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모바마스 시대극】 혼다 미오 「증오검 십차」

댓글: 6 / 조회: 692 / 추천: 1



본문 - 09-25, 2017 23:37에 작성됨.

【모바마스 시대극 혼다 미오 「증오검 십차」
 
【モバマス時代劇】本田未央「憎悪剣 辻車」




1:2017/05/21(일) 21:04:23 .21 ID:xsmWJuXh0

  성역할 역전계 시대극, 에도 중기 정도  




  연년의 흉작으로 미시로번은 만성적인 재정난에 빠져있었다.
(※번藩 : 에도시대에 1만석 이상의 넓은 영토를 보유했던 다이묘가 지배했던 영역.)

  그것을 계기로 카로 센카와 치히로와, 오메츠케 토고 아이의 파벌싸움이 한창이었다.
(※카로家老 : 다이묘의 중신으로, 집안의 무사를 통솔하며 집안일을 총괄하는 직책)
(※오메츠케大目付: 번의 영주나 무사 등을 감찰하는 직책)

  집정회의에서 센카와는 검약령을 주장했다.

  미납된 공물과 부채를 남김없이 징수, 그것을 하지 못한 지주나 백성은 토지를 몰수.

  그렇게 번이 얻은 토지를 상인에게 담보로 건내 대출을 받는다.



  결국, 검약이라기 보다는 번이 토지매매에 손을 대는 것이었다.

  이것에 토고가 반대의견을 냈다.

  「흉작으로 가장 곤궁한 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하면 어떻게하나?」

  이것에 대해 센카와파의 인간들은 그것이 감정론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사실 토고도 단순한 감정으로 끼어든것이 아니었다.

  센카와는 작년, 번주의 에도방문에 동행했다.

  그곳에서 주군과 함께 번에 재정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유흥을 즐기고, 영지로 돌아오고 난 후에도 쓸데없는 낭비를 행하고 있었따.

  간조부교도 센카와의 입김이 닿아있었기에 지금까지 아무도 간언하지 못했다.
(간조부교勘定奉行 : 막부의 재정을 책임지는 직책)

  하지만 토고는 집정회의를 기회로 삼아, 번주와  센카와를 넌지시 비판했다. 쥐어짜내는 인간이 잘못했다, 라고.



  번은 센카와파와 토고파로 갈라졌다.

  유혈사태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중립이라는 안이한 입장이 용서되지 못할 정도로 대립이 깊어지고 있었다.

  혼다 미오는 일단 토고파에 속해있었지만, 솔직히 정치에 흥미는 없었다.

  오히려 센카와파 집안의 저택에서 술을 얻어먹고 있을 정도였다.




  「큰일이네」

  마치 남의 일인냥, 미오가 중얼거렸다. 대화상대는 젊은 나이에 우마마와리 대장을 맡고있는 시부야 린이다.
(※우마마와리馬廻 : 말을 소유한 호위 기마무사 집단)

  「정치는 정치가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권력투쟁의 앞잡이가 되서 죽는건 바보같아.」

  린은 가문에 의해 센카와파에 속해있었지만, 미오와 마찬가지로 정치에 흥미는 없었다.

  양자는 파벌도 집안도 달랐지만, 유일무이한 친구였다.



  미오는 술을 홀짝이면서 호화로운 정원을 보았다.

  제철의 꽃들이 수백은 만개하여 필설난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것이 시부야 저택이 "꽃의 저택"이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꽃 수집을 시작한 사람은 전전대 당주이며, 그녀는 호색을 탐하지 않은 대신, 문자 그대로 꽃에 미쳐있었다.

  꽃 수집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도 손을 뻗느라, 한시기 시부야가가 기울뻔한 적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꽃의 수를 물으면 당사자는 언제나 「두 종류밖에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즉, 손녀인 린과 그 이외.



  미오는 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날카롭고 긴 눈동자. 곧고 예쁜 형태의 코. 작고 요염한, 아름다운 입술. 긴 흑발은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동성인 미오조차도 때때로 묘한 기분이 들 정도로, 린이라는 여자의 용모는 매력적이었다.

  또한 성격도 좋고, 문무에도 우수하다. 전전대의 손녀 사랑도 납득할 수 있다.

  유소기에 사서를 독파하고, 한시를 취미로 즐긴다. 또한 노래도 뛰어나 종종 번주가 부를 정도이다.

  검술 또한 야규신음류의 면허개전을 받고, 100명 이상의 문하생 중에서도 줄설 자가 없다. 그야말로 천재검사이다.
(※야규신음류柳生新陰流 : 쇼군가 검술 류파로서 에도시대 무예의 상징적인 검술. 상대와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는 몸을 전환해 상대의 측면을 공격하는걸 기본으로 함.)
(※면허개전 : 일본 고류 무술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등급. 면허개전을 받으면 유파의 비기와 이치가 담긴 문서를 받을 수 있으며, 유파의 이름을 걸고 도장을 차리는 것이 가능했다.)


  가문은 카로인 센카와가를 뒤잇는 명가이다.

  과연 시부야 린 정도의 일재가 이번 정쟁과 무관하게 지낼 수 있을련지. 미오는 또다시 술을 홀짝였다.

 

   



  자신은 걱정할것 없다. 혼다가의 녹봉은 50도 안되며, 미오 개인의 신분은 하찮은 평무사.

  2년전 고생해서 논어를 읽었지만, 맹자에서 포기했다.

  내용이 너무 재미없었으니까. 미오는 술회했다. 결코 읽을 수 없어서는 아니었다.

