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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미 슈코 「코바야카와의 여우님」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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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9, 2017 15:57에 작성됨.

 
시오미 슈코 「코바야카와의 여우님」
 
塩見周子「小早川のお狐さん」




  별 일 아니다.

  나는 성대하게 헛탕친거다.

  여우의 생각같은건 들어도 전혀 모른다──썩 좋게 자신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즉, 사람의 척도로 여우를 측정하면 안되는 것이다.
 
  저쪽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친구도 뭣도 아닌, 길고 긴 지루함을 달래주는 작은 장난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혼자서 우정을 느꼈으니 그게 이상해서 대폭소, 라는 것이겠지.

  화낼 일이 아니다.

  나는 비웃어져도 싼 바보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이고, 상대는 여우니까.





  오히려 그것에 예상 이상으로 쇼크를 받은 자신이 더 쇼크였다.
 
  일상은 놀라울 정도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변하지 않는 거리. 변하지 않는 사람들. 이곳저곳에는 100년 단위로 변하지 않는 사적.

  그리고, 변하지 않는 나.

  도쿄행 어쩌구한건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고, 여우님의 웃음소리에 묻혀 사라져버렸다.
  완전히 기운이 빠진 나는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지루함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학교에 가고, 가게를 보고, 시오미야의 슈코쨩은 오늘도 간판 아가씨.

  카모강을 따라 걸으면, 그 새끼 고양이가 얼굴을 내민다.
  대체 어디서 먹이를 먹고, 어디에서 자고 있는건지. 이녀석도 이녀석대로 희안한 녀석이다.
  그 목을 어루만지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고, 그 정도.

  ……뭐, 됐어. 애초에 뭔가를 잃은 것도 아니다.

  나는 이대로 집에서 편하게 살려나.





    〇

  그런 때, 가게에 특이한 2인조가 왔다.
  관광객──이란 느낌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도쿄에서 온 것 같았다. 일이려나.

  「어서오세요~ 적당히 보고 가~」

  말하면서 살짝 시선을 돌린다.

  나는 무심코, 처음 보는 상대가 「누군인가」를 판별하려는 습관이 있다.
  여우님와 했었던 요괴 판별 게임이 묘한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래봤자 대부분은 사람. 가끔 너구리. 아주 가끔 여우. 레어가 텐구라는 패턴이라서 별 감개는 없다.

  그럼, 이 사람들은, 뭐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잡지로 얼굴을 숨기며 그 2인조를 훔쳐보았다.

  오른쪽의 양복입은 오빠는 평범한 인간.
  왼쪽의 여자애는――


  뭐야 이거?







  아니, 겉보기에는 완전히 인간이지만.
  앙증맞은 몸에, 말쑥하게 입은 기모노, 호박색의 길고 긴 머리카락.

  치장은 여우님과 비슷하지만, 그 기색은 사람이나 여우나 너구리, 텐구같은 것들과는 지나칠 정도로 달랐다.

  왠지 바닷물과 흙과, 거대한 나무의 냄새가 났다.


  에, 잠깐만. 슈코쨩 이런거 처음보는데.
  옆 사람은 괜찮은거야? 아니, 이상한거 안느껴져? 애초에 이 둘 무슨 관계?

  굳어지는 내 내심을 모르는 2인조는 가게 안을 느긋하게 둘러보고 있다.

  아무래도 직장……직장 동료? 를 위한 선물을 물색하는 모양이다.


  태어난 이래로 변하지 않던 공간에, 먼 이국의 바람이 불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가 들린다.

  불리고 있다.


  ――――라는 것을 몇 초정도 늦게 깨달았다.

  「아아, 네네, 계산이지. 으음, 선물? 보냉제 넣을까?」

  어쨌든 황급하게 간판 아가씨 모드로 돌아가 일을 한다.
  오빠쪽은 뭐, 별 일 없이 계산을 끝내고 영수증을 건내준다.

  아까 그 「나무 냄새가 나는 여자애」는, 진기한 듯이 가게 안을 둘러보고 있다.
  그것이 어째선지 몇백년만에 하계에 내려온 신선의 행동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오빠가 내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앞에서 그가 품에서 명함을 꺼낸다.
  명함에는 도쿄에 있다는 예능 프로덕션의 이름과 오빠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뭐? 아이돌?」

  놀라움을 초월해서 영문을 몰랐다.
  즉 이것은, 스카우트?

