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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샛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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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4, 2016 12:39에 작성됨.

 

이 글은, 타케우치 P 와 사기사와 후미카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작자 : れむまる 님 

픽시브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158827

번역한 녀석 : https://twitter.com/seiyou72

제목, 잎샛빛 은 木漏れ日를 멋대로 축약한 것입니다. 

단어 자체의 의미는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을 말하는 건데, 

명확히 한국어로 대응하는 말은 없고 풀어 쓰자니 너무 길고... 

그래서 조금 고민한 결과 조금 창작을 했습니다. 잎샛빛입니다. 

의미 전달이 조금 안 될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부디 양해를. 

타케후미 (武文)는 한자로 쓰면 무와 문입니다. 그래서 의외의

조합이면서도 운명적인 무언가가 있는 두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네요. 

PS. 후미카가 말하는 시리즈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 수첩. 2011년 3월에 1권이 나왔습니다. 

// 

도쿄에 눈이 내렸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그것을, 따뜻한 방 안에 있으면서 실감하고 있었다.
그저 전기를 먹고 움직일 뿐인 재미없는 에어컨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묘하게 뜨뜻미지근한 바람을 볼로 느끼고 있었다.
후미카는 그 바람에 휘날려, 살짝 흔들리는 앞머리에 손을 댔다.
책을 읽을 때, 이 머리카락은 때로 방해가 된다.
자르면 좋을텐데 하고 하나같이들 말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를 마음 속에 숨기면서
후미카는 자르지 않고 보내고 있었다.

삼촌이 경영하는 자그마한 헌책방의 카운터에 앉아서
후미카는 눈에 의해 색깔을 잃어가는 거리를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고 있었다.
도쿄의 눈은 나가노의 눈보다도, 조금 질척거리는 느낌이 든다.
나가노에 쌓이는 눈은, 살짝 부드러우면서 따뜻함을 가지고 쌓여
바람과 함께 하늘을 춤추지만 그 위를 걸으면 파삭파삭 하고
살짝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도쿄에서는 금방 물과 뒤섞여버려서,
걷고 있어도 그저 불쾌할 뿐ㅡ 그건 도쿄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후미카가 느끼고 있었던 몇 안 되는 불만이기도 했다.

가게 안의 공기는 따뜻하지만, 습기찬 분위기의 밖과는 달리 건조하다.
에어컨 바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에는 오래된 종이 냄새는 있어도
기름 냄새나 성냥을 긁은 다음에 나는 탄내가 없다.
주전자가 조용히 하얀 김을 뿜는 소리도 아득히, 들리는 건 거리의 소란 뿐이었다.
그 소리를 배경으로 삼아 후미카는 혼자서 아르바이트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평일 낮의 일이었다. 대학생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가끔 이렇게 날이 밝은 시간부터 깊게 독서에 몰두하거나 한다.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대단히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녀는 대학생 이외에도 아이돌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렇게 느긋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중요했다.
사무소에 있는 사람은 좋든 나쁘든 시끄럽다. 싫지는 않지만,
그런 시간하고는 선을 긋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런 사정 때문인지, 그 날의 후미카는 특히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헌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길 만한 손님은 최근에는 드문 것도 있어서,
후미카는 아르바이트라기보다 그냥 너구리 장식물 쯤에 가까웠다.
오늘은 눈이라는 날씨 탓도 있어서 손님이 올 리도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멋대로 판단하고 있었다.

차가 도로에 녹아 흐르는 물을 튀기는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작게나마 가게 안에 울려퍼진다.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듯 책 속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것은 후미카에게 있어 굉장히 편안한 기분이었다.
조금 낡고 누래진 형광등에 비추어져서, 낡은 책 특유의 누런 색은
쓸데없이 진한 색이 되어 있다.
거기서 춤추는 검은 글자들을, 후미카는 시선으로 훑고 있었다.

