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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1: ◆DAC.3Z2hLk 2017/11/09(목) 01:49:09 .72 ID:tF8sq0kG0
모바마스의 코바야카와 사에와 시오미 슈코의 SS입니다.
판타지 요소, 독자 해석, 일부 아이돌의 인외설정 등이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다른 모 작품의 소재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P의 등장은 별로 없습니다.
주로 지문, 때때로 대본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의 SS과 같은 설정의 작품입니다. 괜찮으시면 이쪽도 읽어보세요.
코히나타 미호 「코히나타 너구리」(번역됨)
http://www.typemoon.net/bbs/board.php?bo_table=ss_temp02&wr_id=154655
「여우님」
「어머나~ 서운하와요. 이름으로 불러주시지 않사와요, 인간항?」
「여우는말야, 언제까지 살아?」
「하아, 난감한 질문이와요. 과연, 100일지, 200일지……우리들도 얼마나 오래 사는지 잘 모르오니」
「……그것 참 지루해보여서 힘들겠네.」
〇
조금 옛날 이야기를 하자.
내가 아직 교토에 살던 무렵의 이야기이다.
집에 돌아갈 때, 나는 자주 우회해서 가곤 했다.
딱히 뭔가 목적이 있었던건 아니다. 애초에 목적이 없으니까 그랬었다.
내가 태어난 교토의 풍경은, 어렸을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하지 않았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도시가, 여자애 한명이 태어나고 십몇년만에 휙휙 바뀔 리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지루했다. 솔직히.
변하지 않는 거리. 변하지 않는 사람들. 이곳저곳에는 백년 단위로 변하지 않는 사적.
그야 굉장히 가치가 있는 것들이겠지만, 태어난 이후로 쭉 여기 살다보면 전혀 감개가 없기 마련이다.
이곳저곳의 여행자들을, 나는 묘하게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었다. 이야, 내가 생각해도 기분나쁜 현지인이었네.
지금 생각해보면 일과인 우회는 그런 싫증을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저항이었겠지.
뭔가 자극이 없을려나~ 하고말야. 집에 돌아가 일상으로 돌아갈때 까지의, 최소한의 연명처치같은.
여우님을 만난 날은, 그런 일을 반복하던 1년전의 3월.
반개한 벚꽃이 거리를 물들이던, 아직 쌀쌀한 시기의 밤이었다.
데마치 마스가타 상점가를 구경하고 카와이 다리를 중간쯤 건너서, 카모강을 따라서 흘러가는 벚꽃을 봤다.
감상은, 뭐 보통.
이쁘네, 언제쯤 만개하더라, 오늘 저녁은 뭘까, 배고프다~ 뭐, 이런.
그런 매우 시건방진 생각을 하면서 다리를 건너려고 했었다.
그 때, 시야 끝에 조금씩 흩날리는 빛이 보였다.
벚꽃색을 어그러뜨리는 은빛은, 사람의 형태였다.
왜 그렇게까지 이끌린건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멀리서 보이는 빛깔정도로 신용 못하는것도 없을텐데.
나는 다리를 건너는 것을 그만두고, 카모강변으로 내려갔다.
은빛의 비일상이, 그곳에 있었다.
그 아이는, 벚나무 밑을 조용히 걷고 있었다.
요즘은 보기 힘든, 제대로된 기모노.
인형처럼 몸집이 작지만, 뒤에서 봐도 그 행동거지는 완벽했고.
바람에 흔들리는 긴 은발이, 그 아이의 현실감은 한층 더 희미해지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강물이 그녀와 벚꽃을 비추고 있었다.
수면의 비치는 저쪼고가 이쪽, 둘 중 어느것이 현실인지 일순간 파악할 수 없었다.
「저기」
라고, 말을 걸어버리고 「실수했다」라고 생각했다.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지도 않았다.
너, 예쁘네, 라고 해볼까? 바보냐. 싸구려 헌팅꾼도 이것보단 낫겠다.
천천히 뒤로 도는 소녀의 눈동자는 검은 꿀처럼 깊었기에 나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무슨 말을 준비했어도 분명 그 시선에 전부 날아가 버렸겠지.
「어머나──」
「당신께서는, 제가 보이시와요?」
그 한마디에, 아아──하고 생각했다.
이 아이는,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다.
적어도, 인간세상의 존재는 아니구나.
그런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꽤 어렸을 때부터, 사람이 아닌 존재에 대해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것도 교토의 일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눈 앞에 있는 이 아이는, 그것을 빼고 봐도 속세에서 떨어져 보였다.
「아아, 응, 보이는──데」
「어머어머, 눈이 좋은 인간도 있사와요. 저도 참 방심했사와요.」
「……응, 멀리서도 알았으니까. 그런데 그렇단 말은……」
「아마 당신의 생각대로라고 생각하와요.」
이야기 도중에 생각났는데, 다른 사람에게 이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 나 혼자서 중얼거리는것처럼 보이는게 아닌가?
