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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신데렐라 스토리즈」미소가 있는 식탁

댓글: 21 / 조회: 2072 / 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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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6, 2016 02:01에 작성됨.

원작자 : ぽんぽん님

픽시브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762807#3

번역한 녀석 : https://twitter.com/seiyou72

꽃잎 책갈피에서 이어집니다. 3화입니다. 

오타와 지적 등은 달게 받고 있습니다. 

좀 더 열심히 해서 페이스를 올려야 할텐데, 

천성적인 게으름이 그 발목을 잡는군요.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다음 편은 July Bride 7월의 신부 입니다. 

 

*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밤에 식사한다.

내 저녁은 언제나 이런 느낌이다.
슈퍼 같은 곳에서 사 온 도시락을 레인지에 데워,
컵 스프 따위를 곁들여서 먹는다.

그저 반복해서, 먹을 걸 입안으로 옮긴다.
부족한 영양은 보충제를 먹는 것으로
컨디션을 유지할 수가 있다.

식사에 쓰는 시간보다, 공부나 독서 같은 걸
하면서 보내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무언가를 먹고 있으면,
현장학습을 갔던 어느 날 본 양계장이 생각난다.

닭장 속에 든 닭들이 주어진 모이를 쪼고 있었다.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그리고 계속해 알을 낳았다.

내게 있어서 식사란, 그 닭들과 같은 걸지도 모른다.

 

 

미소의 식탁

 

 

"타치바나…, 타치바나 아리스예요.
타치바나라고 불러 주세요."

아리스는 약간 긴장한 얼굴로 자기소개를 했다.
눈 앞에 있는 정장 차림의 남자가 그녀의 프로듀서란다.
눈매가 상당히 날카롭고, 몸집이 커서 위압감이 있었다.

단지,

"잘 부탁드립니다."

그 목소리는 낮을지언정 부드러운 울림이 있었다.

저녁놀로 물드는 회의실.
여기서 아리스는 처음으로 자신의
프로듀서와 얼굴을 마주쳤다.

이 사람이 앞으로 내 일을 좌우해간다,
라고 생각하면 신기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의구심 또한 있었다.

(정말로 믿어도 되는 걸까….)

"아이돌이라던가, 아직 잘 모르지만
시키는 일은 해낼 생각이에요."

"으음…."

아리스의 말에 프로듀서는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띄우고 오른손으로 목덜미를 만졌다.

(이 사람도 다른 어른들하고 똑같으려나.)

아리스에게 있어서 어른들은 모두, 자신을
방해물로 취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그런 느낌이다.
도대체 왜 그가 자기를 골랐는지가 신기했다.
자기가 다루기 힘든 연예인이라는 것 정도는
아리스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루기 쉽도록' 자신을
포장하려는 시늉도 할 수가 없었다.

"학교 쪽은, 괜찮으십니까."

자료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물었다.

"공부는 자신 있어요. 문제없어요…."

정말로 공부엔 자신이 있었다.
학교 공부 정도로 나쁜 점수는 받은 적이 없다.

"주특기 과목은."

"국어예요."

"아이돌을 하는 것에, 어떤 목표가 있으십니까."

"잘 모르겠지만, 노래나 음악에 관련된
일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신가요."

남자는 계속 정중한 말투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통 어른들은 자기 같은 초등학생 상대로는
가벼운 태도로 말을 거는 법인데,
이 사람은 쭉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신기한 사람이라고 그 때는 생각했다.
그 다음, 아리스는 프로듀서와 함께 다른 방으로 갔다.
조금 좁은 장소지만, 그게 프로젝트 룸이라고 한다.

이게 프로듀서의 사무실임과 동시에,
또한 그녀들의 거점이 되는 공간이었다.

프로젝트 룸으로 가자, 두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봤던 적이 있다.
머리카락을 리젠트 풍으로 세운 여자와, 흑발이 긴 여자.
사내에서도 꽤 눈에 띄는 존재였다.

"오, 왔구만. 그 애가 새로운 동료인가?"

리젠트 여자는 이쪽을 보면서 말했다.

"네. 이 분이, 전에 얘기한 타치바나 아리스 양입니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소개했다.

"호오, 확실히 귀여운걸. 뭐,
아이돌이니 그야 당연한 얘기려나."

