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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 P 「타치바나 아리스랑 뒹굴뒹굴뒹굴」

댓글: 9 / 조회: 3196 / 추천: 5



본문 - 11-10, 2016 23:04에 작성됨.


모바 P 「타치바나 아리스랑 뒹굴뒹굴뒹굴」




2:이하, 무명에 변해서 SS속보 VIP이 보내 드리는2016/10/10(월) 22:06:53. 38 ID:xMif1jfho

     ◇

    ――휴일에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있으면 즐겁나요?
    때때로, 그런 괘씸한 대사를 토하는 자식이 있지만, 그건 잘못됐다.

    나는 휴일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 나름대로 만끽하고 있는것이다.

    높은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
    시간은 정오가 가깝지만, 나는 아직 이불에서 뒹군다.

    아아, 지복의 시간이여.
    지복……지복의 시간이야, 뭐라해도.

    ――하지만, 무겁다.
    뭐가 무겁냐하면, 『애정, 이에요오♪』라고 말하며 윙크하는 미소녀가 있는게 아니라, 이불이 무겁다.

    「……으으」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묘하게 자기 불편해서, 몸을 흔든다.

    「……앗」

    그것과 동시에 마치 긴장이 끊어진듯한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그 녀석──, 타치바나 아리스는, 놀랍게도 자고 있는 나를 덮고잇는 이불, 이라기보다는 내 배 위에 앉아있었다.
    울컥한 표정에 불만스러운듯이 가늘어진 눈동자.

    「……므으. 책임 져 주세요」

    나의 눈앞에 GAME OVER라는 글자가 쓰여진 액정, 휴대 게임기가 들이대졌다.

    ……자고있는 사람 배 위에서 그런거 하지마!
    아니, 그냥 니네집에 가!
    그리고, 자고 일어나자마자 책임지라는 소리 들으니 간떨어지는줄 알았다.

     ◇



     ◇

    아리스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 로리」

    반응은 극적이었다.
    로리, 즉, 타치바나 아리스는 나에게 발길질을 날리며 마치 게임같은 쓸데없이 화려한 백스텝으로 나에게서 거리를 취했다.

    「소름이 돋았어요……. 두번 다시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 그런 기분 나쁜 소리를 또 들으면 당신을 발로 차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이미 차지 않았냐?」
    「안찼어요」
    「찼잖아」
    「안찼어요.……그건, 그」

    침묵.
    아리스는 파닥파닥 손을 흔들고는.
    그리고, 나에게서 살그머니 눈을 돌렸다.

    「……내 발을 햝아라, 였어요」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갛다.
    진짜 그걸로 괜찮은거냐, 타치바나 아리스?

    「……너, 먼 곳에 가버렸구나」
    「죄송해요. 거짓말이에요. 정말 죄송해요.」

    용서했다.
    그러나, 하지만……아니…….

    「혹시, 그쪽 캐릭터 해볼 생각은 없어?」

    어린 아이에게 신랄하게 취급된다는 장르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봐도 괜찮을까?

    「……이제 그만……용서해주세요……」

    아리스가 죽을것같은 표정을 지었다,
    안되는것 같다. 연약한 것.

     ◇



     ◇

    마지못해 이불로부터 기어나온다.
    안녕히, 나의 늦잠이여.

    나의 애수가 감도는 어른스러운 등을 보고나서 무언가를 생각했는지, 녀석은 기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오래 자고 싶었으면, 일찍 자면 되는거잖아요」

    모르는군, 이녀석은 하나도 모른다.
    심야까지 별 의미도 없이 시간을 쓸데없이 보내고, 오후까지 잠을 탐하는것의 행복함을.

    「……평생 알고싶지 않네요」

    내가 친절하고 자상하며 정중하게 설명했으나 아리스는 한숨을 한번 토하고 고개돌렸다.

    「큭큭큭, 이 몸과 같이 더 자지 않겠나?」

    별 생각 없이 오만캐릭터 풍으로 말해봤다.

