둘러대었다.

(나츠키 씨….)

나츠키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바깥 풍경을 보고 있었다.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지상의 빛과 비행기 날개의 붉은 빛이 이따금 보이는 정도다.
곁에 앉아있는 후미카는 푹 잠들어 있었다.

 

*


"다녀왔어."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 나츠키는 인사를 했다.
혼자 살기 시작한지는 오래 됐지만, 방은 잘 정돈된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틀만에 돌아온 집에 불을 켜자, 그리운 냄새가 났다.
호텔에 묵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역시 집이 제일 안정된다.

좋아하는 록 밴드의 포스터나 CD가 늘어선 방에서 나츠키는 크게 한숨쉬었다.

(뭘 하고 있는 걸까.)

밴드를 결성해, 스트리트에서 노력하고 있던 건 데뷔하기 위해서였을 터다.
상의를 벗어던지고,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운 나츠키는
돌아오는 길에 들린 편의점에서 산 음악 잡지를 보았다.

거기엔 홋카이도에서 만난 콧수염 남자가 실려있었다.

(오오바야시 나오미치….)

'거대한 아이돌 붐인 지금 세상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티스트 노선을 강조하고 싶다.'

그가 앞으로 해나갈 프로듀스 전망이 쓰여 있었다.
오오바야시는 여지껏, 몇 개의 아이돌 밴드를 프로듀스 해 왔다.
나츠키도 이름은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로부터의 오퍼다.

예전 자신이라면 마음이 설렜겠지.
하지만 지금, 자기는 아이돌을 하고 있다.

"사실은 내가 있을 곳은 거기가 아니라고 알고있는 거 아냐?"

갑자기 또 하나의 자신이 그렇게 말을 걸어온다.
또 하나의 자신은 그 옛날 밴드 스테이지에서
입었던 것과 비슷한 의상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후미카하고 아리스와 달리, 스스로한테는 귀여운 의상도
버라이어티 방송도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

(……)

"아이돌 같은 건 결국, 한 시기의 젊음을 잘라 팔고 있을 뿐이지.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아티스트로 내세우는 게 좋은 커리어잖아?

또 하나의 자신은 그렇게 지껄여댄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눈을 감자 또 하나의 자신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 뒤로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나리….)

프로듀서였다.

"……."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빤히 나츠키를 바라 볼 뿐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 줘.)

하지만 대답은 해주지 않는다.
그는 계속, 입을 다문 채였다.
그 무뚝뚝한 얼굴로.

(나는, 뭘 목표로 하고 있었을까.)

망설임 속에서, 나츠키는 잠에 빠져들었다.

 

*

 

며칠 뒤, 나츠키는 시내에 있는 회사 앞에 있었다.

"여기인가…."

오오바야시가 알려준 장소는, 346 프로덕션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큰 회사 건물이었다.
아이돌만이 아니라 다수의 음악 그룹도 소속되어 있는 프로덕션이다.

전속이 아닌 프리 음악 프로듀서인 오오바야시는, 나츠키의 프로듀서와 달리
여러 개의 프로덕션과 계약을 맺고 가수나 밴드를 프로듀스하고 있다.

"저, 키무라 나츠키라고 하는데요. 그게, 오오바야시 씨 부름을 받아서."

"네. 키무라 님이군요. 얘기 들었습니다."

메모를 보면서 접수처 아가씨가 말했다.
그녀에게 어느 방을 안내 받은 나츠키는, 거기서 며칠 만에 오오바야시와 재회했다.

"연락 줘서 기쁜걸. 키무라 군. 오늘은 밴드 멤버를 소개하지."

"이미 와 있는 건가요?"

"그래, 자네 이야기를 하니 다들 흥미를 가졌거든.
그녀들은 884 (하야시) 프로덕션에 소속된 아티스트다."

오오바야시는 아티스트 부분을 강조해서 말했다.
그 말대로, 그가 프로듀스 하는 것은 아이돌이 아니다.

아티스트다.

