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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오빠와 몸이 바뀐 그날부터…」완

댓글: 6 / 조회: 2229 / 추천: 2



본문 - 01-20, 2016 08:43에 작성됨.

하루카「프로듀서씨, 퇴원 축하드려요!!」


일주일 후 나는 퇴원을 했고, 사무소 사람들은 내 퇴원을 축하하는 의미로 자그마한 파티를 열어주었다.
맛없는 병원밥에 질려있던 나는 모두가 준비해 준 손수 만든 진수성찬에 입맛을 다셨다.


P「이야~, 입원한 이유가 부상이라 다행이야. 병이었다면 먹을 수도 없었을 테니까」

이오리「다행은 무슨 다행! 머리 부상 때문에 일주일이나 정신을 안 차려서, 이제 글렀다고 생각했다고!」


농담을 좀 할 생각이었는데 이오리를 시작으로 사람들한테 호되게 야단을 맞아버렸고, 유키호는 심지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말이 지나쳤다고 반성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는 거겠지.

앞으로 일주일은 더 입원해 있어야 하는 것을, 후타미 선생님에게 간곡히 부탁해 퇴원한 게 만약 들킨다면…생각만 해도 무섭다.

파티는 역시나 아이돌이라고 해야 할까, 여자아이들뿐이라 매우 화려한 파티가 되었지만,
어딘가 평소보다 떠들썩함이 조금 부족한…그런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곳에 아미와 마미의 모습이 없었으니까.

 

 

그 다음날부터, 나는 프로듀서 일에 복귀했다.
그렇다 해도 머리에 감은 붕대를 풀 때까지는 외근 영업 같은 건 리츠코에게 맡기고, 못하는 외근만큼 사무 작업이나 관리를 하는 게 메인이었다.

스태프가 겨우 3명밖에 없는 사무소에서 내가 2주 동안이나 쉬고 있었던 게 영향을 줬는지 업무 서류가 책상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고, 그걸 본 나는 반쯤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코토리씨는 이미 울고 있었다.


그리고 3일후...

오늘부터 아미랑 마미는 자택근신을 끝내고 활동을 재개한다.

 


--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어버릴 뻔 했다.

병원에서 정신을 잃었던 그날 이후로, 난 쌍둥이들과 만나지 않았다.
정신과 선생님의 진단에 의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른바 PTSD라고 하는 증상인 듯 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강렬한 트라우마로서, 두통이나 현기증, 구토 증세나 수면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후타미 선생님이 그 둘의 근신이 끝날 때까지 나한테 접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 것도 있겠지만,
두 사람은 내 마음을 그렇게까지 상처 입힌 것을 알고 대할 낯이 없었겠지.

하지만 근신도 끝날 테고 언제까지나 피할 수는 없었다.
일단 두 사람이 어떤 상태인가를 알기 위해 아침 일찍 사무소에서 면담을 하기로 했다.

아침 7시, 아무도 없는 사무소에서 두 사람이 오는 것을 기다린다.
또 다시 기절하면 어쩌지…그렇게 생각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미ㆍ마미「아, 안녕하세요...」


사무소 문을 천천히 열면서 두 사람은 나타났다.
그 인사는 예전의 우리들이라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서먹서먹한 행동이었다.


P「오랜만이구나, 둘 다」


…대답은 없었다.
헛기침을 한 번 하면서 앉으라고 재촉하니, 두 사람은 나와 눈도 마주치려하지 않고 소파에 앉았다.
일단은 몸이 바뀐 채 그대로인지, 아니면 원래대로 돌아왔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으므로, 사무소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물었다.


P「그래서…아미는 마미야? 아니면 아미?」


스스로도 어이없는 질문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
아미의 몸이 조금 면목 없다는 듯한 느낌으로 대답한다.


아미「으, 응…아직 원래대로는 돌아오지 않았어」


아무래도 2주가 지났지만 두 사람의 몸은 아직 바뀐 채 그대로인 것 같다.
하지만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 것은 상정하고 있었던 일이다. 아니, 오히려 예상대로였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정신을 잃는다는 것은 평범하게 산다면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정신을 잃는다는 건 사고나 범죄에 휘말리지 않는 한, 좀처럼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날 3명이 동시에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내 영혼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은 행운이었다.
아미와 마미가 뒤바뀌어 버린 것은 쌍둥이여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나빴던 것인지 알 수가 없으나, 혹시 그 때 내 몸에 마미가 들어있었다면 더한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P「그 날 있었던 일은 이제 신경 쓰지 마. 나도 신경쓰지 않도록 할 테니까」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하려고, 전형적인 위로의 말을 입에서 꺼내고 말았다.
뭐, 보통은 신경 쓰지 말래도 신경 쓰지 않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마미「하지만…오빠 눈…」


그렇게 말하면서 마미가 쭈뼛쭈뼛 내 얼굴을 가리킨다.
트라우마로 인해 거울로 나 자신을 보는 게 힘들어져서 오랫동안 스스로의 얼굴도 보지 못했지만,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므로 눈 밑에는 분명 검게 다크서클이 생겨 있을 것이다.


P「아아…잠을 좀 못자서 말이야」

 

...기나긴 침묵이 흐른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내 안색을 살피고 있다.
아마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가 무서운 거겠지.