지나가는 사람은 적지 않다. 이상한 여자로 보이는건 싫었따.
「왜 그러시와요? 갑자기 두리번두리번……」
「아니, 별건 아닌데. 나, 이상하게 보이는게 아닐까해서」
「무슨 의미이신지?」
「아니 그치만 다른 사람은 안보이는거잖아?」
뭐 나도 소녀다보니 당연히 꽤 두근두근했다.
비일상의 구현같은게 눈 앞에 있으니 아무리 나라도 냉정할 수는 없었겠지.
유령인가 벚꽃의 정령인가, 아니면 더 커다란 신불인가. 그런 가능성까지 나는 생각해버렸다.
「다른데로 가지 않을래? 여러모로 하고싶은 이야기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면 어딘가 사람없는 곳이……」
아아.
그렇게 말하는듯한 표정으로 긴 은발의 소녀는 입가를 숨기고 살포시 웃었다.
「거짓말거짓말, 그건 거짓말이였사와요.」
「하?」
「저는 전~혀 숨지 않았사와요.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다 보였답니다?」
「…………」
「콘♪」
뭐야 이녀석.
라는 것이, 코바야카와의 여우님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습니다.
〇
사에 「어머, 슈코항. 뭐 보고 계시와요?」불쑥
슈코 「응~? 아아, 집에서 보내준 앨범이야~」
사에 「어디어디~? ……어머나, 쪼그만 슈코항도 귀엽사와요」
슈코 「그치그치~? 원래부터 유명한 미소녀였으니까, 슈코쨩은.」
사에 「여기에 조금만 더 사람이 겸손했으면 아무 불만 없었을텐데……」
슈코 「그건 무리지. 유감입니다~」
펄럭 펄럭……
사에 「사람에게는 역사가 있사와요. 이런 순진무구해 보이는 아이가, 이렇게 되버리다니」
슈코 「글쎄. 난 이래뵈도 건전하게 자랐다고 생각하는데요?」
슈코 「……그래도 뭐, 이렇게 다시 보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야. 내가봐도 나 이미지 많이 변했네.」
사에 「그렇사와요」펄럭
사에 「옛날 슈코항의 머리. 팥앙금처럼 까매서 예뻤었는데」
슈코 「응~~~……」
슈코 「난 지금 머리도 꽤 마음에 들지만말야. 찹쌀떡같아서.」
〇
교토에는 요괴 여우가 있다.
너구리도 있다. 텐구도 있다. 텐구같은 인간이 있다는 소문도 풍문으로 들었다.
그 외에도 이매망량악귀나찰천신지기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지만, 교토니까 아마 있다.
그렇지만 시모가모의 엄청 커다란 저택에서 당당히 살고 있는 여우같은건 상상도 못했었다.
왜냐면, 여우는 숨어사는걸 좋아하는 생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 정도로 인간 사회에 녹아있는 여우님이 있을 줄이야.
중학생때 요괴 너구리 친구는 있었지만, 여우와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오미의, 슈코항, 이신지요」
「저는, 코바야카와 사에라고 하옵니다. 앞으로도 여러번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잘 부탁드리옵니다.」
애초에 내가 왜 이런 이야기에 자세하냐면, 집이 유서깊은 화과자 가게이기 때문이다.
화과자는 특별하다.
1명이나 소수가 스낵같이 즐길 때도 있으면, 아기자기하게 포장해서 남에게 선물할 때도 있다.
무언가를 사과할 때도, 축하할 때도. 가볍게도, 진지하게도. 옛날부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기능해 온 것이다.
심지어 영주님에게 바치는 「황금빛 과자」라는 말도 있으니까──아니, 이건 좀 다른가.
(※황금빛 과자山吹色の菓子 : 일본 시대극에서 뇌물을 뜻하는 은어)
그래서, 저쪽에도 저쪽의 사회란게 있고, 역시 선물하면 화과자였다.
언제나 이상한 술로 심신이 둥둥 떠있는 무리들도, 팥앙금을 섭취하고 싶어질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
그러다보니 오래된 화과자 가게에는 「사람이 아닌」 단골손님도 상당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이나 할아버님, 할머님, 더 먼 선조님까지도, 그런 인외에 대한 처세술을 나름대로 익히고 있었다.
그것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하가 된다.
하나, 이나리는 건들지 말 것.
하나, 텐구는 절대 화나게 만들지 말 것.
하나, 너구리는 뭐 상관없어.
(※이나리稲荷: 교토의 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 모시는 신. 이 신의 사자가 여우라서 여우와도 관련이 깊으며, 여우를 지칭하기도 함.)
――이 「시오미가 삼훈」은 3대 전의 선조님의 붓으로 기록되어, 지금도 거실 액자 안에 있었다.
이나리는 건들지 말 것――
라고, 말해도 말이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일상이 극적으로 바뀌는 일은 없었다.
