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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호의 식도락

댓글: 6 / 조회: 1312 / 추천: 3



본문 - 12-24, 2017 00:00에 작성됨.

유키호의 식도락


1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28:23.81 ID:3Df27OWu0


눈 앞에는 1인용의 작은 곤로.
휴대용 가스 버너가 아니라 가스 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점원 씨가 레버를 뒤틀자 확 하고 불꽃이 타오르고, 그 열기가 전해져 옵니다.
곤로 위에 올려진 건 전골.
은색의 전골 냄비가 열을 받아서 안쪽의 재료가 육수와 함께 데워져 갑니다.

그렇게 잠시 동안 기다리고 있으니, 부글부글 하고 끓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양배추와 부추가 부드럽게 잘 익었고, 국물의 맛있는 향기도 솟아오릅니다.

 

2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29:31.30 ID:3Df27OWu0

 

아직, 아직이에요. 
서둘러서는 안 돼요. 
아직 야채가 다 익지 않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기.
맞아요. 고기는 푹 익히지 않으면……!

어째서 제가 혼자서 전골 요리를 먹으러 왔느냐 하면――――――. 


3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31:13.78 ID:3Df27OWu0


――――몇 시간 전.


스탭 "수고하셨습니다~!" 

 

야외 촬영이 끝나고, 스탭 씨가 저에게 말을 걸어 오십니다.
요즘은 익숙한 분이라면 남자 스탭 분이라도 무서워하지 않게 됐어요.

 

스탭 "하기와라 씨, 오늘도 좋은 구멍 파기였어요!" 

 

최근 방영하게 된 제 이름을 타이틀에 건 프로로, 마음껏 구멍을 팔 수 있는 방송이에요.

 

유키호 "가,감사합니다아~." 

 

칭찬해 주셨으니 대답을 해야죠.


4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33:20.57 ID:3Df27OWu0

 

스탭 "그럼, 다음 번도 잘 부탁할게요!" 

 

유키호 "네!" 

 

오늘도 멋진 구멍을 팔 수 있어서, 스스로는 만족스러워요.

 

그래도 매 회마다 좋은 구멍이 파지는 것도 아니라서, 그 날의 날씨라던지 지면의 상태, 그리고, 저 스스로의 상태, 정신강도 등등 다양한 요인이 어느 정도 좋은 방향으로 작용해서 비로소 좋은 구멍이……앗, 저도 모르게 떠들어 버렸네요.

매 회마다 기합을 잔뜩 넣고 촬영하고 있고, 구멍을 팔 땐 체력과 정신력이 무척 많이 소모돼서 녹화가 끝나면 항상 배가 고파져 버려요.
그래서 녹화가 끝난 다음엔 밥을 먹고 사무소로 돌아가고 있어요.
프로듀서도 허가해 주셨고요.

 

5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34:19.84 ID:3Df27OWu0

 

촬영장을 등지고 역까지 돌아가는 길.
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이 아닐까? 할 정도로 추워요.
이렇게 추우면 뭔가 따뜻한 게 먹고 싶어지지요.

 

어디 괜찮은 가게 없으려나……? 

 

길가를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다 보면, 여러 가게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평범한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던지, 정식집, 체인점.
하지만 제 심금을 울리는 가게는 없었습니다.

녹화할 때 구멍이 잘 파지면 저 스스로에게 주는 상으로 살짝 맛있는 밥을 먹겠다고 스스로 정해 두고 있어요.
거꾸로 잘 안 됐을 때는 편의점에서 주먹밥을 사서 사무소로 돌아갑니다.

오늘은 잘 됐으니 살짝 맛있는 밥을.


6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35:39.04 ID:3Df27OWu0

 

유키호 "뭐가 좋을까아……?" 

 

불고기도 생각해 봤지만 내일은 연기 연습이 잡혀 있어서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먹고 싶기도 해서 마음이 무척 흔들려요.

그런 갈등을 품고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유키호 "우우……, 추워요……." 

 

이렇게 추우면 그래, 전골을 먹고싶어져요.
어디 그런 걸 파는 가게가…………있네요.

 

7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36:32.21 ID:3Df27OWu0

 

마침 마주친 가게에 '전골'이라는 두 글자가 써 있었어요.
바깥 간판에도 '전골 판매 개시했습니다.'라고 써 있네요.
거리를 향한 창 쪽 자리를 바깥에서 들여다보니 아무래도 곱창을 파는 가게 같은데, 모두 전골을 먹고 있었어요.

 

유키호 "응, 마침 전골을 먹고 싶기도 하고, 고기도 들어가 있으니, 여기로 하자." 