그다지 말하고 싶진 않지만, 아미와 마미는 가해자이며 나는 피해자다.
그리고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파트너 관계이기도 하다.

일을 하는데 있어 사이가 좋지 않으면 곤란하니까 어쩔 수 없이 신경 쓰지 않는 듯 행동하고 있을 뿐이고, 마음 속으로는 두 번 다시 얼굴도 보기 싫을 정도로 미워하고 있을지도 몰라……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분명 난 입으로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도 많고 용서할 수 없는 일도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내가 뭐라 하든, 두 사람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신경 쓰지 않는다, 사고였다 같은 마음에도 없는 일시방편인 말로 어중간하게 속여 넘긴다 해봤자 오히려 불신감만 키울 것이다.

그러니 심한 말을 하게 될지라도……
두 사람에게는 내 본심을 똑똑히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P「지금부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걸 전부 솔직하게 얘기할게. 들어줄래?」


그렇게 말하니 두 사람은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조용히 끄덕인다.
겨우 13살 밖에 안 된 여자아이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결과를 들이대는 거다.
두 사람의 마음도 거절하는 것이 된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은 너희 둘을 만나는 게 무서워 죽을 것 같았어.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치고 싶다고까지 생각했지」

 

둘은 나를 사랑해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두 사람에게, 너희들은 지금 나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일 뿐이라고 고했다.

그리고 지금 그 날의 사건이 나를 얼마나 고민하게 만들고 괴롭히고 있는지…
될 수 있는 한 상냥하게, 그리고 깊이 박히도록 전한다.

그 말로 인해 우리들의 관계는 두 번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할지라도 나는 일말의 응어리도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둘이라면 그 날 잃어버린 관계를 다시 한 번 재구축 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게 믿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내게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눈물을 억누르는 두 사람.
넘쳐흐르는 눈물 때문에 똑같이 맞춰 입은 치마는 젖어있었다.


P「하지만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렇다 해도 나는 너희들을 싫어할 수가 없었어......」

P「너희들은 나에게 있어 소중한 여동생 같은 존재니까--」


너희들의 마음에는 응할 수 없다. 하지만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
이 얼마나 형편 좋은 이야기인가. 둘을 잔뜩 상처 입혀놓고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다니.
잔인한 남자…아니, 잔인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는 두 사람과 함께 있고 싶었다.

언젠간 두 사람도 내 곁에서 떠나갈 때가 오겠지.
하지만 그것이 지금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었기에 붙들어 놓고 싶은 인연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이 그대로 말이 되어, 입에서부터 힘없이 떨어져 나간다.


「그러니까 나를…무서워하지 말아줘…나를…미워하지 말아줘……」


고조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여 울음을 터뜨린다.
나는 두 사람이 무서웠던 것이 아니라, 두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져버리는 것이 무서웠던 거겠지.


아미「오, 오빠한테…미움 받았다고 생각해서…엄청 무서웠었어~...」


나는 가슴으로 뛰어 들어오는 둘을 단단히 껴안았다. 그리고 셋이서 그저 계속 울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것은 어느 샌가 슬픔의 눈물로부터 기쁨의 눈물로 바뀌어있었다.
분명 다시 한 번 예전과 같이 다 함께 웃을 수 있다…그런 예감이 들었으니까.

 

 

정신이 드니 시곗바늘은 8시를 지나고 있었다.
앞으로 30분만 있으면 코토리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출근할 시간이다.

떨어지는 게 아쉽다는 듯 마지막으로 꽉하고 단단히 껴안으니, 갑자기 부끄러워진 건지 거북하다는 듯 나에게서 떨어지는 둘.


아미「아…아파, 오빠」


그렇게 말하면서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버렸지만, 아까와는 달리 부끄러워져서 내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마미「오빠 양복, 눈물이랑 콧물로 질퍽해졌네」

P「상관없어. 그리고 나도 그 날 마미 네 옷을 눈물콧물로도 모자라 땀으로도 질퍽하게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아미「응훗후~♪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마미 가슴에 안긴 기분은 어땠어~?」


울고 있었던지라 잘 알 수 없었기에, 조금 더 맛보았으면 좋았을지도…아니, 아무리 어른스러운 몸을 하고 있다고 해도 상대는 13살 여자아이다. 위험해, 위험해.


마미「그러고 보니 오빠, 바뀐 채로 목욕을 했다는 건 아미의 알몸을 구석구석 봤다는 거지?」

아미「그 뿐만 아니라 아미 몸으로 혼자서 야한 거 하고 있었지?」

P「윽, 그건 무심코 우발적인 충동으로…」


자신의 경솔함을 반성했으나 후회는 하지 않았다.
여자아이의 몸으로 쾌락에 빠질 수 있는 찬스는, 몸이 뒤바꼈을 때를 놓치면 두 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건전한 남자라면 당연한 행위였을 거라는 등, 어느 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고 있었다.


아미「어마나~? 입으로는 아직도 어린애라고 하는 주제에 오빠도 역시 에로에로대왕이었던 거네?」


그렇게 농담하듯 말하고 있었지만, 그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쓰레기를 보는듯한 마미의 차가운 시선이 나한테 꽂힌다.