  유일한 자랑은 검이었지만, 번에서는 이단인 시현류이다.
(※시현류示現流 : 사츠마 무사의 검술 류파이며, 투박하지만 강한 일격을 자랑하는 검술.)

  큐슈에서 흘러들어왔"다고 하는" 낭인이 먹고살기 위해서 연 도장이 번 외곽에 있었다.

  그곳은 수업료가 상당히 저렴했기에, 하급무사가 모여드는 장소였다.

  미오는 그곳에서 면허개전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도장주가 상당히 수상했기에 린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덕분에 마음 편히 술을 마실 수 있다. 미오는 자조스럽게 미소지었다.

  그녀의 당장의 걱정은, 정치와 자신의 진로가 아닌 신부였다.

  뇌리에 떠오른 것은, 자신보다 훨씬 큰 연상의 남자. 키는 6척1촌, 영내 제일의 장신.

  어깨는 듬직하게 넓고, 몸은 탄탄하다. 얼굴은 빈말로도 미남이라고 할 수 없었고.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험상궂다.

  일단, 안는게 즐거운 남자는 아니다.

  하지만 천성은 상냥하고, 가사실력도 뛰어나다. 말수가 적어 반려를 잘 받들어주겠지.

  미오에게는 이상적인 신부였다.



  얼마전에 만났을때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손을 올리자 살며시 잡아주었다. 그 때가 떠오른 미오는 미소지었다.

  「신부를 생각했구나?」

  미오의 표정이 풀어진것을 재빨리 눈치챈 린이 물었다.

  「그냥」

  미오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미오는 신랑에 대해서 린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부야가와 타케우치가는 집안의 차이가 크기때문에 반려를 빼앗길 일은 없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린의 미모 앞에서는 자신이 없다. 거기다 시부야가는 하류 무가 한둘은 통째로 살 수 있을 부가 있다.

  본인은 몰라도 타케우치가의 당주는 승낙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불안과 동시에, 린이라면 괜찮다는 마음도 있었다.

  미인이며 상냥하고 출세가 약속된 신랑. 명가에서의 자유로운 생활. 그녀의 반려가 된다면 행복할것이 틀림없다.

  그 행복을 버려서까지, 나와 함께 해달라고는 말할 수 없다.

  미오의 표정에 문득 그늘이 서린다. 린은 그것을 재빨리 알아채고는

  「안뺏는다니까」

  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미오는 이 말을 듣고, 친구를 경계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 쪽의 신부는 어떻게 됐어?」

  마음을 숨기기 위해 미오가 물었다.

  「글쎄. 정해져 있긴한데」

  린은 무정하게 대답한다.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신부는 센카와 직계로 정해져 있었다.

  좋고싫고도, 괜찮고나쁘고도 없었다.

  「그럼 이제는 몰래 유흥가에 못가겠네」

  미오는 친구와의 첫만남이 떠올랐다.

  몇 년 전. 돈은 있었지만 배짱이 없었던 린은, 유흥가 입구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돈이 없고 배짱은 있었던 미오가 그녀를 발견했다.

  이후 양가의 딸들은 나쁜 놀이를 배우고, 그 나쁜 친구는 조금 착실해져서 지금이 되었다.

 

 

 

   



  「유흥가라…지금 갔다가는 서로의 파벌이 주목하겠지」

  린은 그렇게 흘렸다.

  정쟁에 흥미가 없는 그녀들이라해도 다른 파벌의 인간들끼리 화기애애하게 놀고있으면 간첩의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신부와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얌전히 지내는게 제일이지」

  미오가 그렇게 말하고, 또 술을 홀짝였다.




  후일, 근무를 끝낸 미오는 서둘러 도장으로 향했다. 번내의 불온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파벌싸움에 참가할 마음은 없었지만, 상대가 미오를 넘어가주는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갑자기 싸움에 말려들어가는 것도, 각오해야했다.

  도장의 문을 두드린 미오를 맞이한 것은 문하생들의 엄청난 엔쿄였다. 얼굴이 저리고, 앞머리가 살짝 뜬다.
(※엔쿄 : 시현류 특유의 기합소리. 끼에에에엑하는 괴성으로 들린다.)

  「오쓰!」

  미오가 인사를 하자, 문하생 일동도 인사했다. 면허개전을 받은 미오는 그들의 영웅이었다.





  「안녕하시오니~」

  도장주, 요리타 요시노가 안에서 나왔다.

  연령미상. 키는 미오보다 작고, 덩치는 아이처럼 작다.

  용모도 어렸기에 도장의 주인으로서의 위엄은 없다.

  사츠마에서 태어나 시현류를 배웠다, 라고 본인은 말했지만, 사투리나 얼굴은 사츠마답지 않았다.
 
  단지, 실력은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 그렇기에 신용은 몰라도 경시받지는 않는다.



  「연습이신지요~」

  굉장히 맥풀린 목소리로 요시노는 미오에게 물었다.

  「응……이제 곧, 사투에 말려들어갈지도 몰라」

  미오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지만, 요시노는 「그런지요~」라고만 대답하고 목검을 던졌다.

  미오는 그것을 받고 도장 뒷쪽의 숲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수령 수백의 삼나무 거목이 있었다. 미오는 삼나무에 일례한 후, 사납게 목검을 때렸다.



  『세운나무 치기』. 미오가 숲의 면적을 반으로 만든 이후로는 이 거목이 그녀의 상대를 하고 있다.
(※세운나무 치기立木打ち:시현류 특유의 수련법으로 사람 키만한 말뚝을 세워두고 아침저녁으로 매일같이 수백 수천번 목검으로 내려치는 수련.)