정말 완전히. 보통하고도 보통. 시오미야의 슈코쨩은 오늘도 오늘대로 간판 아가씨입니다.
「오~ 여기의 생 야츠하시. 아버님이 아주 맛있다면서 드셨사와요」
「또 왔네. 모처럼이니까 뭐라도 사가」
「군것질하면 나중에 혼난답니다~」
코바야카와 사에(小早川紗枝), 라고 했다.
강(川)의 수면에 비치는, 작은 비단(紗)의 가지(枝)──역시 우아한 이름이다.
그녀는 그 때 이후, 내 앞에 종종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이 일상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여우님은 이상한 아이였다.
일본 인형처럼 아담해서 나보다 연하로만 보이지만, 가끔씩 굉장한 연륜이 느껴진다.
초연해 보이면서도, 가끔 놀랄 정도로 날카로운 말을 하기도 한다.
속세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호기심은 왕성해, 거리에서 재미있어 보이는걸 발견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미리 약속하고 만나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움직임을 쫓는 것도 아니다.
이쪽과 저쪽의 타이밍이 겹치면 소소한 잡담이나 잠깐 산책을 함께 하는 정도였다.
그것도 또 평범한 일상.
그러나 시야 어딘가에서, 그 긴 은빛 머리카락을 찾는 것은 나름 즐거웠다.
정말 묘하게 서로 마음이 맞는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사람」
「너구리」
「사람」
「너구리」
「여우」
「사람」
「너구리」
「오, 레어. 텐구」
「──그럼, 저 미인 분은?」
「사람……응? 아니 텐구? 어라, 사람? 모르겠어. 패스.」
「하아~ 굉장하시와요. 9할 정답이와요.」
「그거 감사~」
나에게 기요미즈데라는 간식 먹으러 가는 장소이다.
찻집 평상에서 고사리떡을 한입 물면서, 행인들의 요괴 판별 게임 약 1시간.
아무래도 여우님과 만난 이후로 「그런 것」을 간파하는 눈이 더 예리해 진 것 같았다.
옛날부터 익숙하긴 했지만, 정밀도가 더 오른 느낌이다…….
뭐, 그래봤자 딱히 쓸데는 없지만.
그녀는 내 맞은편에서 키츠네 우동을 야금야금 먹고 있다.
군것질이 어쩌니 하는 이야기는 어떻게 된거야.
라고 생각하니 반정도 남은 그릇을 슬쩍 나에게 내민다.
「배부르와요. 인간항, 처리해 주시와요.」
「그러니까 이런 애매한 시간에 우동은 좀……아니, 튀김은 또 다 먹었네」
「튀김 먹고싶어서 이걸 주문했사와요. 오호호.」
오호호는 무슨.
「그나저나 교토는 진짜 별게 다 있네, 정말로.」
「지금은 정말 평화롭다고 생각하와요. 간무나 헤이조때의 세상은 굉장히 지독했다고 들었사와요.」
숲은 줄어들고, 사람을 늘어나고, 밤의 어둠은 옅어져 간다.
뭐, 당연한 일이다. 교토의 역사에 붙어있던 인외의 존재는, 그곳에서 떠나는게 아닌 공존을 선택했겠지.
「지금은 평화로운가. 그렇네, 뭐. 평화가 제일이지」
「싫사와요?」
「싫지 않아, 물론. 그래도──」
아직 뜨거운 우동의 면을 한입 깨물고, 나는 말을 잘랐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재미있는 것은, 좋은 것이니.
이 말, 누가 한거더라──뭐, 어쨌든
교토의 바람을 타고 들린 이 말을, 나는 「어렵네」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변치 않는 일상에서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매일을 즐긴다는 것은, 그 자체가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고.
풍파를 척척 일으키고, 평화를 펑펑 어지럽히는 기개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한 사람은 굉장한 녀석인게 틀림없다. 분명 인생을 즐기는 달인이거나, 어쩌면 상당한 바보였을지도 모른다.
――나로 말하자면, 틀림없이
일상의 미온수에 잠긴 채로, 그곳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생활권에 여우가 1마리 늘어났지만, 내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감개가 없었다.
첫 대면의 임팩트는 어디간건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교토에는 흔히 있는 여우 요괴였고, 옛 도시에서 특별한건 전혀 아니어서.
요컨데, 익숙해졌다.
건방지게도, 전~부 익숙해져 버렸다.
평화는 싫지 않지만, 자신의 그런 감정적인 불감증에는 다소 자기혐오가 있었다.