P「그, 그건 미안해. 나도 역시 남자인지라 흥미가 있어서 말이야…」


아미도 내 몸을 가지고 놀았으니까 무승부잖아? 그렇게 말하려했으나,
그건 아무래도 사춘기 여자아이에게는 너무 무신경한 처사라고 생각하여 그만두었다.


아미「하지만 그건 오빠가 아미 몸에 흥분했다는 증거지?」

마미「그럼 오빠, 이제 이 몸도 처녀가 아니니, 혹시 괜찮다면 한 번 더…하고 싶달까……」

 

P「…윽!」

마미「앗…」


내가 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는지 당황해서 침묵을 지키는 두 사람.
평소대로 되돌아 와 준 것은 좋았지만 그건 농담이 너무 지나치잖아.


마미「미…미안. 오빠…」

P「괜찮아. 단번에 전부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오늘은 두 사람과 서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진보다.
남은 건 시간이 천천히 해결해 주겠지.


P「그리고 앞으로의 아이돌 활동에 대해서인데…」

 


어떤 의미로는, 지금부터가 진정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아미는 류구 코마치, 마미는 내가 프로듀스 하는 유닛에 소속되어 있다.
유닛이 다르면 방침은 물론 노래나 댄스, 애초에 멤버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몸이 뒤바뀌어버리면 당연히 활동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P「그래서, 대안을 두가지 생각해 왔어. 너희 둘은 그 중 뭐가 좋은지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첫 번째 대안은 몸이 뒤바뀐 걸 숨기고 그대로 활동한다는 것.
하지만 이 경우 노래는 물론이고 댄스도 처음부터 연습해야하고,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두 번째 대안은 쌍둥이인 것을 이용하여 머리모양을 바꿔서 겉모습을 바꾼다는 것.
들키지만 않는다면 노래나 댄스도 그대로 통용되므로 이것이 편할 것이다.


P「내일부터 레슨을 재개하기로 했으니까, 오늘 하루 동안 생각해서 내일까지…」

마미「아니, 이미 둘이서 정해서 왔으니까…」

아미「몸이 뒤바뀐 건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아이돌을 계속해 나가기로 말이야」


나로서는 두 번째 대안이 활동을 원활하게 재개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쌍둥이라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쏙 빼닮았다고는 해도, 겉모습까지 바뀐다는 건 저항이 있을 것이다.

혹시 그렇게 된다면 몸이 뒤바뀐 것도 언젠간 잊어버리지 않을까.
자신이 아미인 건지 마미인 건지 그것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두 사람은 그런 불안을 품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미「…그리고 또 하나 부탁할게! 몸이 바뀌어버렸다는 건 우리 셋만의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

P「셋만이라니…리츠코한테도? 노래랑 댄스는 어쩌려고?」

마미「그건…둘이서 어떻게든 서로 가르쳐 주거나 할테니까 말이야」


더 이상 남한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몸이 뒤바뀐 채로 활동하려면 류구 코마치의 담당인 리츠코의 협력은 필요불가결이다.
아무리 쌍둥이여도 단기간에 각 유닛의 노래를 하나부터 마스터 하는 것은 어려울 터.

게다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인기는 류구 코마치가 월등한데다 데뷔도 빨리해서 노래가 다양하다.
내가 직접 서포트 할 수 있는 아미에 비해, 마미한테는 크나큰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도 둘의 의사는 존중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 켠에 있었다.

 

P「…꼭 비밀로 하고 싶은 거야?」

아미「응…부탁이야, 오빠」


몇 번이고 물어봤으나 두 사람은 진지한 눈으로 끄덕였다.


P「알았어…하지만 내가 무리라고 판단하는 그 때에는 리츠코한테도 협력해 달라 할 거야.. 명심해」


둘의 의사는 존중하고 싶지만, 그건 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이다.
유닛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상 다른 멤버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복귀 직후라는 것도 있고 해서 얼마간은 노래가 아닌 일을 메인으로 넣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정기라이브나 노래 방송에도 출연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맞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우리들은 셋이서 의논했다.
레슨이나 자율훈련의 예정, 그리고 습득페이스 및 할당량과 같은 목표…
매우 빡빡하고 힘든 스케줄이 되어버렸지만, 두 사람한테서는 끝까지 해내보이겠다…그런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P「이걸로 당분간의 활동방침이 정해졌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 둘 다」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자, 마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미소 지으며 내 손을 단단히 마주잡았고, 유치원생이 하는 악수처럼 잡은 손을 위아래로 강하게 흔들었다.


P「자, 아미도…」


나는 악수하려고 오른손을 내밀었으나 아미는 고개를 숙인 채 손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마미는 왼손잡이다. 몸이 뒤바뀌면 쓰는 손은 신체를 따라가는 걸까?