오오바야시에게 방으로 안내받자, 몇 명의 여성들이 모여있었다.
붉은 머리, 금발, 스포츠헤어. 녹색 머리칼의 소녀도 있지만,
그녀가 평범하게 보인다. 헤어스타일만큼은 꽤 록한 멤버라고 나츠키는 생각했다.

"소개하마, 키무라 나츠키 양이다."

"헤에, 이 애가 기타 후보?"

붉은 머리가 말했다.

"실력 쪽은 어떤데."

금발은 껌을 쩍쩍 씹어대면서 묻는다.

"안심해라, 이미 데뷔한 상태야. 실력 쪽도 내가 직접 들었다. 나쁘지 않아."

오오바야시는 그렇게 말하고 나츠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꽤 거만한 태도로 나오시는군.)

나츠키는 오오바야시의 손을 살짝 치우면서 한 발 앞으로 나왔다.

"키무라 나츠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헤어스타일만큼은 기합 넣고 있는걸."

스포츠 헤어 소녀가 말했다.

(그쪽도 대단히 기합 넣으셨으면서 말이지.)

스포츠헤어를 보며 나츠키는 생각했다.

"너희들, 자기 소개를 해 다오."

오오바야시가 그렇게 말하자,

"나俺는 맛사키 아유미末崎アユミ. 보컬을 담당할 예정이야."

엄지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붉은 머리 소녀는 자기소개를 했다.

"나あたし는 사이가 아코斎賀亜子. 베이스를 담당할 예정."

금발 소녀는 껌을 씹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私는 소리마치 스바루反町昴流. 키보드를 담당해."

스포츠 헤어 소녀는 그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완전히 그녀가 드럼을 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츠키는 조금 놀랐다.

"마나미 토와間波永久…. 드럼."

녹색 머리에 보브컷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툭하고 중얼거렸다.

"마나미는 말 수가 적어서 말야. 하지만 나쁜 녀석은 아냐."

옆에 있던 소리마치 스바루가 그렇게 말하며 마나미를 커버해 준다.

"꽤 개성적인 녀석들이지 않나? 나쁜 녀석들은 아니니 말이지."

오오바야시는 웃으며 말했다.

"기다려봐, 오오바야시 프로듀서. 우리들은 아직 거기 있는 키무라 씨?
라는 사람의 실력이 잘 모르는데 있지."

붉은 머리 맛사키가 말했다.
잘 보자 검은 손가락 장갑을 끼고 있다.
답답하지 않은 건가.

"그렇지. 일단 스튜디오에서 실력을 보도록 할까."

오오바야시가 말했다.

"네? 스튜디오?"

갑작스런 얘기에 당황하는 나츠키.

"뭘, 조금 실력을 볼 뿐이니까. 본격적인 연주를 하는 게 아냐."

"하지만 저, 기타는 오늘 두고 왔는데."

"스튜디오에 준비해 뒀다."

"아무리 그래도."

"물론 왼손잡이 용. 뭐, 나쁘지 않은 악기야. 자네라면 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

거기까지 해 뒀다면 치지 않을 수도 없다.
나츠키는 프로듀서를 포함해 6명이서 회사 안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연습장이나 스튜디오는 346 프로에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규모였다.

아티스트 방면에 힘을 주고 있는 884 프로인만큼,
밴드 연습 설비는 이쪽이 더 갖추어져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이 녀석이면 괜찮으려나."

오오바야시는 그렇게 말하며 기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왼손잡이 용 기타가 3대 정도 늘어서 있었다.

"어느 게 자네와 맞을 지 몰라서 말이야. 일단 3대 정도 준비해봤어."

오오바야시는 자랑하듯이 말했다.

"……."

나츠키는 기타를 하나 하나 손에 들고 감각을 확인한다.
하나같이 좋은 기타 들이다.
경우에 따라선 오른손잡이 용 기타도 평범하게 연주할 수 있는 나츠키지만,
역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원래 왼손잡이 용 쪽이 낫다.

3대 중에서, 가장 느낌이 오는 것을 고른 나츠키는 앰프에 연결하고 튜닝한다.

"나쁘지 않은 기타야."

