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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을 졸업한 칸자키 란코는,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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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1, 2015 01:56에 작성됨.

중2병을 졸업한 칸자키 란코는,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싶어졌습니다.

 

 

옛날 옛적……은 아니고 십년 후의 이야기.

칸자키 란코 쨩이 24살이 됐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십년 후의 나에게.

성가신 태양이로군, 십년 후의 나여.

여의 힘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진 않겠지? 그런 무능력자가 되지 않았음 싶어.

그럼, 십년 후의 나여……. 나는 마왕으로써 날들을 보내고 있어?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한 일상을 따분하다고 느끼고 있진 않아?

나는 무서워……. 내가 사랑한 세계를, 자신의 손으로 파괴하는 것이, 무서워.

이 몸에 잠든 암흑의 파동을, 십년 후에도 제어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큭, 멈춰 나의 오른팔. 힘을 개방하긴 아직 일러!

난 이 세계가, 좋아. 이 평온한 일상이, 좋아.

좀 따분하긴 하지만, 아이돌로써 살아가는 날들도 나쁘진 않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 마음이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어. 혹시라도, 십년 후의 나는 조직 녀석들에게 세뇌되었을 지도 몰라.

이 사랑했던 세계를, 증오하게 되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편지를 남기기로 했어.

여명의 때가 지나고, 타천의 날이 찾아온 그 때에……. 난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자, 십년 후의 나여.

떠올려. 과거의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어.

부디, 자신의 힘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십년 전의 내가 기도할게.

부디, 아무도 죽이지 않도록……. 염원할게.

어둠에 삼켜져라.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가.‘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어느 날.

그녀는 다락방 안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편지를 보고 졸도했습니다.

“죽어! 과거의 나, 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편지를 움켜쥐고 꾸깃거리며 바닥을 구르면서 소리칩니다.

“뭐가, ‘어둠에 삼켜져라’인데! 그래, 난 과거의 어둠에 삼켜졌는데 무슨 용무 있는지?! 일부러 그런 거냐, 너……. 윽!!”

방에서 혼자.

훌륭히 성장한 성인 여성이, 엄청난 모양으로 소리칩니다.

“아아, 과거의 나를 죽이고 싶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리고 그녀는, 한참을 소리친 후…….

“으아아……. ‘떠올려. 과거의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어.’라던가. 떠올렸더니 죽어버리고 싶어졌다고.”

그녀는 힘을 다 소모한 듯, 철퍼덕 바닥에 뻗어버렸습니다.

“흑역사야……. 출근 준비가 좀 빨리 끝났다고 해서, 다락방 따위 청소하지 말걸 그랬어.”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후회하면서, 슬그머니 일어납니다.

“하아……. 일이나 가자.”

그리고 그녀는 비즈니스 백을 들고 현관으로 갔습니다.

긴 은발에, 검은 양복. 어른스럽게 얇게 화장한 그녀의 얼굴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신데렐라 같이……. 하지만, 신데렐라만큼 눈동자에 빛이 없었습니다.

예전에 진홍색으로 빛났던 눈동자가, 지금 어두컴컴하게 탁해 있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목소리도, 기운 없고.

꿈도 희망도 없다 얘기하는 듯 굽어진 등에서, 왠지 모를 애수가 느껴집니다.

그런 그녀야 말로, 왕년의 탑 아이돌……. 칸자키 란코, 였던 것입니다.

 

 

✝✝✝✝✝✝✝✝

 

 

혹시라도, 과거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연 열 명중 몇 명이 과거의 자신에게 돌아갈까요.

분명, 십중팔구는 과거의 자신에게 돌아가겠죠.

누구나 분명 돌아가고 싶을 겁니다.

“……일 가기 싫다.”

그건 칸자키 란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일 항상 똑같은 일.

아침에 일어나서, 일 나가서, 잠.

휴일에는, 그저 잠.

그저, 그것뿐인 나날.

그런 나날에 만족할 리가 없는 겁니다. 왜냐면, 그녀는 왕년의 탑 아이돌……. 빛 속에서 있었던, 슈퍼 스타였었으니까요.

누구보다도 이 따분한 일상에서 달아나고 싶었습니다.

“뭐가, ‘좀 따분하긴 하지만, 아이돌로써 살아가는 날들도 나쁘진 않으니까…….’냐. 지금이 훨씬 따분하고, 재미없어.”

