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Like a orange sapphire

댓글: 21 / 조회: 3161 / 추천: 7


관련링크


본문 - 04-08, 2016 03:53에 작성됨.

이 글은 타케우치P, 죠가사키 리카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작자 : れむまる님

픽시브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5614762

번역한 녀석 : https://twitter.com/seiyou72

2만자 쯤 되니 오래 잡고 있게 되었습니다만, 

(번역은 안 하고 창작글이나 쓰던 것도 있고) 

또 하나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타케리카입니다. 

작가님 말씀하시길「P군이라고 부르는 이유와 경위를 붙인다」가 테마.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지금도 가끔씩, 꿈을 꾼다. 

사춘기 때의 덧없는 실연 꿈이다.
그는 스스로도, 이미 10년 이상 지난 일임에도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자신을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이 머릿속에 달라붙어 떨이지지 않는다.
자신을 그대로 표현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 말만이 지금도 그를 옭아매고 있다.
그래서 실연의 꿈이라고 해도 상대방 따윈 나오지 않는다.
사실은 이미 거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귀엽게 생겼었지, 할 정도의 인상만이 남아있다.

꿈 속의 그는, 어둠 속에서 오로지 상처입고 있었다.
한 마디 말에 계속해서 베이는 꿈이다.

문자만이 떠오를 때도 있고 목소리가 울릴 때도 있다.
그게 누구 목소리였는지를 제대로 기억하는 경우는 적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는 느낌이 든다. 부모님의 목소리인지,
실연한 상대방인지, 고등학생 때의 담임선생님인지,
자신의 곁을 떠나간 아이돌의 목소리인지,
한 번 자신에게 실망한 시부야 린의 목소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멤버 중 누군가인지.

그 전원의 공통점은, 이 말을 그에게 향해 던진 상대만이
꿈에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뭘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사소한 부분은 달라도 그 말은, 어느샌가 실연하고는
관계없는 괴로움으로 변해 그를 계속해 옭아매고 있다.
어둠 속에서,「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하고
누군가로부터 쭉 비난받고 있었다. 이미 그게 실연 탓인지조차
그에게는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자신은 그 정도로
그저 애매한 인간인 것인가 하고, 자기혐오로 소리치고 싶어진다.

그 충동을 제어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항상 눈을 떴다.
오늘도 예외 없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괴로운 목소리가
자신을 현실로 되돌리고 있었다.
시게를 보니 아직 6시도 안 되었다. 출근은 빠른 편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자는 동안 땀범벅이 되어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자 그는 일어났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오늘은 누가 그 말을 했는지를 기억해내려고 한다.
그게 무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닐 뿐더러 자신을 더욱 우울한
기분으로 끌고 들어가는 걸 깨닫고 있으면서도
그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평소엔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 말을 들은 때가 현실에서 최근일수록, 목소리가 선명히 떠오른다.
지금도 이따금 시부야 린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은
그로서는 중대한 비밀이다. 하지만 오늘 들은 목소리는,
무심코 그가 고개를 갸우뚱 거릴만한 사람이었다.

"죠가사키 양...?"

목소리는 자신이 담당하는 프로젝트 멤버 중 한 사람,
죠가사키 리카였던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 사람, 뭘 생각하는 지 모르겠다구.

그 말은 평소하고는 달리, 눈을 뜬지 한 시간 이상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고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죠가사키 리카에게는 언니가 있다. 이름은 미카라고 하고,
여러 방면으로 그녀가 존경하는 자랑스러운 언니였다.
멋있고, 귀엽고, 유능한 여성, 어쨌든 리카의 이상형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리카는 언니를 좋아했다.

뭐가 됐든 언니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단 자각은, 리카에게도 있었다.
언제는 언니가 자길 도와주는 걸 기대하고,
언제는 언니의 멋진 모습을 보고 싶어서, 언제는 언니의 귀여움을
흉내내고 싶어서, 어쨌든 리카는 미카의 뒤를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그것에 뭔가 불만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리카는 미카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최근의 리카는 조금 다르다. 변함없이 언니는 정말 좋아한다.
아무리 미카의 담당 프로듀서라고 해도 자기 이상으로 언니를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 아주 조금,
최근에는 언니를 눈부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눈을 피할 정도로
언니의 빛을 거슬리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런 걸 느끼기 시작한 건, 자기도 언니하고 같은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로서 데뷔한지 조금 지나서였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멤버로서
일을 해내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어느샌가 리카 안에서
미카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겨나 있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엔 언니에게 면목이 없어서,
밤중에 침대에서 크게 울었다. 지나치게 울었던 탓인지
한밤중인데도 미카가 걱정이 되어서 보러 왔을 정도였다.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도 아니어서, 리카는 필사적으로 둘러댔다.
무서운 꿈을 봤다던가 하는 변명을 했다고 생각한다.
미카는 당연히 리카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고는
아침까지 옆에서 같이 자 주었다. 기뻤지만 슬펐던걸,
결국 지금까지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건 뉴 제네레이션즈와 러브라이카의
CD 데뷔가 결정이 난 다음 즈음이었다.
분명 선두를 빼앗겨서 신경질적인거구나, 하고
언니가 멋대로 착각하고 있었으니까 기억은 틀리지 않다. 
그 때부터 리카는 계속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기분이 나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건, 그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분 나쁨을 느끼고 있는 리카와
변함없이 여자아이의 미묘한 감정을 알지 못하는 프로듀서의 얘기.
뉴 제네레이션즈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에 위기를 둘러싼
일련의 소동이 일단락이 된, 바로 다음의 이야기이다.


아침에 느꼈던 두통은, 점심 즈음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악몽을 꾼 탓에 일어나는 컨디션 난조 같은 건, 그냥 그 정도다.
아침은 치히로로부터 영양 드링크를 사서
─급료에서 차감되는 시스템은 어떻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 
간단한 서류 정리만을 하며 보냈다. 낮이 되어
점심 식사를 할 즈음에는 그 꿈도 깨끗하게 머릿속에서 사라져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번에 데뷔시킬 유닛에 대한 것 뿐이었다.

