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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되고 싶어

댓글: 8 / 조회: 2502 / 추천: 3



본문 - 07-31, 2015 01:50에 작성됨.

고양이가 되고 싶어
 
 
 
고양이가 되고 싶어
 
 
     〇
 
 
갑작스런 얘기가 되겠지만, 우리 집에는 몇 가지의 잡동사니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술집 앞에 곧잘 있는 술병을 든 너구리 장식물.
이국의 정경이 3천 조각으로 분할된 직소 퍼즐.
묵직한 무게가 있는 백목의 목도.
사과처럼 매끈한 색을 가진 달마.
태양열 전지로 항상 오른손을 흔들고 있는 마네키 네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장식물로 변한 다트 보드.
굉장한 소리와 함께 도는 금속 블레이드의 선풍기.
끝이 없으므로 이 쯤에서 그만두겠지만, 왜 이런 잡동사니로 둘러싸인 생활을 보내고 있냐고 하면 저의 나쁜 버릇이 원인이겠죠.
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 술을 좋아해요.
굉장히 좋아해요.
아니, 이래선 술이 나쁘다는걸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런게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나쁜건 술을 너무 마셔서, 분별을 잃어버리는 저에요.
술집 앞에서 너구리 장식물을 갖고 싶다고 생떼를 부리거나, 동키호테에서 잡동사니를 마구 사버리거나 더군다나 5분 정도 놀고 질려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는 저 자신이 나쁜거에요.
물론 그런 짓을 해버린 다음날은 묵직한 두통과 함께 후회의 마음이 밀려오지만, 사람의 반성은 극히 무른걸요.
그만 알코올의 기분 좋은 느낌에 몸을 맡겨 이성을 소멸시키고 잡동사니를 안고 귀가해버리는것 또한 인간의 성질이겠죠.
아무튼 그러한 식으로 저의 집에는 조금씩 잡동사니가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갑작스런 얘기가 되겠지만.
아무래도 어젯밤, 또 저의 나쁜 버릇이 나와버린 모양이에요.
그저 이번에 제가 손에 넣은건 아무래도 평소와는 다른 모양이라.
잡동사니라고 부르는건 어떻게 생각할까 싶은 것이었습니다.
 
 
     1
 
 
폭신폭신한 무언가로 뺨을 쓰다듬받는 꿈을 꿨습니다. 그건 무척이나 행복하고 기분이 좋고 평온함으로 가득찼습니다.
이윽고 그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깨닫게 된건 휴대폰 전화의 알람과 납이 채워진듯한 두통 탓입니다.
"아, 또 저질러버렸어. 이제 술은 안 맛셔" 라고 그때는 생각하지만 꽤나 그것이 실행에 옮겨진 적은 없습니다.
둔한 두통과 폭신폭신한 감촉에 감싸여, 잠싯 저는 꿈과 현실 사이를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직업을 가진 처지라. 오늘도 일이 있으니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마음을 잡고 일어나자, 라고 결심했을다. 그럼 이 폭신폭한것은 애시당초 무어냐, 라고 깨달았습니다.
"냐아앙"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들어온건 세간 일반적으로 흰 고양이라 불리는 짐승이었습니다.
뺨에 들이대여지고 있던 폭신폭신한건 이른바 육구.
그것이 붙어있는 앞다리로부터 퍼지는 털은 우유같은 백색. 거의 더러움도 없습니다. 전체 크기는 양 손바닥에 폭 들어갈 정도라, 조금 작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징적인건 그 눈. 왼쪽이 금색이고 오른쪽이 은색. 이른바 오드아이입니다.
"냐앙"
눈을 뜬 저에게 놀랐는지 들고 있던 앞다리를 흔들흔들 거립니다. 그것이 조금 태양열 마네키 네코의 행동과 닮아있어서 무심코 웃어버렸습니다.
"냐앙"
고양이는 앞다리를 드는걸 그만두고 이번에는 우는 소리로 뭔가를 호소하기 시작합니다.
어제일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려고 하지만 알 수 있는건 깊은 취기뿐.
역시 전혀 기억에 없는건 오랜만입니다. 다트 보드가 모르는 사이에 벽에 걸려있던때 이래입니다.
그때는 지갑에 밀어넣은 동키호텔 영수증이 행동을 알게해줬지만…….
이번에는 아무 실마리는 없는지 방을 돌아보니, 방 중앙에 몇개의 박스가 내던져져있습니다. 안에는 수건이 가득 채워져있습니다. 알코올로 철썩거리는 뇌라도 대충의 사정은 헤아릴 수가 있었습니다.
쓰레기장의 선풍기를 갖고 돌아온 실적이 있는 저입니다. 우연이 몇 가지 겹치면 버려진 고양이를 주워와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내내 멍때리고 있을 수도 없으므로 일어납니다.
부엌 쪽으로 이동하니 고양이도 거기에 맞춰서 따라옵니다.
물을 마시려고 수도꼭지를 트니 고양이는 탕, 가벼운 소리와 함께 싱크대로 도약. 저의 컵을 얼굴로 치우고 수도꼭지로 물을 집어먹듯이 삼킵니다. 목이 마른거겠지요.
그거라면 분명 배도 고플더가 생각해서 싱크대 아래를 뒤져보기로 합니다.
다행히 술꾼의 비축품은 고양이의 취향과 합치하는 모양입니다.
깊숙한 곳에 방칬던 삶은 고등어 캔을 따주니 상당히 배고팠는지 캔을 깨부술 기세로 들러붙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컵에 물을 부어 한모금.
희미한 두통과 구토가 옅어져가는 느낌도 납니다. 뭐, 착각이지만요.
부엌 창문으로 보이는 주택가는 아직 반쯤 잠들어있는 모양입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시기의 계절은 빛은 따뜻한데 바람은 차갑다는 뒤죽박죽이라 조금 재미있습니다.
평소에는 하품을 하면 어디까지나 그 공기의 진동이 전해질것 같지만 지금은 캔과 싱크대가 스치는 희미한 금속음만이 울립니다.
눈에서 달라붙은 컨택트렌즈를 빼어 화장을 한채로 잠든것을 떠올리고 한숨을 쉽니다.
그러고보니 샤워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곧 25살인데에, 라며 멍한 생각을 시작한 부근에서 고양이는 식사를 마쳤습니다. 앞다리로 얼굴을 몇 번인가 닦고 할짝할짝 핥고 있습니다.
"냐앙"
"변변치 않았습니다"
만족하고 인간의 행복……아니, 고양이의 행복일까. 고양이는 툭툭 방까지 걸어가서 박스 속에 둥글게 자리잡아버렸습니다.
자 그럼.
많이 생각할 일은 있지만 일단 샤워를 합시다.
화장을 지우고……오늘 몫은 메이커에게 맡기면 될까요.
샴푸와 바디 비누를 실수하지 않도록 하고.
옷은 마른게 있던가요? 있을거에요. 시간은 꽤 위태로울지도.
세면소와 방을 허겁지겁 왕복. 재빠르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앗.
박스 속을 들여다보고 휴대폰으로 찰칵.
"고양이가, 깜냥깜냥. 후훗, 후후훗"
마치 떡처럼 둥글게 말아있는 고양이는 무척이나 귀엽다.
나의 나쁜 버릇도 가끔은 좋은 방향으로 구르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2
 
