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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벌 -4- (백합 - 카코, 호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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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9, 2015 21:21에 작성됨.

넷,


 화창한 봄 햇살에 웃으며, 호타루는 얇은 가디건을 벗고 팔에 걸었다. 팔에는 이미 블레이저 코트가 걸려있다. 짊어지고 있는 가방은 학교용 가방이고, 손에 들고 가방은 다른 용도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 이런 시간이면 이미 거리는 어둠에 잠겨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은 따뜻해진 바깥 공기가 조금이지만 물기를 머금고 있고, 새로운 계절의 예감과 함께 호타루를 감싸고 있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교정에 있는 벚꽃이나 다른 꽃이 한창 피는 이 계절을, 이렇게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던 것은 처음이었다.
 주차장 청소를 하고 있는 완전히 낯이 익은 관리인에게 인사를 하고, 맨션에 있는 계단을 오른다. 전선에 나란히 앉아 있는 새들의 지저귐을 BGM으로, 꾸준히 힐을 울리면서, 평소 문 앞으로 향한다.
 초인종을 누른다. 바로 문이 열리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마중을 나와 준다.

「어서와, 호타루짱」

「네. 다녀왔습니다, 카코씨」

 ――자러 올 때는, 실례합니다, 그렇게 말해주지 말고 이렇게 말해줘, 라고 카코가 부탁한 이 한 마디도, 겨우 익숙해질 것 같다.
 카코가 호타루를 껴안으면서 문을 닫는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에 숨기듯이 키스를 한다. 호타루도 이제는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카코에게 다가가고는 한다.

「오늘은 교복이네」

「네. 행사가 있어서……그러고 보니, 교복을 보여드리는 건 처음이었나요?」

 중학교는 평소에는 저지를 입고 다니고, 특별할 때만 교복을 입는다. 고등학교에 가면 언제나 교복을 입는 것 같지만, 중학교 교복이라는 것은 의외로 사람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없다.

「그렇네. 후후, 정말 귀여워」

속삭이는 듯한 카코의 목소리에, 호타루는 부끄러워져서 머뭇머뭇한다.

「자, 들어와. 오늘도 자고 갈 거지?」

「아, 네…… 신세질게요」

 봄방학을 계기로, 호타루는 카코네 집에서 자주 묵게 되었다. 첫 데이트 때 가지 못했던 장소도 이미 모두 갔고, 지금까지 이상으로 서로에게 깊이 파고든 이야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둘이서 조용히 보내기만 시간도 많았다. 어느 쪽이 먼저 돌아올지 모를 때도 많아서 카코는 호타루에게 예비 열쇠를 주었기에, 호타루가 카코를 이 집에서 맞아준 적도 몇 번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같은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있는 사무원과 아이돌로, 나이 차이도 있기에, 이런 저런 이유로 신세를 지고 있다. 같은 애매한 설명만으로도 별로 의심받을 일은 없다. 호타루가 외박을 한다고 들었을 때 과장할 정도로 걱정했었던 호타루의 부모님들도, 같은 프로덕션에서 사이가 좋은 언니, 라고 말하자 납득해 주었다. 둘이 카코의 방에서 연인으로서의 시간을 지내고 있는 것--하물며 그 사이가 어디까지 진전한 것도, 아무도 알지 못한다.
 중학생의 몸으로는 아직 이른 경험을 했다, 라는 생각을 하며 호타루는 거실 구석에 짐을 내렸다. 카코는 부엌에서 코코아를 타고 있다. 계절을 생각하면 따뜻한 것을 마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게 되지만, 역시 이곳에 오면, 달고 따뜻한 음료를 먹고 싶어진다. 어쩌면 일종의 의식일지도 모른다.
 카운터 저 편에서 보이는 카코는 은은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단순히 기쁘다 즐겁다, 그런 것이 아니라, 좀 더 복잡하고 투명한 감정일 것이라 호타루는 생각했다.
 몇 분 후, 같은 컵을 들고 카코가 돌아온다. 익숙한 향기를 가득 들이 마시고 나서, 호타루는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신다. ――최근에는 집에서도 코코아를 타서 마시기도 하지만, 카코가 타주는 달콤함이 나오지가 않는다. 무슨 조미료가 아니라면, 카코의 숨은 재주 중 하나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일은 어땠어?」

 팔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으며 카코가 물었다. 호타루는 쓴 웃음을 지으며 컵을 테이블에 둔다.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이야기해야 할까, 불행이 있었는지 어떠했는지를 이야기 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둘 다 말하기로 했다.