    「……같이……저와 같이, 말인가요?」
    「겁먹었느냐, 인간 소녀여!」

    어째선지 아리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난 섬세하니까 갑자기 말을 끊지 말아줘.

    「……어,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 제가 같이───」
    「뭐, 너때문에 잠이 깨서 더 안잘거지만」

    후우, 한숨을 내쉬고 이불을 개킨다.
    자연스럽게 후와아, 하고 하품도 한번 나왔다.

    「……에잇」

    어째선지 아리스가 등을 발로 차서, 그대로 이불에 엎어졌다.
    뒤돌아 본 아리스의 눈동자에 냉기가 깃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



     ◇

    「너 이, 조숙한 꼬마년」

    이불에 돌진한 머리를 들어올린다.
    이미 졸음따위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그누누…….

    「조숙한 꼬마가 아니에요, 타치바나에요」
    「너 이, 타치바나년」
    「……그냥, 아리스라고 불러주세요.」
    「너 이, 아리스년」
    「……당신의, 아리스에요」

    갑작스러운 초전개에 당황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당황하면 삼류에 불과하다.

    「……나의 아리스년」
    「……이 아이가 당신의, 딸이에요」

    어느새 결혼한거냐, 나.
    게다가 애도 있고.

    「너 이……가 아니라, 나의, 아리스년……아니, 딸년」

    끝이 없는 초전개에 무심코 말이 꼬인다.
    그 때, 아리스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그늘진 표정을 지었다.

    「……당신의, 아리스 였어요.……안녕히계세요. 당신과의 시간은 즐거웠어요……」

    아리스는 나의 물방울 무늬 베개를 질질 끌고……아니, 나의 딸의 손을 잡고, 나에게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내가 없는, 다른 길을 선택한 내일을 향해.
    아아, 가지 말아줘 사랑하는 나의 아내, 나의 딸이여…….

    내뻗은 손바닥은 갈곳을 잃고, 힘없이 바닥을 잡을 뿐이었다.



    ……。
    …………。
    ………………。



    「……있지, 방금 그 꽁트, 진짜 재밌었어?」
    「나름대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지친 나와 달리, 아리스는 상당히 만족스러워 보였다.
    뭐야 이거.

     ◇



     ◇

    「배고파요」
    「그렇냐, 집에 가라」

    나의 귀중한 늦잠을 방해한 침략자에게 줄 밥은 없다.
    손바닥을 팔랑팔랑 털며, 대답한다.

    타치바나는 과장되게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요. 모처럼이니 제가 솜씨를 발휘해──」
    「좋아! 파파, 열심히 간단요리(ズボラ飯) 만들어볼까!」

    아리스는 내가 프라이팬을 다루는 동안 계속 다리에 붙어서 불만스럽게 정강이에 발길질을 해댔다.

    그렇다고 냉장고의 귀중한 식재료를 끔찍하게 전사시킬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기, 제가 요리할 뿐인데, 전사같은 흉흉한 단어를 쓰지 말아주세요.」
    「그럼 뭐라고 말하라고」
    「……그건, 그」

    타치바나는 잠시동안 흠흠 신음소리를 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이계급 특진?」

    내 눈 똑바로 보고 다시 말해 봐라, 타치바나.

     ◇



     ◇

    점심을 다 먹고, 어쩔 수 없이 빨래통에 쌓인 빨래들을 세탁기에 밀어넣고, 이번엔 청소키를 튼다.
    지인에게서 싸게 빌린거지만, 단독주택의 넓음은 때때로 귀찮음을 야기하곤 한다.

    흔하디 흔한 소소한 휴일의 일상.

    ……아까전부터 내 뒤를 타치바나 아리스가 쫄쫄 따라다니는걸 제외하면.

    「그거 끝나고 어디 나갈건가요?」
    「안가」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것도, 괜찮네요.」

    아리스는 묘하게 낯익은 콧노래를 흥얼이면서 큰 의자에 앉아 즐거운 표정으로 다리를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도저히 모르겠다.