P「아아, 미안. 이쪽이었던가?」


그렇게 말하면서 대신 왼손을 내밀었지만, 그래도 아미는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P「왜 그래, 아미? 아까까지는 평범하게 이야기했잖아」

아미「하, 하지만…」


역시 몸이 바뀐 채로 아이돌 활동이 잘될 수 있을지 불안감이 가득할 것이다.
학업과 일을 양립시키는 것만으로도 큰일인데, 더욱이 노래나 댄스를 잔뜩 외워야 한다.
거기다 마미가 보다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걸 미안하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P「분명 괜찮을 거야. 앞으로도 셋이서 함께 열심히 하자」


거의 반 강제로 아미의 손을 쥐고 이번엔 내가 어린애같이 손을 쥔 채 위아래로 흔들었다.
마치 단단히 맺어진 인연은 어지간해서는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듯이――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힘없이 끄덕이는 아미.
역시 아직 자그마한 불안과 위화감은 남아있지만, 앞으로도 내가 이 둘을 확실히 서포트 해나가야 한다.

 


둘의 레슨은 그 날 중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나는 여전히 영업이나 사무 작업으로 꽤나 바쁘긴 했지만,
하루 24시간 중 빈 시간은 전부 두 사람의 레슨에 소비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됐다.

마미도 도울 수 있게 류구 코마치의 퍼포먼스를 연구, 자율연습 방법을 공부하거나 스케줄도 세세하게 조정했다.
레슨은 하루에 12시간을 넘어가는 일도 있어, 스파르타인들도 울고 갈만한 그 스케줄 때문에 리츠코한테 설마 두 사람을 원망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추궁을 당할 정도였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쌍둥이이기에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순식간에 안무를 익혀, 2주일 쯤 지났을 무렵에는 안무가 거의 완벽할 정도로 완성되어 있었다.
유닛 쪽도 원래부터 다들 사이가 좋은 사무소였고 바로 적응한 것 같아서, 서서히 노래 방송이나 미니 라이브에도 출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순조롭게 나아가는 아이돌 활동과는 반대로 나와의 관계는 그렇게 잘 풀리지 않았다.

 

 

마미는 몸이 뒤바뀐 채로 류구 코마치에 소속되어 리츠코가 담당하게 됨으로서, 나와 일을 같이 할 기회는 전과 비교해서 극단적으로 줄어갔다.

지금까지 매일 얼굴을 맞대어왔는데 갑자기 만나지 못하게 되어서인지,
마치 연인 사이같이 빈번히 전화나 메일을 주고받게 되었고,
미키나 다른 아이돌들의 메일과 더불어 답신을 하는 것이 겨우일 정도였다.

류구 코마치의 활동이 점차 바빠짐에 따라 얼굴을 맞대는 일도 거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마미와는 이전처럼 사이좋은 남매 같은 관계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미였다.

 

아미는 내가 프로듀스 하는 유닛에 소속됨으로서 일이나 레슨으로 인해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치게 되었지만, 예전과 비교해서 상당히 얌전해지고 소극적…이라기보다 기운이 없어보였다.

처음에는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그런 기색은 찾아볼 수 없고 평소대로였다는 것.
메일 답신도 쌀쌀맞게, 그리고 사무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미는 점차 나와 거리를 두게 되어갔다.


나는 내 마음이 두 사람에게 틀림없이 전해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미한테는 아직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미움받는 게 무서웠다고, 그렇게 말해줬잖아…」


자신만을 생각해 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힌 걸 아직 신경 쓰고 있는 걸까.
병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한테 거절당하는 것이 무서운 걸까.
아니면 단순히 내가 싫어져 버린 걸까?

이유를 아무리 물어봐도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나는 초조해진 나머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듯이 아미와 계속 이야기해 보려고 했지만, 아미는 그저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서 등을 돌릴 뿐이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났다.

 

둘의 활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일이 늘어남과 동시에 인기도 올라가고 있었다.
각자 유닛으로서의 인기뿐만이 아니라 쌍둥이 아이돌로서도 기세를 타, 연예계의 쌍둥이별로서 765 프로덕션을 지탱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 인기도 아미는『후타미 마미』로서, 마미는『후타미 아미』로서의 것으로, 반년이 지난 지금도 둘의 몸은 뒤바뀐 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위화감을 느끼는 일도 많았으나, 다행스럽게 어느 누구한테도 눈치 채이지 않았다.


그러나…나는 아미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어떻게든 아미와 이야기해 보려고 필사적이었지만, 아미는 이제 억지로라도 나와 관련되지 않으려하는…그런 모습이었다.

아미의 속마음은 마미한테 협력 받아 알아내고, 메일을 통해서 오는 정보를 의지해 프로듀스 활동을 하는…그런 나날이 계속됐다.

반년이 넘게 프로듀서와 담당 아이돌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런 이상사태 때문에 사무소에는 점차 불온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아미가 나를 계속 무시한다는 건 옆에서 보면 아미가, 아니, 마미의 태도가 참으로 좋지 않게끔 보였을 것이다.
개인적인 관계라면 좀 나았을 테지만, 아미는 업무랑 관련해서도 나를 계속 피하고 있었다.
특히 리츠코랑 이오리는 아미와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말싸움을 하게 되었을 정도였다.

사무소 내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어둡고 답답하게 되어갔다.

이유도 제대로 모르는 채, 그저 한결같이 거절당한다…
내 마음은 날이 갈수록 멍들어 가 일상적인 프로듀스 활동이 고통으로만 느껴지게 되어, 사람들 앞에서 평소대로 행동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와 아미의 인연은 아직 살아있다…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단순히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인 망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감각만을 양식 삼아 프로듀서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아미를 위해서도 더 이상은 이래서는 안 된다…그렇게 생각했다.