머릿속에서 아침에 봤던 편지 내용이 떠오릅니다.

아마 십년 전에 써놨던 편지가, 찔끔찔끔하고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바보……. 이 멍청이.”

혼잣말을 중얼중얼 거리며 그저 길을 걷습니다.

그 발걸음이 왠지 위험해보였습니다. 보아하니, 십년 전의 편지가 꽤나 충격이었나 봅니다.

“하아……. 난, 완전 바보야.”

그 ‘바보’라는 단어는, 과연 과거와 현재 어느 쪽을 향해 말하는 걸까.

“정말, 이젠 싫어.”
그녀는 터벅터벅 걸으며 어깨를 힘없이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앞 따위 이미 전혀 보고 있지 않습니다. 인생과 같이, 앞은 완전 새카맣습니다.

그녀는 계속해서 답답하고 울적한 겁니다. 자신이 처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 마음이, 십년 전의 편지를 읽은 것으로 오늘따라 더욱 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젠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그런 때에 역시 꿈에서 보는 것은…….

“프로듀서…….”

자신을 소중히 여겨준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나, 어떡하면 돼?”

가슴 속에 품은 소중한 사람에게…….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전해지지 않을 거라 알면서 말하지 않고선 못 배기기에.

“정말, 싫어…….”

마음이 쥐어오면서, 눈물이 살며시 똑 하고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젠, 전부 다 싫어.

그런 생각을 한……, 순간이었습니다.

“……엥?”

고막이 찢어질 듯 커다란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눈앞에는……. 큰, 트럭이, 있었습니다.

“설, 마.”

가드 레일을 뚫고 부수어 이쪽으로 돌진한 트럭.

피할 여유 따윈, 당연히 없었기에.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속삭이는 것뿐이었습니다.

“프로듀서…….”

그리고 동시에.

시간은, 움직여…….

“살, 려줘.”

……칸자키 란코의 눈앞이 새카맣게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

 

 

꿈을 꾸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꿈을 꾸었습니다.

소중한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모두 한 꿈을 향해, 돌진했던 나날.

여러 가지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어서 어찌할 수 없었던 그 시절.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약간은 달콤 쌉싸름한 그 시절의, 광경을.

그 사람의 얼굴을, 꿈에서 보고…….

“……찮습니까?! 괜찮습니까?!”

“……호에?”

그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에, 아, 으아?!”

그리고 드디어, 그녀가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저기……. 괜찮습니까?”

“머, 머, 머예요.”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얼 타고 있었습니다.

동요하고, 혼란스럽고, 눈이 빙글빙글 돌아서……. 패닉상태에 빠져버렸습니다.

“……진정하십시오. 그리고, 제 질문에 말씀해주십시오.”

그런 그녀를, 프로듀서는 손으로 꼭하고 잡아서.

……손으로 잡아?

“……윽?!”

그리고 또 한 가지, 칸자키 란코는 중대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것은 칸자키 란코에게……. 프로듀서가 공주님 안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꼭하고 잡혀진 어깨를 좁히며, 칸자키 란코는 입을 뻐끔뻐끔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 도대체 뭐가…….”

도대체 뭐가 일어난 거지?

그녀는, 그것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혼란해 휩싸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이.

“성가신 태양이로군, 나의 벗이여! 나를 위해 얻은 운명록을 말해도 좋아!(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오늘 예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세요!)”

흑역사가 옷을 입고 걸어오는 것이었기에, 십년 후의 칸자키 란코는 더 이상 냉정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찾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순간 전까지만 해도 나이에 안 맞게 소녀 모드 전개였으면서.

칸자키 란코는 이성을 잃고, 프로듀서의 품에서 스르륵 빠져나왔습니다.

이어서, 그녀는 가까이 다가온 은발 적안의 소녀를 붙잡습니다.

“퍄앗?!”

“너 때문에……. 너 때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겁먹은 소녀에게, 칸자키 란코는 얄짤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헤드록을 걸고, 순식간에 목을 졸랐습니다.

“괴, 괴로워요…….”

“시끄러워!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젠장……. 어째서 항상 일에 가서 ‘성가신 태양이로군(웃음)’을 들어야 하는 거야?! 어째서 퇴근할 때 ‘어둠에 삼켜져라(웃음)’을 들어야 하는 거야?! 내 회사 인생에 그런 캐릭터는 필요 없다고오오오오오!!”