  미오의 내려치기가 그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만약 진검을 이용한다면 이 거목도 양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인간이라면, 그녀의 칼을 받아낼 수 있는 자는 없을것이다.

  사투따위…바라던 바다!

  미오는 평소보다 기세를 올려, 거목을 쳤다.

   



  반각쯤 지난 후, 미오는 사람의 기색을 느끼고 뒤돌아 보았다.

  도장에서 사람이 달려오고 있었다.

  「좋은 느낌 이오니~」

  요시노는 달리는 채로, 미오에게 목검을 휘두른다.

  미오는 후방으로 뛰어 그것을 회피한다. 시현류의, 아니 요시노의 내려치기를 받는것은 불가능했다.

  목검을 받은 주먹이 부서지고, 이쪽의 검신이 어깨죽지에 박힐것이다.

  휘두른 직후의 틈에 미오가 공격한다. 봐줄 필요는 없다. 아니, 봐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요시노는 지면을 구르고, 그대로 미오의 다리를 노린다.

 

 




  미오는 뛰어올라서 요시노의 정수리에 목검을 내려쳤지만, 요시노의 검에 막혔다.

  「왜 힘을 빼셨사온지~」

  「힘 뺀적 없어!」

  「미오씨가 진심이었다면 저는 이미 죽어있사오니~」

  요시노는 막은 검으로 밀어서, 그대로 미오를 땅에 넘어뜨렸다. 엄청난 여력이었다.

  「그래서는 사람을 벨 수 없사오니~」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죽었어…」

  미오는 무력하게 대답했다.

 

   



  「미오씨는 너무 상냥하오니~」
 
  대련를 끝낸 후, 요시노는 그렇게 고했다.

  미오는, 「상냥한 히토키리가 목표야」라며 시치미를 뗐지만, 내심은 의기소침해 있었다.
(※히토키리人斬り : 사람을 베는 것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 혹은 쾌락살인자를 칭하는 말.)

  타류와의 시합이 금지됐다보니 미오의 강함의 척도는 요시노와의 비교였다.

  요시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 질 때마다 미오는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시현류의 기술은 전부 익혔기에 단순한 힘은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남은건 쇠약해지는것 뿐일지도. 미오는 공포했다.

  검에 버림받으면 장점이 없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도장을 뒤로 한 미오는 시부야가에 발길을 옮겼다.

  술을 마시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돈이 없다. 그 때는 친구이다.

  「귀여운 미오쨩에게 술을 베풀거라~」

  미오는 뻔뻔하게 외치며 시부야가의 문을 두드렸다.

  무례하기 그지없는 행위였지만, 미오가 술을 마시러 올 때는 언제나 린이 문 앞에 있기에 문제 없었다.

  하지만 정작 린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술 줘. 야! 술 달라니까!
  듣고있잖아, 대답해~!!」

  미오는 반쯤 장난으로 문을 두드렸다. 린이 아니라도 문을 열기 싫은 꼴이었다.



  간신히 문이 열리고 미오는 기분좋게 저택에 들어갔지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린의 양친이었다.

  「앗…」

  미오는 입을 열기도 전에 무릎부터 꿇었다. 상대는 번의 카로에 필적하는 지위를 가진 인간이었다.

  「그대가 혼다 미오인가」

  린의 어머니가 미오에게 물었다. 린과 닮은 아름다운 여자였다.

  하지만 그 미모를 유유히 감상할 여유는 없다.

  「네. 그렇습니다.」

  미오는 송구해하면서 정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방금 전의 행동을 생각하면 이미 늦었겠지만, 미오도 무가의 인간이었다.



  「린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린의 부친이 소극적으로 미오에게 물었다.

  「귀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린은 비번일터였다.

  밖은 이미 어둡다. 아직도 귀가하지 않은건 이상하다.

  「그대, 오늘 행해진 집정회의에 대해서 모르는 모양이구나.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올 리가 없지.」

  린의 어머니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한숨을 쉬었다.






  오메츠케인 토고는 센카와파의 규탄에 참지 못하고, 센카와와 번주를 지명해서 비판했다가 역린을 건들였다.

  토고는 무기한 근신처분을 받고, 의회는 센카와파가 차지하게 됐다.

  국민을 괴롭히고 충신을 처벌하다니 이 무슨 만행인가. 이 처분에 토고파의 인간은 격노했다.

  센카와파의 인간은 물론이고 번주마저 해하려 들 정도로.



  그런 사태의 한중간에 외동딸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시부야가가 아니더라도 불안했겠지.

  미오는, 「린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저택에서 뛰쳐나갔다.







  우마마와리 대기소, 두 사람이 만난 유흥가. 신음류 도장.

  린이 가끔 강의하는 서당.

  이전에 둘이서 들른 찻집. 번주의 저택.

  그 어디에도 린은 없었다.

  미오는 숨을 헐떡이며 길가에 철퍽 주저앉았다.

  짐작가는 곳은 전부 찾았다.

  이젠 강바닥이라도 뒤져봐야하나?

  미오가 다시 일어서려고 했을 때, 그녀는 다수의 무사에게 둘러싸였다.

  토고파의 인간들이었다.



  「혼다씨. 누구를 찾고 계신거죠?」

  카치인 오오이시 이즈미가 미오에게 물었다.
(※카치徒士:도보로 주군을 따르거나 선도하는 하급무사.)

  「미행당할 정도로 인기많아서 참 기쁘네~」

  린을 찾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토고파에게 먹이를 주는것과 다름없다.

  「차갑네. 같은 파벌의 연으로 알려주세요」

  「파벌의 연으로 놓아주면 알려줄게」

  미오는 대담한 미소로 토고파의 인간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모두, 미오와 마찬가지로 하급 무사이다.