「애프터 레코딩 자체는, 제대로 된 거 같아요……단지, 첫 영상이 나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려서, 그리고 기재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또, 스탭 중에, 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호타루에 대해서 알고 있다, 라는 것은, 물론 그것만의 의미는 아니다. 전에 소속되어 있었던 프로덕션이 도산한지 1년이나 지났지만, 그 정도 지나면 소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호타루에 대해 대강 들었을 것이다.

「수고했어, 호타루짱. 노력했네」

 카코가 호타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 시간을 생각하면 어떤 불행도 견딜 수 있다고, 호타루는 진심으로 생각한다. 카코는 언제나 여신 같이, 모든 사람들을 상냥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지만, 이렇게 둘만 있을 때는, 그런 그녀를 독점할 수 있다. 그녀의, 연인으로서.
 물론 불행이 있을 때마다 카코를 만나지는 않는다. 전화를 할 때도 있고 메일을 보낼 때도 있다. 그럼에도 카코가 자신을 생각해 주고 있다, 라고 실감할 때마다, 호타루는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 날 생긴 일 때문에 생긴 상처만이 아니고, 좀더 깊고, 영혼에 달라붙어, 이미 옛날에 포기했었던 상처까지도.

「카코씨—언제나 운이 좋은 카코씨가 볼 때, 언제나 불운한 저는, 어떻게 보이나요?」

「어떻게, 라 ……」

 한 번은 물어 보고 싶었던 것이, 호타루의 입술에서 나왔다. 질문은 갑작스러웠지만, 카코는 눈을 감고 조금 생각하더니, 다시 한 번 호박색 눈으로 호타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불행은, 누구라도 있지 않아? 나조차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불행을 느꼈던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 호타루짱은, 그것이 다른 사람 보다 많은 것은,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호타루짱이라는 여자아이에 대해 생각하자면, 그다지 관계가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

「호타루짱이 다친다면, 나는 옆에서, 지지해 주고 싶다. 웃는 얼굴로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불행이 이유이든, 다른 이유이든, 같아」

  마치 당연한 말을 하듯이 말하고 있는 카코를 호타루는 멍하니 바라 보았다. 정말로 이 사람에게는 놀랄 뿐이다. 시라기쿠 호타루와 불행을 별개로 생각하다니 친부모조차 할 수 없는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천천히 카코가 호타루를 껴안았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살짝 비명을 질러 버렸다 호타루의 목덜미에, 카코가 뺨을 댄다. 뺨 뿐이라면 아직 괜찮지만, 조만간 입술에도 닿을 테니, 호타루는 당황해 하면서 카코에게 말했다.

「카, 카코씨」

「응―?」

「…………원하시, 나요?」

「원해」

 쇄골 높이에서 올려다 보는 카코는 바로 조금 전이 거짓말인 것처럼 아이 같아 보였고, 그 눈동자는 연상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호타루가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그것을 승낙이라고 생각했는지, 카코는 호타루를 밀어 넘어뜨렸다.

「아, 잠깐만요, 목욕, 적어도 목욕하고 나서 해요」

「그래? 그럼, 힘껏 참아 볼게」

카코도 아이돌이니까,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를 즉흥적으로 만드는 것도 능숙하다.

「밥이라도 차릴까나」

「아, 네」

 카코가 소파에서 일어섰고, 호타루도 일어섰다. 저녁밥을 만들 때는 둘이서, 그것이 약속이었다.



라디오 방송국 작은 라운지, 폭신폭신한 의자에 앉은 채, 호타루는 창문 너머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는 끝났지만 저지 차림으로 직장에 가는 것은 아무래도 싫어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블레이저 코트가 필요 없는 기온이었지만 일단 가져온 것이 정답이었다. 실내는 약간 춥다.

「……?」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보고, 호타루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오늘은 라디오 수록이 있어, 진행자인 여성분과 짧게 협의를 하고 나서 부스로 갈 생각이었는데, 만날 시간에 되어도 그 사람이 나타날 기색이 없다. 사전에 받았던 자료를 읽고는 있지만, 그렇게 긴 프로그램도 아니고 이미 몇 번이나 훑어보았다.
 어째서인지 건물 안에는 호타루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는 것 같았고, 홀로 라운지에서 기다리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하다. 교복으로 갈아입었을 때 끼운 은방울꽃 반지가, 창문 너머 석양을 받아 빛나 보인다.
 약속 시간에서 10분 정도 지났을 때, 이쪽으로 달려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온 것은 진행자가 아니라, 낯선 남성이었다. 이쪽으로 오기에, 어쨌든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몸에 배어든 움직임.