 
모델이라는 일의 계절은 세상과 엇나가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 촬영은 공원에서 하고 있지만, 겨울의 잔향으로 피부가 쌀쌀한데 차림은 한여름. 물론 촬영할때 그런 얼굴을 할 수도 없습니다.
다행히 추울때는 라이트가 비추기 시작하면 따뜻하지만 이것이 한 여름이 되면 큰일입니다.
무척이나 더운데다 차림은 가을의상, 라이트로 체감온도는 더욱 상승. 물론 땀을 흘려선 안 되어서 어느 정도는 기합으로 참을 필요가 있습니다.
모델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긴장 등도 있어서 땀을 줄줄 흘리고는 메이커가 닦아줬지만 이게 신기하게도 익숙해지면 필요없어지는겁니다.
포즈도 어색해서 계속 카메라맨에게 혼나기만 했지만 지금 되어선 손바닥 뒤집기……라고할 정도로 대단한건 아니지만, 스케줄을 연장시키지 않을 정도로는 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일 계속해야하나 생각했지만 벌써 이걸로 3년째.
생존경쟁이 엄격한 세계고, 내년에도 이렇게 있을 수 있는 보증은 없지만……꽤나 마음에 들고 있습니다.
저도 일단은 여자이므로 자신이 예뻐지는건 기쁘고 즐겁습니다.
메이커의 기술은 마법이라고 할까 일종의 사기같은거고, 스타일리스트가 고르는 옷은 무척이나 멋집니다. 셔츠 한 장을 골라도 이거, 척 입혀준다고 할까. 제가 스스로 입으면 힘이 빠져버리지만요.
오늘도 예쁘게 변신이 됐습니다. 여름옷인 핫 팬츠와 말쑥한 백색의 셔츠. 심플하지만 비싸보이는 귀걸이 등도. 멋집니다.
"타카가키 씨, 할 수 있겠어잉?"
"네, 괜찮아요"
카메라맨이 불러서 촬영현장으로. 분수를 앞두고 찍는 모양이에요.
보기 드물어선지 주위에 사람이 조금 생겨있고, 조금 연예인같네, 라고 생각하거나.
"그럼 갈까"
"부탁합니다"
인사를 하고 촬영개시. 카메라맨의 지시에 따라 포즈를 취하거나 혹은 애드리브를 하거나.
어쨌건 제가 앞으로 나오는 일은 없고 제가 입고 있는 옷을 살릴 수 있을만한 포즈를.
브랜드의 로고 마크가 있다면 그걸 감추어선 안 되고, 부츠의 형태가 무너지도록 서서는 안 됩니다. 제가 소속하는 잡지는 OL향이므로 너무 기합을 넣은 모습은 보이면 안 되고, 차분한 포즈와 표정을 마음가짐으로 합니다. 뭐, 애시당초 떠드는것이 저의 성격에서 떨어져있지만요.
촬영할때는 여러가지를 생각합니다.
오늘은 주로 고양이에 대해서.
밥은 어떤게 좋을까. 애완동물 금지인 건물이지만 묵묵히 있으면 들키지 않으려나. 메이커에게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있으니까 여러가지로 물어본 정보도 정리. 고양이 발톱에는 여러모로 주의하는 편이 좋아, 살귀면 부으니까. 조금 날뒤어도 발톱은 자를것. 화장실 교육은 해둬. 창문은 제대로 닫고 가능한 문도 잠글것. 꽤나 평범하게 열 줄 아니까. 손톱갈이용 나무판도 중요성. 의외일지도 모르지만 우유는 별로 마시게 해선 안 돼.
여러가지 일이 떠오르고 사라져, 눈 앞의 플래쉬와 교차해갑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은 무심하게 있는 일이 많은 모양이지만, 저는 여러가지로 이상한 생각을 하는 편이 결과가 좋은 일이 많습니다.
"좋아아, 타카가키 씨. 왠지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것 같네?"
"그런가요?"
"응응, 늘 귀엽지만 오늘은 특별히 더 귀엽네에. 좋은 느낌!"
일단 오늘은 잘 됐는지 카메라맨에게 칭찬을 받았습니다.
이거라면 계쏙 고양이를 생각하고 있으면 일도 잘 되어서 브랜드 지명도 팡팡 딸 수 있을까나아, 라고 망상하고 있습니다.
 