  「아니아니아니. 왜 난데. 나, 지금, 업무중. 바빠. 도쿄, 못가. 오케이?」

  그렇게 거절하자 오빠는 머리를 긁고는 나름의 이유를 말했다.


  ――외로워 보였으니까.


  외로움을 표정에 드러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그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막연하게 알 것 같았다.





  물론 명함을 받았다고 호이호이 도쿄로 갈 수는 없다.

  생각해달라는 취지를 말하고 오빠는 의외스러울 정도로 순순히 가게를 나갔다.

  ――외로워 보였으니까.

  남겨진 나는 썩 난감했다.
  그의 던진 말의 가시가, 심장 뒷면에 남겨진 채였으니까.


  「──그대여~」

  청량감이 있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아까 그 여자애가 미소짓고 있었다.

  「……왜?」

  애초에, 정체가 뭐야? ──라고 직구로 물을 수는 없었다.

  「그대의 몸 속에서~ 희미한 실이 보이옵니다~」
  「하? 실? 어디?」
  「물질이 아니오니~ 이것은~ 그대가 가진 인연이라는 것~」





  인연……이라니.
  오컬트같은 말이었지만, 눈 앞의 상대의 말에는 정체불명의 설득력이 있었다.

  「참으로 바르고~ 참으로 아름다운~ 음양의 경계를 넘은, 끊으레야 끊을 수 없는 현세의 인연이오니~」
  「잠깐잠깐, 무슨 소리야? 난 전혀……」
  「그대에게는~ 무소식인 친구가 계시지 않사온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온화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는 사랑스럽게 목을 기울였다.

  「인연은 아직 끊기지 않았사오니~ 부디, 친구의 정을 버리지 마시길~」

  「잠깐만! 그거 무슨……!」
  「대답은~ 그대 자신이 내야 하는 것이니~」


  「──그리고~ 저희들과의 인연, 이것도 소중히 해주신다면~ 참으로 기쁘겠사오니~」

  거기까지 말하고 여자애가 뒤돌아 나간다.
  나는 그저 그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대여~ 기다려주세요~ 기다려~ 같이가~~~~~」

  …………별로 빠르진 않나보다.





    〇

  인연, 이라니.

  집에서의 생활, 친구, 나, 갑자기 밀어닥친 스카우트 이야기.
  그것들 전부가 머리 속에서 엉망진창으로 섞여 아무것도 몰랐다.

 
  아니.
  이렇게 고민하는건 내 성격에 안맞는데.

  정했다.

  한 번 더, 여우님을 찾아 보자.
  찾고 찾아서, 그래도 아무데도 없어서, 오늘 하루종일 찾아봐서 없으면 포기하자.





  늦잠에는 남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이 슈코쨩이, 토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났다..
  눈이 동그래진 어머니 앞에서 아침을 넉넉히 먹고, 이미 작업장에서 일하고있는 아버지에게는 아무 말도 안하고 집에서 나왔다.

  여우님을 찾는데 짐작가는 장소는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만난 장소, 같이 논 장소, 산책한 장소――

  어쩌면, 시모카모의 코바야카와 저택인가.

  솔직히 그곳에 간다는 발상은 여태껏 없었다. 그리고 팔끈묶고 출발한 것이 1시간 전.


  갈 수 없었다.
  아무리 걸어도 이야기로 들었던 코바야카와 저택은 도저히 않았다.

  같은 장소를 공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골목을 돌았는데도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북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남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버님에게 상당히 미움받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결국 항복했다.





    〇

  「얘, 꼬마스케」

  냐앙.

  「나씩이나 되는 사람이 온 마을을 하루종일 뒤졌어. 게다가 수확이 제로더라.」

  냐앙.

  「……이건 이제 손을 빼야할지도 모르겠네.」

  냐앙.

  인연이라.
  그래도 단순한 인간에게 그것을 붙잡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변신도 못하고 하늘도 못날고, 인연같은건 신에게 비는것 밖에 못한다.

  …………빠질때인가.





  「잘있어, 꼬마스케. 나 앞으로 여기엔 안올것같아」

  냐앙.

  사람의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양이는 평소대로 냐앙 운다.

  「앞으로 어떡할지는…………뭐, 집에 가서 생각할까」

  어떤 대답이 나와도, 뭔가 후회는 남겠지만.
  막연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냐앙.