「시라기쿠양이군요? 미안해요, 기다리게 해버려서」

「아니요…… 그」

「아아, 미안해요. 나는 그녀의 매니저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매니저이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시라기쿠 호타루입니다. ……저기, 진행자는?」

「그게, 말이죠--」

 매니저가 머리를 긁으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 행동만으로도, 호타루의 가슴 속에서 어떤 스위치가, 딸깍, 켜진다.

「방금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서, 지금 스탭이 확인을 했는데, 아무래도 갑자기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오늘은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 습니까……」

「미안합니다, 평소에는 절대 이렇지 않은데 말이죠.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해두겠습니다」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그보다, 몸은 괜찮은 건가요? 병이라든가……」

「네, 뭐,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시라기쿠양과 할 수록은 다음주 이후로 연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호타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에서 스케줄장을 꺼냈다. 일 예정으로 달의 반 정도는 메워져 보이지만, 어떤 이유로 연기가 되거나 연장된 것을 추가 기입한 결과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본궤도에 오르면 안 된다, 라며 호타루는 자숙한다. 요전 날 애프터 레코딩 일을 할 때도 그랬고, 한 때 거의 제로였던 사고가, 최근에는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카코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 자신에게 조금 자신을 가질 수 있게 되어도, 그걸로 불행 체질이 낫지는 않는다.
 카코와 함께 있는 시간을 좀 더 원한다--그런 생각을 해서, 벌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도 느껴진다. 아이돌로서의 자신을 잃어 버리면, 시라기쿠 호타루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것을 제대로 자각하고 있는데.

「시라기쿠양?」

「……아. 미안해요……그럼, 다음주 이후에 비어 있는 일자는--」

 수록 시간을 그 자리에서 정하고, 몸조심하라고 말하고는, 호타루는 라디오 방송국을 나갔다. 생기 잃은 주황색이 비치는 로터리에서, 사무소에 예정 변경에 대해 메일을 보내고, 한숨을 쉰다. 실내 라면 몰라도 밖은 더워서 블레이저 단추를 푼다.
 ――어디선가, 무언가를, 잘못했을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라, 호타루는 눈썹을 찡그렸다. 어떤 실수도 하지 않았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미스는 없는지 어떤지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신경 썼는데,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기대하고 있었던 일이 연기 되어 조금 위축이 되었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호타루는 걷기 시작했다. 우선 전철을 타고, 그리고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한다. 바로 집으로 돌아갈까, 맨션에 갈까. 카코는 아직 일을 하고 있을 테니 사무소를 간다는 선택지도 있다.

「그렇지만. ……어쩌지」

 무의식 중에 나온 중얼거림에, 다리가 멈추었다.
 ……카코를 만나면, 마음은 편안해질 것이다. 카코가 주는 사랑은 호타루에게 있어 마치 어떤 상처라도 달래 주는 만능약이다. 하지만, 그렇게 치유되어도 괜찮은 걸까.
 카코와 사귄 뒤로, 전보다 더, 자신은 카코의 위안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자문을, 호타루는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 달콤하고 따뜻한 음료가 있는 거실을, 이 막히는 듯한 진한 사랑을 주는 침실을, 현실 도피를 위한 장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카코의 행운에 도움을 받지 않으면 지금쯤 자신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대가가 있다. 바라던 행복을 위해 호타루가 지불한 것은, 스스로의 불행에 대한 내성이라든지, 그것과 제대로 마주볼 수 있는 마음이라든지, 그런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카코와 만나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비록 프로덕션이 무너졌다고 해도 꺾이지 않는 결의. 각오. 만약 그것들을 지불을 했다고 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

「……돌아가자」

 타이르듯이 빨리 걷는다. 구두를 준비할 여유는 없어서, 교복에 스니커즈라는 남자 같은 모습이 되어 버리고 있었다.
 다음 수록일에는, 진행자 분에게 무엇인가 병문안 선물--호타루로서는 사과의 선물이라는 기분이지만--를 챙기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컨디션 불량에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연락 두절은, 어떻게 생각해도, 자기 탓이기 때문에다.
 자기 자신에게 불행이 닥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불행 체질에 다른 사람들이 말려들어 버렸을 때, 호타루는 자신을 저주하게 된다. 주위가 불행에 휩쓸리는 것만은 절대로 익숙해져 버려선 안 되기에, 경고의 의미도 있다.
 ――가방 속에서 스마트폰이 울리고 있는 것을 깨닫고, 전신주 옆에서 발을 멈추었다. 살펴 보니 메일이 아니라, 착신이었다. 화면에 표시된 이름에, 무심코 입술을 깨문다.