손에 있는 기획서를 바라보면서, 이후의 프로모션 안건을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러브라이카와 뉴 제네레이션즈는 멤버 중에서도
비교적 어른스러운 부류다. 러브라이카는 말할 것도 없고,
뉴 제네레이션즈도 세 사람이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며 일을 해내고 있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남아있는 유닛은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하게 가지는 못할 것 같다. 특히 칸자키 란코를 데뷔시키는 건,
아무리 그라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란코의 특징적인 세계관을
전면적으로 어필한다고는 해도, 그 독특한 말투를 그대로
바깥으로 내보내도 되는가는 프로듀서 이전에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불안함이 있다. 임팩트 있고 좋지 않은가, 하는 건 이마니시의 의견이고
치히로에 이르러선 란코가 귀여우니까 괜찮아요, 라고 대단히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 "프로듀서 씨가 제대로 하면
괜찮을 거예요. 힘내 주세요. 자, 여기 드링크요." 하고 받은 드링크 값도
착실하게 급료에서 차감당했을 때의 씁쓸함은 아직 따지지 않았다.

실은 란코에 관해서, 조금 사이가 좋은 아이돌들에게 의견을 묻고 있었다.
데뷔는 아직 공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세한 건 덮어두었지만,
그녀의 고식 호러계 지식은 대단히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란코하고도 그 소녀는 사이가 좋은 모양이라, 몇 가지 말의
어드바이스를 받았다. 설마 "어둠에 삼켜져라!" 가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의미일 줄은, 그 누가 알겠는가.

그런 경험을 통해 생각하는 건 외부 의견을 듣는 것의 중요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란코 다음에 데뷔할 예정인 죠가사키 리카에 관해서는
적임자가 있었다. 그녀의 언니, 죠가사키 미카다.
동생이 있는 부서이기 때문인지, 미카는 빈번하게 프로젝트 룸에
얼굴을 내밀고 프로젝트 멤버들과 교류해주고 있었다.
탑 아이돌인 그녀와의 교류는 리카 이외의 멤버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는 모양으로, 특히 혼다 미오는 툭하면 미카를 언급하고 있다.

오늘은 미카에게 의견을 물으려고 생각했지만, 아직 시간이 낮.
대부분이 학생인 아이돌들은 프로덕션에 나와있지 않은 시간대다.
그녀들의 평일 일정이라고 하면 저녁 때까지는 학교 수업이 있고,
그 다음 아직 해가 높이 떠 있는 동안에 일을 하고, 경우에 따라
그 후에 레슨을 한다. 대학생인 닛타 미나미만큼은 강의에 맞추어
유동적인 구성이지만 낮에는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붕 뜨지 않도록 다른 멤버들과 시간을
가능한 한 맞추어 두고 있다.

오늘 미카의 일정은,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로부터 약속을 받아내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시계가 정확히 오후 3시를 가리킬 때까지
사무소에서 혼자, 각 방면의 전달 사항이나 기획서의 초안을 정리했다.

3시가 되자 그는 일단 컴퓨터의 전원을 내리고, 레슨실로 향했다.
이건 오히려 매일 하는 일과 같은 것으로, 그녀들이 학교가 끝나고 오기 전에
자신의 담당 아이돌들의 상태가 어떤지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아직 대부분의 멤버가 간단한 잡일과 레슨 뿐이기 때문에
그가 직접 레슨을 체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러브라이카와
뉴 제네레이션즈의 멤버들에게 붙어있는 것이 어려운 상황도 늘어나 있었다.
전원이 데뷔를 한다면, 현장은 둘째치고 레슨을 견학할 틈은 없겠지.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금만이라도 적극적으로 트레이너를 비롯한
스탭들과의 교류를 소중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그게
그녀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일말의 망설임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도망치지 않고 그녀들과 마주한다. 그건 그 날에,
중요한 것을 알려준 소녀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제대로 답을 찾기 위해 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죠가사키 리카는 중학생이다. 그 때문에, 다른 멤버들보다도 약간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빠르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사무소로 가는 데에는 나름 시간이 걸려서, 도착할 때 즈음엔
다른 사람들과도 합류 할 수가 있었다.

최근에는 친구들하고 방과 후에 놀 시간이 줄었다.
앞서 데뷔한 두 유닛의 성과가 좋아, 우리들의 순서가 가까워져
레슨이나 일의 양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마에카와 미쿠가 들떠있었다.
실제로 그런 모양으로, 레슨은 둘째치고 자그마한 활동이 늘어났다.
노출이 어떻다느니... 하고 프로듀서가 부장 아저씨하고 이야기하는 걸
그녀는 아카기 미리아하고 함께 몰래 듣고 있던 적도 있었다.

친구들과 놀 시간이 줄은 건, 단순히 쓸쓸했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까, 그걸로 상쇄가 된다.
특히 나이가 가까운 아카기 미리아하고 함께 있으면 즐겁고,
리카가 언니 취급받는 유일한 상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이 있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모로보시 키라리도 좋았다.
그녀는 키가 대단히 큰데도, 리카를 전혀 어린아이 취급하지 않는다.
미리아하고 같이 떠들고 있으면, 키라리는 한바탕 함께 놀아준다.
그 다음 살짝 주의를 해 주기 때문에 미카하고는 다른 의미로
언니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싫은 건, 이렇게 사무소에 가는 도중에 찾아오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휴일은 미카하고 같이 나오기 때문에 외롭지 않지만, 이렇게 혼자 있으면
어쩐지 쓸데없는 걸 잔뜩 생각하고 말아서 기분이 나빠진다.
데뷔는 아직인걸까, 언니처럼 될 수는 있는 걸까, 프로듀서는
아직도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등등.

혼잡한 거리를 그런 기분을 떠안고 걷고 있으면, 정말로
외톨이가 된 것 같아 달려서 도망치고 싶어진다.
멤버 중 누구라도 만난다면 금세 사라져버릴 이 기분은
이렇게 아무도 없을 때만 리카의 등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건 사춘기에 누구나 겪고 있었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다.
이게 고등학생이 되면 진로에 대해서, 대학생이면 취직에 대해서
사회인이면 승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변해가겠지만 아직
중학생인 리카에게 있어서 그 불안은 명확한 형태조차 갖추지 못했다.
마치 그림자처럼. 표정 없는 사람 그림자가 리카의 뒤에 붙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쭉 바라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쫓기는 건, 그저 무서웠다.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녀석은 그것만으로도 무섭다.


죠가사키 미카는 신데렐라 프로젝트 룸에 직접 방문해주었다.
그녀는 성실하게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프로젝트가 막 시작했을 땐
그렇게 하지도 않았을텐데, 최근에는 묘하게 여러가지를 신경써주는 모양이다.
아마도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멤버들도 프로로서 일거리가 많아졌기 때문에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그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죠가사키 양, 몸소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리카 상태도 신경이 쓰였고,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마. 아, 그래도 아무도 안 왔네?"