  파벌싸움의 앞잡이. 가장 먼저 잘려버리는 불쌍한 존재.

  하지만 가장 불쌍한건, 이곳에서 그녀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이다. 미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저들에게 간첩 혐의를 받고있다.

  물론 이유는 알고 있다. 린과의 교류를 끊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위험하다.

  미오는 외쳤다. 도움을 부르기 위해서가 아닌, 상대의 의표를 찌르기 위해서이다.

  연습으로 단련된 폐활양은 미오의 목에서 엄청난 엔쿄를 내뿜었다.

  그 절규는 토고파의 인간의 고막을 파괴하고, 몇명을 졸도시켰다.

  그 틈을 노려, 미오는 도망쳤다.



  번에 있을 곳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거리를 질주하면서 미오는 희미하게 후회했다.

  약해진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미래의 반려.

  인근에 타케우치가의 저택이 있었지만, 갈 수 없다. 그런 작은 집안이 정쟁에 말려들어갔다가는 가문째로 무너질 수 있다.

  죽을까보냐. 미오는 자신에게 기합을 넣으며 무가저택이 늘어진 대로를 달렸다.

  추격자를 뿌리치기위해 거리를 우회해서 시부야가를 목표로 달렸다.
   



  결국 린을 찾지 못했다. 돌아가서 그녀의 양친에게 뭐라고 말해야할지.

  뭐 갈기갈기 찢기지는…않겠지?

  미오는 암흑으로 뒤덥힌 거리를 달리다가, 사람같은것과 충돌했다.

  「아앗, 죄송합니다!」

  「저야말로……」

  상대의 목소리는, 린이었다.



  「어디갔었어!」

  미오는 손으로 더듬어 넘어진 린을 일으켜 세웠다. 도중에 실수로 엉덩이를 만져버렸지만, 감촉은 매우 부드러웠다.

  게다가 냄새를 맡으니,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이 향기는 요즘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이었다.

  「남자였냐!」

  미오는 린의 엉덩이를 때렸다. 괜한 헛수고였다.



  미오는 그대로 시부야가로 돌아가 린을 양친에게 인도했다.

  시간이 늦어 위험했기에 미오는 처음으로 1박을 허락받았다.

  또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영내의 기근때문인지 시부야가 정도의 집안치고는 소박했으며, 미오는 그것에 호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센카와파의 인간에게 이정도로 환대를 받아버렸으니 이미 토고파에게는 배신자 확정이었다.

  될 대로 되라. 미오는 나온 술을 홀짝였다.

   



  다음날 아침 린이 근무에 나간 후, 미오는 린의 양친에게서 금자를 받았다.

  그 금액은 30량. 미오에게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거금이었다.

  「향후 시부야가에는 접근하지 말도록」

  어제의 감사가 아닌 위자료라는 것이다.

  미오는 울분이 솟았지만, 명가의 당주가 딸에게 접근하는 파리를 털어내는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미오는 황송하며 받고, "시부야가에는" 접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미오는 이 정도로 자신과 린의 정이 끊길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끊을 생각도 없었다.

  린같은 친구는 귀중하다. 막나가는 미오를 꾸짖을때도 있지만, 미오를 자주 도와준다.

  논어를 어떻게든 독해할 수 있던것도 린의 지도 덕분이고, 때때로 남동생에게 공부도 가르쳐준다.

  혼다가를 방문할때는 가족 모두에게 선물을 가져온다.

  ……내가 해준 것이라 해봤자, 나쁜 놀이 몇가지를 가르친 정도.

  친구와의 과거를 되돌아본 미오는 가벼운 자기혐오에 빠졌다. 린도 미오를 귀중하게 생각해주기를 빌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미오는 무릎을 두드리고 상점이 줄지어있는 다리로 향했다.

  도망칠 곳이 사라진건 아쉽지만, 만약의 때에는 도장에 몸을 의탁하자.

 

   



  큰 돈을 얻은 미오가 할 일은, 미래의 혼다가 며느리에게 줄 선물을 사는 것이었다.

  혼다가의 집안이 집안이다보니 비록 서로의 사랑이 있어도 정공법으로는 신부를 받아올 수 없다. 바깥해자를 묻을 필요가 있었다.

  갑자기 피륙같은걸 보냈다가는, 「벌써 신랑 노릇이냐」라며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으니 우선은 제철과일과 과자와 음식이다.

  가볍게 땀이 나는 기온이니 시원한 과일이나 양갱이 적격일 것이다.

  미오는 린과 함께 방문한 찻집이 떠올났다. 그곳은 양갱이 절품이었다.



  막상 찻집에 도착한 미오는 얼굴을 찡그렸다.

  센카와파의 인간들이 담소하고 있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재수가 없다. 미오는 들키지 않게 몰래 찻집 뒤쪽으로 돌아갔다.

  가게가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테니 어느정도 이해해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센카와파의 여자가 가게의 소년을 꼬시고 있었다.

  「운 더럽게 없네!!」

  미오가 외쳤다.

  그 목소리에 놀란 소년이 가게 안쪽에 들어가 버렸다.

  혼자 남은 여자가 매우 불쾌한 얼굴로 미오를 보았다.

  「여어, 촌뜨기 사무라이. 오늘은 비번이냐?」

  그것은, 미오가 시현류 무사라는것을 야유하는 호칭이었다.

  「소인은 미시로에서 태어났습니다.」

  미오는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상대는 上約인 키무라 나츠키였기 때문이다.
(※上約이 무슨 직책인지 알 수 없어서 원문 그대로 썼습니다.)