촬영이 일단락이 나서 벤치에서 휴식을 하고 있으니 옆에 삭 앉는 인영.
"카에데, 왠일로 즐거워보이네"
"그럴리가요. 늘 즐거운데요"
"너는 항상 무뚝뚝하니까, 지금 정도가 좋아"
그렇게 말하고 와하하 웃는건 매니저. 3년전 대학교 4학년이던 저를 스카웃해서 모델의 길로 끌어준 사람입니다.
나이는 40살 정도인 모양이지만, 놀랄만큼의 미인에다 멋쟁이라서 "당신이 그대로 촬영하는 편이 좋지 않아?" 라고 자주 생각합니다.
저 말고도 많은 모델을 매니저하고 있어서 늘 바빠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따끔 상태를 보러 와주는 씀씀이도 좋고 멋집니다.
"표정이 부드러워. 어쩐 일이야, 남자라도 생겼어?"
"아뇨 전혀 그런건 아니에요. 친가에서 맞선 사진이 매달처럼 오지만요"
"오-, 카에데도 그런 나이인가. 몇 살이었더라?"
"올해로 25이 되어요"
"벌써 그런가-. 빠르네에. 3년인가-. 나도 나이 먹었구나"
쭈욱 기지개를 하는 매니저. 저도 요즘 어깨 뭉치는게 대단해서, 라고 말하니 너는 아직 젊잖아 라며 혼났습니다.
"고양이를 주웠어요. 즐겁게 보이는건 그 덕분일지도요"
"고양이이? 너 그거 곤란해. 30세 전에 애완동물에 빠져버리면 일직선으로 가버리니까"
"그런가요? 경험담?"
"관측으로부터 유도해낸 경향이지. 남자에게 빠지는거랑 같아"
부정적인 의견이 계속되는데 매니저는 즐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귀엽다구요. 사진 볼래요?"
"흐응, 어디어디……헤에, 백묘구나"
"게다가 오드아이에요. 이건 자고 있어서 보이지 않지만요"
"흐응……너랑 세트네"
"아.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평소부터 색이 있는 컨택트렌즈를 끼고 있어서 다른 분에게는 지적받지 않았습니다. 듣고보니 그 말대로네요.
저는 촬영할때, 과도하게 모델 자신이 눈에 띄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주역은 옷. 잡지가 팔리고 실리는 옷이 팔려서, 겨우 브랜드에도 메릿트가 나오는 겁니다.
이게 예를 들자면 연애인이나 모델도 인기가 확립해서 그 사람만으로 잡지나 옷이 팔리는 상태라면 이야기는 별개지만요……저는 그런 인기 많은 사람은 아니에요.
"뭐, 제 얘기는 됐어요. 그보다 매니저, 고양이에요, 고양이"
"……네네, 아마미 하루카지. 너 의외로 아이돌 좋아해?"
"실은 웃긴 얘기급으로 상당히 좋아해요"
"의외네. 어째선데"
"그야 귀여우니까요. 춤이나 노래도 굉장하고요, 보고 있으면 즐거워요"
"아, 그래"
매니저는 순간 고개숙이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바로 고양이 얘기로 돌아가줬습니다.
"그래서 오드아이 고양이였지. 하지만 말야, 그런 고양이는 귀가 안 들리거나 하잖아?"
부끄럽지만 얼마전까지 몰랐지만 메이커 말하길, 그런 경향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 아이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밖에 있으면 생존경쟁에 불리해"
"제가 집에서 기르니까 문제 없어요"
"……뭐, 네가 즐거우면 괜찮지 않아? 하지만 발톱 같은건 조심해. 모델은 피부가 생명이니까"
"그건 조심할게요"
"그리고 옷에 털이 묻지 않도록 해. 안그래도 너, 처참한 꼴이 많으니까"
"그, 그것도 신경쓸게요……"
요즘은 꽤 열심히 하고 있지만 매니저는 상당히 엄격합니다. 확실히 스카웃 당했을때는 정말 멋쟁이에 무심해서 애시당초 어째섯 권유받은건지도 수수께끼입니다.
"……매니저는 왜 저를 모델로 삼으려고 생각한건가요?"
"하아? 뭐야 갑자기"
"아뇨, 갑자기 신경 쓰여서요"
나의 갑작스런 질문에 매니저는 으음, 하며 끙끙댑니다. 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있는걸까요.
이윽고 30초 정도 지나고서 그러네에, 하며 고개를 듭니다.
"원석이 일절 갈마되지 않고 걷고 있었다. 주위가 옹이구멍이고 처음으로 말을 건게 나였다. 그것 뿐이야"
"……그런가요"
그렇다면 경이적인 눈이에요.
저런 못난 사람을 잘도 스카웃하려고 생각했구나아 하고.
"나의 견해로는 앞으로도 팡팡 성장해서 빵빵 벌고 드음뿍 사무소에서 일하게 할거니까. 아직까지 투자는 회수하지 않을거야"
"아하하, 힘낼게요……"
거기서 매니저는 꾸욱 이쪽으로 몸을 기댔습니다. 되게 심각하다고 할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잘 됐어, 지금 얘기하자. 너한테 얘기가 좀 날아들고 있어"
"에, 뭔가요? 어디 브랜드에섯 지명이라도?"
"음-, 조금 모색이 다른 느낌이야. 뭐, 카에데의 마음에 달려있지만"
커흠, 하며 헛기침을 하나.
"너, 배우에 흥미 있어?"
"……네?"
예상도 못한 발언에 상당히 얼빵한 대답을 해버렸습니다.
배, 배우인가요. 야하고 어덜트한 배우가 아니겠죠.
"뭐, 그리 대단한 역은 아니지만 말야. 어떤 감독이 네 비주얼에 흥미를 가진 모양이라. 그렇게 말하지 않는 역할이니까 초심자라도 괜찮아, 라는 얘기인데"
"하아……"
모델 중에는 배우나 텔런트로 전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은 휙 바뀌므로 단순한 스텝업하고는 다르지만 잘 가면 사무소에 공헌할 수 있는 금액도 커집니다. 저희 인기 모델의 톱도 그렇구요.
거기다 아무리 텔레비전에서 떠나야한다고 불리는 요즘이라고는 해도 젊은 아이들의 흥미는 아직 건재합니다. 그러한 방면으로 진출하고 싶다, 라고 공언하는 동료는 적지 않습니다.
"……전혀 생각한 적도 없어요"
"그럴거라 생각했어. 카에데는 무욕이라고 할까……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걸"
"므, 그런건 아니에요"
"어차피 오늘도 고양이만 생각했지"
그건 그 말대로에요.
"배우만이 아니라 탤런트는 어때? 너 의외로 재미있는 소리를 하고, 버라이어티도 잘 될지도. 아, 하지만 와이프는 글러먹을것 같아. 흥미없다고 자버릴것 같으니까"
여러가지로 들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배우? 탤런트? 그리고 와이프는 뭐지.
"아, 가수는 어때? 전에 너 노래방에서 키사라기 치하야의 『푸른 새』불렀잖아. 상당히 잘 불렀어"
"아, 아니, 그게……갑자기 왜 그러시나요. 그보다, 저희 사무소는 그렇게 손을 벌렸던가요?"
확실히 우리는 그런대로 큰 사무소고 모델에서 전향한 사람도 몇 명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매니저가 거론하는건 폭이 너무 넓습니다.
"됐으니까. 어떤데. 흥미 있어?"
"……아뇨, 아까도 말했다시피 생각한적도 없어서요"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둬. 그런 얘기가 온다는건 너도 그런 무대에 나갈 기대인걸지도 모른다는거야"
그럼, 나는 다른 애들 보고 올게, 라며 매니저는 일어서서 가버렸습니다. 저는 그걸 멍하니 쳐다봅니다. 마치 태풍이 지나간 후같습니다.
