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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14. 애태우는건 파인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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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2:24에 작성됨.

애태우는건 파인더로
 





카메라의 앞에 설 수 없게 되고나서 나는 자신만 탓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이상적인 아이돌이 될 수 없는 나.
동료에게 밝힐 수 없는 나.
팬 앞에 있을 수 없게 된 나.
그런건 전부,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다.
빨리 어떻게든 해야한다고, 무리해서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당신은 나쁘지 않아, 라고. 필사적인 얼굴로 그는 말한다.
상처입은거니까, 두려워하는것도 화내는것도 당연한 권리라고.

그걸 듣고 처음으로, 나는 내가 계속 참고 있었던 감정을 깨달았다.
엄청난 공포 뒤에 있었던건 분노랑 분함. 불합리에 대한 분노.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듣고 겨우 울었고, 그랬더니 굉장히 편해졌다.

프로듀서는 굉장하다.
늘 내 마음의 가장 깊숙한 부분을 뒤흔든다.
나, 역시 그를 좋아한다.


          ※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극복하기로 했으니까, 나는 프로젝트의 모두에게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그런건 떠올리는게 아프고 괴로우니까 말하지 않았지만, 무슨 사정으로 인해 카메라를 견딜 수 없게 되어버려서, 극복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모두는 그걸 듣고 놀라거나 위로해주었다.
아이돌 실격이라고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어깨의 힘이 빠져, 역시 나는 혼자서 너무 힘쓰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정체 모를 공포에 사로잡혀서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모두는 상냥했다. 조심해야할건 없다거나, 해줬으면 하는건 없는가. 함께 할 수 있는건 없냐고 말해주었다. 무척이나 기뻤다.


          ※


그 날도 나는 프로듀서와 개별로 카메라 특훈을 하고 있었다.
라고 해도, 카메라 자체는 거의 보지 못하고, 카메라 렌즈 개체는 어떤가, 카메라의 사진은 어떤가, 카메라의 일러스트라면 괜찮을까, 그런걸 보는것 뿐이었다.

"일러스트, 사진, 단순한 렌즈……전부 다 괜찮군요"
"응. 이거라면 왠지 희망이 보일지도"

서서히 익숙해지면 되고, 나는 말한다.
입으로 말하는건 간단하지만 공포는 의연하게 내 안에 있다. 그래도 모든게 다 안 된다는것보다는 얼마간 구원받았다.
란코가 그려준 혼을 빼먹는 상자(라는 모양이다) 일러스트를 치우면서,

"그럼 소리 쪽은……어디까지일지, 보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그러네……스마트폰의 셔터음도 안 됐고……무음 카메라라면 찍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최근에 실물 카메라는 셔터음이 거의 없는게 주류니까, 만일을 위해"
"응"

그가 정리하는 손을 멈춘다. 그리고 카메라 사진을 문득 집어들었다.
팔랑, 얼굴 앞에 들고 내 쪽으로 내민다. 괜찮다. 무섭지 않아. 저건 단순한 종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프로듀서?"
"어음……차, 찰칵. ………………어떠십니까"
"헤"

무심코 굳어버렸다. 지금 그건, ……혹시나 설마, 셔터음인거야?

(이런, )

"앗하하, 아하하!! 미, 미안 웃어서……그치만, 하핫, 웃겨……!"

얼굴에서 종이를 내린 프로듀서는 기분탓인지 뺨이 붉은 느낌이 든다. 그것이 더 우습다.
웃어버린다.

"셔, 셔터 음을, 더듬다니……후후후!"
"죄송합니다……정진하겟습니다"
"그만해……아하하, 이 이상 잘 하게 되면 그건 그거대로 웃어버릴거야"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프로듀서는 종이를 책상에 두고 조금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전보다 자주 웃게 되었군요. 다행입니다"
"그래? 스스로는 잘 모르겠어"
"지금도 웃고 있습니다."
"지금은 프로듀서가……"
"이전이라면 좀 더 차가운 반응이 돌아왔을겁니다"
"그랬, 던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그러고보니 만난 당초에는 그랬던것 같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에게 사랑을 하기 전.
왠지 엄청 옛날처럼 느낀다.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하는 매일이 당연해서, 그러지 않을때의 감각을 떠올리는건 무척이나 어려웠다.

"하지만 괜찮잖아. 나를 미소로 고른거잖아"
"네"

즉답.
그때는 미소는 보여준적이 없었는데.
정말로, 어째서 그는 나를 선택해준걸까.
모르는 상태였지만 하다못해, 그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매일 열심히 하고 싶다.
설령 일을 거의 못하게 되어도, 가능한 일을 열심히 노력하자.
카메라 앞에 못 서도……금방 반드시, 설 수 있도록 될테니까.