「카코씨--」

 평소에는 그토록 바라 마지않는 사람이지만, 지금만큼은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카코의 목소리를 들으면, 의지하게 되어 버린다. 응석부려 버린다. ――그런데도, 전화를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여보세요……」

『호타루짱? 지금, 메일 보았어요』

 사무소에서 걸어서 일까, 경어로 말하고 있지만, 그 음색에 둘만 있을 때와 같이 특별한 정이 배어 있는 것은, 전화 너머로도 알 수 있다. 알기에, 괴롭다.

「죄송합니다……또, 폐를 끼쳐서」

『그런 말 말하지 마세요. 호타루짱이 나쁜 게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상냥한 카코의 어조에, 호타루의 깊은 곳에서,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차라리 절규를 하고 싶을 정도로 솟아 오르기 시작한다. 전신주에 기대고, 가방 끈을 강하게 쥐었다. 말하면 안 된다,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게 참자, 이번에는 눈물로 바뀌어 넘쳐 버릴 것 같다. 지금은 그 어느 쪽도 사양하고 싶다.
 하늘을 바라본다. 잔혹할 정도로 깨끗하고 어두운 주홍색을, 까마귀 두 마리가 지나간다.

『…저기, 호타루짱』

「네……」

『와, 주실래요?』

 카코의 한 마디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그 손을 닮았다. 사람을 방심시키고, 머리 한 부분을 간단하게 녹여 버리는, 부드러운 손.
 주어가 없는 말은 주어가 없기에 더욱 더, 호타루만은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스스로 해결 하겠다고 다짐했는데도, 단 3 문자로 뒤집어졌다. 언제 이렇게 약하고 어리석은 아이가 되어 버린 걸까, 라고 자조 하면서, 호타루가 긁힌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달과 별이 태양 대신 일할 무렵, 갈아입을 옷과 숙박용 짐을 챙기기 위해 일단 자택으로 돌아간 호타루를, 어머니가 묘하게 싱글벙글 웃으면서 맞아 주었다.

「어서와, 호타루. 잠깐 이리 와봐」

「다녀왔습니다……무슨 일이야?」

「우후후. 됐으니까 됐으니까」

 신발을 벗은 호타루의 등을 기분 좋게 미는 어머니. 또 자러 간다고 말할 타이밍을 놓치면서도, 호타루는 밀리는 대로 거실로 들어갔고, 멍하니 서 있게 되었다.
 테이블의 위에는, 평소보다 호화로워 보이는 저녁밥과 작은 케이크가 있었다. 평소에는 이 시간에는 없는 아버지도, 저 너머에서 상냥하게 호타루를 기다리고 있었다.

「……? 오늘, 무슨 기념일이었어?」

「그래. 호타루가 지금 프로덕션에 들어간 지, 오늘로 딱 1년이 되는 기념일이야」

 예기치 못한 어머니의 말에, 호타루가 몹시 놀란다. 그러고 보니 바로 이전에, 전에 있던 프로덕션이 도산해 버린지 1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말인 즉 이적하고 난지 1년,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다
어머니와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도, 부모만이 보낼 수 있는 시선으로 귀여운 딸을 바라보았다.

「호타루, 지금까지 같은 프로덕션에서 1년 동안 있던 적이 없었지? 그래서, 축하 하려고 했어」

「지금이니까 말할 수 있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만두는 게 어때, 말하려고 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그렇지만, 호타루를 믿고 지켜보자고 정했어. 그것은 역시 틀리지 않았네」

「아……」

 달짝지근한 아픔이 가슴을 찔러, 깨어난 듯한 느낌이었다. 불행에만 신경 쓰느라 옆에 있는 행복을 놓친 것처럼--누구보다도 길게, 누구보다도 강하게, 자신을 지탱해 주고 있었던 사람들을, 잊고 있었다.