리젠트 여자는 말하면서 웃었다.

"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하고 말하는 프로듀서.

"참, 그래야지. 나는 키무라 나츠키. 잘 부탁해."

리젠트 여자, 키무라 나츠키는 그렇게 자기소개를 하고
엄지를 세우며 한 쪽 눈으로는 윙크를 했다.
나츠키는 자기 소개를 끝내곤, 옆에 서 있던
긴 머리카락에 흰 헤어밴드를 한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자, 후미카. 다음은 네 차례라고."

"아…. 네."

후미카라고 불린 머리카락이 길고 조금 헐렁한 옷을 입은 여자는,
사라져 없어질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쪽을 보았다.

"사, 사기사와 후미카입니다…. 대학생이에요."

후미카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야 미인이긴 하지만, 이렇게 얌전한 사람이 아이돌을 할 수 있을까.

아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분들이 제가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입니다.
타치바나 양, 앞으로 당신하고 같이 데뷔합니다."

"아, 네. 타치바나 아리스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고 아리스는 정중히 인사를 했다.

예의범절은 학교에서 엄격하게 배우고 있다. 또래 애들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보다도 예의 바르다는 자신이 있었다.

"잘 부탁해, 아리스. 이거 원, 초등학생인데도 똑부러지는걸."

나츠키는 아리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만해주세요!"

"어?"

아리스의 말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는다.

"어린애 취급은, 하지 말아주세요.
일을 하는 거에 어른이건 아이건 상관없을텐데요."

"…뭐, 그러려나."

"그리고, 절 부를 땐 타치바나라고 불러주세요. 부탁드려요."

다시금 아리스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아리스가 돌아간 후, 프로젝트 룸에서 프로듀서는
나츠키와 후미카를 포함해 셋이서 이야기를 나눈다.
주제는 말할 필요도 없이 아리스였다.

"것 참, 꽤 사람 놀라게 하는데. 저 아이."

뒷머리를 긁으며 소파에 앉은 나츠키가 말했다.

"조금, 까다로운 아이라고는 들었습니다만."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하고 뒷덜미를 만진다.

"까다롭다는 레벨일까. 뭐, 나도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은 건 좀 잘못했다고 생각해도."

"아이 취급받는 게 싫은 거군요."

후미카는 홍차를 따르며 말했다.

"저 나잇대 애들은 조금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래도 저렇게 화내는 건 이상할지도요…."

"뭐가 어찌 됐든, 조금 더 얘기해 봐야겠지.
그렇지 않아? 프로듀서."

"그렇지요." 프로듀서는 나츠키에게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이보셔, 잘 좀 해봐. 괜찮은 거야?"

"하아."

"그래도 프로듀서. 저 아이는…
나쁜 애는 아니에요. 굉장히 성실해 보이고요."

후미카는 그렇게 말하고 오른손으로
귓가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찻잔을 든 프로듀서는 그렇게 긍정했다.

"뭐, 지나치게 삐걱대는 분위기는
안 좋아하니까 말이지. 빨리 좀 부탁해."

"노력하겠습니다."

프로듀서는 아리스를 떠올렸다.
의지가 강해보이는 눈동자 속에 담긴,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고독한 빛.

(적어도 데뷔할 때까지는
불안요소를 작게 해두고 싶다.)

그는 후미카에게 감사를 표하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

그로부터 며칠 뒤, 프로듀서는 아리스를 관찰하기로 했다.
데뷔하기 전인 아이돌이라, 일이라고 해봤자 레슨이다.
보이스 레슨이나 댄스레슨, 기초 체력 만들기,
악기의 연주, 그리고 학교의 공부.

작은 초등학생의 몸으로,
아리스는 열심히도 레슨 메뉴를 해내고 있다.
예의도 바르고 머리 회전 또한 빠르다.

아이돌로서의 뛰어난 재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
단지, 주변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혼자 보내는 게 태반이다.
레슨 틈틈이 휴식을 할 때도, 태블릿만을 볼 때가 많다.

"저희 타치바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그는 레슨을 담당하는 한 트레이너에게 물어보았다.

"응? 댄스도 노래도 우수한걸.
아직 어리고 잠재력도 있어."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며 끄덕인다.