펜더 일렉기타를 보자, 문득 프로듀서를 떠올리게 된다.
그가 사 준 생일 선물은, 기타 형태의 목걸이였기 때문이다.

"슬슬 괜찮을까."

오오바야시가 묻는다.

"그래, 언제라도 OK라고."

"그럼, 뭐라도 좋으니 연주해 주지 않겠나."

"응. 알겠어."

나츠키는 연습곡으로 손을 푼 뒤, 크게 숨을 쉬었다.

"……."

오오바야시도, 데려온 아이들도 빤히 이쪽을 보고 있다.
나츠키는 각오를 다지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346 프로덕션 안──


"저, 프로듀서 씨…."

레슨을 마치고 타치바나 아리스가 조심조심 프로듀서가 있는 방에 들어왔다.

"왜 그러시는지요?"

평소와는 다른 아리스의 상태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뇨, 그게. 잠깐 이야기 할 게…."

아리스는 스스로도 조금 말끝을 흐리는 안 좋은 말투라고는 생각했다.

"음…."

그는 뒷덜미를 만지고는, 방에 있는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앉으시길."

그렇게 말하고 오른손을 내민다.

"……."

권유받은 대로, 아리스는 프로듀서 앞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십니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도록, 부드럽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조금은 마음을 놓는 아리스.

"실은, 홋카이도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아리스는 하코다테에서 오오바야시와 나츠키가 나눈 대화를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전부 이야기했다.

멀리서 듣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정확히 들었던 건 아니지만
스스로의 청력에는 어느 정도의 자신이 있었다.

나츠키가 음악 프로듀서 오오바야시에게 권유받고 있다.
다른 아이돌 전문사무소라면 몰라도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듀서로부터의 권유인 것이다.

아리스 자신도 음악 쪽 일을 바라고 있는 만큼,
나츠키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습니까…."

그는 더듬더듬 말하는 아리스의 말을 끝까지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저,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서."

"키무라 양의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을테고,
말해야 할지 아닐지를 망설였던 건 이해합니다."

프로듀서는 아리스의 심정을 알아챘는지, 결코 탓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얘기하기까지, 여러모로 고생하셨겠죠.
용기를 갖고 보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으…."

상냥한 그 말에, 지금까지의 고뇌가 치유받는 느낌이 들어 눈물이 났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울 수는 없다.
아리스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프로듀서를 바로 응시했다.

"프로듀서. 어떻게 할 건가요?"

"어떻게, 라고 말씀하시면…."

"그러니까, 나츠키 씨에 대해 뭔가 하지 않는 건가하고 묻는 거예요."

"키무라 양에 대해서, 말입니까."

"……."

"……."

그는 잠시 생각하고, 다시 아리스를 바라보았다.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여지껏 해왔던 것처럼, 프로듀스하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요?"

"음?"

"나츠키 씨는, 프로듀서가 끈질기게 권유해서 아이돌로 만든 거죠."

"네…,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그는 곤란하다는 듯 뒷덜미를 만졌다.

"나츠키 씨가 프로젝트를 그만두길 바라나요?"

"그건 아닙니다."

프로듀서는 말에 힘을 주어 부정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말해주면 되잖아요."

오오바야시 프로듀서 쪽으로 가지 마라, 그만두지 말았으면 한다 하고.
아리스는 거기까지 말하고 말을 멈추었다.
그 대사는 그의 입에서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건, 키무라 양이 정할 일입니다…."

"무슨 의미인가요?"

"만약, 키무라 양이 자신의 뜻으로 오오바야시 프로듀서
쪽으로 간다고 말씀하신다면, 저는 말릴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녀의 마음을 얽맬 권리 같은 건, 제게 없기 때문입니다."

"프로듀서!"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리스.
하지만 그는 바닥을 바라본 채였다.

"타치바나 양."

"네…."

"이 건에 관해서는, 함구해주십시오.
이상한 소문이 돌면, 사내에서 그녀의 입장이──."

"알고 있어요."

"……."

"그래서 프로듀서한테 상담한 건데."

"…부탁드립니다."