〇
사에 「벌써 1년이 넘었사와요」
슈코 「난 이제야 1년이라는 느낌이지만.」
사에 「어머어머. 겨우 1년으로 우는 소리하면 아니됩니다? 아직 살 날이 한참 남았으니까」
슈코 「하아~ 인생은 길지……. 난 언제쯤 잘나갈련지」
사에 「벌써부터 그런걸 생각하면 아니된답니다. 슈코항은 식재하셔야 하니까요」
(※식재息災 : 불력으로 재난을 소멸함)
슈코 「그런가. 그렇겠네」
사에 「그렇사와요. 왜냐면──」
사에 「당신은, 저에게 저주받았으니까」
〇
〇
춤추는 바보를 보는 바보.
나는 틀림없이 후자였고, 그것도 식어있는 질 나쁜 바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생사 새옹지마인지.
〇
「슈코」
솔직히 놀랐다.
우리 아버지는 고집불통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화과자 장인이었고, 그 과묵함은 지장보살 수준이다.
그래서 나날의 잡담같은건 전혀 없었고, 애초에 저쪽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일 자체가 드물었다.
「왜, 왜?」
「너 요즘 주변에서 뭔가 이상한 일은 없냐?」
질문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
이상한 일은, 아마 일어났다.
여우님이다.
말할지 말지 나는 고민했다. 시오미가 삼훈, 이나리는 건들지 말 것──물론 시오미가 당대는 이것을 엄숙히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아이는 무해하다.
괜한 소리를 했다간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순간적으로 거짓말했다.
「아니, 딱히. 평화 그 자체야.」
아버지는 나의 눈을 지긋이 보고는
「그럼 됐다.」
라고만 말하고,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때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지, 막연하게 찰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〇
「그리고, 이걸 이렇게 잡고」
「호오호오」
「조준해서──에잇!」
휙.
쏘아진 다트의 첨단은 내가 노리던 위치에서 조금 오른쪽에 꽂혔다.
「아차, 아깝네. 조금만 잘했으면 더블이었는데」
「호오호오호오호오호오호오」
내 오른손과 과녁을 몇번이나 보던 여우님이 눈을 반짝인다.
「뭐, 다트는 이런건데……마음에 들었어?」
끄덕끄덕 수긍한다.
「해볼래?」
끄덕끄덕끄덕끄덕
이렇게까지 하는데 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해봐, 라면서 다트를 건낸게 실수였다. 세기의 대폭투를 말리는 것에 나는 상당한 노력을 투자했다.
여우님은 나를 통해서 다양한 놀이를 흡수하고 있는것 같았다.
뭐, 난 이래뵈도 현대적인 여자니까.
고풍스럽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는 모르는 놀이가 정말 신선하게 보여도 이상할건 없다.
……여우의 피는 헌혈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호기심도 생겼지만, 역시 추천하지는 않았다.
헌혈차를 보자마자 여우님은 놀란 토끼처럼 도망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일도 있었다.
다트바에서 좀 쉬고 있었을 때, 큰 소파에서 잡지를 읽고 있는 나에게 여우님이 다가왔다.
받은 다트를 전부 엉뚱한데 던지고, 기재란 기재는 전부 흠집내서 사장님이 울면서 말린 후의 일이었다.
「인간항, 뭘 읽고 계신지요?」
「응, 볼래?」
딱히 별건 아니고, 로비에 쌓여있던 평범한 예능 잡지인데.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보고 있었던 페이지를 여우님은 잡아먹을듯이 응시한다.
「……아이돌?」
「응, 아이돌. 알아?」
「하아, 들은 적은 있사온데……. 허나,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사와요.」
아이돌이 무엇인가, 라고 물어도, 딱히 그 정의는 모르지만.
일단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니 여우님도 나름 납득한 것 같았다.
「게이샤항같은 것인지요.」
(※게이샤芸妓:전통음악 연주, 무용 공연, 시 짓기 같은 예능에 종사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기생)
「응~……뭐, 그런 느낌이려나, 크게보면」
미디어를 타고 상품이 나오면 활동폭이 크게 넓어지게 되지만.
그런 점은 뭐, 업계의 숨은 공로자가 노력해주고 있겠지.
지면에는 얼마 전에 데뷔했다는 아이돌의 특집이 실려 있었다.
순정가련, 그리고 천연.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큐트하고 프레쉬한 소녀――
라는 미묘하고 과장스러운 표제도, 그 아이에게는 부족해보였다.
소박한 검은 숏컷, 묘하게 대범해 보이는 큰 눈, 수줍어보이는 미소.
이런 아이가 현실에 있구나, 라고 꽤나 진심으로 감탄하던 참이었다.
「이게 뭔지요. 다다스 숲 근처에 있는 바보들이랑 닮지 않았사온지?」
(※다다스 숲糺の森 : 교토의 시모가모 신사에 있는 원시림)
「얘 말하는거 봐? 아이돌의 얼굴 보자마자 갑자기 바보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저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귀여운 얼굴이라고 생각하와요?」
라고 말하면서, 호오호오, 어머어머, 라며 흥미진진한 모습.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이라고 머리속에서 서론을 떼고
「그건 그렇고 좀 의외네」
「무슨 의미신지요?」
「아니, 여우님도 이런거에 흥미가 있구나해서~ 다트도 그렇지만」
으음.
