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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죠 카렌과 보내는 여름 ①

댓글: 5 / 조회: 1411 / 추천: 3



본문 - 12-13, 2018 04:09에 작성됨.

◆x8ozAX/AOWSO




 불볕 더위에, 귀청을 찢는 듯한 매아미 울음.


 의도하진 않았지만 *단가短歌가 되어 버린 풍경 너머엔, 반사되는 햇볕에 녹아내리는 콘크리트 더미.
*5-7-5-7-7음절의 5구절로 짓는 일본 고유의 짧은 시. 원문은 5-7-5로 끝났으므로 하이쿠俳句에 더 가깝다

 빌딩의 창문들이, 도로가,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막힘없이 쏟아지는 여름의 화신이. 그저 오늘 하루를 덥히고만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탓인지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도 이 더위에 짜증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그림으로 그린 듯한 여름의 초입.


 7월 12일에, 나는 불현듯 중얼거렸다.


「………… 더워어……」


 말한다고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푸념 한 마디 정도는 늘어놔도 괜찮겠지.

 그 정도로 덥고, 그 정도로 뜨겁고, 그리고 그 정도로 기분 나쁜 땀이 흐른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냉방 잘 되는 사무소 안에서 보리차를 한 손에 들고 모니터나 쳐다보고 있을 걸 그랬다고 후회하길 약 2초.

 뭐어 그러고 싶었어도 어시스턴트 겸 사무원인 센카와 치히로 씨가 허락해 줄 리가 없었을 거라고 내심 포기해 버릴 때까지 앞으로 0초.


 예능 사무소에 근무하는 나는, 두 시간 정도 전부터 이 빌어먹게 뜨거운 불볕더위 아래서 개미처럼 쭉 걸어다니고만 있었다.

 목적은 그야말로 단순. 스카우트다.

 어느 정도 기준을 채우는 외모를 지니고 적당히 발육 좋아 보이는 여자아이를 찾아서 말을 거는 일.

 퉁명스레 거절당하거나 경찰들을 불러오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거기 너 귀엽네. 아이돌에 흥미 없니?」

「잠깐 시간 괜찮으신가요? 저, 아이돌 사무소에서 나와서 지금 스카우트하러 다니고 있습니다만」

「아이돌 어때? TV 나올 수 있다구?」


 실제로 자기 딸이 듣도 보도 못한 남자한테 그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주저없이 경찰을 부를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미혼이지만.

 경찰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는 동안엔 온갖 험담 풀 코스라는 덤도 포함해서다.

 일단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소는 업계에서도 최대 클래스, 그러니까 아마 TV를 보는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 본 적은 있을 정도 규모의 대형 사무소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된 자기소개를 마치고 명함을 건네 주는 단계까지 갈 수가 없단 거다.


 좀 더 말해 보자면, 나도 그렇게까지 오해받을 만한 말투로 스카우트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이번엔 평소처럼 『우선 인원수를 늘린다.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늘린다』 는 목적으로 나온 게 아니다.

 『신규 유닛 (예정) 의 멤버를 확보한다』 는 목적이 있는 스카우트인 거다.

 그럴 거라면 사무소에 이미 소속돼 있는 아이돌한테 권해 보면 될 텐데, 라고 생각도 했고 말도 해 봤지만 아무래도 이건 전무 선에서 직접 내려온 방향성이라는 모양이라서.


 그런 이유로.

 지금 이렇게, 이 더운 여름 한복판에서 부지런히 내 마음 속의 기준을 채우는 여자아이를 찾아서 말을 걸고, 쫓겨나는 루프를 반복하고 있다.

 참고로, 유닛의 최종 목표 인원수는 네 명 내지 다섯 명.

 지금 시점에선 두 사람이 확정돼 있고, 그 중 한 명인 여자아이는……



「………… 더워…… 더워요오…… P 씨이……」


 내 곁에서 늘어지고 있다.


 사쿠마 마유. 16세.