"…이만 실례할게요."

아리스는 크게 숨을 내쉬고, 방을 나갔다.


*

 

저녁 노을에 물드는 카페테리아.
이미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여름이 끝나고부턴 날이 저무는 시간이 대단히 빨라졌다고 아리스는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그런 가을 석양을 가리듯, 사람 그림자가 아리스의 시선에 들어왔다.

"카에데 씨…."

"네, 카에데랍니다."

세련된 색조합의 가을철 옷을 몸에 두른 타카가키 카에데가 서 있었다.

"무슨 일 있나요? 석연찮은 얼굴인데."

"저, 프로듀서가 조금 이해가 안 가게 돼서…."

아리스는 그렇게 말하고 아래를 쳐다보았다.

"실례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카에데는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그 사람은, 그다지 자기 얘기를 하지 않죠."

"……."

아리스는 '그 일' 을 이야기할까 한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나츠키에 대해서는 떠들지 않기로 프로듀서하고 약속을 했다.
설령 믿을 수 있는 상대라고 하더라도, 무턱대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건 프로듀서뿐만이 아니라, 나츠키의 입장을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총명한 아리스는 거기까지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뇌하고 있는 것이지만.

"프로듀서는 그,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라고 할지…,
아이돌과 거리를 두고 매사를 판단하는 사람인 걸까요."

"……."

"제가 그만둔다고 말하면, 역시 말리지 않는 걸까요."

카에데는 아리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직접 대답하지 않고, 느닷없이 묻는다.

"당신은, 그 사람이 담당 아이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아리스는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카레 만들기, 데이트, 나가노 현에서 한 라이브.
아이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같은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이상으로 아이돌을 소중히 여기는 프로듀서가 있다면 한 번 보고 싶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대단히 소중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다른 프로듀서로부터 권유받고 있는데도 그는 냉정할 수 있는가.
자신이 프로듀서였다면, 필사적으로 말릴텐데.

"그 사람은, 적어도 자기 이상理想을 강요하는 짓은, 하지 않겠죠."

"강요?"

"그래요. 담당 아이돌을 깊이 관찰하고, 그 아이에게 맞는 길을 같이 찾아가는 사람이에요."

"카에데 씨도, 말인가요."

"네."

그렇게 말하며 카에데는 웃었다.
미소가 눈부시다.

"이건 들은 얘기지만요, 그가 옛날 담당했던 아이돌이 있었어요.
그 아이는 매우 우수해서, 그 사람은 굉장히 기대했다는 모양이에요."

"……."

"하지만 그 아이는 도중에 아이돌을 그만둬 버렸어요.
자기 이상을 강요하는 그의 방식을 답답하게 느꼈다나 봐요."

"그런 일이…."

"젊을 때의 실패란 건 누구나 다 하는 거예요. 저도,
모델 일을 하던 시절엔, 매일을 그저 어떻게든 살던 것 같고…."

"……."

"신뢰라는 건 상호적인 거라고, 들은 적 없나요?"

"신뢰 말인가요…?"

"네. 어느 한 쪽만이 신뢰해서는 안 되는 법.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 생각하지 않아요?"

"…네."

"하지만, 상대를 계속 신뢰한다는 건 꽤 힘든 일이에요.
그야 인간은 뭘 생각하는 지 모르는걸. 설령 부모 형제라도."

"그렇지요."

아리스는 자기 어머니를 떠올렸다.
확실히, 때때로 엄마가 뭘 생각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평소 일이 바빠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 하고 의심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어머니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지금은 그렇게 믿을 수 있다.
그걸 믿게 만들어 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프로듀서다.
아리스는 옷의 가슴팍을 꾹 움켜쥐었다.

"카에데 씨."

"왜요?"

"계속 믿어나간다는 건, 힘드네요."

"인간관계는 괴로워질 때가 고비예요."

"……."

"특히 연애 같은 건 말이죠."

카에데는 검지를 세우며 윙크를 했다.