라며, 여우님은 노골적으로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당연하와요. 저는 요즘으로 치면 신세대 아닌지요?」
「진짜 신세대는 그런 소리 안하거든」
「정말~ 심술궂으시긴. 이나리의 딸이라고 이슬만 마시고 선술 단련만 하지는 않사와요.」
잡지 표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뭐, 확실히. 여우지만 인간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까.
이런 문화에 흥미가 있는 것도 당연하겠지.
「아버님도 말씀하셨지만요. 너무 속세에 잠기면 안된다고」
「아버지가……?」
조금, 신경이 쓰였다.
「아버지 엄하셔?」
「고풍스러운 분이시와요. 변신술을 익혀라, 선도를 공부해라, 텐구 따위에게 지지 마라, 너구리 따위는 언어도단이다──등등, 피곤한 분이시와요.」
「있지, 그 선도란게 구체적으로 뭐야?」
「뭐, 여러가지 있사와요. 날거나 뛰어오르거나, 불을 뿜어내거나 뭔가를 얼리거나 폭풍을 일으키거나 뇌운을 부르거나」
뭔가 이야기가 뒤숭숭해졌다. 후반은 거의 천재지변이잖아.
「……아, 혹시 알고 있사와요? 얼마 전에 있었던 가라스마 거리의 싸움」
「아아, 상가의 기와가 날아가고 전신주가 부러지고 창문이 전부 깨졌던 그 소란말이지? ……아니, 잠깐만, 싸움?」
어떠한 사고라는 형태로 일단 정리됐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듯한――
「그거 텐구들의 싸움이었사와요.」
「진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신통력이다.
텐구는 절대 화나게 만들지 말 것……과연 선조의 말은 옳았다.
「여우는 그런 기운넘치는 일은 잘 못하지만……뭐, 하는 수행은 비슷하다고 생각하와요.」
그래도, 라며 말을 단락짓고는, 여우님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것뿐이면 하~나도 재미 없겠지 않사와요?」
아, 그렇게 생각했다.
웃는 그녀의 눈에 있는 것을 본 적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비밀로 해줄 수 있겠사와요?」
「오, 비밀이야기? 좋아좋아, 들어볼까」
여우님이 목소리를 낮추고, 왠지 기쁜듯이 비밀을 털어놓았다.
「저 말이와요. 거리의 언니분들에게 여러가지를 배우고 있사와요」
「여러가지?」
「일본무용이랑 꽃꽃이랑, 다도도 배우고 있사와요. 이걸 알고 있는 건 어머님뿐이와요.」
「호호오……그러고보니 그 말투, 교토말 치고도 고풍스럽다고 생각했지만」
「후훗. 게이샤항 흉내여요♪」
사람의 예기를 여우가 배우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이야기하는 여우님의 피어나는듯한 미소는 정말 진심으로 즐거워 보여서.
「저는 언니분들이 가르쳐주는 예기도, 슈코항이 가르쳐주는 놀이도 좋아하와요.」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주시와요♪」
〇
스─ 쾅
그날은 아침부터 맑았고, 구름 한점 없는 파랑이 하늘 가득히 펼쳐져 있었다.
내가 할 일도 평소대로.
학교 가고, 귀가길에 놀거나, 귀가하고 놀거나.
스─ 쿵
그러고 보니 오늘은 여우님 어디에 있으려나.
다트를 가르쳐주기로 했지만, 우선 그 초보 수준을 뛰어넘은 기적적인 컨트롤부터 고쳐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황혼으로 물들은 대로를 걷고 있었다.
스─ 쿵
코끝에 차가움을 느꼈다.
뭔가하고 손대보니, 손끝이 젖어있었다.
스─ 쿵
……빗방울?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서, 차가운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철컥
정신을 차리니, 나는 어느새 어두운 다다미방에 있었다.
………………응? 다다미방??
묘하게 홀쪽한, 기묘하고 조용한 다다미방이었다.
빛은 구석에서 불타고있는 사방등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뒤돌아 보면 뒤는 벽이고, 좌우도 벽.
앞을 보니 쓸데없이 먼 다다미방의 끝에, 꼭 닫혀있는 장지문이 있었고――
스─ 쿵
하는 소리를 내더니 열렸다.
좌우의 벽에는, 화지로 만들어진 여우 얼굴이 무수하게 붙어있었다.
(※화지和紙:일본 전통 종이)
아니아니아니, 이거 뭔데.
「여우님?」
대답은 없다.
「저기, 여우님이지? 농담치고는 질이 나쁜거 아냐?」
역시, 대답은 없다.
나는 체념했다.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하튼, 대답도 없는데 부르고 있어봤자 의미없다.
나는 유일한 출구로 보이는, 장지문 너머로 걸어갔다.
