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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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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1, 2016 00:13에 작성됨.

출처: http://morikinoko.com/archives/52052965.html

여보세요. 나인데.

응. 별로 바뀐 건 없어.

그쪽은?

그런가.

엣, 뭔가 말해달라고?

무리한 얘기를 하네에.

으-음. 그럼, 내 짝사랑 얘기라던가.

어때? 말한 적 없지?

나는 두 번 짝사랑한 경험이 있어.

첫 번째는... 비밀.

두 번째라면 알려줘도 괜찮으려나.

응. 그럼 지금부터 두 번째 짝사랑 얘기를 해 줄게.

부끄러우니까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내가 두 번째 짝사랑을 했던 것은 첫 번째로 CD를 냈을 때.

CD데뷔라고나 할까. 그런 느낌.

그와는 처음 CD 재킷을 촬영할 때 만난거야.

슬슬 누군지 알려달라고?

응, 좋아. 내 짝사랑 상대는 말이지.

베이스야.

그래, 현이 4개 달리고 중저음으로 밴드를 지탱하는 그 베이스.

왜? 깜짝 놀랐어?

후훗. 그래도 진짜 첫눈에 반했던 거야.

붉은 몸체에 번쩍번쩍해서, 어떻게 해서든 가지고 싶어졌던 거지.

음악의 지식같은 건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야.

이 아이를 살 수 없으려나, 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가격을 조사했더니 막 데뷔한 나에겐 도저히 낼 수 없는 가격이더라.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겠길래 나는 거기서 정했어.

내가 유명해지면 제일 먼저 이 아이에게 만나러 가자! 하고 말야.

그 뒤부터는 그 아이를 계-속 생각했어.

얼마나 바빠지건 그 아이를 잊었던 적은 없지 않았을까.

뭐라고 해야 할까. 그 정도로 내 안에서는 커다란 존재가 되어 있었어.

마음의 버팀목이라고나 할까, 목표같은 느낌.

그렇게 내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진 어느 날, 그 아이를 데리러 갔어.

언제냐고? 내가 유리 구두를 받은 날이야.

신데렐라 걸, 아이돌 계에서 1년에 1명만이 될 수 있는 공주님.

그 칭호를 얻은 나라면 그 아이를 데리러 가도 좋다고 생각했어.

돈도 그 때에 비하면 잔뜩 받게 되었고.

그래도 그 아이의 구체적인 가격은 몰랐어.

그래서 편의점의 ATM에서 지금까지 가지고 다녀 본 적도 없을 정도로 돈을 뽑아서 CD데뷔했을 때 촬영했던 스튜디오에 간 거야.

등에는 텅 빈 베이스 케이스.

손에는 가방.

완벽한 장비지?

그렇게 행복의 한가운데에서 헤엄치던 나였지만, 그 뒤 순식간에 절망에 빠져버렸어.

이유는 단순하게,

더이상 스튜디오에는 베이스가 없었기 때문이야.

충격이었어.

정말, 심하게.

그 때의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굉장한 얼굴이었다고 생각해.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어.

울고불고 보채도 그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던 걸 기억하고 있어.

집에 도착하니, 평소라면 영업중일텐데 셔터가 내려가 있어서

어떻게 된 걸까, 하고 생각해서 집에 들어가니 엄마와 아빠가 폭죽을 터트리며 "축하해"라고 맞아주었어.

물론, 하나코도 맞이해줬지.

집의 식탁에는 엄마가 잔뜩 요리를 해놓아서

어떤 것도 맛있어 보였기 때문에 조금은 슬픈 마음이 날아갔던... 느낌이 들어.

내가 자리에 앉으니 가족끼리의 축하가 시작됐어.

그러고 몇 분 있으니 인터폰이 울려서 말야.

택배원이었어.

커다란 상자에 파손주의 딱지만이 붙어져 있고, 보낸 사람 이름은 공란.

아빠가 거실에 옮겨주고 조심조심 열었더니 안에서 나온 것은...

뭐였다고 생각해?

그래, 맞아. 그 아이.

붉고 번쩍번쩍한 몸체에 팽팽히 걸려 있는 4개의 현.

이렇게 나랑 베이스가 재회를 하게 된 거야.

누가 보낸 거냐고?

글쎄, 누구일까. 재킷의 사진을 본 팬 중 한 명일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기뻤어.

이게 내 두 번째 짝사랑 얘기.

엣?

그러니까, 첫 번째는 비밀이라니깐.

얘기하고 있자니 늦어졌네.

정말, 출장 돌아오면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잖아?

그 때 연주를 들려줄 테니까, 알았지?

그럼 전화 끊을게.

응, 잘 자.

「사실 누가 보낸 지 알고 있지만 말야」

뚜-뚜- 하는 전자음만을 내는 수화기를 향해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 때부터 변함없이 좋아해. 내 첫 번째」

「이런 말을 하면 우쭐해질 테니까 말하진 않을 거지만」

 

얀린 킁카린만 보다가 오랜만에 달달한 린쨩이 보여서 쓱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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