  냐앙, 냐앙, 냐앙

  「……아, 뭐야? 오늘따라 너 끈질기다?」

  평소에는 안그러면서 오늘따라 끈질기게 발밑에 앵겨붙는다.
  마치, 가지마, 라고 말하는것 같다.

  ……만약 그렇다고해도.

  「어쩔 수 없잖아. 이미 결심했으니까. 너도 자신의 인생……묘생?을 살아야지」

  냐앙, 냐앙.

  「그만해, 놓으라니까! 너무 끈질기면 확 차버린다!」

  냐앙.





  위협하자 고양이는 수풀로 휙 숨어버렸다.
  그래서 가려고하니 또 얼굴을 내밀고 따라온다.
  이런 엉터리 인간 1명에게 무슨 미련이 있는건지.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냥 자포자기하고 주머니에 양손을 쑤셔넣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고양이에게는 영역이 있으니 그곳을 넘어가면 멀리까지 쫓아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약하고 작은 새끼고양이. 거리로 나와 주변이 시끄러워지면 겁먹어서 돌아갈거라고.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참을 걷고, 울음소리가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됐을 쯤에, 적당히 뿌리쳤다고 생각해 뒤돌아보니.


  방금 지나친 횡단보도를, 꼬마가 아장아장 따라오고 있었다.

  신호는, 이미 빨강이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보면, 그런건 작은 비닐 봉투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

  냐앙 운다, 도로 저편에서 새빨간 차가 1대,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래, 이쪽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니까 신기한 힘같은건 전혀 없다.

  그런 것에 접하다보니 왠지 자신도 조금 특별하지 않나하고 착각할 때가 있지만.

  휘잉 날아가거나, 분신을 만든다거나, 그런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잖아.


  저녀석도, 친구인걸.


  충격이 오고, 몸 안에서 다양한 것들이 빠져나가는 감촉.
  역상이 된 거리 풍경이 보이고, 그 어떤 꽃보다도 붉은 꽃잎이 시야에 흩날린다.

  의식이 끊겼다.





    〇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공주님이와요.」


  「아무리 여우의 선술이라도 만물자재(万物自在)한 것은 아니건만」


  「삼라만상에서 영위(霊威)를 아주 조금만 빌려서, 몸 안에서 엮어서, 활짝 피운다. 그것뿐인 이론이여요.」


  「모든 것은 자연의 업. 반푼어치 여우 1마리가 대업을 이루려면 발돋움이 필요하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굉장히 큰 『빚』이여요?」


    〇





  일어났다.

  나는 카모강의 그 벤치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

  전신이 움직인다. 아픔도 제로. 발이 조금 피곤한 정도.
  고양이는 무릎 위에서 건강하게 누워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고양이를 안은 채, 방금 전의 횡단보도로 달려갔다.
  아무것도 없었다.
  소음도, 자동차도 평소와 똑같다. 망연히 서있는 내 뒤를 아저씨 1명이 성가신 표정으로 지나간다.

  건너지 않은 채, 눈 앞에서 신호가 빨강으로 바뀐다.

  잠시 후에, 낯이 익은 새빨간 차가 조금 위험한 속도로 지나갔다.


  팔 안의 하얀 털복숭이가, 아무것도 모르는듯한 얼굴로 냐아 울었다.





  절대로 꿈이 아니었다.
  그 증거를, 나는 가지고 있다.


  걸어서 집까지 돌아가니 평소에는 차분한 어머니가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여보, 여보, 라며 작업장으로 아버지를 부르러 가고, 무슨일인가하고 온 아버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슈코」

  자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돌아오는 중에 나도 깨달았다.

  「그 머리카락 어떻게 된거냐」


  내 머리카락은, 한 올도 남기지 않고 눈처럼 새하얬다.


  그럴듯한 핑계가 5개정도 떠올랐지만 전부 바로 기각했다.
  시오미가 당대를 상대로 괴력난신(怪力乱神)의 업을 이제와서 얼버무는것은 택도 없는 이야기다.

  「여우한테 홀렸어」

  아버지가, 작게 끄덕였다.

  「…………그렇냐」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음날, 수행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〇

  …………수행이란건, 화과자 만들기 공부도 아니다.

  시오미의 딸은 여우에게 홀렸다.
  그렇다면 이 몸에는 심산유곡(深山幽谷)의 선기(仙気)가 엉겨붙어 있으며, 새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은 그 증거.