「……아니, 뭐야……이거」
문턱을 너머는, 완전히 똑같은 홀쪽한 다다미방.
사방등의 빛, 좌우에 벽, 벽에는 무수한 여우 얼굴.
스─ 쿵
그렇게 저쪽의 장지문이 또 열리고, 대신 바로 뒤의 장지문이,
철컥
하는 소리를 내고 닫혔다.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적어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장지문 저 편은 여전히 똑같은 광경.
장지문이 열린다, 장지문이 닫힌다.
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나는 멀고 먼 다다미방의 외길을 그저 달려갈 뿐이었다.
가는 곳은 똑같은 다다미방. 옅은 어둠이 등뒤에 다가온다. 여우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왜 자신이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어졌다.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어디로, 가는걸까.
어느새부터 다다미방에 묘한 것이 놓여져 있었다.
기묘한 기계 환등이다.
그것이 모든 다다미방의 네 귀퉁이에 놓여있었고, 멋대로 움직이면서 붉은 경치를 투영한다.
삐걱삐걱 도는 환등의 붉은 등불, 멀리서 들려오는 축제의 반주, 달리는 나는 누군가에게 불린것 같아서.
장지문이 열린다열린다열린다, 닫힌다닫힌다닫힌다, 반주가 다가온다, 이윽고 어둠이 나를 통째로 삼킨다.
「아니됩니다」
방울이 울리는듯한 목소리가, 내 의식을 정상으로 되돌렸다
내 바로 옆에, 다다미에 한 마리의 짐승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듯한, 은색 털의 여우였다.
그 여우가 갸름한 얼굴을 올리고, 어두운 허공에 호소한 것이다.
「이 사람을 데려가서는 아니됩니다, 아버님.」
――――뭐가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원래 장소에 있었고, 멍하니 고개숙인채 한참을 서있었다.
코끝을 적시던 물도, 쏟아졌을 터인 비도, 그 흔적조차도 없었다.
〇
그 밤, 왠일로 여우님이 나를 불렀다.
저녁의 일을 사과하고 싶다고 한다.
벚꽃은 이미 만개하고, 조금씩 지고 있었다.
카모강의 벚꽃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여우님은 상당히 시무룩해 보였다.
「죄송하와요, 저희 아버님꼐서」
「아니, 뭐.」
솔직히 나는 뭘 당한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인간의 머리로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대로였다면 위험했다는 것.
그것을, 눈 앞의 아이가 어떻게든 막아줬다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감사하면 모를까, 이 아이가 사과할 일은 아닌데…….
「아버님께는 강하게 말해뒀으니 이제 괜한 짓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이제 괜찮다고 생각하와요.」
「……라고 말할 수만은 없겠사와요.」
「저의 도락에 어울려줘서 정말로 감사하여요. 하지만 슬슬 헤어져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사와요.」
해야하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저녁의 혼란이, 아직도 머리 속에서 꼬리를 잇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버님은 막았지만, 이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어요. 여우란 동물은 악하니까.」
상대쪽은 결론을 이미 냈는지 술술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나는 끼어들 타이밍을 잡지 못해 홀린듯이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하니, 서로 가야할 곳으로 돌아가──」
냐앙~.
……냐앙?
둘 다 놀랐다.
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나무그늘에서 하얗고 작은 털복숭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양손에 들어갈 크기의, 새끼 고양이였다.
길고양이겠지. 고양이는 코를 벌름거리고는 우리들을 보고는 냐앙하고 또 울었다.
굿 타이밍이었다.
이야기가 중단된 그 일순간을 노린 나는 새끼 고양이를 안아올렸다.
그리고, 그 녀석의 폭신폭신한 털에 내 얼굴을 숨겼다.
「…………인간항?」
「냐앙~」
「갑자기 무슨 짓인지요?」
「인간이 아니다. 나는 지나가던 냥이가면이다」
냥냥하며 앞발을 흔든다.
새끼고양이가 즐거운듯이 냐앙하고 울었다.
「냥이 가면은 지나가던 길이었지만, 소식통이라서 다른 인간에 대해서도 알고있다냥」
「뭐, 솔직히 말해서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잘 몰라」
「그쪽 집안이나 여우의 사정같은건 들어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해」
「그래서 인간은 눈 앞의 여우님과, 여우님이 해준 것 말고는 판단할 수 없어.」
누가 어떻게 봐도 바보의 짓이었다.
상대가 눈을 끔뻑인다.
평소에는 경묘소탈하고 쿨한 미소녀인 슈코쨩이라도, 해야 할 말은 있다.
고양이의 가면을 써서라도.
「여우님은 인간을 도와줬고, 거기에 감사해. 그러니까 그 여우님이 미안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런 쓸쓸한 소리 하지 마」
냐앙.
봐봐, 고양이도 그렇게 말하잖아.
여우님은 잠깐 멍하니 있더니, 꽃이 피는듯이 웃었다.
