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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 쨩의 가슴의 틈새를 메우고 싶어

댓글: 11 / 조회: 2996 / 추천: 4



본문 - 04-09, 2017 01:35에 작성됨.

 

아리스 쨩의 가슴의 틈새를 메우고 싶어

 

 

 

 

<있잖아, 오오이시. 셔츠 단추는 끝까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아니, 나는 어른인데다 절대 열 살이나 차이 나는 소녀에게 흥분하는 성도착자가 아니니까 괜찮지만, 그래도 여자애가 앞섶을 열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흉금을 터놓는다'는 말이 분명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에 대한 비유이지 물리적으로 가슴팍을 보여주는 게 아닌데다, 세상에는 이상한 인간들도 꽤 많거든. 더욱이 오오이시는 아이돌이니까 그 가슴이 보고 싶어 죽겠는 놈들도 있어. 아니, 물론 나는 절대 그렇지 않지만──>

 

 라는 프로듀서의 말에 고분고분 따를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슴골을 많이 드러낸 모습이 조금 상스럽다는 생각도 없진 않다.

 

 그래서 오오이시 이즈미는 셔츠 제일 윗 단추를 잠그기로 했다.

 

 청렴결백하게 됐다고도 할 수 있다.

 

 내일부터는 순정파라고 자기소개를 하자──아니, 순정파에 귀여운 건 역시 사쿠라의 몫이고, 섹시라고 하면 아코이며, 내 셔츠 단추가 열려 있는 것 따윈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아무튼 이것과는 아무 상관 없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타치바나 아리스가 입고 온 셔츠, 그 가슴팍의 단추 사이로 묘하게 큰 틈이 벌어져 있어서 안쪽이 보일 것 같은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아하. 이 앱 때문에 태블릿이 이상해졌던 거군요. 역시 이즈미 언니예요.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어요."

 

 꼬리가 있었다면 열심히 흔들고 있을 것 같은 아리스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다그런데가슴이보일것같다.

 

 살짝 수그리고 태블릿을 조작하고 있는 아리스를, 키 차이 때문에 내려다 봐야 하는 내 시점에선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시선이 가버린다.

 

 하지만 아리스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고, 설령 보여지고 있단 걸 자각하더라도 상대가 나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겠지. 과연, 흉금을 터놓는다는 말은 분명 가슴이 보여져도 괜찮은 관계라는 의미구나.


 뭐가 과연이야. 바보인가, 나는.

 

 연장자로서 주의를 줘야겠지. 나는 프로듀서나 연상의 선배 분들과 비교하면 아직 어린애란 건 자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초등학생인 아리스보다는 연상이며, 그렇기에 아리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언니로서의 책임이 있다.


 꾸짖는 게 아니야.

 

 혼내는 게 아니야.

 

 그냥 조금 주의를 줄 뿐이다. 프로듀서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 위험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래── 그거면 돼.

 

"저기, 아리스 쨩."

 

"네, 왜 그러세요?"

 

 아리스의 눈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눈부실 정도로. 주인을 발견한 강아지처럼 순수하게, 동경하는 야구 선수와 대면한 야구소년처럼 존경이 담긴, 별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눈이었다.

 

 ──어, 엄청 말하기 힘들어!

 

 이런 눈을 한 소녀에게 '가슴 보인다'고 말하는 건 변태나 할 짓이 아닌가.

 

 꿈과 희망을 믿는 아이에게 꿈 따윈 이뤄지지 않고, 희망을 품은 만큼 절망할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는 게 아닐까.

 

"그, 오늘은 뭐랄까…평소랑 다른 옷이네."

 

 도저히 직설적으로 말할 수 없었기에 일단 운을 틔워봤다.

 

"아…오늘 아침에 서둘러 나오느라 빨리 입을 수 있는 옷을 골랐어요. …역시 이상한가요?"

 

"저, 절대 아냐! 응, 아리스 쨩은 언제나 귀여워."

 

"그, 그런가요? 에헤헤…빈말이라도 그렇게 말해주셔서 기뻐요."

 

 ──무리무리무리!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거?!

 

 쿨속성답게 항상 냉정침착하다고 평가받는 이즈미라도 아리스의 이런 반응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력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말 못 해. 옷을 칭찬한 직후에 가슴 보인다고 말했다간 아리스를 갖고논 꼴이 돼버리잖아. 아리스가 상처받을 거야!

 

 애초에 이것도 다 프로듀서 탓이다. 프로듀서가 쓸데없는 말을 한 탓에 나까지 이상하게 아리스의 가슴을 의식하게 된 거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보일까 말까 할 뿐이고 정말로 보이는 것도 아니니 별 문제도 아니다.