뭐라고 하락, 이렇게 말하면 다른 분에게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고 할까, 애시당초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전혀 모르겠다고 할까…….
그후에는 스타지오에 이동해서 다른 촬영이 시작됐지만, 일변하여 표정이나 포즈에 정세를 빼먹는 저에게 카메라맨이 머리를 싸맸습니다.
아니,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그런 소리를 말해서 혼란시키는 매니저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아까전부터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습니다. 결코 너무 마셔서 살이 붙었다는건 아니라, 근육의 피로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겁니다.
역 앞의 펙샵에서 필요한걸 구입해서 자력으로 옮겼지만, 그것이 틀렸습니다. 평소부터 체형유지를 위해 가벼운 운동은 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사태는 상정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 캔을 따고 잡동사니를 치우고 방 구석에 화장실을 설치하는걸로 한계. 저는 해안에 올려진 고래처럼 바닥에 굴렀습니다.
생물을 기른다는건 힘들구나아, 라며 실감하는 가운데 배불리 먹고 시원하게 용거너을 마친 고양이가 제 눈 앞에서 할짜갈짝 앞다리를 핥고있는데요……뭐, 됐다고 치죠.
저는 바닥에 누운채로 가까이에 있던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킵니다.
적당하게 채널을 돌리고 있으니 음악 방송에서 치하야짱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토크를 마친 참일까요,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 사회자가 신곡이라는걸 알리며 카메라가 전환합니다.
제대로 듣고 싶다고 생각해 몸을 일으켜서 제대로 앉습니다.
화면에 비친 세트는 남색의 숲같아서 환상적인 느낌이 납니다. 그 중심에 있는 치하야짱은 백색을 기초로 한 드레스풍 의상을 입고 있어서 무척이나 예쁩니다.
생방송 오케르스트라 음악을 들으며 거기에 치하야짱의 투명함이 넘치는 보컬이 겹쳐집니다.
가구 투성이 방이 단번에 이세계로 칠해져 바뀌어버린듯한 감각.
너구리나 달마, 마네키 네코도 이 노래의 마법을 걸리면 바로 치하야짱의 종자로 변화해버릴것 같습니다.
"굉장하네에……"
문득 얼마만큼의 사람이 이 노래를 듣고 있는걸까, 라는게 신경쓰였습니다.
텔레비전은 남녀노소, 여러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을겁니다.
백만명? 아니, 골든 타임이니까 좀 더 많으려나.
예를 들면 시청률이 10퍼센트라고 하면……천만명 정도일까?
으응-, 굉장해. 좀 상상할 수 없을 규모의 얘기입니다.
"배우, 탤런트, 가수……"
가령 그러한 길을 희망해서 이루려고 한다면. 저도 치하야짱처럼 텔레비전에 나오는걸까요. 여전히 전혀 이미지를 할 수 없습니다.
원래 저는 별로 얘기를 하는게 특기인건 아닙니다.
혼자서도 괜찮다고 할까, 자신의 의견이라는걸 전하지 않고 그런대로 살아온 구석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남들 앞에서 이런식으로 노래부르거나, 누군가가 되어 연기를 하거나, 그런 자기표현에선 가장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하야짱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노래부르고 있는걸까요.
일이니까?
으응, 그런 느낌도 안 납니다.
그럼 즐거우니까?
잘못된건 아니겠지만 그 한마디로 끝내는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돌의 일은 대단히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도 춤도 연기도 토크도 여러가지 일을 요구받는고로. 인기 아이돌이 되려면 수면시간도 만족하게 취할 수 없다, 라고 들었구요.
하지만 그녀들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거기에 맞서고 무대에 서 있습니다.
거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요.
으음 고민해도 제가 치하야짱이 될 수 있는것도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는것도 아닙니다.
이윽고 노래를 다 부른 치하야짱은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CM으로. 저도 꽈당 바닥에 쓰러집니다.
아직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해답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밥더 먹지 않았고, 화장도 지우지 않았습니다.
"……있잖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데굴거리는 고양이에게 물어보지만 큰 하품이 돌아왔습니다.
흥미 없네, 스스래 생각하지 그래?
그런 식으로 말하는것 같아서 조금 뚱해집니다.
그런 태도를 취한다면 이쪽에도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침대 위에 던져뒀던 펫샵 종이가방으로 손을 뻗습니다.
꺼낸것은 칼라풀한 털덩어리가 달린 플라스틱 막대기. 이른바 강아지풀입니다.
"자, 자-"
눈 앞에서 흔들흔들거리니 색이 다른 눈이 두리번두리번 좌우로 움직입니다. 강아지풀을 흔드는 속도를 올리니 본능에는 이길 수 없는건지 앞다리를 들어 몸을 던져 포식하려고 달려듭니다.
저는 부들부들 떨리는 팔도 잊고 일심불란하게 강아지풀을 흔들고 고양이도 작은 몸에 숨겨진 본능을 각성시켜 온갖 교전을 합니다.
30분은 듬뿍 놀았을까요. 저도 역시 팔이 지쳤고 고양이도 만족했는지 털고르기를 시작했으므로 해산합니다.
고민에 무엇 하나 대답은 나오지 않지만 조금 시원해졌습니다. 너무 생각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될대로 되라, 라며 옆에 내려두기로 합니다.
거기다 배도 고파졌습니다. 화장을 지우고 피부 관리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어서서 겨우 떨림이 사그라든 팔을 주무르며 풀면서 그렇지, 하고 깨닫습니다.
"고양이, 이름 정해야지"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어떡하지. 너무 공들이면 성격상 시간이 걸릴것 같습니다.
어떡하지. 뭐든지 귀여운걸요.
"사바. 너는 고등어 사바. 맛있다는듯이 먹었으니까"
고양이――사바는 이쪽을 힐끔 쳐다봤지만 또 바로 텔레비전 쪽을 돌아봐버렸습니다.
부르는 사이에 기억해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는 치하야짱의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4
 