"그런가요."

"다만──."

"다만?"

"으─음. 뭐라고 할까. 여유가 없다고 할까,
무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가끔 생각하게 돼."

"무리, 입니까."

"걔는 어떤 힘든 레슨에도 뭐라고 안 해.
뭐, 이제부터 탑 아이돌이 되려는 인간이
약한 소리나 하고 있어도 문제겠다만."

"네."

"그래도 보고 있으면 좀 딱해보일 때가 있어.
어쩌면 그 애는, 스스로를 일부러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자학 행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냐. 게다가 나도
몸이 부서질 정도로 힘든 메뉴는 안 시켜. 하지만─."

"하지만?"

"스스로를 몰아붙여서, 뭔가 괴로운
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사람은 있다고 봐."

"……."

그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그 날, 아리스는 사내에 있는 카페에서
아이스티를 마시며 태블릿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어…."

프로듀서는 신중히 아리스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어? 네. 죄송해요. 책을 읽고 있었거든요."

한 박자 늦게 아리스는 그의 존재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책 말인가요?"

아리스의 손에는 태블릿밖에 없다.
책이란 말을 들었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후미카가 가지고 있는 커다란 양장본이 떠올랐다.

"아뇨, 이 안에 책이 있어요. 전자책이에요."

"과연."

전자책. 그가 어릴 적엔 없던 물건이라,
그다지 설명이 와닿는 느낌이 없었다.

"책을, 좋아하시는군요."

"네? 맞아요."

프로듀서의 말에 아리스는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내렸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네, ...앉으세요."

맥이 빠진건지, 아니면 레슨으로 지친건지.
아리스의 목소리엔 저번에 들었던만큼의 '의지'가 없었다.

"독서를 좋아하시나 보군요."

"네."

"어떤 장르를 읽으시는지?"

"미스테리예요."

"미스테리?"

"뤼팽이라든가 홈즈라든가, 여러가지요."

책을 좋아한다면 후미카하고 얘기가 통할지도 모른다.

"사기사와 양도 책을 좋아합니다. 다음에
추천하는 책이라도 물어보면 어떨는지요."

"네에…."

하지만 아리스의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

"사기사와 양이 껄끄러우십니까?"

후미카에겐 미안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조금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할까…."

"이야기하기 어렵다, 인가요."

무심코 동의할 뻔 했지만, 그는 다급히 멈추었다.
확실히 후미카는 잔뜩 책을 읽어 지식은 있지만,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에는 적지 않게 문제가 있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십니까?"

"어째서 그런 걸 물어보시죠?
일하고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건가요?"

"음…, 뭐, 개인적인 관심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뒷덜미에 오른손을 댔다.

"관심인가요."

"담당 아이돌에게 관심을 두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건 그렇네요."

"그래서, 뭘 좋아하십니까?"

"딸기… 일까요."

"딸기."

어떤 요리가 튀어나올까 생각했는데.
과일 이름인 건 의외였다.

"다른 건 없으신지요."

"카레라던가…."

"카레군요."

"아무것도 아녜요. 잘못 말했어요."

"네?"

"좋아하는 음식은 딸기. 끝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아리스는 들고 있던
태블릿으로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

"뭐죠?"

"앞으로 장래에 뭘 하고 싶으십니까."

"……."

그의 말에 아리스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자립, 일까요."

"자립?"

"네. 얼른 한 사람 몫을 하는 아이돌이 돼서,
자립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빨리 데뷔하고 싶어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서둘러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그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얼른 데뷔해서,
일을 한가득 할 수 있게 되고 싶으니까요.
물론 공부에도 노력할테니 걱정 마세요."

"……질문에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 인사했다.
아리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날 밤.

프로듀서는 아무도 없는 프로젝트 룸에서
담당 아이돌의 데뷔를 위한 컨셉을 짜고 있었다.

이미 키무라 나츠키와 사기사와 후미카에 관한
데뷔에 이르기까지의 계획 구상은 되어 있다.

아니, 그녀들에 대해선 적어도 스카우트를
결심한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타치바나 아리스는 다르다.