"이제 곧, 올 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고등학생인 미카 쪽이 중학생인 리카보다
빨리 도착하는 경우가 있는 건 단순히 학교 거리 상의 문제였다.
그녀는 아이돌 부서가 시작하기 전부터 모델로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올라갈 때부터 사무소에서 가까운 학교를 골랐다는 사정이 있었다.
그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근처 학교에 다니는 리카보다도 이동시간이 짧다.

그건 그것대로 상황이 좋았다.

"그래서, 할 얘기가 뭐야?"

그의 사무실로 안내받자마자 미카는 그렇게 말하고, 가만히 문 가까이에 섰다.

"죠가사키 양, 앉으시길."

"응, 땡큐."

그가 접객용 소파를 가리키자, 드디어 미카는 자리에 앉았다. 이것도 조금 변한 점이다.
예전의 미카라면, 딱히 사양하지 않고 소파에 먼저 앉고는 했다.
그런 걸로 그가 화를 낸 적도 없기 때문에, 주의를 준 적은 없다.
오히려 마실 차를 내어와야 좋을지 망설였을 정도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차는 됐어. 이거 다음에 레슨이고."

"...알겠습니다."

속내를 읽힌 것 같다. 최근에는 린에게마저 행동을 먼저 읽히는 편이라,
그것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그녀에게 생각을 읽히는 건,
석연치는 않지만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차를 내오는 걸 사양한
미카가 마음에 걸리면서도, 담당 프로듀서도 아닌 사람이 깊게 간섭하는 것도
꺼려져서, 그는 얼른 본래 목적을 마치고 그녀를 놓아주기로 했다.

그는 미카와 마주보는 자리에 앉고서, 말했다.

"346의 탑 아이돌 중 한 명인 죠가사키 양에게,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만."

"하?"

단도직입적으로 나온 그 태도에, 그녀는 정말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이상한 질문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은 그는, 무심코 평소 버릇을 꺼냈다.

"뭔가, 제가 이상한 말을 했습니까...?"

"아니, 갑자기 그런 걸 새삼 물어볼 줄은 몰랐으니까..."

미카는 곤란한 것처럼 쓴웃음을 지었다. 진정되지 않는다는 듯
손으로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그녀는 작게 말했다.

"게다가 나, 알잖아. 이 프로젝트 외부인인걸. 지나치게
멋대로 행동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거나 하니까."

말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은 그 모습은, 쓸쓸함이 그 원인이라고
그조차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그런 생각에 이르렀는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프로젝트 멤버하고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그건 마음 편한 일일 리가 없으니,
멤버들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일 것이다.

그 배려야말로, 그가 죠가사키 미카를 가장 신뢰하는 부분이었다.

"...확실히, 죠가사키 양은 외부인입니다."

"응..."

부정하지 않는 그 말에, 매정함을 느낀 것이겠지.
미카는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는 곧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저희들에게 필요한 존재입니다."

확실히 전달되도록, 그는 미카에게 그렇게 말했다. 놀란 듯이
고개를 든 미카의 얼굴은, 못 믿을 걸 보는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저는 부끄럽게도, 많은 잘못으로 많은 분들에게 폐를 끼쳤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는, 그를 바라보는 미카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러고보면 언젠가 눈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의
필요성을 설명했던 건 그녀가 아니었던가.
말주변이 부족한 자신이 또 실패하지 않도록,
그는 한 순간에 겪어 온 여러 일에 생각을 뻗쳤다.
린의 질책, 우즈키의 신뢰, 미오와 한 대화.
그런 것들로부터 배운 것을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나온 대답과 함께, 그는 계속해서 말해야만 한다.

"잘못이라고 하는 건, 분명 본인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일이 잔뜩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의 잘못은, 분명 혼자서는 눈치채지 못했다.
미오의 잘못은 우쭐해져 있었던 것.
고의는 아니었지만, 그건 다름아닌 그가 지적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잘못은 도망치고 있었던 것으로 그걸 혼낸 것은 린이었다.

잘못은, 본인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때로 크게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걸 망쳐버린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에는 많은 멤버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멤버가
하나가 되어있는 한,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일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 않은 광경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건,
하나로 뭉쳐있기 때문에 누구도 궤도를 수정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 또한 있다.

"그렇기에 죠가사키 양이 외부에서 지켜봐 주시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분명 멤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부장님이나
센카와 양도, 당신을 거슬리다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건, 그런 태도를 안 보였을 뿐..."

"아뇨."

그는 단언했다. 대답을 망설일 여지 따위는 없다.
오로지 확신만이 그의 마음 속에 있었다.

"죠가사키 양은 확실히 프로젝트의 외부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없는 존재가 되진 않습니다."

외부인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존재가 된다고 한다면,
분명 이 세계는 놀랄 정도로 좁아질 것이다. 현실은 반대다.
보이지 않는 작은, 혹은 큰 관계가 있고 그것들은 모두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안에 있는 사람들만의 연결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안과 밖의 연결이 또 하나의 거대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어쩌면 모두가 외부인이며, 누구도 외부인이 아닐지 모른다.

"당신이 외부인이라 하더라도... 아니, 죠가사키 양이
바깥 사람이기 때문에야말로 저희들에게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쭉 입을 다물고 있는 미카를 향해 그는 말을 계속했다.
예전 그였다면 말이 지나쳤나 하고 어느 부분에서 말을 잘랐을 것이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도, 그 때 카페에서 깨닫게 되었다.

"당신이 있어주셨기 때문에, 뉴 제네레이션즈는 큰 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당신의 부름이 있었기에 저는 잘못을 깨달을 기회를 얻었고요. 이외에도,
죠가사키 양의 말로 뭔가를 얻은 사람들이 분명 프로젝트 멤버에도 있을겁니다."

분명 신데렐라 프로젝트 멤버 중 누구에게 물어봐도 같은 말을 했겠지.
그게 마침 프로듀서인 그가 말할 타이밍이었을 뿐이다. 그는 그리 생각했다.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미카는,
천천히 힘 없이 움직여 책상 위에 엎어졌다.
뭔가 실패한 건가 싶어 그는 내심 초조해졌다.

"...고마워."