    별 생각 없이 창문의 샷시를 잡고 하늘을 올려보니 창창한 푸른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흠.

    「아리스여」
    「……네?」
    「오늘은 유곽에서 놀고오도록 하겠다.」
    「……하?」

    나는 2층의 창문에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이 캔 플라이, 는 못하고, 벽면의 배관이나 창문을 타며 미끄러지듯이 내려갔지만.

    『바, 바람둥──』

    뜰에 내려서자, 집 안에서 큰 외침이 들렸다.
    근처 수풀에 숨어 보고있자, 현관문에서 아리스가 튀어나오고 좌우를 살핀 후, 있을리가 없는 내 모습에 씁쓸한 표정을 짓고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아리스를 상냥한 시선으로 배웅하고, 자연스럽게 현관문으로 귀가했다.
    상쾌한 기분으로 탄 인스턴트 커피를 입에 머금는다.
    ……평소보다 맛있었다.



     ◇



    「……저기, 방금전 그 꽁트, 진짜 재밌었나요?」
    「나름대로」

    1시간 후, 기진맥진해서 숨을 헐떡이는 아리스와 대조적으로, 나는 상당히 만족했다.

    「애초에 신발도 없는데 멀리 갈리가 없잖아」
    「……장난으로 2층에서 뛰어내리는 인간이 상식을 말하지 말아주세요.」

    할 말이 없었다.

     ◇



    ◇

    「다시 생각해보니, 당신에게서 유곽이란 표현이 나오니 웃음밖에 안나오네요. 이상한 사람이라는 단어가 숨을 쉬는것같은 사람인데」

    방금전까지 숨을 헐떡이던 아리스는, 숨을 고르고는, 반쯤 웃으며 말했다.
    무례한 녀석.
    그런데 이녀석,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냐고.

    「저, 저기, 비하할 의도는 아니었어요」

    살짝 째려보자 아리스는 당황한듯이 손절래를 쳤다.
    딱히 기분 나빠진건 아니다. 그런데 비하한거 맞잖아.

    「……뭐, 나쯤되면 심미안 레벨이 만렙이니까. 어지간한 미소녀, 미녀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지」
    「달래줄 생각이 없어졌어요. 뭐, 원래 없었지만」

    한심하다는듯한 시선이 향해졌다.

    「……저기, 호기심으로……호기심으로 묻는건데요, 어지간하지 않는 미소녀나 미녀는 어떤 느낌인가요」
    「봐봐, 내 눈 앞에 한 명」

    나와 테이블을 사이에 마주보고 앉아있는 아리스는 「호에?」하고 멍한 목소리를 흘렸다.

    「엣, 앗……그, 그렇군여, 그런가요」

    홱 하고 나에게서 시선을 도리는 미소녀 1인.

    「여기에 네가, 20대 초반정도에 눈매가 부드럽고,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에, 가슴이 크고 관용과 모성이 사람의 형태를 갖춘듯한 느낌의 여성이면서, 마지막으로 어렸을때부터 서로 친한 소꿉친구적 존재였으면 완벽했을것같아」

    뛰쳐나오듯이 위자에서 뛰어내린 아리스가 나에게 처참한 미소를 보일때까지 몇 초.

    「──그거 원형도 안남았잖아요!!」

    내 배에다가 아름다운 이단옆차기를 날릴때까지가 또 몇 초였다.
    잡몹처럼 꼴사납게 쓰러져있는 나.

    「……그런건 다음 생의 저에게 기대해주세요. 그러니까, 지금 생은 이런 느낌이지만, 그……」

    아리스가 뭐라고 중얼중얼거리는 동안, 나는 배에 이단옆차기를 맞은 덕분에 점심에 먹은 오야코동이 나올것같아 죽을것같았다.

     ◇



     ◇

    「뜬금없긴한데, 혹시 너, 친구 없냐?」
    「무슨 소리신가요」

    왠지 요즘 평일이고 휴일이고 이녀석의 얼굴만 보고 사는것 같다.
    그런데도 학교 친구의 이야기같은건 들은 적이 없다.