 전직 독자 모델 현직 아이돌인 여자아이.

 둥실둥실한 분위기에 상냥한 느낌의 여자아이.

 가창력도 비주얼도 꽤 훌륭하지만, 체력은 약간 아쉽고 그런데도 왜인지 오늘 이렇게 나를 따라온 여자아이.


 …… 정말, 왜 따라온 거지.

 사무소를 나오기 전엔 『우후후, 모실게요오』 라는 듯이 자신감 넘치는 느낌이었지만, 나서서 5초 지나자마자 좀비가 돼 있었다.

 귀여운 외모도 엉망진창이다.

 그리고 일단 당신도 아이돌이니까 조금 정도는 주변 사람들이나 세간의 시선 같은 것들을 신경써 주셨으면 한다.


「카, 카페에서 차라도 마시지 않으시겠어요오……?」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긴 한데……」


 잠깐 쉬기 전까지 적어도 두 명한테는 명함을 건네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아무 성과 없이 쉬기에는, 이걸, 죄책감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그리고, 열린 가게도 없는 것 같고……」


「…… 우후후…… P 씨이, 저기에 오아시스가 보여요오……」


「조상님이 손을 흔들고 계실 것 같네」


「어머…… P 씨의 조상님께 인사 드려야겠네요오……」


 이렇게 더워서야 삼도천도 말라붙어 있겠지.


 역에서 좀 멀리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의외로 도쿄 도심부.

 인데도, 눈에 들어오는 카페 문이 죄다 닫혀 있는 이유라고 한다면……


「다들 귀성한 걸까」


「P 씨의 귀성 예정은?」


「들어서 어쩌려고?」


「마유도 함께 갈 거에요오!」


 꽤나 액티브한 아이다. 갑자기 건강해지다니.

 참고로 나는 8월쯤 친가에 돌아갈 예정이지만, 뭐 일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거다.



「…… 적당한 체인점이라도 괜찮으니까 들어가면 안 될까요오……?」

「………… 그래, 잠깐 쉬자. 잠깐만이야. 그리고 휴식이 아니라 작전회의고」


 그렇게 정하고 나면 얘기는 빠르다.

 뒤돌아서 지나온 길을 따라 역전에 돌아와서, 전국에 체인점이 있는 가게를 찾는다.

 사치스런 말은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이제 햄버거 가게라도 좋다.

 이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차가운 걸, 시원한 커피를 마실 수만 있다면.


 얼마 안 가, 눈 앞에 M 글자로 유명한 햄버거 가게가 나타났다.

 게다가 세상에, 지금은 아이스 커피를 공짜로 나눠 주고 있다.

 마치 지금의 우리를 위해 설치한 것만 같은 이 햄버거 가게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아무리 그래도 공짜로 눌러앉기엔 양심이 찔리니까, 적당히 아이스크림이든 쉐이크든 주문하기로 하자.


「사쿠마 양은 뭘로 할래?」


「마유에요오」


「그런 것도 팔았던가?」


「…… 사쿠마 씨가 아니라 마유라고 불러 주세요, 라는 뜻이에요오……」


「나는 바닐라 쉐이크로 할까. 사쿠마 양은?」


「마유에요!」


「사이즈는 뭘로 할래?」


「우후후, P 씨의 취향을 가르쳐 주시겠어요오?」


 대화가 성립하질 않는다.

 나이나 IQ 차이가 크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던데, 이런 경우엔 무슨 수치가 얼마나 차이나서 그러는 걸까.

 그나저나, 장난만 치고 있을 순 없다.

 순조롭게 줄이 짧아지고 계산대가 가까워지고 있으니, 슬슬 주문을 제대로 정하기 적당한 타이밍이다.



 …… 고 생각했다.


「하? 아니, 그러니까 소금 빼 달라고 말했잖아!!」


「어, 아…… 저기, 죄송합니다…… 금방 다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우리 바로 앞에 선 여자아이가, 감자튀김을 가지고 불평을 토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소금을 빼 달라고 주문했는데 소금 친 감자튀김이 나온 모양이다.