아리스는 다른 사람이 채용한 자원이며,
그가 담당을 맡게 된 건 단순한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아리스에 대해선 처음부터
알아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는 아리스와 낮에 했던 대화를 떠올린다.
레슨은 제대로 하고 머리 또한 좋다.
아이돌로서의 능력도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미지가 연상이 안 된다.

좀 더 근본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생각이 떠올라 주지를 않는다.

"으음…."

그는 두 눈을 감고, 뒷덜미를 만졌다.
그 때 프로젝트 룸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들어오시길."

이마니시 부장일까, 아니면──
여러 생각이 교차했지만, 예상 외의 인물이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타카가키 양…."

타카가키 카에데였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어머, 매정하네요. 모처럼 만나러 왔는데."

"뭘 도와드릴까요. 술자리라면 못 어울려드립니다."

"제 머릿속에 항상 술자리만 가득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농담입니다."

"후후, 농담인가요. 그쪽도 그런 농담을 할 수 있게 되셨네요."

"……."

"무슨 고민이 있으신 걸까요."

"아뇨."

"타치바나 아리스 쨩, 였던가요."

"…!"

"귀여운 아이죠."

"…알고 계십니까?"

"약간이라면요."

"약간, 입니까."

"그 애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문제는 없습니다.
타치바나 양은 우수하십니다."

"그래요?"

"오히려 묻겠습니다만, 어째서
타카가키 양은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요."

"무슨 말씀이시죠?"

"어째서, 당신은 타치바나 양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프로듀서 씨와 얘기하는 게,
대단히 어색해 보였으니까요."

"보고 계셨던 건가요."

"약간요."

그는 낮에 카페에서 했던 대화를 떠올린다.

"대화가 어렵다는 건 인식하고 있습니다.
타치바나 양은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십니까."

"좀 더 과감하게 이야기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고 말하고 있다구요."

그렇게 말하고 카에데는 확 얼굴을 들이밀었다.

"타카가키 양…!"

옅은 샴푸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전직 모델답게 번듯한 이목구비와
미묘하게 다른 왼쪽과 오른쪽 눈의 색.

가까이에서 본 건 오랜만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름답다. 새삼 생각할 것도 없이, 그렇게 느껴진다.

"표면적인 말만으로 판단을 내리다니, 당신답지 않아요."

"……."

카에데는 그에게서 멀어져 허리를 폈다.

"본인에게 묻는 게 안되면 관계자에게 얘기를 듣는다.
당신은 여태까지 그렇게 해 왔을텐데요."

"…!"

카에데의 말에, 그는 무언가를 눈치챘다.

"너무 시원찮은 표정은 짓지 말아주세요. 프로듀서 씨."

카에데는 그렇게 말하며 키득거리고선,
그대로 바람처럼 프로젝트 룸에서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없어지고나서 한동안,
그는 방 안에서 멍한 상태로 있었다.

"안 되지."

카에데와 있었던 일을 떨쳐내듯, 그는 크게 숨을 쉬고
책상 서랍에서 어느 자료를 꺼내들었다.
망설여질 때는 몸을 움직인다.
그게 자신의 신조였음을, 스스로에게 되뇌며.

 


*

다음날 밤, 9시 반.
반 년 전의 그였다면 아직 평범하게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을 시간이다.

오늘은 산업단지에 자리한 카페에 있었다.
번화가와 달리 도시의 산업단지는 밤이 되면 조용해진다.
물론, 일부 건물은 아직 일을 계속하는 곳도 있지만.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뇨, 갑자기 오시게 해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그의 눈 앞에, 40~50대로 보이는 여성이 찾아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금일은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발걸음을 옮겨주셔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346 프로덕션에서 프로듀서를 맡고 있습니다…."

그는 예의 바르게 명함을 내밀었다.

"정중하시네요. 딸이 신세를 지고 있어요."

"원래라면 좀 더 빨리 인사를 드렸어야 합니다만."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저도 바빴으니까."

얼굴을 들고 그는 여성의 표정을 잘 살폈다.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표정은 어쩐지 아리스를 연상시킨다.
역시 부모 자식 관계라는 것을 확신했다.

"일단 앉을까요."

여성은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마주 보도록 앉았다.
그의 눈 앞에 있는 여성은 아리스의 어머니다. 어젯밤,
그는 큰맘을 먹고 아리스 어머니의 회사로 연락한 것이다.