*


나츠키는 연주를 끝냈다.
에어컨을 튼 방. 그럼에도 땀이 흘러 떨어진다.
익숙하지 않은 기타였지만, 그럭저럭 치는 맛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굉장해애애, 꽤 하잖아."

붉은 머리 맛사키 아유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럭저럭이네."

껌을 씹으며 팔짱을 낀 사이가가 말했다.
꽤 태도 한번 오만하구만, 하고 나츠키는 생각했다.

"토와도 감탄하고 있는 모양이야."

스포츠 헤어 소리마치 스바루가 말했다.

"……."

마나미 토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스바루 말이 맞다면 그녀 나름대로 감탄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나츠키 군의 실력은 잘 알았으려나."

왠지 모르게 자기가 잘난 체하듯 오오바야시는 말하며,
다시금 나츠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만, 이라는 것도 뭣하니 당신들 실력도 보여줄 수 없으려나."

오오바야시의 손을 조용히 치우며 나츠키는 아유미 일행 앞으로 나왔다.

"좋아. 나만 하는 건 좀 그러니까 토와하고 스바루도 같이 해도 될까?"

껌을 씹으며 사이가 아코가 말했다.

"좋아."

"그럼 내가 기타 할게."

붉은 머리 아유미가 손을 든다.

"기타, 할 수 있는 거야?"

나츠키가 물었다.

"일단은. 나는 노래만 하는 게 아니란 거지. 그쪽도, 기타 이외에 뭐 하나?"

"키보드일까. 옛날 피아노를 배워서."

"헤에. 부잣집 아가씨구만."

"그런 건 아닌데."

나가노 현 출신의 진짜 부잣집 아가씨라면 한 사람 알고 있다.

"이봐, 멋대로 얘기를 끌고가지 마라."

오오바야시가 말했다.

"괜찮잖아? 프로듀서. 신입한테 실력을 보여주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아유미는 오오바야시의 턱 언저리를 만진다.
만지는 방식이 왠지 모르게 끈적하다.

"으흠. 알았다. 나츠키 군에게 너희들 실력을 보여줘봐."

"훗. 그렇게 나와야지."

그렇게 말하고 아유미를 포함한 4명은 합주를 시작한다.
나츠키는 솔로였지만 그녀들은 세션을 이룬다.
나름대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맛사키 아유미 일행의 실력은 상당하단 걸 알 수 있었다.

팀 워크라는 점에서는 그렇게까지 뛰어난 것이 아니지만,
그것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개개인의 실력이 높았다.

특히 드럼을 맡는 마나미 토와는, 조용한 성격과
호리호리한 외견과는 달리 상당히 하드한 드럼 연주를 했다.

사이가 아코도 쩍쩍 껌을 씹던 만큼 (?) 안정적으로 베이스를 연주했다.

"어떤가? 내가 모은 아티스트들은."

자랑스런 표정을 지은 오오바야시가 말했다.
얼굴이나 분위기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남자의 안목만큼은 그럭저럭 틀림없는 것 같다.

"꽤 재밌네요."

나츠키는 솔직하게 감상을 말했다.
여기서 둘러대어봤자 도리가 없다.
연주가 좋았단 것은 사실인 것이다.

"이 밴드에 들어와 주겠나?"

"…아뇨, 아직 조금."

"어째서. 실력은 충분할텐데? 자네의 기타 연주가 추가되면,
최고의 밴드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만."

"그렇…, 겠죠."

밴드로 메이저 데뷔를 한다.
그건 나츠키에게 커다란 꿈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사람 밑에서 데뷔한다.

그게 그녀의 이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하지만 그 이상은, 1년 전의 자신이 가졌던 이상이었다.


*


그 날 밤, 오오바야시의 제안으로 나츠키와 맛사키 아유미 일행은 식사를 함께 했다.
나츠키가 간 적도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게다.

나츠키는 미성년이기에 술은 마실 수 없지만,
오오바야시는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오오바야시 옆에는 말수가 적은 마나미 토와가 있다.
그는 마나미의 어깨를 안고 있었지만, 그녀는 딱히
저항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안겨 있는 채였다.

"……."

