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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P "더우니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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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5, 2014 21:18에 작성됨.


도저히 여느 해 같지 않은 더위다.

혼자 사는 원룸의 에어컨 바로 밑에서 나는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일도 없고 여름의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는 지금, 밖에 나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하는 일 없이 리모컨으로 실내 온도를 낮추기만 했다.

텔레비전을 켜도 대낮부터 눈길을 끌 만한 프로그램은 방영하지 않는다.
슬렁슬렁, 뜨뜻미지근한 바람이 헐거운 창문으로 들어온다.
슬슬 수리해야 하겠지만 하루하루가 바쁘다.

프로듀스업에 발을 디딘 지 아직 반 사람 몫도 되지 않았다.
사무 업무에서 실수도 한다. 야단맞을 때도 있다.
그런데도 이 일에 즐거움을 느끼기까지 한다.

아아, 암막 커튼을 달고 싶다. 얇은 레이스로는 햇빛을 막을 수 없다.

발바닥에서 땀을 흘리며 일어나 냉장고 안을 찾아본다.
……혼자 사는 남자의 냉장고에 이렇다 할 것은 없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기껏해야 냉동식품이나 술과 안주 정도였다.

냉동실에 만들어 놓았던 대량의 얼음도 어느새 다 먹어치운 것 같다.

그 바닥 쪽에는 언제 샀는지도 불분명한 냉동식품이 얼어 있었다.
이대로는 이 더운 여름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무언가 떠오른 나는 옷을 갈아입고 생각했다.

더우니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러 갈까.

우선 집에 있는 조미료를 확인해두었다.

소금에 후추에 설탕. 웨이파나 미원.
전에 분발해서 사본 굴 소스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직접 요리한 적은 거의 없었다.
 
성인이 되어 일정한 직업을 가진 지금도 나에게는 그녀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없다.
 
만약, 혹시나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이 더위 속에서도 외출했을 것이다.
어느 쇼핑몰에서 열을 식히며 "더워"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고 싶다.

신경 쓰이는 사람은 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허무감이 덮쳐와 정신이 돌아왔다.

더위 속에서, 두고두고, 거기에다가 차갑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소바라든지 우동이라든지, 면류가 되려나.
멘츠유도 사와야 한다. 그래도 조리하는 것은 간단하다.

소면도 사오자. 듬뿍 생강을 갈아서 먹자.

파에 와사비, 그 밖에도 뭐가 필요할지 궁리하면서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늘에서도 반사가 심하고 아스팔트 위에는 아지랑이가 나온다.
아아, 겉멋 든 짓 따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와서 돌아가는 것도 내키지 않아서 천천히 주택가를 걷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로 왠지 모르게 전철에 타고 멀리까지 발길을 뻗쳤다.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휴일에 시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또는……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 채 전철에 흔들거렸다.

아아, 그냥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려고 했을 뿐인데.

도쿄의 역 플랫폼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누구 할 것 없이 흠뻑 땀을 흘리며 부지런한 태양에 탄식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비가 내린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찔 듯이 더워서 견딜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 플랫폼에서 계단으로 향해, 표를 개찰구에 통과시키고 한숨을 내뱉었다.
휴일임에도 누구 할 것 없이 시간에 쫓기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자판기에서 차가운 밀크티로 목을 축였더니 홍차인 탓에 더욱 목이 탔다.

최근 설치된 깔끔한 간판을 따라 걸으니 천장이 투명한 아케이드 상가가 보였다.
이왕 여기 온다면 여성…… 누군가 친구라도 데리고 올 것을 그랬다.
무거운 문을 빠져나오자 안팎의 온도 차에 현기증이 났다.

이곳에는 무엇이든지 갖추어져 있었지만 내가 갈 장소만은 없었다.


지금 내가 있는 대형 쇼핑몰은 몇 개월 전에 개장했다.

1층에서 6층까지 트여있는 개방적인 디자인.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나잇대 별로 셀렉트샵, 잡화점도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는 그 설계로 곧바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나는 1층의 푸드코트를 바라보면서도 벤치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후유. 방황하는 시선을 안정시킬 곳을 찾으면서 나는 조금 후회했다.
이런 짓을 하러 올 바에 차라리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갔다면.
또는 가까운 슈퍼에서 적당히 해치웠어야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곳에는 여성에게 인기 많은 잡화점도 많이 있다고 들었다.