이미 채용을 담당했던 사람이 어머니 쪽과는 만났었지만,
프로듀서 자신이 만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아리스의 어머니는 어느 대기업의 간부로,
매우 바쁜 사람이라는 모양이다.

그냥 생각해도 아무리 평일이라곤 하나
밤 9시 이후에 만난다는 건 이상한 이야기다.

워커홀릭이라고 여겨지던 아리스의 어머니지만,
딸의 이야기를 할 땐 너무나 평온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그 애는 정말 올곧은 아이예요. 공부도 열심이고 예의도 바르고.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아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답니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저는 걱정이 됐어요."

"걱정?"

"네. 지나치게 올곧아서, 오히려
무언가를 담아두고 있는 게 아닌지."

"그렇군요…."

이전에 들었던 트레이너의 말이 떠오른다.

"반항기라는 건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요.
저희는 아직 그런 걸 못 겪어봐서, 조금 불안하네요."

"…음."

"그래서, 그 아이가 아이돌이 되겠다고 했을 때
놀라기도 했지만 동시에 기뻤어요."

"걱정되지 않으셨습니까."

"확실히 걱정은 됐지요. 하지만, 그 애가 자기 의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게 너무나 기뻤답니다."

"……."

"이런 말을 하는 건 제멋대로일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일로 늦어져서 그 애를 외롭게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애가 하고 싶은대로 했으면 하고요.
아무리 그래도 범죄나 위험한 일은 하지 않길 바라지만요."

"그런 일은 시키지 않습니다."

"알고 있는걸요."

그렇게 말하고 아리스의 어머니는 웃었다.
대단히 상냥하게 느껴지는 미소.
아리스도 웃으면 이런 얼굴이 되는 걸까.
문득,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만."

"뭔가요."

"따님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 말입니다."

"딸기말이죠?"

"아뇨, 뭐, 그것도 있긴 합니다마는.
그 이외에도 카레를 좋아한다 했습니다만."

"아, 카레 말이군요."

"짐작 가시는 바라도?"

"저기, 그게… 저는 평소 일만 해서 엄마 다운 일은
그다지 해주지 못했지만 가끔 집에서 요리를 해주면,
자그마했던 딸이 기뻐했었던 게 기억이 나서요."

"그 요리가."

"네. 특히 카레를 좋아했어요. 말은 그래도,
저는 요리를 할 줄 아는 게 종류가 적었던지라
카레나 고기감자 조림 정도밖에 만들지 못했지만요."

"추억의 맛, 이라는 걸까요."

"그 정도로 거창한 것도 아닌걸요."

"……."

그는 아리스의 어머니와 한 얘기로, 무언가를 생각해냈다.

 

 


*

"오늘은 예정을 변경해서, 다 같이 카레를 만들겁니다."

오늘, 프로듀서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터무니없는 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어? 이게 뭐람.)

곤혹스러워하는 아리스.

"어쩔 수 없구만."

"요리는 잘하지 못하지만… 노력할게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놀란 건, 키무라 나츠키와
사기사와 후미카 두 사람이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프로듀서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동의한 것이다.

"저, 있죠, 프로듀서."

아리스는 당황하면서도 프로듀서를 불렀다.

"네, 왜 그러신가요."

"어째서 카레를 만드나요? 그건 꼭 필요한 일인가요?"

가질 법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그게 아니잖아요. 뭐가 중요한데요?"

"요녀석, 타치바나. 뭘 꾸물대고 있냐. 가자."

프로듀서와 언쟁을 하고 있자, 나츠키가 아리스의
목 뒤의 옷깃을 잡고 그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꺅!"

그리고 데려간 곳이, 346 프로덕션 안에 있는 카페 주방이었다.
오늘은 이곳에 전세를 내고 카레를 만든다는 것 같다.
어느샌가 앞치마와 두건을 입은 아리스는 아직도 납득을 못했다.

"도대체 뭐하는 거예요. 어째서 여기서 요리를?
아이돌로서 필요한 일이라는 건가요?"

"으음…."

프로듀서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곤,
평소처럼 오른손을 뒷덜미에 가져다 댔다.
이 사람, 그 버릇을 자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아리스.

"음, 그렇군요. 아이돌도 요리 방송같은 곳에서
요리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므로, 미리 연습을 해둡시다."