솔직히, 보고 있기에 그다지 기분 좋은 광경은 아니다.
나츠키는 오오바야시로부터 눈을 돌려, 눈 앞의 요리를 보았다.

"먹고 있어?"

옆에 있던 사이가 아코가 물어왔다.

"뭐 그래."

나츠키는 애매하게 대답한다.
아무리 사이가라고 해도, 식사 시간에마저 껌을 씹진 않는 모양이다.

"다시 물어보는데, 우리 연주, 어땠어?"

"아아. 좋았어. 특히 마나미란 애의 드럼은, 상당하던데."

"헤에, 토와의 드럼을 이해하는구나. 센스있네."

그렇게 말하고 아코는 헤헷하고 웃는다.
실력이 뒷받침된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하면, 조금이지만 용서가 된다.

"그러고보니 나츠키는 그, 아이돌로 데뷔해 있다고 했지."

"그렇지. 부끄러운 일이지만."

"정말, 부끄럽다고 생각해."

"…?"

"그게 말이야, 아이돌은 그, 팔랑팔랑거리는 의상을 입고 춤추잖아?"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데."

"우리들은 무리려나. 그야 부끄러운걸.
어중간한 노래나 춤으로 잘도 무대에 오르는구나 하는 느낌."

"……."

너희들이 아이돌의 뭘 알아?

나츠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스케줄을 조정하는 프로듀서가 있고,
그것에 맞추는 아이돌이 있다.

라이브도 긴장감이 계속된다.
레슨조차도 언제나 전력으로 부딪친다.

결코 어중간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없다.
적어도 나츠키가 봐 온 아이돌들은,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했다.

아코와의 대화로 짜증이 심해지고 있을 때,
건너편 자리에 앉아있는 스포츠 헤어 소리마치 스바루가 말을 걸어왔다.

"그래도 말이야, 이렇게 음악에 대해 떠들 수 있는 동료가 있어서 기뻐."

"음악에 대해…말이지."

음악, 특히 악기 연주에 관해 떠들 수 있는 사람은 확실히 적을 지 모른다.
수많은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부서 안에서,
자신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내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닌 건가.
나츠키는 생각해 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

 

다음 날, 346 프로덕션 사내에서 신데렐라 프로젝트 멤버들끼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여러분 각자의 스케줄은 이상입니다. 뭔가 질문이 있으신지요."

이 날도, 평소처럼 프로듀서는 담담하게 얘기를 진행시켰다.

"……."

그리고 나츠키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면, 이대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이걸로 해산합시다."

미팅도 끝나고, 각자 정해진 스케줄을 따르는 중에
후미카는 아리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나츠키 쨩, 무슨 일 있는 걸까."

"네?"

"왠지 상태가 이상하다고 할지…."

후미카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이변이다.

"그런 걸까요. 평소대로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아리스는 구태여 거짓말을 했다.
나츠키의 사정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 프로듀서와의 약속이다.

그리고 그것 이상으로 나츠키의 입장을 지키는 것도 된다.

후미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만큼은 알려줄 수가 없다.

(후미카 씨조차 나츠키 씨가 이상한 걸 눈치채는데,
어째서 프로듀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거람?)

아리스의 걱정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프로듀서와 나츠키는 딱히 얘기를 나누지도 않았다.

"저, 나츠키 씨."

애가 타다 못한 아리스는, 돌아가는 나츠키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뭘 얘기해야 좋을 지 잘 모른다.

"응, 왜 그래? 아리스."

평소하고 똑같이 나츠키가 대답한다.

"그게… 같이 돌아가지 않으실래요."

"어, 그래도 귀갓길은 여기가 아니잖아."

"오, 오늘은 그… 나츠키 씨하고 얘기가 하고 싶은 기분이에요."

구차한 이유이긴 했지만, 아리스에게는 온 힘을 다한 말이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아리스는 마음 속으로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음…, 난 상관 없어."

나츠키는 조금 망설인 다음 그렇게 말했다.


*


그로부터 몇 분 뒤, 두 사람은 회사 가까이에 있는 패스트푸드 점에 있었다.

"……."