칸자키 란코는 소리칩니다.

괴로운 건 목이 졸라지는 소녀 일건데, 반대로 그녀 쪽이 괴로운 듯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보니 여러 가지로 울분에 사로 잡혀있는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어둠에 삼켜져 있었습니다.

“우냥! 차라리 이대로, 너를 죽이고 나도…….”

“자, 잠깐! 그건, 역시나…….”

더욱 소리치는 칸자키 란코였습니다만, 하지만 그 이상은 프로듀서가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다부진 완력으로 칸자키 란코를 소녀에게서 강제로 떨어뜨려 놓습니다.

“진정해주십시오…….”

“나, 나의 벗이여……. 난 이제, 한계인 모양이다……. 무서웠어.”

라고 말하며 소녀 쪽이 푹하고 땅에 주저앉았습니다.

불쌍하게…….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털썩 쓰러져버립니다.

보니, 심한 공포에 기절한 모양이었습니다.

“카, 칸자키 양?!”

“응? 나?”

“아, 아뇨……. 전 칸자키 양에게 말 걸었습니다만.”

“……아, 그그그래. 아니 나도 참. 성이 ‘칸나기’라서 잘못 들어버렸네. 아하하.”

칸자키 란코는 자기를 부른 줄 알고 착각하고,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습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아무러면 어떤 듯 칸자키 란코를 붙잡았던 손을 풀고, 서둘러 소녀 쪽으로 다가갑니다.

“……후우. 기절한 것뿐이군요. 호흡곤란에 빠진 건 아닌 것 같아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소녀…….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가 무사한 것에 안도하는 것입니다.

“아……. 죄, 죄송해요.”

역시나 칸자키 란코도 당돌한 행동이라 생각하고 서둘러 머리를 숙입니다.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하여 갑자기 덮치는 건 좀 아니었다라고 자책합니다.

더불어 더욱 깊숙이 숨어서 해치워야 했을 거 아닌가하고 자기반성도 했습니다.

그러는 그녀에게 프로듀서는 다시 마주합니다.

“칸나기 양, 으로 불러도 되겠지요? 부디, 이런 행동은 그만해주십시오.”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기에……. 아무래도 화내고 있는 것 같다고 칸자키 란코는 금방 알아차립니다.

“재, 재성해여.”

아까보다 더욱 세차게 머리를 숙입니다. 필요하면 도게자라도 하겠다는 기세로 사과한 칸자키 란코에게, 프로듀서는 곤란한 듯 목 뒤에 손을 얹었습니다.

“아…….”

오랜만에 본 그리운 행동에, 칸자키 란코는 눈을 크게 뜹니다.

거기서 더불어, 그녀는 소중한 사람이 눈앞에 있는 것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여, 역시. 숨어서 해치울걸 그랬어…….)

갑자기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이, 매력적으로 보일 리 없습니다.

치명적인 미스를 저질렀다고, 칸자키 란코는 읊어버렸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한편, 프로듀서는 어쩔 수 없다고 표현하듯 어깨를 움츠립니다.

그는 쓰러진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를 끌어안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향한 곳은 그의 개인 부실……. 사무실이었습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녀는 몇 년 만에 들어간 프로듀서의 방에 두근두근했습니다.

쭈뼛쭈뼛한 발걸음으로 소파에 가 앉습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반대 측 소파에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를 눕힌 뒤, 서서히 일어나서…….

“마실 것, 커피면 괜찮겠습니까?”

“엥, 아아……. 네.”

커피를 준비하고 드디어 그도 앉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쪽 소파에는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가 잠들고 있기에……. 필연적으로 앉는 곳은 칸자키 란코의 옆 밖에 없었습니다.

“옆자리,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기에, 프로듀서는 매우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옆에 앉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로 가깝습니다.

“녜, 녜에…….”

올해 25살. 그렇지만 훌륭한 어른일 칸자키 란코는 이것만으로 얼굴을 붉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이에 안 맞게 소녀가 되어있습니다.

그 때문에 말을 못한 채, 그저 입술을 우물쭈물하며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그런 칸자키 란코를 앞에 두고도, 프로듀서는 딱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한 숨을 쉽니다.

“…….”

