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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for my close friend! [타케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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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5, 2015 18:47에 작성됨.

Present for my close friend!

 

 

샹, 샹, 샹하고 울리는 방울소리. 흐르는 크리스마스 송.

슬슬 12월도 말로 접어들었을 무렵, 거리는 크리스마스무드가 물씬 풍긴다.

여기저기 반짝거리는 장식으로 꾸며졌고, 진열한 물건들도 크리스마스관련 물건뿐.

그렇게 누구나 들떠있는 가운데 한 소녀, 칸자키 란코가 서점 한구석에서 으으으윽하고 소리를 냈다.

잡지코너 앞에 고민하던 란코가 손에 든 건 ‘오란주 페이지’, 계절풍의 크리스마스 특집이었다.

많은 과자 레시피를 실은 페이지를 펄럭펄럭하고 넘기는 소녀는 잡지를 팍하고 닫고 한숨을 쉬었다.

“으으……. 역시 감미로운 보석을 창조하기는 이 몸에겐 무리일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녀가 아까까지 보고 있던 건 케이크 레시피였으나 아무래도 란코가 만들기에는 힘든 것이었다.

평소 기숙사식당에서 식사하기 때문에 조리자체가 경험이 별로 없는 란코가 순식간에 과자를 만들 줄 알게 되는 것은 무리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어째서 이렇게 머리를 감싸며 고민하고 있냐면 어제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그녀의 프로듀서인 어떤 남자가 크리스마스에도 일로 바쁠 거라는 얘기를 들은 란코가 보답으로 뭔가 선물해줄 게 없을까하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중학생이 받는 용돈으로는(란코의 월급은 부모님에게 들어갔기 때문에 자유롭게 쓸 수 없었다) 받는 금액도 한정적이고, 시제품을 선물하자니 뭔가 애매했다.

손수 짠 머플러 같은 거로 안 될까하고 생각했었으나 며칠 새에 마스터할 물건이 아니다.

따라서 손수 만든 과자라도 만들어서 주자! 라고 결정한 다음이었으나, 현실은 과자 같이 달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 몸의 마성에는 불을 머금은 솥 같은 건 없는데……. 으으으으…….”

케이크라고 하면 스펀지케이크가 불가결하겠지. 부드럽고 감촉 좋은 스펀지케이크는 케이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펀지케이크에 구여하지 않고 굽는 공정이 들어가는 과자들은 그 제작조건에 오븐설비가 필수가 된다.

물론 요즘 시대는 매우 편리해졌기 때문에 오븐기능이 달린 렌지 같은 것도 나왔으나 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기숙사에 설치한 렌지는 평범한 것이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란코가 쓸 수 있는 가열장비는 가스레인지뿐. 핫케이크 정도면 구울 수 있겠지만 그 정도뿐이게 된다.

뭔가 만들 수 있을만한 게 없을까 생각하며 란코가 다음 레시피 책으로 손을 뻗는다.

두 권 째, 세 권 째……를 뒤져보아도 찾지 못한 채 낙담한 란코가 어깨를 늘어뜨렸을 때,

“어라? 란란이잖아! 여기서 뭐해?”

“피잇?!”

갑작스러운 호명에 란코는 놀란 나머지 이상한 비명을 지른다.

란코가 살며시 뒤돌아보자 같은 CP 멤버인 혼다 미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있었다.

미오는 란코가 들고 있던 것을 보고 씨익 웃는다.

“오호~? 란란도 사춘기라는 걸까~? 이거 미오 쨩에게는 톱뉴스인데~?”

미오는 응응 거리면서 끄덕거린다.

미오가 뭘 말하려는지 알지 못했던 란코는 자기 손으로 시선을 내리고 난 뒤 바로 뺨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레시피 보는 데에 집중했던 탓에 깨닫지 못했는데 방금까지 읽었던 잡지는 청소년 대상이었고 표지에는 커다랗게 ‘남친에게 보낼 선물특집! 손수 만든 과자로 하트를 겟♥’와 같은 것이 써져있던 것이다.

“ㅇ, 아냐……. 이건…….”

“아, 걱정 마. 아무에게 말하거나 하지 않을 거니까. 그럼 힘내 란란!”

뭔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진 미오는 뒤로 빙글 돈 뒤 뒤로 손을 흔들며 사라지려했다.

“그러니까, 잠깐……. 미오 쨩 기다려!!”

“아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다니ㄲ……, 아얏! 잠ㄲ, 기다ㄹ, 란란, 아프다니까!”

란코는 오해한 채 어디론가 가려던 미오에게 뛰어가 필사적인 힘으로 멈춰 세운 뒤,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가까운 찻집에 강제로 끌고 갔다.

 

◇ ◇ ◇ ◇ ◇ ◇ ◇

 

“그렇군. 아~, 응. 착각이었구나…….”

몇 십 분 뒤, 모든 사정을 안 미오가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으음. 란란도 드디어 봄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뭔가 순수히 노력하려는 이야기라 착각한 내가 한심스러워졌어…….”

그러면서 그늘지며 침울해지는 미오의 반을 본 란코가 허둥지둥 해명한다.