"잠깐 기다려봐요. 그거 적당히 생각해 낸 거죠."

"타치바나 양은 그, 요리를 잘 못하십니까."

"어?"

그의 말에 아리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여기서 요리를 못한다, 라고 말하는 건 조금
맥빠지는 모양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아이돌이 요리하는 방송은 인기가 있고,
앞으로 자립해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스킬일지도 모른다.

"따, 딱히 문제 없거든요. 요리 정도는 간단해요."

학교에서 하는 요리 실습은 그럭저럭 됐었고,
조미료도 분량만 맞춘다면 문제는 없을 터.
아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요리에 도전해보죠."

이미 밥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카레를 만들 뿐이었다.
카레를 만들 때 가장 첫 번째 작업은 야채를 한 입 크기로 써는 것.
가지고 있던 태블릿으로 순서를 확인한 아리스는
곧바로 야채를 썰기로 했다. 하지만,

"어라."

당근 껍질을 벗기는 단계에서 막혀버렸다. 꽤 잘 되지가 않는다.

"으으으윽…."

머릿속 이미지로는 잘 될 것 같았는데, 실제 야채는 잘 안 잘라진다.

"뭐하는 거야? 얼른 안 하면 야채가 썩겠다."

갑자기 옆에서 나츠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 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돌아보자,

"……."

훌륭한 칼솜씨로 야채를 써는 나츠키가 있었다.

"엉? 왜 그래."

아리스처럼 껍질을 벗기는 도구(필러)를 사용하지 않고,

식칼로 섬세하게 그리고 빠르게 감자의 껍질을 벗겨내는 나츠키.

"나츠키 쨩, 굉장하네요."

요리기술은 아리스와 오십보백보인 후미카가 말했다.

"뭐, 자취하고 있으니까. 하다 보니 늘었다고."

그렇게 말하며 나츠키는 감자를 한 입 크기로 잘게 썬다.
크기도 가지런해서 훌륭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으그그극…."

나츠키의 훌륭한 칼솜씨를 직접 본 아리스는
경악함과 동시에 분함을 느꼈다.

겉보기로는 리젠트 머리에 T셔츠 차림에
여자다움이라곤 별로 없는데도 요리가 특기.
그 격차가 아리스를 정신적으로 압박한다.
하지만 분함을 느꼈다고 한들 요리 실력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나츠키처럼 야채를 썰어보려고 하지만,
어떻게 해도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격차에 슬퍼지는 아리스.
거기서 나츠키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어때? 하고 있나."

"괘, 괜찮거든요."

아리스는 못생기게 썬 야채를 보이는 게 부끄러웠다.

"……."

하지만 나츠키는 그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써는 거라고."

그 대신, 식칼의 사용법을 아리스 앞에서 보여주었다.

"아…."

"봐, 간단하지? 직접 해 보셔."

"아, 네."

아리스는 조심조심 식칼을 움직였다.

"아."

확실히 나츠키처럼 하니 야채가 잘 썰렸다. 형태도 아주 예뻤다.

"뭐, 요리도 음악도 겉보기는 상관없단 녀석은 있지만
보기에 예쁜 편이 만들 때도 먹을 때도 분명 즐겁다고."

"요리가…, 즐겁다라."

아리스에게 식사 시간이란 결코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영양을 몸에 보급하기 위한 작업. 그런 느낌이었다.
확실히 학교 급식 시간은 나름대로 즐거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혼자다.
아무도 없는 넓은 방.
슈퍼에서 사 온 반찬이나 도시락을 먹는다.

(따뜻한 식사?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그만이잖아요.)

요리를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최단 시간에 마친다.
그게 아리스의 생활이었다.

(식사에 시간을 쓸 바에는 학교 공부나 제대로 하고,
취미로 독서나 게임을 하는 게 나아요. 그게 합리적이에요.)

아리스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자기에게 그렇게 타이르고 있었다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타, 타치바나 양. 잘하네요."

아리스의 작업을 보면서 후미카가 말했다.
조금 전까지였다면 '비꼬는 건가' 하고 생각했겠지만,
확실히 지금 아리스는 나츠키의 지도로 능숙히 식칼을 다루고 있다.