  키무라는 미오를 힐끗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키무라는 정한(精悍)한 용모라서 그 표정에 악의가 없어보인다.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너, 아직도 린과 어울리고 있냐?」

  당돌한 질문에 미오는 동요했다.

  어제는 토고파에게 둘러싸이고, 이번에는 센카와파에게 심문을 받고있다.

  즉, 양 파에서 간첩혐의를 받고 있다.

  미오는 침묵했다. 대답을 잘못하면 이곳에서 베일지도 모른다.




  침묵한 미오에게 키무라는 말을 이었다.

  「너도 간 큰데. 혼기의 여자는 누구도 린에게 다가가지 않는다고. 빼앗겨 버리니까말야!」

  키무라가 깔깔 웃는다. 험담이 험담으로 들리지 않는, 묘한 여자였다.

  미오는 반론하려고 했지만, 자신도 그런 생각을 했었기에 그저 조용히 수긍했다.

  남자를 꼬시는 방법을 가르친건 미오였으며, 또한 린을 경계하고 있는건 미오도 마찬가지였다.



  미오가 입다물고 있는게 재미없었는지 키무라는 「잘 있어라」라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센카와파의 인간은 오지 않았다.

  키무라는 미오의 존재를 동료에게 고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화내야할지 고마워해야할지 모른채, 미오는 과자를 산 후에 허둥지둥 찻집을 뒤로했다.



  귀찮은 일은 그의 얼굴을 보고 잊어버리자.

  미오는 타케우치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전혀 대답이 없었다.

  미오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럼에도 대답이 없었기에 미오는 껑충 벽을 기어올라서 저택을 엿보았다.

  그러자 허름한 마당에 그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고용인도 없는 집이었기에 그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저택에 들어갈 수 없다.

  「어~이!」

  미오는 벽 위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대로 저택에 들어갈 수 있엇지만, 그가 문까지 와주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거절당한게 아닐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미오를 보자마자 두려운듯한 눈으로 굳어졌다.

  「들어가면 안돼?」

  미오가 그렇게 물어도 그는 경직된 채로 손가락 하나 꿈틀대지 않았다.

  「내가 싫어?」

  이번에는 그렇게 묻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미오는 안심해서 벽을 넘어 저택에 들어갔다.



  이미 몇번이나 만났지만, 그의 움직임은 딱딱하고 어색하다.

  낯가림이 심한건 아니지만, 여자 앞에서는 이렇다고 한다.

  하지만 미오에게는 쭈뼛쭈뼛하면서 서투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타케우치의 양친은 부재중이었다. 모친은 일에 갔으며, 부친은 친척 집에 갔다고 한다.

  잘됐다고 생각한 미오는 그에게 다가갔다.

  지금까지는 양친 앞에서, 몰래 손을 잡을 뿐이었지만 오늘이야말로.

  정식으로 약혼을 신청하자. 미오는 결심했다.
   



 마음을 먹은 미오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를 꼭 껴안았다.

  그는 조금 몸을 떨었지만, 떨쳐내지는 않았다.

 미오는 자신보다 연상의, 성숙한 남자의 향기를 느꼈다.
 
  긴장하고 있는지 희미하게 땀냄새에 섞인 농후한 수컷의 냄새. 그리고 은은한 향기.
 
 뇌수가 물렁해질것같은 감미로운 향기였다.
 



  「내 신부가 되어줘」

  미오는 천천히 자신 안의 암컷이 눈을 뜨는 것을 참으며, 약혼을 신청했다.

  초조해하면 안된다. 지금 여기서 욕망에 몸을 맡겼다간 모든것이 망가진다.

  미오의 말을 들은 그는 움찔하고 큰 몸을 떨었다.

  두근거림이 더욱 빨라지는것을 피부 너머로 느낀다.

  「나를 좋아한다면, 응…」

  미오는 그의 흉판을 천천히 매만지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일체 대답하지 않는다.

  미오는 자신의 심장이, 깊은 초조함으로 날뛰기 시작하는것을 참았다.

  설마 무섭게 해버린건가. 일단 몸을 떼고 얼굴을 엿보았다.

  그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죄송, 합니다…정말로」



  「미안」

  미오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은, 「왜?」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갈게」

  미오는 그렇게 말하고, 방에서 나왔다.

  억지로 저택에 들어간게 문제였나. 갑자기 겨안은게 문제였나.

  그렇지 않으면, 처음으로부터 나는 안됐던건가. 집안때문인가.

  미오의 안에서 여러가지 감정이 다투었다.

  후회. 슬픔. 공포. 절망. 불안.

  미래의 반려를 잃은 아픔은, 미오를 심각하게 괴롭혔다.
 
 





  만약, 린이었다면.

  미오는 그 밤에 술을 홀짝이면서 안은 불안이 떠올랐다.

  린이었다면 그는 받아 들였을까?

  이 날 미오는 자신 안에 숨어있었던, 친구를 향한 증오를 자각했다.



  오빠의 시집을 위해 15량. 부모님에게 14량. 남은 돈으로 남동생의 팔에 가득찰 정도로 과자를 사준 후, 미오는 도장으로 향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목검을 휘두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안녕하신지요~」

  도장은 요시노 혼자였고, 다른 문하생은 없었다. 허름한 도장은 여름임에도 괜히 춥게 보였다.

  미오는 목검을 들고, 뒷쪽의 숲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요시노가 그것을 막았다.

  「방해되는데」

  미오는 목검을 대충 요시노에게 겨눴다. 요시노는 조금도 겁먹지 않고 그 목검을 잡았다.









  「오늘의 미오씨, 좋은 눈을 하고 있사오니~」

  「미혹이 없으니까」

  잡념이 소용돌이치는 심정을 자조하며 미오는 대답했다.

