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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22. 나에게 꽃을, 초승달엔 유성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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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2:45에 작성됨.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든다. 아키노 씨는 으응-, 하며 생각에 잠기듯이 턱에 손가락을 대고,
"어떠한 감정도, 좋고 나쁘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그런건 아니. 에요"
"어째서? 감정은 그저 감정이잖아? 마음이 있는것만으로는 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뱃속에서 뭘 생각해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건, 그치만……안 돼요. 불성실해요"
후훗, 하고 아키노 씨는 웃는다.
"성실하구나"
"노, 놀리지 마세요……"
"있잖아"
아키노 씨는 웃음을 지우며,

"필요없는 것따윈 하나도 없어"

그렇게 단언했다. 꽂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나에겐 필요없는것 투성이고, 버리고 싶은것이 가득해서, 그걸 전부 어딘가로 치워버리려고, 그렇게해서 겨우, 이젠 꽃만 남았는데.

"좋은것도 나쁜것도, 지금 너를 형성하고 있어"
"그런건 결과론이에요"
"하지만, 나는 너를 좋아해"
"…………그런말을"

들어도 되는 내가 아니다.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나 망설임 없이 남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어른이니까? 강하니까? 나하고 뭐가 다르지?

"그럼, 지금의 저로 괜찮은거죠. 이대로여도, 괘찮은거죠"
"으응-……그걸 나에게 묻는 시점에서 너, 망설이는거 아냐?"
"그거, 는"
"그치?"
"하지만…………저는, 아이돌이니까……"
"그러니까, 나쁜건 필요없어?"
"네"

아이돌로서 나.
단순한 시부야 린으로서의 나.
나는 아이돌로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따끔 남은 부분이, 끈질긴 꽃향이, 나를 가로막는다.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선 안 됐다.
그걸 버리기 위해선, 너무나도 많은 것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됐다.

"그렇게까지 아이돌로 있어야 하는거야?"
"그건, 그래요"
"현재 상태로도 아직 아이돌로서는 만족할 수 없을 정도야?"
"맞아요"

좀 더, 좀 더 순수한, 텅 비어버린, 꽃이 없는 내가 되야한다.
언제까지고 달려서, 그 사람을 두고 갈 정도로.

"이미 진작에 너는 훌륭한 아이돌이 됐어"
"……남들은, 그렇게 말하,지요"
"그럼, 너에게 있어선 그렇지 않는구나"

후-, 하며 아키노 씨는 숨을 내쉬었다. 홍차를 들고 아, 식었네, 라며 중얼거린다. 그대로 한입 마시고 아무렇지 않은 잡담처럼 말했다.

"있잖아, 시부야 씨. 너는 어째서 아이돌을 하는거야?"

어째서냐니, 스카웃 당했으, 니까?
아니, 아마 그녀가 묻고있는건 그런게 아니다. 좀 더 근원적인 것이다.
하지만 마음 속을 열심히 뒤져도, 그 대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어째서일까……모르게 됐어요"

왜 이렇게나, 텅 비었더라.
그 사람을 좋아하기 전의 나는, 어떤 식이었더라.
뭘 생각하고, 뭘 느끼면서 무대에 섰더라.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저 지금은……"
창밖을 본다. 지나가는 사람들. 멈춰서지 않는 흐름.
"달리기 위해서만, 달리고 있어. 멈춰서지 않기 위해서만, 달리고 있어"
거기에 목표도 기쁨도 아무것도 없다.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만……아이돌로서, 달리고 있어……"

이런건 아이돌이 아니다.
아무리 일을 칭찬받아도, 팬이 늘어나도, 동료에게 격려받아도, 프로듀서에게 위로받아도. 내가, 나를 아이돌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럼 괴로운게 당연해"
똑바로 아키노 씨는 말한다. 그러러까, 하고 대답하는 나에게,
"그래. 네가 특별하게 무언가, 나쁘거나 약한게 아니야"
올곧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분명 해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될거야"
"해답……"
"그래. 어째서 아이돌을 한건지, 앞으로는 어떡하고 싶은지, 지금은 어떻게 있고 싶은지, 그런걸 전부 대답할 수 있을법한, 무언가"
"그런게……있을까나……"
엉뚱한 이야기로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출발 지점에 그런게 있기도 해"
"처음 부근의 일은, 굉장히 옛날 일같아서……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어른같은 소리를 하네"
"제가 어른이라면……이런식으로, 되지 않고 끝났을까요"

그 사람과 나란히 설 수 있을만한 연령이었다면, 무언가가 변했으려나.
그래도 글렀겠지. 그는 어디까지나 프로듀서니까.
나는 처음부터, 승산따위 없었으려나.
아니면 스카웃따위 받지 않고, 아이돌이 되지 않았다면.
그런데다, 그 사람과 만났다면.
그러면, 뭔가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까.