역시 잘할 수 없는 것보단 잘할 수 있는 게 즐겁다.

"가, 감사합니다."

조금 부끄러워하면서 대답한다.

"저…저도, 나츠키 쨩처럼 좀 더 노력해야죠."

"네."

 

 

*

이것저것 하고 있는 사이 나츠키는
솜씨 좋게 냄비를 준비하고 있었다.
업무용으로 쓰이는 상당히 큰 냄비다.

야채나 고기를 썰고 나면, 다음은
기름으로 썰어놓은 야채나 고기를 볶는 것이다.

"해 볼래?"

나츠키가 물어보았다.

"아, 네."

조금 무섭지만, 아리스는 나츠키의 지도로 양파를 볶는다.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기름이 튀었다.

"꺅."

익숙하지 않아 조금 놀라버렸지만,
후미카와 나츠키, 그리고 프로듀서가 보고 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긴 주걱 같은 것으로 휘저었다.

이윽고 야채와 고기의 고소한 냄새가 주방에 감돌기 시작했다.
불을 쓰니 말 그대로 요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도중에 후미카와 교대하고, 더욱 요리를 진행했다.

"자, 후미카 씨. 힘내요."

"아…, 네, 알았어요."

아리스도 서툴렀지만, 후미카는 그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온 힘을 다해 요리하는 모습은 흐뭇하다.
후미카 쪽이 연상임에도 응원하고 싶어졌다.

마침내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해,
뜨는 기름들을 꺼내고 이번엔 카레 루를 투입한다.

여기까지 하면 완성이 코 앞이다.
이번엔 카레의 좋은 냄새가 주방 안에 퍼져나간다.

타지 않도록 때때로 국자로 천천히 젓고 있자,
곁에선 나츠키와 프로듀서가 토마토나 오이 등의 야채를 썰고 있었다.

아무래도 곁들일 야채 샐러드를 만들고 있던 모양이다.

"꽤 하는데, 프로듀서."

양배추를 채썰면서 나츠키는 말했다.

"먹는 것엔 관심이 있습니다…."

와이셔츠에 두른 앞치마가 묘하게 어울리는 프로듀서는,
나츠키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칼솜씨를 갖고 있었다.

 


*

그리고 30분 후, 카레는 무사히 완성.
점심 때의 배고픔도 있어 보다 더 맛있어 보였다.

"그럼, 먹어보실까."

나츠키가 그렇게 말하자, 식사가 시작됐다.

"잘 먹겠습니다."

아리스는 완성된 카레를 한 숟갈 먹어본다.
애초에 카레는 좋아했지만, 자기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 맛있게 느껴졌다.

"…맛있어."

확실히 초등학교 수련회에서도 카레는 만들어봤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무심코 웃음이 흘러나왔다.

"……."

눈치챘을 땐, 그곳에 있던 세 사람이
신기하다는 듯 아리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어라…, 왜 그러시죠?"

"아니, 타치바나도 웃는구나 싶어서."

나츠키는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저, 저도 즐거울 땐 웃는다구요."

그리 말하고 아리스는 볼을 부풀렸다.

"…풋."

하지만 곧바로 웃음이 터져버리고 만다.
이유는 몰라도, 정말 웃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다.

"하하하. 웃으면 귀엽잖냐, 너."

"네. 정말 귀여워요."

나츠키의 말에 후미카도 동의한다.

"지, 지금까지 안 귀여웠던 건가요?"

"안 귀여웠던 건 아니지만, 귀염성은 없었지."

"너무해요."

"후하하하하."

"우후후후…."

나츠키는 호쾌하게,
후미카는 입가를 가리며 자제하듯 웃고 있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웃고 있지는 않았지만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아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타치바나 양."

"…네."

"멋진 미소입니다."

"윽…!"

그런 말을 듣자,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아리스였다.

 

 


*

정리를 끝낸 다음, 프로듀서와 아리스는
단둘이 옥상에 있는 분수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리스는, 어젯밤에 프로듀서가
어머니와 만나고 있었다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어째서 카레를 만들자고 생각한 건가요?"

아리스는 물어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회사에서 카레를 만드는 건
평범한 사람이라면 생각하지 않는다.

"카레가 타치바나 양과 어머님의
추억이 담긴 요리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추억이 담긴…."