하지만 그래도 그의 말은 제대로 닿고 있던 모양이다. 엎드린 채 그렇게 말했다.
그 약간 우물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서, 그는 "네." 라고만 대답했다.
그녀의 새빨갛게 물든 귓가는 못 본 척을 하고 넘어간다.

잠시 그대로 서로 말이 없는 시간이 흘렀다. 미카는 연이어 여러 말을
듣고만 있었으니 아마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는 갑자기 열성적으로
떠들었던 것을 조금 부끄럽게 생각하면서도, 말하길 잘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분명 앞으로도 미카의 존재는 멤버들에게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5분 정도는 그러고 있었을까. 미카는 한 마디 "좋아!" 하고 말하고
튀어오르듯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를 재촉하는 일 없이 기다리던 그에게
부끄러워하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밝은 목소리로 그녀는 아주 약간만 제멋대로 굴어보았다.

"역시 마실 거, 받을 수 있어?"


리카에게 있어서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는, 사실 껄끄러운 부류의 사람이다.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주제에 그 흉악한 눈매와 체구에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등 뒤에 서 있기도 한다. 언젠가 프로젝트 룸에서
떠들고 있었을 때 말 없이 몰래 훔쳐듣고 있었을 때는 정말로 놀랐다.
그러면서 자신이 말하는 건 전혀 들어주질 않는다.
그렇게 노력해서 쓴 기획서마저 아직도 무시당하고 있다.

물론 그걸 명백하게 겉으로 드러낼 정도로 리카도 어리지는 않았다.
언니가 언제였던가 어른이 되고 싶으면 좀 더 조심하라고 말한 탓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프로듀서는 속내를 알 수 없어도, 폭력을 휘두르거나
오만하게 구는 사람은 아니었다.

무섭다기보다 정말로 껄끄러운 거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을 지 알 수가 없다.
이전번의 일들로 그도 여러가지 변한 것 같지만, 리카는 그 변화를 종잡기 어려웠다.
암담한 기분이 드는 건 사무소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못 만났기 때문이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멤버만 못 만난 게 아니라 얼굴을 아는 아이돌과도
한 사람조차 만나지 못했다. 시간대와 소속 아이돌 수만을 생각해봐도 꽤 드문 일이다.

혼자일 때 리카는 기분이 자주 가라앉고, 그리고 그 변화폭도 크다.
내려가지 않을 땐 안 내려가지만, 내려갈 때는 훅 하고 내려가버린다.
원래 기복이 심한 성격이란 것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마음가짐이
되어있지 않은 어린 나이에 의한 이중고라고 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오늘은 크게 내려가는 날이었다. 가능하면 프로젝트 룸에
미리아나 키라리가 있어주었음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프로젝트 룸의 문을 열자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상상할 수 있었던 것 중에서는 최악의 부류였다.

한숨과 함께 그녀는 걸어가 일단 가방을 책상 위에 집어던졌다.
조금 덥다. 슬슬 에어컨이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냉방 사용은
사무소에서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삼가라는 말이 있었다.
안즈처럼 소파에 뒹굴어버릴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 프로듀서가 있을
사무실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하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프로듀서의 목소리인 저음과 높은 여성의 목소리가 난다.
프로듀서 쪽은 제쳐두고, 상대방 여성은 릴랙스하고 있는 모양이라
웃는 소리도 들려왔다. 어쩌면 먼저 와 있던 다른 멤버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혼자 있어도 도리가 없기 때문에, 사무실에 얼굴을 내밀기로 했다.
프로듀서는 조금 껄끄럽지만, 거기에 다른 누가 있다면 문제 없는 정도다.

"어라, 리카?"

"언니?"

접객용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건 언니였다. 즐겁게 얘기하고 있던 건
그녀였던지 재밌는 걸 보는 듯 웃고 있었다. 반대편에 앉아있는 자신의
프로듀서는 곤란하다는 듯이 목덜미에 손을 대고 있었다.
최근에 리카도 안 것이지만 아무래도 버릇인 모양이었다.

"죠가사키 양, 어서오십시오."

성실하게도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했지만, 왠지 모르게 탐탁치가 않았다.
언니를 빼앗긴 것만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여기 올 때 들러붙어 온 그림자를, 프로듀서의 검은 정장에서 느낀다.
그에게서 시선을 끊고, 리카는 언니를 보았다.
그러자 미카는 조금 안 쪽으로 이동해주었다. 그게 기뻐서
그대로 뛰어들듯이 언니의 옆에 앉았다.

"언니가 있는 건 간만이네. 학교는?"

"약간 일찍 끝난 거야. 너보다 여기서 가깝고─ 그보다 리카,
제대로 인사 정도는 해."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동작으로 말하는 미카에게, 리카는 점점 더 울컥한다.
모처럼 언니하고 만나서 기뻤는데, 어쩐지 아직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다.

"싫어. 괜찮잖아, 프로듀서니까."

그래서 기분이 상한 리카는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저도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그녀도 그걸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 돼. 이런 건 말야, 평소 행실로 정해진다구."

한 번 토라진 리카는 언니 말이라고 해도 쉽게 들어줄 마음이 없어,
그대로 언니한테서도 시선을 끊고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걸 본 미카는 명백히 한숨을 쉬며 프로듀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있지, 예의는 제대로 가르치란 건 프로듀서들 사이엔 상식이라 들었는데?"

"그건... 그렇습니다만."

애매한 태도가 미카는 불만인 것 같았다.

"하아...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좀 더 제대로 해야지. 리카도."

알게 모르게 언니는 묘하게 프로듀서한테 친근했다. 갑자기 라이브 이야기를
타진하러 간다던가, 예전부터 상당히 사이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오늘은 쓸데없이 더 그렇게 느낀다.

쉽게 말해서 미카는 꽤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최근에는 기운이 없는 것 같다 생각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카의 기분이 좋은 것과 대조적으로 리카의 기분은 계속 나빠지기만 한다.
학교에서부터 계속 의미를 알 수 없는 우울과 언니하고 만나서 올랐던 기분이
한 번에 내려간 탓에, 네거티브한 연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슴 속이 울컥거리는 이물질로 가득하다.

"죠가사키 양."

"어느 쪽인지 몰라, 그렇게 부르면."

"...리카 양."

미카한테 한 소리 들은 탓인지, 프로듀서는 리카 쪽으로 조금 몸을 내밀고 말했다.
리카는 곁눈질로 프로듀서를 보자, 여전히 뭘 생각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보였다.