우습다.
그렇게나 아이돌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결심하고 달려왔는데.
아이돌이 되지 않았을때의 자신을 몽상해서 몸을 맡기다니.

"왠지 나, 바보같아……하하, "
"시부야 씨"

묵묵히 그녀는 손수건을 내밀었다.
저도 뺨을 만지지만, 어디도 젖어있지 않다. 아직, 울지 않았다.
"울거나 크게 소리내어도 괜찮아"
"……그런건, 안 해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한, 울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라는건 참을 수 없었을때 깨닫지 못한채 흐르는 것이지, 참지도 않았는데 우는건 아니다.
그래, 하며 손수건을 집어넣고 아키노 씨는
"내 얘기를 할까"라고 말했다.

"저기 말야. 나, 내 이름을 정말 싫어했어"
"? 네……"
"사쿠. 달이 없는 밤, 이라니. 재수없고, 어둡고, 낡아 빠졌으니까"
하지만 하며 먼곳을 보는듯한 눈을 한다.
"평생 이 일을 한다고 결심했을때, 깨달았어"
그만 시선이 창밖으로 쳐다봤다. 덩달아 나도 밖을 본다. 하늘을.

 

"달도 보이지 않는 밤이니까, 별은 보다 강하게 빛나는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내 이름을 좋아해, 라고 그녀는 웃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달이면 돼. 너같은 별을 빛나게 만들기 위한 달이 되고 싶어"
프레임을 찍는 동작을 하며 높은 하늘, 지금은 아직 보이지 않는 별인지 달을 본다. 나도 무언가가 보일까 생각했지만 거기에는 입도운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그 구름 너머에는 보이지 않을 뿐이지 별은 제대로 있겠지.

"그게 나의 존재이유. 멋지게 말하자면 그래"
"…………."
"너는?"
"나는……"
"너는 어째서, 별이 되고 싶었어?"

그걸 한번 더 잘 생각해봐.

"그리고나서 느끼면 돼. 그 꽃을 피우고 싶다고 생각한건, 정말로 한 번도 없었는지 하는걸"

성가신 얘기가 되었지, 용서해줘, 라며 그녀는 상냥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달보다 예쁘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

 

휴가 이틀째 아침. 나는 결국 사무소 앞까지 와 있었다.
학교도 쉬어서 할 일이 없었다는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을 열자 텅 빈 사무소가 나를 맞이한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것 같았다. 아니면, 다들 일이나 레슨이거나. 최근엔 프로젝트 자체도 궤도에 오르고 있고, 나를 제외한 아이돌들도 다들 바쁠테니까.

조용한 공간에서 커피를 끓인다.
모락 강한 향이 나를 감싼다. 한잔 더 여분으로 커피를 끓이고 나는 양손으로 컵을 들고 안쪽 방으로 향했다.

"좀 열어줘"
"……린 씨!?"

덜컹! 하고 굉장한 소리를 내고 문 손잡이가 돌아갔다. 평소의 그의 버릇.
불쑥 나타난 얼굴은 조금 지친 모습으로,
"오늘은 오프라고, 그렇게나,"
드물게도 빠른 어조로 말한다. 그걸 개의치않고 옆을 지나가 방으로 들어갔다.
"린 씨!"
"자, 문을 닫아. 커피, 갖고 와줬으니까"

벌레씹은듯한 표정으로 그는 책상에 앉는다. 나한테 컵을 받고 짧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린 씨. 저는 심신을 쉬는 시간이 필용하다고……"
"응. 오늘은 나, 완전히 오프야"
"그러니까!"
"하지만, 조금 용건이 있던것 뿐이야. 오늘은 아직 뛰지 않았고, 근육 트레이닝도 보이스 트레이닝도 안 하고, 대본 읽기도 전부 없어"
"……, 그럼, 어째서 여기에"

겨우 그가 얘기를 들을 자세가 되어서 나는 굉장히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꾸미고 말했다.