 

미닫이문을 옆으로 당겨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활기 넘치는 언니가 맞이해 줍니다.

 

점원 "어서 오세요~! 혼자신가요?" 

 

유키호 "아, 네." 

 

점원 씨는 저를 2인용 석으로 안내하고 계산대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분위기 좋은 가게인걸…….


8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37:24.70 ID:3Df27OWu0

 

가게 안을 빙 둘러보고, 혼자 온 여자 손님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유키호 "자세히 보니 점원들도 여자분이 많네에. 대충 고른 가겐데, 이득을 본 기분이야." 

 

홀에 나와 있는 건 거의 여성 점원 분. 남성 점원 분들은 대부분 주방에 있는 것 같아요. 

한숨 돌리고 난 후 메뉴로 시선을 향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뭘 먹을지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여기서 예기치 못한 일이.

 

유키호 "전골만 해도 세 종류나 되는구나……. 뭘 먹을지 고민돼요." 

 

맞습니다. 같은 전골이라도 종류가 갈리는 모양이에요.
메뉴에 의하면 소금간 곱창 전골, 보기만 해도 매워 보이는 빨간 곱창 전골, 그리고 스키야키풍(風)곱창 전골.
모두 맛있어 보이지만 매운 건 시험삼아 먹어 볼 용기가 별로 없어요.
그러므로 평범한 소금간 곱창 전골이냐, 스키야키풍 곱창 전골이냐는 건데…….


9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39:38.39 ID:3Df27OWu0

 

유키호 "우우!, 둘 다 맛있어 보여서 선택할 수가 없어요오." 

 

어쩔 수 없이 '어느것을 고를까요.'로 정했습니다.

 

그 결과. 

 

유키호 "여기요오." 

 

점원 "네, 주문 정하셨나요?" 

 

유키호 "저, 이 스키야키풍 전골 하나랑 우롱차 주세요." 

 

점원 "스키야키풍 전골 1인분이랑 우롱차 말이죠, 알겠습니다!" 

 

주방을 향해 주문받은 걸 활기차게 외치는 점원씨.
활기가 넘치는 좋은 가게네요.

잠시 기다리자 차와 전골 냄비가 왔습니다.


10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40:19.75 ID:3Df27OWu0

 

――――――그리고 현재.

 

이렇게 된 거에요. 

 

과거를 되새기다 보니 마침 야채도 고기도 딱 좋게 익은 모양이에요.
나무젓가락을 둘로 쪼개고 양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웁니다.

 

유키호 "잘 먹겠습니다. 냠……으응, 부드럽고 달짝지근하고, 하지만 아삭한 씹는 맛이 잘 남아 있어요." 

 

스키야키의 새콤달콤한 조미 국물에 계란의 맛이 어우러지고, 거기에 야채의 씹는 맛이 겹쳐집니다. 


11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41:09.81 ID:3Df27OWu0

 

유키호 "자 그럼, 이 다음은 주 요리인 곱창이에요~." 

 

그러고 보니 중학교 때 요리 선생님이 곱창(호루몬)은 옛날엔 버리던 부위로써.
버리다=놓다(호오루) 

라고 불려서 '버리는 것(호오루 모노)'이라는 뜻의 곱창(호루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셨는데, 정말일까?

젓가락으로 곱창을 하나 집어 계란을 재빨리 한 차례 찍습니다. 
한 차례 헤엄을 끝낸 곱창은 계란이 묻어 반들반들 빛나고 있어서 무척 맛있어 보입니다.


12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43:18.33 ID:3Df27OWu0

 

유키호 "잘 먹겠습니다~. 냠……음! 으응~~!" 

 

탱글탱글한 식감에 씹으면 씹을수록 육수의 맛이 배어나와, 삼킬 때를 잊고 언제까지나 씹을 수 있을 것 같은 행복감이 입 안에서 섞여 갑니다.
입 안의 곱창을 아직 삼키지 않고 다음 걸로 젓가락을 뻗습니다.
다음에 집은 건 소의 절창(벌집위)였습니다.

이번에도 계란을 찍어서 입으로 옮기자, 폭신폭신하면서도 쫄깃한 식감, 그리고 배어들어간 육수 맛이 서로 다투지 않고 퍼져 갑니다.

 

유키호 "냠냠……음……우음~……우물우물……." 

 

삼키는 게 아까울 정도로 행복한 기분이었지만, 목을 넘겨 뱃속으로 집어넣습니다.