"언니 분이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이 업계는 신용이 뭣보다 중요하지요.
저 한 사람에게는 상관없습니다만, 앞으로 데뷔해 일을 해 가면서 인사는
가장 처음으로 신용이 시험받는 순간입니다. ...때문에 그, 앞으로는 조금
신경을 써 주셔야 하지 않을는지."

"알고 있어."

울컥거리는 게 머리까지 올라오는 착각을 느끼면서, 리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알고 있네요, 그러니까 이 얘기는 끝내─
라고 말하는 듯 리카는 다시 프로듀서를 시야에서 쫓아냈다.

"모르잖아."

하지만 미카는 혼내듯 그렇게 말했다. 리카로서는 드물게,
언니의 시선이 기분이 나빠 도망쳐 버린다.

"아는걸."

"모르겠지."

"안다니까!"

갑자기 발발한 자매 싸움에, 반대편에 있던 프로듀서가 당황하는 걸
두 사람도 알아챘지만 리카도 미카도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모르니까 지금 이런 태도 아냐."

외치는 리카하고는 대조적으로 냉정한 미카의 목소리가, 더욱 그녀를 짜증나게 했다.
프로듀서는 어쨌든 언니에게 이런 식으로 혼나는 게 싫어서,
리카는 도망쳐버리고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기다... 리카!"

그다지 들을 일 없는, 미카의 화난 목소리를 듣고 리카가 움츠러들었다.
이랬던 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는 게 아니어서, 머리 끝까지 올라와있던 울컥거리는 이물질이
뜨거운 무언가로 변해서 눈가에서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여기 봐, 리카. 제대로 프로듀서한테 사과해."

"싫어."

"리카...!"

"싫다면, 싫은 거야! 언니하곤 관계없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무심코 그녀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외쳐버렸다.
이번에는 미카도 상당히 참아야 했는지, 벌레라도 씹은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만두십시오!"

거기에 다시 말을 돌려주려던 미카를 멈추려는 듯, 프로듀서가 대신 큰소리를 냈다.
놀란 것은 리카뿐만이 아니라, 미카 또한 믿을 수 없는 걸 본 듯한 눈으로
항상 과묵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거한을 보고 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냐. 미안해, 내가 좀 지나쳤어."

목소리를 높인 프로듀서를 향해 미카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미카 쪽은 한순간이지만 머리에 쏠렸던 피가, 금방 내려간 모양이다.
하지만 리카 쪽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이 타이밍에는 역효과일 정도였다.

어째서 정말 좋아하는 언니는 자신에 대해 알아주지 않고,
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남자가 하는 말을 듣는 걸까. 이런 녀석보다,
내 쪽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 주고 있을 거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죠가사키... 리카 양."

그런 리카의 마음을 눈치챌 리 없는 프로듀서는 천천히 리카의 이름을 부른다.

"갑자기 혼나서, 혼란스러운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인사는
업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일어선 채로 다시 앉지 못하는 리카에게, 앉은 그대로인 프로듀서는
끈기 있게 설득해 나간다. 리카와 프로듀서의 키 차이라면 꽤 시선이 가깝다.

"이쪽이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걸 알게 하는 첫 걸음이, 인사입니다."

리카의 시야는 지금이라도 흘러넘칠듯한 눈물로 번져있었다.
언니가 자기를 봐주지 않아서 슬픈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는 프로듀서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건지, 자기가 너무나 형편없어서 부끄러운 것인지.
그것들이 서로 섞여서, 프로듀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 기분 나쁜 그림자가 튀어나온다.

"프로듀서, 좋은 말 하는걸."

제 상태를 되찾은 미카가, 어쩐지 기쁜 듯이 말했다.
엉망진창이 된 시야 속에서 프로듀서가 평소 버릇대로
목덜미에 손을 대고 있는 것만을 알 수가 있었다.

검은 덩어리가, 퍼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인사를 하지 않으면, 상대에겐 자신이 무얼 생각하는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림자 녀석이, 뭔가를 말했다.

"그쪽이야말로..."

"리카?"

"그쪽이 더, 뭘 생각하는 지 모르겠어!!"

감정에 맡기고 외치자, 양 눈에서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그런 꼴을 언니에게도 프로듀서에게도 보이기 싫어서,
서둘러 손으로 그걸 닦아낸다. 폐에서 공기가 마치 역류하듯
목까지 차오르는 것도 싫어서, 억지로 전부 삼켜버렸다.

눈물을 닦고 시야가 되돌아오자, 리카는 프로듀서 쪽을 보았다.
분명 화내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리카도 그 정도는 알지만,
화를 내면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가자 생각할 정도로 뻔뻔해져 있다.

"어...?"

하지만 그런 마음도 금세 사라졌다.
곁에 있는 미카도 놀란 표정인 채 굳어져 있다.

"...윽."

프로듀서는 화내고 있지 않았다. 놀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해서 큰소리가 났다고 곤혹스러워하는 얼굴도 아니었다.

단지 무언가 아픔을 견디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방금 전 리카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눌러죽이는 듯한 표정이다.

"아..."

그걸 보고 리카 쪽도 단숨에 냉정을 되찾았다.
수습하기에는 한참 늦어버린 것 같아서, 두려움이
그녀를 폭주 상태에서 잡아끌어 내려, 점점 잠겨간다.

"왜, 왜 그래. 프로듀서..."

"...아, 아뇨."

"...!!"

미카가 프로듀서를 신경씀과 동시에, 리카는 뒤를 돌아 달려나갔다.
뒤에서 리카를 부르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걸 들을 리도 없는 그녀는 사무실 문을 열고
빡으로 튀어나갔다. 프로젝트 룸 안에도 있기가 싫어. 그러니,
아예 밖을 향해서 달렸다.

"와왓!?"

"리카?"

그 때 마침 찾아온 우즈키와 린에게 부딪혔다. 우즈키 쪽을 약간
밀친 것 같지만, 신경 쓰고 있을 틈도 없었다. 그대로 달렸다.
나쁜 짓을 해버렸지만 인정하기가 싫었다. 혼나기 싫었다.