"응. 조금, 옛날 라이브 영상을 보고 싶어졌어. 너무 한가해서"
"라이브 영상……입니까?"
"그래. 프로듀서라면 갖고 있지? 가능한 옛날거가 좋은데, 있을까"
"그건, 있습니다만"
"그럼 보여줘. 아, 다른 방에서 볼테니까 디스크만 주면 돼"

프로듀서가 입을 다문다. 그대로 빤히 나를 쳐다보고,
"……괜찮, 습니까?"
걱정에 가슴이 아파지려는걸 참고 웃는다. 간단한 일이었다.
"뭐가? 모처럼 오프니까, 좋아하는걸 해야지. 자, 얼른"
"네……"
재촉당한 그는 잠시 주섬주섬 선반을 뒤지고 있었지만, 한 장의 디스크를 꺼내었다. 그걸 나에게 내밀고,
"이건 한 장 뿐이니까, 취급은 신중하게 부탁합니다"
"응. 고마워, 좀 빌릴게"
새하얀 그걸 받아들고, 나는 프로듀서의 방을 뒤로했다.

어디서 보면 좋을지 라는것까지 생각하진 않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닌 끝에나는 센카와 씨에게 비어있는 방과 노트북을 빌렸다. 이럴때는 넓은 사무소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중, 표찰을 걸고 안에 들어간다.
컴퓨터가 기동되는걸 가만히 기다린다.

 

『달도 보이지 않는 밤이니까, 별은 보다 강하게 빛나는거야』

 

(새까만 밤이라도, 빛날 수 있을까, 나)
아키노 씨의 말을 떠올리고 꼬옥 마음을 분기시킨다. 어째서 별이 되고 싶었던걸까.
어떻게 지금까지 달려온걸까. 언제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꽃의 이름은.
살짝 디스크를 넣고, 읽는 시간이 조용하게 울렸다.

"아, ……"

옛날거라고 하니까 데뷔 라이브때 영상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비쳐진건 미카 언니의 스테이지. 정말로, 첫 시작 무대였다.
(……그리워)

거기에는 아직 무대 위에 빠져서 빛나는 우리가 있었다.

셋이서 구호를 정하고 뛰어올라. 라이브가 생각했던것보다도 눈부시고, 무대가 상상보다도 훨씬 가까웠던걸,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렇게나 연습했는데, 춤도 노래도 지금과 전혀 달라서 졸렬했다. 그래도 미소만큼은, 지금까지의 어떤 무대보다도 가장 예뻤다.
새하얘져서, 흥분이 밀려오고, 셋이서 열심히 힘내고.
정신없이 무대의 열의에 취해, 그것이 최고로 즐겁고…….

여러가지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잊고 있던 것을.

첫 라이브에서 손님이 적어서 놀란것. 그걸로 여러가지로 뒤죽박죽이었던것.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역시 그만둘 수 없었다.
(어째서였을까)
어째서 그때, 그만둬버리지 않았던걸까.
이렇게 솔로로 인기가 나오기 전에는 우즈키와 미오가 항상 옆에 있고. 프로젝트의 모두 다같이 손을 잡고,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나누고.
아이돌 페스를 위해 합숙을 하거나, 잔뜩 연습해서 무대를 맞이하고. 문제도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제대로 다 함께 노래부르고, 춤추고…….
일체감, 고양감, 행복한 느낌, 그런것이, 정말로 가득해서…….

"……아, "

화면이 일그러지고 뺨이 젖는다. 눈물이 흘러나온다.
눈 앞의 나는 반짝반짝 빛나고 기쁨으로 가득차있고, 즐거워보여서……마치, 아이돌같았다. 지금의 나하고 전혀 달랐다.

(여기에 있었구나)

아이돌 평범한 시부야 린이.
단순한 시부야 린도, 우상으로서의 시부야 린도 아닌. 아이돌, 이지만 나.

스카웃 받아, 제의받아 흐르는대로 시작한 예능활동이었다.
그래도 그저 흘려지는것만으로는 나답지 않다고 생각해서 일단 진지하게 해보자, 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그 사람에게, 받은 신발을 신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보이는 풍경이 변했다.
그 무대에서 보이는 풍경은 반짝반짝 눈부시고, 예쁘고, 무대에서 내려와도 그건 내내 계속되어서. 매일이 빛나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그런거다.
폭 빠질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서, 나는 아이돌이 됐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굉장히 순수한 마음을 떠올린다.
투명하고 빛나서 소중한, 가장 먼저 시작한 곳에 두고 와버린것.
나의 원동력이었던것.