 

유키호 "아~, 이건……" 


13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44:34.26 ID:3Df27OWu0

 

문득 메뉴를 열고 '그것'이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응, 있네. 

 

유키호 "여기요오." 

 

근처를 지나치던 점원 씨에게 소리쳐서 추가로 주문.

 

유키호 "음, 흰 쌀밥 하나 부탁드립니다." 

 

점원 "공기밥 하나 말이죠. 알겠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가는 점원 씨를 눈으로 배웅하면서, 우롱차를 마셔서 입 안을 한 차례 리셋시킵니다.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불고기와 같이는 아니어도 역시 흰 쌀밥이 최고라니까.


14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46:46.02 ID:3Df27OWu0

 

밥이 올 때까지 야채와 곱창을 같이 먹고 있어야겠어요.

 

유키호 "암냠……하우~……부추도 쌉쌀하니 정말 맛있어요." 

 

육수와 야채와 곱창, 셋이 합쳐지면 단맛이 너무 강한 가운데 전체적인 밸런스를 정말 잘 맞춰주는 존재에요.

 

점원 "공기밥 나왔습니다~." 

 

왔다 왔어, 드디어 왔어요. 

고맙다고 하고 받아든 다음, 즉시 곱창을 계란에 찌어서 흰 쌀밥의 봉우리 위에 한 점 올려 놓고 입으로 가져가요. 
그리고 국물과 계란이 배어든 밥을 입 속으로 옮겨요.

 

유키호 "으읍……하읍……으음~, 이거혜효!" 


15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49:21.32 ID:3Df27OWu0

 

확실한 존재감을 표출하는 곱창과 함께 밥이 입 속에서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영원히 먹고 싶은 그런 행복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밥이 도착하자 안 그래도 빨랐던 젓가락의 움직임은 더욱 더 급해져서, 정신을 차렸더니 밥은 한 숟갈 남고 전골 냄비 안에는 소 절창만이 한 조각 남아 있었습니다.

이 마지막 기쁨을, 문자 그대로 곱씹으며 무사히 다 먹었습니다. 

 

유키호 "하아~ 잘 먹었습니다~." 

 

양 손을 모으고 그렇게 읊조린 다음, 거의 손을 안 댄 우롱차로 입 안을 헹굽니다.
역시 고기는 좋네요.
육수와 계란 바다의 파워로 힘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듯한, 그러니까 제가 인간 수력 발전소가 된 듯한 기분이에요.

 

16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50:32.05 ID:3Df27OWu0

 

자, 그럼 맛있게 먹었으니 계산을 해야죠.
계산서를 들고 계산대로 향합니다.

 

점원 "3150엔입니다." 

 

살짝 비싼 것 같기도 하지만, 그 가격에 걸맞는 맛이었어요.

 

유키호 "정말 맛있었어요오~. 잘 먹었습니다!" 

 

점원 "감사합니다!" 

 

돈을 내고 잘 먹었다고 한 다음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니, 바깥은 이미 캄캄해서 '이제 곧 겨울이구나.'라는 실감이 들어요.

따뜻한 전골 덕분에, 제 몸도 마음도 따끈따끈해졌어요.
정말 맛있는 데였으니까 다음엔 마코토 짱한테 같이 오자고 할까?

배도 차고 행복도 가득해서, 내일 연습도 힘낼 수 있을 것 같아요!

 


17 : ◆sIPDGEqLDE [saga] :2014/11/03(月) 22:51:58.26 ID:3Df27OWu0


끝입니다.

지난번에 곱창 전골을 먹고 써 봤습니다.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배고파하셨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졸문 실례했습니다.


18 : VIP를 대신해 NIPPER가 보내 드립니다. [sage] :2014/11/03(月) 22:53:40.81 ID:AoAFiNF8o


수고. 
나는 곱창 같은 건 잘 못 먹는데, 정말 맛있을 것 같았습니다.

 

19 : VIP를 대신해 NIPPER가 보내 드립니다. [sage] :2014/11/03(月) 22:54:46.35 ID:5ucepCBlo


수고~
하지만 위꼴 테러는 용서 못한다.

 

20 : VIP를 대신해 NIPPER가 보내 드립니다.(SSL) [sage] :2014/11/03(月) 23:09:46.68 ID:il3KwKHV0


배가 고프잖아! 어쩔거야 이거! 엉!!


21 : VIP를 대신해 NIPPER가 보내 드립니다. [sage] :2014/11/03(月) 23:42:40.72 ID:m9BFR9dJ0


수고.
우오옹. 
유키호는 마치

 


 

유키호 생일 첫 조공글은 제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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