어린아이의 감정 그대로, 리카는 도망쳤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그런 불의의 습격을 설마 오늘,
자신의 담당 아이돌로부터 들을 줄은 추호도 생각지 못했다.
말 그대로 급소를 찔렸다. 마침 떠올린 트라우마가 꿈에 나온 그 날,
한 가운데 직구로 그 말을 던질 줄은, 도대체 누가 예상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백짓장이 되어, 곧바로 리카를 붙잡지 못했던 것은
그저 면목 없을 뿐이었다. 리카를 향해 뻗은 손을 되돌리지 못하고
그는 엉거주춤해 있었다. 반대편의 미카도 비슷한 자세로 굳어있다.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

사무실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까 일로 열려서 닫히지 않은 문으로 들어온 건 린과 우즈키였다.

"저기, 리카 쨩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간 것 같은데요..."

우즈키의 걱정섞인 목소리에 몸의 긴장이 풀려,
그는 소파에 깊숙히 몸을 기댔다.

"무슨 일 있었어?"

"아뇨... 그게, 제가 뭔가, 죠가사키 양을 화나게 했나 봅니다."

"프로듀서 씨가?"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

"아냐, 당신 탓이 아냐."

그가 죄송하다는 듯이 그리 말하자, 미카가 곧바로 부정해주었다.
그녀도 지친 것처럼 소파에 깊게 등을 기대었다.

"어쩐지 최근, 약간 기분이 다운되어있던 것 같아.
자기보다 먼저 데뷔한 애가 있거나, 그 여러 이유로
예민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러 이유로, 부분에서 린이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미카도, 알고 있어도 그걸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 린이 말했다.

"그럼, 쫓아가야지."

"마, 맞아요! 아, 그래도 어디로 간 걸까요?"

"아마, 옥상이 아닐까. 그 애는 단순하니까, 바로 위로 가버리고."

미카의 말을 듣고 그는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무소 밖으로 나갔다면 찾을 방법이 없다.

"뒤쫓아 가겠습니다."

짧게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어섰다.

"아, 그럼 나도..."

"아뇨, 죠가사키 양은 레슨이 있지 않습니까."

"아..."

그 말을 들을 때까지 정말 눈치채지 못했는지,
미카는 당황해서 시계를 보았다. "와, 위험한데."
하고 작게 중얼거리고 그녀는 가방을 멨다.
멘 건 좋지만, 그대로 멈추어서 있었다.
가방을 바라보며 그에게 시선을 맞추지 않고
몇 초간의 침묵 끝에 툭 던지듯 말했다.

"나는, 외부인이니까."

무언가를 참는 듯,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리카도 이제 중학생이고, 지금은 내 동생이라기보다
프로젝트의 일원. 그러니까..."

천천히 돌아서 프로듀서 쪽을 보며, 망설이듯 그에게 말한다.
평소엔 자신으로 넘치는 그 눈동자가, 마치 매달리듯
하지만 올곧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있지, 맡겨도 돼?"

"네. 반드시, 데려오겠습니다."

주저하는 일 없이, 그는 그렇게 답했다.
머릿속에도 마음속에도 망설임 따위 없었다.

"...당신, 조금 변했는걸."

"아뇨...아직,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망설여버렸다. 변했다고 말한들, 별로 실감은 없다.
우즈키와 린을 보았다. 둘 다, 어째서 자신들에게 시선이 왔는지
그다지 알지 못하는 모양이라,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는 생각한 그대로를 말했다.

"변하고 싶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니의 예상대로, 리카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달려, 옥상에 와 있었다.
거기에는 자주 란코가 시간을 때우는 분수가 있다.
다행히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단지 붉은색을 띄기 시작한
하늘이 있을 뿐이었다. 이제 곧 저녁이다. 서쪽 하늘로 저물어가는
태양이 있고, 구름 위가 붉은 융단이라도 깐 듯 물들어 있었다.
아예 저기에 타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없지만, 분수는 란코의 특별 좌석 같은 느낌이 들어
리카는 그쪽으로 가지 않고 울타리가 있는 쪽으로 걸아갔다.
막다른 골목으로 헤매는 마음을 속이고 싶어서,
넓은 장소를 찾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울타리 틈으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자, 왠지 여러가지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려온 탓에 마음이 진정된 걸지도 모른다.
누가 가장 바보냐고 묻는다면 틀림 없이 자신이었다.
이렇게 혼자서 진정하자 이제서야 그런 후회가 몰려온다.
그리고 그대로 짓눌려버릴 것 같으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싫은 거다.

그렇다고해서 태연하게 놀아갈 정도로 리카는 철면피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렇게 말한 건 전부 사실이다.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프로듀서는, 쭉 껄끄러웠다. 상처입혔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죄악감은 있어도 그걸 부정하는 건 할 수 없었다.

언니에게 사과하고 싶어. 하지만, 프로듀서하고는 만나기 싫어.
그런 마음 때문에 리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죠가사키 양."

"...윽!"

그런데도,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리카의 어깨가 움찔했다. 프로듀서는 그대로 등 뒤에서 리카에게
말을 걸어왔다. 목소리에선 무언가, 속을 떠보려는 듯한
떳떳하지 못함이 느껴졌다.

"죠가사키 양... 돌아갑시다."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져, 리카는 얼른 돌아보았다.
망설이는 듯 하지만 똑바로 이쪽을 바라보는 눈과 시선이 맞는다.
약간 그 눈매에 겁을 먹긴 했지만, 리카는 확실하게 말했다.

"싫어. 오지 마."

거기서 프로듀서의 걸음이 딱 멈추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 입이 굳게 묶여, 참는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목표를 잃은 그 오른손이 덜렁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보폭이라면 리카가 있는 곳으로부터 5초 정도 걸리는 지점일까.
그게 지금의 리카와 프로듀서의 거리였다.

이러고 있자, 프로듀서가 생각하고 있는 게 약간을 알 수 있었다.
터무니없이 성실한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분명 리카를
데리고 돌아가려고 생각해서 고민하고 있는 거겠지.
언니가 시킨 걸까. 아니면 프로젝트에 지장이 생겨서일까.
그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움직일 사람도 아니라고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메워지지 않는 것이 5초의 거리였다.

"미안해, 프로듀서."

그럼에도 리카는 고개를 숙였다.
메워지지는 않지만 사과해야 할 건 자신이었다.

"...저."

갑자기 사과를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건지, 프로듀서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것만을 말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알고 있어. 프로듀서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는걸."

냉정을 되찾고서 깨달은 것은, 아니─ 납득한 것은 그거였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그 한 마디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보기 흉한 자존심이 있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뭘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단 건 진짜."

"......"

이번엔 표정이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긴장한 듯,
표정이 딱딱했다. 그것도 잘 알 수 없어서, 정말 떨 것 같았다.