「자, 옷 갈아입고 손을 씻고 와」

「――응……!」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호타루는 뒤를 돌아 자기 방으로 뛰어들었다. 짐을 던지고, 카코에 전화를 걸었다. 4번 콜 후에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카코씨?」

『네, 카코입니다―』

「갑자기 죄송합니다……아직, 사무소이지요?」

『그래요. 무슨 일 있나요?』

「그…… 죄송합니다. 저, 역시 오늘은, 갈 수 없어요」

『그런가요? 뭔가 트러블이라도 생겼나요?』

「아니요, 그게 아니에요」

 한 호흡 뒤로, 호타루가 천천히 입을 연다. 새로운 일이 정해진 것을 보고할 때처럼 기운찬 목소리가가 아니라, 가슴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그런 목소리로.

「……제가 지금 프로덕션에 온 지, 오늘로 1년이라고……부모님이, 축하 해주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과연……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카코의 말투가 어둡지 않아, 호타루는 안심했다. 단지 살짝 외로운 척 농담인 척 말할 뿐으로, 카코도 호타루를 축복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네. ……저기, 정말로 죄송해요. 간다고 말했는데」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대신……이랄까, 이번 주말에, 또 묵으러 가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에요. 기대할게요』

「네, 저도 기대할게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네에, 안녕히 주무세요』

 노래하는 듯한 음색. 전화 저 편으로 카코의 미소가 떠오른다.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꽉 쥐고 호타루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서둘러 갈아 입기 시작했다.



 카코와 약속한 주말, 호타루는 다시 그 드레스라고도 갑옷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 후 계속 해온 연습 덕분에, 이 역할도 완전히 몸에 배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서, 오늘 촬영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되었다. 아무리 익숙해진 의상이라고 해도 피로는 쌓인다. 전세 받은 차에 앉아 쉬고 있는 호타루에게, 뒤에서 프로덕션 아이돌 동료 중 한 사람이 말을 걸었다.

「호타루치, 괜찮아-?」

평소 대로가 산뜻한 태도이지만, 그 모습만은 평소와 달리, 얼굴 오른쪽 반이 꺼림직한 특수 메이크로 분장되어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호타루가 허리에 우산을 꽂으며 했었던 마지막 연습을 보고 흥미가 생겨,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합계 5화 정도 밖에 차례가 없는 게스트역이지만, 그렇게 깔끔하게 합격하다니 굉장하다,라고 호타루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아, 괜찮아요……아직 체력이 부족한 거 같아요」

「아니 아니, 그 의상을 입고 그토록 움직였잖아. 호타루치 나이로서는 굉장하잖아. 몸을 그 이상 단련하면 아이돌로서 좀 그렇지 않아?」

 쾌활하게 웃고 있는 동료의 말에, 호타루는 조금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처음에 카코와 짠 그 라이브를 계기로, 경계심이 어느 정도는 희미해졌겠지만, 그 이후에는 사람 나름이다. 지금은 이 아이돌처럼 부담 없이 대해 주는 사람도, 불행 체질인 호타루를 다시 피하려는 사람도, 호타루의 능력을 실감해서 시기하게 된 사람도 있다.
 호타루는, 상대의 태도에 맞추어 태도를 명확하게 바꾸지는 않고 있다. 상대가 별로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단지, 자신을 호의적으로 대해 주는 사람에게는, 자신도 마음을 허락해 버린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은 카코만이 아니다. 그날 밤, 케이크를 먹으면서 다시 느낀 것을, 호타루는 소중하게 가슴에 간직하고 있었다.