잠시 동안의 무언. 서로 말을 꺼내지 않았고, 들리는 것이라곤 잠든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가 내는 숨소리.

(……여기, 346 프로덕션 맞지?)

거기서 간신히, 칸자키 란코는 약간 냉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웠던 방을 휙 돌아보며, 자기가 어디 있는지를 인지합니다.

그리고, 함께 있는 인물에게…….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가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젊은 프로듀서하고……. 십년 전의 내가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아마……. 십년 전!)

트럭에 부딪힌 뒤, 뭐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된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칸자키 란코는 십년 전에 와버린 듯합니다.

거기까지 파악한 즈음, 드디어 프로듀서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프신 데는, 없습니까? 관내에서 쓰러져 있었기에, 일단 방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려고 데려온 것이었습니다만…….”

“엥? 아아. 그래서……”

그래서 공주님 안기를 했었구나하고, 칸자키 란코는 떠올립니다.

동시에, 십년 전에 타임 슬립한 때……. 여기 346 프로덕션에 날아져왔다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만난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기도 한, 십년 전의 란코와……. 소중한 사람인, 젊은 프로듀서.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두 사람과 만난 겁니다.

“우헤…….”

솔직히 말하도록 하죠.

칸자키 란코는, 엄청나게 들떠있었습니다.

“……? 어째서 웃고 계신 겁니까?”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칠칠치 않게 벌어진 입을 서둘러 숨기면서 칸자키 란코는 시선을 피합니다.

그런데, 다시는 못 만날거라 생각했던 소중한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것입니다. 시선은 피하고 있어도 의식은 그를 향해 가있었습니다.

(프로듀서……. 멋있다.)

참지 못하고, 칸자키 란코는 흘깃거리며 옆을 슬쩍 보고 맙니다.

그 때, 마침 타이밍 좋게 프로듀서와 눈이 마주쳐 버렸습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커피 컵을 한 손에 쥐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프로듀서.

그 행동에, 칸자키 란코는 팟하고 눈을 크게 떴습니다.

(완전 스트라이크 존!!)

어디가 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보아하니 칸자키 란코의 취향에 맞아 떨어진 모양입니다.

(아앙……. 프로듀서. 역시 멋있어.)

그리고 다시 히죽히죽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코피를 주르륵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십년이라는 세월은 칸자키 란코의 인생을 일그러뜨린 뿐만 아니라.

보아하니, ‘사랑’조차도 일그러뜨렸던 모양입니다.

“후히히…….”

지금 그녀는, 어디서 누가 봐도 수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수상한 사람이라고 하자면.

“아, 그러고 보니…….”

칸자키 란코는 문뜩, 이런 의문을 떠올렸습니다.

“저, 저기……. 저, 여기에 있어도 괜찮은, 건가요?”

그보다, 관계자도 아닌데 이런 곳까지 와서 괜찮은 건가?

라고 이제야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에 프로듀서는 꾸벅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예. 아마도, 문제없을 겁니다.”

“아마도란 건.”

매우 애매해……. 하지만 그게 좋아! 라고, 의미 불명인 것을 생각하는 칸자키 란코에게 프로듀서가 말을 이어갑니다.

“그보다……. 왠지, 지치신 것 같이 보여서요.”

지쳐있다.

그 말에, 칸자키 란코는 깜짝 놀랐습니다.

“윽…….”

뜻밖의 일에 놀란 듯, 핑하고 등을 꼿꼿이 뻗습니다.

그걸 본건지, 프로듀서는 매우 조금이나마……. 표정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디 편하게 쉬었다 가십시오. 당신이 누구 던, 뭘 했던, 어떤 경위로 여기에 있고……, 어째서 칸자키 양을 닮은 건지, 등. 그런 건 일절 묻지 않을 테니까요. 지금은 그냥, 푹 쉬고 계십시오.”

천사냐 너는.

“……고, 마워.”

칸자키 란코는 예리한 프로듀서에게 식은 땀……이 아닌 흥분해서 몸이 달궈진 탓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커피를 마십니다.

솔직히, 프로듀서가 말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지쳐있다. 맞아, 칸자키 란코는 매우 지쳐있습니다.

(……후우.)

바뀌어 보이는 것도 없는 일상.

신경 쓸 뿐인 매일.

따분한 자신에게 느끼는 실망.