  「새로운 기술을 하사하겠으니~」

  요시노는 여태까지 보여준 적 없는 만면의 미소로 말했다.

  새로운 기술. 미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면허개전이란, "이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라는 단계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이제와서 무엇을 하사한단 말인가.



  「시현류의 기술이 아닌, 제가 만든 기술이오니~」

  미오와 요시노는 도장의 중심이 아닌 구석에 섰다.

  기괴하지만, 이것이 도장에서의 정식적인 대련의 모습이었다.

  서로 일례한 후, 요시노는 검을 겨누고 빠르게 거리를 채웠다.

  이번에는 맞받아칠 각오로 쳐냈다. 미오는 중단에서 상단으로 자세를 바꿨다.

  미오가 횡으로 목검을 휘두르자 요시노의 모습이 사라졌다.

  요시노는. 미오는 주위를 바라보기도 전에, 툭, 툭하고 머리와 목을 가볍게 맞았다.

 
   



  「이것이 제가 만들어낸 "십차(辻車)"이오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미오에게 요시노가 말로 이치를 설명했다.

  십차란, "두번째 공격은 필요 없는" 시현류에서는 이질적인 2연격이다.

  거기에, 빗나간, 받아쳐내진 후의 이격이 아니라, 일격에서 벤 상대를 다시 벤다.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스러운 상대에게 밖에 사용할 수 없는, 비정의 검.

  너무나도 무사의 길에 반한 기술이었기에 여태까지 숨겨왔다고 한다.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운 상대.

  미오는 비검(秘剣)이 태어난 경위를 생각해봤다.

  요시노는 미움은 커녕, 인간적인 정서 자체가 결여되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몸을 불태울 정도의 감정을 끓어 일으킨 사건은 대체.

  미오는 가볍게 몸이 떨렸다.



  한편 미오는, 기술 자체에는 아무런 감개도 없었다.

  미오가 지금부터 검을 휘두르는건 파벌싸움이다.

  상대를 향한 좋고 싫은 감정따위는 낄 여자가 없고, 거기에 상대가 1명만 온다는 보장도 없다.

  다수의 인간을 향한 무의미한 이격은 틈이 되고, 기술로서는 결함이다.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할 기회도 없다. 스승이 만든 비검을 미오는 그렇게 결론냈다.





  「더 편리한 기술이라고 생각했어」
 
  미오는 자신의 실망을 대놓고 말했다. 하지만 요시노는 미소만으로 대답했다.

  「진심으로 증오하는 상대를 1명 벨 수 있다면 충분하오니~」

  「아니, 적에게 둘러싸이면 못쓰잖아」

  「그때는 깔끔하게 죽으면 되오니~」

  미오와 요시노는 사생관(死生観)에 큰 차이가 있었따.

  혹은, 이것이 검사로서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오는 그것을 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을 위해서 기술이 있는것이며, 사람이 기술에 생명을 거는것은 잘못됐다.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시노는 냉연하게 미오에게 고한다.

  「이 기술은 만들어낸건 사람의 업이오니~
  달인도 검성도 아닌, 일개의 인간만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사오니~」



  그 날을 경계로, 요시노는 자취을 감추었다.

  그리고 요시노가 사라지자, 지도자가 없어진 도장에는 아무도 오지 않게 되었다.

  미오를 상대해주는건 뒷쪽의 삼나무 거목 뿐이었다.

  결국 요시노라는 인간의 정체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이기지도 못했다.

  미오는 심중에 새로운 핍색감(逼塞感)을 느꼈다.





  미오는 번 안에서 더더욱 고립했다.

  토고파와 센카와파 양방에게 감시받고 있다. 린에게도, 타케우치가에서의 한 건 이래로 접근하기 어려웠다.

  물론 그와도 함부로 만날 수 없다.

  기분탓인지 영민들의 시선도 차가웠다. 자신이 뒤에서 웃음거리가 되고있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외로운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은 술뿐이었지만, 돈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미오는 좋아하지 않는 일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



  미오의 일에는 이렇다할 명칭은 없다. 그저 부교의 몸종이다.
(※부교奉行 : 에도시대 행정업무를 맡는 지위)

  그렇기에 할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이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일을 하다보니, 본의가 아니었지만 보기 흉한 파벌싸움을 보게되는 일도 늘었다.

  그 전부가 근거도 없는 치졸한 험담과 응수.

  센카와파는 전부 돈만 말하는 비인(非人)의 무리다.

  토고파 무리는 사물의 이치도 배움도 없는 원숭이의 무리다.

  센카와파의 여자는 돈이 없으면 신부를 얻을 수 없다.

  토고파의 원숭이는 번을 어지럽혀 백성에게 불안을 주고 있다.

  미오에게 유일한 다행은 아직 유혈이 없는것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는 방치할 수 없는 중상모략 벽보를 발견했다.

  시부야 린은 집안을 돈으로 매수해 남의 남자를 뺏는다. 그렇게 쓰여있었다.

  처음으로 미오는 화를 냈다. 그러나 린이라면 남자가 먼저 다가갈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샘솟았다.

  나는 최악이다. 미오는 또 자기혐오에 빠졌다.

  타케우치가의 일은 린과 관계없다. 나의 완곡한 질투에 불과하다.

  미오는 친구의 불명예를 씻기위해, 혹은 자신의 의념을 지우기 위해, 린에 대해 묻고다녔다.


  시간이 있을 때는 서당에서 마을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쳐준다.

  만취한 불한당을 혼내주었다.

  가족에게 불행이 닥친 사람에게, 매우 아름다운 꽃을 한송이 주었다.