"쭉 생각했었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서도 데뷔시켜주지 않고.
먼저 다른 사람들을 내보내고. 언니하고는 사이가 좋고.
어째서,... 어째서인지 전혀 모르겠어."

솔직히 말하자, 참았던 게 터지듯 불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고집이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

"미안해."

하지만 어쨌든 사과해 둬야겠지. 납득하지 못하는 마음 그대로,
단순한 의무감으로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아뇨,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듀서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놀라서 그를 바라보자,
아직도 긴장한 것처럼 얼굴이 경직된 채였다.
그럼에도 한 발자국, 그는 다가와 거리를 좁혔다.

"저는 여러분이 아시는대로, 그다지 여러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능숙하지 못합니다."

"...응."

"그... 면목이 없습니다만, 그 중에서 죠가사키 양과는 제일
어울리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에..."

리카가 놀란 것은 그도 자신을 껄끄러워하고 있었단 것이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알게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었고, 그런 것보다
그가 그런 말을 직접 본인 앞에서 말한 쪽이 놀라웠다.

"면목없는 참에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예전에
첫사랑 상대에게 차인 적이 있습니다."

"뭐...하아?"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람.
그야 프로듀서도 리카보다 한참 어른이다. 언제적 얘긴지는 몰라도
반하고 차였다는 이야기 하나 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말하는 의도가 정말로 알 수 없었다.
무심코 어깨의 힘을 빼고 어이없어 하는 리카를 보고
프로듀서는 또다시 한 발자국 거리를 좁혔다.

"중학교 시절의 얘기입니다. 한참 옛날이어서, 이제는 거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만, 죠가사키 양과 분위기가 닮았던 것 같습니다."

"나하고...?"

"네. 외모라기보다, 건강하고 밝고, 누구하고도 사이좋게 떠드는...
그런 분위기가 닮았던 것 같군요."

"프, 프로듀서, 무슨 의미야?"

왠지 토라져있던 것과 프로듀서를 무서워하고 있던 게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히 그렇게 물어보았다.
페이스가 흐트러져 버린다.

"그러니까, 그, 죠가사키 양이 했던 말씀과
똑같은 말을 그녀도 했었습니다."

"그 말은..."

"네. '당신은, 뭘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혼란스러워 하는 머릿속에도 그 말은 쉽게 들어왔다.
악독하게도, 아무래도 자신은 프로듀서의 트라우마를
정확하게 파고들고 있었다는 걸 리카는 겨우 깨달았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첫사랑 상대에게 차였을 때
들었던 말을 똑같이 듣게 되면, 누구라도 굳어버리겠지.

"저기...미안해."

그러니까 트라우마를 자극한 것에 대해선 사과했다.
그것조차도 프로듀서는 고개를 저어 부정한다.

"아뇨. 잘못한 건 접니다. 그 때부터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고민도 마음도,
무엇도 알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프로듀서는 이번에는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니다.
리카의 고민이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것에 대해
그는 후회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신은 어쨌든, 리카를 슬프게 하고 쓸쓸하게 한 것을
그는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어째서 그가 이렇게 자신을 위해
고민해 주고 있는 지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제멋대로 굴었던 자신에게.
그러니까, 무심코, 물어보았다.

"어째서 울고 있어?"

"...아뇨, 울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 왜 괴로워 보여?"

"분명, 죠가사키 양을 힘들게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뭘 생각하는지, 알겠어?"

"죄송, 합니다..."

리카의 질문에 프로듀서는 바보같이 정직하게 대답해주었다.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도 그는 대답해주었다.

바보는 누구인걸까. 리카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눈 앞에 있는 프로듀서일지도 모른다. 좀 더 그는
화를 내도 좋을텐데,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마저 짊어지고
괴로워하고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쭉 자신을 상처입히고 있다. 그렇지 않은데─하고
리카는 자연스레 생각했다.

"죠가사키 양...?"

"왜, 불러...?"

"어째서 울고계십니까?"

"울고있지, 않아."

"...그럼 어째서, 괴로워보이십니까?"

"분명 프로듀서가, 힘든 것 같아서."

"죠가사키 양은 알 수 있습니까...?"

"알 수가 없잖아... 프로듀서가 생각하는 건."

프로듀서의 질문에 리카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바보는 자신이겠지. 리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혼이 나야한다. 상처입는 것을 모르고도
타인을, 그것도 리카같은 고집쟁이 아이를
신경 써주고 있는 사람을 더욱 상처입혀버렸다.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상한 말을 하며.

알고 있는 건 잔뜩 있었으면서.

기획서를 가지고 갔을 때는, 난처해했다.
미쿠를 설득했을 때는 열심이었다.
미오와 린이 없어질 것 같았을 때, 그는 곤란해했다.
뉴 제네레이션즈를 데리고 돌아오겠다고 말했을 때는
정말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서, 처음으로
그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같이 계단을 올라가자고
말했을 때는, 상냥하게마저 보였다.

그의 마음을 전부, 리카가 읽어내고 있던 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 마음을 왠지 모르게 이해했던 때도 있었다고,
이제서야 깨달았다. 미카하고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을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언니와 리카처럼 다소의 싸움이 있어도 많은 말 없이
여러가지를 읽어낼 수 있는 관계는 멋진 것이다.
그래서 리카는 무의식적으로, 그것과 같은 레벨의
의사소통을 모두에게 원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도,
리카의 주변에서 그 문제가 드러나는 일은 없었다.

단지 한 사람, 어떻게든 마주해야만 하는
사람이 서투른 프로듀서만이 꽝을 뽑아버렸다.
언니와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고 있던 것이다.
프로듀서는 아무 것도 몰라. 언니라면 알아줬어.

이전부터 느끼고 있던 언니의 눈부심은, 그런 것이었다고
리카는 이제서야 이해한다. 언니의 눈부심을 거슬리게
여기고 있었던 게 아니다. 미카하고 프로듀서와 비교해서
자기가 멋대로 프로듀서에게 실망하고 있었을 뿐이다.
알아주지 않는 게 어째서인지 이해하지 않고
상대방 탓으로 돌리며 기분 나빠하고 있었을 뿐.

사람은 그리 쉽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하고 생각해서, 상대방을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소중한 것이었다.

그걸 이해하려 하지 않는 자신이 나쁘다.
그야 적어도 프로듀서는 그 일련의 소동 후에는
적어도 멤버 전원에게 다가가려고 해 주었으니까.

