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시부야 린 「8할, 2할」

댓글: 8 / 조회: 2440 / 추천: 8



본문 - 11-27, 2017 01:54에 작성됨.

1>> 2017/10/17

이 감정이 태어난 건 언제였을까.

프로듀서랑 만나고 1년인가 2년쯤 지났을 때였던가.

좀 더 전이었을지도 몰라.

마음이 싹튼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엔 정말 내 나이를 원망했었어.

조금만 더, 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포기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만 더, 내가 조금만 더 그와 가까운 나이였다면, 이 감정에 현실감을 갖게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지금은, 응.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

이유는, 다른 누군가가 들으면 정말정말, 보잘것없다고 생각하겠지만.


◆ ◇ ◆ ◇ 


「프로듀서는 있지, 연인 같은 건…… 없어?」

둘이서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무소로 걸어돌아가고 있는 도중에, 갑작스레 그런 이야기를 꺼냈어.

그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갑자기 왜 그런 걸」 이라고 말하고서, 타하하 하고 웃었어.

「없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왜냐면, 사실 있더라도 없다고 말하는 게 당연하니까.

쓸데없는 잡설을 듣고 싶지 않다면, 그게 모범 답안이니까.

「그렇구나」 하고 일부러 매정하게 대답해 주니까, 그는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어. 연기라는 거 알았구나.

「정말이라니까」

「…… 그런 걸로 해 둘게」

「진짜래도 그러네」



「그러면, 왜 안 사귀는 거야? 못 사귀는 건 아니잖아?」

「어쩐지 좀 날카로운데」

「아니야」

「그런 걸로 해 둘게」

「왜 따라하는 거야」

「복수」



「아니 지금, 얘기 돌리려는 거지」

「들켰나」

「들켰나라니…… 거기선 열심히 숨기려고 해야 하는 거 아냐?」

「난 솔직하니까」

「네에네에. 됐으니까 대답해 줘, 솔직한 프로듀서」

「으음ー…… 뭐라고 해야 좋을까아. 진부한 대답이긴 하지만, 지금은 일이 내 연인이라는 느낌이라서」

「진부하네」

「말했잖아, 진부하다고」

「그래도, 뭐어 웬지 모르게 알 것 같아. 일, 정말 즐기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구」

실제로 내가 보기에도 매일매일 즐거워 보이니까, 그에게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천직인 거라고 생각해.



부끄럽다는 듯이 뺨을 긁더니, 「그런데 말야」 란 말로 화제를 돌리고 프로듀서는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한 번도…… 아니 아무한테도 말한 적은 없지만 있지, 린을 담당하고 나서부터야.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한 건. 물론 그 전에도 즐겁지 않았다는 건 아니고, 나름대로 보람 비슷한 것도 느끼고 있었지만, 극적으로 변한 건 린을 프로듀스하게 된 다음부터」

놀랐어.

설마 설마, 『같을』 줄은 몰랐으니까.

「…… 그렇구나. 원래부터 그랬던 거라고 생각했었어」

평정심을 가장하며, 무난한 대답을 돌려보냈어.

「그러니까, 그거지. 린이 정말정말 올곧고 열심히 하니까, 영향을 받아 버린 거야…… 이렇게 말하면 남들 듣기 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어떻게든 해 나가고 있는 것도 다 린 덕분이라니까」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이야기해 주는데, 나만 숨기는 것도 비겁하려나.

비겁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각오를 다지고, 나도 가슴 속에 품은 마음을 밝힐 수 있도록 「그거 있지」 하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어.

「전부 그대로 돌려줄게. 왜냐면, 내가 아이돌 해 보려고 생각한 건 프로듀서가 그렇게나 필사적이어서 그랬던 거야. 아이돌이 되고 나서 누구한테도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만큼, 프로듀서가 나를 위해 노력해 주고 나한테 기대를 걸어 줬으니까」

분명, 이건 누가 먼저랄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서로서로 작용해서, 화학 반응이 일어났으니까, 아이돌 시부야 린이랑 담당 프로듀서가 태어날 수 있었던 거야.



「피차일반…… 이었던 거구나」

「응. 피차일반」

「항상, 고마워」

「아니아니, 나야말로」

이상한 문답을 주고받았어.



「그러고 보니까, 방금 일이 연인이라고 말했었지」

「아, 응. 그랬는데」

「프로듀서의 일은 나를 담당해서…… 프로듀스하는 거잖아?」

「그것만 있는 건 아니지만, 뭐 요약하자면 주로 하는 일은 맞지. 린을 프로듀스하는 거」

「그럼, 나, 8할 정도는 프로듀서의 연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장난치듯이 그렇게 말했더니,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캔 커피를 떨어뜨릴 뻔했어.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하면서 손이랑 머리를 붕붕 흔들고, 허둥지둥거리는 게 재미있었어.



「곤란하다니까」

그 말의 의미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어.

「왜?」

「왜, 냐니 그거야 당연하잖아. 스캔들 터질라」

「스캔들이고 뭐고, 여태까지랑 달라질 것도 없잖아. 아이돌이랑 담당 프로듀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그치?」

「그거야 그렇긴 한데……」

「그리고, 프로듀서는 일이 연인」

「아니, 응…… 그렇게 말하긴 했지」

「그럼 6할 정도?」

「비율 문제가 아니잖아」

「그럼 뭐가 문젠데?」

「그 말을 인정해 버리면, 여기저기서 지장이 생긴다고」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갈팡질팡하게 돼 버려」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해 버리니까, 난 더는 못 참고 뿜어 버려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져 버렸어.



「자기가 말해 놓고?」

「내가 말해 놓고」

「갈팡질팡해 버리는구나」

「갈팡질팡해 버린다니까」

프로듀서는 양손을 들고, 만세 하면서 「이제 그냥 맘대로 해」 라고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어.

그게 또 너무 우스워서, 눈물이 날 만큼 신나게 웃으면서 「아무것도 안 해」 하고 대답했어.



이제 사무소까지 엎어지면 코 닿을 데쯤 왔을 때, 로퍼로 탁, 소릴 크게 낸 다음 한 걸음 앞으로.

난 프로듀서 앞에 뛰어나갔어.

그대로 뒤꿈치를 축으로, 빙글 돈 다음 마주보면서,

「이상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아아, 마음대로 해. 뭐든지 와 보라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들어 줄게」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 버린 그는, 부자연스럽게 한숨을 토해내고선 말했어.



「나머지 2할, 언젠가 꼭 채워 줘야 해」

새총 맞은 비둘기처럼 꼼짝도 못 하는 프로듀서를 뒤에 남겨 둔 채, 난 사무소까지 달려나가기 시작했어.






元スレ
渋谷凛「八割、二割」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508248713/
=============================================
일이 연인 -> 프로듀서의 일은 담당 아이돌을 프로듀스 -> 그러니까 연인은 담당 아이돌
완벽한 논리 아닙니까 이거

8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