 
그리고나서 나날은 거의 사바와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밖에서 마시기도 했지만 도무지 안절부절해버려서, 기분 좋게 취할 수가 없습니다.
배를 굶주리는게 아닐까.
아침은 제대로 고양이캔을 따줬던가.
창문을 닫길 깜빡해서 밖에 나가서 까마귀에게 괴롭힘당하는건 아닐까.
증대해가는 불안은 마치 물을 머금은 건조 미역같습니다.
그런 경위도 있어서 일이 끝난 후에는 자택으로 바로 돌아가는 비율이 늘어갔습니다.
술 자체는 집에서도 마실 수 있고, 잡동사니를 주워오는 나쁜 버릇을 보일 수도 없습니다. 덕분에 방의 용적은 현재상태에서 유지하고 있구요.
거기다 사바하고도 조금씩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강아지풀은 버라이에이션을 늘리기 위해 서서히 사서 늘어났습니다. 잡동사니가 수많이 놓인 방은 상당한 놀이터인 모양이라, 자주 입체적인 움직임을 합니다.
몸도 커져서 탄성이 강해진거겠죠, 커튼 정도라면 여유롭게 뛰어오릅니다.
대가로서 온갖 모든 곳이 엉망이 되어가서 퇴거시에 변명할때 고생할것 같지만요. 어떡하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요.
그래그래, 이름을 불러주니 이쪽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놀아줘』라고 졸라오고요, 귀찮다면 하품을 합니다. 아무래도 오른쪽 귀가 안 좋은 모양이지만, 밖에 나가지 않는한 문제없겠지요.
고양이는 꽤나 변덕스러운 점이 많아서 이쪽의 마음대로 행동을 해주진 않지만 거기가 참 귀엽습니다.
그렇게해서 1개월 정도 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전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매니저와 만날 기회도 없었으므로 내버려둔 상태입니다.
조금 현실도피가 심했나아, 생각하기 시작한 무렵. 그걸 간파했는지 매니저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내일 현장, 1시간 일찍 오도록』
인사도 대충하고 매니저가 용건을 꺼냈습니다. 수화구로는 소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어디의 술집일까요. 좀, 취했어? 아, 지금 깨달았지만 사바랑 같이 마시러 가면 만사해결이 아닌가요.
『……좀, 듣고 있어?』
"아, 네, 괜찮아요. 내일 한 시간 일찍 집합이죠"
『좋아. ……아-, 그리고 말야. 전혀 관계없진 하지만 카에데는 촬영할때 한 번도 컨택트렌즈를 뺀 적이 없었지?』
"네? 아마 없지만요……아, 역시. 한번만 있을지도 몰라요"
『언제였더라? 나 모르겠는데』
"재작년 겨울 쯤이었을까요? 그게 왜요?"
『2년전 겨울이라. 뭐 됐어. 그저 흥미본위였으니까. 그럼 늦지 말도록해』
뚝 전화가 끊겼습니다.
사바가 공중에 있는 강아지풀을 입으로 우물우물거리면서 이상하다는듯이 저를 올려다봤습니다. 저도 아마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요.
왜 매니저는 그런걸 물은걸까요.
조금 신경쓰여서 다락에서 박스를 뒤집어서 그 잡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다락에는 여러가지 물건이――말할것도 없이 대부분이 잡동사니지만――채워져 있어서 목적인 박스에 도달하는데는 고생했습니다.
몇 박스를 뜯어서 휙휙 잡지를 넘기면서 기억을 되살려갑니다.
"음-, 확실히 코트를 입었던것 같은데……어디쯤이었더라……"
아침에 컨택트렌즈를 낄때 떨어뜨려서 깨져버린겁니다. 그 무렵에는 예비도 갖고 있지 않아서 카메라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나중에 수정을 받도록 부탁한 기억이 있습니다.
"재작년 11월호……아, 이거다. 이 코트 기억해"
제가 실려있는 페이지는 브랜드 지명을 받은것도 아니라서 특별히 특징이 없는 컷이었습니다.
게다가 앞뒤로 눈에 띄는 대형몰의 특집이 있어서 완충재처럼 쓰여졌습니다. 페이지 매우기까지는 말하지 않지만 솔직히 남의 눈에 들 가능성은 상당히 낮겠지요.
카키색의 코트를 말쑥하게 차려입은 모습은 꽤나 좋은 사진으로 보이므로 슬픔에도 박차를 가하지만요…….
빤히 자신의 컷을 쳐다보고 있으니 앗, 하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하나, 수정이 안 됐어"
작은 컷이라서 수정오류가 일어난거겠죠. 저도 이렇게 현물을 갖고 있으므로 체크는 했을테지만 그때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매니저는 이걸 말한걸까요.
하지만 이제와서 왜?
이상한 가감은 더욱 깊어지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고개를 기울이고 있으니 쌓인 박스의 구석에서 사바도 고개를 쫑 기울입니다. 모르는 일 투성이네, 라고 그에게 중얼거리니 냐앙, 하는 대답. 그 말대로네. 저에게는 그런 식으로 들렸습니다.
 