영업처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미한테서 메일이 왔다.
아미가 사무소로 돌아오면 둘이서 같이 돌아갈 거야~♪라는 별 의미 없는 메일.
아무래도 둘은 사무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같이 돌아가려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서두르면 둘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몰라…그렇게 생각하며 엑셀을 밟았다.


그 가슴에 커다란 결의를 품고―――

 

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타이밍이 딱 맞았는지, 마미가 히죽거리며 달려와 자동차 유리에 노크를 해왔다.


마미「이욥! 오빠, 오랜만이야! 마지막으로 본 게 일주일 정도 전이었던가?」

P「무대 인사가 마지막이었으니까 8일전이려나?」


같은 적당한 이야기를 하며 사무소로 향한다.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었으나 그 표정은 어쩐지 험악해보였다.


「…다녀왔습니다~」


그 날과 똑같은 노을의 오렌지 색이 블라인드를 넘어 사무소를 비추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방안에서 아미가 불도 안 켜고 혼자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미「에?…어째서 오빠랑 같이 온 거야…?」

마미「미, 미안. 사무소 앞에서 타이밍 좋게 마주쳤거든」


아미는 우리가 온 것을 알아차리자 당황하며 휴대폰을 숨기듯이 가방에 넣고, 마미의 손을 쥐자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게 허둥지둥 도망치듯 사무소에서 나가려고 했다.


P「잠깐만!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아미「싫어. 빨리 돌아가고 싶은걸」


나는 엇갈릴 때 아미의 어깨를 잡아 멈춰 세우려 했지만,
아미는 이쪽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팔을 휘두르며 내 손을 뿌리쳤다.

억지로라도 멈춰 세울까 고민하고 있던 그 때, 마미가 아미와 맞잡은 손을 꽉하고 잡아 아미를 멈춰 세운다.


마미「있잖아, 오빠가 하는 이야기 들어보자. 응? 중요한 이야기 같고」

아미「하지만…」

마미「부탁이니까…응?」


마지못해 문손잡이에서 손을 때자 마미에게 이끌려 소파에 앉는 아미.
그 옆에 마미가 손을 세게 맞잡은 채로 앉았다.

 


P「미안해 마미. 본래라면 내가…」

마미「별로 상관없어.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라는 건 뭐야? 혹시 자리를 비켜줬음 해?」

P「아니, 마미랑도 관계있는 이야기니까」

 

P「나는…아미가 소속 된 유닛에서 손을 떼게 됐어」

마미「에?」


둘은 순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그것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애초에 지금까지 물러나지 않았던 것 자체가 이상했던 일이니까.


마미「그건 이미 결정된 거야?」

P「…예전부터 리츠코에게 그렇게 제안받고 있었거든. 오히려 너무 늦었다 생각해」


인기 아이돌 반열에 오르고 바빠진 아미에게 있어, 이야기도 나눌 수 없는 인간이 담당 프로듀서로 있다는 것은 마이너스 효과만을 낳을 뿐이었다.

마미나 유닛 멤버가 필사적으로 보조해주고는 있었지만, 지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탓에 실패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 억지로 인해 계속 담당을 맡고 있었지만, 본래라면 좀 더 빨리 리츠코한테 담당을 넘겨줬어야 했었다.


마미「화, 확실히 그럴지도…」

P「언제까지 사무소에 민폐를 끼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야」

P 「하지만 둘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그게 아냐」


될 수 있는 한 냉정하게 둘에게 전하고자, 담담한 말투를 구사하려 유의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P「나는 이 사무소를 떠나려고 해」

 

아미「에!?」

마미「그, 그건 765 프로덕션을 그만두겠다는 거야?」

P「아니, 765 프로덕션 자체를 그만두겠다는 게 아냐」


사실은 그만 둘 생각까지 했지만, 나는 프로듀서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
지금 그만두면 아미가 나를 쫒아낸 모양새가 되어 사무소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질 것이다.


P「이 사무소는 입지도 좋지 않고 좁기에, 좀 더 좋은 장소에 새로운 지부를 만들어서 거기에 전속되는 것이 될 거라 생각해」


두 사람은 안도의 표정을 띄우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미「뭐야아~. 그건 사무소 장소만 바꾼다는 것뿐이잖아. 놀래키지 마~」

P「아니, 새로운 지부로 전속되는 건 내 담당 아이돌뿐이야」


그렇게 말한 순간 둘의 핏기가 단번에 가시는 것이 눈에 보였다.
두 사람과 함께 일을 할 수 없다 고하는 것이기에, 역시나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마미「에?…어째서? 어째서 그런…괴롭히는 것 같은 일을 하는 거야…?」

P「괴롭히는 게 아냐. 사장님과 코토리씨, 그리고 리츠코와 나. 4명이서 상의해 심사숙고한 끝에 낸 결과야」

P「3명 모두 이 생각에 찬성해 주었어. 사장님의 허가도 떨어졌어. 남은 건 아이돌들의…」


마미는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책상을 양손으로 두들기며, 반쯤 울면서 큰 소리로 고함치듯 물었다.