열등감, 혐오감……. 등등.

그러한 여러 가지 감정이 그녀를 괴롭히고, 피로라는 형태로 축적되었던 것입니다.

노동이라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고.

책임이라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압박이었기에.

그러면서, 이상하리만큼 자유로웠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결과적으로, 칸자키 란코는 울분이 쌓여버린 것입니다.

자신에게, 강한 혐오감을 품어버릴 정도로……. 그녀는, 쫓겨져 있던 겁니다.

꿈도 없는.

희망도 없는.

솔직히 말하여, 칸자키 란코는……. 자신이 삶에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렇기 때문이겠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째서, 프로듀서가 된 건가요?]

일하는 의미를.

인생을 소비해가며, 이 일에 종사하는 의미를.

그가 살아가는 의미를, 그녀는 듣고 싶었던 겁니다.

“……제가 일한, 동기 말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프로듀서는 싫은 티 하나 안내고 말해주었습니다.

“미소입니다.”

“……엥?”

하지만 좀 의미 불명이었습니다.

“미소가……. 동기에요?”

하지만, 칸자키 란코는 알고 있습니다. 프로듀서는 말주변이 좀 부족한 것뿐이지 물어보면 잘 대답해줄 것을.

몇 년을 같이 있었는데. 이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에도 그녀는 기다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프로듀서는 약간의 텀을 둔 뒤……. 말을 이어나갑니다.

“……그게. 제게는, 미소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아이돌이 눈부셔서…….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들을 위해서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녀들을 도우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어느 새인가 프로듀서가 되어있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대체행위라는 것이라고, 프로듀서가 설명해줍니다.

“미소를 짓는 아이돌을, 돕는 것으로……. 저 또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프로듀서가 되었습니다.”

“……당신다운, 대답이로군요.”

칸자키 란코는 그 말을 듣고 자연스레 미소 지었습니다.

여전히 일직선이고 성실하구나하는 등의, 그리움을 느껴가면서.

“이 일……. 즐거, 워요?”

“예.”

“그렇구나……. 응. 그렇겠지.”

그리고 칸자키 란코는 고개를 숙이고 마는 것입니다.

볼 수 없었습니다.

프로듀서가 너무 눈부셔서, 직시할 수 없었습니다.

“…….”

프로듀서와 비교하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즐겁지도 않은 일에 인생을 소비하는 자신이, 얼마나 웃음거리인지를.

“……윽.”

자신의 현 상황을 떠올리고, 칸자키 란코는 울고 싶어져버렸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칸나기 양……. 전, 무엇보다 미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듀서가, 차근히 이런 말들을 하였습니다.

“자기 자신이 웃을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칸자키 란코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는 것입니다.

“……엑?”

갑작스러운 행위에, 그녀는 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울 것 같았던 상황에서 이건……. 반칙이었습니다.

“칸나기 양……. 당신의 처한 사정을 잘 모르겠고, 솔직히 말하면 당신을 잘 모릅니다.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이라면 분명 괜찮을 것이기에.”

위로하는 듯이.

괜찮다고 힘을 불어넣어주듯이, 프로듀서는 상냥한 표정으로 칸자키 란코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뭐, 뭐뭐뭐뭐뭐뭘.”

그러자, 그녀는 더욱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눈을 빙글빙글하며, 입을 꾸물꾸물 거리며, 머리에서 증기를 내면서……. 망가진 로봇같이, ‘뭘’을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현 상황을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하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프로듀서는 다시 한 번 웃으며…….

“그럼, 전 현장에 다녀오겠습니다. 칸자키 양에게는 오늘 휴일이라고 전해주십시오……. 칸나기 양은 편할 대로 이곳에 있어도 되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머리를 퐁하고 건드리며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나중에.”

그는 이어서,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후에?!”

거기서 간신히 경직상태에서 풀린 칸자키 란코는, 서둘러 일어나 말을 꺼냅니다.

“저, 저기!”

“……예?”

돌아선 프로듀서를 향해, 칸자키 란코는 깊숙이 고개를 숙입니다.

“고맙……슙니댜.”

완전 말을 씹어가고 있습니다만, 확실히 감사를 전한 뒤.

“어, 어둠에 삼켜져라!”

그녀도 모르게, 예전에 썼던 작별의 인사를 입으로 꺼내고 말았습니다.