 
     5
 
 
다음날 지시대로 일찍 스타지오에 들어갔습니다. 하얀 천으로 둘러싸인 공간에는 지금 막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파이프 의자가 모인 휴식터에 여기야 여기, 라며 오른손을 들어올리는 매니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북북 연기가 흔들리고 있어서 흡연중이었던 모양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아, 안녕-"
매니저는 큰 하품을 합니다. 마치 고양이같네요, 라고 전했더니 저도 큰 하품을 해버렸습니다. 전염이라는거겠네요.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죠?"
"음, 뭐 여러모로 있어서"
얼마전의 얘기는 아니겠지, 라며 고개를 기울이는 나를 뒷전으로 매니저는 빤히 촬영 부스쪽을 보고 있습니다.
부스에서 찰칵찰칵 촬영되고 있는건 이른바 젊고 쪼그만 아이입니다.
밝은색의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감고 있어서 계속 보고 있으면 눈이 어지러워질것 같습니다.
눈에 띄는 미소를 튀기며 허리를 잘록하게 넣어 기운참을 어필.
으응-, 굉장해. 같은 모델일텐데 다른 차원의 생물같습니다. 아니, 실제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요.
"젊은 애네요"
"십대용 잡지 촬영이야. 카에데도 참가할래?"
"무리에요"
"코스프레가 되어버리니까-. ……오, 왔다 왔어"
매니저가 몸을 앞으로 내밀어서 저도 그쪽을 주시합니다.
모델이 교대하는 모양입니다. 다음으로 들어온건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뻗은 여자아이.
조금 표정이 딱딱하다고 할까, 긴장하고 있는걸로 보입니다.
처음하는 애일까? 처음에는 다 그렇지이, 응응, 하고 떠올리며.
……어라. 하지만 왠지 방금 아이랑 좀 분위기가 다른것 같은데?
"이거, 같은 잡지의 촬영인가요?"
"맞아. 왜?"
"아니, 방금전의 아이는 머리카락이 빙글빙글해서 기운찬 느낌이었지만……이 아이는 쿨하다는 이미지라고 할까"
"너, 멍해보이는거에 비해선 잘도 눈치채네"
보면 주위 촬영을 마친 모델이나 스타일리스트도 다들 그 아이를 보고 있습니다. ……아, 이런 느낌. 가끔 있을지도.
"저 아이, 모델이 아니군요?"
"정답. 데뷔를 앞두고 양성중인 아이돌, 시부야 린인 모양이야"
"시부야, 린짱……"
길게 찢어진 눈. 긴 머리카락. 키는 170은 되지 않지만 그런대로 큰 편. 아이돌이라고 하면 귀여운 이미지가 있지만 린짱은 어느쪽이냐고 하면 미인일까요. 쿨 뷰티라고 곧잘 말하지만요.
그건 둘째치고.
이런 케이스는 이따끔 있습니다.
요즘 패션 잡지는 뭐든 피사체의 모든것이 전속 모델이라는건 아닙니다. 배우나 아이돌이 맡는 일도 곧잘 있습니다.
스케줄링은 힘들어지겠지만 연예인의 지명도가 부가 가치가 되므로 중요시 되는거죠.
저는 전업이 아닌 쪽의 일도 참가하게 되어서 좋아하지만……현장 레벨로는 별로 기꺼이 생각하지 않는 분도 있는 모양이라서요.
잡지 종이 면적은 유한합니다. 모델 쪽에서 보면 단순히 일이 줄어드는거구요. 수영복, 이른바 그라비아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데뷔를 앞둔다면 별로 부수는 되지 않는게 아닌가요?"
"그런거야. 까놓고 말해 버터라는거야"
"그건 또……"
버터라는건 껴안는걸 말합니다.
예를 들면 인기 모델인 A를 출연시키는 대신에 아직 실적은 없지만 인기를 끌고 싶은 B를 함께 출연할 수 있도록 수배한다, 라는 느낌일까요.
어쨌든간에 어웨이에서 버터가 되면 더는 상황은 불리해진다는 수준이 아닐겁니다.
실제로 다들 눈이 무서운걸요.
어느 정도의 물물이 나올지 검정해주지, 라는 느낌의 냄새가 풍풍납니다.
"큰일이네요오"
"……아니, 그게 말이야. 꽤나 재미있어"
"뭐가 말인가요?"
"이 불리한 상황을 말이지, 굳이 만들려고 하는게 말이야"
글쎄, 무슨 얘기일까요. 보통 모델은 현장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신경을 씁니다.
딱히 현장 쪽에 아양을 뜨는건 아니지만 수제 과자를 나눠주는 분도 있고요……뭐어, 저는 하지 않지만요……아무튼 불래히지지 않도록 행동하는게 중요하긴 합니다.
"저 아이의 프로듀서가 말이지, 그렇게 만들었대. 좀 더 간단한 일도 있지만, 굳이 어려운 스테이지로 밀어 넣는다고. 그래서 성장을 촉구하는거래"
"하아……큰일이네요오"
그런 말을 하는 사이에 촬영이 시작됩니다. 카메라맨도 딱히 편드는건 아니겠지만 역시 처음으로 찍는 상대와 호흡을 맞추는건 어려운것입니다.
포즈에 수정이 몇 번이나 들어가고 촬영은 부드럽게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린짱은 고개를 숙여 고칩니다.
"……저렇게나 혼나면 그럴참이 아닌게 아닌가요?"
"하지만 하는 이유가 있어. 뭐라고 생각해?"
"아뇨……어떠려나요. 잘 모르겠어요"
매니저는 떠올리며 웃음을 터트렸는지 쿡 미소를 짓습니다.
"웃어버리는 느낌인가요?"
"아니, 우습다거나 비난하는 의미는 아니야. 그저 단순하게 굉장하네, 라고. 그런 직구 스트레이트 같은 느낌이야"
매니저가 린짱으로부터 시선을 떼어 다른 방향을 봅니다.
거기에는 수트를 입은 남성의 모습. 분위기에서 보면 나이는 저랑 비슷할 수준일까요.
저 사람이 그 프로듀서일까. 직책으로 보아 좀 더 연배 있는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프로듀서는 부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린짱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표정을 보고 있거 뭔가를 깨닫습니다.
이런 불리한 상황인데.
주위에 같은 편은 아무도 없는데.
그 사람은 무척이나 자신만만하게――웃음조차 짓고 있는겁니다.
"그는 말야, 왕창 진지한 얼굴로 말했어. 『린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라고"
이윽고 주위가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방금전까지 손이 많이 가던 린짱과 카메라맨의 숨이 서서히 맞아갑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카메라맨이 찍혀가고 있습니다.
주도권은 명백하게 린짱이 쥐고 있다.
처음의 불안해보이는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위풍당당하게 마치 그녀의 사진집을 찍는것 같습니다.
……확실히 모델과 비교하면 기술이 치졸한 구석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로고마크가 가려졌습니다. 치마도 조금 주름이 잡히도록 보입니다. 포즈와 입고 있는 옷의 분위기가 매치하지 않은 느낌도 듭니다.
모델의 궁극은 하나의 사진으로 100장의 촬영을 했을때, 그 100장 모두가 쓸 수 있는 퀄리티로 삼는겁니다. 린짱의 일은 거기에는 도저히 미치지 않습니다. 전혀 쓸 곳이 없는 데이터도 많이 있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조금 정도 서툴러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세세한 부분을 아무리 채워도 지금의 린짱의 매력에 덧없어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는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모두가 시간을 잊고 있던겁니다.
BGM도 어느샌가 멈춰있고, 주위는 플래쉬가 비치는 소리와 카메라맨의 구령소리밖에.
진작에 스케줄 시간이 지났다는걸 깨달은 윗사람이 손을 들고 모두 제정신을 차립니다.
――굉장해. 이런 촬영, 그리 몇 번이나 볼 수 있는게 아니야.
다들 말을 잃었습니다. 당혹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자신이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게 되어버렸다고 할까.
그러는 저도 그랬지만, 문득 생각나서 박수를 치기로 했습니다.
단순한 잡지 초라영에서 박수라니, 본 적도 들은적도 없지만. 린짱의 촬영에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윽고 주위 사람들도 조금씩 따라줘서 박수는 커졌습니다. 사소한 소동처럼 되어서 옆쪽 스타지오 분들도 우글우글 모여들었을 정도입니다.
린짱은 놀란 모습이라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야-, 굉장하네요. 이런것도 있네요오"
저는 완전히 감탄했습니다. 이게 재능이라는걸까요. 굉장하네에.
"……박수까지 치고. 별로 분해보이진 않네"
"헤. 어째선가요"
"모델쪽은 완전히 박살냈잖아. 봐봐, 저 부근. 흥이 깨져있잖아"
확실히 오늘 촬영했던 아이들의 기분은 좋지 않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는 명백하고, 그녀들도 알고 있는걸로 보입닌다. 앞으로 어떡할지, 라는건 그녀들에게 달려있는게 아닐까요.
"괜찮잖아요. 잡지도 팔릴테고요. 모델 아이도 좋은 자극이 되겠네요"
"그래? 가령 저 아이가 10살을 먹고, 너와 같은 잡지에 서게 되어도 같은 반응이 나올까나"
그건 그럴지도. 굉장하네에, 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버렸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의 반응에 불만이 있는건지 매니저는 왠지 어렵다는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얼굴 하고 있어요"
"그야 말이지……"
어떡할까나-, 라며 목을 기울입니다.
"이런 말은 별로 좋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저 아이는 분명 재능이 있구나"
"그렇네요오. 가까운 시일에 빵빵 팔려서 CD를 낼것 같잖아요. 모처럼이니까 사인 받을까요"
앗, 하며 생각한다.
"사인을 해주사인. 후훗, 후후훗"
나의 혼신의 말장난에 매니저는 한번 주름을 모으고, 너는 바보네 ,하며 뿜듯이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런가. 너는 청명하다기보다 그쪽이 매력적이야"
"뭐가 말인가요?"
"이쪽 얘기야. ……그럼 얼마전의 후속 얘기를 할까"
역시 왔나요. 마침내 각오를 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소속사는 말야, 탤런트나 배우, 가수는 소속하고 있잖아"
"네, 그렇네요"
"하지만 아이돌은 없어"
"그 말대로에요"
매니저가 린짱네 쪽으로 시선을 향합니다. 둘은 사이 좋게 웃고 있어서 옆에서 봐도 좋은 콤비입니다.
"얼마전 얘기는 실은 살짝 거짐살이야. 영화 제의가 아니라 있던건 스카웃 얘기야.
 ――카에데. 너, 아이돌에 스카웃 받은거야"
프로듀서가 이쪽을 깨닫고 고개를 꾸벅 숙였습니다.
저는 매니저의 말에 얼어붙어서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운석이 떨어진것 같은 감각입니다.
"아이돌? 제가?"
"그래. 네가, 아이돌"
"올해로 25살이 되는데요"
"아까전에 확인 끝났어"
아까전까지 생각하고 있던게 모두 날아가버릴것 같습니다.
배우나 탤런트, 가수하고는 전혀 얘기가 다릅니다.
그치만, 그야말로 치하야짱이나 린짱은 저보다도 한 바퀴 아래 연하이므로.
그런데 아이돌?
저는 강아지풀로 두리번두리번 돌아보는 사바처럼 두 사람을 교대로 몇 번이나 쳐다봤습니다. 매니저는 시치미 떼는 얼굴로 담배를 꺼내고 있고 프로듀서는 명함을 꺼내면서 이쪽으로 걸어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6
 