마미「어째서!? 역시 우리들을 싫어하게 된거야!?」

P「아니, 그렇지 않아. 나 또한 될 수 있으면 아미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P「하지만…지금의 나로서는 아미에게 있어 그저 족쇄밖에 되질 않아」

마미「그건…」

P「애초에 내가 같은 사무소에 있는 것 자체가 아미나 다른 아이들에게 있어 큰 부담이 되고 있어」


마미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 사무소 분위기가 어떤지 생각하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P「…어쨌거나 이대로 있으면 같이 일하는 건 불가능해」

P「그러니 앞으로는 내가 프로듀스 하는 6명만 새로운 지부로…」


마미가 울상으로 이를 악물며 일어났을 때, 아미가 불쑥 말했다.


아미「안 돼…마미랑 미키미키가 곤란해지는걸」

 


P「…그건 아미랑은 관계없잖아」

아미「있어! 두 사람 다 진심인걸!!」


오랜만에 아미의 고함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단하게 움켜진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P「자신을 보살펴주는 어른 남성, 그것만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뿐이야」

아미「아니야…!!」

아미「아미 또한 진심이었으니까…」


분명 아미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걸 내던져서까지 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겠지.


P「그렇다면 더더욱 나는 사무소를 떠나야 해. 나는 그 둘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없어」

P「미키는 그런대로 딱 잘라 결론지은 것 같으니 괜찮지만, 마미는…」


아미「―――윽!!」


두 사람의 연심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 때문에 눈이 돌아가 버렸는지, 아미는 왼손을 높게 치켜들더니 내 오른뺨을 전력으로 후려갈겼다.


마미「잠깐! 그만둬!」

아미「…오빠가 뭘 알아!!」


마미의 만류도 뿌리치고 아미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내 넥타이를 기세 좋게 잡아 올렸다.
입안에서 피맛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있어서 방금 아미가 했던 그 한마디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P「내가…뭘 아냐고…?」


아미의 손을 난폭하게 뿌리치며 일어서면서 아미를 노려보았다.


P「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반 년간 쌓이고 쌓여온 불만과 분노가 한순간에 폭발했다.

분노한 나머지 아미를 때리지 않도록 참는 것이 고작이라, 순간적으로 눈앞에 있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있는 힘껏 내려친다.
둘은 가볍게 비명을 지르면서 뒷걸음질 치듯이 어깨를 움츠린다.


P「지금까지 나를 실컷 무시해놓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거절했으면서!!」

P「그래놓고서는 자신을 몰라준다고!? 그런 건 당연하잖아!!」

P「알 수 있을 리…없잖아……!!」


넘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나는 어느새 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마치 어린애처럼 흐느껴 울면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간다.


P「나도 힘들었어…죽고 싶을 정도로…」

P「의미고 이유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점점 거리가 벌어져서 이대로라면 두 번 다시―――」

P「그렇게 생각하니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았어…」


더 이상 서있을 기력도 사라져, 무너지듯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둘은 눈에 눈물이 맺힌 채 아무 말도 하지않고 내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P「이제 용서해주지 않을래…? 난, 지쳤어…」

P「등 돌리기만 하는 너와 정면으로 마주 대하는 것에…」


P「너한테서 도망치는 나를…용서해줘……아미」

 

이제 끝일 것이다.
나는 고민한 끝에 아미로부터…아니, 쌍둥이에게서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나도 프로듀서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아무리 일이라고 해도, 도저히는 아니지만 납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은 내 마음이 버틸 수가 없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난 잘못이 없다고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아미와 마음만큼은 분명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다…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것도 나의 바람이 낳은 망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런 망상에 기댈 필요도, 스스로를 속일 필요도 없다…

드디어 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기쁠 터인데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P「미안, 아미……이제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그저 흐느꼈다.
두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이 괴로워서 얼굴을 드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사무소에는 세 명이 훌쩍이며 우는 소리만이 얼마동안 흐를 뿐이었다.

 


마미「마미, 이제 그만두자. 오빠가―――」


좀 있다 마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아미가 울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또 다시 나를 때릴 생각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더 이상 저항할 기운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아미의 기분이 풀린다면 풀릴 때까지 때려…그렇게 생각했다.

아미는 부어오른 내 오른뺨에 손을 상냥하게 갖다 대었다.


아미「오빠…」


그렇게 말하면서 아미는…나를 상냥하게 끌어안았다.


순간 자신의 감각이 이상해진 줄 알았다.


지금까지 반년동안 나를 완강하게 거절해온 아미가 날 안아주고 있다…
냉정함을 잃은 나는 이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미「미안해…오빠」

P「왜 이제 와서 사과하는 거야…」


가볍게 밀어내려 했지만 아미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그리고 양손에 아플 정도로 힘을 주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P「떨어져줘…난 이제 싫어졌어. 이런 나날이」

아미「싫어…절대로 싫어…」


나는 이제 아미를 거의 신용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집요하게 나를 무시해놓고서는 내가 견딜 수 없게 되자, 오히려 이번에는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붙잡으려고 하고 있었다…
내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걸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까지 생각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던가…?
몸이 뒤바뀐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미움받을만한 일을 했었던가?
오히려 그런 일을 했던 건 아미가 아니었나?――