「시라기쿠씨, 스탠바이 부탁 드립니다~」

「아……네, 갑니다」

 부르는 소리에 일어서자, 갑옷 부분이 무거운 소리를 울린다. 가볍게 몸를 움직여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동료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촬영 장소로 향한다. 그 중요한 동료는 윙크로 화답해 주었다. 특수 메이크를 하고 있지만.
 대본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호타루는, 평소보다 등을 펴고 걷고 있었다. 꺾이지 않겠다는 자신이 호타루의 등을 밀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2시간 정도 후에는, 예정대로 촬영이 끝나게 되고, 카코를 만날 수 있다. 위로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순수하게, 연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카코의 행운이나 상냥함에 의존해 버리는 것 같은 마음은 이전 보다는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 사랑은 별개의 이야기다.
 ……지정된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다른 컷 촬영을 하고 있었다. 호타루는 스탭들과 함께, 충분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두 남자 간부가 일제히 히어로에게 덤벼 들고, 히어로는 그것을 저번에 얻은 새로운 힘으로 견디고 있었다. 지금까지 쓴 4 종류의 힘을 각각 양팔 양다리에 두른, 마지막 최강의 힘. 단순하게 접전하는 것 만이 아니라, 거리를 벌리고 하늘을 날거나, 편집이나 효과가 추가되는 것을 전제로 한 액션도 많았기에, 옆에서 보기엔 기묘했다.
 싸움이 교착 상태가 되었을 때, 오픈카를 베이스로 특촬 답게 개조된 머신이, 중후한 엔진음을 울리며 저쪽에서 달려 온다. 다른 히어로다. 내리고 나서 변신을 하기로 되어 있으며, 격전에 임하는 웅장한 얼굴로 배우가 운전하고 있다. 대본 대로, 세 사람이 싸움을 멈추고 그 쪽으로 눈을 돌려--

「――……이봐!」

 카메라로 영상을 보고 있었던 감독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주위에 있는 스탭도 이변을 알아차리고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호타루도 약간 늦게 그것을 이해했다. ――너무 빠르다.
 바라 보면, 배우의 얼굴은 연기는 아니라 정말로, 초조해 하고 있다. 혼란해 하고 있다. 그리고,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라는 배우의 절규가, 현장의 긴장감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히어로 풍으로 된 장식이 마치 조롱인 것처럼, 제어를 잃은 개조차가,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바로 돌한다. 사태를 이해하고, 히어로도 적 간부도 연기를 포기하고 당황해 하면서 물러나려고 하지만-- 히어로는, 지난 주 손에 넣은 직후인 새로운 차림이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에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배우일까, 슈트일까,엉성한 아스팔트에 발이 묶인 히어로가 길 한가운데에서 굴러 버렸다. 폭주한 머신이 전우를 향해 덤벼든다. 두 적 간부가 히어로를 일으키려고 한다. 고함과 비명이 계속 울린다. 그 상황을, 호타루는 놀라면서 바라 보았다. 입술이 떨리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뭉개는 소리가 단말마처럼 울렸다. 브레이크가 고쳐진 것이 아니었다. 배우가 핸들을 돌려, 가로수에 부딪쳤다. ……쿵, 둔탁한 소리, 그 크기와 의미에,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몸을 떨었다. 특별한 힘을 숨긴 머신이 가로수에 심하게 충돌해, 성대하게 구르고 멈췄다. 우연히 진짜 영웅이 된 배우가 신음소리를 내면서 문을 열고 비틀린 차 안에서 나왔다.
 그 자초지종을, 호타루는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오늘 촬영은 중지한다」

 구급차나 견인차가 지나간 후, 감독은 남은 캐스트와 스탭들에게 말했다. 원래부터 조용했던 사유지는, 이미 도시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울적한 고요에 휩싸여 있었다. 침묵이 흐른 뒤, 머리만은 본 모습으로 돌아온 히어로역 배우가 조심조심 물었다.

「중지……입니까?」

「남은 멤버만으로도 찍을 수 있는 컷은 있지만, 그런 사고 뒤다, 일에 열중하기도 힘들겠지. 향후 촬영 스케줄에 대해서는 내일이라도 연락을 돌리마. 오늘은 해산이다. 모두 마음을 추스리도록」

 각자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구석에서, 호타루는 다른 사람을 보는 것도 무서워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왠지--굉장히, 오랜만이다. 무거워진 공기가 천천히 폐를 압박하는 것 같은 답답함. 온 몸이 도려내지는 것 같은 죄악감. 휩쓸릴 것 같은 중압감. 아마, 몇 사람 정도는 여기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의 불행인데, 호타루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니, 이제 와서 이런 행운도 없다.
 조금 정도의 불행 정도에 지지 말고 힘내자, 라고 결의를 굳혔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최악의,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불러와 버렸다. 머신을 타고 있던 배우는 생명에 이상은 없는 것 같지만 당분간 입원해야 하고, 머신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그 사이 그가 등장하지 않는 시나리오도 다시 짜지 않으면 안 되고, 그것만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사고의 중대함도, 폐를 끼친 사람의 수도, 틀림없이, 호타루 기억하는 한 최악이다.
 ――이런 것은, 무리이다.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 눈을 돌릴 수도, 도망갈 수도, 없다.