  예쁘다.

  그렇게 소란피우는건 마을 남자들이었다.




  한편 이러한 이야기도 있었다.

  결점이 없는 인간은 없다. 뒤에서는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 있을게 틀림없다.

  집안이 좋아서 아무도 불평할 수 없는것이다.

  사람은 좋지만 친구가 되기는 싫다.

  미오는 쓴웃음지었다. 전부 미오와 마찬가지로 하급무사들의 말이었다.



  뛰어난 동성 앞에서 그것을 솔직하게 칭찬할 수 없는건 모두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그 벽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역시 아무 근거도 없는 중상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가저택이 늘어선 길을 걷고있으니 예상치 못한 인물과 조우했따.

  키무라 나츠키였다. 일이 있을터지만, 그녀는 또 남자를 꼬시고 있었다.

  방해하는것도 미안하다고 생각한 미오는 몰래 돌아가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키무라가 말을 걸었다.

  「왜 넌 항상 내가 남자를 꼬시고 있을때 나오냐?」

  「남자를 꼬시지 않으실 때도 있습니까?」

  「하핫」




  미오와 키무라는 요즘 이런 농담도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키무라라는 여자는 조금 특이했고, 파벌과 관계없이 왠지 미오에게 자주 말을 걸었다.

  「내가 남자를 꼬시지 않으면 마을 남자들은 오히려 불안해한다고.
 
  나의 일은 영민들을 안심시키는 것.

  이것은 어엿한 직무 행위지」

  「하핫」

  이번에는 미오가 웃는다.

  키무라도 태생은 하급무사의 집안이다.

  린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의 인간이었지만, 미오는 키무라와의 대화에서 기분좋음을 느꼈다.






  「그런데 요즘 시부야가에 대한 나쁜 소문이 있습니다만」

  미오는 벽보에 대해서 키무라에게 물었다. 갑자기 찻집에서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뭐야 너. 타케우치가의 남자에게 마음이 있었냐?」

  「하?」

  키무라는 당돌하게 타케우치가 이야기를 꺼냈다. 린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흥. 내 취향은 아니지만, 저런거에도 수요가 있었구만」

  「무슨 말씀이십니까?」

  미오는 낭패했다. 자신이 일찌기 안았던, 술에 섞인 시시한 망상.

  의심의 경계. 그것은 단순한 미오의 질투가 아니었던 것인가.

  「린이 타케우치가의 남자를 따먹었다는 이야기, 못들었냐?
  아니, 타케우치만이 아니지. 이 근처의 저택의 남자는 전~부 린이 굴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부럽다니까. 키무라는 손뼉을 치면서 빙긋 웃었다.





  진상을 어떻게 확인해야할것인가. 미오는 고민했다.

  「시부야와 잤는가」라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면 편지로 완곡하게 물어볼까.

  그럼에도 미오는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티나지 않게 상대의 불의를 캐물을 수 있을지.

  미오는 자신이 의외로 소심했다는것을 실감했다.

  기분이 내키는대로 술을 마시고, 불쑥 도장에 나가고, 돈이 있으면 논다.

  자신은 그런 대략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 한명때문에 며칠이나 고민하고, 출처도 확실치않은 소문으로 린을 의심하고 있었다.




  아아 젠장.

  전부 귀찮다. 짜증난다.

  미오는 사람이 없는 도장에 갔다. 그녀의 버닌으로 가득한 기분을 받아주는것은 그 거목뿐이다.

  그리고 미오는, 가만히 있는 날이 없어졌다.

  이전의 그녀를 본 사람은 믿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똑바로 일하고, 시간이 있으면 검술 수행을 했다.

  가만히 있으면, 그 생각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오는 도망치면 안됐다.

  그와 친구. 그 둘에게서 눈을 돌려서는 안됐다.

  일과 수행으로 도망친 미오는, 진상을 그에게 들을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그 해의 코스모스가 피었을 무렵, 당사자가 자결했기 때문이다.



  미오는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대신 린과 함께 퍼붓듯이 술을 마셨다.

  불의(不義)가 의심되는 사람과 술을 마시며 돌아다닌다.

  조금 기묘하게 보였지만, 장래의 반려를 잃어버린 미오는 유일하게 남은 친구마저 잃는것이 두려웠다.



  미오는 린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의의 혐의를 받으면 사실이 어떻든 린은 괴로워할 것이다.

  한편 미오도 불쾌한 진실을 직시하게 될것이고, 그렇다고 그가 돌아오는것도 아니다.

  아무도 이득을 보지 않는다. 그럼 나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억누를 수 없는 의념과, 점점 커지는 린을 향한 증오를, 미오는 술로 삼키려고 했다.



  만취한 미오는 린에게 부축받으며 귀가길을 걸었다.

  타케우치가 근처를 지날 때, 미오가 응석부리는듯한 목소리를 냈다.

  「시부리~인」

  크게 취하면 미오는 언제나 이렇다.

  「뭐야 그건...」

  「시부야가의 린쨩이니까, 시부린」

  「간편한 별명이네」

  기막혀 하면서도 린은 웃었다.

  딱딱한 그녀에게 거리낌없이 농담을 건내는것은 미오 혼자뿐이었다.

  린도 미오처럼,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관포(管鮑). 문목(刎頚). 단금(断金). 막역(莫逆)

  그 어떤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그녀들은 단단하게 맺어져 있었다. 그럴터였다.

  그러나 미오는 졸음 속에서 들었다.

  밤바람에 흔들리는 달맞이꽃을 보면서 린이 내뱉은 말을.

  한번만 더 안았으면 좋았을텐데.