"어머님은 일로 바쁘시므로 그다지 요리를
잘 하시지는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타치바나 양을 위해 카레를 만들었을 때
매우 기뻐하셨다는 이야기 또한 듣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어머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하고 생각한 겁니다."

"엄마의 마음…."

"타치바나 양의 어머님은,
당신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당신도, 어머님을──."

"그만하세요."

프로듀서의 말을 가로막듯 아리스는 말했다.

"타치바나 양…."

"전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어른이 되면, 다른 어른들한테
휘둘리는 일 따위 없었을테니까."

"……."

"그래도, 역시 외로워요…."

아무도 없는 방에서,
고독한 식사를 하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다.

"열심히 했구나."

그 말이 듣고 싶어서.
아이돌이 되면 엄마는 나를 봐줄까.

"타치바나 양."

갑자기 일어선 프로듀서는 아리스의
정면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태까지 그랬고, 그리고 앞으로도."

"…!"

프로듀서의 그 말에 둑이 무너진 듯
아리스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쳤다.

"우, 으아아아앙."

오랜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운 것 같았다.
눈물이 말라 없어지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그녀는 한참을 계속해 울고 있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그런 그녀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손수건을 내민 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

"나츠키 씨, 또 기타를 가르쳐 주세요."

"뭐야, 아리스. 꽤 의욕적인데."

"후미카 씨. 추천하는 책은 있나요?"

"아리스 쨩…가끔은 미스테리 장르
이외의 책도 읽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 '카레의 날' 이후로, 아리스는
프로젝트 멤버에게도 마음을 열게 되었다.

이름으로 불리는 게 싫다고 말했던 건,
어쩌면 '아리스' 라고 이름붙인 부모에 대한
반발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프로듀서를 제외한) 전부가
성이 아닌 이름으로 아리스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프로듀서와의 관계도 나름 좋아졌다.

"프로듀서, 윗옷 단추가 떨어지려고 해요."

"네? 아아."

보니 두 번째 줄 단추가 떨어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더블 버튼 정장의 경우, 두 번째 줄의
단추는 기본적으로 잠그지 않기 때문에
떨어져 나가려 해도 눈치를 채기가 어렵다.

"정말, 제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요. 자, 벗어주세요."

"음? 어째서입니까."

"제가 달아드릴게요."

"괜찮으신지요."

"단추 다는 법은 가정 시간에 배웠어요."

그렇게 말하고 아리스는 윗옷을 받아들어,
재봉 도구를 가져와 단추를 달기 시작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이 정돈, 혼자 할 수…어라?"

"안녕임다."

"안녕하세요."

아리스가 단추 달기에 고생하고 있자니,
나츠키와 후미카가 프로젝트 룸에 들어왔다.

"뭐야, 아리스. 바느질?"

나츠키는 아리스의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 아, 네. 조금 잘 되질 않아서요."

아리스는 순순히 고전하고 있음을 자백했다.

"잠깐 이리 줘 보셔."

"네? 자요."

아리스로부터 윗옷을 받아들곤,
나츠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멋지게 단추를 꿰맸다.

"굉장해요."

"나츠키 쨩, 대단하네요."

나츠키의 기술을 본 아리스와 후미카는 놀라고,
동시에 무심코 박수를 치고 있었다 .

"헤헤. 뭐 그렇지. 밴드 동료들
의상 같은 걸 고치고 있었으니까."

나츠키는 조금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카레 때도 그랬지만,
나츠키 씨는 의외로 가정적인걸요."

"의외란 건 무슨 의미야."

"죄송해요. 나쁜 의미로 말한 건 아녜요."

"하핫, 됐어 됐어. 넌 아직 노력이 필요하구만, 아리스."

"저, 저는 이제부터 힘낼 거예요."

"힘내라고. 자, 프로듀서."

그렇게 말하고 나츠키는 단추를 고쳐 단
윗옷을 프로듀서 쪽으로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윗옷을 받아들 때, 나츠키는 프로듀서의
귓가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서야 스타트 라인에 섰단 건가?"

"뭐, 그렇게 되는군요."

프로듀서도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세 사람의 신데렐라, 그녀들을 반드시 성까지 보낸다.

그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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