“ㄱ, 그렇지 않아……. 착각하게 만든 나도 잘못한 거니까…….”

“아냐. 노력하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하물며 선물만이라도 줄 수 있다면, 이라니 란란은 장한 아이야. 매우 장해.”

그렇게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는 미오는 아까와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기분이 금방 바뀌나 보다.

미오가 고개를 숙이다 뭔가를 떠올린 듯 하늘 위로 시선을 올려본 뒤 란코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란란이 만들 수 있는 과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얘기했었지?”

“엑……. 응. 방에는 오븐밖에 없고…….”

“그렇군, 그렇군…….”

다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던 미오가 씨익 웃는다.

“저기, 란란? 아까 보답으로 말하긴 뭐한데 란란이 만들 만한 과자, 내가 알려줄까?”

“엑……. 하지만 나 평소에 요리 안하다보니 어려운 건 만들지 못하는데…….”

“괜찮아! 이 미오 쨩만 믿어~!”

 

◇ ◇ ◇ ◇ ◇ ◇ ◇

 

다음날. 시각은 오후 9시.

보라색 리본으로 감싸진 상자를 안은 란코가 프로듀서의 사무실 문 앞에 서있었다.

서두르면서도 선물이 뭉개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온 탓도 있어 숨이 거칠다.

“나의 벗……. 아직 있을까……?”

어제 팬케이크를 사용한 케이크를 미오와 함께 만들며 연습한 란코였으나 실제로 만들 땐 미오에게 의지 하나 안 하고 자기가 만들자고 결심한 상태였다.

그 때문에 오늘 학교에서 하교한 뒤 바로 과자 만들기를 시작한 란코였지만 역시 혼자서는 손 가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프라이팬이 녹슬어있는 악재라든가, 초코 펜으로 뭘 쓸지 고민하던 탓에 작업이 늘어나기 바빴다.

그 결과 미오와 만들 때의 배 이상으로 시간이 걸리고 말았고 케이크를 전부 식혔을 쯤엔 이 시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원래 란코는 여길 6시에서 7시 사이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치히로가 그 시간에 그가 반드시 있을 거라 알려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시간도 지난 지금은 외부영업도 많아서 각 부서로 돌아올 프로듀서는 이젠 없을 지도 모른다.

란코가 문을 살짝 열고 프로듀서가 사무실 안에 있는지 확인해본다.

“아……!”

란코는 교차하는 기쁨에 살짝 탄성을 질렀다. 평소대로 책상 앞에 프로듀서가 앉아있던 것이다.

흐흥, 하고 만연한 미소를 띤 란코는 살짝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하고 문을 톡톡하고 노크한다.

예, 들어오세요, 라고 프로듀서가 대답하자 란코는 문을 있는 힘껏 열었다.

“나의 벗이여! 어둠에 삼켜져라!”

“어라, 칸자키 양이셨습니까……. 웬일이시죠?”

프로듀서는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란코 쪽을 바라보았다.

란코는 열었던 손으로 문을 닫고 총총걸음으로 프로듀서 옆으로 다가간다.

본인은 차분한 상태일 것이나 가벼운 발걸음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벗이여. 항상 일하느라 매우 고생이 많다. 지금, 그 피로를 풀기 위해 나의 벗에게 공물을 바치도록 하마!”

“……앗, 그러니까……. 칸자키 양이 제게 선물주실 거란 말씀이신가요?”

“응!”

으흥~, 하고 란코가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펴며 프로듀서에게 양손으로 상자를 건넸다.

프로듀서는 책상 위에서 선물을 받고 자기 부근에 내려놓는다.

새하얀 상자에 검정과 보라색 리본이 잘 꾸며져있다.

“열어봐도 되겠습니까?”

란코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슥슥하고 포장을 열자 안에서 나온 건 프로듀서의 손바닥 크기 정도 되는 케이크였다.

표면에 바른 생크림은 엉성하면서도 정성스레 마무리 지어져있고, 눈 같이 뿌려진 설탕이 형광등 불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윗면에는 초코 펜으로 짧은 메시지가 써져 있었으며,

 

“나의 벗……. 항상 고마워!”

 

그 문자를 란코가 ‘진실된 언령’으로 읽었다.

지금 계절과 맞춘 ‘Merry Xmas’가 아닌, 그저 ‘고맙다’라고.

프로듀서는 순간 자신이 경직한 것을 느끼면서 눈가에 뭔가 뜨거운 것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바로 뒤로 빙글 돌고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는다.

생각지 못한 반응을 보인 프로듀서를 보고 란코가 갸우뚱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나의 벗? 왜 그래?”

“아뇨, 괜찮습니다, 칸자키 양. 그저……. 그저 기뻐서 그렇습니다. 과장 없이요.”

그러면서 프로듀서가 란코 쪽을 제대로 돌아본다.

그 얼굴은 평소 같은 우직한 표정이었으나 란코는 매우 부드럽게 느꼈다.

“칸자키 양. 선물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올해는 매우 좋은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란코는 프로듀서가 한 말에 방긋하고 꽃 같은 미소를 피웠다.

 

 

역자 :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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