「…………」

 문득 시선이 느껴져, 호타루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들어 버렸다.
몇 분 전에, 호타루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 준 그 사람이, 호타루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특수 메이크를 한채 바라 보고 있지만, 그녀의 얼굴에 있는 곤혹과 혐오와 연민과 분노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녀는 호타루와 시선이 마주치자, 어색한 듯이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그것이 자신과 세계를 이은 모든 것이 단절된 것 같아, 호타루의 사고는 멈춰 버렸다.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대본에 눈은 로보트 같이 향했지만, 그것을 줍는 기능은 없어져 버렸다.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한계를 넘어버린 불행 때문에 텅 비어 버리게 된 호타루는, 얼빠진 눈으로, 어떻게든 간신히 카코의 멘션까지 겨우 올 수 있었다.
 지금 카코를 만나면, 반드시 달라붙어, 울면서 모든 것을 이야기 해서, 위로를 받고 싶다. 그것을 부정하려는 생각도 안 든다. 이번 것을 혼자서 처리하려고 하면, 아무리 시라기쿠 호타루라도 망가져 버린다.
 오늘은 카코도 일이 빨리 끝난다고 말했지만, 역시 호타루가 먼저 온 것 같다. 예비 열쇠를 사용해 방으로 들어간다. 부츠를 벗고 가지런히 푼 끈을 다시 묶었다.
 활기찼던 거실은, 중요한 카코가 없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호타루의 마음 같이 텅 빈 것 같았다. 아아, 여기는 이렇게나 넓은 방이었구나, 같은 쓸데없는 감상을 하면서, 벽 옆에 가방을 두었다. 자동 인형 같아 보이는 움직임으로 화장실에 가 세수와 양치를 했다.
 그리고 호타루는 코코아를 만들기로 하고, 부엌에 들어갔다. 히터나 냄비를 멋대로 사용하는 것은 다음에 사과하기로 했다.
 재료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 코코아 분말, 우유, 그리고 소금. 이전에, 집에서 코코아를 만들었을 때 카코가 만들어 준 것에 비해 달콤함도 맛의 깊이도 어쩐지 부족한 것 같아, 카코에게 물어보니, 소금을 넣었다고 가르쳐 주었었다.
 코코아와 소금은 찬장에 있었다. ――그러나, 냉장고를 열자, 우유가 없었다. 문 뒤에 있는 스페이스는, 농담 같을 정도로 비어 있었다.

「……」

 호타루는 냉장고를 닫았다. 그리고, 냉장고에 달라 붙는 것 같은 모습으로, 질질 쓰러졌다.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밖은 봄답게 밝은데, 몸 속에서 나오는 한기가 멈추지 않는다.

「카코씨--」

 빨리, 돌아와, 주세요.
 어리광을 부리던 입은, 금붕어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부엌 바닥의 차가움이, 힘 없는 다리를 타고 온 몸에 퍼져, 자신을 얼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허무 속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던 호타루의 의식을 현실로 되돌린 것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호타루는 벌떡 일어나 그 사람을 마중 나간다. 이런 상태에서도 순간 미소를 지으려는 자신을, 차라리 때려 주고 싶었다.

「어서오세요」

「어머……다녀왔어, 호타루짱」

 허무 속에서 쭉 기다리고 있었던 미소가 거기에 있었다. 카코는 샌들을 벗고, 호타루의 부츠 곁에 두었다.
 카코가 들고 있는 슈퍼 비닐 봉투에는, 고기나 야채와 함께, 우유팩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마룻바닥의 차가움으로 얼어붙어 있었던 것이 빨리 움직이기 시작하고 얼음이 녹아가는 것을, 호타루는 느꼈다. 두근, 고동이 크게 울리고, 감당할 수 없는 모든 것이 혈류를 타 호타루의 몸 속으로 퍼져, 호타루의 몸을 멋대로 움직이기--

「빨리 왔네. 일, 빨리 끝난 거야?」

「네…… 그, 실은」

「좀더 늦을 거라고 생각했어, 빨리 만날 수 있어서 기뻐. 이전에 역시 묵으러 올 수 없다고 들었을 때, 외로웠는걸?」

 ――그, 말에, 멈춰 버렸다.

「아………… 아………」

  현기증이 느껴지고, 세계가 반전하는 환시에, 호타루는 뒤로 휘청거렸다. 카코가 놀라서 호타루의 어깨를 잡았다.