“엥?! 아, 아니. 이건.”

더욱 당황하는 칸자키 란코에게 프로듀서는 다시 따뜻한 표정을 지으며.

“예. 어둠에 삼켜져라……, 이죠.”

그렇게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

그리고 정적만이 남습니다.

잠시 동안, 칸자키 란코는 아무 말도 안하고 안심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신기한 사람…….”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중2병 전개였던 칸자키 란코를 이해하기 위하여, 손수 노트까지 썼을 정도입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도와주었습니다. 힘들 때, 괴로울 때, 프로듀서는 언제든지 옆에 있어줬습니다.

그렇기에 칸자키 란코는, 프로듀서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이겠지요.

적어도, 십년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꼴사납게, 계속 마음에 둘 정도로.

그녀에게 있어, 프로듀서는 매우 사랑스러운 사람인 겁니다.

“‘자신이 웃을 수 있게’라…….”

머릿속에서, 그의 말을 반복해서 되새깁니다.

자기 자신이 웃을 수 있게. 이것이, 제일이라고 프로듀서가 가르쳐주었습니다.

문뜩, 생각합니다.

(난 지금, 웃고 있어?)

……아니오. 칸자키 란코는, 웃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 점만이, 울게 만들 조차였습니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수군이, 그녀는 혼잣말하였습니다.

드디어……. 간신히, 자기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던가를, 알게 된 것입니다.

즐겁지 않다면.

웃을 수 없다면.

괴롭다면.

힘들다면.

“참을 필요 따위, 없는 거라는 거네…….”

뭘 지금까지 고집을 피웠던 거지하고, 칸자키 란코는 생각했습니다.

힘내야 할 의미도 없으면서, 힘낼 필요는 없다고……. 엄청 우회해서 깨달은 것입니다.

“정말, 바보 같아. 이래선, 아직 중2병이었던 그 시절이 나았을지도 몰라…….”

쓴웃음 지며, 칸자키 란코는 건너편 소파에서 자고 있는 십년 전의 자신을 봅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양쪽으로 묶여진 머리가, 왠지 모르게 그리움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야~ 슬슬 자는 척은 거기까지.”

그리고 그녀는 말을 겁니다.

아까부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는, 곁에서 보면 자고 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당사자 본인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훔쳐듣다니 성격 나쁘구만……. 그렇게나 프로듀서가 신경 쓰여?”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부추겼습니다.

솔직하게 되지 못했던, 십년 전의 자기 자신을…….

그러자,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는 기세 좋게 일어나서.

“아, 아니! 나는 그저 끓어오르는 어둠의 파동을 제어했을 뿐……. 후, 훔쳐듣기 따위 하지 않았어. 그, 그러니까……. 딱히, 프로듀서를 신경 썼던고는아냥.”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 시작 되었습니다.

“……죽고 싶다.”

그리고 십년 후의 칸자키 란코는, 자기 자신의 아픔에 당하고 맙니다.

현재진행형의 흑역사를 가까이서 보고 있는 겁니다. 무리는 아니겠죠.

“너……. 살면서 부끄럽지도 않아? 그런 이상한 말을 쓰는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이라도? 현실을 보라고……. 그보다, 부디 더욱 평범히 되길 바랄 뿐이야.”

“훗. 일반인이 나의 위대함을 알 리가 없지…….”

“……사실은 엄청 부끄럼타잖아. 자의식과잉에, 사람 눈치 엄청 보고, 자세만 취할 뿐인 겁쟁이인 주제에.”

“그, 그렇지 않아! 크, 큭큭큭……. 나는 그저, 안에 있는 파동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

“그 분위기만으로 떠드는 버릇은 고치는 게 좋아……. 조만간, 매우 힘들어질 거니까.”

칸자키 란코는 관자놀이를 붙잡으며 신음을 짓습니다.

알고 있는 겁니다.

십년 전의 자신에게, 아무리 얘기하였다한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말할 것을.

그녀가, 어둠의 역사를 쌓아 올라가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 자신이 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녀는 말했습니다.

말해도 듣지 않아. 어떻게 해도 소용없어.

그렇다면…….

“관철해나가.”

“……엑?”