인생의 3분의 1을 수면에 사용한다고 하지만,
후미카의 인생에서는 독서의 시간이 나머지 3분의 1을 점하고 있을 것이다.
철이 들었을 때부터 그녀는 언제나 책을 들고 있었다.
깨달았을 때는 책을 읽는 것을 일종의 생활 습관으로, 호흡하듯이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머릿속에 펼쳐지는 시야가, 꾹 하고 책만을 비추며 다른 것을 깔끔하게 잘라내버린다.
트리밍이 된 시야 안에서 검은 글자가 춤추는 걸 본다는 것에, 질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질리지 않는다고 해서, 책이 끝나버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은 사이즈의 책이기 때문인지 후미카는 들고 있던 책을 금방 다 읽어버렸다.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바에 의하면 두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고,
밖을 바라보니 눈이 아주 약간 정도만 쌓여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하늘은 변함없이 잿빛으로 물들어 있고,
지금이라도 콘크리트의 잿빛에 섞여버릴 것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눈은 어떻게 내리는 걸까ㅡ 하고 후미카는 멍하니 생각했다.

영문 모를 상상이 떠오르는 건 에어컨 때문에 머리가 멍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해,
후미카는 일어났다. 그대로 가게 바깥에 나가니, 마침 인파가 적은 시간대였다.
그 탓인지 도로는 도쿄의 풍경치고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하얗다.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었는데 땅이 하얗게 물드는 건 어쩐지 이상해.
후미카의 마음 속에서는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일을, 흐뭇하게 생각할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이제 조금 지나면, 귀가 인파가 몰려와 이 하얀색 따위는 날아가버리겠지.
후미카에게는 그게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언가 조금이라도 형태로 남기자고
그녀는 시선을 돌리면서 생각했다.

방법은 한정되어 있다. 도로 구석이나 가게의 간판 위 등등 가능한 한 눈이 많은 곳에서
독서에 의해 어느샌가 딱딱히 굳은 손으로 눈을 모았다.
그걸 장갑도 끼지 않고 꾹 하고 뭉친다. 차고 물기 가득한 느낌이 손끝에 날을 세우듯
좀먹어 가는 것이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서 자란 후미카에게는 그리움마저 불러일으켰다.

눈의 양은 대단치 않아서, 금방 눈사람은 완성이 됐다. 크지 않은 가게의 입간판 위에,
덩그러니 올라탈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손에 태우는 눈사람, 이라고 말할 사이즈다.
차가우니까 도난 당할 걱정은 없어서 좋다, 고 후미카는 이상한 납득을 하고
일단 따뜻해지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손을 수건으로 잘 닦아 수분을 없앤 다음,
책상 위에 놓여있던 몇 장의 종이를 적당히 골라, 마지막 마무리를 해 두었다.

그게 해가 지기 전까지의 일이었으며, 드디어 가게에 손님이 온 것은
완전히 해가 진 다음의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눈으로 교통망이 마비되어 이곳 저곳이 소란스러운 모양이었다.
평소보다 시끄러운 거리의 소동을 비웃듯, 눈은 차곡차곡 내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제 한 시간만 있으면 가게를 닫을 때가 되어서야 한 남자가 방문했다.

장신에 어깨도 넓고, 여자아이들이 본다면 굉장히 놀라버릴 체구의 남자가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며 들어왔다. 켕기는 일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이 남자는 자기가 내는 소리로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할까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얼굴에 붙어 있는 날카로운 눈의 위압감으로부터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배려심으로 넘치는 인물이 바로 그인 것이다.

이미 아는 사이인 그 거대한 남자에게, 후미카는 가볍게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 씨."

"수고하십니다, 사기사와 양. 오늘은 아르바이트 날이었군요."

"...네, 레슨도 없었거든요. 귀가하시는... 도중이었나요?"

"덕분에 최근에는 빠른 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잘 보니 부드러운 시선을 지닌 눈동자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할 작은 웃음이다.
이래도 꽤 알기 쉬워졌다, 고 그가 담당하는 아이돌들 전원이 입을 모아 말한다.
그걸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 너머로 바라보면서, 후미카는 가만히 있었다.
검은 커텐에 가려진 후미카의 시야에서, 그는 책장을 보고 있었다.