 
대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스타지오의 구석에서 빌려온 고양이처럼 작아져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사바는 처음부터 당당했던것 같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그릇이 큰건 아니라서…….
스타지오라고 해도 아까전까지 있던 촬영 스타지오가 아니라 신주쿠에 있는 댄스 스타지오입니다.
『모처럼이니까 레슨 견학을 해보지 않겠습니까』라며 프로듀서에게 제의받아서 네도 아니오라고도 대답한 기억은 없지만 어느샌가 택시에 타서 이 곳까지 데려와졌습니다. 무시무시한 솜씨입니다.
아무튼간에. 댄스 스타지오에는 7명의 여자애가 레슨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아까전의 린짱도 있고, 이마에 구슬같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손박자나 몸짓 손짓으로 유도하는 여성이 발밑에는 CD 라디오 카세트. 흐르고 있는건 마리오네트의 마음으로 격렬한 춤이 장점인 765프로의 인기곡입니다.
일곱명의 여자애는 춤에 뒤죽박죽인것도 있고, 텔레비전에서 호시이 미키짱네가 춤추고 있는거랑 비교화면 기술적으로는 아직 멀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열의라고 해야할까. 간단하지 않다, 라는건 보는것만으로도 알 수 있고, 해내주겠어-, 라는 기력도 팍팍 전해집니다.
그녀들도 치하야짱이나 그 밖의 인기 아이돌처럼 힘든 일을 참아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커피랑 홍차쪽에 어느 쪽이 좋습니까?"
제가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샌가 옆에 프로듀서의 모습이.
긴장을 풀기 위해 알코올이 필요해요, 라고 말할 수 있을리는 없어서 커피를 받기로 했습니다.
"아, 네, 커피로……감사합니다"
"드세요. 이 정도밖에 대접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뇨……보고 있는게 즐거우니까 전혀, 그게, 괜찮아요"
저와 프로듀서 씨는 나란히 여자애들의 레슨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녀들은 후보생, 혹은 데뷔 직전인 아이돌.
이 프로덕션은 765프로와 연줄도 있는 모양이라, 백 댄서로서 출연을 시야에 넣은 레슨이라던가.
라이브 등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점차 솔로 데뷔나 유닛을 짜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뭐, 댄스 자체는 아직 멀었지만요. 의욕만큼은 있으므로"
"네, 그게……굉장하네요"
그리고 저는 점점 혼란해하고 있습니다.
눈 앞의 이 사람은 저를 아이돌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서 말을 걸어온겁니다.
물론, 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일곱명의 여자애들 중에 저보다 연상은 없습니다.
모든것이 나이로 결정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하드한 댄스 레슨을 제가 해내는 모습은 스스로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아이돌은 그 밖에도 토크도, 노래도, 여러가지 일을 요구되는고로.
애시당초 저는 그 어느 것에도 자신이 없습니다.
"당혹하고 있군요"
"……네, 물론이에요. 그게, 그……아이돌은 저 아이들처럼 젊은 애들이 하는거지요?"
"일반적으로는 그렇군요. ……조금 장소를 바꿀까요"
레슨 장에서 잡담은 모두의 방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프로듀서의 뒤를 따라가 파이프 의자와 긴 책상이 놓인 휴식 공간으로. 주스 자동판매기가 있어서 스포츠 드링크가 가득 나열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마주보듯이 파이프 의자에 앉습니다.
반짝거리는 형광등. 지금까지 인생에서 맡은 적이 없는 신기한 냄새. 다른 곳에 발을 들였구나, 라고 오감이 호소하는 느낌.
문득 매너지와 처음 만났을때를 떠올립니다.
거리에서 말이 걸려져,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사무소까지 데려가여서.
화장을 받고 옷을 입혀져서.
마치 마법을 걸린것처럼 변한 자신을 보고 착각해버린 여름의 기억.
지금 이 순간도 그것과 같구나아 하며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프로듀서가 열심히 말을 합니다
연령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요즘은 그런 아이돌도 적지 않으니까.
레슨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체력에 맞춰서 단계적으로 난이도를 올려간다.
노래도 같으므로 우선 발성연습부터.
다들 처음부터 잘 하는게 아니라서 서서히 그 재능을 발휘해간다――.
불안해하는 저에게 매니저도 말을 해줬습니다.
옷을 어떻게 고르는가.
화장 방법.
포즈는 무언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걷는법에 대해서.
현장에서 행동.
그 밖에도 샐 수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를 배웠습니다. 그 모두가 참고가 되었고, 피와 살이 되었고, 자신을 도와주는 기술이었습니다.
주마등, 이라는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립니다.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카메라맨에게 혼나는 일도 있습니다. 지명을 전혀 받지 못해서 후배에게 실적이 점점 추월당하는 적도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올해로 계약을 끊기는게 아닐까 초조해하고, 장래의 보증은 무엇 하나 없습니다.
프로듀서는 굳이 엎어두고 있지만, 아이돌도 거기는 마찬가지이겠죠.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다음 날에는 또 현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돼.
저는 치하야짱이나 린짱의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왜 너는 아이돌을 선택한거야?
그럼 저는, 저에게 묻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왜 너는 모델을 선택한거야?
하지만 거기서 깨닫습니다.
저는 매니저에게 손을 잡아당겨졌던것 뿐. 그 길을 바란것도 아니고, 그저 눈 앞에 준비된 레일에 올라타서 어덯게든 되어버렸습니다.
그 자리에 적당하게 편안하다고 느꼈으니까 거주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고 싶다, 이렇게 살고 싶어――그러한 장래의 전망이 저에겐 압도적으로 빠져있습니다.
프로듀서가 말을 걸어줘서, 가령 그 길로 간다고 해도. 거기에 저의 의사가 없다면 결국은 지금과 같습니다.
그러한 어중간한 마음으로 린짱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요. 그러한 박수를 받을만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타카가키 씨? 왜 그러시나요?"
"……죄송합니다"
무리인게 당연해요.
아니, 그걸 말하면……모델 일도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던걸지도 모릅니다.
저보다 굉장한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 언젠가 추월 당해서, 저의 일이 사라지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걸 생각했더니 저는 무척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여기에 있는것 자체가 뭔가 잘못됐다고 굳게 생각했습니다.
저에겐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연히 주위의 힘을 빌릴 수가 있어서, 그게 잘 됐던것 뿐입니다.
"……저, 오늘은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저는 뛰어가듯이 그 자리를 뒤로했습니다. 실례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는, 그 곳에는 있을 수 없었습니다. 남과 대화하는거 버거운 저는, 남 앞에선 운 적도 없습니다.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고 싶었던 거겠죠.
스타지오를 나와, 계단을 내려가, 거기서 매니저가 있었을때도, 저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손목을 잡혀, 끌어안기고, 머리를 쓰다듬받고서, 거기서 저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겨우, 본래의 카에데를 만났어"
3년이나 걸렸지만, 하고 매니저는 웃었습니다.
 