「호타루짱?」

 얼굴을 엿보는 카코의 호박색 눈을, 거기에 비치는 자신의 표정을, 호타루는 남의 일처럼 바라보았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예를 들어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황야 한 가운데에서 들고 있었던 물이 다 떨어져 버린 나그네, 길게 쓴 수식 첫 부분에서 초등학생 같은 미스를 발견한 수학자, 그리워하는 사람을 위해 고른 가련한 꽃이 맹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된 사랑 하는 사람--아이돌이 해도 좋은 표정은 아니다, 라며 이상할 정도로 냉정한 머리의 일부분이 웃었다.

「호타루짱……?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었어?」

 카코가 초조한 목소리로, 살며시 호타루의 손을 잡았다. 같은 반지가 서로 부딪치고, 희미한 소리가 난다. 호타루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누구에게 있어서 불운이, 누구에게 있어서는 행운일까요?
 그렇게 소박한 의문을, 호타루는 카코에게 전할 수 없었다. 이런 확증도 없는 이야기를 해서, 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웃는 얼굴로 있어 주기를 원한다고, 언젠가 카코는 말해 주었다. 하지만 호타루도, 카코가 언제나 웃는 얼굴로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카코씨」

「무슨 일이야?」

「코코아가, 마시고 싶은데. 만들어 줄 수 있나요?」

「……그래. 바로 만들 테니까, 잠깐 기다려줘」

 카코는 허둥지둥 하면서도 미소를 지은 채 짐을 거실에 두고, 화장실로 가려던 발을 멈추고 호타루에게 손짓했다.

「잊고 있었어」

 그리고 카코가 호타루를 껴안았다. 호타루도 카코의 등에 팔을 두른다. 서로 바라보고, 입술을 겹친다. 카코의 입술은 마르고 있었지만, 뜨겁고 달았다.
 입술을 떼자, 카코는 호타루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다시 화장실에 갔다. 호타루는 거실에 놓여진 슈퍼 봉투를 들고 부엌에 두고는, 내용물을 냉장고에 옮겼다. 문 뒤에 있던 스페이스의 공백은, 예상대로 종이팩 우유가 하나, 딱 들어갔다.

「카코씨-- 저, 는」

 숨은 쉴 수 있다. 목소리도 나온다. 제대로 자기 다리로 일어섰다. 머리도 움직이고 있다. 단 하나, 매우 중요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이전부터 그랬고, 단지 둔한 자신이 깨닫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벌, 인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있어서 행운은,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자신은, 불행투성이의 나날을 어떻게 보내고 있었던 걸까.

 멍하니 생각하면서,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는다. 폭신폭신하고, 편안하고, 따뜻하고, 기뻐서, 참을 수 없어서, 울 것 같아서, 그럼에도, 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깨달았다.






에필로그.


「――저희들은 이상의 조건으로, 시라기쿠 호타루씨, 타카후지 카코씨가 이쪽 프로덕션으로 이적했으면 합니다. 어떨까요?」

「나는 상관없어요. 호타루짱은 어때?」

「네, 그……기쁘지만, 그게……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

「괜찮다, 라는 건?」

「어두운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데요……아실 지도 모르지만, 소속되어 있었던 프로덕션이 도산해 버려서 이적하는 거, 처음이 아니에요. 전에도, 그 전에도……」

「아아—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시라기쿠씨에 관한 소문은 나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프로덕션은 소속 아이돌들에게 기분 좋은 장소인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돌들도 사이가 매우 괜찮아요. 시라기쿠양도 받아줄 겁니다」

「……그래도. 저, 걱정되어서」

「괜찮아. 나도 함께이니까. 프로듀서씨가, 호타루짱은 반드시 나와 같은 곳으로 이적시키겠다고 말했어」

「! ……그렇, 군요」

「……어떨까요? 지금 당장 대답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만--」

「아니요……이적, 시켜 주세요. 단 하나만…… 지금 말한, 기분 좋은 장소라는 거하고, 사이가 좋다는 이야기-- 믿어도, 괜찮을까요?」

「? 네.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이니까요」

「알겠어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나도. 잘 부탁 드릴게요」

「저, 힘낼게요……! 절대로, 이번에야말로--」

「네. 두 사람 모두, 앞으로 잘 부탁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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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시스입니다.
이 작품은 여기까지입니다. 둘의 관계도 관계이지만, 정말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팬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지향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제 목표를 달성했으니, 앞으로는 번역을 하더라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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