「──냥이 가면항의 말이라면 사양이 필요 없겠사와요.」
온화한 밤바람이 불고, 꽃잎이 또 한장 사라락 흩어진다.
벤치에 나란히 앉은 나는 여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무릎위에는 냥이가면, 즉 하얀 새끼 고양이가 둥글어져서 새근새근 자고있었다.
「이나리도 이건 이것대로 일종의 바보일지도 모르겠사와요.」
「스토익, 이라고 하는지요. 요즘 세상에 수행에만 빠져있으니」
「아버님은 겉의 사업으로 성공하셔서 저도 아무 부자유없이 먹고 살아왔사옵니다만」
「변신술과 선도, 그런 것을 연마하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와요.」
「하계는 전부 속(俗)된 것, 여우는 선(仙)이 되어야 하니. 이것은 이미 아버님만의 생각이 아닌, 이나리라는 존재의 천년불변한 성질이라고 생각하와요.」
가느다란 손끝으로 새끼 고양이의 목을 긁어주던 여우님이 벚꽃을 올려본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 옆모습에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적막감이 있었다.
「저는 그것이, 지루했답니다.」
「지루함이야 그냥 먹고사는데는 나쁘진 않지만」
「그렇지만. 지루함을 억누르면 이번엔 불안이 나왔사와요. 막연한 불안이」
「불안은 그림자가 되어 뒤쫓아오고, 따라잡히면 그것이 100년째.」
가느다란 목을 손가락으로 더듬고, 팟하고 하늘을 가리킨다.
목에 걸린 지루함의 줄. 묶여 있는 것은 시간의 흐름. 그것은 풀솜처럼 지금도 조용히 마음을 들볶는다.
「──총, 하고. 달님에게 매달려서, 끝이사와요.」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녀가 미소짓는다.
나에게는 그것이, 자학과 쓸쓸함을 내심속에 숨긴 미소로 보였다.
그렇게 보인 이유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었다.
「선도를 다하여 천호(天狐)에 닿으라……같은 구두선, 저는 잘 모르겠사와요. 도락(道楽)조차도 없으면 이 세상은 고계(苦界) 그 자체가 아닐지.」
「사람(人)이 산(山)에 있다고 쓰고 『선(仙)』이라고 읽사와요. 하지만 저는 그러한 높은 곳에 다다를 수 있어도, 밑바닥의 『속(俗)』 안에서 사는게 낫사와요.」
아아, 그런가.
왜 이 아이와 서로 마음이 맞는지, 왠지 모르게 안 것 같았다.
같았다.
막연한 지루함. 그렇다고 불만은 전혀 없는 풍족한 생활. 일상을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죄악감과, 그림자같은 불안.
이대로 흘러가겠지, 그런 생각만 하고있다.
그것들을 전부 이해하고 삼키기에는, 아마 우리들은 너무 어리다.
거기서, 문득 생각났다.
「있지, 한가지 부탁해도 돼?」
「네……? 무엇인지요?」
「여우님의 무용, 보고 싶어」
여우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도락이와요. 인간님에게 피로할 수준은 아니랍니다.」
「도락이니까 부탁하는거야. 유어님은 춤추면 즐겁지?」
「물론이와요」
「그러면 그 즐거움을 나에게도 나눠줬으면 좋겠네」
「저녁의 그 일,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뭐, 사과 대신으로?」
조금 비겁한 표현이라는 것은 자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똑같이 지루함을 참는 동지사이. 우리들 사이에 있는 것을 위로하려면 도락이나 취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초정도 생각하더니 여우님이 미소지었다.
「사죄라기엔 조금 낯부끄럽습니다만」
품에서 꺼낸 것은, 박홍색의 쿄부채
(※쿄부채京扇子: 쿄토의 장인들이 만드는 고급 부채)
「잘 부탁 하옵니다. 무용 한판 바치도록 하죠.」
처음에는 느리게.
정중하게, 온화하게, 여우님이 춤춘다.
나는 예능에는 별로 밝지 않다.
완전히 문외한이지만, 그런 생초보의 눈으로 봐도 기교있는 무용이라고 생각했다.
단아하고 우아하며, 음악이 없음에도, 흐르는 물처럼 정체가 없다.
――하지만, 묘하게 얌전하다.
아직, 무언가를 억제하고 있는것 같았다.
사람이 정한 것을 답습하여, 무용 일식의 조화를 차질없이 재현하려는 듯한 움직임.
――그렇지만, 그것은.
무릎 위의 새끼 고양이는 어느새 고개를 들고는 여우님의 무용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춤추는 그녀의 면모에서, 속박이 사라져 간다.
원려(遠慮), 미혹, 혹은 오랜 세월의 지루함.
그것들이 하나하나 풀어지며, 정해진 순서로 멍에를 풀어 간다.
여우님은 웃고 있었다.