"미안해."

드디어, 리카는 솔직하게 마음에서 우러난 사과를 했다.
그 사과의 의미를 받아들인 건지, 프로듀서는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이걸로 이제, 거의 2초만큼의 거리다.

"저야말로... 죠가사키 양을 슬프게 했습니다."

"아냐. 프로듀서는 쭉 나를 생각해줬으니까."

"하지만, 답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고려해준 게 기쁘다고, 생각해."

지금 가슴으로 뛰어든 감정은, 아까까지의 답답함과는 달랐다.
그것들은 마음 한 구석으로 사라져, 꾹 하고 강하지만
기분 좋은 애절함이 그녀의 마음에 생기기 시작했다.
그걸 알지 못하고, 아직 프로듀서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런, 걸까요."

"응. 알지 못해도, 알려고 해준다는 건 이렇게
기쁘다는 걸, 처음 알았어."

직접 말로 하자, 싹 하고 마지막 답답함도 사라져갔다.
노을에 물든 오렌지색의 빛이 주변을 비추고 있는 것을,
이제서야 실감했다. 그 속에서 프로듀서가 안심한 듯 웃고 있었다.

 

알지 못해도, 알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그 한마디가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가볍게 해 준 걸까.
분명 눈 앞의 소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리카는 이미 울지 않고 있었다. 붉게 물든 저녁 하늘을 등지고,
조금 비슷하게 빨갛게 부은 눈을 이쪽으로 향하고, 웃고 있다.
살짝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럼, 앞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리카의 말에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응."하고 그녀도 웃어주었다.
시계를 본다. 마침 시곗바늘이 움직인 순간이었다. 그러고보니,
리카도 오늘 레슨이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프로젝트 룸을
나오기 전에 우즈키 쪽에 말해둘 것을 부탁했으니,
트레이너가 찾는 일은 없겠지만 되도록 빨리 돌아가는 편이 좋다.

"그럼, 갑시다. 죠가사키 양."

"네ㅡ에. 프로듀서... 풋, ...아하하."

"...뭔가요?"

"뭔가, 생각해보니, 웃겨서..."

"하, 하아...?"

갑자기 배를 감싸고 웃기 시작한 리카를 보고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바로, 말 그대로 영문 모를 여자아이의 기분과 직면해버렸다.

"갑자기 자기 첫사랑 얘기라니, 프로듀서도
불쌍한 남자였구나 싶어서...!"

"아아..."

돌이켜보니 부끄러워진다. 어쨌든 리카의 혼란을 다른 혼란으로
덮어쓰려는 속셈으로 꺼낸 것이지만, 확실히 이상한 얘기이긴 하다.

"죄송합니다.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싫─어."

"죠가사키 양..."

"아, 맞다!"

목덜미에 손을 대는 버릇을 꺼내는 그를 내버려두고,
리카는 멋대로 착착 나아갔다. 그건 평소에 다른 멤버와
같이 있을 때의 리카 그대로라, 이미 완전히 부활한 것 같았다.
그는 너무 빠른 전개에 따라 갈 수 없었다.

"있지, 프로듀서. 답례하게 해 줘! 민폐 끼쳤으니까!"

"답례... 입니까?"

"응. 내가, 프로듀서의 동급생이 되어줄게."

"도, 동급생?"

"응!"

힘찬 미소로 대답을 받아도, 그는 전혀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답례는 둘째치고 동급생이 되어주는 것이 답례가 되는지도
불명이고, 애초에 무슨 상황인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녀하고는 열 살 이상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데.

"그 프로듀서를 찬 여자아이 탓에 프로듀서는
여자아이의 마음을 모르게 됐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가 연습상대가 되어주려고."

"연습상대...인가요."

"그래. 그걸로 사이좋게 떠들 수 있게 되면, 좀 더
여러가지를 알 수 있는걸! 게다가 나는 닮았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 아이를 내가 잊어버리게 해 줄테니까!"

미소로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는 리카를 향해,
이번에야말로 그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아마
이상한 생각은 하나도 없는 상태로 말하는 거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장래가 불안하다.

"아, 그러면 프로듀서는 조금 딱딱할지도... 음─
이름을 부르는 건 역시 조금... 군 붙이기... 별명도 좋고...
프로듀서 군..."

그를 두고 리카는 멀리 멀리 달려간다.
그러자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손가락을 세우고 확 고개를 들었다.

"P군!"

"피ㅡ 군?"

"응. 프로듀서는 영어로... 잊어버렸지만 P가 붙잖아? 그러니까 P군!"

"하, 하아..."

별명 같다는 건 그도 알 수 있었다. 알 수 있었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다. 곤혹스러움이 훨씬 더 컸다.

"나를 리카라고 불러도 O-K야."

"...죠가사키 양. 레슨으로 돌아갑시다."

"에─ P군 놀 줄 모르네─"

아까까지의 어른스러움은 어디로 갔는지.
방금 전 했던 대화들은 없었던 것처럼 리카는 가볍게 말했다.
어쩌면 그녀 나름대로 노력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럼 갈까. 언니한테도 사과해야지."

"네."

"기다려 봐."

리카는 그렇게 말하고, 한 번 심호흡을 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인가 하고 그가 가만히 서서 보고 있자,
리카는 깊게 무릎을 굽히고, 그대로 단숨에 이쪽을 향해 뛰었다.

금빛의 긴 머리칼이 노을진 하늘에서 헤엄친다.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인데도 그 머리카락의 아름다움만을,
뇌가 몇 초로 시간을 늘려서 그에게 새겨간다.

통, 하고 신발 소리와 함께 리카가 착지했다.
아까 메워지지 못한 2초만큼의 거리를
리카는 너무나도 간단히 경쾌하게 뛰어넘어 보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P군."

"네. 힘냅시다."

"응, P군하고... 모두하고 다 같이 라이브 하자."

"그래야죠."

"다 같이 일하고 싶어."

"네."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싶어."

"물론입니다. 반드시, 그런 곳으로 데려가겠습니다."

"응. ...믿고 싶으니까, 나를 꼭 제대로 봐줘야 돼."

그의 눈 앞에서, 석양을 등진 소녀는 그렇게 말했다.
담담하게 펼쳐지는 오렌지빛 풍경 속에서,
보석 같은 머리카락과 미소가 그의 앞에 있었다.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눈동자의 깊은 곳을 보며,
그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7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