후미카가 소속된 사무소에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부서 중 하나, 신데렐라 프로젝트.
그걸 프로듀스하는 눈 앞의 남자는, 실은 꽤 전부터 이 가게의 단골이었다.
단골이라지만 한 달에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 올 뿐으로, 그 대부분이 이렇게
귀가하는 도중이었다. 아무래도 그는 이 주변에 살고 있는 모양이라, 가끔
생각이 나면 책을 보러 오는 모양이었다. 후미카가 그걸 알고 있는 것은
무슨 인연인지 그가 오는 시간대에는 이렇게 후미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독서는 시간 때우기 정도라고, 아이돌과 프로듀서 사이로 사무소에서
다시 만났을 때에 들었다. 최근에 들어서 약간 빈도가 는 것은 틀림 없이
후미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가 있어서일 것이다.
담당도 아니면서 그는 사무소를 지탱하는 아이돌들을 잘 알고 있었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멤버이기도 한 러시아인의 하프 아이로부터
이 프로듀서는 그런 것에 관해서는 어지간히 성실하다고,
세어보아도 10번 이상은 듣고 있었다. 그녀의 파트너이기도 한
자그마한 소녀는 그런 모습에 적잖이 불만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반해버린 것 같은 이야기는 멈추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한 사람 몫이 더 늘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그런 흐뭇한 모습들을 떠올리고 후미카는 슬그머니 웃었다.

"사기사와 양은,"

갑자기 프로듀서가 말을 걸어, 그녀는 놀랐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는 딱히 후미카가 웃은 것에 눈치 챈 건 아닌 모양이다.

"오늘은, 어떤 책을 읽고 계셨습니까?"

"...저, 말인가요?"

"괜찮다면 참고 할 수 있을까요. 일이 진정이 되면서,
그ㅡ 집에서도 한가해져서 말입니다."

워커 홀릭 같아, 하고 걱정하고 있던 건 검은 머리 소녀 쪽이었던가 하고 후미카는 떠올렸다.
그 생각도 감추고 후미카는 읽고 있던 책을 조용히 책상 위에 두었다.

"...미스테리예요. 마침, 헌책방을 무대로 한 최근 화제가 된 시리즈네요."

"아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매우 인기인 모양이더군요."

"...네. 미스테리, 라고 해도 사람이 죽는 게 아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어요.
문장도 특유의 버릇 같은 게 그다지 없고, 명확한 비유가 많아서
일이 끝난 다음에 읽어도 괜찮다고 봐요."

평소에는 느릿느릿 말하는 후미카지만, 이런 때 만큼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말이 빨라진다. 입을 잘못 놀린다는 걸지도 하고 내심 자학 하면서도 말은 차례차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헌책방이 무대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책이 이야기 주제로 나오는 것도 좋아해요.
이미 읽은 책이라도, 등장인물이 독특한 시점으로 평가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뭔가
친구의 말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가벼운 분량이니까, 한 번 읽은 다음에,
거기에 등장한 다른 책을 읽으며 즐기는 법도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말하면서, 후미카는 프로듀서 너머에 있는 책장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몇 개인가 근래 화제가 되는 책들이 있었고,
후미카가 이야기 한 책도 어느 정도 놓여있었다.
그녀의 의도를 눈치챈 것인지, 그도 옅게 웃으며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꽤 입고되어 있군요."

"...인기, 니까요."

새로 나온 작품이고 또 유통되는 양이 많은 인기작은 그만큼 헌책방에도 들어오기 쉽다.
그 점에 대한 후미카의 복잡한 심경을 읽어낸 그는 한 차례 '과연' 하고 끄덕인 다음,
순순히 책장에서 그 시리즈의 1권 쪽을 꺼내 들었다.
어쩐지 나쁜 장난을 성공시킨 것 같아, 후미카는 이상한 고양감을 느꼈다.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기사와 양 다운, 읽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세일즈 토크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도 웃고, 책을 계산대 앞으로 옮겨 후미카에게 넘겼다.