분명 그것은, 가르친 사람이 봤다면 격노할 춤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는 천변(千変), 몸놀림은 만화(万化).
이미 「재현」을 초월해, 심신에 투철한 놀이와 우아함의 논리대로 자신만의 무용을 그린다.
「아──」
무심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느새 그녀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커다란 귀와 꼬리가 생겨 있었다.
무용이 가경에 들어선다. 나도 고양이도 눈을 떼지 못한다.
기모노의 옷자락을 나부끼며, 흥이 가득 오른 채로, 여우님은 갑자기 등을 흔들었다.
그리고, 내 머리 위의 벚꽃을 올려보고는,
「 콘! 」
울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 목소리에 등뒤의 벚나무가 모든 꽃잎을 와르르 떨어뜨린 것이다.
천만무량(千万無量)의 꽃잎은 마치 지상에 태어난 구름처럼 보였다.
벚꽃잎의 눈보라는 여우님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팔랑팔랑 펄럭이는 부채에 맞춰, 살아있는 생물처럼 그 모양을 바꾼다.
이윽고 그녀는, 휘익 날아올라.
작은 발을 꽃잎에 올리고, 꽃과 함께 춤추기 시작했다.
흩어지는 꽃잎에 다시 올라타, 사뿐. 그런가 했더니 다시 날아올라, 다른 꽃잎에, 사뿐.
중력조차 무시하며, 나비처럼 바람과 논다.
빙글빙글 춤추며, 그녀는 아해처럼 웃고 있었다.
자배하자면, 나는 완전히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은빛 털에 달빛을 가득 채워, 사라락하고 흐르는듯한 궤적으로 밤의 어둠을 털어낸다.
달의 바다에 앵화난만(桜花爛漫)을 모사한다..
즐거워서 참지 못하는 웃음 소리가, 밤바람을 타고 올라가 하늘에 닿는다.
천년불변(千年不変)의 무료(無聊)에, 우연히 피어난 꽃처럼.
냐앙~ 하는 고양이 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콘, 하는 소극적인 구령과 함게, 여우님은 부채를 정리하고.
지나가 버린 벚꽃의 안개를 아쉬워하는듯이, 깊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〇
재미있는 것은, 찾지 않으면 발견되지 않고, 만들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나는 슬슬 제대로 마주보기로 생각했다.
바보가 한마리, 슬슬 나 자신도 춤출 차례였다.
〇
「도쿄, 이온지요?」
「응. 뭐, 아직 정해진건 아~무것도 없지만」
카모강의 벤치에서 나란히, 내 무릎에는 새끼 고양이.
이 구도가 하나의 일상이었다.
벚꽃은 이미 지고, 선명한 새싹과 초목이 싹트고 있었다. 맑고 따뜻한 날이었다.
「저쪽에서 취직할까나 해서. 그 뭐냐, 사회경험같은거?」
「그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오나……집에는 이야기 하셨사온지요?」
「……그렇네. 아직 이야기 안했으니까 아무것도 정해진건 없지.」
만약 내가 정말로 도쿄로 간다고 하면 아버지는 어떻게 나올까.
아무 말도 안하고 보내주려나.
아니면, 가업을 이으라고 말하려나.
「어느쪽이던 여우님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어. 꽤 중요한 이야기고」
「──그건 또 어째서신지?」
어째서고 자시고.
교토 특유의 빙빙 돌려말하기가 귀찮은 나는 가끔씩 의식해서 직설적인 말을 고를 때가 있다.
……대놓고 말하는건 조금 부끄러웠지만.
「왜냐면, 친구니까」
「친구」
여우님는 어째서인지, 눈을 동그랗아 뜨고는 굳어졌다.
……에. 그 리액션, 예상외.
「그래, 친구」
「친구라니, 누구랑 누가」
「아니, 그러니까. 나랑, 여우님이.」
「친구………………」
그녀는 여전히 어째서인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더니
간신히 내 말을 이해했는지, 못참겠다는 듯이 입가를 숨겼다.
「…………푸훗」
하?
「훗, 푸후훗, 우후후후훗」
「에, 아니 잠깐만, 뭐야 갑자기」
「아아, 아니아니, 아니레이. 그치만, 후후후후후훗」
「왠지 이상해서, 우훗, 우후후후후후훗」
참으로 유쾌하기 그지없다.
라고 말하듯이 여우님이 계속 웃는다.
나는 무슨 상황인지도 잘 몰라서 멍해져 있을 뿐이었다.
「후후, 후후훗! 친구! 내가, 우후후후후훗!」
「아니아니, 왜 그래!? 나 무슨 이상한 소리 했어?」
「우후후후후후후훗」
「아아, 잠깐만 어디가……아니, 빨랏!?」
여우님은 웃으면서 데굴데굴하고 공처럼 뛰어갔다.
뒤쫓을 새도 없이,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무릎 위에서 고양이가 운다.
그날 이래, 여우님은 내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下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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