 
     7
 
 
"카에데는 말야, 정말로 본심을 말하지 않는 애라고 전부터 생각했어"
차를 운전하면서 천천히 매니저가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토끼처럼 새빨개진 눈에서 컨택트렌즈를 빼고 있습니다. 평소 남 앞에서 오드아이를 비춘 일은 없습니다. 매니저는 그것도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고양이를 기쁜듯이 얘기하는건 조금 좋다고 생각했어. 3년이나 교제가 고양이보다 덜한가 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저는 꽤 매니저에겐 여러가지로 얘기했다고 생각해요"
"그럴지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건데 너는 좀 더 그런걸 하지 않으면 안 됐던거야. 모든 사람에게 말이지"
차가 신호에 붙잡혀 천천히 정차했습니다.
"……아마 무서운거에요"
"그 눈?"
"어렸을 무렵에, 자주 들은 기억이 있어요. 그 눈, 보이는거냐 라고. 아무것도 다를바 없을텐데요"
내가 힘들었던건 모두와 똑같이 보인다, 그걸 설명해도 이해해주지 않는 것이었다.
스스로는 보이지 않는 눈동자 색에 대해서 질문받고.
자기밖에 모르는 일을 필사적으로 전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걸 거꾸로 놀림당해, 이해해주는 사람도 없다.
어느샌가 말이라는것을 신용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카에데는 감췄어. 속마음과 함께"
모두, 싫어져버렸습니다. 저 말고 다른 누군게에 말로 전한다. 그러한 것을 한결같이 피하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 자신에게도 거짓말만 잘 하게 된것 같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고민하는 모습을 하며 해답을 내지 않고 누군가가 정하게 하자. 그런것에 익숙해졌던걸로 생각합니다.
"카에데는 모델 그만두고 싶어?"
"……몰라요. 왜 이 일을 계속했던걸지도 몰라요……"
매니저는 조금 기막힌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신호가 청색으로 변하여 차가 가속하기 시작합니다. 정차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거기는 딱히 간단해도 괜찮잖아. 예뻐지는것이 기쁘다. 좋은 사진을 찍으면 즐겁다. 그런 기쁨은 카에데도 느끼고 있을거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나요? 힘든 일을 참을 수 있나요?"
매니저는 핸들을 잡으면서 그건 카에데의 문제니까 나는 몰라, 라고 대답했습니다.
"살아가는건 여러가지로 있어. 급료받아서 맛있는 밥을 먹고 고양이를 기르고. 그런 달성감은 중요한거야"
하지만 그건 모델이 아니더라도,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달성할 수 있는거에요.
매니저도 알고 있는거에요.
역시 저에겐 치하야짱이나 린짱처럼 저런 장소에 저런식으로 싸울 이유를 찾을 수 없어요.
"매니저는, 왜 지금 일을 하고 있는건가요"
"그러네……여러가지로 있었어. 담당하는 아이가 활약하면 기쁘고, 좋아하는 업계에 관여하는것도 즐겁고. 가끔 이런 아이를 돌봐주는것도 의외로 좋아해"
"민폐끼치고 있어요……"
"괜찮아. 애시당초 너는 지금까지 손이 너무 안 갔으니까. 일을 하는 이유에 고민하는건 좀 더 일찍 통과하는 법이야. 뭐, 그것도 너답지만"
그렇게 말하고 매니저는 액셀을 밟습니다. 뭔가를 뿌리치는걸로도 보입니다.
"거기다 말야, 다른 귀찮은 일, 화가 나는 일도 산만큼 있으니까. 무능한 주제에 급료를 듬뿍받고, 골프만 잘 치는 상사라던가. 일이 산더미로 쌓였는데 모처럼 기른 신인을 막 퇴직시키라던가. 여러가지로 있어. 나한테도 말야. 카에데랑 마찬가지야"
그렇게 말하고 웃는 매니저의 옆 얼굴은 하지만 충실감으로 가득차있는걸로도 보였습니다. 그녀에게도 이 자리는 싸우는 이유가 있는겁니다.
차에서 보이는 경색은 대강 제가 알고 있는 곳으로 가까워져갑니다.
돌아갈 길에 자주 들르는 편의점.
사람이 없어 한적한 공원.
밤의 초등학교에 불은 없습니다.
그래도 오가는 차나 길가의 맨션이나 집에는 불이 켜져있고, 거기에는 사람의 경영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일하고, 그 빛을 보다 좋은 것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별의 수만큼 있는 일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들 이 세상을 돌려갑니다.
"이유는 일을 하면서 찾아내는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런 의미로는 모델이든 아이돌이든 괜찮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말야"
저는 그 말에 무엇도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 속에서 저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하고 싶은건지, 아직 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작게 숨을 내쉽니다. 오늘 일어난 여러가지 일을 떠올립니다.
아침에 사바가 찰딱찰딱 뺨을 때려서 깨어나서 고양이캔을 땁니다. 전차에 타서 여름으로 변해가는 길거리를 쳐다봅니다. 린짱의 엄청난 촬영에 감동했습니다. 프로듀서의 뜨거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아, 그래. 프로듀서에게 미안한 짓을 했네, 라며 겨우 생각을 합니다.
일단 사과해야겠죠. 기회가 있으려나. 그렇게나 열심히 제안을 해줬는데,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아니, 애시당초 왜 저 같은걸 스카웃하려고 한걸까요. 매니저에게 물어본적도 있었지. 원석이랬던가? 프로듀서에게도 조금 물어볼까.
이윽고 차는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정차했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상당히 강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저문 하늘에는 크고 밝은 달이 떠있어서 뒤굴거리는 사바같다.
그 이외의 별은 별로 보이지 않아서 가늘게 끊어진 구름들이 바람을 타고 날려져갑니다.
조금 마음이 진정해진 기분이 듭니다.
"바래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프로듀서에게도……"
"응, 오늘 일은 사과해둘게. 또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면 세팅할거고. 할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 그리고 그건 제대로 전해줘"
"네……"
그럼 나는 갈게, 라며 매니저는 차의 핸들을 움켜쥡니다. 하지만 뭔가를 깨달았는지 매니저는 창문으로 몸을 내밉니다.
시선은 저의 아파트.
"카에데는 2층 구석방이었지?"
"아, 네. 그런데요"
"조심성 없네. 베란다 창문, 열려있어"
올려다보니 열린 창문으로 커튼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녹색의 커튼은 표면에 세세한 상처가 생겨있어서 엉망입니다.
저는 대답하는것도 잊고 뛰어갔습니다.
숨을 거칠게 쉬며 계단을 올라, 가방 속을 뒤집듯이 열쇠를 꺼내어 방 안으로.
바람이 바로 불어갔습니다. 당연하지만 보통은 그런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사바? 어디?"
불을 키고 이름을 부릅니다. 캔도 물도 빈통. 대답은 없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아침 일을 떠올립니다.
창문은 닫았을터. 하지만 열쇠는 잠갔는지 아닌지는 기억하지 않습니다.
요즘 사바는 몸도 커지고 힘도 세졌습니다. 혹은 자력으로 문을 열어버린걸지도 모릅니다.
방 안에 사바가 있을만한 곳은 전부 찾았습니다. 하지만 없습니다. 몸 안의 힘이 빠져서 저는 주저앉아버렸습니다.
어젯밤부터 내팽겨둔 박스. 방을 점거하는 잡동사니 산. 그것들은 마치 죽은듯이 조용히 있습니다. 어느샌가 주인은 저로부터 사바로 바뀌어있던걸지도 모릅니다.
"……찾으러 가자"
어느샌가 매니저가 방 안에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조작하면서 저에게 손을 내밉니다.
"정신차려, 카에데. 네가 주운거잖아. 도중에 내던지는건 절대로 안 돼"
 
 
     8
 
 
고양이가 있을법한 곳, 이라는곳은 전혀 짐작이 안 갑니다. 메이커에게 사정을 연락하니 여러곳을 가르쳐줬습니다.
차 아래, 건물과 건물 틈새, 담벼락 위, 사람이 오지 않을법한 장소. 저는 근처를 배회하면서 그러한 곳을 찾아내고는 고개를 들이대고 사바의 이름을 부릅니다.
불안은 걸을때마다 커져갑니다.
만약 사고라도 당했다면.
다른 고양이랑 싸우기라도 됐다면.
사바는 내내 사람의 손에 길러지고 있었고 뒤도 반쯤 들리지 않습니다.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어느샌가 저는 밤의 공원으로 발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분수나 유보도가 있는 큰 공원이지만 이 시간에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공원 속을 돌아다니며 쓰레기통이나 벤치 아래, 나무 위, 덤불 속 등을 찾습니다.
그래도 사바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밤에 삼켜져버린듯한, 불길한 감각만이 저를 괴롭혀 갑니다.
이윽고 저는 분수 앞의 벤치에 주저앉아버렸습니다.
왜 사바는 밖에 나가버린걸까――그 의문이 머리속을 빙글빙글 돕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흥미본위였던걸지도 모릅니다. 커튼을 오르는거랑 마찬가지로 무거운 여닫이 문을 여는게 그저 즐거웠다, 라는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간에 베란다로 뛰어나온 사바는 굉장히 놀란게 틀림없습니다. 천장은 손이 닿을 높이는 아니고 본 적이 없는 청색을 띠고 있고. 천연의 빛은 눈부시고 그가 맡은 적이 없는 여러 냄새로 가득차있었겠지요.
저의 방에서만 완결하고 있던 그의 세상은 그때, 한없이 넓은 곳을 보여준 겁니다. 호기심 왕성한 그는 분명 마음이 들뜬게 틀림없습니다. 색깔도, 냄새도, 넓이도, 모두 지금까지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내딛을때마다 지금까지하고는 다른 자극이 다가온다. 그런 바깥 세상에 매료되어도 이상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잠깐만. 잘 생각해봐.
밖에 나가도 즐거운 일만 있는건 아니다. 힘든 일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고양이와 다른 그 눈색을 놀림당할지도 모른다.
그걸 올바르다고 하는 네 말은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얘, 정말로 그거면 돼?
그래도 너는, 이 세상을 걸어갈거야?
"아, 있어. 프로듀서? 어라? 뭐, 됐나"
그때, 방울 우는듯한 목소리가 났슶니다.
시선을 앞으로 향하니 거기에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인영.
교복을 입은 여자애――린짱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팔에는 낯익은 손길로 안겨있는 사바의 모습이.
"사바!"
"흐응-, 이 애, 사바라는 이름이구나. 재미있네요"
감탄했다는 듯이 끄덕이면서 린짱이 사바를 저에게 안겨줍니다.
늘 우유처럼 새하얀 털은 군대군대 더러워져서 회식이 되었씁니다. 뺨 주위에 붉게 부어 털이 빠져버린 곳도 있습니다.
그래도 사바는 태연한 얼굴. 오히려 당황하는 저를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하고 당황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게, 어째선지 우스워져서. 안도해서. 저는 사바를 껴안으면서 뚝뚝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행이다……정말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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