 나는 짭짤한 걸 좋아하니까 소금은 팍팍 쳐 줬으면 좋겠지만, 미용을 신경쓰는 여자아이들에겐 이것저것 사정이 있다는 걸까.
 
 점원도 경력이 짧은지, 대응도 영 익숙해 보이질 않는다.


「어? 이 무료 쿠폰 못 써? 아니 봐, 제대로 7/6 ~ 7/12라고 적혀 있잖아!」


「그건, 저기…… 쿠폰이 올해 게 아니라서……」


「아, 정말이다…… 어, 그럼 250엔? 큰일났어, 부족하려나……」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직원이 적어서인지, 계산대 자리는 세 곳인데도 나와 있는 건 한 사람뿐.

 이대로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간, 모처럼 받은 아이스 커피가 연해져 버린다.

 ………… 응?


「돈이 부족한데!!」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 꼭 있네요오, 이런 손님」


 사쿠마 양이 속삭였다.

 그리고 그러는 김에 거리를 꽤 좁혀 온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쪽을 의식할 여유가 없다.

 눈 앞에서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면서 잔돈을 찾느라 지갑을 뒤지고 있는 갈색 머리 여고생을 빤히 보고……


「정말, 쿠폰 기간 정도는 제대로 확인하고 가게에 왔어야죠오…… 게다가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데 지갑에 250엔도 없다니……」


「…… 좋았어」


「엣? 저, 저기…… P 씨이……?」



 이건 분명, 다시 없을 찬스다.

 각오를 다지고, 난 앞에 있는 여고생에게 말을 건다.


「대신 제가 계산해 드릴까요?」


「하? 뭐야 당신은. 가게에서 헌팅이라니 상식이 부족한 것도 정도가 있지」


 거침없이 거절당했다.

 아니, 나도 알고는 있지만.

 그리고 말하진 않겠지만, 그건 네가 할 말이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너무도 서늘한 시선과 점원의 눈빛이 가슴에 아프게 꽂히지만, 그래도 좀 더 들러붙어 보자.


「헌팅은 아니지만…… 일단 우리도 빨리 계산하고 싶으니까, 내가 계산하게 해 주면 안 될까?」


「…… 감자튀김 하나로 여고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3분 얘기해도 관심 없으면 자리 비켜 줄 테니까」


「………… 뭐, 상관은 없는데…… 어딜 빤히 보는 거?」


 우선 이야기는 들어 줄 것 같다.

 이 아이의 계산을 하는 김에, 나와 사쿠마 양의 쉐이크도 같이 주문한다.

 수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던 점원도 이제 자긴 상관없다는 듯이 넘겨 준다.

 이럴 때만은 여기가 일본이라 다행이다, 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M 사이즈 감자튀김과 쉐이크 두 잔, 그리고 얻어 온 아이스 커피를 트레이에 싣고 2층으로.

 그 동안 여고생 양은, 그저 수상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이 쪽을 흘겨보고 있었다.


「…… 여자친구 데리고 헌팅이라니 어떻게 돼먹은 거야?」


「여친 아니거든」


「P 시゛이゛……」


 옆에서 사쿠마 양이 흑흑대고 있지만 패스.

 아니 그래도 다행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녀나 원조교제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 그래서, 뭔데? 내가 감자튀김 다 먹기 전까지 얘기해 봐」


 감사 인사 정도는 좀 해 줘도 좋지 않았을까.

 뭐 수상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경계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있겠구나.



 …… 자, 그럼.

 아마 이 애는, 빨리 얘기하지 않으면 정말 가게를 나가 버릴 거다.

 그렇다면, 뜸들이는 교환은 빼고.

 케이스에서 명함을 꺼내서, 빠르게 자기소개를 마친다.