"아이돌 활동... 그리고 다른 분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잡지의 인터뷰나 라디오를 통해 꽤 단련된 것을 떠올리고 후미카는 눈웃음을 지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렇게까지 탈 없이 진전이 된 건 아는 사이이기 때문인
프로듀서가 상대라고 하는 점이 크지만, 후미카는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어른스러운 성격인 후미카라고 하더라도, 그 마음에 허영심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후미카의 말에 한 차례 끄덕이고는,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보니, 사기사와 양. 가게 앞에 놓여있던 그 작은 눈사람은, 뭐였습니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마른침을 한 차례 삼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제가, 만들었어요."

뭐 그야 물어보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어도
당장 눈 앞에서 물어보니 부끄러움만이 후미카의 마음에 솟아올랐다.
에어컨 때문만은 아닌 열이, 그녀의 볼을 타고 귀까지 차올랐다.
슬금슬금 깃드는 열을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후미카는 대답했다.

"그... 나가노에서는 가끔, 만들었기 때문에요."

"그런가요. 과연 잘 만들어진 공 모양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가노하고 달라서, 물기가 있으니까... 굳히기 쉬웠, 거든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사기사와 양. 한 가지 더 괜찮을까요."

움찔, 하고 후미카의 몸이 경직됐다. 어째선지, 그가 무슨 말을 할지가
예상이 되어서, 후미카는 속이려는듯이 고개를 숙여 들고 있던 책을 보았다.

"그 눈사람은, ...저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별로 귀여워 보이진 않아서,
가게 앞에 두기에는 좋지 않아 보입니다. 눈가가, 꽤나 험악하더군요."

쓴소리를 하는 것에 대해 면목 없음을 느끼고 있는 것일 터.
그는 목덜미에 손을 대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동작은 언제나
곤란해질 때마다 하는 거라고, 어느 샌가 프로젝트 크로네 전원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동작을 하는 머리나 팔은 볼 수가 있어도,
후미카로서는 어떻게 해도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시선 같은 건 당연히 마주칠 수 있을 리도 없고, 깊게 고개를 숙여 눈을 피했다.
이럴 때 만큼은 앞머리가 편리하게, 부끄러워하는 후미카를
검은 머리칼의 벽이 숨겨주고 있는 것 같았다.
볼이 뜨거워지는 것을 손으로 숨기려고 가지고 있는 책을
놓을 수도 없기 때문에, 그가 눈치채지 못했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저, 사기사와 양."

또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움찔 하고 후미카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 동작에 어깨를 덮으려고 입고 있던 스톨이 조금 미끄러져서, 약간 한기를 느꼈다.

"괜찮으십니까?"

걱정하는 그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서
후미카는 그저 절레 절레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스륵 스륵 하고 귓가에서 머리카락이 춤추는 소리가 들렸다.

흔들린 시선 끝자락에서, 그가 내민 책이 보여
후미카는 겨우 아르바이트로서의 의무를 떠올려냈다.

급하게 계산을 마치자, 그는 특별한 말 없이 금액을 지불해 주었다.

"괜찮으신 거라면, 사무소에서 뵙죠. 무슨 일이 있다면 저라도 염려말고 기대 주십시오."

안심시키려는듯이, 그는 천천히 그렇게 말했다. 귓가에 들리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기분 좋음을 후미카가 즐기는 동안에, 그는 얼른 가게를 나가버렸다. 그 때에,
가게 앞에 덩그러니 앉은 눈사람을 본 모양이다. 문이 닫히기 전에 목덜미에
손을 대는 그의 모습이 보여서, 방금 전까지의 열과는 다른 종류의 따뜻함이
가슴 속에서 솟아 오르는 걸 느끼고, 후미카는 단지 그것을 삼키고 있었다.

 

그가 돌아간 다음은, 가게를 닫을 때까지 누구도 오는 일이 없었다.
가게를 닫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후미카의 손은 살짝 자신의 앞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은 처음으로 그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후미카와
아이돌로서의 후미카를 연결해서 인식한 때에 해준 말이었다.
그건, 가을의 정기 라이브에 있어서 크로네에 도움을 줬던 것의 감사를 하러 갔을 때의 일.