아리스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헤매고 있었다.

"왜 그래, 아리스. 또 나리하고 데이트가 하고 싶어졌어?"

나츠키는 평소처럼 농담을 던지며 웃는다.
하지만, 아리스에겐 그 웃음도 기운이 없는 것 같았다.

"저기… 나츠키 씨. 최근, 뭔가 이상한 일이라도 있었나요?"

떠보듯이 아리스는 물어보았다.

"이상한 일? 아니, 딱히 없는데. 순조로워."

"그런, 가요."

(바보, 바보. 거기서 대화를 끝나면 안 되잖아!)

자신의 대화 스킬 부족에 역정을 내는 아리스.
사사키 치에 같은 동년배와 이야기하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있죠!"

"응?"

"나츠키 씨는 그, 프로듀서 씨를… 신뢰하고 있어요?"

"왜 그러는데, 갑자기."

"최근 두 분을 보고 있으면…,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평범하게 대화 했잖아? 오늘도."

아니다.
그런 사무적인 연락 같은 얘기가 아니다.
좀 더 뭐랄까, 본질적인 이야기를.
자기 장래에 대해서라던가.

아리스는 토해내고 싶은 말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해야할 말을 골랐다.

"좀 더 뭐랄까, 장래에 대한 거라던가."

"장래?"

나츠키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조금 갑작스러우려나, 하고 아리스도 생각했지만
달리 어떻게 말하면 좋단 말인가.

"지금은 막 데뷔한 참이고, 당장 주어진 목표를 해나가는 나날이지.
장래에 대한 건 그 다음부터 이야기를 나눌 생각인데."

그렇다. 그 말대로, 나츠키의 말에 이상한 점은 어느 하나 없다.
단지 그 마음은 정말로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아리스가 알고 있는 키무라 나츠키는, 좀 더 자기 마음에 솔직한 여자였다.

"몰라요."

아리스의 뇌리에 부모님의 모습을 떠오른다.
어째서 지금 그것을 떠올린 것인가.
아리스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모른다구요. 제대로 마주보고 얘기하지 않으면."

"아리스…?"

"아무리 서로 신뢰하고 있어도, 제대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왜 그래."

"나츠키 씨는, 프로듀서 씨를 신뢰하고 있나요?"

"…그야, 신뢰는 하고 있지. 나리 이상으로 믿을 수 있는 인간은, 지금…."

"그렇다면 제대로…, 마주하고 이야기 해 주세요.
지금 나츠키 씨는…, 보고 있기가 괴로워요."

어느샌가 흘러 나오는 눈물.
멈추려고 생각해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스스로의 나약함이 싫어진다.
하지만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리스. 왜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는 나츠키.

"죄송해요. 나츠키 씨. 저, 나츠키 씨한테 숨기고 있는 게 있었어요."

"숨기고 있는 것?"

"네. 그, 다른 음악 프로듀서한테 스카우트 받고 있는 걸, 우연히 들었어요."

"!?"

"들을 생각은 없었는데요…."

"그랬던, 건가…."

"저는, 나츠키 씨가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몰라요. 하지만,
그… 본심을 숨긴 채로 지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냅킨으로 코와 눈을 닦으며 아리스는 말을 잇는다.

"미안해, 아리스."

그렇게 말하고 나츠키는 부드럽게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츠키 씨."

"알았어. 나리하고 얘기하고 올게."

고개를 들고, 나츠키는 힘있게 끄덕였다.


*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지만, 프로듀서는 평소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방에 나츠키는 가볍게 노크를 한다.

"있어?"

"네."

그는 손을 멈추고, 나츠키 쪽을 보았다.

"나리, 잠깐 얘기가 있는데…, 괜찮을까."

입이 무겁다.
평소처럼 가벼운 흐름으로 얘기할 수가 없다.
어째서인걸까.

노력해서 평정심을 가장하고, 나츠키는 소파에 앉았다.
프로듀서는 끊기 적당한 곳까지 일을 마치고 나서, 나츠키 정면에 앉았다.

"할 얘기라는 건, 무엇인지요."