  미오가 린에게 결투장을 보낸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장소는 타케우치가 근처에 있는, 사람이 없는 십자로. 시간은 저녁.

  미오와 린은 대치했다.

  미오의 표정은 미소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오는 린에게 우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우정을 배신당한 미오는 린을 벤다.

 

   



  「시작하기 전에 물을게. 왜 타케우치가에 손을 댄거야?」

  미오는 물었다. 어떤 대답이 돌아오든 지금부터 할 일이 변하진 않겠지만.

  「글쎄. 진실된 사랑을 찾으려한게 아닐까?」

  린은 남일처럼 대답했다.



  햇빛이 기울자, 십자로에 긴 그림자가 진다.

  「시현류 개조의 이름이 뭔지 알아?」

  이번에는 린이 물었다. 미오의 위치에서는,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요리타 요시노」

  「누구야 그거」

  「방금 지어냈어」

  「하하」

   



  웃음이 멈춘 뒤, 린은 미오에게 답을 알려줬다.

  「"토고" 시게카타」

  「그럼 나는 결국 토고파의 선봉장이란 거구나.」

  미오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린을 벤다. 그러면 사정을 모르는 센카와파는 토고파의 공격으로 보고 신나서 보복을 가할것이다.

  토고파도, 미오와 린의 결투를 계기로 센카와파 "주살誅殺"을 개시할 것이다.

  그토록 정쟁을 싫어했던 두 사람이, 피투성이 항쟁의 도화선을 자르게 될줄이야.




  뭐, 모든 것은 사소한 일.

  「시작하자」

  미오는 검을 뽑았다.

  「그렇구나. 끝내자」

  린도 무기를 검집에서 뽑았다. 서로가 이것이 첫 진검승부였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사전연습도 필요없다.

  미오는 상단에서 검을 전력으로 내려쳤다.

  미오가 수천 수만 반복해서, 수많은 대목을 부숴버린 동작.

  보통 사람은 받아낼 수 없다. 검이 신체에 박혀 절명하리라.

  하지만 린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허리를 내려, 미오의 검을 받아냈다.

  검과 검이 부딪혀, 어두운 십자로에서 번쩍인다.

  미오의 일격은 받아내졌다. 미오가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었던 내려치기가, 린에게 막혔다.




  압도적인 재능. 쉬지 않는 단련.

  평범한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린의 검술.

  하지만, 미오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는다.

  「부러져... 부, 러, 져어!!」

  딱딲 날밑을 울리며 미오가 검신을 린에게 누른다.

  죽인다. 모든 힘을 쥐어짠다.

  연습으로 단련된 사지가 미오에 응해 엄청난 힘으로 전진한다.

  린의 허리가 버티지 못해 쓰러지고, 둘은 꼬이듯이 땅바닥에 넘어진다.

  불리한 위치관계를 피하기위해 린은 되치기를 하듯이 미오의 배를 찼다.

  미오는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유연성은 상대가 더 뛰어났다.

  미오는 후방으로 날려졌다.




  「제법인데」

  린은 흙을 털어내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너야말로」

  미오는 칼을 지팡이삼아 몸을 일으킨다.

  그 이후로는 말없이 치열하게 서로를 베었다.

  공격은 미오가 약간 웃돌았지만, 린은 검격을 전부 받아냈다.

  두번째 공격은 필요없는, 일격에 모든 것을 거는 시현류의 긍지를 꺽기 위해.

  한편 미오는, 린의 공격을 격렬한 움직임으로 피한다.

  괴물같은 집중력과 체력. 요시노와 대련하기위해 미오가 익혀온 것이다.







  아직 서로 치명상은 없지만, 미오는 왼쪽 어깨죽지, 린은 오른쪽 옆구리에서 출혈하고 있었다.

  오래 끌면 실혈로 쓰러진다. 미오는 그것을 깨닫고 린에게서 멀어졌다.

  십차로 승부를 내기 위해서.

  자세는 상단. 미오는 지면을 발로 차고, 상대를 향해 질주한다.

  린은 정안(青眼)으로 미오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받아내지 않는다.

  검을 흘리고, 엇갈리며 베어버릴 생각이다..






  하지만, 미오가 간격에 들어오기 직전. 그녀는 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에... 그렇게 생각한 린의 얼굴에, 붉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미오의 피.

  하늘에서. 그것은 즉.

  린은 미오의 피가 떨어지는 위치에서 일순간만에 미오의 위치를 깨달았다.

  무서운 판단력이었다.

  그러나 늦었다.





  여력. 체중. 낙하 속도. 그리고, 끝없는 증오를 담아, 미오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다.

  십차의 일격

  린은 순간적으로 막았지만, 검신이 부러져 막지 못했다.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달밤에 살포시 흩어졌다. 엄청난 피보라와 함께.




  이어지는 이격은, 등 뒤를 돌아 참수.

  이것으로 십차는 완성된다. 미오의 복수는 완수된다.

  천재 검사를 검으로 유린한다. 그 사실만이, 미오의 후생에 한줄기 광명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미오는 이격을 치지 않았다. 친구의 마지막 목소리가, 그녀를 제지했다.

  그것은, 그의 이름이었다.




  쓰려지려는 친구의 몸을, 미오는 지지했다.

  왜, 서로 이렇게나 서툴렀던 것인가.

  아니, 서로 서툴렀기에 만났고, 그렇기에 같은 남자를 사랑했던 것인가.

  「바보 자식」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미오는 그렇게 말했다.





  끝.


다음화
키무라 나츠키「미시로 검법첩」



꽤 긴 시리즈물인데 천천히 번역해볼라고 합니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