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그녀는 나의 흑역사 - 23. 중2병과의 발렌타인 데이

댓글: 5 / 조회: 1784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4-14, 2015 00:42에 작성됨.

발렌타인 데이. 

 

원래는 어떤 나라의, 사랑에 진심이었던 어떤 신부의 기일이라는 것 같지만,
내가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이미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 되어 있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의리 초콜릿, 친구 초콜릿, 심지어 자신 초코…… 그 범위의 확대는 멈춤을 모른다.
덧붙여서, 일부 지역에서는 발렌타인 데이死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 자신은 어떤가 하고 묻는다면, 진심은 없지만 의리 초콜릿은 매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으니까,
완전한 패자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승자라고도 할 수는 없겠지만.

올해도 예년과 같다면, 외로운 발렌타인이 되지는 않겠지.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거두절미하고, 드세요」
「매년 감사합니다. 센카와 씨」

 

아침에 정시대로 출근하니, 복도에서 마주친 센카와 씨에게서 첫 번째 초콜릿을 받았다. 행운의 스타트.

 

「어라. 어쩐지 평소보다 상자가 크네요」

 

분홍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된 직육면체의 상자. 그녀에게서 초콜릿을 받는 것은 이번이 네번째이지만, 기억하는 그것보다는 볼륨이 있는 것 같다.

 

「올해는 분발해서, 다른 프로듀서씨들보다 화려한 물건을 샀으니까요」
「에? 그거 설마……」

 

나만 특별하다는 것은, 혹시 진심---

 

「작년까지는 의리 초콜릿이었지만, 올해는 친구 초코로 랭크 업이에요♪」
「아---, 그런 거였습니까」

 

뭐, 그럴 리가 없지.
지금까지 직장 동료에 대한 선물이었던 것이, 중학생 시절 같은 반 친구에 대한 선물로 변화했다는 것뿐인 듯하다.

「어쩐지 유감스러운 표정이네요」
「그, 그런 거 아닙니다」

 

순간 기대하고 말았던 것을 웃어넘긴다.
나도 남자니까, 여성에게 호의를 받고 있다는 사건에는 동경을 품어버리는 것이다.

 

「집에 돌아가면 맛있게 잘 먹을게요」
「네. 맛있게 드셔주세요」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센카와 씨. 이 사람 역시 여자력 높다.
이런데도 중학생 때는 개성 없는 아이의 대표 같았으니까, 인간은 변하는 것이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우선, 화이트데이의 리턴은 이쪽도 기합 넣도록 하자.

 

*

 

오전의 일, 그 첫 번째는 란코를 사진 촬영 현장까지 마중하는 것.

 

「나의 동포이자 친구여」

 

픽업용 자동차를 타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더니, 조수석에 앉아 그녀가 나를 불렀다.
왼쪽을 보니, 바스락바스락 가방에서 뭔가 꺼내려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찾던 물건은 바로 발견한 것 같아서, 그녀는 무언가를 꺼내어 쑥 이쪽으로 내밀었다.

 

「이것은 비약. 먹은 자가 『그릇』의 계승자가 아닐 때, 기다리는 것은 멸망이니라!(초콜릿, 받아주세요!)」

 

란코가 양손 위에 올려놓은 건, 리본으로 귀엽게 장식된 붉은 상자.
아마 그녀도 나를 위해 초콜릿을 준비해준 것 같다.

 

「기뻐하라. 내가 마력을 직접 주입한 것이니(열심히 직접 만들었어요)」
「수제인가! 그건 대단하구나」

 

슬쩍 내용을 확인하면, 맛있어 보이는 마카롱이 몇 개인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일부는 형태가 무너져 있지만, 그것도 애교스럽다.

 

「기뻐. 고마워. 란코. 」
「크크크, 그 몸에 낙인찍는 것이 좋으리라 (맛있게 먹어주세요!)」

 

거기까지 말하고, 란코는 한번 나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그녀와의 교제도 슬슬 1년이 되어가므로, 이것이 솔직하게 말하기 전의 전조라는 것은 어쩐지 알게 되었다.

 

「프, 프로듀서」
「초조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도 좋아」
「으, 응」

 

후우- 하아- 심호흡하고 가슴에 손을 올리는 란코
그런 그녀에게 웃어주면서, 나는 다음 말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항상, 감사합니다…… 이 초콜릿은, 감사의 마음이니까」
「응」
「올해도, 내년에도, 그 후에도…… 내 프로듀스, 잘 부탁해」

 

수줍게 손을 머뭇머뭇하면서도, 란코는 만면의 미소로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 말은, 나에게 있어서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일이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아, 열심히 할게.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아침의 잠기운도 완전히 날아갔다.
기합을 넣고 핸들을 잡은 나는, 그녀의 기대에 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가슴 속에 엄숙히 맹세한 것이었다.