    「나뇨, 뭐, 지적인 쿨한 타치바나씨인걸요. 약간 주변과의 온도차가 느껴지지 않는것도 아니니까요.」

    이런이런, 이라며 손을 팔랑거리며 목을 쟈우로 흔드는 아리스가 묘하게 짜증났다.

    「중2병 걸렸구나」
    「누가 중2병인가요」
    「교실에 테러리스트」
    「지금의 트랜드는 교실에 마법진으로 반 전체가 이세계 전이에요」

    굉장해, 요즘 트랜드 굉장해.

    「참고로 도적의 습격으로 괴멸한 마을의 생존자인 당신이 노예상에게 납치당해 우리안에서 반생반사 상태로 널려있던걸 대마도사인 제가 도우면서 서장이 끝나요.」

    아니, 서장은 뭐야.
    그리고 제 설정이 너무하지 않습니까, 대마도사님?

    그런데……음……아아.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나도……나야말로 진지하게 꿈을 쫓는 우상들을 이끈다고 감언이설을 하면서 사역하는 현대의 노예상일지도 모르겠군」
    「농담이겠지만 죄책감 드니까 진심으로 고민하는척 하지 마세요!?」

    그럴거면 설정이라해도 가볍게 내 마을을 괴멸시킨것에도 죄책감을 느꼈으면 했다.

     ◇



     ◇

    「저는 몇살 정도로 보일까요?」

    진지한 얼굴로 아리스가 말한다.
    몇살, 몇살이냐하면…….

    「아니, 당연히 초등학생이지」
    「……그건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선입관이에요.」
    「진짜냐」

    어떡하지. 굉장히 관없는데.

    「아니, 하지만 아무리봐도 초등학생이잖아」
    「……. 므, 저를 제대로 봐 주세요」

    그래서 다시 아리스를 바라본다.
    찰랑이는 검은 머리카락, 이목구비때문인지 왠지 건방져 보이는 눈매.
    입가는 묘하게 자신만만한듯한 미소.

    「……!」

    왠지 아리스가 뛸듯이 뒤로 물러났다.
    뺨은 희미하게 다홍색으로 붉어져있었다.

    「그, 그렇게 빤히 보지마세요!」

    어쩌라고.

     ◇



     ◇

    「아니, 하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이잖아」
    「……눈이 옹이 구멍인가요. 당신에게는 실망했어요」

    나 왜 초등학생에게 디스당하는걸까.
    이해가 안되서 울고싶다.

    「……」
    「……정말로 초등학생으로 보이세요? 대답이 달라질것같지 않나요?」

    수수께끼의 타치바나 압력. 뭐야, 진짜 뭐야 이거.

    「……괜찮은건가요? 그걸로……정말로?」








    「그게, 중학생 정도로, 보일……지도 모르겠어」
    「그렇겠죠. 당연하죠」

    나는 무릎꿇었다.
    대체 뭘까, 이 패배감은.

    「보시다싶이 저는 성숙한 정신이 배어나오고 있는지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소녀로 보이는 것 같아요.」

    너 지금 말의 폭력과 압력과 프레셔로 「어른스러운 소녀」의 칭호 차지하지 않았냐?
    정말로 그걸로 괜찮은거냐? 타치바나 아리스.

     ◇



     ◇

    「어쨌든, 말이죠」

    아리스는 주먹을 입가에 대고 헛기침을 한번.

    「냉정하고 지적이고 어른스러운 타치바나씨에게 친구가 적다는건 말이 안되죠」
    「……」

    농담하듯이 말하는 타치바나

    「냉정」
    「냉정해요」

    조용하게, 질문하듯이, 나는 작게 그 말을 말한다.

    「지적」
    「지적이에요.……저기, 네?」

    매달리는듯한 눈동자가 나에게 향한다.
    나는 그 눈동자에, 한 순간만 참혹한 것을 보는듯한 시선을 향하고 나서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좀, 과장했어요」

    솔직하게 인정하는것은 좋은 것이다.