답례로 넘긴 물건을 보고, 그는 그 때 후미카가 자신이 곧잘 들리는 가게의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모양이다.
그 때 그는 어째선지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인가의 변명 다음,
이런 말을 해 주었었다.

"눈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 매우 인상이 바뀌는군요.
아이돌로서의 사기사와 양의 눈동자는,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후미카는 그 흐름에서 눈을 칭찬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단히 놀랐다.
그녀가 긴 시간 말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어째선지 옆에 서 있던 자그마한 여자 아이가,
"그럼 사기사와 씨의 눈동자가 평소는 탁하기라도 하다고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하고 달려들어서, 그는 알기 쉽게 허둥거리고 있었다.

"펴, 평소에는 눈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도... 아이돌로서의 사기사와 양은,
정말로 빛나는 듯한 미소로..."

말하면서, 그는 무언가에 생각이 닿은 것 같았다.

"아이돌을 하고 계시는 사기사와 양의 미소는, 태양과 같이 눈부시게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앞머리에 가려져 있을 때의 얼굴은, 잎샛빛 같습니다. 사기사와 양이 가지고 있는
빛이 부드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흘러 나오는 듯한,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서... 양쪽 다,
멋진 미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뜬금없이 길고 긴 칭찬을 받아서, 더욱 더 후미카는 말을 잃어버렸다.
"당신은 무슨 시인이라도 되는 건가요" 하고 몇 살은 어린 여자아이에게
그 프로듀서는 결국 그 뒤로도 계속 허둥지둥거리며 곤란해했다.

생각을 해 봐도 그다지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눈이 예쁘다 하고 칭찬받은 적 자체는
없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건 앞머리를 정리하고, 눈을 확실하게 드러냈을 때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 그리고 후미카 본인에게 있어서도 앞머리는 여러가지를 감추는, 구름의 역할이었다.
지금 이렇게 도쿄의 거리를 가리고 있는 눈구름처럼, 여러가지를 내리는 잿빛의 하늘인 것이다.

눈을 드러내고 빛나고 있는 후미카가 아이돌이라면, 앞머리를 내리고 조용히 서 있는
여자 대학생 후미카는 그 근처에 쌓여서 잊혀져 가는 헌 책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것을, 잎샛빛이라고 표현하는 천연덕스러운 말을 그는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단언했다.

그런 모습에, 후미카 쪽이 당해버렸던 것이다.


그러니까 후미카는 앞머리를 정리하지 않는다. 아이돌로서의 자신과,
아르바이트를 할 뿐인 여자 대학생인 자신. 어느 쪽도 소중하게 생각돼서
언제까지고 후미카는 앞머리 뒷편에 계속 숨고 있었다.

밖을 보니 아직 눈은 내리고 있다. 그렇다고 하는 건, 저 어두운 밤 하늘에는 두꺼운 구름이 있겠지.
태양을 가리고 눈과 함께 거리를 닫고 있는 구름들의 장막을 생각하고, 후미카는 살짝 가게에서 나와보았다.
차가운 냉기가 몸이 갈라지고, 입에서 하얀 김이 나오기 시작했다.

간판 앞에 덩그러니 놓야 있는, 눈가가 험악한 눈사람을 보았다.
눈덩이의 형태는 둘째 치고, 얼굴이 확실히 조금 조악하다.
적당히 있는 문방구를 조합한 거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도 있었다.
눈치채지 못한 건 본인 뿐이다.

그 사람처럼 눈에 띄는 험악한 눈매가 후미카를 빤히 보고 있었다.
이쪽하고는 문제 없이 눈을 마주칠 수 있어서, 후미카의 입가에는 자그마한 미소가 떠올랐다.

새하얀 눈의 장막에 지지 않도록, 그 눈동자는 후미카의 눈동자를 들여다 본다.
따뜻한 태양빛에 녹아보릴지도 모르는 몸이지만, 잎샛빛을 찾는 눈이 그곳에 있었다.

발견해줬으면 좋겠다, 하고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자그마한 중얼거림이,
눈이 내리는 소리에 묻혀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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