 

*

 

「어둠에 삼켜져라!(수고하셨습니다!)」
「수고. 또 내일 보자」

 

오늘 일을 모두 마친 란코는, 완전히 익숙한 것이 된 그 인사와 함께 방을 나갔다.
이미 창문에서 석양이 비치는 시간대. 아침부터 쭉, 열심히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스카가 없어도, 상당히 침착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구나」

 

최근에는 혼자서도 어떻게든 스태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게 되어 있다.
단지, 역시 짝이 없으면 부족하다는 듯한 얼굴을 보이는 때도 있다.

그 짝도 무사히 고등학교 수험이라는 벽을 뛰어 넘은 것 같고,
앞으로는 다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일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전화로 받았던 합격 보고를 떠올리면서, 수중의 서류를 훑어본다.
3장째에 접어들었을 때쯤, 문에 조심스럽게 노크하는 소리를 들었다.

 

「들어오세요」
「야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들어온 것은 머플러를 한 손에 든 사복 차림의 아스카였다.
어제는 직접 만나지 않았고, 일단 다시 축하의 말을 해 두자.

 

「합격 축하해. 일은 모레부터 할텐데, 뭔가 용무라도」
「오늘이라는 날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 말야. 이것을 전하러 왔다」

 

일직선으로 내가 앉은 책상 앞까지 온 그녀는, 주머니에서 꺼낸 봉투를 슥 내밀었다.
무늬가 들어간 비닐봉지 안에는, 둥근 갈색의 물체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트뤼플 초콜릿. 내 수제이지만, 맛은 확인했으니까 안심해도 좋아」
「오, 아스카도 수제인가? 조금 감동이네…… 고마워」

 

담당 아이돌 양쪽에게 수제 제품을 받을 수 있다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확이다.
발렌타인 데이는 좋은 날이구나.

 

「하지만, 조금 의외였을지도 몰라」
「뭐가 말야?」
「아스카는 이런거, 솔직히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과자 메이커가 깔아놓은 레일을 의심없이 따라가다니---- 같은 말을 할 것 같다고 맘대로 추측하고 있었다.
왜나면 과거의 내가 그랬으니까.

그런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면, 그녀는 거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은, 작년까지는 네가 말하는 그대로, 나는 발렌타인 데이에 특별한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았어. …… 마음의 변화라는 녀석이야」
「헤에, 그런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초콜릿을 받을 수 있어 고맙다.
조금 맛을 보고 싶은 기분이지만, 서류를 더럽히니까 나중에 하자.

 

「화이트 데이에는 기대해줘」

 

리본으로 묶인 트뤼플 초콜릿이 들어간 봉투를 받고, 나는 아스카에게 1개월 후의 환불을 약속했다.

 

「…………」
「아스카? 아직 뭔가 할말이 있어?」

 

직립 부동자세로 나를 보고 있는 그녀에게,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바로 다물어 버린다. 그것을 몇 차례 반복한 후.

 

「프로듀서」
「응?」

 

자신의 발언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녀는 천천히, 확실하게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 그 초콜릿. 진심이라고 말하면, 어떡할 거야?」
「…………」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가벼운 농담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하하, 진심인가--. 그거야 기쁘구나, 미인이 반했다고 하는 것은」

 

가벼운 농담에 대한 답변으로, 이쪽도 가벼운 느낌의 대답을 돌려준다.
그런데 아스카는 그것을 듣고, 어째선지 뺨을 가볍게 부풀려 버린다.

 

「나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지만. 뭣하면 사무소의 모두에게 큰 소리로 소리쳐도 좋은 정도다」

 

꽁한 표정으로 말해서, 그제서야 나는 그녀의 눈동자와 목소리가 진지함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들떠 있던 기분에, 찬물을 확하고 끼얹어진듯한 느낌.
빠르게 머리가 식어간다.

「진심이라니, 설마」
「너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 같아. 책임지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내 마음은 알아줬으면 하고 바랐으니까」

……망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나오는 말이, 『친구로서 좋아』라는 종류의 것일 리가 없다.

아스카는 나를 이성으로서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답변을 받을 셈은 아니야. 오늘은 고백하러 온 것뿐이니까. 그럼, 모레 봐」

 

후다닥 말하고,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가는 아스카. 마음 탓인지, 뺨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남겨진 나는, 지금까지 읽고 있었던 서류의 내용이라던지는 모조리 잊어버렸다.
단지, 그녀가 닫고 가버린 방 문을 바라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

 

눈치채면 벌써 날도 저물어서, 창에서 이지러진 달이 얼굴을 내비치고 있었다.

 

「프로듀서」

 

멍하니 pc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인 나에게 나타난 것은, 하얀 코트를 입은 린이었다.

 

「자 여기. 발렌타인 초코. 제대로 보답해 주세요야」

 

책상에 탁하고 놓인 것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브랜드가 들어 있는 상자.
미소짓는 여동생을 향해, 나는 도저히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잠깐, 아무리 매년 받고 있다고 해도,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다음부터는 더는 주지 않을거야?」
「아아…… 미안.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응, 고마워」
「…… 뭔가 있었어?」

 

토라진 모습을 보였던 린은, 내 반응을 보고 의아한 시선을 보내온다.