“그러니까, 그 캐릭터를 관철하라고 말하는 거야. 언젠가,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깨닫다 건들, 계속해서……. 변하지 않은 채 있어줘. 너는, 네 자신 그대로 있어줘. 자기 자신을, 잃지 말아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대로 있어달라고 십년 후의 칸자키 란코는 빌었습니다.

“너는, 어둠에 삼켜지면 안 돼.”

그리고 나와 같이는 되지 말아줘.

그런 마음을 담아, 그녀는 십년 전의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는 잠시 동안 갸우뚱 거린 뒤…….

“……무, 물론! 나는 타천사이면서 마왕……. 그렇기에, 영원한 거니까.”

척하고 자세를 취하며, 그런 말을 꺼냈습니다.

“어느 쪽이야…….”

칸자키 란코는 십년 전의 자신의 말을 듣고 웃어버립니다.

이걸로 됐어……라고. 이상하게, 바뀔 필욘 없다고. 그녀는 십년이 지나고 이제야 알았습니다.

자신의 과거는, 흑역사지만.

그건, 휘광에 넘쳐흘렀던 어둠이었다……, 라고.

어둠. 그녀가 사랑하는, 어둠입니다.

“저기, 지금 즐거워?”

“엥? 아, 응……. 즐거, 운 걸?”

“그래.”

갑작스러운 질문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십년 전의 자신.

여러 점으로 얼빠져있지만……. 지금 자신보단 월등히 잘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흔들흔들 거리는 자신과, 완전히 다릅니다.

“……좋아.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갑자기 목 조르고 그래서.”

그리고 칸자키 란코는 기세 좋게 일어섰습니다.

십년 전의 자신과, 프로듀서와 만나서……. 여러 가지로 마음을 털어낸 것입니다.

뿌옇고 흐렸던 사고가, 개운해져있었습니다.

“그럼 이만. 이제 더 이상 만날 일은 없겠지만……. 힘내라고.”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십년 전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문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으, 응.”

그 태도에,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는 당황한 듯 머뭇머뭇 거렸습니다.

그것도 당연할 겁니다. 왜냐면, 그녀에게 십년 후의 칸자키 란코는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순수하게…….

“당신도, 힘내.”

아무 사정도 모르면서.

십년 전의 칸자키 란코는, 십년 후의 자신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응. 고마워.”

그 응원을 받고, 칸자키 란코는 웃습니다.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응원할 여유 따위 있는 거야? 너……. 내가 힘내라고 말한 건, 프로듀서의 여친이 되기 위해선 힘내야 한다고 얘기한 건데?”

“……따, 딱히. 나는.”

그녀는 짓궂게 말합니다.

“그렇게 솔직하게 되지 못하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한다고……. 지금, 있는 힘껏 힘내. 언제까지나, 프로듀서가 옆에 있는 건 아니니까.”

그녀는 또다시 등을 돌리며.

“그럼……. 어둠에 삼켜져라!”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남기고,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윽……. 히, 힘낼게! 나, 힘낼 테니까……. 어둠에 삼켜져라!”

그 듬직한 말을 뒤로 들으면서…….

“……정말, 힘내라고?”

그녀는 복도로 나갑니다.

 

 

“……어라?”

 

 

그러자, 갑자기 눈앞이 컴컴해지면서…….

“……거짓, 말.”

그녀는 십년 후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

 

 

외상, 제로.

트럭에 치였는데도……. 신체지장, 없음.

피해라고 해봤자, 갖고 있던 짐이 전부 부서져버렸다는 것 정도.

그리고 수일 간 의식을 잃었던 것 뿐.

“정말, 뭐였던 걸까.”

칸자키 란코는 방금 나온 병원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잠에서 깨어나고, 하루는 입원검사라는 명분으로 상태를 지켜보았던 것이지만……. 정말 아무 이상도 없었기 때문에, 쉽게 퇴원해버렸습니다.

마치, 전부 꿈이었던 것 같은 느낌조차 듭니다.

“……혹시나, 전부 꿈이었던 걸까.”

집으로 돌아가면서, 의식을 잃었던 때의 체험을 떠올려봅니다.

“십년 전으로 돌아가다니……. 역시 꿈이었구나.”

십년 전. 자신이 매우 빛났었던 시기로 돌아갔고……. 그리웠던 프로듀서와 만났습니다.

여러 가지, 잊었던 것들을 떠올렸습니다.

“……꿈이라도, 괜찮겠지.”