「미시로 프로덕션의 아이돌 부문 프로듀서, P라고 합니다」


「미시로…… 프로덕션……? AV 배우 스카우트 같은 거면 후려칠 건데」


「팸플릿이나 서류는 있지만…… 직접 보는 게 빠를걸」


「아 됐어, 내가 직접 검색해 볼게. 당신한테 맡겼다가 위장 사이트나 보게 되는 것도 싫으니까」


 주의깊은 건 좋은 일이지.

 뭐 유괴범이나 사기꾼들이 이런 수법을 끊임없이 들고 나오기도 하니까, 경계해서 나쁠 건 없을 거다.

 핸드폰을 한동안 들여다보면서, 조금씩 끄덕거리거나 헤에ー 하고 감탄하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미시로 프로덕션 홈페이지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했나 보다.


「헤에ー, 아역 오카자키 야스하 쨩이나 모델 타카가키 카에데 씨가 소속된 사무소였구나」


「유명한 사람이라면 그 둘 말고도 카와시마 미즈키라든가」


「어? 그 뉴스 캐스터?!」


「전직 뉴스 캐스터. 지금은 우리 사무소에서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어」


「…… 당신, 정말 이 사무소에서 일하는 거 맞아?」


「명함에 적힌 번호…… 아니지,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번호에 전화 걸어서 확인해 볼래?」


「음ー, 됐어. 그렇게나 자신있어하는 거 보면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네」


 믿어 줄 수 있다면 좋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서, 아무래도 이 아이는 완전히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감자튀김을 집어먹으면서긴 하지만, 내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들어 준다.

 그렇다면, 이제 주제를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 그래서, 그런 대기업 사무소 프로듀서님께서 이렇게 평범한 여고생한테 무슨 용건이신데?」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저희 쪽에서, 아이돌 활동을 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하?」


 …… 뭐,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엑, 내가? 왜?」


「왜냐니……」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는 거랑 자기가 직접 하는 건 다르다.

 스포츠나 마찬가지지.

 경기를 보는 걸 좋아하는 거랑 본인이 직접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역시, 흥미롭게 들어 줬다고 해서 바로 수락해 준단 건 아니란 건가……



「…… 관심 있다, 고 생각했는데…… 불쾌한 제안이었다면 미안해」


 이 쪽에서 너무 제멋대로 떠들어 대 버린 거겠지.

 할 수 없지. 아이스 커피 다 마시면 다시 스카우트하러 가 볼까.


「아, 잠깐잠깐! 나 별로 관심없다고 한 적도 없구…… 그런 뜻이 아니라, 왜 나 같은 걸 스카우트하려고 한 거? 냔 얘기」


「음ー…… 스타일 좋고, 말하고 싶은 건 팍팍 말할 수 있는 성격 같고, 얼굴도 꽤 생겼고……」


「외모 얘기뿐이잖아. 그런 앤 나 말고도 잔뜩 있지 않아?」


「아니 그렇게 많진 않다니까, 너처럼 예쁜 애는」


「후후, 역시 헌팅이었잖아」


「확실히,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드네」


 미소도 나쁘지 않고, 비주얼도 나쁘지 않다.

 분명 커뮤력도 낮은 편은 아닐 테지.

 하지만 그렇게 늘어놔 봐도, 이 애는 평범하게 『예쁘고 귀여운』 여고생일 뿐이다.

 길거리에서 이런 수준의 여고생을 볼 기회가 적다고 해도, 오디션을 받으러 오는 애들 중엔 말 그대로 잔뜩 있을지도 모른다.


 …… 그럼 나는 왜, 이 애한테 말을 걸어 버린 걸까.


「…… 그게, 첫눈에 반해서……?」


「하? 기분나빳」


「아니 아니지…… 이 애한테 말을 안 걸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장기 근속 형사의 감 같은 거?」


「감이라…… 아마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해」


 어디의 모 사무소 사장풍으로 말하자면 「팅 하고 왔다」 는 느낌이겠지.

 전에 잠깐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지만, 「그런 만남은 소중히 여겨 주게」 란 말도 들었었다.