 

「…………」
「나에게는, 상담할 수 없는 것?」

「……아냐」

 

아이돌이 프로듀서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이런 민감한 문제, 보통 아무에게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정통해 있고, 한편으로 내가 절대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오히려, 린에게밖에는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 그렇구나」

 

작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한번 문 앞까지 이동해서 복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내 앞까지 돌아와서, 근처에 놓여 있던 의자에 앉았다.

 

「들을게. 그러니까 말해봐」
「…… 미안해」
「괜찮아. 가족이잖아」

 

자신이 운이 좋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면서, 나는 저녁에 있었던 사건을 모두 털어놓았다.

 

「-------- 그런가. 아스카가」

 

맞장구를 치면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린은, 눈을 내리깔면서 크게 한숨쉰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예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니까」
「나이, 제법 차이나지요」

 

아이돌에게 연애는 금령(禁令)
그것도 상대가 열살 이상 연상인 프로듀서라니, 공개적으로 알려진다면 큰 문제다.
지금도 농담이었으면 하고 마음속 어디선가 바라고 있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그 아스카의 표정은 진심이었다고 인식하고 있는 자신도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연애 같은 건 금지라고, 싹둑 잘라버리는 것은 간단해. 하지만」
「그 아이를 상처입혀버릴지도 모른다?」
「……아아. 다만, 그것밖에 없다면」

 

지금까지 우리들은, 더듬더듬할 때도 있었지만 꾸준한 관계를 쌓아왔다.
원래 중2병이었던 사람과, 현역 중2병.
란코 쪽도, 결코 나쁜 상성이 아니고, 오히려 좋은 정도였다.

하지만 그 좋은 상성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일으켜 버린 것일까.
거리를 너무 가깝게 해버렸던 것일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직, 우리들만의 사건으로 되돌릴 수 있는 단계다.
그렇다면-------

 

「나는 말야」

 

머릿속에서 하나의 결론이 나오려고 있던 참에, 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이돌이라도, 사랑을 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해. 단지, 가리지 않으면 안 되는 절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엄격할 뿐이라고」

 

그 말에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응시한다.
내 여동생은, 그런 반응을 즐기는 것처럼 미소짓고 있었다.

 

「우리도 인간이니까, 이론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야. 아, 하지만 나는 지금 연애라던지 하고 있지 않으니까」

 

거기는 착각하지 마라, 하고 덧붙이는 린.
만약 그녀에게도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던지 들었다간 이번에야말로 나의 뇌는 한계를 맞이할 뻔했다.

 

「아스카는 똑똑하니까, 제대로 지켜야 할 선은 지켜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결국은 오빠의 기분 나름이야」

 

평소 사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호칭으로,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건다.
문득 오른손에 온기가 느껴졌다고 생각하니, 그녀가 왼손을 부드럽게 포개고 있었다.

 

「나의, 기분……」
「그래. 나이 차가 있는 여동생보다도 더 어린 여자아이 상대로,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을지 어떨지 말야」
「엄청 악의적인 말투라는 생각이 드네」
「사실이겠죠. 거기다, 일단 못을 꽂아 두지 않으면 안 되고」

 

싱글싱글하던 얼굴에서 확 바뀌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린. 생김새가 좋은 만큼, 눈을 가늘게 뜨면 어쩐지 위압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만약 아스카의 마음을 받아들인다면, 매우 험난한 길이 돼」
「그것은 알고 있어. 제한되는 것이 너무 많으니까」

 

공공연하게 사귀는 것은 아웃. 사람의 눈이 있는 장소에서 손을 잡는 것조차 위험한 선일지도 모른다.
아스카도, 그것은 이해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나에게 마음을 전한 그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결론을 내는 것도 자유라고 생각해. 거기에 오빠의 의사가 똑바로 담겨져 있다면, 그 아이도 납득해 주겠지」
「그럴까나」
「아마도. 뭐어, 두 사람이 가시밭길을 걷겠다면 나는 최대한 서포트할게. 가족이 스캔들 일으키는 것도 뒷맛 나쁘잖아」
「…… 너 말야, 좋은 여동생이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화이트 데이의 답례는 드음뿍 받아볼까나」

 

그렇게 말하며, 린은 천천히 일어서서 의자를 치우기 시작했다.
조용히 그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한다.

 

「나는 돌아가지만, 오빠는?」
「조금만 더 남아 있을게.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서류도 있고」
「그래. 그럼, 또 보자」
「…… 고마워. 네 덕분에, 무엇이 중요한지 알았다고 생각해」
「천만에」

 

서로 가볍게 손을 들어서, 작별 인사를 나눈다.
다시 혼자가 된 방 안에서, 나는 책상에 양팔꿈치를 짚고 생각을 짜낸다.

 

「결국, 나에게 달렸다는 건가」

 

아스카의 마음과 내 마음.
아스카의 바람과 나의 바람.
그리고, 완수해야 하는 책임.

내가 선택해야 할…… 아니, 선택하고 싶은 답은-----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