          ※



346프로덕션 중에서도 인기가 없는 뒷쪽 옥외.
하늘은 비칠듯이 푸르고, 새하얀 구름이 극희 드물게 나타날뿐.
햇빛은 봄치고는 강하고, 피부에 칠해진 썬크림을 통과할 정도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응. 잘 부탁해"

프로듀서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양손의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직사각형을 만든다.
눈 높이로 올리자 사각형 너머로 나를 곧게 쳐다봤다.
……왠지 수줍다.
(아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린 씨. 이건 카메라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접해주세요"
"응"
"카메라 너머로, 평소의 비쥬얼 레슨을 합니다"
"알았어" 그라비아를 찍을 생각으로 해볼래"

쩌적, 그가 표정을 경직시킨다. 불성실하게도 조금 두근거리고 만다.

"그럼, ……갑니다"
"응"


          ※


무섭지 않아.
조금도 무섭지는 않았다.

지금 찍었습니다. 그런 작은 보고.
그리고나서 좀 더 귀엽게라던가, 안타깝게라던가, 조목조목 지시.

거기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고 표정을 바꾼다.
즐겁게, 라고 듣고 미소를 지어보인다.
자연스런 느낌으로, 라고 듣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반짝거리는 표정을 부탁합니다, 라고 듣고 뺨을 경직시킨다.


평소의 연습과 같다.
다른건 그가 계속 나를 보고 있다는것.
그리고
"지금 찍었습니다"
라는 보고가 있다는 것.

카메라 앞에 서 있던때의 고양감이 되살아난다.
그의 눈에 내가 비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뺨이 저릴것 같았다.
그가 나를 찍고 있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떨릴것 같다.

기분 좋은 긴장감과 조금의 부유감, 고양감.
언제 찍을지 타이밍은 카메라맨의 자유다.
기념 사진처럼 네, 치즈 라고는 말해주지 않는다.
찍었습니다, 라는 보고뿐.
그러니까, 언제나 전신전령.

나를 드러낸다.
귀엽게, 안타깝게, 즐겁게,
늠름하게, 사랑하듯이, 나른하게.

……두근두근한다.

유사적인 촬영현장의 고양감만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드러낸 나를 전부 보고, 그걸 찍고 있다.
그것이 견딜 수 없을만큼……두근거리게 한다.

손으로 만든 파인더 너머로 눈이 마주친다.
사랑하는 눈동자로.
깨달아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지시니까.

그의 눈은 빤히 젖어있고, 무심하고.
그저 한결같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계속.

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점도 전부, 아프게 한다. 가슴이 뜨겁다.

안타까운듯이 파인더 너머를 쳐다본다.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연심이 파열할것 같아서 아프다.

카메라 너머로 쳐다보여지고
카메라 너머를 쳐다보고,
그것만으로.

――이렇게나 마음이 괴로워진다.

찍고 있는게 그이기 때문이다.
찍히고 있는건 사랑하고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 찍혀도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기 때문에, 나는.



          ※


"감사합니다"

그 말로 제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니 주위는 해질녘이었다.
오렌지색의 하늘이 펼쳐졌고, 구름은 연보라색으로 빛나면서 멀리 뻗쳐갔다.

"벌써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구나"
"죄송합니다. 예정보다도 대폭으로 시간을 써버렸습니다"
"나도 전혀 깨닫지 못했어"

몰입해버렸다. 그러자 프로듀서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실물이 없는걸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고의 찬사를 해줬다. 그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어떠셨나요"
"응……카메라는 무서워도 나, 찍히는건 좋아하는것 같아"
"그런가요. 안심했습니다"
"그러게. 여러가지로 가망성이 있어서"
"그게 아니라"
"어?"
"린 씨가 무서워하지 않게 되어서 안심했습니다"
"…………,"
"린 씨?"
"아, 무것도 아니야"

프로듀서야 말로 옛날과 변했어.
그 말을 직전에 삼킨다.
그는 수레바퀴가 아니게 됐다. 잘못 가는걸 두려워 하지 않고, 말을 다하게 됐다. 원래 성실했던것이, 주저를 잃고 좀 더 성실해졌다. 그런 점을 좋아하게 됐다.

……도저히는 아니지만 말을 못한다.
말을 못하니까, 하다못해.

"있잖아 프로듀서. 또 지금처럼 레슨해줄래?"
"그건 상관없지만요……"
"조금씩 셔터음도 실제로 가까이해서, 그래서"

빙그르, 그 자리에서 턴을 보여준다. 가능한 『귀엽게』.

"그래서……언젠가 나를, 진짜 카메라로 찍어줘"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에게 찍히고 싶어.
그것도 또한, 말할 수 없지만.

프로듀서는 조금 놀란듯한 얼굴을 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표정을 풀며

"약속합니다. 언젠가, 반드시"

그렇게 말해주었다.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고양감. 이건 촬영탓이 아니다, 그저 사랑 때문이다.

이 사람을 좋아해.
진지하고 성실하고 다정하고, 서툴고 얼굴이 무섭고 가끔 말이 조금 부족할때가 있다.
그런 그를 좋아해.

언젠가 그가 찍어주기를 꿈꾸면서,
나는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희망을 갖고.







애태우는건 파인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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