    「어, 어쨌든 친구같은건 당신에게 걱정될 필요 없이, 베어 버릴 정도로 많아요!」

    쓸어 버릴 정도로 해줘라.

     ◇



     ◇

    「돌보아지기보다, 돌봐주는, 그런 입장에 서고 싶어요.」
    「호오」

    이해하지 못할것도 아니다.

    「즉?」
    「『당신은 제가 없으면 안되네요』라는걸 하고 싶어요」

    아리스의 눈동자는 기대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때때로, 욕망에 솔직하게 사는 네가 굉장히 부럽곤 해.

    「그런데 너 폐품이잖아」
    「폐품 아니에요」

    친한 입장에서 너그러운 눈으로 봐줘도 폐품같은데.

    「애초에, 저도 학습하고 있어요」
    「뭘 학습하는데」
    「훗」

    어째선지 아리스는 나를 보고 코웃음쳤다.
    왠지 열받아서, 손님 접대용 쟁반에 별사탕 봉투에 손을 넣고, 이녀석의 입가에 우걱우걱 쑤셔넣었다.

    「그만……그먄. 죄소, 건방졌───사탕이 컷──」

     ◇



     ◇

    「왠지 과자 센스가 할머니 같네요. 당신의 취향은 잘 모르겠어요. 후카시같은건 인생에서도 한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밖에 먹은 적 없는데」

(후카시ふ菓子 : 일본의 옛날 과자)


    정색한 아리스가 별사탕을 우물거리면서 말한다.
    그런데 센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센스에 대해서는 향후의 시정 사항으로서 기억해두겠어요.」
    「나의 취향을 시정하려 들지 마」
    「네, 『당신은 제가 없으면 안되네요』를 알려면, 그것을 빈번히 발동시키는 서브컬쳐의 히로인들에게서 배우는것이 제일 효율적이겠죠.」
    「무시하냐」
    「놀랍게도 저는 그런 요소의 대부분을 이미 망라하고 있었군요.」
    「이상한 역사 프로그램같은 어조네」

    아리스는 조용히 눈감고 침묵을 낳는다.

    하나.
    둘.
    천천히 눈을 뜬 아리스는 조용히 말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여자 아이가 아침, 깨워주는 그거에요」

    자고 있는 사람 위에 앉아서 휴대 게임기로 놀고 있는 것을 깨워준다고 봐도 되는건가.

    「눈을 뜨자, 여자 아이가 만들어준 된장국의 향기가」

    된장국같은 무언가에 딸기잼을 쳐넣은 수수께끼의 국으로 우리집 부엌을 오염지대로 만든 그거 말하는건가.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강아지처럼 당신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어요.」

    자각 있었냐, 그거

    「……당신을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더, 소중히하며 기다리세요. 훌륭한 자산이니까요.」

    굳이 말하자면 불량채권이지.

     ◇



     ◇

    「당신은 어렸을때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나요?」

    아리스는 소파 위에서 엎드려 타블렛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톡톡, 그리고 때때로 소파의 팔걸이에 리드미컬하게 발길질을 날리며.

    「뜬금없네」
    「그냥 흥미가 생겨서요」
    「흐응」

    떠올려본다.
    ……솔직히, 별로 떠오르는 기억은 없었다.
    경조사처럼 인생에 영향을 주는 레벨의 충격을 제외하면 그다지 기억나는게 많지 않다.

    「고등학생 정도의 청춘시대같은건 나름대로」
    「나름대로 흥미가 있네요」
    「안말할거지만」
    「아니, 말해 주세요」
    「……짠돌이」

    짠돌이같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역시, 잊어버는군요」
    「그런거지」

    내가 맞장구를 치자, 아리스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았다.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깝긴 한데, 별로」
    「……역시, 정신적으로 구조가 단순하시네요」
    「왠지 나, 엄청나게 바보취급 당하지 않았나?」

    아리스는 나의 얼굴을 보고, 권태로운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토했다.

     ◇




     ◇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아리스는 소파에 드러누운채로, 이어 말한다.
    그런데 팔걸이 그만 좀 걷어차라. 아플꺼아냐.