  착실한 인간으로 돌아오려면, 속세에 접해 여우의 선기를 떨어뜨려야 한다──라는게 표면적인 이유이다.

  요컨데 체면 깎이지 않게 집에서 내보내는 셈이지만, 나는 그게 왠지 고마웠다.


  캐리어백 하나에 들어갈 정도의 짐을 정리해서 들고있는 자료를 훑어본다.
  전의 오빠가 있는 프로덕션. 여기가 상당히 견실한 회사인 모양이고, 고맙게도 여자 기숙사도 완비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자료를 청구한 기억이 없지만.
  혼자 생각했었지만, 부모님은 딸의 마음같은건 오래전부터 알고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익숙해진 내 방에 이별을 고하고 거실에 내려가자, 왠일로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아침을 먹고 있었다.
  나도 식탁에 앉아서 가벼운 잡담과 지금부터 어떡할지에 대해 조금만 이야기했다.
  언제나 바뀌지 않는 맛과도 한동안 이별이다. 식사를 마치고, 문득 떠올라 액자를 올려본다.


  시오미가 삼훈,
  하나, 이나리는 건들지 말 것.
  하나, 텐구는 절대 화나게 만들지 말 것.
  하나, 너구리는 뭐 상관없어.


  떠날 때 나는 말했다.

  「있지, 아버지」

  아버지는 눈만 돌려 나를 본다.

  「요즘 젊은 여우는 건드려도 의외로 괜찮다고 생각해.」
  「그렇냐」

  평소와 똑같은 응답이 왠지 이상해서 조금 웃는다.

  차 조심하렴, 감기 조심하고──라며 한참동안 딸을 놓지 않은 어머니를 달래고 나는 시오미가를 나왔다.





    〇

  캐리어백을 데굴데굴 당기며 역으로 향한다.

  도중에 반쯤 억지로 받은 시오 찹쌀떡을 한입.
  시오미야 명물, 아버지의 자신작인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바뀌지 않은 절품의 맛.

  아침해에 빛나는 팥소의 검정이, 왠지 굉장히 그리웠다.


  「어머나, 굉장히 맛있어 보이와요.」

  길가에 서있는 그녀를, 나는 외외로 놀라지 않고 돌아보았다.

  「안 줘」

  코바야카와의 여우님은, 보자기로 싼 등짐을 매고 있었고.


  그 머리카락은, 어제까지의 나와 유사한 검정.





  「고마워…………라고 하면 되나, 이 경우」
  「감사받을 일은 아니와요. 제가 멋대로 한 일이니」

  요우의 요술이 으레 그렇듯, 당한 이쪽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아이가 도와 줬다는 것은 안다. 전과 같다.

  ……그런데, 왜 이 아이까지 여행을 떠나는 행색인건지.

  「저, 의절당했사와요」
  「에」
  「뭐, 괜찮사와요. 아버님은 저에게 매우 약하시니 조만간 울면서 돌아오라고 말할게 분명하여요.」
  「아니, 의절은 왜 당한건데?」

  응후, 그녀가 묘하게 웃는다.

  「괘씸하게 인간따위에게 선기를 전부 쓰다니, 되찾을 때까지 이 집의 문턱은 못넘는다, 라고 하여요. 머리카락도 이렇게 까맣게 되버려서」
  「아니, 일단 이것부터 잘 모르겠는데──그치만, 왜 그렇게까지해서 날 구해준거야」

  여우님이 큰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조금 눈을 감고, 불쑥 이렇게 말한다.


  「──친구라고 한건 당신 아니었어?」





  「에」
  「왜 그러신지요」
  「에, 뭐야. 그럼 그 때 엄청 웃은건 뭔데?」
  「그치만 저 그런 말 처음으로 들었는걸요. 왠지 머리가 후왓 달아올라서」
  「여태까지 계~속 안나타난건?」
  「그건」

  눈을 돌린다. 긴 머리카락에 얼굴이 숨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얼굴로 만나야할지 몰랐는걸」

  ………….
  …….

  ……아! 부끄러운거야!?

  「혹시 부끄러워? 얘얘 너 부끄러워? 여우님 부끄러워?」
  「그만두시와요. 지금 제 얼굴을 보시면 안되여요.」
  「또 그러긴~ 아, 귀 빨개!」

  부채로 코를 맞았다.