모처럼 여기까지 왔다. 아이돌들에게 뭔가 사다 주어볼까.
기뻐해 주려나. 센스에 자신은 없지만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순수한 마음으로 4층의 패션 잡화 플로어로 향해보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든 생각은, 여성 손님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와 있는 남성이라곤 여자를 데리고 있다든가 아이를 데리고 있다든가.
나 같은 존재는 눈을 씻고 바라보아도 거의 없었다.

4층에 도착하니 그것은 더욱 현저해져 있었다.
대부분 중고등학생 젊은이들로 차있어서 매우 들어가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 프로듀서 씨 아니세요?"

  "아, 역시 프로듀서 씨였네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운 좋은 날인가. 이런 곳에서 치히로 씨와 만날 줄이야.
수고스럽게 다리를 움직이길 잘했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일단 그녀에게 질문해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치히로 씨는 무슨 일로 여기에?"

   "오늘은 오랜만에 휴일이니까요. 집에 예정도 없고, 쇼핑이라도 할까 해서요."

   "프로듀서 씨는요?"

"저도 같습니다. 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갈까 해서요."

   "후후…….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예. 왠지 모르게요. 괜찮으시면 어디서 차라도 한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치히로 씨는 기쁘게 승낙하고 내 곁에서 걸었다.
옆에서 보면 연인처럼 보이려나.
뭐든 상관없다. 어쨌든 운명에 감사한다.

"아이스커피 주세요."

   "에, 저도, 그이하고 같은 것으로 주세요."

그녀가 말한, 무심한 한마디에 담긴 "그이"라는 발언에 조금 기뻤다.
맞은편에 앉은 그녀의 모습은 잘 정돈되어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헤어스타일부터 옷까지 전부 빈틈없이 정돈되어 있다.

   "프로듀서 씨는 여기 잘 아세요?"

"나름대로 알지만 4층에는 아직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저곳은 미지의 땅이다.
방금 나온 아이스커피를 입에 머금고 다시 입술을 적셨다.
치히로 씨는 빨대를 꽂아 가볍게 마시고 나에게 제안을 했다.

   "괜찮으시면 같이 여기저기 다녀주실 수 없을까요?"

   "아, 물론 시간이 있으면요."

"……여기 잘 모르십니까?"

   "아니요. 몇 번 온 적은 있는데요. 그게, 말을 걸려서……."

……그 말의 의도로 따지자면 나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여성이 혼자 걷고 있다면 남자라면 그냥 두지 않겠지.
어차피 지금도 이후에도 예정은 없다. 게다가 치히로 씨 옆에서 걸을 수 있으니까.

"좋습니다. 에, 저로 괜찮으시다면."

  "아니요. 프로듀서 씨가 아니었으면 저, 부탁 안 했어요."

생긋 웃어주는 그녀의 태도로 보아 호의적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적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입속은 곧바로 바싹 말라버렸다.
내가 당황하는 것이 이상했는지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럼 갈까요."

몇 번 온 적이 있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아서 재빠르게 목표인 가게로 향했다.
여성용 셀렉트샵에 들어갈 일은 거의 없었다.
아이돌과 함께 옷을 받으러 가는 정도였을까.
지금처럼 사적인 이유로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점원은 누구 할 것 없이 미인이고 패션 감각도 흠잡을 구석이 없다.

치히로 씨가 곁에 있어준 덕분에 남자 손님으로서의 불신감은 희미해져 있다.
이거, 어울릴 것 같나요? 예, 어울립니다.
그럼 사볼까?

꿈에 그리던 응답을 오늘 할 줄은, 어제의 나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제 쇼핑은 끝났어요… 프로듀서 씨는 어디 가실 곳 있나요?"

그 질문에 떠올렸던 것이 4층의 잡화점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사정을 설명한다. 남자 혼자서는 들어가기 어려워서. 그렇게 말하자 웃고 있었다.
아이돌들에게 줄 선물에 관해서도 조언을 듣고 싶다고 부탁했다.