평상시하고 다를 바 없이 착 가라앉은 말투로 그가 물었다.

"그, 그러니까…."

자기답지 못하다, 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프로듀서하고는 나름대로 같은 시간을 보냈고,
다른 사람들보다는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심을 말하는 건 솔직히 무서웠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건 그저 변명이다.
사실은 자기 본심을 밝히는 게 무서웠을 뿐인데.
그건 아마도, 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있잖아, 나. 다른 프로듀서한테서 스카우트를 받았는데."

나츠키는 가시밭길을 걷는 듯한 기분으로 한 마디씩 말을 쥐어짜냈다.

"오오바야시 프로듀서 말인가요."

"알고 있던 건가."

"타치바나 양에게서 들었습니다."

"응, 그런데 말이지."

나츠키는 오오바야시에게 스카우트를 받은 것, 그리고 그가 결성하려는
걸즈 밴드의 멤버들과도 얼굴을 튼 것 등을 이야기했다.

적어도 346 프로와 아이돌로써 계약을 한 이상은,
배신 행위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는 짓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나츠키는 각오를 다지고,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그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이 이상 숨기는 편이 더 힘들었으니까.

프로듀서는 나츠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한 마디를 내뱉는다.

"그렇습니까…."

"……."

그 한 마디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었는지, 당시의 나츠키는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키무라 양은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

"어, 어떻게라니. 음악에 적을 두는 게 내 꿈이었고,
게다가 어제 만난 멤버도 꽤 테크닉 있는 녀석들 뿐이었고,
그런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건 사실이야…."

"……."

"……."

침묵.

앞으로 어떤 얘기를 해나가야 좋을지, 솔직히 나츠키는 잘 모른다.
그럼에도 움직여야만 한다.

"나리는…,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라고 하심은?"

"그, 그러니까. 만약, 내가 본격적으로 밴드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긴장했다.
그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키무라 양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게 그것이라면… 저는 말리지 않습니다."

"……."

예상대로.
어느 의미로는 예상대로다.
적어도 그라면 그렇게 말하겠지, 하고 나츠키는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것은──

"있지, 나리."

"…네."

"나리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키무라 양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그게 아니라!"

나츠키는 그의 말을 끊듯이 외친다.

"…!?"

"그게 아니라, 진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 라뇨."

"나는 숨기지 않고 전부 말했어. 그러니 나리도 진심을 말해줘."

"진심 말입니까…."

"부탁이니까!"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를 낸 나츠키는 일어서서 자기 발밑을 보았다.
발치의 스니커가 일그러져 보였다.

"키무라 양."

문득 그도 일어선 것을 알 수가 있었다.

"……."

"저는, 그게…."

그는 말을 얼버무린다.

"……."

나츠키는 고개를 들고 프로듀서를 보았다.
그는 뒷덜미를 만지려고 했지만 그것을 도중에 멈추고,
나츠키를 똑바로 응시했다.

"저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

그의 그 말에, 나츠키는 담아두고 있던 감정이 터질 것 같았다.

"으윽…!"

"왜 그러시는지요."

"있잖아, 나리."

"네."

"잠깐 옆으로 좀 돌아봐줘."

"네?"

"빨리."

"오른쪽입니까, 아니면."

"어느 쪽이든 됐으니까!"

"옛."

그는 당황하며 오른쪽을 보았다.
그리고 나츠키는 그의 뒤에 달려들어, 등을 껴안았다.

"키, 키무라 양…!?"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는 프로듀서. 당연하다.
나츠키도 스스로의 행동에 놀라고 있으니까.

"미안, 나리…. 잠깐만 이대로 좀 있어주지 않겠어."

"…알겠습니다."

나츠키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프로듀서는 조용해졌다.

"앞으로도…."

자기 이마를 그의 등에 가까이 붙이는 나츠키.
그의 커다란 등으로부터 정장 너머로 온기가 전해져 왔다.

"앞으로도 함께야."

말하고 부끄러워진 나츠키는 그의 등에 몸을 밀착시켰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등 너머로 그의 말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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