 분명 그래서, 난 이 애한테 말을 걸어 본 걸 거다.

 …… 아니, 우리도 빨리 주문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한 건 아니긴 하지만.


「…… 흐응ー, 나라면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 거구나」


「아아. 어때, 물론 지금 바로 대답하진 않아도 상관없어. 뭣하면 사무소 견학이라도 한 번」


 그 다음 말을, 이을 필요도 없었다.


「아냐, 할래.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내 감도 꽤 의지할 만한 것 같다.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눈 앞의 여자아이가 이 쪽을 바라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안 믿은 건 아니었지만…… 「팅 하고 왔다」 같이 어바웃한 어드바이스라도, 잘못되기만 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정말 잘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대강 설명하자면 이 정도려나. 궁금한 부분 있어?」


「…………」


「…… 왜 그래? 괜찮아?」


「얘기가 너무 어려워서 하나도 이해 못 했어」


「…… 팸플릿이랑 서류, 나중에 전해 줄게」


 정신을 차려 보니 아이스 커피에 든 얼음은 다 녹아 버렸다.

 그 정도 오래 얘기하고서 알게 된 거지만, 아무래도 이 애는 머리가 그렇게 좋진 않은 것 같다.

 그거 말고는 반응이 나쁘진 않다.

 체력은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도 레슨을 받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옆 자리 사쿠마 양은 시종 한 마디도 없이, 쭈욱 생글생글거리면서 앉아만 있다.

 무언의 압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건 그렇고…… 헤에ー, 옆에 걔도 아이돌이구나」


「…… 우후후, 사쿠마 마유에요」


「알아. 독자 모델 맞지?」


「어머. 옛날 마유를 기억해 주시다니 기쁘네요오. 지금은 여기 이 P 씨의 담당 아이돌이지만요」


「…… 후후. 이 사람 상냥해 보이니까」


「…… 네에, 맞아요오. 가게에 민폐나 끼치는 진상 손님한테도 상냥하게 대해 주시는 멋진 분이시죠오」


「확실히, 이 더위에 따라나간답시고 엉겨붙어도 불평하진 않을 것 같네」


「………… 우후후」


「………… 후후」


 왜일까…… 이 두 사람이라면, 사이좋게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서로 으르렁대는 사람들일수록 반대로 오래 사귄다고들 하고.


「…… 무슨 일 생기면, 명함에 적힌 번호에 걸면 나랑 통화할 수 있어」


「…… 진상」


「…… 스토커」


 제발 내 얘길 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그럼, 내일이라도 우리 사무소에 와 볼래? 토요일이니까 학교도 쉬겠고」


「음ー, 미안한데 당분간은 시간이 없으니까…… 어디 보자, 다음 주 화요일에 가도 될까?」


 아 그렇구나. 학교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고등학생은 이제 방학 시작인가.


「물론이지. 언제 올 수 있을지 정해지면 문자나 전화로 알려 줘」


「오케ー」


 처음엔 난항을 겪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얘기가 빠르게 진행돼 줬다.

 원래 예능 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거겠지.

 그렇다면 정말, 말을 걸길 잘 했다.

 사쿠마 양은 여전히 정말 멋진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럼…… 아ー. 어디 보자…… 처음에 물어봤어야 되는 건데, 헌팅이라고 오해받기 싫어서 잊어버리고 있었어」


「아, 이름? 호죠 카렌, 16살」


「잠깐만 잠깐만. 지금 메모할게」


「음ー, 별로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럴 리가. 사무소에 돌아가서 치히로 씨한테 보고해야 되거든.

 그나저나 생각도 못 한 수확이었다.


「그럼, 꼭 연락할 테니까?」


「응. 믿고 기다릴게」


 그런 식으로, 그런 경위로.


 너무도 사소한 우연이 겹쳐 쌓여서, 호죠 카렌이란 소녀와의 만남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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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량으로 15-16편 정도 될 거 같습니다.

천천히 번역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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