 


P「어째서야…그렇게 나를 상처 입히는 게 즐거워!?」

마미「아, 아니야, 오빠!」

P「…뭐야? 혹시 마미도 같이 즐겼던 거야?」

마미「아냐!!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그 한마디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P「그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나는 이렇게나 괴로워하고 있는 거잖아!!」


나는 아미의 어깨를 붙잡고 억지로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아미는 필사적으로 나에게 달라붙어서 오기로라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아미「그치만…오빠가 이렇게 괴로워할 줄은…몰랐어…!」

아미「가장 괴로운 것은 나라고…계속 그렇게 생각해서―――」


신경을 긁는 듯한 아미의 한마디에 나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고, 정신을 차리니 아미를 전력으로 밀어내고 오른손을 높게 치켜들고 있었다.

 


P「웃기지마아아아앗!!!」


목소리가 뒤집힐 정도의 노성과 함께 아미를 향해 손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메마른 소리가 사무소에 울려 퍼진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앞을 보니, 마미가 머리를 누르며 웅크리고 있었다.
머리에 피가 몰려 몰랐으나 아무래도 마미가 아미를 감싼 듯했다.


P「앗……」


마미를 때려버렸다는 사실에 나는 동요를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상대가 누구이던 간에 사람에게 손찌검을 하다니…


P「――미안해, 마미. 나는……」


이젠 스스로도 어쩌면 좋을지 몰라, 그저 사과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마미「별로 신경 안 써, 오빠…그것보다 마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아미는 마미의 손을 빌려 일어난 후, 눈물을 손으로 닦고 나를 향해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

 

아미「미안해. 오빠가 어떤 기분일지를 생각 못 했어」

아미「…하지만 믿어줘! 오빠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서 피한 게 아니라는 걸」


아미「왜냐하면…오빠를…역시 아직 좋아하니까…」

 


나를 아직도 좋아하니까?

나를 반년이나 피해다닌 것…그 뜻밖의 이유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무슨 이유가 돼.
그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피해 다닐 이유가 왜 있는 건데?


P「그렇다면 어째서…」

마미「…마미는 잘못이 없어. 아미가 전부 잘못한 거야! 그게 전부 아미를 위해 한 일인걸!!」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피한다―――그 이유가 전부 아미를 위해…?
아미가 아미를 위해 나를 계속 거부해왔다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으나 그러던 중 어떤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쳤다.
반년 동안 계속 느껴왔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그럴 수가…설마―――」


반년 동안의 기억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맴돌았다.

두 사람의 몸이 바뀐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것.
유닛에 익숙해지기 위해 3명이서 필사적으로 특훈을 한 것.
마미와 쉴 새 없이 메일을 주고받은 것.
반대로 아미와는 쌀쌀맞은 관계가 계속됐던 것.
그런데도 아미와는 마음이 이어져있어…그런 기분이 들었던 일…


…할 말을 잃었다.


모두가 그저 슬퍼하고 고통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 비극 같은 일이 있어서 괜찮은 것일까.

감정을 어떻게 나타내야할지 모른 채 그저 서 있었다.
그러나 몸은 제멋대로 빨려 들어가듯 아미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아미를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끌어안았다.

 

「마미…」

 

둘은 처음부터 바뀌지 않았다.

 


아미와 마미, 둘의 몸이 바뀌었다―――
그건 두 사람의 연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이 이치에 맞았다.

 

P「너무하잖아…너희들…」

마미「그치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미가 불쌍해서…」


나나 마미나 눈물 때문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떠올려보면 그 날 이래로 대체 얼마나 울었을까.
지금까지 쌓아두었던 감정을 토해내듯이 마미는 입을 열었다.


마미「아미는 오빠의 담당이 아니었잖아. 그렇기에 더욱더 열심히 했어. 오빠가 자기를 좋아해주길 원해서…」

마미「그 일이 있었던 날부터 오빠한테 미움 받았다고…아미는 계속 울어서…」


아미는 그저 힘없는 목소리로 마미의 이름을 부르면서, 마미를 자기 몸으로 덮듯 감싸 안은 채 울고 있었다.


마미「하지만 마지막에 오빠랑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 건…오직 한 명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마미「그렇다면 마미는 그저…아미가 행복해지길 원했을 뿐이야……」

아미「마미…미안해. 지금까지 괴로웠지?」


아미…아니 마미가 지금까지 나를 필사적으로 무시해온 이유…
그건 나와 마주하는 것이 괴로워서였다.


내가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아미는 자기가 벌인 일로 인해 나한테 미움 받았다고 생각해서,
그걸 걱정하여 계속 우울해 했던 것 같다.

한편 마미는 결과적이기는 하지만 아미와 나…
둘 중 한 명을 죽일 뻔했다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한테는 아미를 내버려두고 혼자서 나와 행복해질 자격 따윈 없다.


거기다 나의 사랑을 계속 받을 수 있는 건 한 명뿐…
그렇다면 차라리 스스로 이 감정을 억누르고 아미의 사랑을 응원해 주면 돼.


『혹시 오빠가 아미를 싫어하게 됐으면, 우리 둘의 몸이 바뀐 걸로 하자』


마미는 고심한 끝에 아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아미도 반대했지만, 결국에는 그 희망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아미가 내민 손을 거절했다.