  「모르와요. 맘대로 하시와요.」
  「……자자, 그러지 말고~」

  뭐야, 그럼 나 혼자 오바한거였어?
  왠지 바보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태산명동에 서일필,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다, 그야말로 그런 느낌이었다.





  자연히 발걸음이 맞춰지고 교토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어제 날 도와줬을 때는 우연히 근처에 있었던거야?」
  「왠지 저를 엄청 찾고 계시길래 적당히 얼굴보여줄까 생각했더니 그런 일이 일어났사와요. 정말 덜렁대시긴.」
  「그건 뭐, 면목이 없네.」

  「그래서, 앞으로 어쩔거야?」
  「아버님께서는 선기를 다시 되찾아오라고 하셨지만, 그건 뭐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와요」
  「……그런데 어떻게해야 그거 되찾아지는거야?」
  「과연~ 당신의 목숨을 뺏으면 일이 빨라지지 않을지요?」

  으겍.

  「좀 봐줘라. 그렇게 몇번이나 죽는건 못한다니까」
  「당연하지요. 기껏 주워준 생명인데 간단하게 버리면 곤란하여요. ──아아, 그렇사와요.」


  「결심했사와요. 저, 당신을 저주하겠사와요.」





  「하?」
  「저주해서 들러붙어 선기를 천천히 되찾겠사와요. 네, 그렇게하지요. 이미 결심했사와요.」
  「아니, 그런데 나 도쿄 갈건데. 도쿄가서──」
  「아이돌이 될거시죠?」

  교토역의 큰 계단을 올려보는 그녀는 저 너머, 저 멀리에 있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것 같았다.

  「저도 하는김에 아이돌이 되볼가 생각했사와요.」

  진짜냐.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진심이여요, 라며 웃는다.

  「여우의 상경길. 생명의 은인의 일생일대의 결심, 설마 말리진 않으시겠지요?」
  「…………하아, 그렇구나. 긴 인연이 되겠네.」
  「읗후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와요, 인간───」

  여기서 갑자기 말을 자른다.
  옷자락으로 입가를 숨기더니, 뭔가 우물우물 말을 굴리고, 치켜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슈코항이라고 부르는게 좋을지요?」

  그 신선한 모습이, 왠지 신선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네. 앞으로 인간항은 잔뜩 만날테니까. 그리고……친구인걸. 그치 사에쨩?」

  이제서야 처음으로 서로 이름으로 부르고, 눈을 마주하며 웃었다.
  그럼, 전차시간이 가깝다.
  우리들은 교토에서 등을 돌리고 계단에 첫 한걸음을 내디뎠다.



  「…………그런데 사에쨩, 표는 있어? 급하게 정한 모양인데」
  「표가 무엇인지요? 엽전으로는 아니되는지요?」
  「거기서부터냐~~~~~~~…………!!」





    〇

  사에「──당신은 저에게 저주받았사와요.」

  사에 「그러니까, 너무 멋대로 하시면 곤란하여요.」

  슈코 「그 말 예전부터 많이 들었는데~ 전혀 실감이 없단말야. 애초에 저주라니, 구체적으로 뭘 하는데?」

  사에 「어머나, 그거야 뻔한거 아닌지요. 우선은, 어딘가로 도망 못치게 감시하다가?」

  슈코 「감시하다가?」

  사에 「그러다가 당신이 늙고 추해져서 극락왕생할 때, 머리맡에 앉아서 대폭소할거여요♪」

  슈코 「와, 수수하게 싫다」

  사에 「그래그래 그 표정, 그런 표정을 보고 싶사와요~♪」 콘콘


    브르르르르…… 쾅

  슈코 「아아 왔다왔어. 정말이지, 뭐하느라 아가씨 둘을 기다리게 한걸까」

  사에 「그런 말 하지 마시와요. 아마 미아가 되신거겠지요.」

  슈코 「아니 그것도 꽤 말이 심하거든? ──자, 그럼 옛날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사에 「네. 아이돌의 일을 시작하지요~」

    〇






  「슈코항」

  「응~? 왜, 사에쨩」

  「장수하시와요.」

  「맡겨줘. 200까지는 살아줘야지.」

  「그래요 그래요, 그 기게여요~ 후후후♪"







  여담으로, 그 흰 고양이에 대해 말하자면――

  그녀석은 「찹쌀떡」이라는 이름을 받고, 지금도 시오미가에서 복실복실하게 살고있다.