그렇기에,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꿈이던, 현실이던.

그녀가 하는 것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니까요.

“좋아.”

칸자키 란코는 빠른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녀왔습니다!”

육첩방의 자기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전화기에 손을 뻗었습니다.

“후우…….”

그녀는 거침없는 동작으로 번호를 누릅니다.

몇 번을 전화 걸어보려고 해도, 결국 주저 말았던 탓에 걸지 못했던 전화번호.

그녀는 이제는 외웠을 정도로 봐왔던……, 그의 명함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것입니다.

그리고, 몇 번 통화음이 들린 뒤…….

“……여보세요.”

그리운 목소리가,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렸습니다.

“……저기, 오랜만이에요. 프로듀서…….”

그래. 그녀는 프로듀서와 연락이 이어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도 전화를 걸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십년 전의 자신을 보고……. 역시 자신에겐,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한 번 더,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요?”

한 번은 그만둔 꿈을.

좌절했던 꿈을.

일찍이 이뤘을 꿈을…….

“제멋대로인 말인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부디……. 부탁드릴게요.”

다시 한 번 이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꽉 눈을 감고, 수화기를 손에 쥐면서……, 염원합니다.

그러고 잠시 시간이 지난 뒤.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칸자키 양.”

프로듀서의 상냥한 목소리가, 그녀의 마음을 녹이는 것이었습니다.

“……윽.”

그녀는 바로 수많은 눈물을 흘립니다. 오열을 흘려가며,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죄송, 했어……ㅇ.”

“아뇨, 괜찮습니다.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고맙습니다. 잘, 돌아와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프로듀서는 상냥한 그대로였습니다.

“저기, 칸자키 양. 지금 당장 만날까요? 앞으로의 일정을, 이야기 나누도록 하죠.”

“……네.”

멈춰있던 시간이, 이제야 움직입니다.

열두시를 넘어, 마법이 풀렸던 신데렐라가…… 다시 한 번, 마법에 걸리는 시간이 온 겁니다.

자신이 웃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잘, 부탁해요…….”

그녀는, 다시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중2병을 졸업하고.

자기 자신을 잃고.

그리고 칸자키 란코는, 흔들흔들했던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싶어졌습니다.

솔직하지 못한 나 따위, 이제 싫어.

아파도, 바보 같아도……. 역시, 칸자키 란코는 자신을 바꿀 수 없던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한들……. 좋아하는 채 그대로인 것입니다.

솔직하게 되지 못하는 건, 매우 손해 보는 거니까요.

그렇기에 그녀는, 이 날부터 자신에게 거짓말 하는 걸 그만두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제 2막입니다.

칸자키 란코의, 두 번째 신데렐라 스토리가…….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중2병을 졸업한 칸자키 란코는,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싶어졌습니다, 끝.)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이인 아오조라 쿠모입니다.

‘중2병을 졸업한 칸자키 란코는,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싶어졌습니다.’

즐겁게 보셨나요?

혹시라도 재밌다 생각하셨다면,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자, 사실은 칸자키 란코 쨩의 타입 슬립물은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쓴 ‘데레데레마스터 타케우치P’의 제 2화에서도, 타임 슬립물을 썼습니다. 뭐, 그쪽은 칸자키 란코 쨩이 어릴 적일 때의 이야기를 썼습니다만……. 그 쪽도 읽어주신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그럼, 마지막은 역시 그 인사로 마무리지어볼까요.

어둠에 삼켜져라!

2015년 8월 26일, 아오조라 쿠모 올림.

 

 

역자후기

 

 

저 또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모노리쿤입니다.

이 작품은 전에 번역해서 올렸던 타케우치P 하렘물을 썼던 작가님이 쓴 작품입니다.

(보시고 싶으신 분은 제 닉네임으로 검색하면 나옵니다.)

처음엔 단순 란코가 과거로 가면서 타케우치P와 만나면서 러브 코미디가 펼쳐지는 단순한 내용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작가님이 단순히 내용을 쓰시는 게 아니고, 뭔가 메시지를 던지시는 분이시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후회 안 한다는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셨습니다.

저 역시 크게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제 상황이 상황인지라, 앞으로 하고 싶은 것으로 먹고 살려는 입장에서 란코가 처한 상황은 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읽으시고 큰 힘을 받으셨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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