모든것을 걸고 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서, 폭 빠질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서, 내내 그걸 찾았다. 그 사람이 신겨준 신발로 달릴 수 있다면, 그것이 눈 앞에 뛰어들어왔다. 그것이 기분 좋고, 참을 수 없이, 소중해서.

(그래, ……즐거웠어)

즐거웠던 것이다. 정말로.

눈 앞의 화면에는 만면의 미소를 짓는 내각 몸속으로 기뻐하면서 춤추고 있다.
이 무대에 데려와준건 나에게 신발을 신겨서 마법을 걸어준건, ……프로듀서다.
그와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도 없이, 폭 빠지는 일도 없이, 무언가를 찾는채로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냈을 것이다.

아무리 지독한 사랑을 해도. 매일이 진흙 속이라도.
그래도, 그 사람과 만났으니까, 이 때의 내가,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는거다.

슥, 눈물을 닦는다. 정면으로 화면을 본다. 한 순간도 돌리고 싶지 않았다.
뛰어올라서 최고, 라고 소리지르는 우리들. 앞으로 앞날도 아무것도 모르고, 하지만 그걸로 좋았다. 미래는 희망으로 흘러넘쳤다. 지금이 행복해서 견딜 수 없었다. 이 순간이 영원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즐거웠다.

즐겁다, 라는 마음.
그걸 내내 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났어)
당신이 걸어준 마법의 정체를.
그건, 내가 나로 있는것의 기쁨이었어.

옆으로 빠져가는 우리를 쳐다보며, 나는 노트북을 탁 덮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어제와 아무 차이가 없는데, 무서울 정도로 예쁘게 보였다.
……최고급의 반짝임이, 내내 전부터 여기에는 있었구나.

 

          ※

 

길었던 이벤트 투어도 마지막, 도쿄의 파이널 라이브.
무대 옆에서 나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또 다른 풍경이 무대에서 보이는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상태는, 어떤가요"
"프로듀서"

걱정스럽게 나를 쳐다보는 그. 거기에 마주보니 자연히 웃음이 떠올랐다.
"괜찮아. 고마워"
"린 씨"
조금 놀란듯이 눈을 크게 뜨는 프로듀서를 올려본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깨끗하고 순수한 감정이 솟아올라온다. 꽃의 이름은 타케우치라고 한다. 이 사람을 좋아해.

(고마워, 프로듀서)

나에게 빛나는 신발을 신겨줘서.
나를 여기까지 데려와줘서.
당신은 멀리 가버리지만.
나의 사랑은 영원히 이루어지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좋아.
그래도 괜찮아.
당신을 좋아했어.
그걸 무리하게, 잊지 않아도 돼.

더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
내내 주고 있던 어깨의 힘은 진작에 빠졌다.
달이 없는 밤에도 나는.

"분명……기적같은거야"

누구에게 들려주는것 없이 중얼거렸다. 무대는 아직 어둡다.
모든것이 하나다로 달랐다면, 지금의 나는 되지 않았다.
이 사람에게 사랑한 나도, 인정해주자.
괴로운 일도 발버둥쳤던것도, 칭찬해주자.
그 사랑에게,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자.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랑이지만, 그래도 나를 만드는 소중한 일부니까.

"어두운 곳에서도, 빛날 수 있을까나"
"…………. 네, 반드시"
프로듀서는 굳세게 끄덕였다. 올려다본다.
"정말로?"
"네. 좋은……미소입니다"

그런가. 나 지금, 웃고 있구나.
깨닫고보니 웃음은 별것 아닌 것이었다. 왜 이런걸 위해 나는 지금까지, 발버둥쳐서 열심히 해온걸까. 그저 즐거우니까 웃는다. 그것만으로 괜찮지 않나.

아무것도 두려워할건 없다.
나는 그저 앞을 쳐다보고, 기뻐하기 위해서만 달리면 돼.
달리는 나를, 나의 브레이크가 되겠다고 말해준 그를 믿어도 돼.

"시간입니다. ……린 씨"
"응."

시들지 않는 꽃이 있어도 된다.
더러운 점도, 치사한 점도 있어도 된다.
약해져서 울어도 된다.
그것도 전부 나니까.

설령 12시를 넘겨, 마법이 사라져버려도, 자신의 힘으로 달려가자.
가슴 속에 시들지 않는 꽃을 품고,

"……다녀올게! 보고 있어줘!"
"물론입니다, 린 씨"

 

당신과 함께, 어디까지라도.

 

 

나에게 꽃을, 초승달엔 유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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