그 순간부터 둘은 내 앞에서는 몸이 바뀐 것처럼 행동했겠지.


몸이 바뀐 것은 우리 셋만의 비밀…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으나, 그 비밀자체가 거짓말이었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리츠코나 부모에게도 비밀이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여러모로 수상한 점이 있었다.


병원에서 아미가 붙이고 있던 반창고…
오른뺨은 왼손잡이인 마미가 아니면 때리기 힘들다.
유닛이 바뀌었어도 무난히 활동 가능했던 것이나, 사무소 사람들 중 한 명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그렇다.


내가 퇴원하고 나서 이야기를 나눈 후에도, 둘은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마미도 나를 무시할 생각은 없었고, 아미에게 마음이 가도록 유도하기만 할 생각이었으나,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사람과 행복해지도록 돕는다…
아무리 상대가 쌍둥이 동생이라 해도 간단히 받아들일 수 있을 리 없다.

나에게 가진 감정을 좀처럼 포기하지 못했던 마미는, 점차 나와 얼굴을 마주치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되어,


어느새 나를 피하게 되었다…


그것이 모든 일의 전말.

 


마미「하지만 역시 오빠를 끝까지…포기할 수 없어서…」

마미「오빠랑 메일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즐거움이어서―――」


그 뒷말은 알아들을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마미와 이어져있다는 느낌.
그것은 매일 주고받고 있던 메일이나 전화로 인한 것이었을 것이다.

괴로워하는 건 나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도 똑같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는 둘에게 시달렸던 만큼 석연치 않은 느낌은 있었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속인다…그 괴로움도 상당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봤다면 모두가 이렇게 괴로워하지 않아도 좋을 방법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괜히 걱정해서, 괜히 상처를 깊게 만들어…


역시 이 둘은 아직 어린애다.

 


P「바보구나…어째서, 좀 더 빨리 말해주지 않았던 거야」

아미「그치만…거짓말한 게 들키면 미움 받을 거라 생각해서…」

마미「전부 마미가 잘못한 거야! 그러니까…아미는, 아미만큼은 용서해줘!」


그런 마미의 필사적인 호소도 이제 바보같이 생각되었다.
누가 잘못했다, 미워졌다, 용서하지 못한다…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두 사람을 천천히,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조금 아파했지만 마침내 둘의 온도를 느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이제 됐어, 둘 다.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둘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반 년간 나를 한계까지 몰아넣을 만큼 괴롭게 만들었었다.
행복하다는 말이 돌아올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치 못했겠지.
그러나 그건 틀림없이 나의 본심이었다.


P「나는 아미에게 미움 받아서…이제 이대로 이야기조차 나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P「이제 셋이서 웃는 것도 못한다…그렇게 생각해서 정말 괴로웠어…」


P「그러니까…이렇게 사랑하는 두 사람과 서로 안을 수 있는 게 기뻐…」


지금 무슨 기분인지, 말로 표현하는 것조차 못하는 걸까.
둘은 꽉하고 힘을 넣어 나를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고 사무소에는 얼마동안 셋이서 우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오렌지색이 비쳐 들어오던 창문 밖은 어느 샌가 별하늘로 바뀌어 있었고,
달빛이 어렴풋하게 블라인드를 넘어 비쳐들어오고 있었다.

또 정신없이 울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기쁨의 눈물이라면 그것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마미「반년 동안 평생 흘릴 눈물을 전부 흘려버렸을지도 모르겠네」


눈을 새빨갛게 한 마미가 미소 지었다.
오랫동안 돌고 돌아버렸지만 드디어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반년 동안 꿈에 그리던, 평소의 풍경으로.


아미「오빠랑 몸이 바뀐 그 날부터…아미는 많은 것을 후회했어」

아미「미키미키랑 오빠를 상처 입힌 것, 몸이 뒤바뀌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그밖에도 잔뜩!」


아미「그래도 역시…오빠를 좋아하게 돼서 다행이야…」


그 얼굴은 정말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이제 두 번 다시 그 미소를 잃고 싶지않아…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마미「오빠, 다시 마미네랑 같이 있어줄 거야…?」


걱정스러운 듯이 마미가 묻는다.
대답은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P「그래. 지금부터가 다시 새로운 스타트라인이야」

P「그 대신 약속해줘. 두 번 다시는 나한테 거짓말하지 않기로」


P「그리고 너희 둘이 내 곁을 떠날 그날까지 내 곁에서 빛나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자 둘은 끄덕이면서, 내 손을 꽉 쥐고선 방긋 웃는다.


마미「그런 말하면 선글라스가 필요해질 정도로 눈부시게 반짝일지도 모르는데!?」

아미「응훗후~♪ 혹시 오빠가 떠나가고 싶어져도 떨어지지 않을 거거든~」

마미「계속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 테니까 말이야?」


아미「에헤헤…오빠♪」


「「사랑해!」」


쌍둥이별은 돌고 돌아서 다시 내 곁에서 반짝이고 있다.

언젠가 둘도 별똥별처럼 내 곁을 떠나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설령 반짝임을 잃는다고 해도
나는 둘의 곁에 계속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비추는 길을 걸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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