"알았어요. 그럼 갈까요? 저도 들어간 적 없어서 궁금해요."

망설임 없이 그렇게 대답해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자 "보답이에요." 라고 돌아왔다.
그렇다면 나는 충분히 그녀의 헌팅 퇴치 임무를 완수한 것일까.

   "……이렇게 걷고 있으면 애인 사이로 보일까요?"

작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뺨은 약간 주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이돌 각자의 취향과 비교하며 나는 그녀들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전원에게 주려면 꽤 많이 지출해야 하지만 원래부터 돈은 잘 쓰지 않는다.
그녀들에게는 도움을 받고 있으니 감사하는 마음에서다.
즐겁게 선물을 고르는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에, 이걸로 제 쇼핑은 끝났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다음은…… 어떻게 할까요?"

"치히로 씨가 달리 다니실 곳이 없으면 저는 돌아갈 예정입니다."

"배도 좀 고파져서요.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고요."

역시 처음 목적인 아이스크림은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용무도 없는데 그녀 주위에 계속 있어보았자 아무 소용 없다.
지금은 빨리 돌아가서 장보기를 마쳐야 할 것이다.

   "………"

   "………저, 저……그게……."

   "괘, 괜찮으시다면 지금부터 식사라도……."

어째선지 갑자기 수줍어하는 치히로 씨.
식사 제안? 아, 이제 곧 날이 저문다.
확실히 배도 고프다. 그렇다면.

"저도 제안하려던 참입니다"

쇼핑몰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최상층의 레스토랑에는 놀랐다.

나름대로 차려입고 와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치히로 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서 왠지 긴장하고 있었다.
내 쪽을 살짝 보고는, 상태를 살피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므로 간단한 음식을 적당히 주문하고 술도 조금 입에 댔다.

치히로 씨는 술이 약한지 이미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아직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도.
괜찮으려나.

   "오늘은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저도 선물을 살 수 있었으니까요."

"아…… 맞다. 이거 치히로 씨 몫입니다."

   "제, 제 것도 있는 건가요?"

"네, 물론이죠."

   "저,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에……뭔가 보답을 할게요……."

"보답이요?"

   "네. 뭔가 생각하시는 거 있어요?"

"………"

"이렇게 다시 식사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일이 끝나고 나서든지……."

   "………"

   "죄송해요. 그건 어려워요."

아아, 역시 그런가.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식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이쯤에서 점잖게 물러나야 하겠지. 음료수 정도면 괜찮을 것이다.

"아……실례했습니다. 그럼 다음에 음료수라도."

   "……하지만."

   "하지만…… 다음 휴일에……."

   " 프로듀서 씨가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지셔서, 여기 오시면……."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후후."

   "사무소 퇴근하는 길에 가면 프로듀서 씨가 질문 공세에 빠져버릴 테니까요."

   "…저는 그래도 별로 상관없지만요."


"………"

"그럼 퇴근길에 갑시다."

"기대하겠습니다. 일단 내일 밤, 한 번 어떻습니까?"

   "………"

   "네."

   "저도 기대할게요."

주문한 요리가 차려졌고 거기에 분위기를 곁들여 나는 그것을 맛보았다.
최고급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맛있군요."

   "네."

해가 저물고 달이 뜨고, 매장의 조명을 뒤로하여 우리는 서 있었다.
왠지 건조한 바람이 불어서 조금 시원해졌다.
마주 보며 웃고,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 돌아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가자.

매장 근처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그것들은 전부 녹아버렸다.
할 수 없이 그대로 자버렸다.

다음날, 일을 끝내고 치히로 씨와 눈짓으로 밖으로 나왔다.
조금 가까워진 그 간격을 언뜻 본 그림자로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변명하듯이 이렇게 말해보았다.

"어제……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샀더니 녹아버려서 먹을 수 없어서요."

   "……후후.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분명, 잘 표현할 수 없는 나의 의도를 헤아려주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녀도 알고 있으면서 나에게 그렇게 묻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유혹의 대사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더우니까 아이스크림을 사러 갈까 합니다."
                           끝

출처
モバP「暑いからアイスでも買いに行こうかな」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36885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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