  ~끝~



  이상입니다.
  이하, 조금 덤을 투하합니다.




  〇 덤


  미호「──그래서, 이 앞이 레슨룸이고, 그 정면이 샤워룸. 샤워는 언제든 해도 괜찮아」

  슈코 「호오호오」

  사에 「죄송하여요, 안내까지 맡겨버려서……」

  미호 「으응, 괜찮아! 모르는게 있으면 뭐든 물어……도……」

  슈코 「…………」빤히

  미호 「왜, 왜 그래……?」

  슈코 「…………이야, 역시 귀여워서」

  미호 「에에엣!? 그그그그렇지 않아!! 슈코쨩이랑 사에쨩이 훨씬 예쁘고, 귀, 귀여워!?」

  사에 「어머어머~ 새빨개져서는. 귀엽사와요~」

  미호 「아와와와와와……」푸슈욱

  <……어이~
  <미호~?

  슈코「오? 이 목소리……」

  사에 「미호항, 부르고 있사와요?」

  미호 「아, 정말이다……! 미안해, 나 가볼게」

  슈코 「오케오케. 기숙사에서 또 알려줘~」

  미호 「응! ───프로듀서씨!!」탓





  슈코 「으~~음」

  사에 「왜 그러시온지, 슈코항? 미호항과 프로듀서항에게 그런 뜨거운 시선을……」

  사에 「…………아아~~~~~~~~♡」 씨익

  슈코 「아니, 착각하는것 같은데, 일단 아니거든?」

  사에 「괜찮사와요, 저는 응원하여요. 슈코항도 다 컸네요.」

  슈코 「그건 또 뭔 소리가. 그게 아니라 미호쨩말야, 저 애 아마──」


  카에데 「역시 신경이 쓰이나요?」불쑥


  슈코 「우왁, 깜짝이야. 에? 아! 아, 안녕하세요?」

  사에 (……굉장한 미인이시와요. 교토에도 만명에 1명 있을 정도가 아니온지? 어떤 분이신지요?)소근소근

  슈코(아니아니, 타카가키 카에데라니까. 이 사무소 최고참에 지금도 톱 수입원) 소근소근

  카에데 「죄송해요, 놀래켰나요?」

  슈코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러니까, 타카가키 카에데, 씨?」

  카에데 「네, 타카가키 카에데랍니다♪ 당신들은 최근에 여기에 온 분들인가요?」

  사에 「올 봄부터 신세를 집니다, 코바야카와 사에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슈코 「시오미 슈코입니다. 잘 부탁해요」 꾸벅

  카에데 「아뇨아뇨,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릴게요」꾸벅





  카에데 「그래서, 미호쨩 말인데요」

  카에데 「그 아이를 본 당신들이라면 이미 헤아리고 있겠지만. 그 아이──」

  슈코(설마 이 사람도, 눈치챘……?)


  카에데「──프로듀서를 좋아하는것 같지 않나요?」


  슈코 「네?」

  카에데 「우후후, 젊음은 멋지네요. 숨길 수 없는 사랑, 호의(好意코우이)는 행위(行為코우이)에 나타난다……후훗」

  카에데 「어머, 벌써 시간이. 붙잡아서 죄송해요. 저도 가볼게요.」

  슈코 「아니아니, 이쪽이야말로. 다녀오세요~」

  사에 「다녀오시와요~」


  카에데 「퐁포코~♪」 효이효이

  슈코 「……놀라라. 어디까지 알고있는걸까, 저 사람……」

  사에 「…………」빤히

  슈코 「사에쨩? 왜 그래, 묘한 얼굴로.」

  사에 「아니요─」


  사에 「이곳에선 지루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사와요.」

  슈코 「…………그렇네. 그 점에 대해서는 완전히 동감이야.」


  ~끝~




이 분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정말 잘 묘사하는것 같습니다. 캐릭터도 귀엽고.

그나저나 이놈의 쿄토벤은 해석하기도 힘들고 번역하기도 힘드네요. 고풍스러운 느낌을 살리려고 아가씨체로 번역하긴 했는데 묘하게 아닌것같고, 그렇다고 충청도 사투리로 번역하기엔 너무 구수하고.
역자 살해범 3대장에서 아냐를 빼고 사에를 넣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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