    「짠돌이」
    「이건 짠돌이랑 상관 없지 않나?」
    「여기서는 뭘 해도 괜찮아요」
    「내 집, 설마했던 무법지대였냐」
    「오늘부터 이 집을 타치바나령으로 선언합니다」
    「헤헤, 영주님, 소인에게 여기를 잠깐 빌려주십쇼」
    「허가합니다. 최신기종의 타블렛을 매년 공물로 바치세요.」
    「수수하게 중세인데」
    「농담이에요」
    「알아」

    아리스는 타블렛을 끄고 다시 한숨.

    「……10년 후의 저는 지금을 얼마나 기억하고, 그것이 얼마나 지금의 저일까요」
    「뭔 철학하고 있냐」
    「맞아요, 철학하고 있어요」

    뭐, 그럴때도 있는거지.
    『중2병 걸, 다시』같은 식으로 놀릴까 생각했지만, 그런 분위기는 아닌것 같다.

     ◇



     ◇

    「고뇌하라, 젊은이여」

    쟁반에서 집은 후카시를 문다.
    흑설탕의 심플한 단맛이 정수리까지 올라온다.

    「……전 그거 별로 맛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맛이 단순해서」
    「요즘 애들은 이 맛을 모른다니까」
    「별사탕도 후카시도 단순한 설탕이나 마찬가지잖아요. 혀가 어린애인거 아닌가요?」

    정말이지, 무례한 녀석이다.

    「뭐, 좋아하는것도 안좋아하는것도 좀처럼 변하지 않으니까」
    「……네?」
    「별사탕이나 후카시처럼 시간이 흘러도 맛이 변하지 않는것도 있어.」

    마음에 들던 기간한정 감자칩도 시장에서 사라지면 이제 두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경우도 흔하고.

    「좋아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는 말인가요」

    아리스는 씹어 삼키듯이 반복해서 중얼였다.

    「아니, 변할지도 모르지」

    음식이라 변하지 않았을 뿐이고, 어른이 된 후에 좋아했다가 싫어진것은 산만큼 있다.

    「괜찮아요. 틀림없이 계속 좋아할거에요. 게다가, 침발라놨으니까요.」
    「……그래?」

    왠지 아리스는 나를 보고, 갑자기 싱글벙글 웃었다.
    오랜만의 보는 그 나이때의 귀여운 미소였다.

    아리스는 소파로부터 일어나, 옷을 정돈한다.



    「그럼, 이만 갈까요」

     ◇



     ◇

    척척 옷을 정돈한 아리스는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바래다줄 필요는 없어요.」

    내가 입을 열려 하자마자, 아리스는 선수를 쳤다.

    「그래」
    「네」

    아리스는 현관에서 신발끝을 툭툭 치고는 만족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응?」

    아리스는 말을 꺼냈다가, 도중에 잘랐다.
    약간 주저한 후.
    그리고, 아리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응. 계속 후카시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러면 반드시 제가 맞이하러 갈게요.」
    「썬탠 살롱에 가도 그렇게까지 까매지진 못한다.」

    왠지 내 말에 쿡쿡거리며 작게 배를 잡고 웃는 아리스.

    「후훗, 그렇네요」

    아리스는 나에게 등을 돌려 현관문을 잡았다.
    문이 천천히 열린다.

    「아리스」

    그 등에, 딱히 별 생각은 없었지만, 말을 걸었다.

    「……네?」

    반쯤 열린 문을 한 손으로 잡으며 아리스는 대답한다.

    「내일 보자」

    아리스는 일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상냥한 미소를 짓고, 휙 반회전.
    문을 등으로 지지하면서,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내일 뵈요!」

    내일도 신나고, 즐거운 날이기를.

     ◇





     모바 P 「타치바나 아리스랑 뒹굴뒹굴뒹굴」END



역시 아리스는 귀엽네요.
아리스랑 결혼하... 아니 사나에씨 그게 아니라요...(철컹철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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