 

 괜히 의식을 하니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고, 의식하지만 않으면 저기에 눈이 가지도, 이상한 생각이 들지도 않을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아마도.

 

"아, 이즈미 언니. 하나 더 물어볼 게 있는데요…."

 

"어, 뭔…데……?"

 

 ──아아 엄청 아슬아슬해! 저건 위험하다고!

 

 안 그래도 보일 것 같았던 가슴이, 아리스가 옆에 달라붙자 더 확실히 보일 것 같이 돼버렸다. 이젠 진짜 말해줘야한다.

 

 그러나 쿨하고 믿음직한 언니인 오오이시 이즈미가, 사실은 아까부터 타치바나 아리스의 가슴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라고 말했다간 어떻게 될까.

 

 넌지시 알려주는 정도를 넘어버린다. 그건 '나는 아리스의 가슴에 매우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는 행위이며, 지금까지 타치바나 아리스가 보여준 신뢰를 배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밍기적거리지 말고 진작 말했으면 좋았을 걸…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말하기 힘들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예상외의 사태다.

 

 상대가 만약 사쿠라나 아코였다면 아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었겠지. 그 둘과는 오래 알고 지냈으며 서로 속속들이 알고 있는 관계니까.

 

 하지만 아리스와는 그렇지 않다. 아니,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아니다. 아리스는 나를 꽤 존경해 주는 것 같고 나도 그런 아리스가 귀엽고, 또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순수하게 나를 존경해 주는 아리스에게 이런 낯부끄러운 지적은 도저히 할 수 없다.

 

"저기,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냐. 그런데 조금만 떨어져 줄래? 미안해, 태블릿이 잘 안 보여서."

 

"아… 죄, 죄송해요!"

 

 이걸로 그나마 덜 보이는 각도가 됐으니 의식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고, 역시 지적해 줘야만 한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리스 쨩을 지키기 위해.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역시 완곡하게 전해야겠지?

 

 나 자신의 존엄과 평가를 신경 쓰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제쳐두더라도 '아리스 쨩, 가슴 보이겠어'라고 직구로 말하면 아리스도 수치심을 느껴버리겠지.

 

 나이에 비해 총명하고 어른스러운 가치관을 가진 아리스라면 '날 치녀라고 생각하실거야'──뭐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방에 틀어박힐지도 모른다.

 

 ……만약 사쿠라라면 '에헤헤'하고 웃어넘기겠지만. 걔는 위기감이란 것을 가지도록 아코랑 같이 교육을 해줘야 하려나.

 

"──이즈미 언니는 역시 굉장해요. 저도 이즈미 언니처럼 정보처리에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순수한 말이 가슴에 꽂힌다.

 

 이렇게 순수한 호의를 표하는 아이에게 '네 가슴이 신경 쓰여서 계속 그 생각만 하고 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게 들켰다간 아리스에게 있어서 평생분의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후후, 내가 아리스 쨩의 나이였을 땐 전자기기도 아리스 쨩만큼 잘 다루지 못했고, 아리스 쨩이라면 금방 나처럼… 나보다 더 잘할 수 있게 될거야."

 

 나처럼 어린아이의 가슴 생각밖에 안 하는 인간이 되면 안돼. 아니, 나도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프로듀서가 쓸데없는 소릴 하니까 의식해버리는 거라고!

 

 ……그런데, 어쩌지.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리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아리스의 존경을 잃지 않고, 아리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체 어떤 식으로──

 

 철컥, 하고 사고의 미로를 타개하는 것처럼 문이 열렸다.

 

"어라, 아리스랑 이즈미밖에 없나. 프로듀서 못 봤어? 아, 급한 건 아니고, 다음주 스케쥴 확인하러 왔을 뿐이야. …참, 아리스. 그 셔츠, 단추 사이가 조금 벌어져 있어."

 

"네? 아, 정말이네요…"

 

"일단 내 예비용 가디건 빌려줄 테니까 위에 입고 있어. 사이즈가 안 맞으면 그 틈으로 바람이 들어가서 감기 걸리기 쉬우니까."

 

"할머니 같은 말을 하시네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후후, 뭐 이런거 가지고. …응? 이즈미, 왜 그래?"

 

"……아뇨, 아무것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내가 필사적으로 고뇌하고 있던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해결한 이 선배──시부야 린의 수완을 보고, 안심과 함께 탈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후일담. 혹은 반전.

 

"그런데 린 씨, 예비용 가디건을 평소에도 갖고 다니세요?"

 

"아, 그거? 실은 이즈미가 곤란해하고 있던 걸 방 밖에서 보고, 지나가던 나오한테서 벗겨온 거야."

 

"오니입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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